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유자와 온천에 가서 이 책을 읽고 싶은 병을 앓았다.
아쉬운대로 또다른 눈의 고장에서 하얀 밤바닥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련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 '

 

 

 

 

 올리비에 아당의 '겨울나기'

 '우리는 눈길을 걷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 팔을 잡고 있었다. 예고도 없이 눈이 내렸다. 흰눈으로 덮인 숲이 반짝였다. 아버지는 내게 곧 죽을 거라고 말했다. 검사 결과는 확실하게 뇌종양이라고 말했다. 비참한 꼴이 되거나 식물인간이 되기 전에 스스로목숨을 끊을 거라고 말했다. 내가 자기를 이해해야 한다고, 나를 사랑한다고,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홉개의 시린 아당의 단편들을 읽고 이 겨울을 날 수 있을까.

 오래전에 선물받았던 오르한 파묵의 '눈'
 

 '버스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은 사내는 눈의 정적, 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만약 시의 첫 구절이었다면, 그는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그것을 눈의 정적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

 눈보라를 헤치고 나가는 버스 안의 한 사내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된다.
3박4일의 여행에 지니고 가기에는 두권에 두꺼운 하드커버이지만, 일단 리스트에 올려본다.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

 「철도원」에는 줄곧 눈이 내리고 있다. 혹은 문장 뒤켠에서 눈을 느낄 수 있다. 그 추위는, 인생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 산케이 신문

 어느날 혼자 간 영화관 안에서 이 영화를 보고 울었던가 울지 않았던가.
 온통 하얀 화면과 유령꼬마가 생각날 뿐이다.

 페터 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열광도, 혐오도 많았던 이 책.
 사실 고등학교때부터 페터회의 이 책을 너무나 좋아했다.
 이 책이 나왔을때 어느 분이 얘기해서 말았는데,
 나도 pc통신시절 모든 아이디가 smila였더랬다.

 내 최고의 소설이었는데, 이사오면서 잃어버렸고, 지금은 '여자와 원숭이' 만 남아있다.
 

지난 여름날 바람냄새 나는 어느 분으로부터 생일선물로 조른 이 책. 만약 이번 여행에 가져간다면 런던의 헌책방에서 산 영어원서도 함께 가져가야지.


사 놓고 안 읽은 일본 작가들의 책중 하나 챙겨 가고 싶다.



 

 

 

 


홋카이도가 배경이거나, 눈이 많은 고장에서 읽을만한 책 권해주세요.

 이런책 추천해주면, 화낼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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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6-01-2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눈이 많은고장에서 어떨지 모르겠고요,

일본을 가신다니,그것도 여행으로 그럼 머리 아픈책보다는 아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책,

이런책은 읽으셨나요,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의

이책이요,

전 아주 재미있고 편안하게 읽은기억이 너무 오래되어서 다시 한번보아야 겠지만요,

여행가시는데 어렵고 머리아픈책보다는나을듯해서,,,,


하루(春) 2006-01-28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있는 책 중에서 읽은 거 겨우 2권에 불과한데, 그 중 '철도원' 저는 되게 좋았어요. 철도원과 러브레터. 러브레터는 '파이란'의 원작소설이라 제게는 더 의미깊은데... 다른 분들은 아사다 지로의 다른 작품(칼에 지다, 같은)에 비해 별로라고 하지만...

모1 2006-01-2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하면 전 스노우맨이죠. 워킹 인디 에어나오는 그 유명한 책요. 겨울에 눈에...아주좋고 그림도 펜으로 그려서 아주 멋진 그림책..

2006-01-28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1-2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추천만 ㅠㅠ;;
 

책장도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 책주인의 개성을 나타내며 신경써서 갖추는 날이 오...겠지. 언젠가는

1월 'world of interior'가 도착했다. ( 음.. 몇주전에)
이전에 봤던 몇가지 인테리어 잡지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틀리다.
뭐랄까. 책 안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운데, 그 중 어떤것 하나라도 꺼내 놓으면, 안 어울릴 것 같은
그런 특별한 인테리어들이다. 흥.

