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회사에서 버리려고 내둔 잡지 묶음을 지나치다가 '행복이 가득한 집' 이라는 잡지의 커버에 실린 눈을 끄는 '서재' 라는 단어. 어찌나 눈에 쏙 들어오는지.. ^^ 잡지를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와 '21세기의 서재, 선비의 풍류에 젖어들다' 라는 기사를 스크랩해왔다.

 꽤나 즐겨보는 잡지인데, 
 읽을거리가 쏠쏠하다.

 내가 스크랩해온 기사가 있는 건 몇월호인지 모르겠네...

이 기사에서 참조한 책들은

외에 알라딘에서 검색되지 않는

[서재, 지식과 교양을 디스플레이하다]와 [나무로 빚은 예술 나무 공예]라는 책이 나와 있다.

 

 

 



서재에 대한 로망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인데,
요즘 보는 드라마 '아츠히메' 에서 주인공 아츠히메가 당대의 여자답지 않게 사서읽는 것을 좋아한다. 화려한 가운데의 정적인 서재장면이 많이 나와 동양의 서재에 대한 관심의 불씨가 지펴졌는데, 이렇게 재활용통에서 구해낸 기사라니~ 흐믓~

우리 집에는 무엇이 있나
서가에는 만 권 서책이 꽂혀 있네
맹물 마시며 경서를 읊조리노니
이 맛을 어디에 견줄까
                       이하곤(1677~1724) <독서유감>中

기사는 선비의 풍류를 참고 삼아 만든 21세기 서재이다.




테이블 위에 깔 아 놓은 왠지 피크닉 분위기 나는 패브릭과 동양적인 티매트도 보기 좋다.
에르메스 테이블웨어라는데, 티팟과 푸드트레이, 찻잔과 접시가 너무 쌩뚱맞게 따로 떨어져 있다.
다만, 동양과 서양이라는 시도는 좋다. 이 서재의 컨셉은 '소통'이란다.

내가 생각하는 서재에 필요한 것은 햇빛 가득 들어오는 창문, 책 가득찬 책장,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의자, 가끔 레오와 말로와 함께 바닥에 딩굴수도 있는 카펫, 커피잔이나 티잔이나 와인잔을 올려둘 수 있는 작은 테이블 정도였는데, 이런 류의 좌식 테이블.. 나뭇결이 살아 있는 .. 도 운치있고, 독특하다. 아빠집에도 비슷한 테이블이 있긴한데, 거실.. 예전에 방콕의 제이의 집에 갔을적에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온 정말 죽이는 테이블과 의자... 접시를 놓으면 기운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런 치명적인 단점조차 무시할 정도로 멋졌더랬는데 말이다..


"서책은 내 목숨과도 같다. 책과 두루마리가 소략하지만 또한 고심 속에서 나온 것이다. 대개 거두어 보관함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특히 돌아가신 아버님의 필적은 더더욱 공경하고 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그 책 끝의 자잘한 기록을 살펴 하나하나 싸고, 다른 이에게 빌려주면 안 된다. 책자와 글씨는 늘 잃어버리기 쉬우니 십분 조심해서 상자에서 꺼내지를 말아야 한다. 한번 나왔다가는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 - 소치 허유(1809~1892)의 유언 중.

인테리어 서적들에 나온 서재 아이디어에 허거덩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이 기자는 책이라고는 잃지 않는 기자일꺼야, 쳇' 하게 만드는 기사들 ^^a  여기도 역시나 '옛 선비들이 책을 차곡차곡 눕혀 쌓아두었는데, 이 책수납법이 요새도 유용하고, '장식효과'도 뛰어나며, 책 몇권만 쌓고 그 위에 화병이나 탁상시계 등의 소품을 올려 놓으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데커레이션이 된다' 는 망언이;;

무튼, 위와 같은 사방탁자는 우리집에서도 별 생각없이 자리 차지하고 있는 녀석들인데,
뒤의 벽지 색감이 다 드러나니 멋지다! 책수납에 역할을 많이 하지는 못하겠지만, 책 꾸역꾸역 처넣어 놓은 책장을 거실에 내 놓기 민망하니(아는 사람은 다 안다. 위태롭게 책이 막 흘러나오는듯한 나의 거실의 책장을 -_-;;) , 이와 같은 사방탁자를 이용하면, 최소한의 수납과 디스플레이에 좋을 듯하다.



