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착착 달라붙는 '수'요일의 신간마실

마왕이 어이없이 죽고나서, 나는 하루하루를 기억할만하게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동생 여자친구 생일에 회사에서 받은 파리바게트 생크림 케이크를 동생이 집으로 가져왔다. 아침에는 그 달고 평범하고, 뭔가 맛있는 케이크를 갈구하게 하는 평범한 그것과 선물 받은 라뒤레 모슬린 티백 홍차를 마시며 대충 하루 시작. 입이 달아 강기사가 보령에서 답례품으로 사 온 김 잘라 놓은 걸 몇 개 집어 먹었는데, 어제 잘라놓은 김인데, 김도 상하나. 싶을만큼 묘한 맛이 나서 입 버리고, 다시 홍차를 마신다.

 

동생에게 가죽값만 받고 동생과 동생 여친 커플로 목에 거는 카드지갑을 만들어주기로 했는데, 가죽 사러 신설동,부자재 사러 동대문 가야 한다. 간만에 큰 나들이가 될 예정. 

 

딱히 땡기는 신간들이 줄을 선건 아닌데, 하며 심드렁한 마음으로 이벤트며, 신간이며 클릭클릭하다보니, 제법 모였다.

 

일단 그제 아침에 받은 선물. 너무 절묘해서 두 밤 자고 났는데됴, 아직도 신통한 책선물

 

 주석시리즈 '호빗'

 

한 사람이 창조해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장대한 신화적 세계를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선사한 작가, 20세기 영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 J.R.R. 톨킨. <호빗>은 그의 데뷔작이자, 이후에 집필한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과 함께 현대 판타지 문학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가운데땅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1937년 초판 출간 후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때문에 <호빗>이 어떻게 구상되고 집필되고 출간되고 수정되었는지를 안다는 것은 가운데땅 신화의 구축 과정과 톨킨 문학의 핵심적 요소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주석 따라 읽는 호빗>은 <호빗> 원문에 '톨킨 학자'로 유명한 더글러스 A. 앤더슨이 300여 개의 주석을 달아 구성한 책이다.

미국에서 <호빗>을 처음 소개한 호턴 미플린 출판사에서 십여 년 동안 톨킨 작품의 주해를 담당했던 앤더슨은 <호빗>과 <반지의 제왕> 원문의 복잡한 역사와 영어로 출간된 모든 판본의 변천사에 정통한 학자로, 이 책을 쓰기 위해 100여 권이 넘는 참고 문헌과 <호빗>, 톨킨에 관한 거의 모든 자료를 망라하여 탐구했고, 톨킨의 스케치들과 세계 각국의 화가들이 그린 150여 점의 삽화를 수집했다.

 

주석 시리즈는 셜록 홈즈만 사고 다른건 침만 바르고 안 샀는데, 이 말인즉슨, 늘 사고 싶지만, 가격도 있고, 사면 바로 정독할 것도 아니고, 해서 계속 계속 미루다 절판되는 책.

 

 

 길리언 플린 <몸을 긋는 소녀>

 

길리언 플린의 책은 '나를 찾아줘'로 먼저 접하게 되었지만, '몸을 긋는 소녀'가 데뷔작. '나를 찾아줘'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영화도 봤는데, 영화에서는 아이고, 나쁜년. 남자가 불쌍하네. 싶은데, 책으로 봤을 때는 (책이 더 재미있다. 영화 보고 다시 읽고 싶을 정도로 충분히 영화도 책도 재미있음) 나쁜 년과 놈이 잘 만났네.행쇼. 이런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여튼, 읽고는 싶은데, 뭔가 망설포인트가 있었던 '몸을 긋는 소녀'

최근에 좋은 평을 읽어서 역시 읽어야지 했는데,

 

 

이 책과 주석으로 읽는 호빗.을 기프티북으로 선물 받아서,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책을 골랐을까 신통방통해하고 있다.

