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위조사건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8
조 홀드먼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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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 홀드먼의 책에는 자꾸 수식어 붙여주고 싶다. 박력있는 평행우주 문학 미스터리.에 조 홀드먼 하면 생각나는 '반전' 키워드 붙여도 되려나?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도 나오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헤밍웨이고.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난건 '프린지'다. 평행우주가 나오는 이야기를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어떤 최신미드보다 박력있다. 프린지에서도 르네 마그리트 등장인물 처럼 생긴 대머리 아저씨 등, 신도 아닌 뭣도 아닌 존재가 나와서 '뭔가' '조정'하고, '개입'한다.

 

이야기가 정말 매력적인 것은 박력있는 평행우주물. 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헤밍웨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헤밍웨이의 초기 원고를 부인이 기차에서 홀랑 잃어버리게 되는데, 그 잃어버린 원고를 헤밍웨이 연구자인 주인공으로 하여금 위조하려고 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그런 작은(?) 사기의 시작, 등장인물들도 소소하게 사기꾼, 교수, 교수 부인.으로 시작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적절하게 키웨스트이고. 할까, 말까, 하는 소소한 사기 드라마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평행우주들을 관장하는 '존재'들은 이상 기운? 파동? 을 감지한다. 그건 주인공인 교수가 분실된 헤밍웨이의 단편을 위조하려는 마음을 먹게 되면서 일어난 것이다. 종국에는 인류종말,지구종말,모든 평행우주 폭발. 이라는 '끝' 으로 가게 되는 것을 막으려고 교수를 죽이려고 한다. 교수를 죽이면, 모든 평행우주의 교수는 다 죽는다.

 

그렇게 문제의 싹을 잘라버리고자 하나 교수는 죽지 않는다. 아니 처음 시작된 소소한 사기가 발발하는 우주의 교수는 죽는다. 그러나 다른 우주의 교수는 죽지 않는다.

 

졸졸 평안한 숲속의 시냇물로 시작한 이야기의 물살은 다른 물줄기들을 더해가며 점점 굵어지고, 거세지며 끝을 향해 쏟아져 내린다.

 

대단한 작품이다. '영원한 전쟁' 이야기하면서 '스타쉽 트루퍼스'와 '노인의 전쟁'을 한줄기 이야기라고 이야기하고, '영원한 전쟁'을 중간에 놓고, '반전'이야기를 가장 진지하게 담고 있다고 말하곤 하는데, 확실히 조 홀드먼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헤밍웨이를 위조하는 것이 왜 지구종말을 가져 오는가. 에 대한 음모론과 같은 이야기에는 정말 훅 빨려든다.

 

한 나라의 수장인 정치가만이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세계의 역사, 지구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 는 것을 나는 믿는다. 이야기는 굉장히 설득력 있고, 재미도 있다.

 

다른 우주에서 태어날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호러고,

 

종국에는 피아노를 삼키게 된다는 것은 변함 없어. 라는 이야기는 '운명' 을 거슬를 수 있는가. 타임슬립, 혹은 평행우주에 관해 가장 이해 가게 설명한 씬이었다.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하드보일드, 헤밍웨이를 좋아하고,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그러고보니,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 도 헤밍웨이에서 따온 제목이지 않나?

와, 진짜, 헤밍웨이가 역사를 바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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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친구 밥친구 - <심야식당> 작가가 만난 좋은 안주 그리고 좋은 여인들
아베 야로 지음, 장지연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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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알아챘다.

 

아, 앞에 들어가는 만화를 (15페이지 정도 되는데) 거꾸로 읽은건 ( 거꾸로 읽었는데도 그럭저럭 읽었음) 빼고, 본문부터 몇 장.

일본만화처럼 15페이지 더 가서 거꾸로 넘겨야 한다. 그 다음부터는 우리나라 책처럼 제대로 넘기면 되고.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을 그럭저럭 읽었고, 드라마도 그럭저럭 봤다.

'술친구, 밥친구'가 나왔을 때, 나는 한치의 의심없이 술 같이 마시는 친구, 밥 같이 먹는 친구.라고 생각했고, 그런 나의 착각뻘소리는 이전 페이퍼에 나와 있다. 부끄럽다.

 

우리말로 하면, 밥도둑. 쯤의 친구 되시겠다.

 

술마실때 함께 하는 사람 친구 아니라 안주 친구. 밥 같이 먹는 사람 친구 아니라 밥과 같이 먹는 반찬 친구.

 

대단한 착각으로 사서 읽기 시작했지만, 뭐, 그건 그거대로 변변한 술친구, 밥친구조차 없는 나에게 그건 그거대로 좋지 아니한가 싶다. 밥하고 같이 먹기만 해도 친구라니. 요새 말로 혼밥(혼자 먹는 밥)이 대부분인 나에게 친구 만들어준거니깐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 없지만, 이렇게라도 우겨본다.

 

앞에는 먹거리 이야기가 주구장창 나오고, 사실, 나는 이런 먹거리 이야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야식당.은 이야기가 있으니 좋아하는 거고. 게다가 일본에서도 작가의 고향에나 나는 토속 음식을 '먹어보시라' 고 계속 얘기하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의 그림의 떡이다. 후반부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주쿠의 여인, 하네다의 여인. 이런식으로.. 성공한 여인, Bar의 여인, 이발소 여인, 등등인데, 아... 지루했다.

 

아베 야로 아저씨가 이야기하는 여인들의 이야기는 여자 성별을 가진 내가 보기엔 섹시하지도 않고, 흥미롭지도 않고, 한없이 담백하기만 해서 말이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입니다. 라고 이야기해둬야지. 하고 리뷰창을 열었다.

