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 - 적게 자도 피곤하지 않은 90분 숙면의 기적
니시노 세이지 지음, 조해선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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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수면에 대한 책이 종종 나오고, 내가 수면장애가 있어서, 그런데, 자의보다는 타의로 수면문제가 있는 사람이 나 뿐일까. 왜 이 사회는 이렇게 잠도 못자게 환자를 만드는건가. 울컥 화가 나네. 


수면 부족이 아니라, 수면 부채라고 한다. 

수면 부채란 자신도 모이게 쌓이는 잠에 진 잠빚을 말한다. 


잠을 적게자도 괜찮은 사람이 희귀하게 있지만, 그건 단시간 수면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니, 잠을 적게 자려고 노오력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잠을 많이 자려고 노력하는 것에 한계가 분명한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수면의 질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보통 사람의 건강한 수면 시가은 6- 8시간이라고 한다. 너무 적은 것도,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다. 


얼마나 자야 수면 부족, 아니, 수면 부채, 잠빚을 갚을 수 있는지 실험해 보았는데, 평균 7.5시간을 자는 사람들이 14시간씩 3주간을 자면서 수면 시간이 평균 8.2시간으로 고정되었다. 8.2시간이 연구대상자들에게 생리적으로 필요한 수면 시간이다. 이 사람들의 이상적인 수면시간은 8.2시간이 나왔는데 이 실험은 이상적 수면시간이 아닌 수면 부채를 실험한 것. 

실험대상자들은 오랜 기간동안 매일 40분의 수면 부채를 끌어 안고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주말 하루 이틀 몰아잔다고 정상 수면 시간이 회복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주간 매일 14시간 동안 이불 속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잠빚이 이렇게나 갚기 힘든 것. 이것은 몰아잔다고 저축이 되는 것도 아니다. 회복이 될 뿐. 


이 사람들이 실험 끝나고, 자신의 적정 수면시간인 8.2시간동안 잘 수 있었을까? 매일 40분 가까이 부족한 잠을 빚으로 끌어안고 매일을 보내던 사람들이? 


수면의 양을 늘이는 것이 힘들 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수면의 질을 늘이는 것이다. 


잠이 들면 눈뜰 때까지 렘수면과 논렘수면을 반복한다. 보통 4-5회 주기라고 한다. 

렘수면은 REM, rapid eye movement , 뇌는 깨어 있고, 몸은 자는 수면을 말하고, 논렘수면은 뇌도 몸도 자는 수면을 말한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고, 이 책의 핵심 한 줄. 

잠이 들면 곧바로 논렘수면이 찾아온다. "특히 맨 처음 90분을 차지하는 논렘수면은 수면 주기 전체에서 가장 깊은 잠이다." 


이 첫번째 논렘수면 시간이 보통 90분인데, 이 단계에서 깊이 자는 것이 이후의 수면 리듬과 질을 좌우한다. 


1. 성장 호르몬은 첫번째 논렘수면이 찾아올 때 가장 많이 분비된다. 

성장 호르몬은 아이의 성장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의 세포 증식을 돕거나 정상적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작용도 한다.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 


2. 장시간 깨어 있으면 수면 압력 (자고 싶다는 수면 욕구)이이 커지는데, 첫 번째 논렘수면에서 수면 압력의 대부분이 해소된다. 이 시간 잘 자야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고, 낮 시간의 졸음도 사라지고, 피로가 풀리지 않는 일도 없진다. 


논렘수면 방해실험을 해봤는데, 첫 90분을 방해하면 이어지는 수면은 측정이 불가할 정도로 흐트러져 실험을 이어갈 수 없기에 보통 두 번째 논렘수면부터 방해한다고 한다. 


이 황금의 90분을 확보하기 위한 두 가지 스위치는 '체온'과 '뇌' 이다. 


수면의 역할은 무엇일까? 

뇌와 몸에 휴식을 준다. 자율신경은 체온을 유지하고 심장을 움직이며 호흡하고 소화하고 호르몬과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자율신경은 활동에 관여하는 '교감신경'과 휴식에 관여하는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낮에는 교감신경이 우세하고, 긴장이 풀리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알파파 등 느리고 차분한 뇌파가 나타난다. 논렘수면일 때와 식후에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하다. 


