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너무 좋지만, 이건 책이 아니라 일력인데, 눕혀두고 쓰나요? 알겠어요. 근데, 뒤에 판이랑 양면스티커는 어떻게 쓰는거에요?

그리고 저 오늘 받았는데 스티커 안 옴. 보내주세요.
판때기는 벌써 떨어지려고 하고.. 눕혀 놓고 넘기면 책이지. 다이어리지. 세워두거나 걸어두고 날짜 보는게 일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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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0-11-30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려주세요. 누구든.

카스피 2020-11-3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께를보니 일력은 한장씩 뜯는 달력인가봐요

하이드 2020-11-30 22:27   좋아요 0 | URL
네, 근데 출판사 일력들은 죄다 무너지네요. 읔 제 맘도 같이 무너지고..

알라딘고객센터 2020-12-0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 오늘이 좋아지는 일력 - 임진아의 365가지 선물 ] 거치대 부분에 문제 확인되어, 본의 아니게 번거롭게 해드렸습니다. 출판사와 협의하여 일력을 구매하신 분들께 새 제품을 다시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별도 교환 절차 없이 기존에 주문 수령하셨던 주소로 추가발송해드릴 예정인 점 안내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whymano11 2020-12-23 0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일력을 만든 자기만의방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ㅠㅠ 말씀주신 부분의 불량들이 있어 전량 재제작하였답니다. 삼각대 조립 안내서도 추가하여 보내드렸는데요. 혹시 새 일력을 받으셨을까요?! 1년간 튼튼하게 함께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번에는 만족하실 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whymano11 2020-12-23 0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티커는 혹시 구입하시는 과정에서 선택하셨고, 마일리지가 차감되었는데도 받지 못하셨다면 알라딘 발송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객센터에 말씀주시면 바로 처리해주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준비한 스티커 받으실 수 있으시기를요!ㅠㅠ

하이드 2020-12-23 17:30   좋아요 0 | URL
스티커는 고객센터에 얘기해서 추가로 받았습니다. ^^ 친구 선물할거였어서, 친구 주소로 변경해서 보냈고, 어제 잘 받았다고 확인 했어요. 여러번 제작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1월1일부터 시작인데, 뭐 어때요. 1년동안 멋진 일력과 함께 할 생각하니, 1월 1일이 기다려집니다.

2021-02-05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21-02-05 19:41   좋아요 0 | URL
친구 선물로 샀던거라 불량품?은 제가 쓰고 있습니다. 원래 사려고 했던건데, 매일 매일 좋아요. 구할 수 있으시면 좋겠네요. 출판사로 연락해보시면 어떨까요?
 
오늘부터 돈독하게 -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김얀 지음 / 미디어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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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휴면 계정 전환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받고, 오랜만에 들어가 보니, 작가님의 브런치글이 업데이트 되어 있다. 

'오늘부터 돈독하게'는 책 출판을 계획하고, 브런치 연재했던 글모음이다. 착 달라붙는 일러스트는 없지만, 이미 글 다 읽었던지라 다른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책으로 읽고 나니 계속 생각난다. 


여튼, 오늘 들어간 브런치 글에서 작가님과 나의 생일이 같은 것을 알게 되었고, 나홀로 내적 친밀감을 또 한 줌 쌓았다.안 그래도 이미 낯익은 지역을 책에서 보고, 친숙한 마음이었는데 말이다. 


요즘은 책 책보다 돈 책을 더 많이 읽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귀에 쏙쏙 들어오는 재미있게 쓴 이야기이다. 

팁들이 많고, 나도 나에게 맞는 것들 메모해두었지만, 팁이 문제가 아니라 늘 사람이 문제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항상 있었고, 열심히 하기로 마음 먹으면, 정말 열심히 했고, 책부터 잔뜩 읽고 (이건 나돈데, 난 책만 읽다 끝났지. 지금까지는! ) 책대로 실천하는 단단한 사람이었다. 


서른 여덟에 정신을 차리고, 돈 모으기 위해 치과 인터뷰 보는거 보고, 뭘해도 될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원하는 날짜가 있나요? 

- 여기 치과가 제일 바쁜 날이요.

일주일에 몇 번 출근하고 싶나요?

- 여기 치과에 맞출게요.

원하는 시급이 있나요?

- 제가 좀 오래 쉬어서 그냥 다른 사람이 받는 만큼 주세요.

