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책표지인지 뭔지 전혀 모르시는 강기사는 집에 가져다 놓은 '무진기행'을 레슨하다 잠깐씩 베고 자기 좋겠다. 며 가져가셨다. ... 헉. 거기에다 대고 이거 오만원 이상 사야 주는 거란 말야~~ 어우어우어~ 할 수가 없어서 입다물고 있었는데, 직관적으로 봐도 이게 베개는 베개인가보다. 그것도 책 읽다 잠깐 잘 때 쓰는 책베개st 한 베개.

 

나는 뭐 그런걸 좀 신경쓰는 편이라 '장서의 괴로움'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베개를 고르지 못했다.

장서의 '괴로움'이 자학적인 면도 있고, 자조적인 면도 있긴 하지만, 난 정말 웃으며 괴로움. 이 아니라 괴로운 괴로움.이기도 하므로. 베개 베고 자면서 괴로움. 은 좀 싫어서 말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넘은 노인' 도 그런면에서 패스.

'무진기행'도 애매하긴 했지만, 뭐, 그래도 뭐. 그런면에서 카프카의 '꿈'은 꽤 적절.하지만 썩 맘에 드는 건 아니고.

자기 직전에도, 중간에 깼을 때도, 눈뜨자마자 하는 일이 책 읽는 거라면, 꽤 가끔 꿈 속에 책 내용도 나오기 마련이거든.

 

 

 

골라보자면 위의 네 권 같은 책베개 있으면 하트뿅뿅 다 사버리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뭐 출판사와도 이야기가 되어야 하니 그렇게 쉽지많은 않겠지만, 이번에 책베개 만든 책들의 책판매가 유의미하게 업되었다고 하니 혹시 만약 2차를 한다면 (너무 남발해도 곤란하긴 하겠지만 ) 책 제목과 표지에도 좀 더 신경을..

 

그렇게 나홀로 책베개를 고르고 있다보니 놓쳤던 신간들이 보이기에 내친김에 신간마실도 하는걸로.

 

 

 

 

  마루야마 겐지 <나는 길들지 않는다>

 

마루야마 겐지의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 산문집 <나는 길들지 않는다>에서 겐지는 '젊음'을 집요하게 문제 삼는다. 여기서 젊음이란 "단순히 육체적인 젊음이나 세포의 건강함, 신체 기능의 탁월함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젊음은 곧 자립이다. 즉 온전히 자신에만 의존해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젊음을 말살한 것은 부모이며 학교 교육이며 사회이다. 국가이며 문명이다. 부모의 넘치는 사랑과,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한 학교 교육과,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돌봐 줄 것처럼 군 국가다. 야생성의 광휘를 빼앗은 편리한 문명이다. 그리고 편안하고 푸근한 둥지에서 언제까지 나오려 하지 않고 또 이미 그런 공간이 없는데도 여전히 찾고 있는 자신이다.

겐지는 말한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려 하는 자는 부끄러워해야 마땅한 비겁자"이며, "우리는 처음부터 스스로를 구제할 힘을 갖고 있었다"고 말이다. 마치 그 힘이 없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그 힘을 끌어낼 방법을 모르고, 저력을 발휘하는 습관이 몸에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 조언한다.

'달에 울다'난 '소설가의 각오' 등과 같은 책으로 나는 마루야마 겐지를 좀 진지하고 철학적인 고고한 소설가. 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나오는 책들을 보면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기타노 다케시 필이잖아?

 

젊음, 천번 흔들려도 '가만히 있어라' 고 하는 것보다 길들지 않는게 낫다. 무력하게 끓는 물이 담긴 냄비 안의 개구리가 되느니 길들지 않는 길고양이가 되는 것이.

 

 

 

 

 

 

 

 

 

오, 이렇게 보니 마루야마 겐지 책 많은데 하나도 안 읽은듯..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 헐.

 

  안톤 체호프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

 

안톤 체호프가 1890년에 사할린을 탐방한 후 쓴 실험적인 책 『사할린 섬』과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편지들, 여행 수첩 등에서 글쓰기와 관련한 조언을 추려 글쓰기에 유용한 조언과 행동방식을 제공한다. 이 책을 엮은 피에로 브루넬로는 베네치아 카 포스카리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유럽에서는 안톤 체호프 전문가로 유명하다.

