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들어가기 전에 오늘 춘분 first day of spring 이랍니다. 구글두들 러블리!





어제 새벽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리차드 와이즈먼의 '나이트 스쿨' 

말그대로 '밤학교' 밤에 대한 학교,여기서 밤은 잠 자는 밤. 이건 수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 근래 수면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 책하고 '수면의 약속'을 샀다. 

'수면의 약속' 읽고, '잠의 사생활'과 '24/7 잠의 종말'도 읽어볼 생각. 


















내가 좋아하는 것 중. 잠을 자는 것. 잠을 안 자는 것. 둘 다 무지 좋아한다. 

밤에 안 자는 것, 낮에 자는 것.을 좋아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일상의 타임스케쥴을 고민하는 요즈음, '잠'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 라기 보다 '나이트 스쿨' 읽으면서 잠의 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야 맞겠지만. 



지난달에 읽은 '앞으로의 라이프 스타일'의 가도쿠라 타니야씨가 떠올랐다. 

그녀는 9시던가 10시에 자서 새벽 네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을 굉장히 꼼꼼하게 지키고 있는데, 그 깔끔한 살림꾼이 저녁먹은 설겆이는 하지 않고 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밤이 되면 조명을 낮추고 몸을 자는 모드에 맞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서도 잠에서 깨어 하루를 잘 시작하는 그녀만의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읽고 있는 '나이트 스쿨'이 좋은 건 '수면'에 대해 모호하게 알고 있던 부분들에 대한 과학적 연구, 정의와 역사를 쉽게,말그대로 학교에서 강의하듯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하는 잡다구리한 지식들을 체계를 잡아 알려주고 있어서 '수면'에 대한 개념이 이제야 겨우 잡힌다.


맙소사!


1/3 을 잠으로 보내는데, 나는 '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싶은 생각이 드니 이 책은 누구라도 꼭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여튼 2/3 정도 읽었으니, 마지막까지 흥미롭기를 바라고, 지금 잠깐 읽다 말고 페이퍼를 쓰는 이유는 잠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낮잠' 에 대한 챕터가 나와서이다. 


5장 '수면학습과 낮잠의 힘' 에서는 

수면학습이 가능할까?, '10분정도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낮잠의 힘' 에 대해 나온다. 


수면학습이야기도 흥미롭고, 나와 같은 낮잠 예찬론자에게 더 잘 낮잠잘 수 있게 하는 챕터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그 많은 수면학자들의 이름과 연구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이야기되는 내용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럴듯해서이다.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잠' 에 대한 과학적 개념정리 + 응용으로 이루어져서 유익하고, 어디 가서 아는체하기도 좋다.잠이라는 것이 인생의 1/3 뿐만 아니라 나머지  2/3에도 밀접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여튼, 다시 낮잠으로 돌아가서 


낮잠의 효과로는 '기억력 향상' - 엄청 많은 연구가 있고, 유의미한 기록을 보여준다. NASA 연구에 따르면, 25분간의 낮잠을 잔 조종사는 낮잠을 안 잔 조종사보다 35% 더 깨어 있고 두 배 더 의식을 집중상태에 있었다. 아주 짧은 토막잠이라도 사람들의 기분,반응시간, 각성도에 의미심장한 개선을 가져온다. 


낮잠 챕터 전에도 낮잠에 대한 것은 계속 언급되는데, 재미있었던 것이 한밤중에 깨는 것과 낮잠을 자는 것이 수면 사이클에 의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일이라는 거. 수면장애 파트에 나왔었지 싶은데, 한밤중에 깨는 것은 제 1의 잠, 제 2의 잠이 나뉘었던 과거의 문헌을 고증하는데, 엄청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건강과 낮잠에 관한 연구도 많다. 일주일에 세번 이상 낮잠을 자는사람들의 심장병 사망률이 37%가량 낮다는 것은 하버드 대학 연구원 디미트리오스 트리코풀로스의 발견이 '심장질환이 일상적 낮잠을 권하는 문화권에서 매우 낮은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 되어 있다. 