책선물을 가장 좋아하는 나니깐, 뭘 줘도 좋아하긴 했겠다만, 이 두 권의 책은 내가 서재에서 많이 언급한 것도 아니고, 살 법하지만, 아직 사지도 않은 책들이라서 말이다. 여튼 두 권 다 기대 기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태어남, 걸음마, 학교, 자전거, 시험, 첫 키스, 순결의 상실, 운전면허, 첫 투표, 취직, 사랑, 결혼, 출산, 이사, 중년의 위기, 이혼, 은퇴, 늙어감, 죽음, 내세까지. 익숙하고 흔한 경험으로 보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각 다른 기억으로 남으며 겪고 나면 인생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는 인생의 통과의례들이다.

이 통과의례들은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를 설립한 철학자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는 우리가 거치게 되고 거쳐야 하는 20가지의 통과의례를 ‘인생의 가장 철학적인 순간’들로 선보인다. 잊고 싶었던 순간도, 버리고 싶었던 순간들도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철학이 되는 것이다.

탯줄에서 사르트르의 존재론을, 셰익스피어가 포착한 첫 키스의 불가사의함을, 자전거 타기에서 키르케고르의 말한 존재의 도약을, 운전면허에서 [델마와 루이스]의 위험한 자유를 엿보는 시간. 수많은 지적 안내자들과 함께 내 삶에 숨어있는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들’을 통과해보자. 위대한 철학자들도 늘 고심해왔던 ‘내 인생의 의미를 찾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역자가 남경태라 일단 믿을만하고, 목차도 흥미롭다. 

 

01 태어남 - 태어난다는 것은 스포츠카를 받은 즉시 열쇠를 잃어버린 것이다
02 걸음마와 옹알이 - 결음으로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말로써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다
03 학교 - 처음으로 나 자신을 타자로 느끼는 곳
04 자전거 - 아빠가 자전거를 잡은 손을 놓을 때, 의심과 믿음의 갈림길에 선다
05 시험 - 선생님이라는 버팀목을 치우고 혼자 만나는 최초의 심판
06 첫 키스 - 키스는 침묵이며, 단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비밀이다
07 순결의 상실 - 우리는 순결을 잃을 때 종의 기원으로 되돌아간다
08 운전면허 - 처음 만나는 신선한 자유, 그러나 동시에 통제를 받아들이다
09 첫 투표 - 한 나라가 나를 가장 진지하게 대하는 순간
10 취직 - 제대로 취직하면 일하는 동물에서 일하는 인간이 된다
11 사랑 - 사라질 운명을 인정하면서도 영원을 믿는 고백
12 결혼 - 서로의 운명을 소유하기로 결정하다
13 출산 - 격렬한 낭만적 사랑에서 소중한 현실적 사랑으로
14 이사 - 바로 그날까지 타인이 살던 불확실함 속으로 뛰어들다
15 중년의 위기 - 결국 어디에도 올바른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다
16 이혼 - 사악해질 수조차 있는 불행한 관계를 끝내는 정직한 수단
17 은퇴 - 더 이상 젊지 않지만 아직 늙지 않은 모호한 순간
18 늙어감 - 제3의 인생, 스스로를 신선하게 바라보라
19 죽음 - 우리의 사망은 다른 사람을 살게 한다

 

 

지나친 순간들도, 패스할 순간들도, 앞으로 맞이할 순간들도 나와있다. 그러고보니, 난 꽤 뒷부분만을 남겨 놓고 있네.

근데, '죽음'도 통과의례인거야?

 

밑줄긋기도 몇 개 옮겨보면, .. 재미있겠지?

