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당신이라는 존재는 언젠가 내가 읽었던 아픈 책을 같이 읽은 사람이다. 그 사람을 나는 당신이라고 부른다. 당신이 이미 읽은 어떤 책은 앞으로 내가 읽을 것이다. 달에게 먼저 전해진 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이 가능하면 당신을 한번쯤 환하게 웃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봄날 방을 구하러 다니거나 이력서를 고쳐쓸 때, 나 혼자구나 생각되거나 뜻밖의 일들이 당신의 마음을 휘저어놓을 때, 무엇보다 나는 왜 이럴까 싶은 자책이나 겨우 여기까지? 인가싶은 체념이 당신의 한순간에 밀려들 때, 이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달빛처럼 스며들어 당신을 반짝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아껴 읽고 싶었는데,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 읽는 컨디셔이 아주 안 좋은 날이라도 이야기에 몸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었는데, 독서 컨디션이 '상'쯤은 되는 오늘 재미있어서 야금야금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몇 떠오른다.

 

 

 

 

 

 

 

 

 

 

당신이란 존재는 책을 같이 읽는 사람.

아직 안 읽은 책은 앞으로.

 

스물 여섯편의 이야기에 한번쯤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작가는 말하는데, 스물 여섯번 환하게 웃었다. 짠해서 웃고, 아련해서 웃고, 웃겨서 웃고, 슬퍼서 웃고, 아쉬워서 웃고, 슬퍼서 웃었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미스터리' 한국 작가의 책은 잘 안 읽는다. 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문득, 책을 가장 열렬히 읽었던 고등학교 때는 한국 작가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때가 바로 신경숙, 공지영, 공선옥 등이 나오던 시기이다.

 

시간이 많이많이 지난 지금, '너무' 가까워서 싫다. 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나보다.

 

명랑으로, 아니 명랑으로만 세상 끝까지 헤쳐나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명랑한 기분이다.

 

하루종일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며 비를 기다린다. 장마를 기다린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은 '화요일'이다. 그래봤자 새벽에 나와서 아침에 들어가곤 하지만,

비가 많이 내리면, 그러니깐 '게으름뱅이 자기 좋으라고' 빗소리 주륵주륵 나면, 안 나와도 되는 날이다.

 

어제도 하루종일 사람이 없더니, 오늘도 하루종일 사람이 없어 내일은 또 새벽에 나오지 싶다.

 

비오는 날에는 왠지 꽃을 사고 싶은데, 나만 그런가?

한송이씩 투명 비닐로만 포장해서 출근길 사람들에 들려주고 싶다.

 

알라딘 중고샵 가는 길에 블랙스미스가 있다.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오늘 중고샵에 가다가 브런치를 한다기에 들어가봤다.

늦은 아점. 커피도 나쁘지 않고, 화이트 소시지, 치즈가루와 허브 소금이 뿌려진 감자튀김, 핫케잌 두조각, 베이컨 한 조각

에 말도 안 되게 싸다!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다 '당신'이란 생각을 했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 같은 책을 읽을 사람. 당신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3-06-18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씨 소설은 깊은 슬픔과 외딴방이 저에게는 제일 좋았던거 같네요. 그후로는 뭐...좀 그래서 신간이 나왔다고 해도
별 관심이 가질 않았는데 스물여섯번 미소짓게 만든 이 책이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

하이드 2013-06-18 08:25   좋아요 0 | URL
저도 '깊은 슬픔' 이 가장 좋았던걸로 기억하고 있지만, 다시 보지 않는한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요. ^^ 저의 한국작가 알레르기를 생각해볼때 이렇게나 좋았다면, 아무개님에게도 추천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란곰 2013-06-1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너무 좋아요~~^^* <엄마를 부탁해>가 초대박을 친 이후로 담 작품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힘을 빼고 낸 라디오사연같은 작품이었어요. 잡자마자 읽고 선물해버렸는데 가끔 생각이 나네요. 요즘 무거운 책들만 읽었더니 일상 이야기들을 업신여긴것같아요.ㅠ 전 브레히트 부분과 두 할머니 이야기가 젤 좋았어요^^

하이드 2013-06-19 08:50   좋아요 0 | URL
어떤 책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가 첫 에피소드 젊은 목사와 스님 이야기부터 빵 터졌다죠. ㅎㅎ 전 미국 간 동생 J 대신 엄마랑 전화하는 딸 이야기도 좋았고, 브레히트 나오는 거 ㅡㅜ 뱀 먹은 이야기, 등등 아, 좋은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어요.
 
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평범한 소시민의 욕심 사납고 한심하고 쩨쩨한 모습을 그려낼 때, 오쿠다 히데오의 붓은 신들린 듯 내달린다.

 

라고 번역가는 말한다. 말대로, 욕심 사납고, 한심하고, 쩨쩨한 평범한(?) 소시민들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대척점에는 '소문의 여자'! 미유키가 있다.