이 외에도 낮잠이 혈압을 낮추는 것에 관한 연구도 있는데, 이 연구결과의 흥미로운 점은 낮잠을 잔 실험자들이 바닥에 드러누운 시간과 잠든 시각 사이에 혈압이 가장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로 낮잠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신체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아주 잠깐의 토막잠이라도 건강에 이득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만 짤막짤막 발췌해서 적고 있는데, 책에는 연구에 대한 디테일이 다 잘 나와 있어서 보기에 지루하지도 않고,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수면에 관한 책으로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더 핵심사항을 잘 딱 적당히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풀어주어 좋다. 


낮잠은 종종 게으름을 피우는 모습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수백 건의 실험을 통해 아주짧은 토막잠조차 많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낮잠을 일상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매일 단 몇 분이라도 머리를 숙이고 조는 것이 여러분의 기억력을 향상시켜줄 테고, 더욱 깨어 있게 해주며, 반응 시간을 증대시켜주고, 생산성을 향상시켜줄 것입니다.


여기서 끝나면 그러나보다 하고 마는데, 낮잠을 어디에서 얼만큼 자야 효율적인지 또한 책에  잘 나와 있다. 

간단히 말해보면, 누워자는게 가장 좋지만, 책상에 엎드려 자도 도움이 된다. 낮잠을 자는 시간은 수면 사이클을 한바퀴 도는 90분이 가장 좋지만, 5분이내의 토막잠도 도움이 된다. 낮잠을 자는 시간은 24시간 주기 리듬에서 하락하는 시기인 오후 중반인데, 




 캘리포니아 대학 수면 전문가인 사라 매드닉에 의하면 

오전 6시에 일어나면, 완벽한 낮잠시간은 1시 30분. 


난 어제 아침부터 밤까지 밖에 있느라 낮잠을 자더라도 5분 이내의 짧은 잠을 나눠서 잤을 뿐이고 이 책을 읽고 감명받아(?!) 간만에 불을 끄고 간접조명으로 스탠드만 키고 자느라 한 번도 안 깨고 푹 자서 평소 5-6시에 일어나지만, 오늘은 8시 다 되서 일어났다. 8시에 일어나는 사람의 완벽한 낮잠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다. 







낮잠에 죄의식을 느낀다면, 


과연 낮잠을 자는 것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일인지에 관해 계속해서 약간의 의심이라도 든다면 먼저 그런 의심을 없애야 합니다. 낮잠은 여러분을 더욱 깨어 있게 하고, 반응 시간을 개선시켜주며, 더욱 창조적인 사고를 돕고, 사고를 줄이며, 더욱 기분좋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러니 오히려 낮잠을 '안 자려' 할 때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 것입니다.' 


라고. 나와 있어서 어릴적부터 자율학습이니, 보충학습이니 하며 거의 수면에 관해 '학대' 당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낮잠은 커녕 밤잠도 제대로 못 자는 야근과 회식문화에서 '낮잠'은 어느 정도 길티 플레저였는데, 오히려 낮잠을 안 잘 때 죄의식을 느끼라니, 죄의식 깃든 기쁨은 살짝 옅어졌지만, 낮잠에 대한 애정도와 신뢰는 더욱 깊어졌달까. 


이 뒤의 페이퍼는 삶의 럭셔리 끝판왕인 '먹고, 마시고, 낮잠 자는' 요즘 최고 힙한(?!)) 영국 인테리어 트렌드 책에 대해 써봐야지. 한 페이퍼에 쓰려고 했는데, '나이트 스쿨' 이야기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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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습니다 - 연꽃 빌라 이야기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2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글재주가 있었다면, 쓸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지 않을까. 

십년, 이십년 후 내 모습은 어떨까? 연꽃빌라의 누구 같을까? 


하이텐션으로 천재냄새 풀풀 풍기는 작가들의 책들을 읽어나가다가 오랜만에 한문장, 한문장 내꺼 같은 책을 읽었다. 

내가 그 동안 서재에 끄적이다 말았던 많은 이야기들에 뭔 소리야?했다면, '이게 나에요' (무슨 뒤라스 책 제목 같네;) 라고 이 책을 건네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지향하는 삶은 점점 무레요코의 책 속 인물들과 비슷해진다. 아니, 예전에는 '지향' 이라고 말했을지 모르지만,지금은 어느정도 일체화되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깐, 더 다듬으면. 