현대인의 문제는 교감신경이 우위일 때가 너무 많다는 거다. 하루 중 대부분이 활동 상태인 과부하로 몸과 뇌가 치쳐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밤에 부교감신경이 원활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 


최고의 수면은 교감신경 우위에서 부교감신경 우위로 잘 넘어가서 몸도 뇌도 쉬는 모드로 바꿔줘야 하는거. 일이 엄청 많아서 와다다다 할 때, 일을 마치고 나서도 그 관성으로 업된 상태일 때가 많다. 나는 2-3시에 바쁜 일이 마무리되므로 낮잠으로 해결하곤 했는데, 밤까지 그렇게 자신을 혹사하면, 당연히 바로 잠들고 휴식을 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잠을 잘 자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잠 자는 것이 기억의 접착제라는 연구결과를 보고 나서이다. 이 책에서도 나온다. 

* 렘수면은 에피소드 기억을 고정한다. 

*논렘수면은 나쁜 기억을 지워 버린다. 

* 입면 초기와 새벽녘의 얕은 논렘수면 단계에서는 몸으로 익힌 기억(의식하지 않아도 외워지는)이 고정된다. 


수면시에는 다양한 호르몬 작용이 이루어지는데, 수면을 제한하면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이 감소하고 위에서 분비되는 '식욕을 돋우는 그렐린'이 증가한다. 이말인즉슨 잠 안자면 비만되기 쉬움. 그리고, 성장호르몬도 나오지요. 


면역은 호르몬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므로, 수면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잠을 잘 못 자면, 호르몬 균형 무너지고, 면역 기능에도 이상이 생긴다. 면역력! 중요!!


뇌는 뇌척수액액에 둘러쌓여 있다. 150밀리미터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하루에 4회, 총 600밀리미터 정도가 재생성되어 6~8시간마다 전부 교체된다. 새로운 뇌척수액이 분비되어 오래된 액체가 배출될 때 뇌의 노폐물도 함께 제거된다고 한다. 뇌의 노폐물은 신경세포 활동이 활발한 각성 시에 쌓이는데, 낮시간에는 노폐물 쌓이는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에 잘 자는 것이 중요. 뇌에 쌓이 노폐물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면 치매 같은 질환에 걸릴 위험! (수면을 제한하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의 치매 발병률을 촉진)  여튼, 뇌의 노폐물 청소! 잠으로! 


수면의 질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는 자각증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 '졸리다', '좀 더 자고 싶다' 라는 감정은 수면이 우리에게 보내는 '조난 신호'나 다름없다. " 


수면 시작 90분 만에 뇌와 몸의 컨디션이 결정된다. 신체 질환이나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는 맨 처음 90분 동안의 깊은 단계 논렘수면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우울증 앓는 사람에게 두드러지는 증상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데, "우울 증상은 맨 처음 90분 동안의 수면의 질이 나쁘기 때문에 기분, 컨디션,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사례" 라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목차 중에 하나는  


"소수 정예의 수면 부대를 아군으로 만들자" 이다. 


첫 90분을 잘 자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는 것! 소수정예의 수면 부대를 아군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10시반에 잠들어서 4시반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려고 한다. 어제는 11시 반에 잠들어서 4시반에 일어났다. 평소처럼 3시에 눈 떴다가 더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잤다. 


저자가 제안하는 황금시간 90분을 확보하기 위한 '두 개의 스위치' 는 '체온'과 '뇌' 에 있다. 

체온과 뇌라는 스위치를 누르면 우리의 몸과 머리는 수면 모드로 전환되어 수면의 질이 달라진다. 


수면의 질이 좋으면 체온이 내려간다. 인간의 체온은 잘 때보다 깨어 있을 때 높다. 잘 때는 체온을 낮춰서 장기, 근육, 뇌를 쉬게 하고, 깨어 있을 때는 체온을 높여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것. 이 때 체온은 피부표면 아니고 신체 내부, 심부 체온을 의미한다. 