그 중에서 몇가지. 다양한 책장의 표정.
첫번째 원칙은 책이 많이 수납되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그저 네모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가지로만 알았던 책장의 다양한 표정들.

이 잡지. 블렉데코 인테리어의 욕실이 커버로 나와 있다.

 책장 사진 들어가기 전
 겁나게 맘에 들었던 몇가지.

 깃털 달은 등.
 가격도 싸지는 않지만, 살만 하다.
 135 파운드.

 으.. 왠지, 이 잡지 보면서,
 근질근질할 것 같은 예감이다.

 

 

 

 

 

 

 

나무를 가공하지 않고, 그냥 나뭇가지 그대로 책장으로 쓰면 안 되는 이유?
없지. 없어.

간소하지만, 임팩트가 강하다.
메인책장으로는 못 쓰겠지만, 집 여기저기 손 닿는데마다 책 널려있다면,
이런 책장 하나 컴퓨터 앞에 혹은 화장실에 놓지 못할 이유 있나?

모서리에 박아두면, 책도 많이 들어가고, 독특한 모서리 표정을 만들어줄 수 있는 책장

얼핏 눈에 잘 안 들어오지만, 역시 집 이곳저곳에 박아두고 책 얹어 놓기 좋은 책장.

액자식 책장.혹은 CD장.

역시 모서리 책장. 아래 쪽의 튀어나온 부분을 보니, 벽에 걸어 두는 모양인데,
단단히만 박힌다면. 혹은 아래 받쳐서 그냥 바닥에 안정적으로 놓고, 그 위로 책 마구 쌓기.

책장은 아니지만, 다용도로 쓰일 수 있는 정리장

이 작품 맘에 든다. 단, 받침대가 유리라 책얹기에는 좀 불안하지만,
리스크 감수할 만큼, 혹은 책 수납을 조금 포기할만큼 충분히 아름답다.

책 뒤의 광고.
저 강아지가 맘에 든다. 흐흐.
책장 모양의 모던 벽장 디자인... 필요없지만,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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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파벨 2006-01-22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전 네번째와 다섯번째 책장이 어쩐지 맘에 드네요~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  헌책방에서 보시면 제보바랍니다.
꼭 읽고 싶어져버렸어요.


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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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1-22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하이드님 아직 깨어 있으시네요. ^^ 반가와서 아는척. ;; 웅.. 영원의 아이. 헌책방에서 보면(헌책방 아직 가 본 적 없지만 ㅜㅜ) 꼭 연락드릴께용. ;;

하이드 2006-01-22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낮에 마이- 잤더니, 이제 시작입니다.

2006-01-22 0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르헤스 2006-01-22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 님께 부탁드려보세요. 예전에 그 분이 영원의 아이 찾으셨거든요. 그런데 지인들의 도움으로 전권을 소장하게 되었답니다. 아님 정 보고 싶으면 일본 드라마로 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해요. 드라마로 나와있는데다 나카타니 미키, 와타베 아츠로, 시이나 깃페이 등 우리 눈에 낯익은 일본 배우도 많이 나옵니다.^^

하이드 2006-01-2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라마로도 있었군요. 그러고보니, 제목 본 것도 같아요. 보르헤스님 감사합니다. ^^

하루(春) 2006-01-2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르기도 하여라. 어떻게 그리 빨리 구하셨나요?

하이드 2006-01-2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 너무 감사할 따름이지요.

플라시보 2006-01-22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빠르군요. 흐흐. 펜잘보다 더^^

2006-01-22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01-2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에구에구, 제가 날라리 은행원이라,, 간혹 그런 질문 받는데요, 제가 하는 업무는 외환업무에 한정되어서요, 국내은행원들이면 기본적으로 아는 내용에도 깜깜하답니다. -_-;;; 죄송해요. 광화문,명동 근처 오신다면 언제라도 반가이! ^^

2006-01-23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망좋은 방'을 읽고 있다.
1903년부터 구상해서 1908년에 출간된 이 책.
루시가 피렌체의 펜션에 도착 해서 원하던 '전망좋은 방'을 가지지 못하게 된데 대한 투정을 하면서 시작된다.

