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필연적으로 복잡해지는 인생을 감수하고, 고양이와 개를 한마리씩 들인다.
고양이는 고양이를 부른다고 헤밍웨이가 그랬던가?  

책을 보고 샀는데, 요네하라 마리는 워낙 잘 알려진 저자였다. 러.일 동시통역가 및 번역가로 일하면서
소설과 각종 에세이를 쓰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여러권 소개되었다. 그녀의 책들을 읽다보면,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았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의 조각들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물론
그것이 주다.  

경쾌한 시작은 이 책은 노란색의 발랄한 표지와 잘 어울려서, 구매욕을 높인다.

그러나, 읽다보면, 질투와 시기심반 부러움반으로 조금씩 불만이 쌓여가고,
이 책이 픽션이 아니란 사실에 쇼크를 받는다.  
딱 그 쇼크만큼이  일본에서 고양이 키우는 그녀와 한국에서 고양이 키우는 나와의 갭일 것이다. 쳇.

물론, 일본은 어떻고, 한국은 어떻다. 라고 말하는건 좀 위험할지도 모른다.
일본 중에서도 아마, 그녀와 그녀 주위에는 고양이를 유난히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해본다.
그런 와중에 그녀가 탄 택시 기사의 며느리가 새끼고양이를 한마리씩 강에 빠트려 죽이고, 그 며느리도 나중에
'고양이의 복수인가?'로 죽는다는 이야기는 이 책에서 유일한 호러 에피소드인셈이다.

다 읽고 나니, 그렇구나 싶지만, 그렇게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너무 자세하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러시아 정세;; 도 좀 NG이긴 했다.

위의 두가지를 제외하곤, 시종일관 고양이와 개를 키우며 사는 것에 대한 감동의 도가니이다.
책 속의 고양이와 개들은 모두 말을 한다;;
물론 나도 고양이말을 늘 연습하긴 한다만, 글로 옮겨 놓으니, 좀.. 그렇다.

고양이와 개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잔잔한 이야기들은 교훈적이다. 고양이 똥과 오줌을 매일같이 캐고,
고양이 화장실을 삽으로 다져주면서 매일아침 다도실의 화로를 다지는 '선'의 의미를 떠올리기도 하고,
매일 아침 마당을 쓰는 산사의 동자승을 떠올리기도 한다.

비단 고양이와 개가 아니라도, 인생을 조금 비틀어, 재미있고, 즐겁게 볼 수 있다면, 뭐, 그걸로 좋지 아니한다.


이것은 나의 고양이 말로군 - 나의 고양이어 선생님이시기도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끼리공장 2008-09-1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끼고양이를 죽인, 택시기사의 며느리는 죽지 않았습니다.
임신했던 아이를 사산했고, 그후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했죠.

하이드 2008-09-1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적으면서도 까리까리 했는데, 그랬군요. 무튼, 그 에피소드는 좀 엽기였어요;;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꽤나 재미있고, 유쾌하게, 동시에 군지렁 대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을 산 이유는 러일 동시통역가인 저자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겪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어보여서였는데 ...

그녀는 독신으로 살면서 고양이 여섯마리와 개 두마리를 키웠다.
첫 시작부터 무지 유쾌한 책이다.

읽다보면, 이것은 판타지인 것인가! 고양이가 나오는 키친싱크 드라마인것인가.
혹시 픽션인데, 내가 논픽션으로 알고 읽는 것인가. 책을 뒤집어 보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읽어냈다.나의 이런 촌스런 쇼크는 우리나라에서 고양이 키우기와 일본에서 고양이 키우기의 갭이 딱 고만큼임을 말한다.

질투와 시기 반, 부러움 반으로 책을 읽어내고난 후라, 만족스러운지 그렇지 않은지도
멍하지만, 책을 다 읽고, 뒷표지의 책날개를 보고 또 한번 다른 의미에서의 쇼크
요네하라 마리라는 이름은 나에게 너무나 생소한데..
마리라는 이름만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와 그녀의 개 이야기에 대한 책 한권을 읽으면서, 익숙해졌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 그리고 애견탐정 사기꾼의 이름만이 실명으로 나온다.