그래도 경력도 되시니 어느 정도 생각한 시급이 있을텐데요?

- 없습니다. 다만 최대한 빨리 일하고 싶습니다. 


치과든 어디든, 아르바이트생 뽑는데, 저런 답변 나오면, 뽑지 않을 이유가?


이 책을 읽은 다음날 일하면서 이 책의 김 얀을 떠올렸다. 김 얀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해서 막 엄청 일 잘했겠지? 거기까지만 생각한게 나의 비극..이지만, 그동안 허랑방탕하게 살아온게 있는데, 김 얀 같은 사람은 김 얀 밖에 없고, 나는 내 페이스로 변할 것이다. 


계속 앞으로 나가려고 몸 앞으로 들이밀고 있으면, 타이밍이든, 운이든, 작은 노력이든, 큰 노력이든 앞으로 가게 되어 있다. 

올 한 해 잘 보내면, 내년엔 정말 괜찮을 것 같은데.의 내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마인드셋을 잘 다듬을 시기인 것이다. 


트위터에서 색엔시 시대를 살고, 물려준 3-40대들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 하다가, 이제 시류에 맞게 돈 이야기 한다는 비난이 섹스칼럼니스트였던 그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책을 읽어보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텐데. 열심히 산 건 물론이고, 남자로 인한 성병 이야기도 착실하게 하고 있단 말야. 


삼십대 후반의 나이에 대부호의 목표를 세우고, 돌진하는 이야기, 앞으로의 많은 정점들 중에 한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그를 응원하고, 나도 얼른 쫓아가야지. 


2021년의 목표는 (2020년 12월에 시작함) '나' 키우기. 이다. 나를 아주 잘 키워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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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에게
김이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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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을 단숨에 읽게 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늘 굉장히 힘들었기에. 이번이라고 다르지는 않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소설 속의 여자들은 다음 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되었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실상은 이렇다.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나만은 다르겠지. (아니야. 다르지 않아. 유니콘이 괜히 유니콘이 아니야.) 하고 '어쩌다보니' 결혼이란 걸 하게 되었는데, 너무도 다른 종족과 '사랑'이든, '파트너쉽'이든의 콩깍지 같은 걸 양 눈에 끼고, 제 발로 걸어들어갔는데, 너무 끔찍하고, 나는, 내 이름은 없어지고. 


첫 단편 '우환'에서 근주는 "자궁경부 세포 검사상 반응성 세포 변화가 있습니다."  검진 결과를 받게 된다. 

병원을 다니며, 두 아이와 남편을 챙기는 일상을 이어간다. 님편의 해맑음이, 아, 다른 종족이구나. 생각하게 하는데, 

'산부인과 가서 성적흥분을 느끼냐?'거나, '생리대 싼 거 사면 안되냐'거나, 시도 때도 가리지 못하고,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 넣는다거나. 작가는 해맑다고 표현했고, 뭔지 알겠는데, 그걸 해맑음이라고 말해줘야 할까. 무식하고 공감력 실종한 종특이라고 해야 할까. 여자의 일상이, 평범한 일상이 고단하고, 그건 평범한게 아닌데, 너무 참고 살아서 다 병이 된다. 


'기만한 날들을 위해' 에서도 집남자들의 적나라함은 계속된다. 

밥 차려줘, 비타민, 영양제까지 다 챙겨주는데, 약껍데기를 구겨서 식탁에 버리는, 단 한 번도 제 손으로 뭔가를 쓰레기통으로 넣을줄 모르는 남자. 매 번 이야기해도 매 번 구겨져 식탁위로 던져지는 약봉지에 누가 제정신일 수 있을까. 그는 그 스트레스를 딸에게 푼다. 딸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는 이야기는 굉장히 흔한 이야기지. 


