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책을 좀 헤프게 사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장바구니에서 나오지를 못하고 있는 책들이 있다. 

 

배수아의 책과 실비 제르맹의 책 

책 읽는거 궤도에 올라서 소설이 안 읽히는 것도 아닌데, 

책소개를 보면, 아무래도 .. 아무래도 .. 지금 막 신나게 달리는 책읽기 열차에 탄 나한테 안 읽힐 것 같단 말이지. 

배수아의 책은 이런 내용 


잃어버린 시간. 소설은 기억을 잃은 여자와 남자가 머무는 여관방에서 시작된다. 오후 네 시. 탁자에는 1월 23일 자 신문이, 96세로 죽은 어느 영화감독의 부고 기사가 놓여 있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려 무녀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고 알려온다. 누군가 전화를 걸어와 결혼식 배가 곧 출발하니 바다로 와야 한다고 알려온다. 이들은 무녀의 집을 방문한다. 여자의 이름은 아마도 우루,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 중이고, 여자와 남자는 먼 길을 떠난 결혼식 하객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바다로 간다. 그리고 남자가 사라진다.


밑줄 긋기 보면 더 못 읽을 것 같다. 볼 때마다 표지 너무 예쁨. 


실비 제르맹의 책은 이런 내용이다. 


창조적인 서사와 독창적인 문체로 신비로우면서도 감각적인 소설들을 써내며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 현대문학의 거장 실비 제르맹의 장편소설. 관능적이면서 음악 같은 문장과 시적인 표현을 통해 은밀한 비극과 운명의 메아리를 결합해낸 작품으로, “정서적인 강렬함과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감정의 리얼함”이 잘 드러난 뛰어난 소설이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이야기는 68혁명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우르푀빌에서 일견 평범해 보이는 삶을 꾸려가는 베랭스 가문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그들에게는 사실 비극과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남편 조르주의 사망으로 이어진 차사고의 원인을 혼자만 알고 있는 사빈을 비롯해 조르주가 낸 사고로 한쪽 발을 잃은 그들의 딸 마리, 조카를 향한 금지된 욕망에 불타올랐던 에디트, 어느 겨울날 베랭스 가문에 산타클로스로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피에르, 제2차세계대전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었던 그의 어머니 셀레스트 등, 한 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내면에 숨겨진 열정과 좌절, 빗나간 사랑이 섬세하게,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


이건 좀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실비 제르맹이 여자인거 방금 알아서 좀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지금 읽고 싶은 책들이 왕창 많아서 말이다. 



최근에 구매한 책들 중에 표지가 정말 예뻤던 책들도 있다. 표지 때문에 산 건 아니지만, 표지도 너무 예뻐서 좋았던 책들 


 페미니즘 프레임의 시리즈 3권 

판형도 좀 독특하다. 


 책표지가 다 아트워크야. 


 멋있음. 













 <눈물이 마르는 시간>은 새벽에 잠깨어 알라딘 둘러보다 어느 분의 리뷰 보고 사게 되었다. 시골에서 개 키우고 농사 지으며 살게 된 도시여자의 이야기는 늘 내 심금을 울리지. 다른 리뷰에 자기 연민이 어쩌구 저쩌구 써 있었는데, 자기 연민이 뭐 뭐 뭐 하고, 책 읽기도 전에 막 화내고.  


노석미의 <매우 초록>은 정말 예쁜 책인데, 이 책이랑 똑같은 다이어리도 와서 황송. 아직도 행사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 1년 반 동안 모든 소비를 거진 다 잡았다. 고양이비만 생식/습식 바꾸면서 좀 올라갔고 (두 배 됨) 책도 안 사고, 이제 잘 할 수 있어. 였지만, 수첩병, 노트병을 이기지 못했어.. 알라딘 올해 다이어리도 달력도 정말 예쁘고, 나는 하나인데, 다이어리는 몇 개까지 쓸 수있는 걸까. 누구 주기도 아깝고, 날짜 적혀 있어서 올해 다 써야 하는데.. 


