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거리 추정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필요없어도 느낌표 막 찍고 싶은 기분이다!!! 

시리즈의 미덕은 읽을수록 재미있어지는건데, 고전부 시리즈는 이제 읽을때마다 점점 더 사랑스러워지고 있다. 

지탄다의 '신경쓰이지 않아요?!'가 나오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출발하는 교내 마라톤대회 20km를 달리고 돌아오면서 각각의 문제의 인물들을 만나는 호타로의 이야기는 진짜 아기자기 귀엽고 매력적이지 않은가. 


고전부 학생들은 2학년이 되어 1학년 신입생을 맞이하게 된다. 기대하지 않았던 신입생인 오히나타가 들어오게 되지만, 가입을 확정하기 전에 '들어오지 않겠다. 나가겠다' 고 울며 뛰쳐나가...는 것 까지는 아니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남긴채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 원인이 적극적으로 뭔가를 할리가 없는 호타로가 아닌 이상 지탄다가 뭔가 잘못한 것으로 의심받고, 본인도 본인의 잘못이라 생각하고 괴로워하게 된다. 


20km 마라톤 출발점에 선 호타로는 이 마라톤이 끝나기 전에 관련인물들을 만나 사건을 재구성하고,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다. 3학년부터 반별로 차례로 출발하는데 2학년 A반인 호타로가 가장 먼저 출발하고, 천천히 달리는둥 마는둥 하면서 C반의 이나바를 만나고, 또 달리는둥 마는둥 하면서 더 뒷반의 지탄다를 만난다. 결국 2학년의 모든 반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1학년 신입 오나히타를 만나게 되는데..


뭔가 반별로 출바하는 마라톤이라니. 일본스럽기도 하고, 학생때 소풍이나 수학여행 갈때면 그렇게 반별로 움직였던 것도 생각나서 이 상황설정에 애착이 간다. 달리다보면 우리반은 다 가고 뒷반애들이랑 달리고 있고, 그렇게 호타로가 관련 인물들을 만나 취조 아닌 취조를 해서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오나히타 또한 고전부의 기존 인물들 못지 않게 특이한 캐릭터라 새로 조인하게 되는건가 잠깐 생각했다. 


신입을 받게 되는 것부터 그 신입과 함께 어울려 가는 과정들을 회상하며 왜 오나히타가 가입을 철회한건지 추리해나가는 호타로. 각 장은 각각의 의심스러웠던 과거의 자잘한 사건들을 돌아보는 것이며, 전체적으로는 20km 마라톤을 달리는 호타로의 로드무비!인 것이다. 


단편보다 장편이 늘 더 매력적이지만, 고전부는 이제 나에게 하나의 장편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자리잡았고, 이 작품은 안그래도 장편이니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본 후라 예쁜 등장인물들이 그려지는 것은 덤. 


꼭 순서대로 읽어야하는건 아니지만, 순서대로 읽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란과 작약 꽃대를 보듯 책을 보며 살았다.

요즘들어 많이 하는 생각이 내가 '산' '시간'의 가격이다. 

아직까지 내 인생에 휴일을 뺀 매일을 시간을 지켜 어딘가에 가서(학교,회사,가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던 날들이 더 길다. '저녁 늦게'에서 잠깐 멈칫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저녁 늦게 귀가했던 것이 맞다. 


돈 없는 나날들을 보내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아빠'다. 제주에 내려가 아빠와 이야기하면서 내 마음이 더 정리가 되었는데, '아빠, 나는 돈 없는 것에 그렇게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라고 여러번 말해야 했다. 물론 '결혼해서 애 있고 그러면 모르겠지만' 이 덧붙여 지긴 한다. '부양고양이'!는 있지만. 


사람이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돈을 좀 세이브해놓고 있어야해. 라는 말이 와닿는건 잔병치레 없고 병원에 거의 가지 않는 나의 미래를 위해서라기보다(이것도 생각해두긴 해야겠지만) 고양님들 정기검진 비용이라던가 (특히여덟살 된 말로) 혹시 모를 병원비를 세이브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 정도다. 


