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이 가후의 책은 표지가 참 ...한 사람 책같지가 않구나. 

이제야 이 작가 책을 산 걸 보면 ...이라고 말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강 동쪽의 기담' 은 있는 것 같기도.라고 말하고 불평 하나. 산 책을 또 사면 알라딘에서 '네이년, 네년이 이 책 몇 월, 몇 일, 몇 시에 샀거든? 기억해내라,이년아,또 살꺼야?' 라고 알림을 띄워준다. 근데, 문동의 양장,반양장은( 나도 이렇게 나오게 된데 일조했다만) 내가 그 때 그 때 기분 따라 양장, 반양장 사는지라 ... 쓰고 보니 그냥 내가 바보네. 책 좀 읽어라. 


잡소리가 길었는데, '게다를 신고 어슬렁어슬렁'은 정말 너무 좋다. 

백년전의 산책 이야기는 지금의 처지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서 옛날 이야기 같은데, 동네 이야기, 산책 이야기는 또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성이 있어서 지금의 이야기 같은 옛날 이야기이다. 


가끔씩 한 권 통째로 필사하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럼. 아마 지금은 끝났겠지만, 이렇게 좋은 책을 사고 튼튼하고 예쁜 에코백까지 받았으니 이득! 


한번에 읽어내기에는 아름다움이 '너무' 과해서 한 챕터씩 읽으면서 좋은 부분 옮겨보려 한다. 





태평성대 세상에 겨우 남자 몸 하나 어쩌지못하고 괴로워하며 에도지도 품에 넣고 히요리게다를 끌고 있다. 이미 교카와 하이쿠 덕택에 뼛속까지 익숙해진 에도 명소의 터를 애도하며 걷는 내 신세가 참으로 눈물겹다. 하우타에 "풍류가 없어도 고통은 덜하고, 비루하고 조그만 오두막에도 달빛은 비추네"란 구절이 있듯 쓸데없이 슬퍼하고 분개하며 자길 괴롭히는 건 현인이 갖출 행동이 아닐 터.

우리가 사는 도쿄가 아무리 추하고 더럽다 해도 여기 살면서 아치저녁을 보내는한은 그 추악함 속에서 약간의 아름다움이라도 찾아내야 한다.
더러움 속에서 멋을 발견해 억지로라도 마음 편히 살도록 스스로 다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본래 나의 히요리게다 산책에 조그이나마 주의 아닌 주의를 기울이고픈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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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매인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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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혐오자만 주구장창 나오던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가 꾸준히 나온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순서대로는 아니라도 소개되는 새로운 작품들에 늘 예상을 깨는 재미가 있어 늘 기대가 된다. '킹의 몸값'에서 동양 철학에서 나올법한 질문을 받았다면( 구로사와 아키라가 영화화하기도 했다) '살의의 쐐기'에서는 87분서가 이렇게 스릴 넘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온 '노상강도' 라던가 '조각 맞추기'도 흠잡을 곳 없는 작품들이었다. 

오십여편 가까이 나온 87분서 시리즈이고, 나는 이십여편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읽었다고 안 했다) 범작이나 졸작이라도 상관 없으니 87분서 시리즈가 최대한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경찰 소설은, 경찰 소설 시리즈는 보통 페이지 터너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위의 '살의의 쐐기'는 예외) 보편적인 재미가 있는가도 모르겠어서 장르 소설 중에서도 잘 추천하게 되지 않는 장르다. '마약 밀매인'까지 읽고 보니, 이제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양한 재미를 주는 시리즈이고, 표지 컨셉트도 자리 잡아서 ('노상강도' 빼고. 이건 좀 다른 표지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그 간의 표지와도 안 맞고, 개인적으로 혐오스럽다.) 소장하는 즐거움도 있을 것 같다. '마약 밀매인'에 와서는 근래 가장 인상적인 시리즈 컨셉트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노상강도 빼고) 메인컬러가 팬톤 2015의 컬러인 것도 재미. 


'마약 밀매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한참 '콜드 케이스'를 보고 있었다. 87분서의 형사들과 또 다른 주인공인 '아이솔라'는 맨해튼을 배경으로 했다고 알고 있다. 작가가 후기에서 실제하는 도시가 아니라고 이천번쯤 이야기 했다고는 하지만. 


콜드 케이스를 보면서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솔라는 필라델피아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약밀매인'은 이 책이 50년도 더 전에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모던하다. 최근의 '보슈'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보면 어땠을래나 싶지만, '콜드 케이스' 만큼은 모던하게 잘 빠져서 전혀 위화감이 없다. 