불렛저널이 가장 좋은 다이어리 형태라는건 잘 알겠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한 개 밖에 못쓰잖아요! ㅜㅜ 

이번에 삐삐 위클리랑 빅위클리 너무 예쁘고. 달력은 괴물달력 했지만, 스누피 달력도 예쁘고 실용적일 것 같고, 

위클리 우드스탁도 예쁘고. 셜록 미니다이어리 누드제본에 180도 펴짐도 맘에 든다.


메인 다이어리, 

독서 다이어리, 

식단 다이어리, 

정원 다이어리, 

.

.

그만해. 


내년에는 책값 0원에 도전한다. 책 판 돈이랑 적립금만 가지고 책 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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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쏜살 문고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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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문고의 책은 네 권째이다. 책표지의 문장이 활을 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카프카가 독서는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기 위한 도끼와 같아야 한다고 했고, 쏜살문고는 화살처럼 독자의 마음에 꽂히려고 하나보다. 


아니 에르노가 자신의 불법 임신 중절 경험을 회고한 책이다. 저자는 그것을 'event' , 사건이라고 말한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시대를 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이 이야기는 어쩌면, 나의 사건이었을 수 있겠다. 


아니 에르노가 임신을 진단 받고 필요했던 것은 '주소'와 '돈'이었다. 


"P.-R. 부인은 400프랑을 받았다. L.B.는 알아서 그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주소와 돈, 이것이 그 당시 내가 필요로 했던 유일한 것이었다." 


임신 중절로 책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여기는 좀 다를까, 검색해보니, 백인 남자 작가의 <임신 중절, 어떤 역사 로맨스> 가 검색되어 좀 웃었다. 비웃음. 코웃음, 헛웃음. 


하지만, 나는 봄알람의 <유럽 낙태 여행>, 시몬 베유 <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 후마니타스에서 낸 <배틀 그라운드>, 주디스 자비스 톰슨의 <낙태에 대한 옹호>, 민우회의 <있잖아, 나, 낙태했어> 같은 책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 


배우지 못했고, 터부시 했고, 설마 내 일이 될까 생각했던 '일어날 수 있는 일', 그 사건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다. 노래방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살해당할 수 도 있었는데, 살아 있다니 나는 운이 좋았다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나는 운이 좋았다' 고 생각한다. 나에게 그것이 일어났건, 일어나지 않았건, 나와 함께 사건의 당사자인 상대방에게는 그것이 '운'과 상관 없는 일일 것이다.  


새라 워터스의 <나이트 워치>는 픽션이지만, 나는 전쟁중에 불륜으로 임신한 여자와 남자를 진심으로, 심하게 욕했었다. 

사회적, 신체적 목숨을 걸고 감당하는 쪽은 언제나 여자다. 여자를 좀 더 욕해도 되는 걸까? 이 사건에 인간 남자는 없고, 정자만 있다.    


유부남 지인에게 상담했을 때, 집으로 초대하여 부인이 장 보러 간 사이, 섹스할 시간은 될 것 같은데, 라고 말하는 남자, 무엇을? 무엇을 자세히 알고 싶은지 눈을 빛내며 물어보는 남자, 하지만 윤리적인 이유로 돈은 못 줘줘. 나는 아기 생각이 없어, 니가 알아 해라.는 남자. 


"나 같은 여자들은 의사의 하루를 망쳤다. 돈도 연줄도 없는 - 그렇다고 무턱대고 의사들을 찾아가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런 여자들은 자기들을 감옥으로 보낼 수 있고, 영영 의사 면허증을 앗아 갈 수도 있는 법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다고 의사들은 감히 진실을 말하지도 않았다. 여자들을 죽게 방치하는 법을 위반하느니 차라리 당신들이 죽는 편이 더 낫다고 솔직하게 나서지 않는 한, 임신할 정도로 멍청한 젊은 여자의 아름다운 눈 때문에 자기가 이룬 모든 걸 잃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어쨌든 그들은 하나같이 여자들의 임신 중절을 막더라도 그녀들이 알아서 방법을 찾아낼 거라 생각했으리라. 부서질지도 모르는 자기들 이력에 비하면, 여자들이 질 속에 뜨개질바늘을 넣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 신고하는 케이스들 생각난다. 전 남편, 전 남친 


소설이 잘 읽히지 않는 요즘, 아니 에르노의 책을 열렬히 읽은 적 없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아니 에르노를 좀 더 읽고 싶고, 더 읽고 싶지 않았다. 두 마음이 동시에 드니, 아마 읽겠지. 


