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두 번 책 사면 어떨까? 1일, 15일 뭔가 월급날 같고 좋으네. 월급날이 한달에 두 번이면 좋겠다!

 

어제 집에 와서 말로 보다 살풋 잠이 들었는데, 12시 다 되어 벨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11시 56분. 잘못 들었나 했는데 내다보니 아무도 안 보이고, 한번 더 들리길래 취한 사람인가 싶었다.  모르는 휴대폰 번호로 전화 오길래, 설마설마 했는데, 받아보니 택배였다. 아이고, 이 시간까지. 나는 어느 시간이고 오케이니깐 괜찮은데, 이 시간에 벨 누르면, 클레임 들어갈 수도 있을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뭐, 9시에 받는건 괜찮고, 9시10분에 받으면 안 되는 사람부터 다들 기준 다를테고, 욕할 사람은 욕할텐데, 내일 오기 싫으니깐 오늘 왔겠지 생각하기로 했다.

 

9월 아침부터 아픈 고양이 때문에, 빠릿빠릿한 기분이다. 그제와 어제는 애인과 함께 있었다. 9월부터 금주하자고 약속해서 매 끼니 술 마시면서 부둥부둥하고 놀았다.

 

 

친구에게 받은 핸드크림과 애인에게 받은 크레마

나도 드디어 크..크...크레마! 크레마 처음 버전 나왔을때부터 정말 오래 몇년이나 사고 싶었는데, 안/못 사고 있었던 욕망덩어리. 보통은 이렇게까지 오래 사고 싶은 마음이 유지되지 않지만, 책기구라는 점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해소되지 못한 욕망으로 남았던 것. 책 살 돈이면 몇번이나 샀겠는데, 왜 안 사고? 라고 애인이 물었지만, 그거랑 그거랑 다르다고.

 

여튼, 오늘은 9월 1일, 어제 쉬어서 오늘 월요일 같은 기분이지만, 꽃 나가는 대신 사무실 나가야 한다.

 

아침부터 신간 주욱 훑어보니, 반가운 신간들도 보인다. 리처! 잭 리처!

 

 

 

 

 

 

 

 

 

 

 

 

 

 

그 재미있다는 삼체는 1권은 크레마 받자마자 10초만에 이북으로 주문했고, 이번에 나온 삼체 2부는 오늘 아침 기프티북 등록해서 저녁때 올 것.

 

오픈하우스에서 잭리처 표지 컨셉을 통일하기 시작했는데, 예전 70년대 극장 간판 같은 표지가 좀 그립기도..는 아니고, 같은 표지 컨셉으로 나오는 작가들 많아서 차별성 없는 점이 좀 아쉽다. 미스테리아의 색깔 커버는 유니크한데, 뭐, 색상은 끝도 없이 많으니깐, 아이디어 모자랄 일은 없겠고. 삼체도 만화 속의 놀이동산 같은 표지에서 새로 표지 갈아 입고 나왔고, 2부에서도 컨셉 유지.

 

 

 

 

 

 

 

 

 

 

 

 

 

 

마리사 마이어의 '동화 다시 읽기' 시리즈 마지막인 '윈터' 에 대한 문의가 엄청 많았다고 하니, '신더'를 그냥 그냥 읽었지만, 다시 다 읽어볼까 싶다. 시대를 앞서 나온게 아닌가.. 막차라도 탔으니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여성 주체의 여성이 주인공인 책을 처음 신더 읽었던 몇 년전보다 지금 훨씬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다시 '신더'부터 시작해보겠다. '윈터'에 대한 기대감들을 보면, 책도 읽을수록 재미있어 지나보다. '신더'도 재미 있긴 했어. 지금도 몇몇 장면 선명하게 기억나는거 보면 말이다.