즉, 이 책은 리얼리즘 대가인 안톤 체호프만의 감정을 배제한 리얼리즘 글쓰기는 어떤 것인지, 그가 사할린 섬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어떻게 썼는지 글쓰기의 기본을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글쓰기의 기본은 100년이 지나도 변할 이유가 없다. 화려한 문장력이나 누군가를 현혹하기 위한 일회성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브루넬로 교수를 통해 매우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체호프의 진심 어린 글쓰기 조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브루넬로 교수 엮음. 이다. '사할린 섬'을 되게 사고 싶었는데, 사려고 할 때마다 배송이 늦거나 품절. 인 바람에 혹시나 하며 보니 잘 팔고 있네. 절판되지 말고, 기다려. 내가 꼭 사줄께.

 

 

 

 

 

 

 

 

 

 

 

 

 

 

해부도감 시리즈 네번째, '가게 해부도감'이 나왔다. 잘 팔리나보네. '주거해부도감'이랑 '주거 인테리어 해부도감' 있는데, 이렇게 보니 '주거 '정리' 해부도감' 땡기네. '정리' '정리'

 

일단 이 책은 누구나와 관계 있는 책인데, 아기자기한 그림과 설명으로 정리하지 않아도 인테리어 하지 않아도 재미난 책이다.

 

 

 

 조르주 페렉, 자크 루보  <겨울 여행/ 어제 여행>

 

'조르주 페렉 선집' 4권. 20세기 후반 프랑스 실험문학 집단 '울리포OuLiPo'의 구성원이었던 조르주 페렉과 수학자이자 시인으로 유명한 자크 루보의 작품이 함께 실린 특별판이다.

우리가 아는 19세기 불멸의 시인들-보들레르, 랭보, 베를렌, 말라르메, 위스망스, 로트레아몽 등-을 이들보다 앞서 존재한 한 무명 천재시인 '위고 베르니에'의 표절자들로 감쪽같이 몰아붙이는 페렉의 도발적 이야기 <겨울 여행>(1979년 첫 발표)과, 이에 매료당한 자크 루보가 치밀한 추리력과 울리포적 실험기법을 더해 펴낸 또하나의 기발한 역작 <어제 여행>(1992년 첫 발표)을 묶은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와 창작시기가 다른 두 편의 소설이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창작소설집이라 할 수 있다. 페렉의 이 '위고 베르니에' 이야기 <겨울 여행>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중인 울리포 구성원들 열다섯 남짓으로 하여금 새로운 공동창작 소설의 장르 모험을 보여주는 <겨울 여행 & 그 연작들Le Voyage d’hiver & ses suites>(2013) 출간으로 메아리치게 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조르주 페렉은 느낌상 괴작가인데, 표지 저렇게 좀 안 했으면.. 좋았을텐데... 저런 괴랄한 표지는 표지에도 불구하고 살 수 있는 작가 한정으로 ( 열책의 프로이드라던가..) 만들어야 하는데, 음.. 여튼, 100페이지도 안 되는 이번 신간 궁금하긴 하다.

 

 

그 외 관심 신간들 :

 

 

 

 

 

 

 

 

 

 

 

 

 

 

 

 

 

아, 그러고보니 내가 JCO랑 필립 로스랑 이언 매키언이랑 신간 나온거 얘기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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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4-10-04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나온 책들은 금방 절판이 되더라구요. 저 책은 좀 다르려나...;;;

애쉬 2014-10-0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더 산뜻한 표지들로 책베개 한번 더, 에 동감!

moonnight 2014-10-0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베개에는 절대 현혹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금세 무릎 꿇었어요. ㅠ_ㅠ;
사야 할 책들이 너무 많네요. 장바구니가 꽉 -_-;;;;
 

부록으로 나온 진짜 장인정신으로 만든 노트 절대 놓치지 마시구요

 

1차분때는 2권마다 하나씩 줘서 2권씩 따로 주문했는데, 2종 중 같은 버전 와서 심통 냈었더랬는데,

 

2차분은 4권 다 사야 한 권 와서, 이 , 뭐, 하면서 ( 제가 뭔 힘이 있나요 ) 4권 한꺼번에 샀다.

 

퀄이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상상도 못 했는데,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왼쪽이 1차분의 부록, 오른쪽이 2차분의 부록.

1차분의 띠지같이 보이는 부분은 인쇄되어 있고, 2차분은 실제 띠지다.

1차분에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이었다면, 2차분은 '갱부'의 반전 이미지이고, 띠지도 '갱부' 띠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에서 정말 사랑하는 부분중 하나, 띠지.