얘기가 곁길로 샜는데, 평소 생각하던걸 말로 뱉어버리고 나니, 서울 와서는 그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구체적으로 뻗어나간다. 

예를 들어 ... 회사 다니던 나에게 '노보텔 슌에 가서 일식부페 먹을래, 월요일 오후 출근할래' 라고 묻거나, '샤넬백 살래, 주4일근무할래?' 묻는다면, 난 기꺼이 월요일 오전에 쉬거나 주4일 근무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맛있는 것 좀 덜 먹고 (애초에 몸에 좋은걸 몸에 넣고 싶은 정도를 제외하고 맛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에 대한 욕망은 거의  없다. 거기에 더해 돌아다니는 거 귀찮음) 옷,구두,가방,화장품 좀 덜 사고, 미용실 덜 가고, 네일도 안 하고 산 시간에 나는 수요일 아침 여덟시지만, 출근 걱정 없이 사과 한 쪽 깨 먹으며 물끓여 뜨거운 커피 마시고,책 읽으며 평온하게(?) 끄적거리고 있는거다. 라는 생각이 몸과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인데,'시간'의 가격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비싼 돈에 시간을 사서 누리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시간을 사는 것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단지 아침 출근시간에 여유로운 것만은 아니고, 의,식,주처럼 인간에게 꼭 필요한 무엇.인데 결핍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좋은 글을 읽어서 쓰기 시작한 페이퍼다. 


표지가 과하게 예뻐서 이거 뭐야, 하고 봤더니 현암사 책이어서 급수긍해버린 장석주의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는 지금까지 읽었던 장석주의 책들 중 가장 좋아서, 와, 표지만으로도 완전 멋져서 안에 백지라도 돈 하나도 안 아깝겠는데, 책도 좋아. 라는 모드로 이렇게 반나절이 멀다하고 계속 글 남기고 있다. 


위에 다 잡설. ㅎㅎ 이 이야기를 옮겨두고 싶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인간을 성과주체라는 괴물로 만드는 피로사회에 대해 말한다. 그사회는 외부적인 무엇이 우리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가 스스로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사회라고 규정한다. 성과주체는 어떤 기구나 조직에 의해 노동을 강요당하는 자가 아니다. 누구의 예속도 받지 않는것은그들자신이 자기의 주인이고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이 성과주체들은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 존재이다. 


이 사회에서 우리가 겪는 피로는 긍정성의 과잉이 불러온 피로인데, 이것은 삶에서 모든 것을 고갈시키고 파괴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개별화하고 고립시키는 고독한 피로"속에서 시들어간다. 


우리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착취자로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것이다.우리는 여전히 활동의 과잉으로 내몰리고 있다. 과제는 "활동적 삶"이다. 우리는 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노동의 절대적 명령에 포획되고,결국은 노동-기계로 전락한다. 이것의 위기는 곧 삶의 위기이고, 시간과 세게 상실의 위기다. 근대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흐르며, 그 가속화로 밀려가는 시간 속에서 "삶은 더 이상 지속을 수립하는 질서의 구조나 좌표 속에서 자리 잡지 못"한다. 


사색이 없는 노동에 내몰리는 분주한 시간들이 평면화하는 것은 삶에서 "어떤 사건, 형식,진동은 오직 긴 사색적 시선에만 모습을 드러낼 뿐,일하는 시선에는 숨겨"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빠질수록 오늘의 삶과 미래의 기획을 지향성 없는 공간에 부려놓는다. 그 공간의 대표적인 예가 지향성이 없는 웹 공간이고, 그것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수많은 연결 가능성, 즉 링크들로 짜"인 세계이다. 