" 세월이 지날수록, 그러니까 아빠를 그렇게 길들여놓은 건 엄마인데, 왜 자기에게 분풀이를 하느냐고 딸아이가 조목조목 반박하던 날까지, 나는 매일매일, 아주 조금씩 정도를 늘려가며 아이들을 괴롭혀왔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발로 정신과를 찾아갔다. 내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내가 미친 여자처럼 굴어왔다는 것을, 그러다가 아이들까지 잃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만삭이라 섹스를 못하자, 남자는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다른 여자랑 자겠다고 허락 구하며,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은거 아니냐고 하는 남자의 뻔뻔함에 여자의 상황이, 여자가 그걸 내치지 못하고, 얼떨결에 공범이 된다. 둘째를 가졌을 때에도. 그리고, 친구들과 동남아 여행 다니며 한 짓거리를, 정말 범죄행위를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넘어간다. 진정제 몇 알을 삼키고 방조한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남편의 범죄를 고발해 지금껏 누린 사회적 안락과 경제적 안온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남편의 허물이 나의 결함이나 아이들에게 치부가 되도록 둘 수도 없었다. 남편에 대한 불신은 절대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만 참으면, 나 하나만 입을 다물면 모두 펴화로울 수 있었다. 내 인생에 이혼이라든지, 범죄자 남편 같은 건 계획에 없던 사항이었다. 내 삶의 틀을 부수고 싶지 않았다. 보편적이고 타당한 가족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 나는 비겁해지기로 했다." 


이 소설의 결말은 의외였다. 사는데 정담은 없지만,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그가 '기만했던 날'들을 만회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그가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언제든 준비 되면, 혹은 너무 힘들어졌을 때 멈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멈추기로 했을 때, 그의 딸이 그가 걷는 외줄 아래의 그물이 되어줄거다.


'미아'에서 소영은 길 잃은 채로 시작해 길을 찾았을까? 


마지막 단편인 '경년'에서의 그는 중학생인 한남 아들을 마주하게 된다. 


여자들은 이름을 잃었고, 많이 울었고, 화를 냈고, 병이 났고, 우울증 약을 털어 넣는다. 

앞에는 어쩔 수 없지만, 병원 간 이야기들이 꼬박꼬박 나오는 것이 좋았다. 나을 수 있고, 나을 거라는 그런 액션 같아서. 


작가가 많은 것을 읽고, 겪고 녹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덜 아파지시길. 몸도 마음도 늘 건강하시실.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나머지는 다 그 다음임을 늘 마음에 담아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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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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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각자의 속도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
무리해서 갈 때도 있고, 늦장부릴 때도 있지만, 쉼없이 앞으로 나아가자.

추적단 불꽃이 n번방 이야기를 처음으로 수면으로 내놓았고, 대부분의 사람들, 그러니깐, 대부분의 여자들에겐 저게 무슨 거짓말같은 이야기인가 다가왔다.
2차가해를 막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많은 걸 지운 채 옮긴 글의 일부만 봐도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았고, 매일 화가 났다는 사람도 있었다. 차마 글을 다 못 읽는 사람, 글만 읽고도 눈물 나고, 아팠다.

이들은 n번방에 잠입해서 가해자 특정할 수 있는 정보들을 취합하고, 언론에 알리고, 경찰에 신고하고, 처음 ‘공모전’에 내기 위한 기사 취재를 넘어선 평범하고 흔한 악마들로 마음에 큰 상처 내버렸고, 치료 지원 받으며 꿋꿋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기사와 유튜브, 언론과 리셋 등의 활동가들을 통해 뉴스는 따라잡고 있었지만, 이 이야기가 이렇게 책으로 기록되어 나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n번방 추적기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해낸 추적단 불꽃, 불과 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n번방 이야기 보기만 해도 남혐 맥스 되는데, 이 두 분은 다들 소중한 애인도 있고, 사랑하는 아빠, 학교 선생님들은 다 너무 훌륭하셨고, 하는데에 괴리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각자의 속도와 각자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말이고, 말보다 행동이다. 이 두 사람은 엄청난 액션을 해 낸 사람들이다.
미성년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이들은 분명 빙산의 일각일텐데, 빙산의 팁이라도 드러난 것이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 사회가 정말 어떻게 돌아가려고 하나. 어짜피 환경문제로 다 멸망하고 말 것인가. 이런 나라에서 뭔 자꾸 애를 낳으래.

어떤 해악들은 외면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상관 없을 것 같았던 해악들이 이렇게 현실에 펼쳐지고, 다가오고,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내가 그 해악과 얼마나 거리를 두고 있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한 다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건 가학적이고 저질적인 하드코어 애니메이션들이다.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렇게 상관이 있어져버렸다. 여자를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남자들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그런 남자들과 한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 예전에는 성인지 감수성 떨어지는 세대들 다 죽어야 세상이 바뀌는건가 한탄했는데, 나보다 어린 세대에 이렇게 더 끔찍한 종양들이 자라고 있다.