 

열 개의 단편은 각기 다른 열 가지 시선으로 미유키의 삶을 훑어 나간다.

 

중고차 판매점의 여자, 마작장의 여자, 요리교실의 여자, 맨션의 여자, 파친코 점의 여자, 야나가세의 여자
기모노의 여자, 단가의 여자, 비밀 수사의 여자, 스카이트리의 여자

 

라는 목차로 되어 있다. 그 여자는 바로 ..

 

반전이라면 반전인데, 미스터리나 소시민의 반전이 아니라 소시민의 반전이다.

 

지방도시의 인맥, 혈연, 이야기가 첫장부터 끝장까지 지겹도록 나온다. 인맥 혈연은 비단 '지방 도시' 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이 책에서는 '폐해'중의 '폐해'로 나오고(사실이고, 현실이고), 그 에피소드들이 미스터리한 소문의 여자보다 더 인상깊을 지경이다.

 

그래서 더 '소문의 여자' 라는 강력한 페르몬의 미유키와 소시민들이 붙어볼만 한건지도 모르겠다.

 

각기 다른 사람의 인상을 들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누쿠이 도쿠로의 '우행록'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행록'이 들키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추함을 교묘하게 포장한다면, '소문의 여자'는 드러내놓고 찌질하다는 차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3-06-18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그네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만화책 보듯이 깔깔거리면서 말이죠.
이사람도 참 많이 쓰는군요. 쥰페이, 다시 생각해. 도 이달에 출간 되었던데.

하이드 2013-06-19 08:51   좋아요 0 | URL
다작 작가 중에 다작중에 섞인 졸작으로 작가가 싫어지기도 하는데, 오쿠다 히데오는 늘 평타 이상은 치는 것 같아요.
 
진상 - 하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는 '오마에상(당신)' 이었다고 한다.

'진상'은 부리는 진상이 아니고, 일의 '진상' 이다. 상권 다 읽고 알았다. 특이하게 하권이 아니라 상권말미에 편집자 후기가 있다. 이 책의 선전도 그렇고, 편집자 후기에서도 그렇고, 연애소설이라고 했다.

그간 미미여사의 시대물에서 사랑 이야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육백여페이지를 읽을 동안 이게 왜? 싶었던 '진상'은 하권에 이르러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love is all around'가 되어 버린다.

 

사람의 안면이 이렇게나 바뀌는 건 이해가지 않는다 싶지만, 그 이유가 '사랑'이라면 납득이 간다.

상권도 재미있었지만, 하권은 더욱더 재미있다. 감동받고, 울컥하며, 웃다, 찡하다 하며 몰아친다.

 

미미여사는 의외로 본격 연애물을 써보아도 좋지 않을까.

 

기존 시리즈에서 보아왔던 이들은 반갑고,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흥미진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진상'만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이왕이면 '메롱', '얼간이', '하루살이' 까지를 읽고 읽어도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3-06-17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보면 작가의 인물들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이 막 느껴져요.
이 시리즈가 참 좋아요 ㅎ

하이드 2013-06-17 17:51   좋아요 0 | URL
그냥 좋은 정도였는데, '진상'읽고 폭 빠졌어요.
 

계속 읽어나가는 것이 시간 낭비인 것 같은 책들이 있다.

혹평을 쓰고야 마는 책들과는 다른 부류의 책들이다.

 

혹평을 쓰게 되는 경우는 싫어도 꾸역꾸역 읽고 마는데, 혹평의 예의라고나 할까.

읽는 것이 시간 낭비로 여겨지는 경우에는 그냥 놓아버리는게 낫다.

 

그렇다고 그 책이 꼭 나쁜 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모른다. 끝까지 읽지 않았으니.

꽤 드문 경우다. 독서에는 관성이라는 것이 있어, 좀 지루하더라도, 좀 덜 재미있더라도, 좀 별로라고 여겨져도

왠만하면, 마지막 장을 보고 책을 덮으며 마무리하게 되니 말이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책들을 두 권이나 만났다.

 

 

딱히 불행해진건 아니지만, 내가 두 번이나 살 뻔했던 이 책은 .. 죄송합니다. 뭔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콘셉트는 재밌다고 생각한다. 막상 읽고 보니, 그저 아는 이름과 아는 프로그램들이 서두에 던져지고, 결말은 정해 놓고, 과정은 비약이거나 일반화.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도저히 책 한 권을 읽는 느낌이 아니고,

공감가지 않는다. 

 

재미도 없으니, 나는 독서 포기.

 

 

중간에 포기하고 마는 것보다는 다 읽고 애정어린(?) 혹평하는 것이 나은데 말이다.

 

오늘 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도 한 몫했을꺼다.

늘 내 머리뚜껑을 여는 강기사 덕분이다.

 

<진상> 상권을 마무리 했는데, 하권이 내일 와. 쩝. 진상의 원제는 '당신 (오마에상)' 이라고 한다. 원제가 더 좋은데.