쏜살문고의 이 책은 굉장히 얇고 작아서 (샘플북인줄 알고 버릴뻔 했다) 여느때와 좀 다른 독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작고 얇지만 꽉꽉 채워 놓아서 이 책을 늘리면, 양장의 좀 두꺼운 책이 나올 것임을 안다. 얇고, 작고, 꽉꽉 찬 책을 만들어주는 쏜살문고 응원해.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생각할수록 좋은 컨셉트와 좋은 컨텐츠다. 


아니 에르노의 '사건'은 이번에 나온 쏜살문고 여성문학 컬렉션에 속해 있다. 이 외에 토베 얀손, 강신재, 박완서가 있음. 


다음 날 아침, 침대 위에 누워서 뜨개질바늘을 조심스럽게 성기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자궁 경부를 찾지 못한 채 더듬었고, 고통을 느끼자마자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무력감에 절망했다.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안되었다. ‘아무것도 못 함.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울음. 정말 너무 지겹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분노나 혐오감을 자극할 수도 있을 테고, 불쾌감을 불러일으켜 비난을 살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간에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 그리고 이런 경험의 진술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나 또한 여성들의 현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데 기여하는 셈이며, 이 세상에서 남성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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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 그림과 원리로 읽는 건축학 수업
로마 아그라왈 지음, 윤신영 외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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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학진흥회(AAAS)2019 올해의 과학책이라고 했는데, 내게는 올해의 책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인 로마 아그라왈은 물리학자이자 구조공학자이다. 아버지는 전기공학자였고, 어머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고 한다. 저자의 평범하지 않은 어린시절과 환경을 보고 그래서 구조공학자가 되었나 잠깐 생각했는데, 모두가 부모 직업덕 본다면, 나는 운동 좋아하는 스포츠소녀였겠지! 하는 생각이 바로 따라 들었다. 


이 책의 원제 빌트(Build)에 덧붙인 부제는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그림과 원리로 읽는 건축학 수업이다. 


정말 좋다는 과학책, 건축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 못했었는데, 이 책은 정말 순식간에 감탄하며 읽었다. 

아는 만큼 본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으로 내가 사는 세상이 달리 보인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단단히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현재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더 샤드(The Shard)를 포함해 다리와 터널, 기차역과 마천루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가장 중요한 구조공학자 중 한명이다. 


전문가일수록 초등학생한테도 설명해줄 수 있을만큼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하고, 전문가는 전문가답게 어렵고 학문적인 말로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고도 한다. 이 책은 전자에 따른다. 


저자가 만들어내는 커다란 것들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건, 높은 건물이나 다리는 좀 흔들려야 안전한거래. 수준이었는데, 무지하고 생소한 분야이지만, 가장 밀접한 분야였던 것들에 대한 원리를 알게 되는 경험은 짜릿했다. 


이 책의 좋은 점이 너무 많다. 


14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목차부터 천재만재다. 

1. 층  우리가 지어올린 모든 것들에 대하여.

2. 힘  중력, 바람,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건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3. 화재  수많은 재난으로부터 얻은 교훈

4. 벽돌  라미드부터 피렌체 대성당까지 그리고 우리집에도 


이런식으로 인프라 필수 요소들을 하나씩 나열해간다. 뒤로 가면 금속, 바위, 하늘, 땅, 지하, 물, 하수도, 우상, 다리, 꿈 이렇게 나오는데, '우상', '다리', '꿈'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로맨틱하고, 존경스럽다. 완벽해!


싱가폴이 심각한 물부족 국가여서 어떻게 그것을 공학으로 해결해 나갔는지, 9.11때 쌍둥이 빌딩이 왜 무너졌는지, 무너지고 나서 어떤 교훈을 얻고, 반영하게 되었는지, 멕시코의 가라앉는 성당을 어떻게 안전하게 가라앉히며 보강하고 있는지 


로마시대 건물과 건축가들이 나오는 부분들도 굉장히 재미있었고, 저자가 이 모든 것을 쉽고, 재치 있게 설명하고 있다. 