 

걸으면 걸을수록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흐릿한 세계

 

각권에서 발췌한 문장을 하이쿠처럼 저렇게 짧게 늘어 놓는 심플한 띠지는 띠지 자체로도 훌륭한 상품이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맘에 든다. 그 어떤 휘황유치찬란한 선전문구나 사진도 없이 작가의 문장으로 승부하는 고고함에는 그만 무릎을 꿇지요.

 

 

 

 

 

 

 

노트 1차분도 대부분의 책보다 고퀄을 자랑하는데, 2차분은 거기에 예술성까지 가미했다.

 

 

 

 

앗, 이 장정은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올빼미'!에서 봤던!

마침 작업실에 이 책 있어서, 박스 뜯자마자, 이거이거! 하면서 가져왔다.

 

안에 종이도 좋고, 저런 제책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아시는 분 댓글 좀 ^^)

정말 멋지다!

 

어제, 소세키 전집과 전집 부록과 책베개와 신간들이 잔뜩..은 아니고, 몇 권 들어 있는 박스들이 도착해서 기뻤다!

 

 

 

 

그나저나 소세키 전집 중 '우미인초'에만 금박이 들어 있는데, 왜때문에?

 

앞으로 청박, 녹박, 은박, 백박도 하나씩 끼워 줬으면 좋겠다. 핡핡-

(진심임. 홀로그램박은 '파운데이션'에서 하기도 했고, 소세키랑 왠지 안 어울리니깐 빼고)

 

 

소세키 1차분때 노트 꽤 오래 남았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왕 살꺼라면 부록이라 말하기도 황송한 이 노트님을 놓치는건 정말 아까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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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0-0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 터지나요 ㅠ.ㅠ

하이드 2014-10-02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받아본 노트부록중, 아니, 이런 노트를 돈 주고라도 살 수나 있냐는 말이죠!
현암사, 소세키 2015 다이어리도 만들어주세요. 소세키 문장 넣어서. 으앜!


534 2014-10-0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보다 배꼽이라고ㅎ
전집도 전집이지만 노트가 정말 가지고 싶어지네요ㅠㅜ
노트를 위해서 전집 구매 가는 건가요ㅋㅋ

하이드 2014-10-0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세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고, 이 전집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전집이라 저는 그런 고민은 없는데, 노트는 더 받고 싶습니다~~~! 판매하면 구매해서 좌르륵 꽂아두고 싶어요.

blanca 2014-10-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는 것만으로도 괴롭네요. 지름신이.. 노트가 너무 고급스러워 보여요.

하이드 2014-10-0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마디만 할께요. 사진이 너무 후지게 나왔습니다. 실물은 훨씬 멋집니다.

moonnight 2014-10-06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역시 하이드님은 지름신이십니다. ㅜ_ㅜ; 나쓰메 소세키를 과연 내가 읽을 수 있을까 -_-a 고민이 됩니다만, 노트는 정말로 갖고 싶네요. ;;;

노란곰 2014-10-1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1차분부터 참고있는데 진짜 곧 지를것 같은 불안감이.... ㅎㄷㄷㄷㄷㄷㄷ

하이드 2014-10-1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꺼면 노트 떨어지기 전에 얼른 한꺼번에 확! ㅎㅎ

소세키는 정말 좋아요.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습니다. 장르불문,나이불문 ^^
 
보틀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길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일단 리뷰 제목을 '고전부 시리즈의 다크 버전' 이라고 적은 이야기부터 해보자면,

 

바로 한두권 전에 고전부 시리즈의 네번째인 '멀리 돌아가는 히나' 를 읽은 여운이 남아있는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보틀넥 뒤의 해설에 딱 언급이 되어 있어서, 정말 그러하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전부 시리즈는 외국 여행중인 누나에게 편지를 받는 호타로. 로부터 시작된다. '고전부에 들어가' 라며.

이 이야기도 누나와 남동생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는데, 가장 먼저 와닿는 부분이 이 가족관계에 관한 것은 나도 누나이기 때문일까? 여튼, 각각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키를 꽉 붙들고 있으려니 기분이 무척 복잡했다.

할 수만 있다면 거리를 두고 싶은 상대방에게 어쩔 수 없이 딱 달라붙어 있다. 그럴 마음은 전혀 없었는데 어느새 호의에 기대고 있다. ...... 게다가 그러면서도 별로 열등감이 들지 않는다.

 

그렇구나.

 

꼭 가족 같다.

 

평행우주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에서 처음이라면, 어떨까나, 좀 복잡하게 느껴지려나.