이 서재에서 맘에 드는건 햇볕이다.

"앞으로는 호수의 풍광을 안고, 뒤로는 언덕을 짊어지고, 오른쪽으로는 붉은 벼랑이 솟아 있고, 왼쪽으로는 모래가 띠를 두르고 있다. 벼슬살이의 부귀영화는 귓전을 스치는 새소리가 되었을 뿐이고, 이곳의 아름다운 언덕과 골짜기에서 만끽하는 즐거움은 깊어만 간다. …산골짜기 사이를 이리저리 거닐어도 보고, 그림과 서책은 찾아서 보고 읽는 즐거움으로 만족한다. 아아! 이 또한 자신의 뜻에 맞는 일이니, 세상 바깥의 무엇을 그리워하겠는가!" 서애 유성룡(1542~1607) 의 <서애집>中

여기도 역시 사방탁자.. 뒤의 저 낮은 장롱같은건 책장이겠다. 개인적으로 책이 보이는 책장을 선호하는지라 패스-



무슨 한복디자이너 서재쯤 되는걸까? 
욕심나는 옷감들이 있다. (흰색테이블은 알레시란다.)
사방탁자위의 패브릭 박스들은 비싸서 침만 흘리던 것들인데, 이렇게 보니, 정말 예쁘다!
뒤에 있는사방탁자아랫칸에 가로로 놓인 커다란 책들은 좋아보인다. 책꽂이에 안 들어가는 책들 책장에 자리 많이 차지하며 누워있는데, 사방탁자에 들어가는지 시도해볼일이다.

 




 책이 많다는 이유로 가장 맘에 든 서재

"방 안에는 책꽂이 두 개를 놓고 책 천삼사백 권을 꽂아놓는다.<주역집해> <모시소>와 고서 명화, 의약에 대한 설명서, 그리고 초목과 새의 계보와 거문고 악보 등에 이르기까지 빠진 것 없이 갖춘다. 책상 위에는 <논어>한 권을 펼쳐놓고 곁에는 질 좋은 화리목으로 만든 탁자를 두는데, 위에는 도연명, 두보의 시 등을 올려놓는다. 책상 아래에는 오동으로 만든 향로를 하나 놓아두고 아침저녁으로 옥유향 한 판씩을 피운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은자의 거처>中

사진에 꽂혀있는 책들은 외국 서점의 여행/음식 섹션을 가지고 온듯하다. -_-a

무튼, 앞에 있는 평상이 맘에 든다!! 보료는 0.1초쯤 맘에 들었으나, 보관이나 관리가 힘들것 같아 급포기. 적당히 푹신하게 깔아 놓고 이쁜 패브릭으로 마무리한다면, 그야말로 옆으로 기대 누워 혀에 침발라 책 넘기는 선비(?)의 풍류를 즐길 수 있을듯..

군데군데 삑사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까칠한 책에 집착하는 나 같은 독자를 만족시키는건 아마도 미션임파서블..이겠지만,  이런 기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뒤에 서양의 서가에 대해서도 두피정도 더 있는데,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가 독서광인데, ( 다이어트광인줄만 알았지.-_-a)  소장하는 책이 23만권이래나 뭐래나. 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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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08-05-0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잼있게 읽었어요^^ 저도 '나만의 서재'가 영원한 로망인데...지금은 계속 쌓이는 책들을 기증하고 팔고 다 없애고 있다는...좁은 공간 때문에요-..- 넘 슬퍼요.

