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왜 지금 나왔는가?

이 책에 나오는 책읽기는 김갑수 독서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이다.
그가 언급한 그의 취향중 두가지. freak에 관한 책을 좋아하고, 세상의 모든 음악에 관한 (우리나라에 나온) 책들을 모으고자 했다. 이상하진 않지만, 독특하긴 하다. freak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거나 내가 책에 관한 책, 혹은 고양이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거나 마찬가지.

 2001년도에는 제프리 버튼 러셀의 책이 이렇게 두 권이 나왔었고, 
 나는 <마녀의 문화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이런 책까지 나와 있다. <메피스토>, <데빌>,<사탄>, <루시퍼>
악의 역사 4권세트

-----------------------------------------------------------------------------------------

그의 레종 데트르에서 건져올린 몇가지. 품절된 것들도 꽤 있다. 뭐, 그렇지 뭐.

진시륜의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60대 재미교포 할아버지 저자. "기인이며 괴짜가 유명 예술가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무명의 인생역정 대목대목이 흡사 '한 세월 놀이터'에서 보낸 유람기와 같아서 킬킬거리며 따라 웃되 결코 만만한 짬뽕은 아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삶을 지겨워하는 지겨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고 하는데, 나한테도 해당사항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의 별스런 행각과 소박한 입담이 궁금하다.


이윤림 <생일>

맛없는 인생을 차려놓은 식탁에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생일」 전문)

한국시라는건 안 읽는다고 말할 수 있을정도로 격조하지만, 이 시집은 한 번 사보고 싶다. 표지를 보니 더욱 욕심이.
신경림 엮음<불은 언제나 다시 되살아 난다>
창비의 대표 시인들의 시를 신경림이 엮었다.
"무슨 홍보원 같은 말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책은 무조건 소장하고 보는 것이다. 뭘 망설이겠는가. 창비의 역사가 집약돼 있고 대표시인이 망라돼 있고, 게다가 신경림의 안목이다."
이쪽 진영. 책을 좋아하는 소수 진영의 한 사람으로써, 같은 진영의 누군가가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는 사서 한번도 안 읽는 한이 있더라도, 사서 한장만 넘기고 죽을때까지 안 읽을 책이라도 일단 사겠다.

제임스 해리엇 <아름다운 이야기>
"모두 30개의 챕터로 자신의 공군 입대 체험기와 수의사 생활 이야기가 교대로 나오는 구성인데, 처음 한두 꼭지는 좀 밋밋해서 특별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마음 느긋이 먹고 계속 읽어나가는 가운데 앞서 말한 킬킬, 깔깔의 정신없는 재미에 빨려 들어가게 되어 있다."

제임스 해리엇은 한때 관심 가졌던 작가인데, 한번도 접해보지는 못했다. 이번 기회에..

이사벨 아옌데의 <운명의 딸>
얼마전에 <영혼의 집>을 다시 읽었다. 마르께스의 뒤를 잇는 이란 수식어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훌륭한 작가임은 틀림없다. <영혼의 집>과 <세피아빛 초상>까지는 있었는데, 뒤로 <운명의 딸>까지 해서 3부작이란다. 
이 책은 김갑수의 책에 두 번 언급 되는데, 궁
금해져 버렸다. "여름 휴가차 머물렀던 해남 땅끝마을에서 바다낚시를 하는 와중에 이사벨 아옌데의 <운명의 딸>을 읽었다. 남녘의 바다도 운명의 딸도 다 함께 도도했다. 거대한 서사. 그것은 감동의 세계이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았던 유장한 장편서사의 감흥을 될수록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다." 


 한경식 <비틀스 콜렉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우리나라 저자의 비틀스 이야기 같은거, 가격도 5만원 가까이..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간혹 특정 책의 홍보원 노릇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게 되는 책이 있다. 내용에 심각하게 뻑 갔거나, 주체할 수 없이 눈물 콧물을 흘렸거나, 꼭 필요한 책이건만 그놈의 상업성 때문에 출간되지 못하는 종류의 책이 나왔을 때 같은 경우들이다. 친구미디어에서 나온 <비틀스 콜렉션>은 내 기준으로 볼 때 첫째와 셋째 조건에 해당되며, 이 글은 말하자면 그 책의 장사, 홍보, 영업, 판촉, 세일 또 뭐가 있나, 하여간 책 좀 사달라고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다. 총 810쪽의 대형 국배판 양장본으로 가격은 48,000원, 시디 3장 값에 해당된다. 비틀스가 발표한 280곡 전곡의 가사 해설과 상세한 배경이야기를 담고 있다." 