우리는 의미를 소유하고 향유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주어지는 정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무엇보다도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머무름의 능력, 정적에 기대어 고유의 삶을 관조하고 누리는습관,사색적 삶, 시간의향기를다 잃어버렸다. 그대신에 지나친 분주함,조급성,활동적 삶에 자신을 내어준다. 시간이라는 주권을 잃고 빠듯한 시간 속에서 표류하며,늘'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자는 "염려의 대상에 분주하게 매달리며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염려의 대상으로 인해 자기시간을 잃어버린"자다. 


시간 부족은 "우리가 시간을 잃어버리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자기 자신을잃어버린 사람의 특징은 의미의소실 속에서 삶의 메마름을 겪어낸다는 점이다. 그들은 늘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곧 자기시간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기 대문이다. 반면에 "고유하게 존재하는 자는, 말하자면 늘 시간이 있다.그가 항상 시간이 있는것은 시간이 곧 자기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지속성을 잃고 불연속적 흐름으로 변질한다. 일과 효율성이 삶의 한가로움을 삼켜버린다. 우리는 노동의 분주함에 여유와 한가로움을 자발적으로 헌납한다.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자는날마다 일어나는 일상의사건들 속에서 제 자아를 흩어버리는 자이고, 그들은 결국시간의 지속성을 거머쥐지 못한다. 이 시간의 쪼개어 흩어짐.늘 목적과 목표를 향한 분주함에 매달림. 분주함 속에서 수습되지않는 산만은사색적으로 자기 안에 머무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바쁜 자들은 "공허한 지속으로 늘어진 시간"을 사는 자들이다. 이들에게 시간은 장력을 갖고 응집하거나 묶이지않고, 부서지며,흩어지는 것으로, 아무의미도 맺히지 않는"점적인 현재의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시간 속에서 삶은 비루해지고,죽음은 불시에 다가와 삶을 무자비하게 끝내버리는 폭력이다. 지나친 분주함으로 "활동적 삶"을 채우는 것은 붕괴하는 시간이며, 위기의 시간이다. 


한병철은 이것을 좋은 삶으로 대체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이데거의 시간 전략을 소개한다. 그것은 "다시 시간의 닻을 내리는 것,시간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받침대를 마련하는 것,시간을 다시 역사의 자장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시간이의미 없이 연속으로 흩어져버리지 않게 하는것"이다. 좋은 삶은,하이데거의 용어를 빌리자면, "머뭇거림", "느긋함", "수줍음", "기다림", "자제"가 온존하는삼ㄹ. "오직 일만 하는어리석음"에 맞서는 지혜로운 삶. 바로 느림과 지속성을 거머쥐는 "사색적 삶"이다. 

















한병철의 책은 늘 좋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음 물론이며, 큰 틀 안에서의 나, 사회 안에서의 개인, 역사의 흐름 속에서의 현재.를 돌아보게 해준다. 매우 얇고 작지만, 가장 묵직한 책, 현대인의 필독서다. (-> 아, 흔한 말이지만, 이 말 안 쓰고 참을 수가 없다) 


아,그러니깐, 장석주가 이야기하는 한병철도 좋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료탑 2015-04-2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한때 저를 위한 시간이 과하게 많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참 좋았는데...

하이드 2015-04-22 16:16   좋아요 0 | URL
어떤 시간이든 `의미`를 찾는 여유를 가지고 지내야할 것 같아요.
저 또한 지금의 시간을 제가 잘 보내고 있는지..

비로그인 2015-04-2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요할때마다 꺼내읽고싶은 글입니다^^
 
모란과 작약 꽃대를 보듯 책을 보며 살았다.