 

집은 많은 사람들이 살았기 때문에, 예전에 거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잠재적인 섬뜩함을 품고 있다. 집은 자신에게 익숙한 장소지만 가장 낯선 곳일 수도 있다. 전에 거기 살았던 사람들만큼 낯선 존재도 없기 때문이다. -228쪽

중세에는 보통 마흔이면 죽었으므로 중년의 위기라는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백 살까지 살고 예순 살까지 일한다고 가정할 경우, 정의하기도 어렵고 문화적으로 정해진 형태도 없는 인생이 40퍼센트나 남게 된다. -232쪽

중년은 대개 사적인 결산 보고, 득실의 명세서를 요구하게 마련이다. 자기분석의 훈련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단지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235쪽 

 

 

 

 야자키 준코 <세계의 귀여운 자수>

 

세계 각지에 전승되어온 독특한 자수 문양과 색채가 수놓인 자수품을 소개하며 자수의 특징과 숨은 이야기 등을 글로 풀어내었다. 각 지방의 토속 선물로 이용되고 있는 자수 제품부터 공정무역 제품, 민족의상, 미싱 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책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불가리아 자수, 아메리칸 크루엘 자수, 부탄 자수, 모로코 자수, 일본 코긴 자수 등 64종의 자수 종류를 소개한다. 다양한 세계 자수품의 화려한 색채는 책장을 넘기기만 해도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 자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책을 참고하여 자수 도안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힘들 때는 귀여운 것을 봐야해!

도안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일단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아 좋다.

 

 

 

 

 에밀 파게 <단단한 독서>

 

19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인문학자 에밀 파게의 고전. 이 책은 지금의 독자도 꼭 챙겨 읽어야 할 독서법의 고전으로 새로운 번역으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이번에 출간한 새로운 번역의 『단단한 독서』에는 이전 판본에서 누락되었던 「시인 읽기」 장이 추가되었다. 이제 한국 독자는 온전한 번역본으로 파게의 글을 읽을 수 있다.

에밀 파게의 책을 지금까지도 프랑스를 비롯한 구미 각국의 교양인이 읽는 이유는 이 책에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근본적인 독서의 기술이 살뜰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파게가 말하는 독서법의 요체는 느리게 읽기와 거듭 읽기다. 파게에게 느리게 읽기는 제일의 독서 원리이며, 모든 독서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오.. 뭔가 프랑스 전집 같은 표지다. 나는 '느리게 읽기'와는 거리가 먼 대신, '거듭 읽기'를 선호하는데,

 

왜 느리게 읽을까.
첫째, 느리게 읽으면 사물에서 받은 첫인상에 속지 않는다.
둘째, 자신을 몰각해 버리는 일이 없다.
셋째, 게을러지지 않는다.
넷째, 읽어야 할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단번에 구별할 수 있다.
왜 거듭 읽을까.
첫째, 더 잘 읽기 위해 거듭 읽는다. 어느 작가를 거듭 읽으면 처음 읽었을 때보다 그 작가를 훨씬 더 잘 알게 된다.
둘째, 세부와 문체를 즐기기 위해서 거듭 읽는다. 처음 읽기가 즉흥 연설을 듣는 것과 같다면, 거듭 읽기는 즉흥 연설의 문체와 언어를 교정하는 일과 같다.
셋째, 자기를 자신과 비교하기 위해 거듭 읽는다.

 

에밀 파게는 느리게 읽기파에 거듭 읽기파.

 

 구이 료코 <서랍 속 테라리움>

 

현실과 환상을 적절히 뒤섞은 작풍으로 자신만의 감각적인 세계를 구축하며 현재 가장 촉망받는 만화 작가로 떠오른 구이 료코의 작품집이다. 일본 SF의 거장인 호시 신이치를 떠올리게 하는 초단편 작품에서 특별한 재능을 드러내고 있는 이 작가는 참신한 스타일의 만화를 찾던 수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의 세 번째 작품집으로 2011년 8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웹 문예지 MATOGROSSO에 연재되었던 단편들과 다른 매체에 발표된 몇 작품, 새롭게 그린 작품 33편을 모은 단편집이다. 사람들 사이의 오해, 고전 동화, 미래의 연애, 안드로이드의 사랑, 노아의 방주, 미래의 면접, 용을 먹는 마을 등 다양한 소재들을 SF나 판타지적인 독특한 설정으로 풀어내어 눈길을 끈다.

