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라일락 붉게 피던 집' 에 이어 이어 오늘 읽고 있는 '몽환화'

'몽환화' 실제 표지 예쁘다. 겉에 미농지. 실물 보고 웹이미지 보니 괜찮은데, 웹이미지만 봤을 때는 디따 촌스럽게 느껴졌;

 

별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책 제목에 둘 다 꽃.이 들어가고, 꽃이 소재로 나온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라일락 하우스' 라일락 나무가 있던  다세대 주택이 배경인 정도인데, '몽환화'는 꽤 본격적으로 나올 것 같다.

 

"우리는 꽃을 개발했습니다."

"꽃?"

"신종 꽃을 만드는 겁니다. 이제까지 없었던 꽃이죠."

(...)

" 몇 년 전에 주조회사가 파란 장미꽃을 만들었죠.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꽃입니다."

 

여기 나온 파란 장미는 산토리사와 호주 연구팀이 개발했다. 저 주조회사가 산토리사 ( 산토리 맥주 먹고 싶.. 응?)

 

 

이렇게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 있는 파란 장미는 아주 티나게 촌스럽게 염색한 물 빠지는 장미.

 

 

은행 때려치고 일본 가서 놀멘놀멘 했을 떄 롯폰기에서 샀던 걸로 기억.

 

 

예쁘네. 예뻐.

 

책 이야기도 조금 해 보면,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아마 거의 처음 읽는 기분의 국내 작가 미스터리다. 그것도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소개되고 있는데, 기대가 없었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재미나게 봤다.

 

이건 미드,일드,영드,수사물 다 섭렵해서 눈 높아질때로 높아진 사람이 우리나라 수사물 보는 기대치와 비슷하다.

 

아무래도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재미나 같기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 요코야마 히데오나 사사키 조나 다카노 가즈아키같이도 안 될테고.

그렇더라도 우리 이야기를 하는 사회파.라는 건 되게 매력적인거라는 걸 송시우의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을 읽으며 느꼈다.

80년대를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부분들은 내 기억에도 어렴풋이 그때는 그랬지. 라는 가물거리는 기억들이 있어서 다른 나라의 사회파 소설 읽으며 공감하는 것보다 더 밀접하게 공감 되었다.

 

좋은 소설, 좋은 이야기가 흠이 없는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려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소설보다 강력한 매력이 있는 약간 허술한 소설이 더 좋다.

 

재미, 이야기, 사회문제, 캐릭터, 매력, 문장 등등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다 평타 이상은 될 것 같은데, 어느 하나 튀어나오게 좋은 점은 없다는 것이 아쉽다. 더 강한 캐릭터거나 더 재미있거나 사회문제를 다루더라도 뭔가 주제가 있다거나 복선이 너무 미리 대놓고 나오는 것 같은건 넘어갈 수 있는데,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고 거기까지가 다 인것은 아쉽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몽환화'가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재미만은 끝내줘서, 완전 정신 빼놓고 읽고 있다. 그거면 괜찮다고 생각하는지라.

 

여튼, 송시우의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나쁘지 않았다. 이 이야기에서 보이는 강점은 80년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였는데, 그게 좀 더 충분히 어떤 한가지 주제와 강렬하게 연결되거나('이유'를 읽으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거나 '화차'를 읽으면 신용카드 문제를 생각하게 되는)  캐릭터가 더 쎈 캐릭터 혹은 오래 남는 캐릭터가 나오던가 하면 더 읽어보고 싶다.

 

뭐, 읽고 말하기는 쉽다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정말 정말 엄청엄청 엄청난 거겠지.

 

여튼, 사회파 소설로 미스터리를 읽기 시작한 나인지라 우리나라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나오면 정말정말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송시우는 생각지도 않았던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워낙 날고 기는 동네에서도 날고 기는 작가들의 날고 기는 작품들만 읽었는데, 그 다양한 주제와 매력에 새삼 감탄한다. 일본 미스터리 이야기이다. 사회파. 로 분류되건 아니건, 사회문제를 미스터리에 끼워 넣는 솜씨도 기가 막히게 훌륭한 거였구나. 라고 그저 읽기만 하는 게으른 독자는 주절거려 본다.

 

응원해요!

 

프렌치스타일의 러블리한 꽃다발을 주문하고 가신 상큼한 손님의 주문에 따라 깊고 러블리한 색감의 내추럴한 다발을 하나 만들어 두고, 이제 다시 '몽환화'로 가 볼까나.