여기까지만도 너무 좋은 책인데, 별 다른 잡생각 없이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남초 집단의 거의 유일한 여자로 일하면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선배 엔지니어들에게 받은 것들,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넘겨줘야 하는 것들과 현재 자신의 자리까지 확실하게 자각하고 포지셔닝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대단했다. 


공학자들 대단해. 공학이 세상을 만들고, 만들어나갈거야. 라는 저자의 신념에 공감하게 된다. 


저자가  과거로 부터 배우고,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당장 해결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방법을 찾아나게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볼 때마다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막 유일부심 이런 것도 아니고, 한계 또한 알고, 동시에 경계도 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것들을 한 권의 책에서 한꺼번에 보는 것은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인 것이다. 


저자는 초고층 빌딩들과 길고 긴 다리등을 만들며 유명해졌지만, 이런 이야기도 한다. 


"물론 랜드마크가 될 건물은 계속 지어질 것이고 세계 최고의 기록도 계속 깨질 것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본성이 우리를 초고층 건물에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놓을 것이다. 사람들은 집 안으로 흘러드는 햇빛과 바람을 좋한다. 땅과 우리의 뿌리에 연결되고 싶어한다. 우리는 위를 쳐다보며 우리가 지은 건물에 경이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땅에 발을 딛고 있다는 느낌 역시 필요하다."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짓고, 그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잘나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조공학자가 이런 말을 한다. 


공학자들이 자연에서 배워 활용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강 아래 지하터널을 만들어야 하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다가 브루넬이라는 공학자가 좀조개가 움직이는 걸 보고 힌트를 얻어 터널을 만드는 것, 그리고, 당시에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것을 당대에 전기의 힘으로 구현해내는 것.

 

'공학' 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실 우리들은 모두 알고 있다는 것. 


"도시에서 관광객들이 건물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면 짜릿다. 스스로 깨닫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공학을 사랑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부러진 캐노피와 다란 실루엣 그고 독특한 파사드 등 설계에 투영된 야망과 상상력에 감탄하고 반응하여 셀카봉에 장착한 휴대전화 속의 수많은 사진에 드라마틱한 배경으로 남겨둔다. 이것은 건축학적 드라마로, 공학이 얼마나 낭만적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니 좀 놀랍고, 그런가 싶고. 


번역되기 전부터 열렬한 소문들이 많았던 책인데, 나만 이제 읽고 좋다고 뒷북인거 아닌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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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9-11-15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전부터 소문이 돌 정도로 좋은 책이었군요. 저도 여러 경로를 통해 추천만 받고 안 읽었는데 님의 리뷰를 읽으니 주말 목표가 생겼어요

하이드 2019-11-16 08:49   좋아요 1 | URL
네, 좋은거 좋다고 하는 보람이 있습니다. ^^
 














시골에 내려와서의 내 생활은 이것 저것 몸과 마음을 다해 시도해보는 시기다. 


대학교 졸업하기도 전부터 계속 돈을 벌기는 벌었는데, 그냥 흘러가는대로, 무계획, 무개념으로 벌고, 버는 것 보다 더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과 여행 과소비에서 벗어났다고, 나는 돈을 진짜 안 써. 착각하고 살았고, 지금도 약간 진행형이다. 

돈을 어디 더 아껴. 진짜 돈 안 쓰는데. 내가 미용실에를 가, 화장품을 사, 외식을 해, 옷을 사. 책도 안 사. 뭐, 돈 쓰는게 없잖아. 아니다. 근데, 왜 계속 돈 없냐고. 돈 쓰고 있는거야. 그냥 너무 생각없이 살았던 것 같다. 사람이 변하려면, 장소, 시간, 사람이 변해야 한다고 하는데 (제일 쓸모 없는게 결심하는거) 그 세가지가 다 변했고, 이제야 제대로 생각 외주주지 않고, 내생각하고 살려고 하는 것 같다. 


여튼, 돈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아니,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돈이 주인공은 아닌 이야기. 


스콧 트렌치의 '돈 걱정 없는 삶'을 읽고, 피와 살이 되고 뼈에 박혔다. 생활 방식의 문제다. 

내 삶을 내가 원하는대로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그런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딱히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아서, 할 수 있는 이것저것을 시도하고 있다. 