 

요네자와 호노부의 이야기와 플롯의 대단함은 글을 쉽게 쓰는 덕분에 과대평가 될 수도, 과소평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야기가 복잡하거나 한 건 전혀 아니다.

 

여자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러 도진보의 절벽에 간 료는 현기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강변의 벤치에서 일어나게 된다. 영문을 몰라하며 집으로 갔는데, 집 열쇠는 맞지 않고, 집 앞에서 자신의 집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생전 처음 보는 여자, 사키를 만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그 세계에 '나'는 없다. 대신에 사키가 있을 뿐이다.

 

하지메라는 형이 있고, 중간에 유산이 된 아이가 있다. 그리고 '나', '료'가 있는데,

이 세계에선 '나'의 세계에서는 유산이 되어 죽은 아이가 태어나 사키가 되었고, '나'는 없다.

 

그런 세계다. 모든 것이 같으나 이 세계에선 사키만 있고, '나'의 세계에선 '나'만 있다. '나' 가 '사키만 있는 세계'로 어쩌다보니 넘어오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나, 늘 무력하고 아무것도 아닌 '나'에 비해 사키는 긍정주의자에 오지랖이 넓고 늘 '상상력'을 강조하는 호기심이 많다.

 

'나'의 세계와 '그녀'의 세계 사이에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해하고, 료와 사키는 그 차이들을 알아간다. 료의 세계에서 죽었던 여자친구 스와는 사키의 세계에서 죽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에서 아무것도 아니게 된 스와, 절벽에서 사고로 죽게 된 스와는 사키와 둘도 없는 친한 선후배간이며 료의 세계에서와는 달리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밝다. 사키와 료는 료를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 처음 정신을 잃었던 도진보로 여행을 가게 된다.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아니, 미스터리는 첫장부터 시작되었던가?

 

가벼운(?)  평행우주물(?) 같았던 이야기의 후반부는 대담하고, 앞부분이 전혀 가볍지 않았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며, 요네자와 호노부를 격찬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숨을 멈추고 지켜보게 된다.

 

절망적인 현실일 수도 있는데, 이 이야기가 '소설'일 뿐이라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건지, 이 이야기의 마무리에 멘붕이 올 수도 있지만, 찜찜함보다는 카타르시스를 남긴다.

 

이런 것 뿌듯하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을 9권 읽었다. 대부분 괜찮았고, 이건 꽤 좋다. 라고 생각한 책들도 있다. ( '덧없는 양들의 축연', '추상오단장') 근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요네자와 호노부를 좋아해.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뒤에 해설을 읽어보니 아직 읽지 않은 '개는 어디에' 나 소시민 시리즈라고 하는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여름철 파르페 사건' 도 재미있을 것 같다. 뒤에 두 권은 품절인데, 이런 표지면 읽고 싶어질리가 없잖아. 싶은 표지라 안습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싶다.

 

할 이야기가 많다.고 서두에 썼는데,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직접 읽고 느끼는 편이 좋다고 생각되니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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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09-30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겠어요.

참 몇몇 작품은 표지가 작품의 최고 안티죠 =.=
 

 다니구치 지로 <에도 산책>

 

『아버지』『신들의 봉우리』의 작가 다니구치 지로의 신작.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산책을 즐기는 한 초로의 남자의 이야기로, 그의 발걸음을 따라 에도의 풍경을 그려낸 작품이다. 은퇴 후 에도의 구로에초(현 도쿄 고토 구 일대)에 거주하는 주인공은 매일 걸음 수를 세며 산책하는 것이 취미이다.

하나 둘 걸음을 세어가며 사람들이 가득한 번화가나 골목길, 유서 깊은 신사, 산과 바다 등 에도 곳곳을 누빈다. 그의 산책은 날씨와 계절도 가리지 않는다. 봄에는 꽃을 구경하고, 여름에는 소나기를 맞으며 걷고, 가을에는 잠자리를 따르고, 겨울에는 쌓인 눈을 밟는 감촉을 즐긴다. 그의 발걸음마다 춘하추동 에도의 정취가 물씬 피어오르고, 독자들은 당시의 거리를 실제로 거닐고 있는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주인공은 길 위에서 거리의 상인, 떠돌이 하이쿠 작가, 어부, 만담가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생활상이 마치 지금의 일인 것마냥 생생하게 다가온다.