사람 좋은(?) 마약 밀매인 히스패닉 아이의 죽음은 자살로 위장한 대놓고 살인이었다. 엄청 추운 겨울날 87분서 형사들은 아이의 죽음으로 시작된 연이은 죽음을 조사하고, 카렐라의 활약이 크지만,그는 죽다 살아 나고, 번즈 경위는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으며 중심역할로 등장하게 된다. 


300페이지 좀 안 되는 분량이지만, 짧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길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 적절한 분량이다. 

그간 읽었던 작품들에 비해 초기 작품이라 (작가가 여기서 시리즈를 끝내려고 했던!) 주인공, 아니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더 드라마틱했던 것 같다. 


이어지는 내용들이 아니니 순서 상관없이 읽어도 상관없지만, 읽을수록 더 재미있어지는 것이 시리즈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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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상암MBC 배달 다녀오느라 책주문 당일배송의 타이밍을 놓쳤다. 15일에 적립금이 들어와 간만에 두둑하니 책 좀 사볼까 싶었는데, 바로 다음날이 16일이어서 이것도 저것도 안 하고 보내고, 17일까지도.. 오늘은 오전에 배달 다녀오느라. 


그러거나 말거나 책주문할 시간은 많았지만, 제주 가서 책 많이 읽고 가야지, 챙겨갔던거 하나도 못 읽고 온 자괴감의 연장으로 책을 못 사고 있는거다. 그 사이에 꼭 사는 신간들이 많이 나왔다. 

그러니, 주말에는 부지런히 책을 읽고, 월요일에는 책을 사겠다. 
















이 네 권.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요네스뵈의 신간은 살꺼다. 이번에도 페이지수가 만만치 않다. 이 작가의 책은 미드로 말하자면,한 에피가 아니라 한 시즌을 우겨 넣은듯한 많은 이야기와 두꺼운 분량. 읽기 쉽지 않은데 재미있다. 다시 읽을 엄두는 웬만해서는 잘 안 난다. 

존 발리의 '잔상' 불새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캔자스의 유령' 작가이다. 불새 시리즈가 워낙 낯선 작가들이 많다보니 작가 이름도 제목도 잘 안 외워지는데, 여튼, 존 발리의 단편집이 또 나왔다고 하니 이것도 주섬주섬. SF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정말 즐거운 독서였던 존 발리의 '캔자스의 유령'이라는 전작이 있으니 이번에도 기대한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신간. 새로운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의 새로운 고전부 시리즈. 


이 중에 한 권만 나와도 당장 샀을텐데, 네 권이 나오는 동안 잘도 안 샀다.


 















이런 책들도 사고 싶다. 

더글러스 케네디는 좀 정을 뗀 편인데, 이번에 나온건 에세이니깐 또 옛정을 생각해서 사 볼 생각. 

왜 지루해졌냐면, 주인공을 진짜 너무너무 괴롭힘. 주인공 정점에 오르다. 나락에 빠지다. 다시 딛고 일어서다. 의 패턴의 무한반복. 다시 일어서기 위해 주인공을 똥통에 빠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 '빅픽처' 를 처음 읽고 그 이후 나온 많은 책들을 다 '빅픽처' 같은 작품 또 안 나오나 하면서 꾸역꾸역 읽었다. 두 권짜리 '행복의 추구'가 좀 재미있다고 하던데, 사 두고 안 읽고 있고. (표지가 무슨 소공녀나 키다리 아저씨 표지 같아서 손이 잘 안 간다. 초등학생 소녀 타겟의 책같아. 


줄리언 반즈의 '용감한 친구들' 지금 보니 1권 2권 표지가 묘하게 다르구나. 이건 실물로 받아봐야겠다. . 가 아니라 읽어봐야겠다. 

M.L. 스테드먼의 '바다 사이 등대'는 사실 표지가 맘에 들어서 작가 이름 생소하지만 장바구니 담아봤다. 이런 내용.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M. L. 스테드먼의 장편소설. 외딴섬 야누스 록이 풍기는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와, 1차대전 직후 상실감과 싸워야 했던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의 삶에 대한 섬세한 묘사, 한 남자의 신앙과 같은 사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강렬한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출간 후 단숨에 현지 독자들을 사로잡은 놀라운 데뷔작이다. 