이 책은 예전에 센트럴 영풍에서 보고 찜해놓았던 책인데, 얼마전에 키티님의 페이퍼를 보고,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는 중이다. 그럭보니, 이 책에 고양이 얘기가 곁가지로 나온다고 얘기 들었는데,
같은 작가였다. 

어떤 책과 그 작가에 좋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 작가가 하필 고양이와 개를 좋아한다면, 그 작가에 대한 호감도는 급상승한다. 하지만, 그 반대 경우라서 조금 묘하긴 하다. 지금 심정으로는 내가 골라 놓은 <대단한 책>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고 하겠다. <대단한 책>의 프로필은 예전 오프서점에서 봤을때부터 알고 있었다. 통,번역을 하고, 그런 그녀가 읽어온 책에 대한 책이다. 라고.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를 읽으면서, 그녀의 통,번역 라이프 이야기를 곁가지로 읽으면서도, 그녀가 그녀라는 생각은 당연히 못했다. 순수하게 주제와 책내용만 가지고 책을 고르면,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사소해보이지만, 나는 지금 혼자 디게 신기해하고 있다.   

뒷날개에 나온 책들.. 첨에 나는 같은 출판사의 책들을 선전해 놓은 것인줄 알았다.
제법 눈에 익은 <올가의 반어법>이나 한때 보관함에 들어있던 <프라하의 소녀시대> 도 있었고,
다른 장르로 보이는 <미녀냐 추녀냐>(로맨스소설필인데, 통.번역에 관한 에세이다. 헐
<속담인류학>,<유머공식> 과 같은 책도 실용서과나 한번읽고 버릴과로 보였기 때문인데,

이 모든 책들이 다 요네하라 마리라는 여자의 책이다!

보통의 수순은 '책을 읽는다' -> '작가에게 호감을 느낀다' -> '작가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인데,
이 순서가 조금 꼬인 것 같은 기분. 이랄까. 무튼, 그녀의 <대단한 책>은 더욱 굳건히 내 장바구니에 자리잡았고,
나머지 책들에도 관심의 눈을 돌리는 중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8-09-13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프라하의 소녀시대, 마녀의 한다스 봤는데 둘다 재밌게 봤어요. 괜찮은 작가예요. 요네하라 마리... ^^너무 일찍 죽어서 안타까운...

하이드 2008-09-13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죽었어요, 이 작가??

BRINY 2008-09-13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으로 작년인가에 죽었어요. 너무 아까와요.

하이드 2008-09-1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요. 소냐,타냐,도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4박5일의 울산집 방문도 나름, 집떠남이라고, 챙겨야할 수 많은 꺼리들을 뒤로 하고,
책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내가 글치 뭐. 아, 정말 우리집 책장에는 수많은 신간들로 가득하다( 생일즈음하여 한 스무권 챙겨서 더욱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두근거리는 이 기분은 서점에서 사고 싶은 책이 많아 뭘 살까 고민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내 집, 내 책장, 내 책들 앞에서, 거 참;;

아무리 시간이 널려있어도 하루에 한권씩은 못 읽어내지만, 네권- 다섯권. 정도로 권수를 정해놓지 않으면, 가져갈 책은 한정없이 늘어난다. 차 안에 책이 가득 차 있고, 나와 고양이와 개가 쪼그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혼자 피식 웃는다. 

일단, 지금 읽고 있는 무미건조한 스파이 소설 존 르까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들어가겠다. 그 다음에 읽으려고 꺼내 둔 주제 사라마구의 <돌뗏목>도 들어간다. <프리다 칼로>.. 미술가에 대한 책을 좋아하긴 하는데, 막 사랑 얘기만 나오면 어쩌나 싶어 고민중

 



브록마이어의 <로라, 시티>를 읽다가 나와서 다시 한번 (신간 나왔을때 한번, 샀을때 한번, 책 도착했을떄 한번, 그리고 한참 있다) 내 눈에 들어온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꺼내 놓았다. 앤 패디먼의 <세렌디피티 수집광>은 어느 곳으로 떠나건 가지고 갈 법한 책이다.
요네하라 마리의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괜시리 공감가는 상황들에 사버린 책이다.  가져갈까, 말까, 한 두장 넘기다가 읽기 시작했는데...