카타 두벡 <은밀한 사전>
유명인들의 섹스 라이프.
위의 책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 리뷰가 장난없다. 더욱 읽어보고 싶다. 불끈.

 



이남호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시 17편, 소설9편에 대한 교육지침을 재검토한 분석서에 왜 깨소금 맛까지 느끼게 됐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사실은 안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 것. 아울러 어딘가 석연치 않았던 학교시절의 의문을 통렬히 밝혀준 것." "저자의 분석은 냉정함을 넘어 독설에 가까운 인상까지 준다." 등등으로 소개되는 이 책은 나 역시 내가 받아 온 교육에 (잘한 것도 없이) 억울한 심정을 가지고 있는지라 얼마나 통쾌한지 한번 읽어보리라. 마음 먹었다. 아마 이런 책은 김갑수의 책에서 보지 못했다면, 죽었다 깨나도 읽을일이 없었으리라.


폴 호크 <왜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가>
저자도 이런 책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열등감' 코드에 후루룩 읽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이런저런 선입감 때문에 놓쳐지는 재미있는 책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테드 알렌 <닥터 노먼 베쑨>
희생정신과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위인.
"나는 평생 두가지 질병을 알았다. 하나는 결핵이고 또 하나는 '성질'이라는 난치병이다."
"약점 투성이의 인간성. 한마디로 말해 그는 안하무인에 시도 때도 없이 버럭버럭 화를 내는 '지랄 같은 성질'의 소유자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일은 없겠지만, 내 이상형이다. 훌륭한 성질 더러운 사람. 대략 이름과 직업만 알고 있었는데, 더 알아봐야겠다. 닥터 노먼 베쑨.



싸이 몽고메리 <유인원과의 산책>
제인구달의 <희망의 이유> 정도는 읽었는데, 이 책에서 알게 될 유인원과 관계된 세 여자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해 보인다. 

 


나카미 도시오 <기발하고 야한 옛 이야기>
김갑수의 책에는 구판인 <기발하고 야한 일본 엽기동화> 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다. 아니, 이런 책이 있단 말인가. 라고 하면, 내가 너무 순진한건가? 무튼, 기발하고 야하고 엽기스러운 일본 동화라고 하니, 당연히 읽어보고 싶다.

 

 

김갑수는 자신의 독서 오디세이(?) <나의 레종 데트르>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라기보다, 책과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같았다. 편안한 말투로 책의 저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가, -라, -니, 등의 끝맺음이 많은데, 그의 글을 소리 내서 읽으면 막 라임이 맞을 것 같다. ㅎㅎ)  나도 뭔가 막 대답하게 만들고 싶어지게 한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10-08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8-10-08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이쁜 곳이! 정보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8-10-09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의사 해리엇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품절이어서 재출간 신청을 했어요. 저도 레종 데트르에서 읽고 이 책이 궁금했는데.

2008-10-09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09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이 왜 지금 나왔는가? 그니깐, 왜 지금 나왔냐고?? 라는 것은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느꼈던 감정들 중 가장 큰 '배신감'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갑수아저씨의 들어가는 말에 가슴 설레였다. '저 초록들도 할 말이 있어서 초록일 거라고 되뇌던 계절이 훌쩍 지나가 또 한차례의 가을 쓰라림을 통과한다. 쓰라림 없는 가을은 한 번도 없었다. 아마 저 가을도 할 말이 있어서 쓰라릴 거다.    2007년 가을 김갑수'  아. 2007년 가을 갑수 아저씨가 낸 책을 나는 2008년 가을에 읽는구나.

책의 앞 페이지에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라고 적혀있다.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아니 좀 읽는 내내 '쿨한' 을 '음란한' 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음란'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내 딴에는 좋은뜻까지는 아니라도 나쁜 뜻으로 쓴 말은 아니다. 책의 첫 챕터부터 '성교' 여서 그런 생각이 들어버린건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해서는 리뷰보다는 페이퍼로 나중에 또 생각나면 올려보도록 하고.