알바를 하고, 농사를 하고, 계약을 하고, 프리를 뛴다. 이 중에 돈이 된 것도 있고, 아직 안 된 것도 있고, 앞으로도 가망 없을 것 같은 것도 있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거니깐요. 


오늘 박문영의 <3n의 세계> 읽다가 김혜순 시인을 만났다. 엄청 반가웠고, 짜릿했고, 아, 나 이제 좀 책 궤도에 오른것 같다는 생각 들었다.시집 잘 안 읽었던지라 김혜순 시인 모르지만, 왠지 낯 익어서 찾아보니, 얼마 전에 샀던 <여자짐승아시아하기> 가 김혜순 시인의 책이잖아. 











이렇게 책 읽다가 책 만나는거, 굉장히 반갑고, 개인적으로 이제 좀 책 읽는 것 같다고 안도하게 되는 신호였다. 


주6일하던 알바를 주2일하고, 주7일 가던 정원을 주0.5일 가느라 시간이 갑자기 확 많아졌는데, 책 읽는 진도 안 나가는거, 12월까지 마쳐야 하는 일은 진도 안 나가서 마음 갑갑하고, 돈도 안 벌고 까먹고만 있고, (줄어드는 잔고~ 느는 체중~ ) 책도 못 읽고 있는, 놀지도 못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자책과 분노와 불안. 


책 못 읽고 있다고 꽤 오래 매일매일 징징거리다가 이제 조금 맘이 편해진 것 같다. 밤되면 또 징징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어제부로 조금씩 마음이 움직였다. 내 인생에 두 달쯤 책 실컷 읽고, 앞으로 계획하며 지내는게 뭐가 나빠. 필요한 일이고, 이 두 달을 즐겨라. 농번기 되면, 일 궤도 오르면, 이런 고민하는 시간도, 여유로운 시간도 가지기 힘들거야.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마음 먹고, 그 길로 도시락 싸들고 룰루랄라 가게 되는 일은 없는거다. 막상 들어서긴 했는데, 길이 없는 것 같아, 길이 끊긴 것 같아 어떻게 넘어가지, 돌아갈까, 그냥 아는 길로 갈까. 고민도 하고, 시행착오도 하고, 자빠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며 그렇게 가는것이 당연한데 말이다. 


요즘 읽고 있는 <라틴어 수업>도 도움 됐다. 독서선순환에 들면, 모든 책에서 나에게 앞으로 나가기에 꼭 필요한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아멘! 내 보기에 '공(부의) 신' 인 한동일 선생님도 준비 열심히 하고 갔는데도, 1년 동안 수업시간동안 말도 못 알아들으며 매일 고민했대. 그 뒤로도 더 얘기 있는데, 여튼, 내가 뭐라고. 결심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거야. 덜컹거리고, 돌아가고, 넘어가고, 길이 막혔으면, 뒤로 돌아나와 다른 길 찾고, 그런게 당연한건데 말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하는, 그런 삶이 내가 원하는 것이고, 그런 것들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파이어족이고, <돈 걱정 없는 삶>에서 먼저 간 길을 보여준다.


파이어족에 관한 해외 기사는 몇 번 보긴 했는데, 어제 본 이 기사도 분석 잘 해 놓았다. 

기사의 예시가 파격적이고, 도전!하고 싶게 만든다. 식비 8만원! 

" 미국 시애틀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실비아 홀 씨(38·여)는 400제곱피트(약 11평)짜리 소형 아파트에서 살며 한 달 식료품비로 75달러(약 8만4300원)를 쓴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갈변이 시작된 바나나 등 유통기한이 다 된 고기나 채소를 골라 산다. 걸어서 출퇴근하고 읽고 싶은 책이나 비디오는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다. 짠내 풀풀 나게 살며 연봉의 70%인 10만 달러(약 1억1200만 원)를 꼬박꼬박 저축하고 있다.