하이드 2008-05-01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열심히 쓴 글에 댓글 달리면 기뻐요- ^^ BLACA98님~ 저도 한 번 안 읽을 책들은 다 배출(?)하고 있는데, 책읽는 속도가 책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계속 포화에요;;

조선인 2008-05-02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비주얼은 근사한 서재들인데, 수납은 정말 꽝인데요. 그래서 패스~

하이드 2008-05-02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약용 서재는 괜찮지 않나요? ^^ 사방탁자(이번에 처음 안 단어)는 서재 외의 공간에 좋아보여요~
 
2008년 4월 내맘대로 좋은책 - 책의날 특집 이벤트

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깔끔하게 한 줄이면 더 좋고, 길게는 두 줄 정도까지요.
- 커피와 와인에 미쳐살고, 동거견과 동거묘가 사는낙이며, 만성활자중독증 환자.


2. 일 년에 몇 권 정도 책을 읽으세요?
- 200권 정도?


3.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어떤 의미에서건) 가장 충격적이었던 책은?
-고민..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읽을때, 어느 순간, 정말로 따귀를 찰싹 맞는 기분이었다.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의 마지막 열장 정도를 읽을때, 내 몸의 모든 물이 분비되는 기분이였다. 왜 사람 죽으면 일곱구멍에서 온갖액이 나온다고 하는데, 나중에 그 비슷한 느낌이 아니였을까 하는 망상을 했더랬다.


 

 

 

4. 읽는 도중 3번 이상 웃었다, 라는 책이 있습니까?
많다. 많지.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빌 브라이슨의 책 대부분은 대굴거리며 읽는 편이다. 시마다 소지의 책도 웃기다. 유치한데, 웃겨. 최근에 읽은 <용와정 살인사건>도 손에서 못 떼고 길에서 읽으면서도 키득키득캬캬캬 거리면서 읽어냈다는.. 시마다 소지나 빌 브라이슨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코믹작가인가 싶겠다. 시마다 소지는 추리작가이고, 빌 브라이슨은 여행작가. ^^

 

 

 



5.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또는 닮고 싶은 책 속 인물은 누구인가요?
- 전혀 안 어울리지만,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읽을때 여주인공에 나를 대입하는 묘한 버릇이 들어있다.
- 닮고 싶은 책 속의 인물.. 이라기보다,그 인물을 꼭꼭 알고 싶은, 옆에서 버선발이라도 붙들고 있어도 아주- 만족스러울 것 같은 유메마쿠라 바쿠의 <음양사> 세이메이.... 으......
-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어색하지만;; 하드보일드 소설들에 나오는 탐정들? 우울, 멜랑꼴리, 자기학대, 뭐 이런것들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6. 이 작가의 책만큼은 챙겨 읽는다, 누구일까요?

 

 

 

 


- 디게 많은데 ^^ 챙겨 모으는 작가가 있고, 챙겨 읽기만 하는 작가가 있다.
* 챙겨 모으는 작가
1) 너세니얼 웨스트 - 네편의 중편소설만 쓰고 죽었다. 읽을때마다 매번 새로운 당황스러움.
2) 카슨 매컬러스 - 꾸준히 번역되어 나오지만, 일단, <슬픈 카페의 노래>와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을 빼고는 원서로만 다 가지고 있다.
3) 레이몬드 챈들러 - 번역본은 북하우스판으로 가지고 있고, 그 외에 세- 네버전정도를 가지고 있으며, 챈들러가 40페이지까지만 쓰다가 죽었던 <푸들 스프링스>나 레인 어쩌구도 있다.
4) 코엘울리치/윌리엄 아이리쉬 - 구할수 있는한 구하고 있다. <환상의 여인>은 여러버전으로 있고, 블랙시리즈를 틈나는대로 모으고 있음( 물론.. 틈은 잘 안 난다.)
5) 가브리엘  마르께스
일단 생각나는건 이 정도?
* 어쨌든 챙겨 읽고 선별적으로 모으고, 나머지는 버리는 작가
- 미야베 미유키, 시마다 소지.. 역시 지금 생각나는건 이 정도..



 

 

7. 남에게 선물로 줬던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 책선물 잘 안 한다.