2012년에 출간된 <바다 사이 등대>는 2013 오스트레일리아출판상(ABIA) '올해의 책' '올해의 신인 작가'에 선정되었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아마존 '2012 최고의 역사 소설'에 선정되는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 마일스 프랭클린 상, 오렌지 문학상, 월터 스콧 문학상 등의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을 느낀 여인이 톰에게 말을 걸고,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부두에서 갈매기들에게 빵을 던져주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다. 그리고 그날 밤 항만관리소장에게 인사차 방문한 톰은 그 자리에 모인 지역 주민들 속에서 다시 한번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그녀의 이름은 이저벨.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 두 사람은 톰이 야누스 록으로 떠난 뒤에도 3개월에 한 번씩 다니는 보급선을 통해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외딴섬 야누스 록에서 둘만의 오붓한 가정을 꾸린다.

책소개도 재미있을 것 같다. 신인 작품 읽을때 뭔가 더 기대되고, 점수도 팍팍 주는 편이다. 
















수전 손택의 책은 꼭 살꺼고, 체스터턴 책은 제목이 맘에 안들어서 보류. 앙드레 지드의 오스카 와일드 책이랑 '일곱명의 여자'는 좀 더 두고보다 사야지.
















이런 책들도 담아두었다. 
'채소의 신'은 끝장나게 귀엽고, '일본의 계단'은 제대로 취향저격. 아빠에게 선물했던 데이빗 두쉬민의 책을 이번에 제주 내려가서 다시 보니 좋더라. 실용서적 같은데, 글도 사진도 참 좋아서 여러번 선물했던 작가다. 


 와 - 혹시 내가 가진 책이랑 겹치나 보니깐 다 정보문화사에서 나왔었네. 내가 여러번 선물했던 책은 '프레임 안에서' 아마존에서도 사진분야 1위했던 책이다. 



















이런 책들도 담아두었는데, 
'모던 아트 쿡북'은 선물로 뿅 - 

주말에 읽을 새로 도착한 책이 있으니 좋군!

슬슬 식량 챙겨서 귀가해야지. 집 치우고 (동생군이 왔다.) 주말에는 책을 열심히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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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4-1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월요일에는, 아니, 일요일 밤에는 죄책감없이 책을 사겠습니다. 꺄하하하하핳아항
 

며칠 전 작업실에 웹툰하는 친구가 무슨 꽃을 가장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럴 때를 대비한 답변이 있으면 좋으련만, 늘 바뀌니깐. 요즘의 나는'프리틸라리아'를 가장 좋아한다. 처음 보면 평범한 풀때기인데, 잎과 꽃의 라인에 반한다. 샵할때는 비싼데 티 안나고 안 알아주는 꽃1위였다. ..응? ㅎㅎ 



사진은 어제의 오피스데코. 옆에 쭉 나온 녀석이 프리틸라리아다. 얼마전 체크무늬 프리틸라리아도 올린 적 있다. 


가장 좋아하는 꽃 이야기를 왜 하냐면, 가장 좋아하는 꽃이 무엇이냐는 질문만큼 많이 받는 것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 뭐냐는 질문이어서이다. 대부분의 알라디너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책이 뭐냐'고 물어보면, 백가지 답변과 질문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꺼라고 생각하는데 ^^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요즘 계속 생각나는 이 책을 내 인생의 책 한 권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꽃이 뭐냐고 물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책을 선물해줘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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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4-0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하이드님과 저의 책 취향이 비슷하지 않은 것에 비해 이 책을 내 인생의 책 한 권이라고 생각하는게 일치하다니 재미있네요. 소설 읽는 것을 탐탁치 않아해서 제가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차라리 말하지 않는 편인 제 남편에게조차 꼭 읽어보길 바란다고 제가 권해준 책 두권 중 한권이 이 책이니까요.

무해한모리군 2015-04-0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품을 책으로 보기전에 티브에서 하는 단막극으로 봤어요. 잊혀지지가 않아서 원작을 찾아봤던 기억이 나요. 늘 결혼하는 친구들에게 이 책과 줌파라이히의 책을 선물해요.

아무개 2015-04-08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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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어슬렁이라는 말의 어감이 좋다. 

리처는 오늘 새벽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쓴 나를 보고 장난기가 돌아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더니 이불 아래의 나를 어택, 

잠결에 방어하던 나는 리처의 장난기를 더욱 북돋어 입술을 깨물리고 말았다. 

잠결에 아, 피난다. 이렇게 또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군, 리처년. 하며 잠들었다...는 '어슬렁어슬렁'과는 별 관계 없는 이야기. 



몬난이 



아침에 조조로 '킹스맨'을 봤다. 

왜 인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다. 애그시가 체조선수처럼 푱푱 뛰는거 보는게 좋았음. 