지금의 나와 작년 봄의 나가 다를지언데, 타인과 나의 다름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동안 '서평 책'을 읽는 것의 쓸데없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런 이유로 오래간만에 잡은 서평책이 바로 장석주의 ''불면의 등불이..' 인데, 같은 시기에 샀던 '장석주의 글쓰기'가 생각만 못해서 (이 때 글쓰기 책이고, 서평 책이고 다 필요없어~! 모드) 이 책은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말머리에서.부터 흥미로웠고, (..라기 보다 내가 지금 책 읽고 싶어하는 모드인듯. 봄이쟈나~)


이번에 읽는건 헤세의 정원이야기이다. 

이 책을 나는 이레 버전으로도 가지고 있고, 이레에서 나온 공짜책 버전으로도 가지고 있고, 새로 나온 버전도 있고, 

샵할때 예전에 독일에서 찾아온 분께서 이 책의 독일어 버전(독일책들이 진짜 진짜 멋지다!!)을 가져다 주신 것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책인데... 왜 장석주의 서평에서 보는 이야기는 새로운걸까. 


















백일홍 이야기.. 


헤세는 화병에서 시들어가는 백일홍에서 모든 생명이 품은 죽음과 삶의 무상함을 나카롭게 직시한다. 백일홍은 강렬하고 경이로운 색깔과 빛나는 생명력을 뽐내는 꽃이지만 화병에 꽂아두면 어느새 시들고 만다. 


화병 속에서 서서히 빛이 바래 죽어가는 

백일홍을 바라보며 나는 죽음의 춤을 체험하지. 

삶의 무상함에 대해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중히 받아들일 수 있다네. 가장 무상한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거이기 때문이지.

그래서 죽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꽃이며

가장 사랑스러운 것일 수 있다네


헤세는 백일홍의 덧없는 시듦에서 삶의 무상성을 엿보고, 그것이 무상한 것이기에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결론에 이른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인류의 영혼은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아 크게 훼손되고, 사람들은 조화와 균형을 잃은 채 비틀거린다. 

사람들 마음마다 공허가 들어차 이다. 사람들은 그 공허를 과장적인 "건강함, 씩씩함, 생각 없는 낙관주의, 모든 심각한 문제 따위는 웃으며 거부하기, 공격적으로 던지는 질문을 겁내며 거부하기, 순간을 즐기며 얻는 생명의 기술"로 대체하려고 애쓴다. 


헤세의 정원 책을 읽으면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르게 읽힐 것 같다. 

이전에 읽었을 때는 나는 은행원이었고, 예전과 지금 사이에 봤던 모란디 전시에서도 느끼는 바가 컸는데, '전쟁' 이후 정원일로 도피(?)한 헤세의 복합적인 심정에 더 가까이 갈 수 이을 것 같달까.


덧없는 백일홍의 시듦.에 대해서도 분명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세상에 좋은 책이 정말 많고, 읽고 또 읽어도 새롭게 재미있고, 새롭게 의미를 얻는 책들이 많으니, 

이 책 안에서 한 번 더 인용한다면, 


왜 책인가? "책은 생명보험이며, 불사를 위한 선금이다.(움베르토 에코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라는 문장에 그 답이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lragu01 2015-04-21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와요
 

장석주의 책을 읽는데, 머릿말 첫문장에 바로 이 문장이 나왔다. 


모란과 작약 꽃대를 보듯 책을 보며 살았다. 


시동걸고 나가려는 첫줄부터 끼익, 걸려 버렸다. 모란과 작약 꽃대를 보듯 책을 보며 사는건 뭘까? 



솜사탕같은 작약, 작약의 계절이 오고 있거든. 



작약은 솜사탕같이, 애기궁둥이같이 포슬슬 예쁘다. 


작약 꽃대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병걸린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얼룩덜룩하다. 

그리고 단단하다. 꽃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단단한데 얼굴에 비해 약하달까. 


모란과 작약 꽃대를 보듯 책을 보며 살았다.는건 무슨 뜻일까. 


이어본다. 