8. 소장하고 있는 책 중 가장 고가의 책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 한때 패션포토그래퍼 책들을 사모으던 시절.. 십만원도 우스웠다. ㅡㅜ 한국에서 산 책 중 가장 비싼 책은 아마도 열화당에서 나온 배병우 사진집 (한정판이고, 교보에서 12만원)


9. '책은 나의 oo(이)다'. oo는?
- '책은 나의 생활이다'


10. 이번 달에 읽은 책 중 '내맘대로 좋은 책'은 어떤 것일까요?
빌 벨린저의 <이와 손톱>도 나쁘지 않았지만, 왠지 낚인듯한 마케팅 기법.. <음양사>는 언제나 좋고!  미야베 월드 2막인 <호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도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들이였다. (게다가 에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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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4-2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장.님.여.기.보.래.요.

turnleft 2008-04-30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은 여행작가라기보단 그냥 에세이스트 정도로..;;

하이드 2008-04-30 10:22   좋아요 0 | URL
빌 브라이슨은 여행작가죠! 그의 책 대부분이 여행에 관한 책들인걸요. 서점의 '여행' 코너에 있는건 물론이구요. ^^ 우리나라에는 두권밖에 안 들어왔고, 그 중에 하나가 여행책이 아니긴 하지만요.

turnleft 2008-05-01 02:06   좋아요 0 | URL
아 그게.. 책 수로 보면 여행(이라기 보다는 어디 가서 쓴)책들이 많은건 사실이지만, 최근 나온 [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나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같은 책을 보면 그를 여행작가로 규정짓는건 좀 억울하겠다 싶어서.. -0-;

하이드 2008-05-01 11:18   좋아요 0 | URL
오늘 새책 나온 것 보는데, neither here nor there... 가 번역되었더라구요. 급반갑! 사람따라 다르겠지요. 그가 여러분야의 책에도 손대고 있는건 맞습니다만, 그의 유년기,과학에 대한 책, 셰익스피어책까지도... 그의 전문분야는 아무래도 여행이지요.

Kitty 2008-05-01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 책은 저도 대부분 가지고 있어요! ㅋㅋㅋ
너무 웃기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버트 사부다의 책은 언제나 기대된다.
로버트 사부다와 <나니아 연대기>의 만남.

그는 그의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니아 연대기>가 다른 판타지들과 다른 것은 작가의 세계관덕이 크다.
<나니아 연대기>의 동화와 사부다의 상상력이 합쳐져서,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독자의 숨을 앗아간다.

사부다의 책은 한장한장 버릴것이 없긴 하지만, 몇장면 클라이막스스러운 장면들이 있다.
오즈의 마법사의 기구장면이라던가 앨리스의 카드가 마구 날아다니는 장면, 앨리스가 커져서 작은 집에 같힌 장면들 말이다.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어디 보자... 위의 사진 ④ 에 말타고 달리는 왕자님 장면을 자세히 보면, 굉장히 디테일하다.  손에 꼭 쥐고 있는 고삐의 줄까지도! 그리고 ⑥! 이 장면이 아마 클라이막스이지 않을까? 오즈의 마법사의 열기구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데, 배경그림이 섬세하고, 메인 역시 더 박력있어 보인다. ⑦은 그 동안 못 봤던 새로운 시도다. 이야기가 좌악- 펼쳐지는 압도적인 느낌-

마지막 장면은 사부다가 작업하는 모습-
젊고 훤칠하다. 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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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8-04-2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요...덥석 사기엔 좀 비싸요 ㅠ.ㅠ

코코죠 2008-04-2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지도 못하는 영문판을 아마존 예약 주문 대행까지 하셔서 덥석 사버린 1인)


손으로 뭔가를 잘 하는 남자는 정말 섹시하지 아니한가 말이죠. 사부다가 곤충이나 공룡, 멸종된 고대 동물들을 만들어낸 팝업도 너무나 근사해요. 이처럼 색을 잘 다루는 사람이 오로지 흰 색으로만 만들어낸 아메리카 찬양 팝업(?)이랑 크리스마스 팝업, 또 아프리카 축제 팝업도 훌륭하죠! 아 글쎄, 쿠키로 숫자를 세는 팝업북에서 바스락 쿠키는 '파삭' 소리까지 난다니깐요! 아시잖아요? 언제 한번 놀러오시겠어요? 제 방 책장의 마지막 칸은 일부러 크게 맞춰서, 그 다섯 칸이 다, 팝업북인데 말이죠!