재미있게도 주인공은 때로 거북, 고양이, 잠자리, 개미, 나무 등 다양한 생물로 변신한다. 거북이 되어 물속과 강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고양이가 되어 뒷골목을 뛰어다니기도 한다. 어느날은 잠자리 등에 올라타 세상을 내려다보기도 했다가 자그마한 개미가 되어 올려다보기도 한다. 사람의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에도의 속살들이 다른 생물의 시선을 빌려 흥미진진하게 묘사된다.

 

 

다른 것보다 '신들의 봉우리' 작가라니, 어떨까 궁금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다시 보면, 유메바쿠라 바쿠 원작이다. 만화 각색이 다니구치 지로인가보다.

 

에도산책 하면 떠오르는 책이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산책인데, 읽을 때도 재미 없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재미 없다.

여튼, 다니구치 지로의 '에도 산책'은 좀 기대된다. 주인공이 거북, 고양이, 잠자리 등으로 변신한다고 하는데, 목차만 보더라도..

 

솔개 009
벚꽃 021
거북 031
고양이 045
별 055
고래 067
비 081
반디 093
코끼리 107
벼락 121
잠자리 137
달 151
말 163
개미 179
눈 193

 

고독한 미식가, 선생님의 가방. 같은 잔잔한 작품의 작가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에도시대 버전 고독한 미식가 같은 걸까?

 

 

 

 

 

 

 

 

 

 

 

 

 

 움베르트 에코 <적을 만들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새 천년 이후 10년 동안 에코가 고전 모임, 문화 행사, 강연, 에세이, 학회, 정기 간행물, 신문 및 잡지 기고문 등을 통해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총 열네 편의 글들은 한 저자의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각각 독립적인 주제와 내용, 접근 방식, 경험과 지식을 담고 있다.

에코는 분명히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숙제를 안기는 작가다. 또한 에코 스스로도 절대적인 지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지식은 그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더 혼란스러워진다고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에코는 이 책을 통해 경쾌한 목소리로 아낌없는 불만과 날카로운 지적을 내놓고 있고, 동시에 전작들에서처럼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에코 특유의 화법 또한 여전하다. 그의 학식, 재치, 열정이 한데 버무려진 이 칼럼 모음집은 에코의 저작 활동에 커다란 방점을 찍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가격이 열린책들에서 17-8천원으로 책정되어 있길래 판형 보니 에코 전집 판형과는 틀린 판형인가보다. 오프에 소흘했다. 내일은 교보 놀러가서 실물도 보고 와야지.

 

난 책값은 한참 더 올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이고, 에코의 책이 18천원 한다고 해서 절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책값이 오르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열린책들은 가장 저렴한 쪽으로 합리적으로 책값을 책정하는 출판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시마 타케히토 <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건 아니겠지?>

 

‘걷기’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요즘, 독특한 ‘길’이 있다. 일본 시코쿠 지방의 불교 순례길 ‘헨로’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관광화 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 길은 전통적으로 ‘수행길’이며,
따라서 단순히 건강을 위해 걷기 보다는 무언가 마음속 짐을 안은 사람들이 해답을 찾기 위해 모여드는 길로 통한다.

이 작품은 저자가 헨로길을 직접 걸으며 체험한 것을 토대로 그린 픽션이다. 주인공 ‘안 팔리는 중년 에로만화가’는 담당 편집자에게 “선생 작품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실의에 빠진다. 주변 동료들은 승승장구하는 반면 자신은 점점 나락으로 빠져드는 일상 속 어느날, 사람을 상해하고 시코쿠 헨로로 숨어들어간 한 화가가 그곳에서 신분을 드러내며 작품 활동을 하던 중 불심건문에 걸려 달아났다는 뉴스를 보며 주인공은 의아해 한다.

‘헨로라는 곳이 어떤 곳이기에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같은 창작자로서의 호기심과 주인공이 처한 비루한 현실은 결국 발길을 시코쿠로 향하게 한다. 그 화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비현실적인 희망과 함께.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본 헨로길에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나름의 고민을 안고 걷고 있었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걷는지, 또한 그는 어떠한지… 이 이야기는 그 기록에 대한 편린이다.

 

 

시코쿠 순례길 이야기다. 주인공 '안 팔리는 중년 에로만화가' 가 담당 편집자에게 '선생 작품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라는 점이 맘에 드는 포인트다.

 

 

 에릭 메이젤 <작가의 공간>

 

침체에 빠진 글쓰기를 독려하고 작가로서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새로운 글쓰기 책. ‘글쓰기 방법론’을 다룬 책은 너무 많다. 그래서 이책은 조금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들이 흔히 겪는 물리적 문제, 정신적 문제, 정서적 문제, 창의력의 문제, 실존의 문제 등 8가지 핵심 문제를 8가지 공간(space)이라는 메타포를 이용해 풀어낸다.