그 견고한 고리들을 어떻게 흔들고, 결국 끊어낼 것인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쉬지 말고, 지치지 말고, 흔들어댈 수 밖에 없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무력감에 빠질 때도 있지만, 말로, 글로, 투표로, 청원으로 흔들고, 피해자들이 재기할 수 있게, 내가, 내 주변이 강해질 수 있게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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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 어느 페미니스트의 우한 생존기
궈징 지음, 우디 옮김, 정희진 해제 / 원더박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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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 어느 페미니스트의 우한 생존기

오늘 새벽 2시경에 자다가 받은 전화 한 통으로 코로나로 인한 무급휴가가 다시 시작되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라지만, 지난 번의 경험을 돌이켜볼 때, 계속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우한에 간지 한 달만에 코로나로 인한 봉쇄사태를 맞이하게 된 20대 페미니스트 활동가가 1월 21일부터 3월 1일까지 쓴 일기이다. 그렇게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제목의 ‘밤마다 수다’ 도 일기만큼이나 중요했다.

그는 매일 밤, 채팅으로 전국 각지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연대하고, 지지한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SNS나 블로그를 떠올리게 했다. 느슨한 연대,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의 근황을 알고, 소식을 전하고, 남긴다는 면에서. 그들이 하는 사소한 이야기들, 무거운 이야기들이 닮아 있다.

반면에, 일기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현재의 의미를 찾는 기록이고, 온라인 공개를 함으로써, 우한에서의 소식을 알리는 저널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글쓰기로 치유하고, 그 글을 본 사람들이 또 치유 받고, 처음도 아니지만, 마지막도 아닐, 역병 한 중간에서의 기록으로, 살아남아서, 다음 번에는 조금 더 낫기를 바라는 희망이기도 하다.

“계속 일기를 써 나가기가 쉽지 않다. 일기 쓰는 습관도 없고, 이 나이 먹도록 일기 한 권을 끝까지 다 써 본 적도 없다. 게다가 일기를 쓰지 않은 지 이미 여러 해이고, 써도 특별한 일들, 감정적인 기복 같은 거나 기록하는 정도에다 밑도 끝도 없이 끄적인 것들이 많아서, 나중에 다시 보면 도대체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나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일상생활이라는 게 결국 여러 자질구레한 일들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지루해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기록한 일들이 어느 시점에서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던져 준다고 생각한다.

어제 저녁밥은 우렁이 쌀국수였다.”


“ 어제저녁에는 아스파라거스 상추 고기 볶음과 죽을 먹었다. 밤의 채팅에서 한 친구는 낮에 고양이에게 먹이를 줬다고 했다. 또 한 친구는 동네 어귀 검문소에서 당직 서는 사람에게 음식을 사서 보냈다고 했고, 다른 친구는 사법 고시 영상을 봤다고 했다.

우리는 충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충돌하는 걸 아주 두려워했는데, 특히 폭력적인 충돌에 대해서는 더 그랬다. 충돌 속에서 느껴지는 통제 불능의 느낌을 감당할 도리가 없다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

온라인의 이웃이거나 이웃의 이웃이거나의 근황으로 이미 락다운을 겪어 본 이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읽었다. 락다운을 겪었고, 겪고 있는 해외가 아니라도 우리나라의 큰 도시들에서도 단계를 오가며, 다양한 단계의 격리와 봉쇄를 겪고 있다.

서울의 다섯배 크기에 인구 밀도가 낮아, 아직 두자리수를 유지하고 있는 (언제까지 갈지..) 지역에 살고 있다보니, 마스크를 하고, 공공기관 개폐 유무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 외에 (이것도 이미 작지 않고)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해도, 사회를, 세계를 뒤덮은 역병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코로나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이 사회에 산재한 많은 문제들을 빠르고, 거칠게 드러내고 있다는 글을 봤다. 이미 저마다의 작은 전쟁들을 매일 치루고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그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를 거치면 분명 더 단단해지겠지만, 이 시기의 내,외상을 치료하는 시간과 자원들을 생각하면 암담하다.

이 글을 읽으며, 집 밖의 누군가도, 나와 같이 이미 치루고 있던 전쟁들 속에서 매일 하던 것들을 함으로써, 하루 하루를 버텨 나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기고, 버티고, 나아지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잘 먹고, 햇볕을 쐬고, 관계를 다지는 등의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이야기가 일기에 나와 좋았다.