아, 그런데 이 나니아 팝업은,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나의 아슬란님의 포스가 너무 앙증맞아진 것이 아닌가(다소 맹해보이기까지 한다눈!) 하는 불만이 있지만, 여전히 황홀하다눈 것이죠!

아, 그리고 하이드님, 저 이제 삼단 케이크 비슷한 걸 만들 수 있게 됐어요! 뭐 아직은 아무도 제가 말해주기 전까진 그게 케이크인줄 모르죠. 그냥 허름한 빌라의 계단인 줄만 알죠;; 하지만 뭐 좀 더 기다려 주세요. 약속은 지킨다니까요!


chika 2008-04-28 09:27   좋아요 0 | URL
(덥썩) 오즈마님, 친한척해도 되는거죠?
- 사인북 기다리는 1인. ^^

코코죠 2008-04-29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직 제가 만든 궁전이 아무도 궁전인줄 모르지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치카치카 치카님,전 우리가 친한 사이인 줄 알았는데, 오, 전 혼자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던가요! (석양을 향해 슬피 울며 뛰어간다)
 
베오울프
닐 게이먼.케이틀린 R. 키어넌 지음, 김양희 옮김 / 아고라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이미지가 지배하는 지금의 세계에서 읽는 환타지 소설에는 두가지가 있을 뿐이다. 영화화되서 성공하는 환타지와 시시해지는 환타지. 전자에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가 있을테고, 후자에는 <어스시의 마법사> , <에라곤>, <나니아 연대기> 등등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CG가 발달해도,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설 수는 없다. 책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을 바에는 가능한 책에 충실하거나(해리포터), 가능한 저자의 의도에 가깝게 파악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좋다(반지의 제왕) 예고편만 봐도 그림이 그려지는 <베오울프>이기에 잡설이 길었다. 

이 책보다 먼저 소개된 닐 게이먼의 <스타더스트>를 보고 이 책을 주저없이 샀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톡톡튀는 말투와 아름다운 묘사, 거침없는 전개 등을 기대했지만, 낯선 북유럽의 영웅이 외롭고 고독하게, 강력하고 아름답게 거기에 있었다. 

닐게이먼은 서문에서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종 이야기를 동물해 비유해 생각하는데,상어처럼 오래된 이야기도 있고, 인간이나 고양이처럼 비교적 최근에 이 땅에 등장한 이야기도 있다. 고 말한다. 요런 귀여운 말들이 나오는 서문은 <스타더스트>를 연상시킨다. 그의 이야기론에 의하면, 베오울프는 재발견되어 보호되며,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고 번식하는 동물같은 이야기이다.

 북유럽 신화에는 대부분의 독자가 낯설 것이다. 오직 하나의 필사본만 남아 있다는 베오울프의 이야기는 그 원형조차 굉장히 생소했다. (심지어, 나는 베오울프가 늑대인간 이야기인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전개는 거침이 없다. 1부에서 평화로운 젊은 시절 용을 물리치고 황금뿔잔을 얻어온 왕이 다스리는 덴마크 왕국의 연회홀이 완성된날, 그 유명한 꿀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며, 왕을 찬양하고 있는데, 소리에 유난히 예민한 늪의 괴물 그렌델을 고통스럽게 한다. 그때까지 잘 숨어있던 그렌델은 이제 마을로 나와 인간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덴마크 왕국에서는 왕이 엄청난 포상금을 걸고, 바다 건너 수많은 영웅들이 찾아 왔다 죽어나간다. 베오울프도 그 중 하나였다. 

1부는 베오울프와 그렌델의 싸움. 2부는 베오울프와 황금용의 싸움이다. 