집을 떠남-> 짐을 챙김-> 챙겨야할 중요한 것들을 뒤로 하고, 책을 고르기 시작-> 책몽상에 빠져듬-> 고르다가 읽기 시작함-> 밤이 가버림 .. 의 순서를 밟는건가;;

이렇게 적고 보니, 대단히 책을 좋아하는 문학소녀같다. 맘에 든다.
하지만 현실은...

무튼,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의 시작은 이렇다.
러시아어 통역가인 그녀가 보낸 7년여전의 연하장

'고텐바 시에 출장을 갔다가 고양이 2마리를 데리고 왔답니다. 그 둘의 성장과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올해는 10년만에 집에서 새해를 맞이합니다. '

그 이듬해의 연하장

'재작년의 고양이 2마리에 이어 작년에는 출장지에서 집 없는 개 1마리를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인생을 자꾸만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연하장을 받고 전화를 걸어온 은사님 왈 '고양이나 개도 좋지만, 자네는 그보다 빨리 인간 수컷을 키우도록 노력하게. 인간 수컷 말이네!"

5년전의 연하장
'모스크바에서 데리고 온 은색 새끼 고양이 2마리를 더해서 저희 식구는 마침내 7명(고양이4, 사람2, 개1)이 되었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두번째 연하장에 나온 집없는 개 '겐' 이다. '겐'을 집으로 데려왔는데,

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고양이 무리와 도리가 털을 곤두세우고 등을 둥글게 한 다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무섭기는 해도 차츰 호기심이 더 강해져서 5미터에서 3미터, 다시 1미터로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겐은 기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모습으로 꼬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두 마리의 고양이에게 우호적인 소리를 냈다. 물론 고양이들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고양이들은 적개심에 불타는 눈빛으로 자신들의 7-8배는 되는 이상한 생물을 노려봤다. 순식간에 수컷인 무리가 접근하여 오른쪽 앞발로 겐의 코를 탁 때렸다. "깨갱, 깨갱." 겐이 뒷걸음치며 울부짖었다. 새카만 코 위에 빨간 선이 휙 그어지더니, 피가 뚝 떨어졌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견원지간'이라고 하는데, 러시아와 영어권에서는 '견묘지간'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레오가 있고, 말로가 오기는 했지만, 둘은 서로 상채기 하나 안내고 얼마나 잘 지내는지..
말로는 레오한테 장난 칠때도 절때 발톱을 내지 않는다. 서열 정하려면, 한번은 씨게 싸울법도 한데, 둘 다 순둥이들
우리집 서열은 '나(왕) - 그리고 나머지'로 밥 주는 사람한테 잘 적응한다 하겠다.

한챕터만 더 읽고 짐 챙기기 시작해야지.

 

차로 이동하는거니 CD도 챙겨본다. 요정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8-09-11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 챙기다보면 항상 저런 레파토리가 반복되죠? 저도 그런데... ㅎㅎ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저도 지금 보고 있는 책인데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 프리다칼로는 사랑얘기는 일부일뿐이에요. 제가 읽은게 저 책이었던 것 같은데 프리다 칼로의 일생과 그녀의 생각 신념 고통들이 모두 오롯이 느껴지는 거였어요. 아마 읽는게 즐겁지는 않겠지만 좋은 책이었다고 기억되는데요.
그나저나 명절에 저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하이드님 부러워요. 저는 꿈도 못꿀일이죠. ^^;;
명절 잘 보내세요. 아버님께 추석 용돈도 한 번 얻어타보세요. ^^

Apple 2008-09-11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리다 칼로는 예술얘기가 20%, 프리다칼로의 생활 이야기가 30% 사랑이야기가 30% 나머지는 아픈 얘기가..-_ㅠ
그래도 읽어 볼만한 책이어요..^^
책이 마구 쌓여있으면 뭘 읽을까 고르게 되지요. 진짜 무슨 서점분위기..=_=;
가끔씩은 책을 당분간 사지 않고 그냥 쌓아둔 책 읽는 것도 좋은것같아요. 근데 강렬하게 땡기는 책이 없을때는 이상하게 무슨 책을 집어들든 잘 안읽히지 않나요?=_=;나만 그런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나의 고양이
질 바쉴레 지음, 김영신 옮김 / 큰나(시와시학사)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책꽂이에서 제목을 보고 책을 꺼내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나의 고양이>
야- 고양이 책이다.
그러나 현실은 뚱띵한 코끼리가 표지 한가득.
코끼리가 고양이를 키우나? 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


소파 위에 올라가 있는 .. 것은 쿠션과 코끼리.. 고양이라는 이름의 코끼리다.