 

 

 

평소 잘 가지 않는 어떤 뮤지엄의 어느 날의 로스코. 어디였더라. 뉴욕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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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상경기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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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라고 생각되는 삶의 일들을 살아나가는 여주인공.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 살아지는 것일까, 살아가는 것일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자꾸 눈물이 난다. 안됐어서도 아니고, 대견해서도 아니고, 고생했어서도 아니고, 결국 잘 풀렸어서도 아니고... 담담함에 코끝이 찡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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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는가.

 

아니, 왜 책을 읽지 않을까? 이 재미있는거를.

 

내가 싫어하는 거는 스마트폰 오락, 작은 일에 일희일비 호들갑쟁이. ... 는 나.

나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고, 오류의 가능성을 이빠이 가지고 있지만, 나는

호기심이 많다.

 

아는 동생이 수업 들으러 오는 중에 정말 부자인 여자가 있다며 부럽다 했다.

그 얘기를 들으며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게 하나도 부럽지 않다. 내가 부러워하고 동경하는건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속계속

내가 모르는 걸 아는 사람이었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중심이 뚜렷한 사람이었고, 밖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안에 가지고 있는게 많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잠자리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잠자리가 아니라 에디슨과 테슬라 이야기를 해 준 밤이었다.  하루종일 샵에서 멍때리고, 책 읽고 있어도 요즘은 이 시간이 뭐라도 지껄이고 싶은 시간이네. 근데, 지금 이 이야기하다가 생각나서 그 때 그 책을 찾아 봤다. '에디슨' 키워드로다가. 몇 번인가 검색어 바꾸고, 분야 바꾸면서 찾았다.

 

 

 

 

 

 

 

그러고보니, 과학 서적 읽는 사람들도 동경해. ( 나는 동경해서 사기만 한다. ...)

미술, 역사 이야기도 좋아해.

 

요 며칠 읽었던 책들이 정말 재미있었다.

책을 읽는 것은 저자와 독자와의 대화, 수다, 토론, 싸움 등등등이라고 생각하는데, 시대를 초월해서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들(저자들)을 아무때나, 아무 곳에서나, 거의 노력도 돈도 들이지 않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게 정말 멋진 일이라 책 읽다가도 문득문득 와,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데, 정말 멋져. 왜 세상에선 책이 안 팔린다는거야. 그러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내 특징이 '호기심'이라면, 욕인지 칭찬인지 모호한 SY shares her emotions. 는 게이 동료가 얘기해 준 내 특징이다. 나를 오래도록 봐 온 사람들이 동의할지 모르겠다만, 책이 좋으면 좋아 미치겠다.고 파팍- 파팍- 뇌에서 신호가 오는대로 듣는 사람 개의치 않고, 계속 재미있다. 재미있어. 멋져! 멋지다구! 노래 부르는 거. 꽃팔면서도 똑같다. 이 꽃 정말 너무 예쁘지 않아요.를 정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이년이 미쳤나 할 정도 또 하고 또 한다.

 

  

 

 

 

 

 

 

 

얼마전 트위터에서 보길, 사이바라 리에코 이야기. 착한 마스다 미리보다는 사이바라 리에코 -> 이런 얘기에 당연히 나는 낚인다. 제대로. 파닥파닥.

 

 

 

그리고 또 다른 트위터에서 이 장면을 봤다.

오늘 책을 보니 이게 비교적 초반에 나오는 장면인데, 마지막장을 덮고 나면 이 장면이 다시 생각나면서 짠하고 짠해져서 얼굴이 딱 이렇게 된다. 울면서 웃는거.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양 입가는 진심으로 피식 하며 올라갔는데, 눈도 진심으로 웃는 눈인데, 눈에 물이 .. 흑.

 

 

 

 

 

 

엄마가 집문서를 가지고 도망가고 누나가 몸을 팔아 동생 둘을 먹여 살린다. 초밥을 사오니 그래도 형이라고 눈치가 있어 '이렇게 맛있고 맛없는 초밥은 생전 처음이야.' 라고 말한다.

 

이 책이 내내 이렇다.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난다. 맛있고 맛없는 초밥처럼.

 

밑바닥의 밑바닥인 삶이라 어떤 동정과 연민도 사치같이 느껴져 얘기를 꺼내기도 뭐하다. 행복해지자. 고 말하는 것도, 그래도 열심히 살자. 라고 하는 것도 이 세계에선 헛되다.  

