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환상문학전집 23
크리스타 볼프 지음, 김재영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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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 신화를 알고계세요? 사실, 메데이아 혹은 메데아란 이름은 제게 낯설었답니다. 서양문화 2000년 최고의 악녀라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아르고호와 이아손의 황금양털을 구하기 위한 모험. 이라고 하면, 아, 하며 끄덕끄덕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아손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이아손은 이올코스의 왕인 아이손의 아들인데, 어릴적 이복형제인 펠리아스에 의해 쫓겨나게 됩니다. 성인이 되어 왕위를 되찾기 위해 가던 중 누추한 노파로 변장한 여신 헤라를 도아주기도 합니다. 이 때 한쪽 샌들을 잃어버립니다. '한쪽 샌들만 신은 아이손 가문의 남자가 자기를 파멸시킬 것' 이라는 신탁을 받았던 펠리아스는 이아손을 없애버리기 위해 계책을 꾸며 그에게 코르키스에 가서 황금 양모피를 가져오면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조건을 세웁니다. 이아손은 아르고호라는 배에 그리스의 이름난 영웅들을 이끌고 코르키스에 도착하지만, 코르키스의 왕 아이에테스는 그에게 불을 내뿜는 황소로 밭을 갈고, 거기에 용의 엄니를 뽑아 뿌리면 그가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합니다.

이 책은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뒷 이야기는 이아손이 아이에테스의 딸이며 마녀인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황금 양모피를 가지고 귀국을 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에테스왕이 못 쫓아오도록 메데이아는 어린 동생을 죽여 살점을 바다에 뿌립니다. 이런저런 모험 끝에 귀국하게 되나 그 사이 펠리아스가 아이손을 죽였음을 알고, 이아손은 메데이아의 힘을 빌려 펠리아스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코린트로 달아납니다. 세월이 흘러 이아손과 메데이아 사이에는 두 아들이 생겼고, 이아손은 코린트 국왕의 딸 글라우케와 결혼하여 코린트에서 권력을 잡고자 합니다. 격분한 메데이아는 왕과 신부, 그리고 두 아들까지 죽이고 멀리 달아납니다. 라는 것이지요.

처음부터 '마녀'로 등장하는 메데이아는 신화속의 또다른 유명한 마녀 키르케처럼 유능한 치료사이고 마법사입니다.
이 책 속에서 키르케는 메데이아의 이모로 나오고, 아르고호가 귀국하는 사이 들러서, 고국을 등지고 새로운 곳을 찾아 도망가는 메데이아의 미래의 모습의 복선과도 같이 비참한 모습입니다.

언젠가 한 무리의 남자들을 돼지 떼처럼 섬에서 쫓아낸 적이 있었지. 그러면서 나는 그들이 티끌만큼이라도 스스로를 인식하도록 도와준 것이기를 내심 바랐단다. 메데이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느냐?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은 정말 사악해질게야. 서서히 사악해져서 종내는 바닷가에 홀로 서서 저주를 퍼부으며 아무도 섬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할 게다. 그들이 나한테 쏟아 부은 그 모든 사악함, 야비함, 비천함은 물처럼 쉽게 흘러 나가는 게 아니더구나.

이야기 속의 가장 큰 갈등은 현재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옛관습을 악용하고 시민을 선동하는 권력자와 자신의 두려움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광포하게 구는 시민들과 메데이아, 코르키스의 강한 여인, 치유자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Medea, Stimmen>으로, <메데이아, 목소리들>로 번역됩니다  <...'악녀'를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은 이 책이 이야기하는 정반대를 가르키고 있어 찜찜합니다만, 원제의 '목소리들' 이 나타내듯 '목소리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메데이아-이아손-아가메다-메데이아-아카마스-글라우케-로이콘-메데이아-로이콘-메데이아' 각각의 목소리들은 일반 소설의 챕터역할을 하고, 챕터의 제목인 등장인물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책의 첫페이지에 이와 같은 방식을 '아크로니 :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고 사건들을 동시에 일어난 것처럼 배열하는 이야기 방식. 비시간적 서술' 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어려워보이고, 처음 읽을때는 낯설지만,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점점 더 메데이아에 몰입하게 됩니다.