체온은 '근육과 내장에서 일어나는 열 생산'과 '손발에서 일어나는 열 발산'으로 조절된다. 심부 체온은 낮에 높고 밤에 낮은데 반대로 손발의 온도 (피부 온도)는 낮에 낮고 밤에 높다. 


잠들 때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손 발이 따뜻해지면서 심부 체온이 떨어진다. 피부 온도가 올라 열발산해서 심부 체온이 떨어지는 것. 심부체온과 피부체온의 차이가 줄어들면 쉽게 잠이 든다. 


그리고, 뇌. 뇌가 흥분하면 체온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뇌의 스위치를 끄는 방법. 밝은 방과 어둡고 차분한 방 중 어디일까? 후자다. 


책의 후반부에는 이 두가지 스위치, 체온과 뇌를 이용하는 방법들에 대해 나온다. 


맘에 쏙드는거 하나만 말해보면, 뇌의 스위치를 끄기 위해 단조로운 상태를 만든다.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것. 

지루한 책 읽기 같은 거. 


잠을 제대로 는 사람이 평생 주변에 있었던 적 없었던 것 같다. 어릴때부터 말이다. 늘 잠을 줄여 뭔가를 해야 했고, 해야 하는 그런 삶, 죽으면 계속 잘텐데, 하면서,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 하는 분위기. 내가 좀 심하다는 의식도 없었고, 타인의 시간 없다는 말을 안 믿었다. 잠은 잘꺼 아니야 하면서. 그리고, 잠 안 잔다는 걸 뿌듯해 하던 때도 있었는데 (바보) 어느날부터 지적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휙 죽어요. 뭐 이런 말이었는데, 다른건 다 까먹어도 이건 기억난다. 충고인가, 저주인가 속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여튼, 연애 하면서 10시 11시면 잠자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충격 받았고, 나의 수면장애는 문제로 여겨지게 되었다. 머리로는 고쳐야지. 했지만, 나의 생활도 마음도 전혀 동하지 않았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근래에야 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동시다발로 많이 듣고, 그런가? 싶기 시작했다. 불면증인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나는 머리만 대면 잘 자는데, 생각하기도 했다. 사는 동안 잠자는 시간이 늘 아까웠고, 그러면서도 잠 자는 시간을 좋아하는 모순적인 마음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 잠을 잘 자고, 일어나서도 거뜬 개운한데, 잠 자는 시간이 좀 적다고 내가 수면 장애인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지금도,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그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동안 해왔던 수면 관련 고민, 읽어왔던 책과 기사들, 조언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 그 임계치를 넘어, 드디어 뭔가 변하기는 했다. 잠 자는 시간은 아까운 시간이 아니라, 나의 아군이다. 나쁜 것을 잊게 해주고, 내가 공부한 것을 뇌에 접착시켜주고, 뇌의 노폐물을 빼 주고, 몸과 머리와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아군. 드디어 들을 마음이 되었고, 잘 들었다. 


많은 것이 달라질 것 같다. 오늘 밤에는 10시부터 잠자리에 들 것이다. 지루한 책을 읽다가 10시반에 자서 4시반에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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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10-10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아프게 100년을 사는 생체리듬의
비밀>을 유익하게 읽었고 이 책 출간을
접하고 읽고 싶었는데 순위에 밀려서..
이렇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해요 ^^*

하이드 2019-10-14 10:34   좋아요 0 | URL
네, 유용해서 두고두고 읽을 것 같아요. 잠 6시간 자는 것이 일단 목표입니다!

2019-10-10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4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친애하는 나에게 - 250일간의 우울증 일기
차이쟈쟈 지음, 김지영 옮김 / 구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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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20대 여성 작가 차이쟈쟈의 250여일간 우울증 일기이다. 
우울증 일기, 수기들을 가끔 읽게 되는데, 읽을 때면 답답함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우을증을 경험하지 못한 자가 공감력도 부족해서 그렇다. 평소 나의 성격, 세계관 반대쪽의 이야기라 더 그런데, 그건 우울증이 마음의 병인 것을 인지하지 못한 무지함에서 온 생각이다. 