 

그런게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의 페이소스는 인간에게서 정말 조금이라도 좋은 모든 것들을 걷어내고 남는 날 것의 사람과 그들의 감정을 펼쳐 놓으면 무엇이 남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떻다.고 말하기에 상황이 너무 엿같다. 그냥 날 것의 상황과 감정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다른 리뷰들을 보시라.

 

얌전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또 그렇게 얌전히 살지만은 않았다. '우리집'에서처럼은 살아보지도, 건너 건너 건너도 보지도 못했으니 그점에선 아마 99 프로가 동일한 독자일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쎈 걸 권한다고 해서 미워하지는 마시길.

 

여튼 나는 이 정체모를 사이바라 리에코의 세계를 좀 더 알기 위해 한 권씩 읽어나갈 생각이다. 

 

 

 

 

어떤 장면들이나 인용들을 보고 읽어볼까. 싶기도 하겠지만, 역시 이건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당일배송으로 받아서 샵에서 읽고 바로 알라딘 중고샵 강남점으로 가져다 주었다. 강남에 계시는 분들은 가시면 깨끗한 '우리집'이 있습니다만.

 

그리고 햐쿠카 나오키

 

 

  되게 흔해빠진 제목과 내용과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되게 재미있었다.

 '영원의 제로'가 번역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없네. 찾다보니 '복스' 가 있는데, 권일영 선생님 번역하셨네? 더 반가워.

 

 

 

 

 

이것은 블랙 코미디. 블랙 코미디.라는 책소개를 쓴 책들을 종종 봤는데, 드럽게 재미없기 십상. 영화는 재미난데 말이다.

기본적으로 책 이야기. 책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리 허접하더라도. 그래서 이 흔해빠지는 제목과 표지의 책을 '그래도.' 하며 샀던 것 같다. 근데, 재미있어서 대만족.

 

작가에게 휘둘리게 되는 책이다. 이렇잖아, 이렇잖아, 이러이러하잖아. 라고 혹하다보면, 너구리 편집장에게 사기당하고 있는 내가 있을뿐. 헐. 게다가 마지막에는 나의 최상급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깔끔하고 좋았다. 

햐큐카 나오키가 한국 작가였다면, 인터넷 서점도 가열차게 까였을텐데 아쉽다. .. 응?

'복스'나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챈들러도 재미있었고, 이 책들 사이사이 읽고 있는 노명우의 '세상물정의 사회학'도 강추다.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내 학창시절에 교과서로 보내주고 싶은 책이다. 요즘 고민하는 몇가지 문제들에 있어 눈을 뜨이게 해 준 훌륭한 책. 다른 책들 (분명 읽으면 재미 없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은!) 도 마구 보관함에 담게 하는 책.

세속. 속세. 뉴스는 연일 깝깝해 뒤지겠고. 무뎌지지만 말자.고 되뇌일뿐이고. 그러니깐, 내가 '세상물정'을 논해야 할 정도로 순진무구하지는 않지만 ( 나 사이바라 리에코 읽는 녀자야!는 농담이지만)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읽는 것은 중요하다.

 

사이바라 리에코를 누구에게라도 강추할 수 없지만, 강추하는 리뷰들을 보여주며 안 읽을꺼야? 안 읽을꺼야? 한다면,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고, 읽어보십시오. 하고 싶은 책이다.

 

'꿈을 파는 남자'는 손에 책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추천

챈들러는 챈들러니깐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끝.

배고프다. 밥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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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06-1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읽으니 왠지 가슴이 뛰네요. 계속 고개 끄덕이며. '세상물정의 사회학' 관심 갑니다.

크사나 2014-06-12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시간에 강남에서 머리 자르고 왔는데 이 페이퍼를 읽고 갔더라면 우리집을 득템해왔을 것을요!! -_- 아.까.워. 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참... 찡하죠 ? 저도 이 책 읽고 무한 감동했습니다. 만화책 읽고 이리 감동하기는 꽤 오랜만입니다.

울보 2014-06-12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지내시지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고 님의페이퍼를 읽고갑니다 .읽고싶은책은 정말 많네요,
 
우리집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문광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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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입은 진심으로 웃는데, 눈은 진심으로 운다.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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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파는 남자
햐쿠타 나오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펭귄카페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책이다. 사 볼까 찜하는 책이 백권쯤 되면, 열권쯤 사고, 네다섯권쯤 읽는데, 딱 사고 싶은 시기에 걸리지 않았다면, 절대 안 샀을 것 같은 평범한 제목이다. 뭐 출판계에서 책 내는 얘기라고 하고. 별 기대 안 하고 읽었는데, 간만에 몰입해서 읽었다.