메데이아라는 소위 '악녀' 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에 나오는 진짜 악녀로는 메데이아의 제자였던 아가메다가 있습니다. 메데이아를 증오하는 그녀는 ... 왜 그토록 메데이아를 증오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메데이아가 사랑을 덜 줘서? 메데이아에게 열등감을 느껴서? 라고 짐작하지만, 그 증오의 깊이가 너무나 깊습니다. 다시 정독해볼 일입니다. 아무튼, 그녀는 메데이아를 파멸로 이끄는 열쇠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예리한 지성을 지니고 있으며, 코르키스에서 온 사람 중에 유일하게 코린토스에 집요하게 적응한 여인입니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로 듣는 그녀는 꽤나 정떨어지는 여자입니다만,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것만은 아닙니다. 굉장히 시니컬한 그녀에게 어떤 사정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과 우리의 관심이 일치하기 때문에 자신과 우리를 경멸한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그걸 안다는 것을 아카마스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리의 관계는 차츰 밑도 끝도 없는 것이 되어 가고, 그래서 정말이지 신명이 난다. 명쾌한 관계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메데이아와 아가메다 외에 이야기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여인은 등장부분은 짧지만, 그만큼 강렬한 등장과 퇴장을 하는 코린토스 왕의 딸 글라우케입니다. 어릴적 경험한 일로 인해 트라우마가 있고, 심리적 불안감은 종종 발작으로 드러납니다. 깊은 내면 속에 묻어둔 '기억'은 약한 그녀의 몸과 마음을 억압합니다. 메데이아를 만나 한때 그녀를 억압하는 사슬이 느슨해지나, 운명은 그보다 더 강해, 그녀를 비극으로 몰고갑니다.

섬세한 영혼과 지성을 지닌 아가메다와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글라우케는 내내 메데이아를 증오하지만, 그 증오 아래에는 강렬한 애정과 경외와 질투와 시기가 있습니다.  극도로 복잡미묘한 그것은 남녀관계따위의 복잡함과는 비교도 안됩니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에 한눈에 반하고, 이아손 역시 메데이아를 처음 본 순간 그녀에게 빠집니다.
이아손의 이야기는 이아손의 목소리로 들어도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 우유부단하고, 남에게 책임을 돌리고,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는 원래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그. 뭐, 어쨌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메데이아니깐요.

남은 주요 등장인물로는 아카마스와 로이콘, 그리고 왕들.이 있습니다.
왕들은 어째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쁜 마법사에 홀린 상태의 로한의 왕과 같은 포스입니다. 권력이라는 마법에 홀린.   
아카마스와 로이콘은 둘 다 코린토스의 실세였으나, 아카마스는 권력지향으로 남았고, 로이콘은 권력의 뒷켠으로 물러났습니다. 아카마스는 아가메다와 관계를 맺고 메데이아를 제물로, 희생양으로 파멸로 몰고가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의 아카마스의 심리는 단순한 신화 속의 악당은 아닙니다. 이 이야기가 매력적인 이유이지요.

로이콘은 이 모든 일을 지켜보는 사람입니다. 존재감은 희미하지만, 어쩌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이니 미워할 수 없습니다.

저기 나의 별자리들이 다시 튀어나온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이 일들은 얼마나 증오스러운가. 전부 혐오스러울 뿐이다. 이제 이런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내 말에 귀기울여 줄 사람도 없다. 외롭게 홀로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별들의 궤도를 지켜볼 뿐이다. 그리고 좋든 싫든 끊임없이 눈앞에 떠오르는 영상들을 보고,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들을 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인간이 무엇을 감내하고 사는지 미처 몰랐다. 이제 여기 앉아서, 인류는 견디기 어려운 것을 견디어 가며 목숨을 부지하고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능력, 이 진저리 나는 능력 덕분에 존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혹시 예전에 이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구경꾼으로서 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불행이 가슴을 찢어 놓지 않는 한, 결국 구경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까지입니다. 메데이아의 이야기를 빼고 여기서 리뷰를 마칩니다. 메데이아의 목소리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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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7-0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스트 작가라는 별명이 안붙었으면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봤을까요- 책 다 읽고 뒷편보니 불과 몇개월 전에 산 책인데, 2005년 초판이더라구요;;
이런 책이 ㅠㅠ 이렇게 묻혀버리다니!!!!
그래도 전 하이드님 덕에 정말 좋은 책 많이 읽습니다- 항상 고마운 마음^^;

마음이 정말 말 그대로 무겁네요. 책장 넘기기가 참 힘들었어요.
 

