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구치 지로 <에도 산책>
『아버지』『신들의 봉우리』의 작가 다니구치 지로의 신작.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산책을 즐기는 한 초로의 남자의 이야기로, 그의 발걸음을 따라 에도의 풍경을 그려낸 작품이다. 은퇴 후 에도의 구로에초(현 도쿄 고토 구 일대)에 거주하는 주인공은 매일 걸음 수를 세며 산책하는 것이 취미이다.
하나 둘 걸음을 세어가며 사람들이 가득한 번화가나 골목길, 유서 깊은 신사, 산과 바다 등 에도 곳곳을 누빈다. 그의 산책은 날씨와 계절도 가리지 않는다. 봄에는 꽃을 구경하고, 여름에는 소나기를 맞으며 걷고, 가을에는 잠자리를 따르고, 겨울에는 쌓인 눈을 밟는 감촉을 즐긴다. 그의 발걸음마다 춘하추동 에도의 정취가 물씬 피어오르고, 독자들은 당시의 거리를 실제로 거닐고 있는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주인공은 길 위에서 거리의 상인, 떠돌이 하이쿠 작가, 어부, 만담가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생활상이 마치 지금의 일인 것마냥 생생하게 다가온다.
재미있게도 주인공은 때로 거북, 고양이, 잠자리, 개미, 나무 등 다양한 생물로 변신한다. 거북이 되어 물속과 강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고양이가 되어 뒷골목을 뛰어다니기도 한다. 어느날은 잠자리 등에 올라타 세상을 내려다보기도 했다가 자그마한 개미가 되어 올려다보기도 한다. 사람의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에도의 속살들이 다른 생물의 시선을 빌려 흥미진진하게 묘사된다.
다른 것보다 '신들의 봉우리' 작가라니, 어떨까 궁금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다시 보면, 유메바쿠라 바쿠 원작이다. 만화 각색이 다니구치 지로인가보다.
에도산책 하면 떠오르는 책이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산책인데, 읽을 때도 재미 없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재미 없다.
여튼, 다니구치 지로의 '에도 산책'은 좀 기대된다. 주인공이 거북, 고양이, 잠자리 등으로 변신한다고 하는데, 목차만 보더라도..
솔개 009
벚꽃 021
거북 031
고양이 045
별 055
고래 067
비 081
반디 093
코끼리 107
벼락 121
잠자리 137
달 151
말 163
개미 179
눈 193
고독한 미식가, 선생님의 가방. 같은 잔잔한 작품의 작가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에도시대 버전 고독한 미식가 같은 걸까?
움베르트 에코 <적을 만들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새 천년 이후 10년 동안 에코가 고전 모임, 문화 행사, 강연, 에세이, 학회, 정기 간행물, 신문 및 잡지 기고문 등을 통해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총 열네 편의 글들은 한 저자의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각각 독립적인 주제와 내용, 접근 방식, 경험과 지식을 담고 있다.
에코는 분명히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숙제를 안기는 작가다. 또한 에코 스스로도 절대적인 지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지식은 그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더 혼란스러워진다고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에코는 이 책을 통해 경쾌한 목소리로 아낌없는 불만과 날카로운 지적을 내놓고 있고, 동시에 전작들에서처럼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에코 특유의 화법 또한 여전하다. 그의 학식, 재치, 열정이 한데 버무려진 이 칼럼 모음집은 에코의 저작 활동에 커다란 방점을 찍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가격이 열린책들에서 17-8천원으로 책정되어 있길래 판형 보니 에코 전집 판형과는 틀린 판형인가보다. 오프에 소흘했다. 내일은 교보 놀러가서 실물도 보고 와야지.
난 책값은 한참 더 올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이고, 에코의 책이 18천원 한다고 해서 절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책값이 오르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열린책들은 가장 저렴한 쪽으로 합리적으로 책값을 책정하는 출판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시마 타케히토 <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건 아니겠지?>
‘걷기’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요즘, 독특한 ‘길’이 있다. 일본 시코쿠 지방의 불교 순례길 ‘헨로’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관광화 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 길은 전통적으로 ‘수행길’이며,
따라서 단순히 건강을 위해 걷기 보다는 무언가 마음속 짐을 안은 사람들이 해답을 찾기 위해 모여드는 길로 통한다.
이 작품은 저자가 헨로길을 직접 걸으며 체험한 것을 토대로 그린 픽션이다. 주인공 ‘안 팔리는 중년 에로만화가’는 담당 편집자에게 “선생 작품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실의에 빠진다. 주변 동료들은 승승장구하는 반면 자신은 점점 나락으로 빠져드는 일상 속 어느날, 사람을 상해하고 시코쿠 헨로로 숨어들어간 한 화가가 그곳에서 신분을 드러내며 작품 활동을 하던 중 불심건문에 걸려 달아났다는 뉴스를 보며 주인공은 의아해 한다.
‘헨로라는 곳이 어떤 곳이기에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같은 창작자로서의 호기심과 주인공이 처한 비루한 현실은 결국 발길을 시코쿠로 향하게 한다. 그 화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비현실적인 희망과 함께.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본 헨로길에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나름의 고민을 안고 걷고 있었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걷는지, 또한 그는 어떠한지… 이 이야기는 그 기록에 대한 편린이다.
시코쿠 순례길 이야기다. 주인공 '안 팔리는 중년 에로만화가' 가 담당 편집자에게 '선생 작품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라는 점이 맘에 드는 포인트다.
에릭 메이젤 <작가의 공간>
침체에 빠진 글쓰기를 독려하고 작가로서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새로운 글쓰기 책. ‘글쓰기 방법론’을 다룬 책은 너무 많다. 그래서 이책은 조금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들이 흔히 겪는 물리적 문제, 정신적 문제, 정서적 문제, 창의력의 문제, 실존의 문제 등 8가지 핵심 문제를 8가지 공간(space)이라는 메타포를 이용해 풀어낸다.
미국에서 인정받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전문 심리상담가로 활동해온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이 책은 글쓰는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을 들여다보고, 예민하게 핵심을 포착해 작가 고유의 해법을 제시한다. 누구보다 작가들의 고민을 잘 꿰고 있는 저자의 경험 덕분에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잃어버린 집필 욕망을 되찾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현재의 고민을 딛고 일어나 당장 글을 쓰고 싶은 강력한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책 표지 북플로 보면 끝내주게 멋진데, 여튼, 당장 일어나 글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한다. 그 동안 읽어 온 작가의 공간에 대한 책들과는 다른 접근.. 이라고 해야 하나, '공간' 이라는 말 그대로의 접근.
에릭 슈미트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비즈니스 리더 에릭 슈미트가 세상을 바꾸는 구글의 힘, 그 숨겨진 원리를 마침내 공개한다. 이 책에서 에릭 슈미트는 구글이 지금까지 어떻게 일해왔는지, 왜 기술혁신이 놀라운 변화를 주도하는 시대의 핵심가치인지, 전문성과 창의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글의 혁신적인 활동 현장을 통해 역설한다. 구글의 성공과 실패의 측면뿐 아니라 다양한 이론과 통계, 폭넓은 증거자료로 주장을 뒷받침한다.
구글 책이 정말 많이 나왔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건 캔 올레타의 <구글드> . 구글드. 읽었을 때 비해 지금은 구글에 대한 호감은 거의 없지만, 에릭 슈미트의 구글 책이라면, 한 번 읽어봐야지 싶다.
이 외에 신간은 아니지만, 트윗등에서 강력추천 받아 읽어볼까 싶은 책들 :
오늘은 여기까지. 새식구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