40세가 되는 2020년 200만 달러(약 22억4700만 원)를 모아 조기 은퇴한 뒤 세계여행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가 그의 꿈이다. 홀 씨는 2005년 뉴올리언스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집과 직장을 잃고 로스쿨 학자금 대출까지 내지 못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날 이후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는 “아주 적게 소비하며 살지만 박탈감을 느끼진 않는다”며 “돈을 갑절로 벌더라도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 미국 엘리트 젊은이들이 파이어 문화에 빠져드는 건 일에 대한 불만, 높은 청년실업률, 학자금 대출 부담, 사회안전망 축소,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 등과 관련이 있다. 얼리샤 머널 보스턴칼리지 은퇴연구센터장은 “젊은이들은 (소득, 부채 등) 경제적으로 거의 모든 면에서 부모나 할아버지 세대보다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소득이 늘면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발생해 소비가 늘어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오히려 저축률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이후 9년 반 넘게 이어진 금융시장 호황으로 종잣돈만 넉넉하면 금융투자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불 마켓(bull market·상승 장세) 환상’도 커졌다."



내가 그들이 말하는 백만불, 이백만불을 모을 것을 목표로 하고, 악착같이 돈 많이 버는 건 아니지만, 위에 말한 거,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시간에 하고, 내가 시간 내고 싶은, 간 내야 하는 일에 내가 원할 때 시간 낼 수 있는 그런 생활이 목표인 것은 같다. 


그러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에 '우아한 가난' 이 이슈가 된 적 있다. 

이 먹고 살만한 것들아, 가난 타령 하지 말아라. 라는 말들이 잔뜩 나올 것들은 짐작하고 있었는데, 그랬지만, 나는 하퍼스 바자의 그 글이 좋았다. 


'돈 걱정 없는 삶'에 나오는 돈 많이 버는 CEO들도 애 병원 데려갈 시간 한 번 못 내는 매여 있는 몸이라면, 나는 그거 가난한거 아닌가 싶거든. 몇백억 부자가 주변에 없어서 모르겠지만, 벤츠 타는 사람도 포르쉐 못 타서 가난하다 하고, 포르쉐 타는 사람도 가난하다고 마통만 있는 뚜벅이인 나한테 5만원만 깎아 달라고 하고 ㅎㅎ , 수십억 부자도 세금이 천만원 가까이 나왔다고 돈 없다고 하고, 하루에 몇천만원도 버는 사촌은 해외 유학하는 애들 보낼 돈 없다고 가난하다고 하고. 그냥 다 가난한거 아니냐고. 체념 정서인거 맞긴 한데, 그럴거면, 좀 우아하게 사는게 좋지. 창 밖에 나무 한 그루라도 보이는 그런 전망의 원룸 찾는거, 좋은 음악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사는 거. 나는 그 기사에서 그런 얘기를 봤거든. 


그래서 나는 가난과 빈곤이 다르다고 생각했고, 사전도 찾아보니 가난이 더 포괄적인 개념이더라. 전세대에 더 가난했어도 가난하고 생각 안 했고, 그 전 세대는 의식주 해결도 힘들었을테고, 지금은 대부분이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거 아닌가. 


의식주가 해결 안 되는 빈곤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거지만, 가난이 우습냐 불뿜는 사람들은 그들이 이야기는 비참한 가난이 현재 진행형인 것도 아니던걸. 옜날에 내가 그랬는데! 그런 사람도 있고, 빈곤과는 거리가 쭉 멀었던 것 같은 사람도 있고 그렇더라고. 의식주 해결되지 않는 빈곤을 제외한 가난은 상대적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기사 링크는 ↓


우아한 가난의 시대 


악착같이 벌어 조기은퇴 

 


책 많이 읽고, 글 많이 쓸거에요. 


오늘 본 플텍 트친님의 글, 너무 좋았는데, 

"여성주의 행동 중 쉬운건 소비고 어려운 건 생산이다. 읽는게 아니라 말하고 쓰기, 보는게 아니라 본 것을 쓰고, 전하고, 

이해하는 걸 넘어서 만들고 실현하기." 


뒤로 갈수록 맘에 아주 꾹꾹 박히더라고. 