하이드의 100권의 책들

하이드가 자신의 서재에서 직접 고른 책들 100권을 전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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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7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는데 없는 책도 있고, 갖고 있는데 안 읽은 책도 있고...일곱 권쯤.ㅜㅜ

하이드 2008-08-17 16:19   좋아요 0 | URL
제 리스트에 아무래도 미스테리쪽이 많죠? ^^ 사실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미스테리가 적네. 싶긴 했지만요. ^^

2008-08-17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18 0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8-08-1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것이 세가지뿐이네요.. --;
개 부인(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 표지 덕을 볼까요, 못 볼까요? ㅎㅎㅎ

하이드 2008-08-1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 부인하고 같은 시리즈인 벚꽃동산은 굉장히 이쁜 표지와 판형과 종이에요- 시대를 앞서나갔죠. ^^ 체호프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표지덕 볼만한 책이에요- ^^

perky 2008-08-18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스트 '찜'해놨어요. 기회닿는대로 한번 읽어보려구요.(저는 이 중에 읽은 책이 25권 있네요.^^)

하루(春) 2008-08-18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어제 안 그래도 박찬욱의 추천책 보고 뭘 고를까 고민했는데... 여기서도 고민을 해야 겠네요. 추천 고마워요.

하이드 2008-08-18 0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春)님/ 다음달에는 어떤 지식인의 서재가 나올지 벌써 궁금해요. ^^
차우차우님/ 와- 25%면 많이 겹치네요- ^^ 차우차우님의 리스트도 궁금해요-

mong 2008-08-1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른 아홉권 읽었어요 긁적
박찬욱 감독하고도 심하게 많이 겹치던데
그나마 아주 이상한 취향은 아닌 모양이에요 풋

하이드 2008-08-1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저랑 박찬욱 감독이랑 겹친다고 '이상한 취향 아니'라고 자위하면 안될듯 ㅋㅋㅋ

보석 2008-08-1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6권 겹치네요. 역시 추리소설에서;;

하이드 2008-08-21 06:02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죠. 추리좋아하시는 분들은 저랑 겹치는 것 많을꺼에용-

Joule 2008-08-2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의 역사 괜찮았나요? 선물받은 영문판이 있어서 어느 버전으로 읽을까 고민만 하다가 타이밍을 놓친 책인데.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꽤 괜찮았나봐요. 하루키의 <먼 북소리>에도 괴테의 그 책 이야기가 슬몃 나오던데.

하루키의 <먼 북소리>는 정말이지 100권 안에 들어갈 만 해요.

하이드 2008-08-21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 꽤 오랜동안 짝사랑해 온 책이에요- 좋습니다-

제가 그닥 에코의 매니아는 아니지만, <미의 역사>같은 책은 참 좋아요. 저런류(?)의 책들이 많은데, 저렇게 모둠해놓은 책일수록 뭔가 아숩고, 정이 안가기 마련인데, 이 책이랑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예외에요.

Kitty 2008-08-23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2권밖에 안되네요;;; 추리소설, 아니 소설 자체를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런 듯 ㅠㅠ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저도 사랑하는 책입니당!