저금생활자라고 하면 거액의 예금이라도 있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실상은 한 달 생활비로 10만 엔밖에 쓸 수없는, 마치 외줄 타기와 같은 생활이다.그러나 교코는 그 생활이 즐거웠다. 즐겁다고 해서 매일이 천국 같았던 것은 아니다. 장마 때 는곰팡이나 민달팽이, 한여름이 되면 모기 군단의 습격을 받는, 집에서 살지만 거의 노숙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야생의 기운이 넘치는 나날이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음. 나랑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감성이 똑같다.고 느낀다. 


그러던 중 연꽃 빌라를 관리하는 친절한 부동산 영감님이 너무나 고맙게도 창문에 방충망 다는 공사를 해줬다. 게다가 하는 김이라며 창틀에 설치하는 방식의 에어컨까지 달아줬다. 이것 덕분에 폭염도 극복할 수있었던 것 같다. 교코에게는 그 무엇보다 고마웠다. 그로 인해 운치 있는 나무창틀이 없어지고, 연꽃 빌라만의 케케묵은 멋스러움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새시 색깔 그대로가아니라 짙은 밤색으로 해 줘서 그나마 알루미늄 특유의 번쩍번쩍한 느낌이 조금 덜했다. 

전에는 비 오는 날이면 나무틀이 물기를 빨아들여 버려 창을 여닫기 힘들었다. 물론 맑고 습기없는 날에는 놀라울 만큼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것도 이 오래된 빌라에 사는 재미 중 하나라고 여겼는데, 실제로는 쾌적한 생활을 반겨 버린 자신에게 교코는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아직 한참 멀었구나 하고 반성하면서도 방충망 달린 창문이 좋아서 괜히 몇 번이나 여닫곤 했다. 


딱 이부분. 두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글. 창문 이야기. 부터 완전 빠져들어 읽었다. 


교코와 나의 결정적인 차이라면 먹을 것에 신경 쓰는 교코와 먹을 것은 이 생에서 포기한 나다. 이런 생각을 상당히 굳게 오래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전 어떤 계기로 먹을 것에 신경쓰겠다. 고 선언하기도 했다. 


연꽃 빌라 이야기는  '지진'에서 시작된다. 큰 지진이 나자 연꽃 빌라에 사는, 연꽃 빌라를 아는 모두는 연꽃 빌라가 무너졌을꺼라고 걱정한다. 여행가가 직업인(?) 고나쓰는 여행에서 돌아와 '무너졌을꺼라고 생각했어요' 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지진이 나자 부동산 할아버지가 연꽃빌라가 무너졌을까봐 눈썹이 휘날리게 자전거를 타고 와서 빌라 벽을 밀어보며(??) 빌라의 안전을 점검(?)하기도 한다. 


두번째 이야기는 교코 옆방에 새로 들어오는 지유키. 키가 180센티미터에 얼굴이 조막만한 미대를 나온 젊은 그녀는 여러모로 독특하다. 연꽃 빌라에 합류한 그녀의 이야기와 새로운 사람에 적응하는 교코네 이야기도 재미있다. 


키가 큰 지유키 씨는 어떻게 해도 눈에 띄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에게 집중됐다. 그들은 분명 '대체 이 사람은 뭘 하는 사람일까?' 하고 신기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고는 틀림없이 '모델일 거야.'하고 생각하겠지. 게다가 지진때문에 모두가 무너졌을 거라고 생각한,연꽃 빌라의 주민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상상하는그대로보다는 가끔은 반전이 있는 쪽이 훨씬 재미있구나.' 


내일의 스케쥴을 확인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의 순서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 행복한 것인지아닌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누군가에게 재촉당하거나 뭔가에 쫓기거나 하는 생활은 아니라는 것 뿐이다. 



무레 요코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봐서 그런지, 등장인물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교코, 구마가이, 지유키.. 


못생김을 덜하게 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한 교코는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 들른 찻집에서 자수를 하는 여자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교코는 자수를 시작하기로 한다. 


교코가 자수에 도전하는 이야기는 굉장히 현실적이고,(이렇게 쓰면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작가의 특징이고) 그런 그녀가 도움 받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는 굉장히 따뜻하다. 