책의 목차들이 귀엽다.
1장 펜션 베르톨리니
2장 산타크로체 교회에서 베데커 여행 아내서도 없이
3장 음악, 제비꽃, S 로 시작하는 말
4장 제 4장
5장 유쾌한 소풍의 가능성
6장 아서 비브 목사, 커스버트 이거 목사, 에머슨 씨, 조지 에머슨 씨, 엘리너 래비시 양, 샬럿 바틀릿 양, 루시 허니처치 양이 마차를 타고 전망을 보러 소풍을 가다. 이탈리아인들이 말을 몰다
7장 다들 돌아오다
8장 중세사람
9장 예술 작품 루시
10장 유머가 가득한 세실
11장 바이스 부인의 최신식 아파트
12장 제 12장
13장 샬럿 바틀릿의 보일러가 속을 썩이다
14장 루시가 외부 상황에 용감하게 맞서다
15장 내면의 참상
16장 조지에게 거짓말을 하다
17장 세실에게 거짓말을 하다
18장 비브 목사, 허니처치 부인, 프레디, 하인들에게 거짓말하다
19장 에머슨 씨에게 거짓말을 하다
20장 중세의 종말

부록 : 방이 없는 전망

20세기초반 영국 로맨스소설을 읽고 싶은 기분.
작고 단정한 E.M. 포스터 전집을 꺼내들었다.

조지라고 불린 젊은이가 똑똑한 여자 쪽을 보았다가 다시 자기 접시로 우울한 얼굴을 돌렸다. 그와 그의 아버지는 분명히 여기 어울리지 않았다. 루시는 열렬한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가운데 잠깐이지만 그들도 함께 어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특별히 즐거울건 없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선 뒤 뒤로 돌아서서 소외된 두 남자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어색한 인사를 했다.

'예의범절'이라는 네 벽 사이에 들어앉아 있는 루시, 음울한 조지를 만나다.

'그 분의 장점은, 그게 장점이라면,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말한다는 겁니다. 자기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방이지만, 두 분한테는 특별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분은 예의 같은데 구애받지 않는 만큼 누구한테 은혜를 베푼다는 생각도 안할 겁니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적어도 저한테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

루시가 유쾌해져서 말했다.'저는 그분이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언제나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생각하는것을 안에 감쳐두지 못하는 에머슨씨. 그를 나쁘게만 보지 않는 비브 목사.
루시는 마냥 ' 언제나 모두가 좋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음악은.....' 루시는 좀 더 일반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돌리려는 듯했다. 하지만 말을 맺지 못하고, 비에 젖은 이탈리아를 멍하게 내다보았다. 남쪽 나라는 온통 혼돈에 빠져 있었다.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이 나라가 형체 없는 옷더미들처럼 변해 버렸다. 거리와 강물은 혼탁한 황토색이었고, 다리는 혼탁한 회색이었으며, 언덕들은 혼탁한 자주색이었다. 언덕 자락 어디엔가 래비시 양과 바틀릿 양이 있을 터였다. 두 사람은 하필 이런 날을 골라 토레 델 갈로에 갔다.

이탈리. 피렌체. 토레 델 갈로.

그날의 외출은 샬럿에게는 아주 전형적인 것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추위와 피로와 허기와 천사 같은 미소에 휘감긴채, 더럽혀진 치맛단과 너덜거리는 베데커 여행 안내서를 휘날리며 밭은기침까지 달고 돌아왔다. 반대로 온 세상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고 공기가 포도주처럼 입 안에 감기던 어느날은 자기가 너무 나이가 많아서 쾌활한 처녀의 동행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며 응접실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래비시 양이 바틀릿 양을 사방으로 끌고 다니겠죠. 래비시 양은 비에 젖은 진정한 이탈리아를  찾고자 할 겁니다.'