우리집에 아마, 고양이가 한마리 있어서 아는데, 저건 코끼리의 탈을 쓴 고양이이다.
티비위에 올라가서 꼬리 늘어뜨리기라던가, 전구 앞에서 식빵자세 한다거나,
구멍만 보면 못 들어가서 환장한다거나, 책을 특히 좋아한다거나
저건 고양이 맞다.



고양이를 그린 각종 예술 작품들-



고양이 책 속의 고양이는 이 책 속의 고양이와는 닮지 않았지만,
그래도 넌 즐거운 고양이야.




한 장 한장, 고양이의 습성을 보여주는 (다만, 코가 있어, 고양이보다 그 긴 코만큼 편한)
고양이라 불리우는 코끼리의 이야기이다.

유쾌한 그림과 사랑스러운 이야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석 2008-09-1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라는 이름의 코끼리..ㅎㅎㅎ 위에 그림을 보니 정말 딱 '고양이'네요.^^
 
로라, 시티 -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시티!
케빈 브록마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는 The brief history of the dead. 알라딘 메인에서는 2005년 스밀라, 2008년 로라가 왔다.고 선전하고 있는데, 추운 지방이란 것 말고는 무슨 공통점? 설마 라라라자로 끝나는 .. '라'자 돌림?

딴지는 여기까지. <로라, 시티>는 굉장히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시티'에서 시작한다. 
'아빠, 죽으면 어떻게 되? 죽으면 아무것도 없어? 아니면, 죽으면 하얀 빛의 터널이 보이면서, 새로운 곳으로 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죽으면 그 다음으로 사람들은 바밤- 바밤- 바밤- 심장 고동소리가 들리는
'시티'로 간다. '시티'에 모인다. 언제까지? 살아있는 누군가가 그 혹은 그녀를 기억하는 그 순간까지..

그들은
삶과 죽음 사이의 어딘가에서,
이미 불이 꺼졌지만 아직 잠이 들지는 못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시티는 죽기 전의 세상과 거의 같다. 적어도, '그 일' 이 일어나기까지는...

로라는 코카콜라에서 일하는 환경생물학자.그녀 외의 몇명과 함께 코카콜라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남극으로 떠나게 된다. 
무전기가 고장이 나고, 본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녀를 남겨둔 나머지 둘은 남극의 다른 기지로 구조를 요청하러 가고 감감 무소식이 된다. 그 사이 세상에서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모두 죽는다. 남극 기지의 대원들도 죽고, 기지에 구조를 요청하러 간 이들도 죽는다.  
세상의 유일한 생존자가 된 그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죽으면 가는 그 곳, 시티는 이제 로라의 시티가 된다.

한 명의 인간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까? 평범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다. 만 명? 10만 명? 백만 명? 물론 히말라야의 깊은 골짜기에 있는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 수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 퍼켓은 히말라야 골짜기 마을의 주민들을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수도승이나 수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해 자꾸만 넘어지는 어린아이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자기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로라가 떠올랐다. 결국, 그녀가 공통요소, 사람들을 이어주는 고리였던 셈이다. 시티에서 들은 모든 이야기들을 고려해볼때 그건 확실한 것 같았다. -192쪽-

기억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
책소개에 나온 것처럼 완전히 죽기 전에(?) 두번째 기회가 온다는 식의 해석은.. 좀 아닌듯.
이야기는 더 모호하고, 더 아름답다구.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가는 여자, 포기하지 않고, 애쓰는 여자, 기다리지 않고, 나서는 여자.
그런 로라의 이야기와 로라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시티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그런의미에서 이것은 오직 로라만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시티는 로라의 기억.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떠올랐던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 있다. 말렌 하우스호퍼의 <벽>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든 사람이 죽고, '나'만이 남았다. 세상으로 나가고자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그녀는 '벽'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한다. 이 책은 다니엘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와 더 자주 비교되긴 하지만,
종말 후 홀로 남은 그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브록마이어의 <로라, 시티The brief history of the dead>의
대착점에 놓아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