표지부터 저자의 이력까지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우울증이 병이라는 생각이 와닿기 시작했다. 
보통 우울증이라고 하면, 학대를 당했다거나, 힘든 일이 있다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범죄의 피해자거나 등등 트라우마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닌거 아는데, 눈에 보이는 (아는 만큼 눈에 보이니, 내가 부족한거지만) 자신이 우울증이라고 하는 환자들이 대부분 그랬거든. 내가 읽은 몇 안되는 수기들도 다 이유가 있었고. 

회복탄력성에서 보면, 힘든 일을 겪을 때의 대응 방식이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데, 고무공 같은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 그냥 터져버리는 공이다. 

저자의 주위에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많다. 대만 저자의 책을 많이 읽어본건 아니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 각 나라의 책이나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그런거 있잖아. 그게 꼭 현실은 아니지만, 현실을 반영한 거. 대만은 뭐랄까, 좀 좋은 사람들의 나라인 것 같은. 책을 많이 읽고, 서로를 헌신적으로 챙겨주는, 한국의 각자도생, 시니컬, 한, 희생 이런거와는 다른 밝고, 따뜻하고, 나이브한 그런 헌신. 그런걸 사회에 바라는건지, 사회가 그런건지. 정확히 꼭 집어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 읽는 내내, 아, 이런거. 싶었다.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심지어 교수도! 다 좋은 사람이고, 저자의 우울증을 걱정해주고, 도와주려 애쓰고, 심지어, 저자가 버티라고해서 힘들다고, 그냥 내가 편해지고 싶어해도 된다고 말해달라고 하니깐. 또 다들 울면서 그렇게 말해준다. 나는 약간 띠용되었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알콜 중독에 걸린 여자의 이야기이다. 에이미 립트롯의 <아웃런> 우울증이나 중독같이 마음을 갉아 먹는 큰 병을 앓고 있을 때의 그런 희생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못할 것 같다. 근데, 저자 주변에서는 다 진짜 백이십로의 마음으로 하고 있다. 저자가 과거에 돌봤던 우울증 환자들, 혹은 저자가 아는 자살자들 이야기도 종종 나오길래, 대만은 정신건강 관련해서 우리보다 오픈되어 이하는 분위기인가? 대만이 자살율이 높은 국가였던가 기록을 찾아보기도 했다. 우리나라 반도 안됨. 음. 그렇지요. 

여튼, 저자의 그런 사랑받고 이해받고 지지받는 환경을 보니, 우울증이 병이었지.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드는거다. 호르몬이나 신경 문제로 인한 병. 내가 그동안 우울증 하면 떠올렸던 학대나 트라우마로 인한 것도 물론 있겠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원인이 어떻든, 자신을 의지로 제어할 수 없다는 것. 내가 염증을 의지로 가라앉힐 수 없는 것처럼. 
염증을 낳게 하기 위해 병원에 가고, 염증에 좋은 생활방식과 좋은 것을 찾아서 나으려고 하듯이 우울증 환자도 나으려고 하는데, 그 마음을 먹기가 힘든 것. 그 마음이 병들었기에. 

약간 이게 뭔 문장이야 싶게, 하늘의 별이, 미래가, 우리의 사랑, 뭐 이런 간질거리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이게 오글리는게 아니라, 대만문학에 나오는것 같은 그런 옛스런 사고가 현재의 젊은이 (저자는 20대 초반)에게 남아 있는거 같은거? 그게 이 책의 분위기이기도 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아마도 업으로 할 저자라서 자신의 상황과 마음을 잘 기록하려고 애쓴 것이 보인다. 

우울증이 병인데, 내가 좀 무감한 것을 차치하고라도 우울이란 말을 너무 가볍게, 우울증이란 말을 너무 가볍게 자주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럴만도 하고, 그거야말로 이해가긴 하지만. 