'래비시 양은 정말 독창적이에요.' 루시가 웅얼거렸다. 그것은 그곳의 표준 어구였다. 펜션 베르톨리니는 사람들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 있었다. 래비시 양은 독창적이다.

독창적인 래비시양

비브 목사가 옳았다. 루시는 음악 이외의 영역에서는 자기 욕망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녀는 비브 목사의 기지도 이해하지 못했고, 캐서린 앨런의 수다에 담긴 암시도 읽지 못했다. 대화는 지루했고, 그녀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원했다. 그리고 바람 부는 전차 난간에 서 있으면 그걸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은 그녀가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숙녀답지 못하니까. 도대체 왜? 왜 이 세상의 대단한 일들은 대부분 숙녀답지 못한 걸까?

지금도 개봉하면 인기있는 '엠마' , '오만과 편견'
가끔 고플때가 있다. 19세기-20세기 초반의 영국전원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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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1-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아무 생각없이 '오만과 편견'을 매우 좋아해요. 단, 왜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건 실례예요. ^^*

LAYLA 2006-01-2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지금은 책을 살수가 없네요. 저도 오만과 편견 좋아해요 ^,^

Kitty 2006-01-22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 시리즈 환장합니다 ㅠ_ㅠ
심지어 클루리스까지 러브러브 ^^;;;
 
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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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패디먼의 Ex libris'서재 결혼시키기' 가 내 책꽂이의 '책에 관한 책'  들이 있는 자투리 책장에 자리잡고 있은지 벌써 한 2년은 되었나보다. 왜 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왠.지.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 그닥 읽을 생각 안하고 있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선지, 이 책을 읽었고, 이 책을 이제야 읽은걸 땅치고 후회했다.

열여덟편의 에세이와 부록격의 '더 읽어볼 만한 책들( 주로 책에 관한 책들이다) ' 이 있다.
그녀의 책 이야기는 그녀의 삶 이야기이다.
살아가며 꼭 필요한 '의,식,주'를 논하는데, 패디먼가에선 하나 더 꼭 필요한 것이 있으니,  '의,식,주,책'
이다. 그런고로, 그녀가 그녀 삶의 어느 부분을 이야기하건 '책'이야기는 빠질 수 없고, 이 책은 그런 그녀의 삶(책) 이야기이다.

온 가족이 열광적으로 책을 좋아한다는 환경에서 자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옮긴이의 말처럼 '독서' 가 '일과'가 아닌 '취미' 가 되어버리고, 그것도 점점 인기없는 취미가 되어버리는 요즈음, 그들 가족은 점점 기괴하게 취급받을지도 모르겠다.
열정과 투자와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책을 읽는 것은 분명 '혼자 하는 일'이고 남과 나눌 수 없는 일.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을 외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와 같은 고민 아닌 고민에, 이 책은 해답을 준다. '낭독의 쾌감' 에서 저자는 남편인 조지와 밤에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밤에 자기 전에 책 읽어주는 일이 분명 '서로에 대한 사랑' 으로 극복할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서로 사랑하고, 책도 사랑해야 할 수 있는 일.
' 그가 내쪽으로 몸을 기울여 잘 자라고 입을 맞출 때도 나는 우리가 젊은 시절의 사랑의 단거리 경주를 졸업한 것이 아쉽지 않다. 결혼은 장거리 경주이며, 낭독은 이따금씩 탈진하는 경주자들의 힘을 북돋워 주기 위해 조제된 낭만적인 게토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많다. 책에 관한 에피소드들에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책을 다루는 방법에서는 본인의 방법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고, 헌책방에서 책 고르기, 터져나가는 책장에 집밖으로 밀려날지경인 상황은 부러우면서도 동병상련하는 재미가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만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면을 들 수 있다. 모든 에세이에 그녀의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마흔두살 생일에 조지에게 미지의 목적지로 납치당하는 그녀. 미지의 목적지에는 '풍파에 시달린 작은 가게. 가파른 내리막 비탈에 자리잡고 있어 당장이라도 허드슨 강으로 미끄러져 내릴 것 같은' 헌책방이 있고 그녀는 300,000여권의 헌책이 있는 그 곳에서 9킬로그램의 책을 사고, 그녀는 뵈브 클리쿠오와 캐비어를 먹은 것보다 더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다.