미국에서 인정받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전문 심리상담가로 활동해온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이 책은 글쓰는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을 들여다보고, 예민하게 핵심을 포착해 작가 고유의 해법을 제시한다. 누구보다 작가들의 고민을 잘 꿰고 있는 저자의 경험 덕분에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잃어버린 집필 욕망을 되찾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현재의 고민을 딛고 일어나 당장 글을 쓰고 싶은 강력한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책 표지 북플로 보면 끝내주게 멋진데, 여튼, 당장 일어나 글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한다. 그 동안 읽어 온 작가의 공간에 대한 책들과는 다른 접근.. 이라고 해야 하나, '공간' 이라는 말 그대로의 접근.

 

 

 

 

 에릭 슈미트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비즈니스 리더 에릭 슈미트가 세상을 바꾸는 구글의 힘, 그 숨겨진 원리를 마침내 공개한다. 이 책에서 에릭 슈미트는 구글이 지금까지 어떻게 일해왔는지, 왜 기술혁신이 놀라운 변화를 주도하는 시대의 핵심가치인지, 전문성과 창의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글의 혁신적인 활동 현장을 통해 역설한다. 구글의 성공과 실패의 측면뿐 아니라 다양한 이론과 통계, 폭넓은 증거자료로 주장을 뒷받침한다.

구글 책이 정말 많이 나왔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건 캔 올레타의 <구글드> . 구글드. 읽었을 때 비해 지금은 구글에 대한 호감은 거의 없지만, 에릭 슈미트의 구글 책이라면, 한 번 읽어봐야지 싶다.

 

 

이 외에 신간은 아니지만, 트윗등에서 강력추천 받아 읽어볼까 싶은 책들 :

 

 

 

 

 

 

 

 

 

 

 

 

 

 

 

 

 

오늘은 여기까지. 새식구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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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3-2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멀리 돌아가는 히나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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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가는 히나'는 '멀리 돌아가는 히나'를 표제작으로 하는 단편집이자 '빙과' 부터 나온 고전

부 시리즈 네번째 책이다.

이제야 애니메이션 볼 마음이 들어서 히나를 다 읽어갈 즈음에 '빙과'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더니,

애니메이션과 원작과 원작의 책 만듦새까지의 하모니가 끝내주게 몽글몽글 귀엽다.

 

각각의 단편은 지금까지와 같이 일상 미스터리이고, 나는 이 시리즈는 장편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이 쯤되면 단편들도 시리즈의 연장으로 하나의 이야기같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단편이 마지막으로 갈수록 뭔가 이야기의 마무리라는 느낌이 드는 여운이 참 좋았다.

 

요네자와 호노부를 좋아한다.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로 다양한 재미를 만들어내다니 매력적이다.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

 

라는 신조의 호타로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 와 '수제 초콜릿 사건'은 어찌 보면 연결 되는 이야기인데,

호타로의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 는 꼼수로, 사토시의 '수제 초콜릿 사건'은 풋풋한 로맨스 성장기로 다가온다는 점.

대신에 '수제 초콜릿 사건' 다음으로 나오는 '멀리 돌아가는 히나' 에서 지탄다와 호타로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청춘.

'새해 문 많이 열려라' 와 '멀리 돌아가는 히나'에서 특히 청춘 느낌이 몽글몽글

 

네 명의 등장인물이 다 쑥쑥 성장해 나갔지만, 아무래도 주인공인 호타로의 각성에 이입하게 된다.

 

역자인지 저자인지 '일상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좀 아쉽다고 했는데, 그 말도 맞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그 특유의 '고전' 에 대한 오마주라 할까 싶은 미스터리들을 많이 써 낸 작가이다. 이번 단편집에서 저자가 저자 후기에 언급한 '수제 초콜릿 사건' 은 도서미스터리, '기억이 있는 자는' 은 헤멀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 로 '새해 문 많이 열려라' 는 자크 퓌트렐의 '13호 독방의 문제' 로 연결되고,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대죄를 짓다' 도 안락의자 탐정으로 연결된다.

 

일상 미스터리, 고전 미스터리, 학원물, 시리즈물. 이렇게 좋아할 포인트가 많다. 고전부 시리즈가.

게다가 처음보다 읽으면 읽을 수록 더 재미있어진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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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9 16: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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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9 16: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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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9 1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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