이걸로 세번째 읽는 김갑수의 책이다. 텔레만에서는 오디오와 음악취미 이야기, 빨간표지 책에서는 이런저런 시류와 단상들, 그리고 레종 데뜨르에서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실, 이 책을 책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샀지만, 그 분류에 집어 넣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첫째로 저자의 개성과 잡담이 생각했던 것보다 과하게 드러나 있고, 둘째로, 김갑수가 이런 정도의 책밖에 안 읽는단 말야. 실망감이 들어서이다. 사실 이건 남의 독서취향을 가지고, 왜 나랑 안맞아라고 억지 투정 부리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로 들은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아, 그는 시인이지. 이런저런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시인이라는 걸 책날개에서 본 기억이 났다. 언제? '한국소설' 에 대한 파트를 읽을때. 개인적으로 고등학교때 이후로 한국소설이나 시를 거의 읽지 않는다. 이건 저자가 말한 한국소설들을 무시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속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냥 내 취향에 안 맞는다고 해두자.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보고 싶지 않다. 는 정도로. 그런 이유로 그가 꽤나 나름 업계 사람으로 심도 있게 쓴 그 글들은 나에게 그닥 와닿지 않았고, 그렇다면, 그외의 많은 책들이 마구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그것도 아니다. 확인해보지는 않았다만, 저자가 소개하는 많은 책들이 2001년의 책이라는 것. 당시에 하루에 삼백여종의 신간이 나왔으면, 지금은 하루에 몇권의 신간이 나오겠는가? 신간은 신간이라는 메리트가 있다. 2001년도의 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2001년도에 나온 많은 책이 소개되었는데, 신간 메리트를 업은 책들이 있다면, 지금 2008년에(책이 나온 2007년에도) 그걸 읽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거다. 반이나 혹은 그 이상의 2001년도 신간들을 제외한 나머지에서도 그닥 와닿는 책에 대한 이야기들은 없었다.

결국, 이런저런 내가 알지 못했던 책들에 대한 뽐뿌를 기꺼이 얻고자 했던 기대가 무너져서,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나올때에 안 나오고 오래 묵혔다 나온 것 같은 책이라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게 한 저자건 출판사건 그네들 탓을 하겠다. 나는 독자니깐. ) 나의 기대에 더 동떨어진 부분도 있다.  

그러나 김갑수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그것에 공감한다. 김갑수와 그의 글을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기대했던 독서일기가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라서 이런 어정쩡한 후기를 남길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뭐, 2001년도에 나와서 묻혀버린, 아마도 서점에서도 어떤 책에서도 왠만하면 눈에 띄지 않았을 2001년도의 책들을 몇권 건진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자위.   


댓글(2)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레종 데트르에서 건진 책들
    from little miss coffee 2008-10-08 12:35 
    이 책에 나오는 책읽기는 김갑수 독서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이다. 그가 언급한 그의 취향중 두가지. freak에 관한 책을 좋아하고, 세상의 모든 음악에 관한 (우리나라에 나온) 책들을 모으고자 했다. 이상하진 않지만, 독특하긴 하다. freak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거나 내가 책에 관한 책, 혹은 고양이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거나 마찬가지.  2001년도에는 제프리 버튼 러셀의 책이 이렇게 두 권이 나왔었고, 
 
 
비로그인 2008-10-08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이 책을 읽고도 왜 내가 리뷰를 써내질 못했나, 생각했는데 하이드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제야 이유가 보입니다. 좀 더 몰아치거나 좀 더 나가도 되는 이야기들을 어정쩡하게 얼버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남들 다 좋다는데 왜 나만 이러나, 싶었더랬지요.

하이드 2008-10-0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혀 두었던 옛날 글 모아서 내는 거라고 한마디만 했어도;;
주드님, 저도 다른 리뷰들 보고 좀 놀랐어요.
 