베오울프라는 (아마도 북유럽에서는 꽤나 유명할) 영웅을 고뇌를 가진 인간의 모습으로 끌어내렸다는 것이 현대적이고 특이할만한 점인가본데, 베오울프를 찬양하는 신화를 접해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비교대상이 없다. 

작품 속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그렌델이 살던 그 늪 속처럼 모호하다. 그렌델은 악마인가? 보통, 악마에게 연민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베오울프는 영웅인가? 영웅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인간이다.그리고, 죽어서는, 전투하다 죽은 전사가 그러듯이, 전투의 신들이 달리는 평원으로 당당하게 들어갈 것이다. 

 그렌델과 베오울프, 왕과 왕비, 그리고, 물마녀( 뭐라고 부를까.안젤리나 졸리가 맡은, 이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닌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 이 중에서 물마녀는 인간이나 괴물이나 마녀나 반신이나 뭐, 그런거 보다는 배경같은 존재이다. (영화에서는 다르겠지만서도) 그 나머지 주요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쉽게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영웅시하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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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8-04-1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참......입맛이 써지네요. 영화보단 책이 나았으려나. 이 영화가 CG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색한 CG인의 연기가 몰입을 너무나 방해했어요. 졸리를 닮은 CG인은 미끈하고 매혹적이었으나 진짜 졸리만 못했고. 여튼, 하이드님이 책에서 느끼는 모호한 감정보단...계속, 아니 이걸 왜 100% CG영화로 했지? 애니메이션도 아닌게, 실사도 아닌게..라며 툴툴거린 기억이...
 
소설처럼 - 우리시대의 지성 5-016 (구) 문지 스펙트럼 16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은 작은 문고판 책이다. 네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아이가 책을 멀리하게 되는 계기, 다시 되돌리기 위한 부모와 학교( 교사) 의 역할,그 방법, 마지막으로 다니엘 페낙식의 '침해할 수 없는 독자의 권리' 

 다니엘 페낙처럼 맛깔스럽게 글을 쓰는 작가가 또 있을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약 1%쯤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는 나머지 99%의 우리의 무의식을 떠도는 수많은 생각거리들을 정확하게 글로서 풀어낸다. 매 페이지마다 무릎을 딱치며, '그러니깐 , 내말이 그말이었어' 하면서 작가의 그 대단한 능력에 샘이나 죽겠다. 그러니깐, '아이에게 즐겁게 책 읽는 방법을 가르쳐라' 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왜 코끝이 찡해지는거냔말이다. 그는 무디고 무뎌진 감정 사이의 미처 덜 굳어진 부분을 무식하게 푹푹 쑤셔대는 재주가 있다. 나는 애초에 그런 재주는 없으므로, 이 책이 이렇고 저래서 좋다는 것을 말하기도 힘들고, 이 책의 정말 멋진 어느 한 부분을 떼어다 보여주며 '정말 좋지 않아? 좋지! 좋지!' 할 자신도 없다. 만약 그래야 한다면 나는 이 책의 첫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오늘 밤새고 타이핑을 해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올해 유난히 '독서' 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엄밀히 말해 독서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책은 아니지만)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 표정훈의 '탐서주의자의 책' 하워드 블룸의 '교양인의 책읽기' 등등 각각의 특징이 있는 책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책이라는 점이다. 

 이 책 역시 '독서'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의 '책사랑' 에 대한 이야기보다 아이들에게 혹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나누는가' 에 대한 책이다. 그가 오랜동안 중등교사였던 경험을 십분 되살렸으리라. 입시의 압박에 외우기식 교육에 요령만 늘어간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정말 불쌍해진다. 

 이 책에는 평소에 '책은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야' 라는 내 생각에 똑 떨어지는 부분도 있고 그 반대이지만, 생각해보고 고민해볼 거리로 남겨진 부분도 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는 나도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정말 즐겁게 책 읽는 즐거움을 나누어 주고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읽어나가면서 나는 책 읽는 즐거움에 이제 막 발을 담글랑 말랑 하는 '아이'였고 배우는 입장으로 끝까지 읽어나갔다. 이 책을 읽고 감히 '나와 독서' 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희열을 느끼기 위해서도 독서는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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