매일 야채와 고기를 볶아서 밥이나 죽과 함께 먹는 이야기를 한 것이 인상적이어서, 한 달여만에 간 마트에서 나도 셀러리와 고기 간 것을 사버렸다. 고립도, 봉쇄도 아니지만, 새로 이사온 곳에서 자발적 고립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 저자가 생존음식이라고(무 장아찌 등) 하는 것들, 사치 음식이라고(요거트!) 하는 것들을 나도 좀 사봤다.

“ 의료용 마스크가 도착했다. 한 상자에 100개가 들어 있었다. 원래 두 상자 사려고 집어 들었는데, 점원이 한 상자에 198위안(한화 약 3만 4천원)이라고 해서 조용히 한 상자를 내려놓았다. 계산할 때 보니까 한 상자에 99위안밖에 하지 않아서 후회가 됐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더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결핍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특히 이렇게 생사가 갈리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더더욱.”

*구매 목록
-생존 마지노선 : 쌀, 국수, 짠지, 소금에 절인 달걀 등 (반드시 구비해 두어야 하는, 생명을 유지해 주는 음식물들로, 아주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기본 생활용 식자재 : 감자, 당근, 양파, 셀러리, 마늘종, 고기 등 (일상적으로 밥을 할 대 필요한 식자재들로, 상대적으로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사치품 : 마른 멸치, 말린 두부, 육포, 꿀, 요거트 등 (결핍감을 어느 정도 줄여 줄 수 있는 식품들로, 그저 생존을 위해서만 사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 준다.)

이 책을 읽던 밤에는 지금처럼 3차 위기로 들어가기 전인 안정세로 보이던 시기였음에도, 봉쇄의 이야기가 나의 좀비병(좀비가 창궐하면,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고민)을 자극해서 이것 저것 샀는데, 3차가 되어 버렸다.

이 책의 해제는 정희진이다. 정희진의 해제가 책보다 실망스러운 일은 있을 수 없지만, 이 책만은 좀 더 젊은 세대의 궈징과 같은 세대의 페미니스트 활동가에게 맡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 점이 아쉽다.

함께 수다를 떨고, 매일 일기를 쓰고, 살자, 살아남자.

수많은 페이페이가 부모와 함께 산다. 심지어 생활에 필요한 걸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들의 삶의 방식에 사회에 대한 일종의 소극적 저항이 담겨 있다고 본다. 사회적으로 계층이 고착화되면서 기회를 차단당한 탓에, 젊은이들이 실패를 경험조차 해 볼 수도 없게 되엇고, 실패를 딛고 일어나 자기를 성장시킬 공간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노력해 봤자 쓸데없다’는 젊아이 이런 식으로 표출된 것이다. - P188

어제저녁에는 마늘종 고기 볶음과 죽을 먹었다.
어젯밤에는 방에 전기스탠드 하나 달랑 켜 놓은 채 어둠 속에서 친구들과 채팅을 했다. 채팅에선 "한 며칠 입맛이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내 음식 솜씨가 형편없어서 그런 거지 입맛이 없던 건 아니었더라고." , "봉쇄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반년은 지나간 거 같은 느낌이야." 같은 잡다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우리는 현재 자신의 연인이 이전 애인에게 협박이나 험담, 폭력, 스토킹, 성관계 동영상 유포 같은 이별 폭력을 휘둘렀다면, 그 행위가 우리와 관련이 있는 건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P205

집에 돌아와서 창밖의 햇살을 바라보는데, 문득 내일은 책 한 권 들고 내려가서 햇볕 쬐면서 읽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이 생각이 떠오른 순간, 속으로 몰래 나를 칭찬해 주었다. - P231

극히 수동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때도, 사람들은 여전히 주체적인 삶을 찾아 나선다.

어느 날 인터뷰를 보고 감동을 받은 일이 있다. 일선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한 의사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늘 뭐라도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료진만 이렇게 생각하는게 아니다. 많은 자원봉사자가 같은 생각을 한다. (..)

적십자에서 구호물자를 막아서고 나서자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다. 성공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최선을 다했다.

희망이 있어서 행동하는 게 아니다. 행동하니까 희망이 생기는 거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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