은 여자가 거리에서 나에게 다가오더니 주저함 없이 말했다.  " 폴리가 죽었어요."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잠시후 나는 그녀를 알아봤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깨달았다.
그녀와 그녀의 늙은 개 폴리는 이웃에서 매일같이 몇시간씩이나 산책을 하곤 했다. 폴리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지만, 그녀는
그걸로 된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이 아침 일찍에도 밤 늦게도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보았었다.
폴리는 여기저기 킁킁거렸다. 아마 그가 살면서 이미 만번도 더 확인했을 것들을 확인하면서.
 "폴리는 몇살이었나요?"
 " 열여덟이요. 어느날 아침, 일어나지 못하더군요."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내가 할 수 있는한 가장 부드럽게 말했다. " 그렇군요, 열여덟해는 행복하고 긴 삶이었네요."
 "폴리는 항상 당신을 좋아했어요."
 "그가요?"
 "네, 나는 알아요. 폴리가 항상 당신을 보면 반가워 했어요. 폴리는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뭐라고 말해야할지 몰랐다. 그럭저럭 " 고마워요" 라고 말했다.
그녀는 끄덕이며 멀어졌다.

 

조너선 캐롤의 블로그 10월 4일

괜시리 코끝이 찡해지는 어느 아침의 에피소드.
폴리는 아마도 불독이었을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얼마전에 스카페타를 읽어서?)  
캐롤이 좋아라 하는 불테리어였을지도 모르겠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Joule 2008-10-0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 하이드 네 레오랑 하루만 같이 놀았으면 좋겠어.

친구: 그럼 하이드한테 접근해서 막 친한 척해. 아이 참, 애가 예뻐요, 이러면서 칭찬도 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이드가 쥴모 양에게 레오를 맡기도록 유도하는 거지.

쥴: 하이드는 그렇게 해서 안 넘어오거든. 여행 가거나 그럴 때 괜찮으시면 레오 맡아드리고 싶어요,라고 그냥 말하면 되지. 내가 무슨 강아지 납치범도 아니고.

친구: 고양이 아니었어?

쥴: 고양이는 말로고! 레오는 강아지거든!

저거 읽으니까 갑자기 어젯밤 산책하다가 친구와 주고받던 대화가 떠올라서. 알라딘은 하지 않는 친구인데 제가 가끔 말로랑 레오 사진 보여주곤 하는데 말로가 워낙 눈에 띄는 애이다 보니 친구는 레오가 말로인 줄 알았나 봐요. 그러고 보니 요즘 레오 사진 본 지 오래됐어요.

하이드 2008-10-07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레오가 요새 집에 있어서 집개지 미용을 안해서 거의 들개입니다. 시추는 털이 짧거나 길거나인데, 그 중간이 괴로워요. 발바닥털만 제가 집에서 열심히 잘라주고 있다는;

혹시 일 있으면, 줄님을 가장 먼저 떠올리겠습니다. 목줄 묶어서 산책도 시켜주실꺼죠? ^^

Joule 2008-10-07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onesty is the best policy. 감사합니다. 꾸벅. 가슴 줄 묶어서요. 친구 말에 혹하지 않길 잘 했네요. 실은 방금 생각 난 건데 친구가 하이드 님이 개를 저에게 맡기면 개 데리고 야반도주 하라고 그랬던 것 같아요. 흠흠.
 


1. P.D. 제임스 - 코딜리어 시리즈

 P.D. 제임스는 달글리시 시리즈로 유명하고,
 이 책에도 역시 달글리시는 정신적 지주 플러스 마지막에 사건해결자 비스므리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코딜리어 '시리즈'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딱 두 권 나왔을 뿐이긴 하다. 그나마 두 번째로 나온 [Skull Beneath The Skin]은 악평이었으니,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올일은 없을듯 하다.

 버뜨,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_원제 : An unsutible job for woman 여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직업] 은 꽤나 흥미로운 시작이고, 그 자체로 재미있다. 

무늬만 동업자인 버니 프라이드가 자살을 하면서, 탐정사무소를 그녀에게 남기고, 코딜리어는 첫 사건으로 유명과학자의 아들이 자살한 이유를 조사하게 된다. 그녀는 어리고(스물둘), 경험도 일천하지만, 버니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버니의 가르침이라는 것이 버니의 우상과도 같았던 달글리시 경감의 수사 방법이기도 하다. 코딜리어는 이런 애송이스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하드보일드다. (난 하드보일드가 좋다!) 두번째 시리즈가 나온다고 해서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작품만은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책의 원제이기도 한 '여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직업' 이란 은유도 맘에 든다.