'진상'이 진상인줄 알았는데, 상권 후의 편집자 후기 보고야 '진상'인 걸 알았다. 이런,

 

우석훈의 <아날로그 사랑법>은 맘에 안 맞는 구석이 없지 않았지만, (그러니깐, 탁현민의 책도, 우석훈의 책도 백만년전 일만 같은 짙은 '패배감' 혹은 '약오름' 의 한 중간에서 쓰여진 책?) 고양이를 돌보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리고 책을 덮을 즈음에는 그럭저럭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사람의 수만큼 사랑의 수도 있는 거니깐.

 

 

 

 

 

 

 

 

 

 

 

 이건 정말 기대되는데, <솔로몬의 위증> 1이 오늘 온 박스에 있을까, 내일 올 박스들 중에 있을까?

 

 

 

 

 

 

눈치 채셨을까? 책 좀 작작 사야지. 적립금에 알사탕에 마일리지에 예치금까지 톡톡 털어 책을 마구 샀다.

8월까지 딱 한 번만 더 사고 안 사야지.

 

불금의 밤인데, 기분이 여전히 별로 좋지 않아.

 

 

 

 

너절한 기분의 금요일 밤을 나아지게 할 책은 ... 두구두구두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사회는 건강한 식생활의 기쁨을 잘 모른다. 게다가 음식이 너무 '꾸밈이 없다'는 이유로 과한 손질을 해서 자연스러운 맛을 해친다. 요리 자체가 맛있고 상차림까지 완벽하면 많은 양을 먹지 않아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몇 입만 먹어도 충분하다. 양이 아닌 질이 우리를 만족시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포만감은 양이 아니라 질에 의해서, 즉 음식의 질과 음식을 먹는 장소의 질,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마음 상태의 질에 의해서 좌우된다.

 

저녁때 집에 들어가면서 무언가를 먹는 것은 꼭 배가 고파서 먹는 건 아니다. 한동안 편의점 도시락을 사가서 먹었더랬는데, 다음날 아침에 속이 불편해서 (편의점 도시락, 감자칩 - > 속 불편함) 나이가 들었나, 편의점 음식이 안 좋나 (좋을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끊었다.

 

역시, 그건 '습관' 이거나, 몸이 배고픈게 아니라, 마음이 배고파서일지도 모르겠다. 아임 스틸 헝그리, 돈 더 벌어야 하는데, 허기진 마음이 몸에 좋지도 않은 음식들을 좋지도 않은 시간에 꾸역꾸역 몸에 밀어넣게 해서 마음을 마비시키게 하는거다. 잠 오게 해서. 그럴꺼야, 그런걸꺼야.

 

그렇다면, 마음이 배부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지만, 난 밤에 집에 들어가 책을 볼 때면, 꼭 뭔가 먹고 싶다.역시 '습관'의 문제인거다.

 

예전에는 많이 먹었다 지금은 잘 못 먹게 된 것들이 있다.

첫째는 술. 안 먹으니 준다.

둘째는 닭. 공장식 사육에 대한 글을 많이 보다보니, 옴짤달싹 못하는 공간에서 촉진제 맞아가며 사육되는 닭을 죽인 음식을 먹기 싫어졌다. 닭이 먹고 싶다가도 그 닭이 어떻게 키워졌나를 생각하면 먹기 싫어지는 것. 계란도 요즘 '동물복지 인증' 마크 있는 제일 비싼 계란 사 먹고 있다.

 

"포만감은 양이 아니라 질에 의해서, 즉 음식의 질과 음식을 먹는 장소의 질,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마음 상태의 질에 의해서 좌우된다. " 고 하는데, 음식의 질 뿐 아니라, 마음의 질, 장소의 질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이 나이 먹도록 좋아하는거 많이 먹었으니, 이제는 몸이 좋아하는, 몸에 좋은 걸 먹는 걸 '선택' 하자. 라고 마음 먹는다면,

못 할것도 없을 것 같긴 한데 말이다

식탐이 아닌 몸을 만족시켜 주는 것을 먹자.

대부분의 사람은 불안하거나 지루하면 음식을 먹는다.

 

 

 

 

 

 

 

 

 

 

 

 

 

 

 

 

 

 


댓글(1) 먼댓글(1)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채워지는 위장과 정서의 위장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3-06-19 09:17 
    요즘 한가쩍다보니, 책을 그야말로 우걱우걱읽고 있다. 음식도 과식이 안 좋은데, 과독은 어떨까? 마음이 마구 살찌나? 여튼, 그 와중에 좋았는데, 페이퍼 한 번 못 쓰고 쓸려 내려간 책, 주창윤 <허기사회>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나의 가장 큰 화두는 '심플하게 살자'이다. '우아하게 살자' 이다. 심플하게 사는게 우아하게 사는 거. 라는 결론은 맘속으로 이미 내리고 있다. 잡동사니들과 과식..은 아닌 것 같은데, 늘 과잉포만감을
 
 
비연 2013-06-1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맘에 확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