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 살 책들과 신간들을 정리해본다.
아베 야로 <술친구, 밥친구>
술이야기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밥이야기보다 더. 아베 야로도 좋고.
대충 둘러보니 '심야식당'처럼 만화만 있는게 아니라 글도 많은 것 같다. 글책에 일러스트 그림으로 페이지 때우는 거 싫어하지만, 아베 야로라면 괜찮다. 좋다.
이 책 빼고는 딱 바로 사고 싶은 책들은 없는데, 음.. 반값 + 세일에 보틀은 좀 가지고 싶다. 보틀을 두 개 받았는데, 하나는 동생군 손으로 사라지고, 하나는 잘 들고 다닌다. 예비로 하나 더 있었음 해. 책베개는 더 이상 가지고 싶은 타이틀이 없어서 패스.
신간 널어 놓아보면서 땡기는 것들을 챙겨 봐야지.
플래너리 오코너의 책이 번역되어 나올줄은 몰랐네. 플래너리 오코너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헤밍웨이 이래 가장 독창적인 작가', '고딕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플래너리 오코너. 요절한 탓에 작품 수는 적지만,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는 동시대 작가인 트루먼 카포티에 비견될 만큼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숨은 거장인 그의 대표작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가 마침내 국내 독자들에게 번역 소개된다.
그의 단편집은 전미 도서상과 오헨리 단편문학상 수상으로 일찌감치 작품성을 공인받았으며, 수록 작품들이 미국 대학들의 영문학과 커리큘럼에 매번 빠지지 않고 포함될 만큼 작가의 문학적 성취는 학문적으로도 널리 인정받는다. 또한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위원회 추천도서로 지정되어 '미국 고교생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 되기도 했다.
내가 가진 플래너리 오코너 책들은 표지가 다 엄청 고운데, 번역본 표지가 전혀 내 취향이 아니라 ( 저 제목 글씨 완전 싫음) 꺼려지긴 하지만, 이 책 사볼까 싶다. 헤밍웨이 이래 가장 독창적인 작가.. 라는 평의 헤밍웨이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내 원래 네이버 블로그 프로필이 한 십년쯤 플래너리 오코너의 책에서 인용한 문장. 근데, 그게 좀 헤밍웨이스럽다. 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헤밍웨이스러워서는 아닐 것 같은데, 왜 하필 헤밍웨이 이래 가장 독창적인 작가라고 한건지 궁금하다.
월 곰퍼츠 <발칙한 현대미술사>
19세기 인상파 작품들에서 시작된 현대미술 태동기부터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 깡통」, 데이미언 허스트의 「상어」로 이어지는 동시대미술을 아우르며, 걸작에 숨은 이야기들을 예술가들의 눈과 입을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서사적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윌 곰퍼츠의 미술사 강의는 난해하기만 하던 현대미술을 독자들이 한결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저자 윌 곰퍼츠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갤러리에서 관장을 역임하며 7년간 일하는 동안, 전시된 작품을 그저 멍하게 바라보거나 고개를 내저으며 뒤돌아서는 관람객들을 줄곧 봐왔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영국 테이트 갤러리의 관장 니컬러스 세로타 경조차 이따금 어쩔 줄 모르겠다고 할 때가 있을 정도다.
그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고 현대미술을 모두 사기로 치부하고 감상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윌 곰퍼츠는 현대미술이나 동시대미술을 이해하고 즐기려면 이것이 과연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려 하기보다는, 우선 어떠한 과정에서 이러한 작품이 탄생했는지 그 경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현대미술은 일종의 게임과 같아서, 얼핏 보기에는 알 수 없는 대상이라도 기본적인 규칙과 규정을 알면 한결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의 규칙과 규정은 바로 현대미술의 역사를 통해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그는 이 책을 통해 당시 문화.정치.사회적인 배경을 아우르며 150년에 걸친 현대미술사를 조명한다.
또 현대미술사에 대한 책이 나왔군. 하고 의욕없이 넘기던 차, 저자 윌 곰퍼츠가 테이트 갤러리 관장. 이라는 말에 게임 끝.
네, 네, 장바구니 넣겠습니다. 미리보기 보니 쉬우면서 지적인 글이다. 다행이다. 맘에 든다.
체비 스티븐스 <네버 노잉>
모두를 경악케 한 괴물 같은 데뷔작 <스틸 미싱>의 작가 체비 스티븐스의 두 번째 장편 스릴러.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일들을 정신과 의사 나딘에게 털어놓으면서 전개되는 <네버 노잉>은 이러한 형식적 특징을 통해 주인공의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에게 버려지고 곧바로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불행한 시간들을 보내 온 30대 초반의 목재 가구 기술자 세라 갤러거는 홀로 딸을 키우며 살다가 다정다감한 남자 에번을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이제야 좀 행복해지려던 참에,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던 한 가지 질문인 '내 친부모는 누구인가?'의 답을 찾아 나선다.
진실을 알 준비가 된 세라는, 그러나, 살면서 어떤 진실들은 모르고 사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렵게 찾아낸 친어머니는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로 세라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에 세라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친아버지를 찾아 나서고, 그녀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30년 동안 여름에만 여성을 살해해 온 연쇄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라는 그 사실을 묻어 둔 채 진실을 알기 이전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그녀의 생물학적 아버지 존은 세라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를 되찾고 싶다고 말한다.
<스틸 미싱>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서 리뷰와 페이퍼와 책소개를 둘러보고 왔다. 일반적인 유괴납치물은 아니었고, 분위기가 경박해 싫었다. 는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해외의 극찬을 돌아보면, 지나치게? 안 어울리게 가벼운 분위기는 번역때문인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처음 읽었던 책이 맘에 드는 점, 맘에 안 드는 점이 반반이라 '보류'였다면, 두번째 작품은 읽어볼까나. 싶은데 , 역자가 같아서 한번 더 고민. 그나저나 이 작가는 무슨 복을 타고 나서 표지가 이렇게 둘 다 끝내주게 예쁜걸까나.