지금만지러갑니다 2008-10-05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100권의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제가 요즘에 소설책에 관심이 많은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죄송하지만 박찬욱 감독님이 책을 추천했다고 하던데 그건 어디서 볼 수 있습니까? 그리고 혹시 아시는 분들 중에 하이드님 처럼 자기가 읽은 것 중에서 몇 십개나 백개씩 간추려 추천 하는 글들을 알고 계시다면 저에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이드 2008-10-05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din.co.kr/misshide/2245431

네이버에서 하는 지식인의 서재에요. 지금은 건축가 승효상씨 것 하고 잇구요. 혹시 박찬욱 감독의 100권이 없다면, 위의 링크에 제가 적어 놓기는 했습니다. ^^
박찬욱 감독이 추천하는 책들이 저와 취향이 맞아서 옮겨 놓았지요.

미스테리 쪽이라면, 하우미스테리같은 사이트에서 개인추천이라기 보다는 일본에서 했던 자료들을 올려 놓는걸로 알고 있어요. 개인추천으로 저렇게 우르르 올려 놓은건 잘 못 본것 같구요. 알라딘에선 알스님 서재에 가면, 한번 책얘기할때 한꺼번에 수십권씩을 이야기하시는 내공을 지니셨습니다.

지금만지러갑니다 2008-10-0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답변 감사합니다. ^^

미키루크 2009-05-02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는 38권 겹치네요.(뭐 다 읽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최근 들어 이 리스트 이전에 하이드님이 추천한 책들이 맘에 들어 꽤 많이 산 것 같은데 이 추천리스트를 보니 괴롭네요. 지금도 3개월 평균 118만원 정도 사거든요. 그동안 자주 서재에 들어오긴 했는데 한 번도 글을 남기지 않아 오늘 처음 남겨봅니다. 글도 무척 재밌네요. 몇 년 전의 플라시보님을 보는 것 같네요. 맛은 좀 다르지만...

Madmundane 2009-11-25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본 건 12권이네요. 정원일의 즐거움은 읽다가 책이 도망쳤고, 신설국은 읽었지만 설국은 아리송. 엠버는 다 못 읽었지만, 그래도!

꽃핑키 2010-01-1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ㅍ_ㅍ 읽은책은 고작 4권 집에 모셔두고 읽지 않은 책이 10권 ㅋㅋ 이네요 ㅋㅋ
늘.. 내집 드나들듯(?) 드나들며 하이드님 글 잘 보고있습니다:)

2010-08-22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3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3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09-07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겹치는 책은 불과 10권이네요..(조르바, 백년고독, 베르사유의 장미, 여행의 기술, 노년에 관하여, 설국, 피터드러커 자서전,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로마제국쇠망사)

마리 앙투아네트는 까마득히 오래전에 읽었었는데, 이 작품의 저자가 슈테판 츠바이크인줄은 오늘 첨 알았네요.

여러번 들어봤던 미의 역사, 서양미술사, 독서의 역사는 하이드님의 페이퍼 덕분에 보관함에 단단히 담아 봅니다..

종이달 2022-05-1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http://event.naver.com/kin_library/200808/kin_booklist.html
클릭하면 커짐

요즘 나의 화장실 책은 <박찬욱의 오마주>.
하나씩 끊어 읽는 책은 화장실에서 보기에 무척 적합.
책값이 무지 비싼 것을 보고 깜놀.
적절하게 네이버에 마침 지식인의 서재에 박찬욱 감독이 나온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서재를 보라고 했다. 응?
서재로 본 박찬욱 감독은 흥미로운 사람.
반 정도(정확시 43권)는 내 서재에도 있는 책들이다.
인터뷰를 보고, 가장 읽고 싶어서 보관함으로 들어간 책은 <관촌수필>
계속해서 바뀔 하이드 서재의 100권을 만들어봐야겠다.
100권이라...
시간 많지?
그눔의 잠병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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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눈에 들어오는 건, 관촌수필,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리디아의 정원, 맛, 다섯째 아이...정도 갖고 있네요.^^
 

크리스타 볼프의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을 샀던건 황금가지에서 나오는 '환상문학전집' 시리즈를 사고 있었기 때문인데,(<뉴로맨서>까지 샀는데, 읽는 것은 처음이다;; )

어슐러 르 귄의 책을 무지하게 재미없다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그 이름 옆에 있는 이 책도 재미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나보다.