2. 쟈넷 에바노비치 -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아- 휴-
한 때 소피 킨젤라의 '쇼퍼홀릭 시리즈' 가 대인기였다.
헬렌 필딩의 '브리짓 존스'도 대인기였다.(영화발도이 있긴 했지만)
두 여작가는 영국 출신 세계적인 칙릿 소설가이다. 

쟈넷 에바노비치의 대표작은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이지만, 그녀 역시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외에 많은 칙릿 소설들을 내놓았다.

왜 쟈넷 에바노비치는 뜨지 못했나!!! 재미로는 위의 두 작가 못지 않은데 말이다. 이 시리즈는 현재 원 포더 머니, 투 포 더 도우, 쓰리 투 겟 데들리... 숫자로 나가는(시리즈 순서 헷갈릴 일은 없겠다는;;) 피어리스 포틴fearless fourteen까지 나왔다.

 스테파니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사실, 칙릿 추리소설은 많은데,
뭐, 조앤 플루크의 빵집 시리즈나 더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커피 미스테리, 찻집 미스테리도 여자가 탐정이긴 하다. 그나저나 조앤 플루크의 재미도 없는 빵집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데, 쟈넷 에바노비치의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가 안 나오는 것은 순전히 선전이 덜 된 탓이다!! 출판사는 반성하라! 스테파니 시리즈는 칙릿 소설이라고 하면 억울할지도 모르겠는게, 주인공이 꽤나 터프하다. 하드보일드 약간, 자학개그 약간, 로맨스 약간( 섹쉬한 플레이보이 경찰이 나온다.)이 범벅되어 유머러스한 대사들 듬뿍 뿌린 매력적인 여주인공, 남주인공이다. 시리즈는 잘 만든 미드같다.



3. 패트리샤 콘웰 - 스카페타 시리즈 

 

 

 

 


 

 

 

 

 

 

 

 

노블하우스에서 두권씩 분권으로 낸 것은 정말 뷁이였지만, (이제 랜덤으로 넘어와서 [데드맨 플라이]부터는 한권으로 나온다.) 스카페타 시리즈의 1-8 까지는 정말 재밌다. 그 이후로는 좀 욕 먹고 있고, [데드맨 플라이]부터는 지금까지의 형식을 버리고 확 바뀐 형식과 시점 덕분에 기존의 팬들에게는 죽도록 까이고, 처음 보는 독자들에겐 별 특이점을 못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 그 전까지의 스카페타 시리즈를 쭉 봐오면서, 주인공들의 성장을 봐 왔기에, 여전히 그녀와 마리노와 벤튼과 루시가 좋다.

스카페타는 아마 여자 형사/탐정이 나오는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능력있는 등장인물일 것이다.
그녀의 직업은 법의관이고 ( 법의관은 뭐랄까, NY CSI처럼 검시와 수사를 둘 다 커버한다) 나중에는 한 주의 법의국장까지 되고, 업계의 전설적인 존재가 된다. 

이 책이 처음 나올때는 CSI도 뭣도 없었지만, 요즘의 많은 수사물 미드들은 이와 비슷한 형식이다. 
사건의 해결이 매 에피소드 있고, 등장인물의 성장, 부침, 관계들이 자라난다.

스카페타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기는 힘든데, 능력있고, 완벽주의자고, 당연히 사랑도 하지만, 그 때문에 크게 상처도 받고,
대부분은 외롭고.. 높은 지위에 오른 여자들이 겪는 이런저런 어려움들, 정치적 인간이 아니기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괴로워하는, 그러나 겉으로는 강해보이려하는 포커페이스이다.

일단 [법의관]부터 읽어보면, 그 다음부터는 얼마 나 더 읽어나가냐.의 문제일뿐이다.
미국에선 마구 욕 먹으면서, 15까지 나와 있다. 이눔의 팬들은 계속 사 보면서, 계속 욕한다.