적당한 유머와 묘한 애수를 자아내는 각 단편들은 작품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터치로 그려져 있으며, 논리적인 결말과 반전으로 마무리된다. 판타지와 SF의 다양한 설정을 섭렵한 독자라면, 이 작가가 그려내는 풍자와 아이러니가 담긴 독자적인 세계를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

 

안에 그림도 귀여웠으면 좋았겠지만,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귀여우니, 내용에 기대해본다.

 

 

 

 제프리 디버 '킬 룸'

 

'링컨 라임 시리즈'. 1997년 <본 컬렉터>로 처음 등장한 링컨 라임은 미국 최고의 범죄학자이자 뉴욕시경 과학수사팀의 수장이었지만 사건 현장 조사 중 불의의 사고로 왼손 약지와 목 위 근육만 움직일 수 있게 된 불행한 천재. 까칠한 안락의자형 탐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전 세계 독자들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인 <킬 룸>에서 링컨 라임과 그의 수사팀은 불가능에 가까운 암살을 성공시킨 경이로운 저격수의 흔적을 추적한다.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저격수의 뒤에는 정의의 이름을 빌려 표적 살인을 지시하는 미국의 정보기관이 있었다. 수많은 악당들과 대결해 이긴 링컨 라임조차도 상상해본 적 없던 상대이자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

꼬리를 밟히지 않기 위해 어떠한 지원도 없이 링컨 라임은 차분하게 수사를 진행한다. 그들만의 정의를 집행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보기관의 폭주를 막기 위해 링컨 라임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바하마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훼손된 현장과 사라진 증거, 그리고 진실에 다가가는 움직임을 방해하는 냉혈한 암살자였다.

 

링컨 라임 시리즈의 빅 팬은 아니지만, 시리즈라서 더 손해보는 (그러니깐, 그냥 단권으로 읽어도 재미있는데, 시리즈라서 쭉 읽어야할 것 같은 부담감?) 각각이 재미있는 책이지 않은가.. 여튼, 해리 보슈파가 있고, 스카페타 파가 있으며, 링컨 라임 파도 있는 거겠지요. 이번 작품은 더 기대. 저격수 잡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그 외 관심 신간들 :

 

 

 

 

  

 

 

 

 

 

 

 

 

 

 

전경린의 신작, 존 그린책. 헤밍웨이 책. 그리고 '디지털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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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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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이 짧고 굵게 재미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품. 별장에서의 인질사건, 그리고 인질들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긴장감이 단숨에 책을 읽게 만든다. 겉표지도 속표지도 엄청 예쁘다는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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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셔츠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존 스칼지 ... 진짜 사랑합니다.

아.. 너무 좋다. 솔직히 '노인의 전쟁' 시리즈를 처음 읽을때까지만 해도 대중적인 재미도 있고, 의미 찾는 독자도 커버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번역되어 나오는 작품들 다 재미있게 읽었고, 마구 추천하고 다녔지만, 결국 아무에게도 추천할 수 없는 '신엔진'이란 작품을 읽고서야 아, 나는 존 스칼지를 진짜 좋아한다. 고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레드셔츠' 휴고상 수상작이기도 한 '레드셔츠' 대중도 평단도 사로잡은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시작은 평범한 SF물. 우주탐사를 하는 우주선 안에 각기 다른 역할을 맡은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외계인들이 나온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조금씩 위화감이 느껴진다. 전임 승무원들의 죽음으로 새로이 함대에 합류하게 된 다섯 친구의 눈으로 그 위화감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탐사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특정 인물과 함께 간 탐사에서는 그 확률이 높아지고, 특정 인물들의 조합에 따라 틀림없는 확률로 누군가 죽는다.

 

승무원들은 특정인물들인 함장, 케렌스키 대위 등을 피하고, 피하는데에 함대의 유령 젠킨스의 도움을 받는다.

새로이 합류한 달을 포함한 네명은 젠킨스에게 이 함대는 '드라마' 라는 것을 듣게 되고, 자신들은 드라마 단역. 주인공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특정인물들임을 듣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 옆에 있으면 누군가 꼭 죽는거.