별 이유없이 읽기 시작한 이 책의 열페이지 정도는 그런 내 맘을 굳혀주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따옴표도 줄바꿈도 없이 나오는 통에 지금 화자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아이인지 노인인지 당췌 구분이 안 갔던 까닭이다.

메데이아(또는 메데아라고도 읽음)는 신화속에 나오는 서구문학 사상 최고의 악녀로 불려진다.  

 

이아손의 아버지 아에손은 이올쿠스왕 크레테우스의 아들이었지만 크레테우스가 죽고
크레테우스의 양아들 펠리아스가 왕위를 차지하자 이아손은 센타우로스(반인반마)인 키론에게
보내져 교육 받다가 스무 살이 되자 이아손은 왕위를 되찾기 위해 이올쿠스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강을 건너는 노파를 돕는데 그녀가 바로 변장한 헤라였고 그런 이유로 헤라는
이아손을 돕습니다. 펠리아스는 돌아온 이아손을 죽이기 위해 콜키스왕 아에테스가 갖고 있는
황금양털을 가져오면 왕위를 주겠다고 하고 이아손은 최고 용사들을 모아 원정을 떠납니다.
이아손이 타고 떠난 배의 이름은 아르고인데 아르고호 원정에 참여한 용사들은 오르페우스,
헤라클레스, 멜리거, 아우게아스, 아킬레스의 아버지 펠레우스, 아이아스의 아버지인 텔라몬,
역시 또 다른 아이아스의 아버지인 오일레우스, 헬렌의 형제인 카스토르와 폴룩스, 바람의 신
보레아스의 아들들인 제테스와 칼라이스 등등입니다. 이아손이 콜키스섬에 도착하여 황금양털을
요구하자 아에테스왕은 불을 뿜는 두마리 황소에 멍에를 씌우고 밭에 용의 이빨을 뿌리고 쟁기를
갈면 주겠다고 하였고 헤라의 요청으로 비너스는 아들 큐피드를 시켜 황금화살을 쏘아
아에테스왕의 딸이자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손녀인 메데아가 이아손과 사랑에 빠지게 합니다.
메데아의 도움으로 과업을 성공하지만 황금양털을 내놓지않자 메데아는 황금양털을 훔치고
남동생 압시르투스마저 갈기갈기 찢어 바다에 뿌리고 남동생의 시체를 수습하느라 아버지인
아에테스는 추격을 포기합니다. 아르고호는 사이렌섬을 통과하는데 그리스 최고의 가수였던
오르페우스가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선원들을 사이렌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합니다.
이아손은 황금 양털을 가지고 이올쿠스로 돌아왔지만 펠리아스는 왕위를 넘겨주지 않았고
화난 이아손은 메데아와 함께 펠리아스의 딸들을 꾀어 펠리아스를 죽였고 그 죄로 이올쿠스에서
추방당하고 코린트섬으로 가는데 이아손은 코린트의 왕 크레온의 딸 글라우체와 결혼하기 위해
메데아와 이혼하고 메데아는 자식들마저 죽이고 도망쳐버립니다.
그 후 이아손은 아르고호에서 떨어져나온 나무조각에 맞아 비극적인 죽음을 맞습니다.
아테네로 도망온 메데아는 아테네의 왕 에게우스와 재혼하고 마치 주몽과 유리왕을 연상시키는
에게우스의 숨겨둔 아들 테세우스가 아버지의 물건을 들고 나타나자 독살시키려했으나 에게우스의
방해로 실패하지만 결국 황소 미노타우루의 제물로 테세우스를 바치게 하고 살아 돌아온
테세우스를 흉계를 꾸며 죽이고 맙니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손녀 메데아 그리스신화에서는
그녀의 이모였던 키르케처럼 마녀로 묘사되는데 그리스신화에서 헤라클레스, 아킬레스 다음가는
영웅들인 이아손과 테세우스를 직간접으로 죽이게 됩니다.  (출처 : http://letstalk.tistory.com/3621)

이야기의 톤에 점점 익숙해지다보니,쉬이 빠져들게 되었고, 메데이아 외의 첫번째 악녀인 메데이아의 옛제자 아가메다가 등장했을때부터 이 이야기에 점점 반하게 되었다. 읽으면서 내내 학교때 읽었던 <카산드라>라는 책이 떠올랐는데,  지금 반 정도 읽었을 뿐이지만, 홀딱 반해버린 작가 크리스타 볼프의 다른 책을 주문하려고 앉았더니, <카산드라>가 이 작가의 책이었다.