 

3. 수 그라프튼 - 킨제이 밀혼 시리즈 

 옛날에 나온 책이라 표지와 제목이 좀 거시기 한데,
 쟈넷 에바노비치가 넘버(숫자)로 제목이 나가면, 킨제이 밀혼은 알파벳으로 나간다. A is for Alibi, B is for Burglar, C is for Corpse.. 이런식으로 현재 T까지 나왔다. ㄷㄷ 역시 인기 있는 시리즈인데, 우리나라에서 다시 나올일은 요원해 보인다.

킨제이 밀혼은 여자 탐정이고, 내가 읽은 중에서는 가장 하드보일드이다.
여자라는 것이 하나의 성질일 뿐인;; 강한 여자다. 시리즈가 예쁘게 옷 입고 짜잔- 하고 나온다면, 열심히 읽어줄 용의 있는데,
지금까지 나온 3권이라도 후진 표지를 감수할 수 있다면 읽는 보람이 있다.



4. 알렉산드리아 마리니나 - 아나스타샤 시리즈

 

 

 


저자 알렉산드라 마리니나는 전직경찰중령, 사건 분석가, 심리학 박사, 러시아 초대형 베스트셀러 추리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모스크바 경찰국( 흐. 왠지 스릴있는 어감이지 않은가!)  강력계 사건분석가 아나스타샤.

굉장한 액션과 괴로운 주인공인데, 이 작품이 메이드 인 러시아라서 왠지 이해가 가버린다.



5. 와카타케 나나미 -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하무라 아키라와 고바야시 경위가 나오는 단편집이다.
함께 나오는 것은 아니고, 각각이 나오는 단편들이 연작으로 되어 있다.
이 중에서 고바야시는 버리고,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가 볼만하다.
아니, 안 볼만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역시 볼만하다. 무슨 소리냐고?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인 <의뢰인은 죽었다>와 <나쁜 토끼>가 근간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그 재미를 기대하기에 충분한 맛보기인 <네탓이야>인 것이다.
각종 직업을 전전하다고 해결사 같은 것에 안착하게 된 하무라 아키라.

와카타케 나나미는 일상계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에 비해
임팩트가 덜한 것은 순전히 고바야시 탓이야! 라고 말해본다.(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잘 읽히는 단편집의 과감없는 하드보일드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


6. 노나미 아사 - [얼어붙은 송곳니]

다카코라는 여자 경찰이 나온다.
하드보일드 하드보일드 노래를 불렀지만, 이 책의 리뷰 제목은 '꼭 하드보일드일 필요는 없다'
이다. 그녀는 ..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겉으로는 포커페이스이다.
속으로는 남자들의 세계에서 여자로 일하면서 겪는 일들에 대해 꿍얼꿍얼 거린다.
이런거 .. 쫌.. 재밌다!

서른살이 조금 넘은 이혼녀에 허리도 안 좋고, 신장도 안 좋고, 외로움도 타며, 직장에서 마초놈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대단한 사명으로 경찰이 된 것은 아니지만, 성실한 타입이다.

특이점으로는 '도마뱀'이다. 책 속에서 도마뱀이란 오토바이 경찰들 중에서도 특히 오토바이를 잘 타는 추격조를 은어로 일컷는 말이다. 오토바이 여경찰도 드문데, 남자중에서도 드문 도마뱀인 여경찰( 평소에는 주변 형사들도 누가 도마뱀인지 모른다.) 이다. 오토바이를 타며 스트레스를 푸는 다카코는 .. 음. 역시 멋지다. 다카코도 멋지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인간의 몸에 불을 붙이는 방화범이 나오고, 사람을 죽이는 늑대개가 나온다. 결말은 내가 읽기에는 너무 슬펐지만, 뭐. 이런 책, 좋지 아니한가.

 

7. 기리노 나쓰오 - 무라노 미로 시리즈

기리노 나쓰오의 책에는 여자주인공이 대부분이다.
그 대부분은 끔찍한 범인이거나, 범인이자 동시에 이야기를 해결하는 탐정일때도 있다.
[다크]에서는 사립탐정으로 나온다.

기리노 나쓰오의 책은 그녀의 사악해 보이는 미모만큼이나 강력한데,
이 책 역시 그러하다.