아버지가 일주만에 갑자기 시력이 나빠져 실명하게 된다. '나는 이제 끝이다' 라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밀턴이 실명한 다음 쓴 '실락원'을 읽어주는 딸. '이 캄캄하고 넓은 세상에서 반생이 끝나기도 전에/ 내 빛이 꺼져 버린 것을 생각하며/ 또 감추어 두면 죽음이 될 한 달란트,/...'

이 책이 너무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권해주지 못하는 것은 내가 이미 그닥 정상인의 범주에서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읽다보면 울컥울컥 눈물이 치솟는 장면이 한두장면이 아니다.

책에 대한 욕망과 집착, 에피소드들만을 쓴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달콤한 연서이다.
그녀와 그녀가 사랑하는 이들의 삶을 함께 해 주었던, 함께 하는 앞으로도 함께 할 책에 대한 감사의 사랑의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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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책을 섣불리 권해주지 못하는 이유
    from 한사의 서재 2007-07-07 19:09 
    서재 결혼 시키기 “마흔두 살 생일에 조지에게 미지의 목적지로 납치당하는 그녀. 미지의 목적지에는 '풍파에 시달린 작은 가게. 가파른 내리막 비탈에 자리 잡고...
 
 
마늘빵 2006-01-19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주무시고 머하세요? 흠.. 저 책도 또 끌리네. 보관함으루.

blowup 2006-01-19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랄까. 정말로 좋은 에세이란 이런 것, 이란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 책.
글쓰기에서 유머 감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하는 책.
오랜만에 이 책 이야기가 나오니 어찌나 반가운지. 덥석.

한솔로 2006-01-19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 바람난 여자>가 생각나네요.ㅎ 그러고보니 예전에 하이드님이 쓰신 서평에 제가 댓글을 달았던 듯. 그 책 만들면서 고생은 했지만 가장 즐겁게 만든 책이었던 거 같아요.

하이드 2006-01-1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한솔로님, 생각나요. ^^ <책과 바람난 여자> 참 귀엽고 예쁜 책이지요.
나무님, 정말요. 유머감각. 그리고, 자신의 삶과 가족을 사랑하는 저자가 참 부러웠어요.
아프락사스님, 재밌습니다. ^^ 님의 취향에 맞을지는 장담 못하겠지만;; ( 소심소심 )

moonnight 2006-01-1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감동적인 리뷰예요. 저도 눈물이 글썽. 하이드님의 리뷰에는 진심이 담겨있어서 항상 맘에 와닿습니다. 얼른 읽어보고 싶네요. ^^

2006-01-19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트 2006-01-2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좋아해요. 근데, 하이드님 리뷰를 보니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쁜하루 2006-01-2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책 샀다가 반납했는데..저와 남편의 취향이 너무 달라서 어떻게 하면 합칠까 하는 요량으로 주문했는데 책상태가..재질이 너무 떨어지더라구요..그 재질때문에 글씨인쇄 상태도 너무 안좋고... 근데..내용은 끝내주네요..아.다시 사야하나..리뷰 또한 연서 같습니다. ^^

빠삐용 2009-02-1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 가족이 참 멋져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 책의 표현대로라면 '궁정식 연인'인 저로서는 책을 엎고 접고 찢으면서 사랑하는 그들과 어울리긴 무리일 듯...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