교코가 '일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연꽃빌라에서 살면서 겪는 일들, 그녀의 소소한 머릿속 생각들을 읽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와닿았다. 이럴때면 난 늘 생각한다. 지금 내가 삼십대라서 그런건가, 이십대에 읽어도 그랬을까. 사십대, 오십대에 읽으면 어떨까. 그 외에도 내가 결혼을 했다면, 내게 아이가 있었다면, 내가 회사를 다녔다면, 내가 가게를 했다면 .. 등등의 수많은 뭐뭐 했다면의 가정들도. 뭐 그렇게. 생각하다가 뭐뭐였다면 이란 가정이 쓸데없음을 깨닫고 말지만, 요즘 책 읽을때마다 늘 반복하게 된다. 


무레 요코 등장인물 중 하나를 고른다면, 나는 카모메와 빵과 고양이와 스프가 있는 풍경을 합해 놓은 것 같은 것을 원하고 좇지만, 아마 지금으로서는  '수박'의 에로만화가 같은 포지션일 것 같다. 


이십대에 더 높은 연봉, 더 높은 인센티브, 더 빠른 승진을 보고 달렸던 내가 되게 낯설게 느껴진다. 


일도 해보고, 일하지 않는 것도 해보고, 일하는건지 안 하는건지 모르는 것도 해본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경우,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리고 일하는 중에 힘들다는 건 알지만,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 시간이 하루종일이건, 하루에 십분이건간에 말이다. 


꽃도 사고, 자수같이 안 하던 것도 해보고,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고양이랑 놀고, 책도 읽고, 산책도 하는 그런 시간들. 

가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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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3-20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소중한 이야기. 오랜만에 빵과 스프와 고양이가 있는 풍경 봐야지
 
제비뽑기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셜리 잭슨 지음, 김시현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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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미치광이 아니면 천재다.라는 띠지 카피의 평은 적절하다. 

하나 더 붙이면 '그녀는 펜이 아니라 빗자루로 글을 쓴다' 라는 평도 적절하다. 


단편 20여개나 모여 있으니 각 단편이 짧다는 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셜리 잭슨의 중,장편에서 느꼈던 공포, 고딕의 느낌보다는 작은 마을에서의 왕따와 차별을 이야기하거나 작은 마을에서 나온 주인공이 큰 도시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는 배경이다. 주인공은 가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한데, 두 경우 모두 인간의 광기 앞에 어찌할 수 없이 연약하게 나온다. 마음이 약해 끝도 없이 휘둘리는 장면들을 짤막짤막한 단편으로 읽어야 하는건 처음부터 끝까지 하이텐션을 요구하는 피곤한 독서였다. 


중간에 다른 책 읽다가 다시 올 엄두가 안 나 한 번에 읽어내긴 했지만, 이 책을 더 잘 읽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셜리 잭슨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고,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은 표제작인 '제비뽑기' 인데, 개인적으로는 고딕 느낌이 나는 중장편들이 더 좋다. 홀리오 코르타사르의 '드러누운 밤' 을 읽기 전에 이 단편집을 먼저 읽었다면, 나름 충격적이었을 같은데, 단편으로 인한 충격적인 느낌은 '드러누운 밤'에서 더 강했다. 


'장편소설은 주요 인물을 그리고, 기초적인 구성을 짜고 나면 스토리에 큰 흐름 같은 것이 생겨서 가이드 역할을 한다. 거꾸로 단편은 스냅 사진처럼 한순간을 잘라내면 된다. 하지만 중편소설은 필요불가결한 몇몇 에피소드를 오버랩하면서 하나의 작은 세계를 제시해야 한다.' 무라카미 류의 글인데 단편을 '스냅 사진처럼 한순간을 잘라낸 것'으로 표현한 것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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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여행 - 내가 꿈꾸는 강인함
정여울 글.사진, 이승원 사진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몸에 당이 필요하면 찾아 먹는 초콜릿처럼 마음에 당이 필요할 때 한꼭지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보관함에 책을 잔뜩 담게 해주는 책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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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무엇인가 -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히라노 게이치로의 '분인주의'에 대한 에세이다. '결괴'에서 시작해 국내에는 3월 발매 예정인 '던'에서 더 구체화된 개념인데, 근대 이후 '개인주의'  다음의 개념으로서의 '분인주의' 이다.


개인individual 이란 것은 in + dividual 로 나눌 수 없는 최소한의 존재인 '개인'을 말한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여기에서 나눌 수없는 'in'을 빼고 'dividual' 나눌 수 분인을 주장한다. 