워낙에 호오가 엇갈리는 작가이고, 나는 [다크]와 [아웃], [그로테스크] 정도를 좋아한다.
모라노 미로 시리즈가 더 나와준다면!
그녀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냥 기리노 나쓰오가 만든 여자 탐정이라고만 이야기해 두겠다.
쉽게 권하기 힘든 책이지만, 내게는 너무 좋았던 책.

 

 

8. 알렉산더 매콜스미스 - 음마 라모츠웨, 넘버원 여탐정 시리즈

 

 

 

 

지금까지 9개가 나왔고, 열번째 작품이 예고된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그럭저럭 4편까지 나왔다.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할 것은 진짜 많다.
첫째, 배경이 아프리카이다. 독특하지? 둘째, 뭐 첫째랑 연관되지만, 아프리카의 후덕한 아줌마 탐정 음마 라모츠웨가 나온다.
셋째, 표지가 무지 이쁘다. 넷째, 역시 첫째랑 연결될지도 모르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섯째, 저자가 남자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남자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한국에 사는 내가 아프리카에 사는 여자랑 얼마만큼의 공통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자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많은 공감을 느끼고, 저자가 여자라는 것에 한치의 의심을 하지 않았는데, 저자가 남자라는 것을 알고 느꼈던 그 배신감이란..

제목부터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를 표방하지만, (음마 라모츠웨가 운영하는 탐정회사다.)
강력한 미스테리가 나오지는 않는다. 아니, 강력한데도, 아프리카라는 배경에서는 당연하고 있을법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마구 흥미진진하다거나, 페이지터너라거나, 손을 뗄 수가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시리즈를 읽지 않기에는 이 시리즈의 미덕이 너무나 많다.

아프리카가 모계사회인가? 무튼, 씩씩한 음마 라모츠웨와 다소곳하고(?0 일잘하는 정비공 마테코니씨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인 2008-10-0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마플은 너무 당연해서 빼신 건가요? 너무 당연해도 빼면 서운해요. ㅎㅎ

하이드 2008-10-07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생각 못했어요. 미스 마플은 왠지 여탐정이란 느낌보다, 그냥 미스마플로 생각되었나봐요.
막상 하려니 작품이 너무 많아서;;

Kitty 2008-10-08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제겐 스테파니 플럼은 하드보일드라니깐요! ㅎㅎ
나의 미스테리어스한 일상 작가의 책이 땡기네요~ 잘 읽고 보관함에 이것저것 담아갑니다~ ^^

하이드 2008-10-08 18:26   좋아요 0 | URL
<네탓이야>는 조금 약하긴 하지만, 앞으로 나올 시리즈를 생각하면, 기대감에 점수를 많이 주고 있습니다. ^^

eppie 2008-10-0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물 한정이신가요?
아니라면 앞으로 더 나오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죽음의 미로]의 아델리아도 있지요.

eppie 2008-10-0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차, 처음인데 인사도 안 했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어제 [네 탓이야] 리뷰를 올리고, 오늘 그 책의 최근 토크토크를 보고 넘어왔어요. :]

하이드 2008-10-08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보관함에 담고 추가할께요 ^^ 제보 감사합니다.

Koni 2008-10-0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은 제게 정말 기쁜 포스트네요. 전 2,3,8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여탐정의 세계도 꽤 버라이어티하군요.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어요. ^^

하이드 2008-10-0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녀 탐정듀엣(?) 시리즈도 준비중입니다. ^^

S.roth 2016-09-01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 파레츠키 여사의 위쇼스키 시리즈가 빠졌어요.

S.roth 2016-09-01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패터슨의 우먼즈 머더클럽 시리즈도요.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50여페이지 정도 되는 이 책을 중간즈음 읽을 때까지만해도 나는 책 분량의 짧음과 결론이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리하게 반복되는 팩트들에 좀 짜증이 나고 있었다. 마지막장을 넘기면서 멈췄던 숨을 훅- 내쉬고, 등에 한줄기 식은땀이 쪼르르.