 

여기까지가 1부라면, 2부에서 이들은 단역인 자신들이 죽기 전에 이 '나쁜 드라마'를 끝내기 위해 과거 이 드라마가 씌여졌던 시점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드라마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맡았던 실제 배우들을 보게 된다.

 

너무 재미있어서 놓칠 수도 있는데, 아니, 존 스칼지는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놓치지 않게 이야기들을 배열해두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놓친다면, 이야기는 드라마 속 단역들의 반란.에 그치지 않는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라는 주제를 가진 하나의 장대하고고 심오한 우화인 것이다.

 

웃기고 황당하게 시작해서 성찰하고, 감동하며 마무리 되다니

존 스칼지에게 'i love you!'라고 현실에서 외쳐주고 싶은 기분이다.

 

책 읽으면서 생각해봤는데, 내 삶이 드라마라면, 장르는 무레 요코 드라마 같은 일상평온장르였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피 튀기는 미스터리, SF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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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그만두고?"

닉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 데려다 쓰겠다고 쳐들어오는 사람도 없는걸. 이 바닥에서 9년을 굴러먹었지만 <인트레피드호 연대기>에서 맡은 배역이 그나마 제일 나은 거였어. 그마저도 별로 근사한 역은 아니었지. 대갈통에 폭탄을 맞고 뒈졌으니까."

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사실 그 덕분에 정신을 차렸어."

닉은 싱크대에 쌓인 술잔들을 닦느라 바쁜 척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장면을 열 번이나 찍었어. 그때마다 실제로 폭탄이 터진 것처럼 뒤로 몸을 날려야 했지. 그러다 일곱 번째 찍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난 벌써 서른 살인데, 내 인생을 위해 뭘 하고 있지? 내가 나오지 않으면 보지도 않을 드라마에서 죽는 시늉이나 하고 있잖아.' 살다가 어느 때가 되면, 왜 그 짓을 하냐고 스스로에게 묻게 돼. 자네는 왜 그걸 해?"

"나?"

"그래."

"나한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모르고 살았거든"

 

존 스칼지의 웃기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진지하고 웃기는 이야기들도

 

 

 

 

 

 

 

 

진지하고 진지한 이야기들도

 

 

 

 

 

 

 

 

다 특유의 매력포인트와 '이 책 읽기 잘했다' 싶은 라인들을 가지고 있다.

'레드셔츠'는 위의 분류중 웃기고 재미있는 이야기라 술렁술렁 재미나게 읽고 있었는데, 위에 인용한 순간이 나왔을 때, '이래야, 내 존 스칼지지' 싶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

 

요즘 왠지 숙면을 취하고 있다. 마음은 불편해 죽겠는데 말이다. 되게 오랫동안 내 기억으로 한 5-6년 이상 쪽잠을 잤는데, 밤에도 잘 자고, 낮잠도 잘자니 잠병에 걸리기라도 한 것인가.

 

핀, 혹은 닉처럼 대갈통에 폭탄을 맞고 뒈지기라도 해야지, 그것도 열 번쯤. 정신을 차릴 것인가.

 

말로와 리처가 서로 앞발을 주고 받는 것을 보니 기분은 좋다.

레드 셔츠 마저 읽고, 오늘 작업실에서 닭도리탕 한다고 했으니 먹으러 가야지.

 

오늘 낮에 작업실 쥔장인 S로부터 영국에서 단톡으로 온 스코틀랜드 사진. 워크샵 갔다며

 

꼭꼭 씹어 이 인생 잘, 맛있게 살아야겠다고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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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4-10-25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유독 자연경관 사진을 봤을때 내가 되게 못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울적하다.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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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이나 짜증없이 말하는건데, 이 책, 글은 다 덜어내고 그림만 보고 싶다. 예전에는 '일기는 일기장에'라고 했는데, 요즘은 '트윗은 트위터에'라고 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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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0-2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100자평 정말 유쾌하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