신화속의 비극적인 여자들의 속내를 세심하게 풀어내는 점과 마녀로 몰릴 수 밖에 없었던 천재성과 합리성을 지닌 여성의 존재를 그렸다는 점에서 내가 <카산드라>를 떠올린 것은 당연하다.

예전에 크리스타 볼프의 <카산드라>를 공부할 때는 (내가 무려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는) 크리스타 볼프는 페미니즘 작가로 분류되었다. (얼마전 책정리하다 오래된 <카산드라>와 원서를 본 기억이 있는데, 필받아서 찾아보려니, 다시 숨어버렸다.) 환상문학전집의 메데이아 책소개는 '악녀'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며 한 편의 팜므파탈 판타지 신화를 예상하게 한다.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에 의해 시작된 팜므파탈은 "남성을 죽음이나 고통 등 치명적 상황으로 몰고가는 '악녀', '요부'" 를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팜므 파탈' 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크리스타 볼프라는 작가는 이아손이 건넜던 거친 바다의 파도만큼이나 생생하고 차가운 캐릭터들을 재창조해냈다.
어리버리한 바보남자들과 그 남자들에 의해 '팜므 파탈'이 되는 여인의 이야기는 2천년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남자와 여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좀 읽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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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다아시경 시리즈 2탄이자 유일한 장편이다.
<마술사가 너무 많다>라는 이름이 낯익다면, 런던 후작이라는 몸 움직이기 싫어하고, 앉아서 사건을 해결하려들며, 본 트리옴페(영어로 번역하면 굿윈 정도?) 라는 왓슨 비스무리한 부하가 있는 등장인물이 낯익다면, 당신은 미스테리 매니아.

그렇다. 제목과 책 속의 런던 후작은 대놓고 렉스 스타우트의 <요리사가 너무 많다> 와 네로 울프와 굿윈의 패러디. 그 커플(?)의 팬인 나로서는 제목부터 반가운 일이다.

이 시리즈는 SF로 분류되지만, 내용은 홈즈식 정통 추리소설에 가깝다. 소설의 배경은 20세기 런던인데, 마술사가 있다.
여기 나오는 마술사는 마술사 하면 떠오르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식의 마술사라기 보다는 과학자라거나 기술자라거나 변호사라거나 CSI라거나... 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은근히 까칠한 다아시경과 만만치 않은 성격의 그의 파트너 마술사 숀은 이중첩자의 죽음과 마스터 마술사의 죽음을 해결하게 된다. 각각의 사건으로 여겨졌던 두 사건은 연결되어 있고, 다아시경과 숀은 단순살인사건이 아니라 국가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숀이 런던탑에 갖히게 되고, 숀을 이용해 다아시경으로 하여금 공짜로 사건해결에 뛰어들게 하려는 '네로 울프'를 연상케 하는 음흉스런 런던 후작, 거기에 대응하는 재치있는 다아시경의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한 사건의 연속이다.

제목처럼 마술사가 많이 나오는데, 사건의 배경이 마술사 대회가 열리는 호텔이어서이다.
서 어쩌구 하는 마술사들의 서를 거의 끝까지 西로 알았다는.. 그래서 東이나 南으로 시작하는 마술사는 안 나오나 기다렸다는 멍청한 독자도 있다. (오즈의 마법사의 서쪽나라 마녀, 남쪽나라 마녀가 잠재의식 속에 있어서라고 하면 너무한 핑계인가?)

서는 물론 Sir다. 다아시경이 lord  니깐 sir랑 구별해서 sir를 '경'이라고 부르지 않는 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서 제임스 즈윈지, 서 라이언 갠덜푸스 이런식으로 나오는 이름의 서를 써ㄹ~로 생각하게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읽고 나서 괜히 억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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