이 끔찍한 이야기는 실화에 기반한다. 『1951년 1월 22일, 콜롬비아 수끄레 시에서 장정 둘이 미남 의대생 까예따노 헨띨레를 칼로 찔러 죽인다. 범인은 여교사 마르가리따 치까 살라스의 오빠들이다. 결혼 첫날밤에 신부 마르가리따가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랑 미겔 레이에스 빨렌시아에게 소박맞고 친정으로 쫓겨 온 것이 살인의 동기다. 』 마르께스가 살던 동네에서 일어난 절친한 친구 까예따노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건, 그 자체만으로는 처음 보는 이야기도 아니고, 해외토픽감 야만 기사 정도라고 생각된다.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어느 마을에 부자에 잘생기고 젊은 자신만만한 청년 산띠아고 나사르가 있었다.
앙헬르라는 가난한 집안의 무기력한 네째딸이 있었다. 아무도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을때,
외지에서 온 매력적이고, 이국적이고, 부자고, 똑똑하고, 능력있고, 알고보니 집안도 좋은(아버지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 바야르도 산 로만이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결혼 첫날밤, 그녀는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박 맞게 되고,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죽도록 패면서 그녀에게 이름 하나를 받아낸다. 그 이름은 바로 산띠아고 나사르. 같은 마을의 잘생기고, 부자인 자신만만한 청년이며, 어릴적부터 약혼녀도 있는 몸이다.

돼지도살이 직업인 그녀의 쌍둥이 오빠둘은 돼지를 도살할 때 쓰는 칼을 들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를 죽이겠다며 집을 나선다. 죽음은 산띠아고 나사르를 제외한 온 마을에 예고되었다.  그들은 그를 잔인하게 죽였다.

시간이 흘러 화자는 사건 기록들을 찾아보고, 앙헬르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예고된 죽음을 막을 수 없었는가에 대한 것을 조사한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제목이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이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형식이므로 르뽀형식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 마르께스의 이 이야기가 왠지 안 어울린다 싶고, 지루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건 나의 큰 착각!

산띠아고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빼드로 비까리오와 빠블로 비까리오 형제다. 그들은 그를 칼로 죽였다.
산띠아고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마을 사람들이다. 그들은 쌍둥이 형제의 미약한 살인의지를 멈출 수 없게 했다.
그들은 쌍둥이 형제의 예고 살인을 모른척, 숨죽이고 지켜봄으로써 그를 죽였다.
다수의 침묵과 다수라는 벽 뒤에서 쥐새끼같이 숨어 있는 개인의 모습은 얼마나 끔찍한가.

산띠아고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진실을 밝힌/ 거짓을 말한 앙헬르다. 평소 그녀에게 관심도 없던 그를 지목함으로써
그를 죽였다.  

마르께스의 이야기는 롤러코스터와 같은데, 그것을 자꾸 잊는다. 올라가는 것은 무섭기보다 편하고, 지루하기까지 한데,
바로 앞에 곤두박질이 있는 줄 안다면, 그렇게 느긋하지 못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오르막길 앞에 급경사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을 잊고 마음의 준비 없이 있다가 훅 떨어진다. <백년 동안의 고독>이 그랬고,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가 그렇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oule 2008-10-0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께스의 이야기가 롤러코스터 같다고 하시니 굉장히 시각적으로 다가와요. 하이드 님이 리뷰를 잘 써서 책은 안 읽어도 되겠는데요. 잘 쓴 리뷰의 얼마 안 되는 폐해이기도 하죠. ㅡㅡ'

하이드 2008-10-07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줄님, 책이 굉장히 얇은데요, 내용도 다 알아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요, 마지막에는 정말 다리에 힘이 쪽 빠져요. <백년동안의 고독> 읽을때도 그랬거든요. 이건 뭐 리뷰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구요;; ㅎㅎ

Joule 2008-10-07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요? 그럼 읽어봐야겠어요. (무슨 귀가 이리도 얇을까.)

Forgettable. 2008-10-1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남미 폴더가 있어서 관심있게 보고 갑니다^^ 마르케스의 책이 또 나왔군요- 하하 사야겠다-
그런데.. 중남미 폴더인데 거미여인의 키스가 없다뇨 ㅠㅠ ㅋㅋ
아무튼 읽어보고 싶은 책들 산더미 만큼 담아가요~

하이드 2008-10-14 16:33   좋아요 0 | URL
제가 읽으려고 했던 당시에, 잘 안 넘어갔던;; 것만 기억나네요. ^^
천천히 채워가야죠. 마르케스의 새 책 두 권 나왔는데,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는 정말 박력있고,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