기대 없이 읽었는데, 우울증에 대한 내 생각을 넓혀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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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방법 -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
김봉진 지음 / 북스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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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적 독서가라 자칭하는 배민 김봉진 대표의 책. 목차가 좋고, 평소 책 안 읽는 사람들 대상으로 한 눈높이 독서 소개. 책 많이 읽고, 회사에서도 도서 구입 신청은 무한대라니, 좋은 직장이다. 뭐라도 미끼로 읽어봐라 독서는 진짜 좋다 하는 책. 인테리어에 책 좋음. 부터 도끼가 되는 추천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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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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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설이다. 

카야를 응원해. 카야 사랑해. 카야에게 카야를 버리는 남자들 말고,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외로움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다. 생태학자 출신의 저자가 일흔의 나이에 데뷔작으로 내놓은 놀라운 소설. 


자연 묘사가 훌륭해서 다시 읽는다면, 원서로 읽고 싶다. 


태어나서부터 계속 버림만 받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애초에 그렇게까지 가지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뒀으면. 하지만, 근래 계속 생각하는 것은 작은 관계들, 사회 속의 소속감 같은 것은 필요한 것 같다. 


소설 읽기가 좀 재미없어진 것이 소설 속 쓰레기남들은 반전이 없고, 존재 자체가 짜증이라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쓰레기남 없는 소설을 내놓으시오. 


카야는 굉장히 영민한 야생의 습지소녀이다. 말도 안되게 똑똑한, 아마도 천재인데, 

학교에서 괴롭힘 당해 학교는 하루밖에 못 나가고, 가족들은 다 도망가고, 글을 못 배우고, 숫자도 스물아홉까지 밖에 못 세어서 늘 스물 아홉 다음이 궁금하다. 


이 책에는 멋진 장면이 많지만, 나는 이 장면이 진짜 좋았다. 


테이트가 글을 가르쳐주고, 카야가 생애 최초의 문장을 읽는다. 


카야는 천천히 문장의 단어들을 풀었다. "야생의 존재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 아," 카야가 말했다. " 아." 

" 카야, 넌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어. 까막눈이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그게 다가 아니야." 카야의 말은 속삭임에 가까웠다. "단어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품을 수 있는지 몰랐어. 문장이 이렇게 충만한 건지 몰랐어." 


외로웠던 카야에게 늪지의 야생 친구들 외에 '책'이라는 친구가 생기는 순간. 

속으로 마구 응원했다.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을거야. 


카야는 계속 외로워 하지만.. 


외로움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다. 고립, 격리가 여자아이가 자라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이야기. 


테이트는 훌륭하지. 카야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사람. 

카야 엄마 불쌍하고, 카야, 잘했어.  


처음 시작부터 외로운 것은 알 수 없지만, 끝은 외로움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거긴 한데, 작은 도움을 주고 받는 느슨한 연대의 친절한 이웃들로 채워진 그런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역시 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새로운 책들 만나며 놀라고 즐거워하면서. 같이 책이야기 하는 사람들 있는. 그렇다면, 

혼자라도 괜찮아. 평생 습지를 나가지 않았던 카야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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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
메건 애벗 지음, 고정아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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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에이지 걸 누아르라니, 소개부터 혹하다. 천재 체조선수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체조능력으로 살인범에게 쫓기거나 쫓는 뭐, 그런 소설 생각했었는데, (그런 스릴러 소설 있었는데, 뭐더라! 알고보니 아빠가 스파이인데 실종되서아빠 찾고, 훈련 받고) 그건 아니었고, 누아르 느낌이 강한지는 잘 모르겠다. 


천재적 재능을 가진 데번을 위주로 돌아가는 가족, 데번을 위주로 돌아가는 체육관. 어느 날, 체육관에서 어린 선수들부터, 그 선수들을 케어하는 엄마들에게까지 인기 있는, 그리고, 역시 인기 있는 관장의 딸이자 코치와 사귀는 라이언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중요한 엘리트 선발 경기를 앞두고 펼쳐지는 뒷 이야기들. 


작고, 단단한 어린 체조선수를 주인공으로, 그 작고 단단한 몸에 강철 멘탈로 경기에 임하고, 그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걸 누아르라는 것이 책소개에 반복해서 나오는데, 십대소녀가 어둡고 미스터리한 것은 별로 놀랍지 않고, 새롭지도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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