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을 읽는가.
아니, 왜 책을 읽지 않을까? 이 재미있는거를.
내가 싫어하는 거는 스마트폰 오락, 작은 일에 일희일비 호들갑쟁이. ... 는 나.
나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고, 오류의 가능성을 이빠이 가지고 있지만, 나는
호기심이 많다.
아는 동생이 수업 들으러 오는 중에 정말 부자인 여자가 있다며 부럽다 했다.
그 얘기를 들으며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게 하나도 부럽지 않다. 내가 부러워하고 동경하는건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속계속
내가 모르는 걸 아는 사람이었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중심이 뚜렷한 사람이었고, 밖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안에 가지고 있는게 많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잠자리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잠자리가 아니라 에디슨과 테슬라 이야기를 해 준 밤이었다. 하루종일 샵에서 멍때리고, 책 읽고 있어도 요즘은 이 시간이 뭐라도 지껄이고 싶은 시간이네. 근데, 지금 이 이야기하다가 생각나서 그 때 그 책을 찾아 봤다. '에디슨' 키워드로다가. 몇 번인가 검색어 바꾸고, 분야 바꾸면서 찾았다.
그러고보니, 과학 서적 읽는 사람들도 동경해. ( 나는 동경해서 사기만 한다. ...)
미술, 역사 이야기도 좋아해.
요 며칠 읽었던 책들이 정말 재미있었다.
책을 읽는 것은 저자와 독자와의 대화, 수다, 토론, 싸움 등등등이라고 생각하는데, 시대를 초월해서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들(저자들)을 아무때나, 아무 곳에서나, 거의 노력도 돈도 들이지 않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게 정말 멋진 일이라 책 읽다가도 문득문득 와,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데, 정말 멋져. 왜 세상에선 책이 안 팔린다는거야. 그러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내 특징이 '호기심'이라면, 욕인지 칭찬인지 모호한 SY shares her emotions. 는 게이 동료가 얘기해 준 내 특징이다. 나를 오래도록 봐 온 사람들이 동의할지 모르겠다만, 책이 좋으면 좋아 미치겠다.고 파팍- 파팍- 뇌에서 신호가 오는대로 듣는 사람 개의치 않고, 계속 재미있다. 재미있어. 멋져! 멋지다구! 노래 부르는 거. 꽃팔면서도 똑같다. 이 꽃 정말 너무 예쁘지 않아요.를 정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이년이 미쳤나 할 정도 또 하고 또 한다.
얼마전 트위터에서 보길, 사이바라 리에코 이야기. 착한 마스다 미리보다는 사이바라 리에코 -> 이런 얘기에 당연히 나는 낚인다. 제대로. 파닥파닥.

그리고 또 다른 트위터에서 이 장면을 봤다.
오늘 책을 보니 이게 비교적 초반에 나오는 장면인데, 마지막장을 덮고 나면 이 장면이 다시 생각나면서 짠하고 짠해져서 얼굴이 딱 이렇게 된다. 울면서 웃는거.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양 입가는 진심으로 피식 하며 올라갔는데, 눈도 진심으로 웃는 눈인데, 눈에 물이 .. 흑.

엄마가 집문서를 가지고 도망가고 누나가 몸을 팔아 동생 둘을 먹여 살린다. 초밥을 사오니 그래도 형이라고 눈치가 있어 '이렇게 맛있고 맛없는 초밥은 생전 처음이야.' 라고 말한다.
이 책이 내내 이렇다.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난다. 맛있고 맛없는 초밥처럼.
밑바닥의 밑바닥인 삶이라 어떤 동정과 연민도 사치같이 느껴져 얘기를 꺼내기도 뭐하다. 행복해지자. 고 말하는 것도, 그래도 열심히 살자. 라고 하는 것도 이 세계에선 헛되다.
그런게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의 페이소스는 인간에게서 정말 조금이라도 좋은 모든 것들을 걷어내고 남는 날 것의 사람과 그들의 감정을 펼쳐 놓으면 무엇이 남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떻다.고 말하기에 상황이 너무 엿같다. 그냥 날 것의 상황과 감정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다른 리뷰들을 보시라.
얌전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또 그렇게 얌전히 살지만은 않았다. '우리집'에서처럼은 살아보지도, 건너 건너 건너도 보지도 못했으니 그점에선 아마 99 프로가 동일한 독자일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쎈 걸 권한다고 해서 미워하지는 마시길.
여튼 나는 이 정체모를 사이바라 리에코의 세계를 좀 더 알기 위해 한 권씩 읽어나갈 생각이다.

어떤 장면들이나 인용들을 보고 읽어볼까. 싶기도 하겠지만, 역시 이건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당일배송으로 받아서 샵에서 읽고 바로 알라딘 중고샵 강남점으로 가져다 주었다. 강남에 계시는 분들은 가시면 깨끗한 '우리집'이 있습니다만.
그리고 햐쿠카 나오키
되게 흔해빠진 제목과 내용과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되게 재미있었다.
'영원의 제로'가 번역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없네. 찾다보니 '복스' 가 있는데, 권일영 선생님 번역하셨네? 더 반가워.
이것은 블랙 코미디. 블랙 코미디.라는 책소개를 쓴 책들을 종종 봤는데, 드럽게 재미없기 십상. 영화는 재미난데 말이다.
기본적으로 책 이야기. 책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리 허접하더라도. 그래서 이 흔해빠지는 제목과 표지의 책을 '그래도.' 하며 샀던 것 같다. 근데, 재미있어서 대만족.
작가에게 휘둘리게 되는 책이다. 이렇잖아, 이렇잖아, 이러이러하잖아. 라고 혹하다보면, 너구리 편집장에게 사기당하고 있는 내가 있을뿐. 헐. 게다가 마지막에는 나의 최상급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깔끔하고 좋았다.
햐큐카 나오키가 한국 작가였다면, 인터넷 서점도 가열차게 까였을텐데 아쉽다. .. 응?
'복스'나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챈들러도 재미있었고, 이 책들 사이사이 읽고 있는 노명우의 '세상물정의 사회학'도 강추다.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내 학창시절에 교과서로 보내주고 싶은 책이다. 요즘 고민하는 몇가지 문제들에 있어 눈을 뜨이게 해 준 훌륭한 책. 다른 책들 (분명 읽으면 재미 없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은!) 도 마구 보관함에 담게 하는 책.
세속. 속세. 뉴스는 연일 깝깝해 뒤지겠고. 무뎌지지만 말자.고 되뇌일뿐이고. 그러니깐, 내가 '세상물정'을 논해야 할 정도로 순진무구하지는 않지만 ( 나 사이바라 리에코 읽는 녀자야!는 농담이지만)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읽는 것은 중요하다.
사이바라 리에코를 누구에게라도 강추할 수 없지만, 강추하는 리뷰들을 보여주며 안 읽을꺼야? 안 읽을꺼야? 한다면,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고, 읽어보십시오. 하고 싶은 책이다.
'꿈을 파는 남자'는 손에 책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추천
챈들러는 챈들러니깐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끝.
배고프다. 밥 먹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