나는 아주 어릴적부터 독불장군같은 성격이 강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는 반에서 반장을 도맡아 하는 얌전하고 깍쟁이같은 모범생이었다면, 고등학교, 대학교때는 얌전하지만 학교생활에는 별 관심 없는 학생이었다.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못참는 성격인건 같은데, 미취학 아동일때, 초등학교때,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그리고 대학교때,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내 자신을 누르기도 하고, 까칠하게 굴기도 하면서 살았었다. 그러다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첫 사회생활이었고, 고객서비스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높고, 보수적인 집단이었다. 동시에 미국계여서 자유분방한 면도 있었다. 마케팅팀에 속해서 고객들을 상대하고 접대하면서 내가 아닌 나로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이 전화해도 내 목소리 톤을 못 알아들을 정도로 내가 아니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서 평소보다 더 얌전한 나로 회사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집에 가서는 그 반발로 더욱 성질 나쁜 나로 악지르면서 보냈던 것 같다. 8년여를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내가 그 때 그렇게 내 성질 누르고 가면 쓴 생활 하느라 안 그래도 까칠한 성격이 더 나빠졌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하곤 했는데, 


이 책을 그 시절의 나에게 보내주고 싶다. 


나와 같은 경험과 꼭 같은 경험은 아닐지라도 누구나 비슷한 경험은 있을 것이다. 

'내'가 아닌 나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것에 받는 스트레스 말이다. 


다양한 모습의 내가 존재한다. 회사에서의 나, 엄마,아빠의 딸로서의 나, 남동생의 누나인 나, 친구들의 친구인 나, 연인으로서의 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 나, 동물병원에서 말로와 리처의 보호자인 나, 작업실에서 작업실 식구인 나, 등등 


나란 사람은 '한사람'이지만, 각각의 상황에서 상대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 다른 모습들이 비슷한 경우에는 상관없는데, 상충하는 경우에는 (회사에서의 나와 회사밖에서의 나처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가식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먹고 살자고 내가 아닌 나의 모습으로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구나 자괴감 느껴지기도 하고.. 


히라노 게이치로는 말한다. 

'나라는 존재는 외따로 고독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 놓여 있다. 그렇다기보다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한다. 타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진정한 나'라는 개념은 인간을 격리시키는 감옥이다. ' 


분인으로서 세상과 나를 바라보면, 많은 것들이 정리된다. 

저자는 왕따를 예로 들었지만, 나는 내 성격을 만드는데 가장 큰 일이었다고 생각하는 회사에서의 나를 예로 들어보겠다. 


'회사에서의 나' 라는 분인이 있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나'의 분인이 있다 '친구를 만나는 나' 가 있고, '장난감 모임에 나가는 나' 가 있으며, '와인 모임에 나가는 나' 가 있다.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이 '회사'이므로, '회사에서의 나' 라는 분인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내 분인 때문에 다른 분인들까지 고통받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회사에서의 나.라는 분인에 대한 스트레스로 생겨난 분인들도 그 곳에서의 나를 온건히 즐길 수 없다면 (스트레스를 와인이나 장난감을 모으는 것으로 푼다면) 그것도 옳지 않다. 


당시의 나는 '회사에서의 나' 라는 분인에 온통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다. '블로그에 글 쓰는 나', 혹은 '책 읽는 나', '여행하는 나'  정도가 내 맘에 드는 내 모습이다. 그 외에 내 시간과 돈의 대부분을 차지한 회사, 술모임, 장난감수집은 맘에 들지 않는다. 내가 '회사에서의 나'를 떼어놓고 살 수 있었다면, 다른 시간들을 훨씬 충실하게 보내고, 맘에 드는 내 모습을 많이 남겼을꺼라고 생각한다. 


맘에 드는 분인에 집중하고 그 분인이 나에게서 차지하는 부분을 크게 하는 것.으로 밸런스를 잡을 수 있다. 는 점이 중요하다.


분인이라는 말은 책 한 권을 다 읽은 지금도 입에 착 달라붙지는 않지만, 책은 가장 쉽게 쓰여져 있고, 다양한 예시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부분에서 자극받을 수 있을꺼라고 생각한다. 


분인개념은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을 개념화한 정도일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더 나아가 뒷부분에 죽음과 화합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맘이 찡하니 울렸다. 


쉽게 쓰여졌지만,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그래서 책을 안 읽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의 고민이 담겨 있고, 그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개념의 도구를 건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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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0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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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0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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