영화를 보고 자리를 센트럴 스벅으로 옮겨 메세지카드를 새로 만들고, 책을 꺼내 읽는데, 지금 읽는 책이 '게다를 신고 어슬렁어슬렁'이다. 에코백도 맘에 쏙 드는데, 서문도 맘에 쏙 든다. 


글을 쓴 날짜를 분명히 기록한 이유는, 책이 세상에 나올 즈음이면 글 속의 거리 풍경은 이미 적잖이 파괴되어 흔적조차 찾을 수 없으리라 여겨지는 탓이다. 목조 다리였던 이마도바시는 어느 새 철교로 바뀌었고, 에도 강 둔덕은 시멘트가 발라져 다시는 달개비꽃을 볼 수 없다. 에도 성 사쿠라다몬 성문 밖이나 시바 아카바네바시 건너편 공터는 지그 토목공사가 한창이다. '어제의 꽃도 오늘은 꿈'이 도는 덧없는 세상의 유물을 비록 서투른 글월로나마 남기고자 하니, 부디 훗날 두런두런 나눌 이야깃거리라도 될 수 있기를. 


을묘년(1915) 늦가을 가후 


'어제의 꽃도 오늘은 꿈' 이라는 말 좋다. 


무심코 뒷골목을 걷다 들려오는 소녀의 샤미센 연주에 감동하다니, 나는 도무지 새로운 세계의 사상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에도의 음곡을 전기등 아래서 요란스레 연주하게 만드는 세속 일반 풍조와도 어울릴 수 없다. 큰 타격을 주는 무언가가 나타나지 않는 한, 나의 감각과 취미와 사상은 나를 차츰 고루하고 편협하게 만들어, 마침내 나는 세상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말리라. 나는 이따금 반성하려 애써본다. 동시에 이런 성격이 도대체 나를 어디로 끌고 갈까 생각해본다. 차라리 내 몸을 남의 것인양 방치해버릴까. 그렇게 허무한 미래를 상상하며 얄궂은 호기심을 느낄 때도 있다. 자기 몸을 꼬집고는 이 정도 힘을 주니 역시 이 정도 아프구나 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혼자서 눈물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담담함과 소탈함을 가장하지만, 마음속에는 참을 수 없이 깊은 체념이 깃들어 있다. 



비위생적인 뒷골목에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미신과 탕약에 의지해 세상은 덧없는 꿈이라며 생명을 간단히 체념하는 모습을 떠올리면,의학이진보하지 않았던 시대의사람들이 병고와 재난을 태연히 받아들이고 간명하게 살았던 모습에 깊은 경외심이 인다. 무릇 근대인이 기뻐 환호하는 '편리'라 부르는 것만큼 의미 없는 것은 없으리라. 도쿄의 서생이 미국인인 양 편리하다고 만년필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문학이든 과학이든 진정한 진보가 있기는 있었는가. 전차와 자동차는 도쿄 시민들이시간을 절약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 



프랑스인 에밀 맨유의 저서 '도시미론' 이 얼마나 흥미로운지는 나의 수필 '오쿠보 소식'에 밝힌 바 있다. 에밀 맨유는 도시가 지닌 물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장에서 널리 세계 각국의 도시가 하천이나 강만과 어떤 심미적 관계가 있는지, 나아가 운하, 늪지, 분수, 교각과의 관련성까지 세세히 짚었다. 아울러 추가로 강물에 비치는 가로등의 아름다움까지 논했다. 


이 책 보고 싶다. 강물에 비치는 가로등의 아름다움까지 논하는 책!






 도쿄는 예전같이 산책할 곳이 없다.는 무려 백년전의 글을 보니, 지금의 도쿄, 혹은 서울은 어떤가 싶다. 자연이 없는 곳에 산책도 없다.인가. 주변에 산책할 곳이라면 .. 버드나무 이야기가 나오니, 현충원이라도 산책가볼까 싶다. 혹은 잘 정돈된 한강변 정도겠지. 영화 괴물을 떠올리며. 


어렴풋하긴 하지만, '본질'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책 속에서 아쉬워하는 것들이 자연과 사물과 감성의 '본질'에 가까웠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백년 전의 작가는 과거를 아쉬워하고, 백년 후의 한량은 또 그 과거를 아쉬워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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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4-0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는데 다시 넣어야겠군요!!!

하이드 2015-04-05 22:00   좋아요 0 | URL
약간 고양이의 서재. 스러운데, 저 이 작가 좋아요. 탐미주의, 에도시대 전문. 산책도 엄청 좋아하구요.

2015-04-06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6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