김이설 <선화>
「선화」는 외형적으로 드러난 흉터로 인해 가족과 불통하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담한 문체와 사실적인 이미지들로 조형해내고 있는 소설로, 지울 수 없는 흉터를 안고 삶을 견뎌내고 있는 핍진한 일상이 전부인 여자 선화의 삶을 통해 외형적 상처와 흉터가 우리 삶의 내면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진지하게 조명하고 있다.
상처란 그렇게 분명한 표식으로 그 흔적을 남기는 법
이 소설은 ‘선화’의 일상을 조심스럽게 밟아가면서 시작된다. 그녀의 하루하루가 보여지고 그녀의 건조한 일상이 소개되며 그 일상에서 벌어지는 아주 작은 틈에 과거가 포개진다. 선화에 대해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면서 소설 페이지는 한 장 한 장 넘어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다 넘겼을 즈음 우리에게 흐릿했던 선화의 모습이 조금은 뚜렷해질 것이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이야기는 꽤 마음에 든다. '상처' 에 대해 매일같이 몽상하는 '나'다. '죽음'과 '노년'이라는 주제를 좋아하는데, '상처' , '드러난' 상처로 인한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못 본 것 같다.
그림책 상상 그림책 여행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계간으로 발행된 국내 최초의 그림책 전문 잡지 <그림책상상>에서 다룬 특집기사 일부를 보완해 엮은 책이다. 그림책으로 오랜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그림책상상>이 주목한 곳을 골라, 세계가 배출한 그림책 작가와 그림책 이야기를 수록했다.
이 책은 현대 그림책의 정신적 고향으로 불리는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그리고 1920-1930년대라는 특정 시기에 그림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표출해 보인 러시아의 그림책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다.
또 각 나라별로 주요한 역사적 흐름을 집어내는 그림책 전문가들의 글을 수록했으며, 그림책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 편집자나 출판사 및 관련 단체, 그리고 세계의 주요 그림책 시상 제도를 정리해 부록으로 담았다.
최근에 다시 그림책이 땡기게 된 것은 작업실 식구들 때문이다. <그림책 상상 그림책 여행>과 같은 멋진 책이 나와도 관성으로 '멋진 책이 나왔군' 하는게 다였는데, '한 번 사볼까' 싶은 마음이 든다.
나쓰메 소세키 전집이 도착하던 날, 이세 히데코의 책도 함께 도착했다. 그림책을 산다. 읽는다. 는 것을 보면,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조카 있어요?' 내지는 '그걸 왜 사요?'
그러나 일러스트 하는 친구, 미술학원 하는 친구, 애니메이션하는 친구가 있는 우리 작업실의 세 명은 고기 먹으러 와. 할 때보다 더 냉큼 일어나 와서 진지하게 책을 넘겨 본다. 그 작가 알아요? 이름 뭐다라 하면서 자기들끼리 막 고민하고 결국 제목 생각해내서 찾아 추천해주는 작가(유리 슐레비츠였다)의 그림책에 대한 나의 포토리뷰들을 보여줬다. 에헴 - ( 유리 슐레비츠 책 3권이나 있더라 ㅎㅎ ) 유치원생 이상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이런 진지한 관심을 받아보긴 처음인 나의 그림책. 다시 그림책에 대한 열정 돋을만 하다. 아, 물론 책에 관한한 알라딘은 예외다.
아직 책소개가 안 뜬 랜돌프 칼데콧의 <칼데콧 컬렉션>도 완전 땡김
500페이지 넘고 가격도 5만원 상당. 아.. 어떤 책일까?!
그 외 가벼워 보이지만, 제목과 주제가 팍 땡기는 신간들 :
누가 독거노인 아니랄까봐, 맨날 새벽에 깬다.
페이퍼라도 하나 쓰면 그나마 양호한거고, 정말 잉여롭게 잠깐 자는 사이의 트위터와 인스타를 확인하고, 헤이데이 농장 동물들 밥죽, 작물 걷고, 그리고 배고프다. 어제는 그젯밤에 다람쥐마냥 꿍쳐 놓은 여객선 꿀빵과 강기사가 집에 오다 호떡 트럭에서 산 고르곤졸라 호떡을 먹어서 든든했는데, 아.. 배고파.
아, 어제 그 먹거리들이 야식타임을 견뎌내고 남은건, 통영에 다녀온 J 가 충무김밥 싸 준다고 불러내서, 정말 김밥을 흡입하듯 먹어서 체하기 직전 기분이라 함께 가져온 '꿀빵'도, 고르곤졸라 호떡도 ( 아침에 먹어보니 전혀 고르곤졸라 아니었다만) 새벽까지 살아남은 것.
오늘 아침에 꽃시장 가는데, 오랜만에 수향이라도 다녀올까 싶다.
작업실 앞에 '수향'을 대체할만한 '구이와 조림' 집을 발견했다!! 나는 계란후라이가 서비스로 나오는 집에 굉장히 감동하고 황송해하는데, 밑반찬 정성들인 집하고. '수향' 이 그렇다. 삼시세끼 사 먹는 나는 집밥같은 밥이 최고. 평가에 박한 강기사와 동생군 모두 '구이와 조림'집 맛있다고 했고, 작업실 식구들도 좋아했다. 생선이라면 나는 삼시세끼도 먹을 수 있고!
아... 배고파서 책이야기로 시작해 밥이야기로 끝났어. 기승전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