 

아베 야로를 좋아하고, 심야식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 전권수집!  뭐, 그런 사람) 구매해도 좋으리라.

나는 심야식당은 그럭저럭. 귀 파주는 여인도 그럭저럭 읽었지만, 이 책은 .. 이 책에서 가장 좋은건 '제목'

 

술친구, 밥친구. 라는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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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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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다. 는 기분은 안들지만, 하루키의 이야기는 아마 어떤 것이라도 이 정도는 재미있는거겠지. 나름의 장점이 있다. 굳이 단점을 찾는 것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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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열 - 제149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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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관능작가라고 하는지는 모르겠고, 성에 대한 냉담한 시선..이라고 느꼈던 것은 작가의 사춘기 시절 집안일로 `로열 호텔`에서 일을 도왔던 것에서 온거라는 것을 알았다. 폐가와 같은 호텔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부분은 멋지다. 홋카이도의 추위에 벌거벗은 남녀의 살도 덜 끈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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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아이 2
덴도 아라타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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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도 아라타의 책들은 대부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타락한 어른들과 그 어른들에 의해 짓밟히는 아이의 이야기를 지치지도 않고, 계속, 계속, 계속 한다.

 

전작인 '애도하는 사람'에서 죽음을 이야기했다면, 여기서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텐도 아라타를 나는 미스터리칸에 넣어두었지만, 종교적인 면도 있고, 딱히 장르소설이라고 딱지를 붙이지 않아도 훌륭한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죽음과 삶, 희망과 절망, 그리고 아이들과 가족이 나오는 이야기를 놓지 않는다.

 

'애도하는 사람'에 비해 '환희의 아이'는 잘 읽힌다.

 

불행한 인생들의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오지만, 어쩐지 덜 힘들다. 작가가 '삶'을 생각하고 글을 써서 일까?

 

삼남매가 있다. 마코토, 쇼지, 가오리.

엄마인 아이코와 아빠인 노부미치의 어린 시절들도 나온다. 불행했다.

하지만, 노부미치와 아이코가 부부가 되어 아이들을 낳고 그들에게 물려준 불행은 그들이 겪었던 어린시절의 아픔과는 비교도 안 되는 무거운 짐이다. 사기를 당해 모든 걸 잃고 조직폭력배에게 쫓겨 야반도주를 한 가족.

조직폭력배들은 기어코 그들을 찾아오고, 아빠는 가족들을 버리고 도망가고, 엄마는 폭력배들의 압박에 못 이겨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집밖으로 뛰어내리다 전신마비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만다.

 

첫째인 마코토와 둘째인 쇼지는 폭력배들에게 의뢰를 받아 밤마다 마약 봉투를 만든다.

마코토는 새벽부터 점심때까지는 청과물센터에서 일해 생활비를 벌고, 잠깐 집에 들어와 한두시간 눈 붙이고, 역시 폭력배의 손아귀에 있는 중국집에서 일을 하며 거기서 식구들 밥도 얻고, 일하는 돈과 마약봉투를 만드는 일로 빚을 갚아 나간다.

 

막내인 유치원생 가오리는, 가오리는 향기를 맡는다.는 뜻의 이름인데, 쇼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그아이는 죽은 사람들을 본다.

 

새벽부터 새벽까지 죽어라 일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아버지의 빚을 갚아 나가는 마코토, 그리고, 초등학생일뿐인데, 전신마비인 엄마의 병수발을 드는 쇼지. 그리고 가오리가 다니는 유치원의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째 이렇게 모두가 각각의 이유로 불행할까. 그리고 그 불행한 존재들은 아이들이고, 그들을 불행하게 하는 존재는 어른들이라니, 어째 이럴까.

 

앞에 말했듯이 '애도하는 사람'보다 더 잘 읽히는 것은 작가가 이 불행한 아이들을 불행하게만 묘사하지 않아서일꺼다.

그렇다고 막 불행에 희망을 덕지덕지 덧붙이는 것도 아니고, 깜깜한 방에 바늘만한 빛이 저기 구석에 보이는 정도의 희망.

,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 어른들에게는 그 바늘만한 빛조차 없다. 동정의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삼남매는 그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데, 그들에게 하나씩 견뎌나갈 수 있는 '희망'이 주어진다. 그 희망은 소박한 동시에 위대하다.  

 

마코토에겐 란즈, 쇼지에겐 루슬란, 그리고 가오리의 희망은 가데나.

 

이야기가 더욱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은 '리트'의 존재이다.

마코토는 상상속의 자신과 같은 소년 '리트'에 자신을 대입한다. 이곳은 전쟁터. 자신은 반란군. 아버지가 배신하고 적군으로 넘어가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하는 반란군 소년.

 

마코토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마코토의 마음 속에서 리트에게도 일어난다.

 

마코토, 쇼지, 가오리와 친구들은 성장한다. 그들이 희망을 놓지 않아서. 라고 안일하게 말하기엔 그들 불행의 그릇이 너무 크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에 위안을 받는다.

 

"..... 왜 그러는데?"

속삭이는 목소리. 싫어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어디까지나 이쪽을 염려하는 온기가 담긴 목소리를 듣고, 아아, 이거였어. 라고 느꼈다.  바랐던 것은 이것. 타산도 이해도 없이 그저 이쪽을 걱정하며 무슨 일이야. 라고 물어봐주는 목소리. 눈을 들여다보며 무슨 일이야? 팔안에서 살짝 왜 그러는데? 그것이 벽, 미로에서 빠져나가게 이끌어주는 벽. 갈라져 나온 길이 하나만 남기고 사라졌다. 상대에게서 떨어져 눈을 응시한다.

"아무 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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