잘 읽고, 잘 쓰자. 본 것을 잘 쓰고, 잘 전하고, 이해하고, 

그걸 넘어서 만들어내고, 

실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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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3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5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나는 콘크리트를 쓰다듬는 습관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새끼 고양이를 툭툭 건드리거나 박물관의 전시물을 만지고 싶다는, 거부하기 힘든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는 콘크리트를 보면 그렇게 느낀다. 표면이 부드러지, 황량한 회색인지, 돌이 조금 보이는지, 의도적으로 거친 질감을 남겨두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어떤 질감인지, 얼마나 차갑거나 따뜻한지를 알아야한다. 그러니 내가 로마를 방문했을 때, 손이 닿지 않는 머리 위에서 고대 콘크리트를 보고는 어떤 기분을 느꼈을지 독자 여러분도 짐작하실 것이다. " 


로마 아그라왈 [빌트] 









이 이야기를 읽고, 로마 아그라왈이 너무 좋아졌다. 나 그거 알아, 알아요. 

내가 쓰다듬는 건 콘크리트는 아니지만. 아니, 콘크리트를 쓰다듬는건, 한 번도 안 해봤고, 그거 쓰다듬는거, 뭔가 학교 드라마에 왕따들이 괴로워하며 시멘트 벽에 손바닥 가는거, 이런거밖에 생각 안 나지만, 너무 좋아서 쓰다듬는 그 기분 뭔지 알 것 같고, 그대가 그렇게 좋아하는거, 나도 이제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볼 것 같아요. 


나의 오랜 습관은 서점에서 책 각맞추기이다. 책 쓰다듬는건 안 한다. 오프에 있는 책이라도 조금이라도 손 덜 타는게 좋지. 궁금한 책을 펼쳐 볼 때도, 손에 땀이라도 나면 옷에 문질러 닦고, 책도 반만 펼쳐서 읽는다고. 


사람들이 보고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책들을 제자리 아니면, 제자리 찾아주고, 흐트러져 있으면 (늘 흐트러져 있다) 각 맞춰 놓는다. 시골 내려와서 의외로 불편한게 없고, 불편한 것들을 어떻게 대체해나갈지 찾았는데, 대형서점은 아쉽다. 서울의 다섯배 크기이지만, 백화점도 없는데, 대형서점이 있을리가. 


온라인 서점도 하루 종일 들락거리고, 밖에 나갈일 있으면, 서점 근처에서 약속 잡고, 서점 들리고, 일터에는 늘 대형 서점이 있어서 출근길, 점심시간, 퇴근길 내킬때마다 들렸었는데 말이다. 


제주에는 동네 책방들이 있다. 당일배송 책들도 기본 3일- 5일 배송되는 이 곳에서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을 집 앞 동네 책방에서 살 때도 있긴한데, 그렇다고 또 바로 읽게 되지 않는 것을 깨닫고, 천천히 느긋하게 주문하려다 보면, 다음에 다음에, 이것이 바로 책 사는 것을 줄인 비결. 그렇다. 당일배송은 책소비진작의 첨병인 것이었다! (이제 알았냐) 


요즘 읽는 책들마다 좋아서, 왠일이야. 하고 있는데, 이건 독서 컨디션 올라와서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책 많이 읽으면, 그만큼 좋은 책도 많아지는거지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속해서 올해의 책이야! 꺅꺅 하는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추천마법사'를 본다. 아직까지 추천 알고리즘은 완벽하지 않다고 느낀다. 몇십년 전에 아마존 이용할 때는 정말 다 사고 싶었는데, 지금은 구엑, 이거 내가 싫어하는 작가, 싫어하는 책, 왜 추천? 하는 책들이 자주 있다. 새로나온 책들도 본다. 새로나온 책 구경 하는건 늘 재미있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실물 보는 것이 더 좋긴 하지만, 온라인은 시도때도 없이 들여다 볼 수 있지.새로나온 책도 체크하고, 알라딘 서재의 블로거 베스트셀러의 1위부터 100위까지도 본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시간 한 없이 보낼 수 있다. 문구류 구경도 좋아하고, 책 구경도 좋아하고. 서점 향기,책 향기와 책 읽는 공기도 좋다. 한 번씩 육지 갈 때면, 서점 근처에서 약속을 잡거나, 시간을 내서 서점을 스케줄에 끼워 넣는다. 예전에 자주 갈 때랑은 다른 기분이긴한데, 역시 서점에 가서 책을 쓰다듬, 아니, 책의 각을 맞추고 싶다고 생각한다. 

 

지금 서점의 기분을 대체하는 것이 도서관이지만, 도서관과 서점은 또 다른 분위기이지. 다 달라. 다 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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