모란과 작약 꽃대를 보듯 책을 보며 살았다. 봄엔 버드나무 가지에 연두색 잎이 돋고, 가을엔 상류의 물이 활엽수들의 낙엽을 안고 하류까지 내려왔다. 그사이 애들은 훌쩍 커서 뿔뿔이 흩어져 먼 곳에서 둥지를 틀었다. 근간들이 도착하고 약속 몇 개는 어그러졌다. 가을이 몇 번 와서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를 수확하는 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누가 내게 뭘 했느냐고 물으면 겨우 버드나무에 관해 시 몇 편을 썼다고 말할수밖에. 


라고 시작한다. 와 겉표지 벗기니깐 책 안에 생각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천싸바리에 엄청 멋지다!! 이거 뭐야?! 

모란과 작약 꽃대 생각이 날아가는 순간. 





 겉표지 벗긴 사진은 사진 정리하고 추가업데이트 




댓글(2) 먼댓글(2)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사람들이 같은 책을 얼마나 다르게 읽어내는지 보는 것이 재미있다.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5-04-21 20:35 
    지금의 나와 작년 봄의 나가 다를지언데, 타인과 나의 다름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동안 '서평 책'을 읽는 것의 쓸데없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런 이유로 오래간만에 잡은 서평책이 바로 장석주의 ''불면의 등불이..' 인데, 같은 시기에 샀던 '장석주의 글쓰기'가 생각만 못해서 (이 때 글쓰기 책이고, 서평 책이고 다 필요없어~! 모드) 이 책은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말머리에서.부터 흥미로웠고, (..라기 보다 내가 지금 책 읽고 싶어하는
  2. 시간의 가격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5-04-22 08:31 
    요즘들어 많이 하는 생각이 내가 '산' '시간'의 가격이다. 아직까지 내 인생에 휴일을 뺀 매일을 시간을 지켜 어딘가에 가서(학교,회사,가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던 날들이 더 길다. '저녁 늦게'에서 잠깐 멈칫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저녁 늦게 귀가했던 것이 맞다. 돈 없는 나날들을 보내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아빠'다. 제주에 내려가 아빠와 이야기하면서 내 마음이 더 정리가 되었는데, '아빠, 나는 돈 없는 것에
 
 
얼음동자 2015-04-2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약과 책 소개에 혹해서 로그인을 안 할 수 없었어요. ^^

언제쯤이면 작약을 넣은 꽃다발을 살 수 있을까요? 열심히 일해야겠어요.
그나저나 책소개가 너무 혹해서, 내일 여행가는데, 서점에 굳이 들러서 사가야 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일상이 종종 멈추지만, 그래도 이렇게 혹하는 순간이 제게 숨이 트이는 시간인 것 같아요. ^^
그럼 책 사러 갑니다. ㅎㅎㅎㅎ

하이드 2015-04-23 13:29   좋아요 0 | URL
작약은 철에도 저렴한 꽃은 아니지만, 제가 알려드릴께요. 작약이 튼튼하게 살만한 가격으로 나올 때 가장 예쁜 작약을 준비해서 `얼른 사세요!` 라고 글 올리겠습니다. ㅎㅎ coming soon!

이 책 정말 좋습니다. 저 지금도 읽고 있는데, 이제 `가을` 읽고 있어요.
서평책같은거 별로인지 좀 되었는데, 이건 그냥 서평책이 아니에요. 장석주 책들도 다 읽었는데, 그냥 그랬거든요. 이 책은 정말 좋은데, 표지 디자인도 훌륭하고(커버 벗기면 더 멋져요) 읽고 또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읽고 나면 보관함에 책이 잔뜩 쌓여요.

강추!
 
게다를 신고 어슬렁어슬렁 - 가후의 도쿄산책기
나가이 가후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라져가는 과거의 아름다움을 놓지 못하는 미학자의 어슬렁어슬렁 산책 이야기. 백여년전의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을 읽는데는 즐거움이 가득하지만, 단 하나 곤란함은 도쿄의 낯선 지명들이 마구 쏟아지는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