 

'우시가라와 칸지가 의자에 기대어 코딱지를 파고 있는데 책상 위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로 시작한다. 에잇, 드러워. 책의 첫문장을 소중히 여기는 나는 왜 하필 저렇게 책을 시작할까. 이 책이 코딱지에 대한 책도 아닐텐데. 아무도 안 말리나. 찜찜한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블랙 코미디'다. 블랙에도 코미디에도 방점을 둘 수 있어 즐겁다.

목차를 출판과 관련된 모든 이들로 쓰고 모두 까는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결말은 이게 또 대단히 즐거워서 박수!

 

책을 안 읽는 독자를 까고, 시대를 못 따라가는 소설가를 까고, 소설을 까고, 책을 까고, 출판사를 까고, 문학잡지를 까고, 서점을 까고, 편집자를 까고, 왜 아니겠는가, 본인도 깐다. 편집장하다 한맺혀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냥 책 내내 모두까기를 시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에는 방송 관련 일을 했던 햐쿠타 아무개처럼 날마다 전혀 다른 메뉴를 내놓는 작가도 좀 문제지. 전에 먹었던 라면이 맛있어서 다시 찾았더니, 커리 집으로 바뀌어 있는 가게에 단골이 생길리 없으니 말이야. 게다가 다음 갔을 때는 다코야키 가게로 또 바뀌어 있는 상황이니."

" 좀 모자라는거 아닙니까?"

" 뭐 곧 사라질 작가야. 아무튼 후세에 길이 남을 작가는 늘 새로운 독자를 끌어 들일 수 있는 작품을 쓰는 작가야. 어느 세대의 독자들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모았다고 해야, 그 세대가 사라지면 끝이니까."

 

아, 블로거도 깐다.

 

순문학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편집장을 하다가 신생 출판사 마루에사로 옮긴 우시가와라 칸지.는 그야말로 고객을 들었다 놨다 하며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만드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되게 진심으로 그럴듯해서 뭐, 괜찮은거 아니야.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읽는 내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책 속에서 우시가와라를 상대하는 사람들은 마구 소리지르다가도 감복해서 감사합니다. 황송해하며 배꼽인사하게 되는 무시무시한 정도.

 

마루에사는 '조인트 프레스' 라는 이름으로 '자비출판' 비스무리한 걸 하며 성공한 출판사다.

 

책은 드럽게 안 팔린다. 책을 많이 읽는 일본도 그런가보고, 우리나라는 말 할 것도 없지.

 

굳이 '아아.. 인간들아 책 좀 사라.' 는 모출판사 대표의 절규를 떠올리지 않아도 말이다.

 

" 내 생각은 이래. 만약 1백 47만 엔이 아까워서 책을 내지 못하면, 나 평생 후회할 거야."

" 그건 오버지."

사사키가 말했다.

"아니, 오버가 아니야. '기회의 신은 앞머리를 잡아라'라는 말 아나? 기회의 신은 앞머리만 있고 뒷머리는 머리칼이 없어. 그러니까 일단 지나가버리고 나면 잡으려고 해도 이미 때가 늦지. 이 출판에 관해서, 나는 나 자신에게 물어봤어. 만약 실패하면 잃는 게 무언가? 하고 말이야. 결국 1백 47만 엔이라는 돈에 지나지 않아. 반대로 출판을 포기하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유타로는 모두의 얼굴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건 막대한 후회야. 나는 몇 년 세월이 흐르면 그 때 왜 출판을 감행하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할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후회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커질 게 틀림없어. 난 중년이 되어서까지 그런 후회를 안고 살고 싶지 않아.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훨씬 낫지. 나이를 먹을 대로 먹어서 아, 그때가 내게는 최대의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하기 싫어. 고작 1백 47만 엔 때문에 그런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물론 지금 내게는 큰돈이야. 그러나 20년 후의 내게도 과연 큰 돈일까? "

 

독자가 아니라 저자를 상대로 하다보니 고객이 줄지를 않고 늘어가기만 한다. 사기 같은데, 납득당해 버린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칼같은 단호함으로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고, 기승전결도 뚜렷한 기획물의 느낌이고, 결말 또한 맘에 든다.

 

"다시 말하는데, 우리가 하는 일은 손님들에게 꿈을 파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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