 

 

 

 

 

 

 

 

 

 

 

 

 

 

 

 

M.C. 비턴의 해미시맥베스 시리즈도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지역색이 강한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해서 지역 이야기도 재미있고, 고지인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도 재미있다.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해미시 순경의 생활감도 좋다.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도 새로 몇 권 나왔다.

 

 

 

 

 

 

 

늘 끌리는 주제이지만, 저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시리즈

 

책 주문할때 사은품도 챙기고, 이천원 마일리지도 챙기고 싶을 때 같이 주문하면 좋을만한 '잡지' 들도 추천해둔다.

이 중에 컨셉진, 가격도 저렴하고, 글은 많고, 책은 엄청 작고, 가볍고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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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9-0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지가 자꾸 늘어나서... 걱정이에요 ㅜㅜ 책도 읽어야 하는데 잡지도 챙겨야 하고.
컨셉진도 좋군요! 일단 보관함. 했는데 품절... 이런. 8월 건 안 나왔나봐요 ㅜ
한달에 두번 책 사는 거, 저도 실천 중인데... 왠지 아껴가며 꾸욱 참다가 한번씩 사는 기분이라 좋아요 ㅋ

하이드 2016-09-02 06:35   좋아요 0 | URL
컨셉진 금액도 적당해서 책살때 끼워사기 좋아요. ^^ 좋은 잡지들이 많이 나오는데, 사실 사기만 하고, 잘 읽지는 않아서.... 언젠가는 읽겠죠!ㅎ

hellas 2016-09-0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달 두번˝만˝ 사게 된다면 얼마나 계획적이고 경제적이고 ....그럴텐데..... 현실은 호구. 네요. 냐옹이가 아팠나봐요 우리 둘째도 방광염재발해서 약먹이기 나날인ㅜㅜ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맘같지 않아요.

하이드 2016-09-02 06:36   좋아요 0 | URL
그죠? 저 어제 사고, 오늘 또 사고 싶고, 분명 내일도 사고 싶을텐데 말입니다 ㅡㅜ

방광염.. 힘들겠어요. 말로는 지난달에 방광 결석수술했는데, 컨디션이 계속 안 올라와서 다시 병원 다니고 있어요.

건조기후 2016-09-0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레마 선물이라니 멋진 애인님이네요 ㅎㅎ 요즘 허리디스크 땜에 가방도 무겁게 들고 다니면 안 된다고 해서 크레마를 살까 하고 있는데, 평이 좋은 것도 많은데 안 좋은 건 너무 안 좋아서 망설이고 있네요. 하이드님은 어떠세요?

하이드 2016-09-02 06:38   좋아요 0 | URL
활용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저는 대만족인데, 전자책의 잔상이라던가, 속도라던가 단점들도 감안하셔야합니다. 제 주위에 책 많이 읽는 산 사람들도 다 잘 쓰고 있어요.

저는 크레마 책 가지고 다니고 있구요 ㅎㅎ
 
마을을 지켜라 -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나미 아사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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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미 아사라는 이름에 너무 기대를 했는지, 재미는 있었지만, 크게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읽지도 않고 읽은척 읽어라!고 해서 미안하다, 친구야. <얼어붙은 송곳니>의 도마뱀(오토바이 기동경찰대)이었던 여자경찰 주인공에 공감했었다. <마을을 지켜라>의 양아치 출신 수습 경찰 다카기에게는 글쎄.. 그러고보면, 저자는 호감가고 멋진 주인공을 그리지 않고, 비호감과 그럴수도 있지를 오가는 주인공을 내세우는 것 같기도 하고.

 

여자친구한테 미래 계획도, 꿈도 없이, 바이트만 하면서 살겠다고 해서 한심하다고 차인다. 열받아 있던 중 경찰대학 모집을 보고 경찰대학에 들어가 경찰관이 된다. 첫 수습날부터 경찰수첩에 전여친과의 스티커사진 붙였다고 깨지고, 하루종일 황당한 이유로 깨진다. 멋진 에피소드에서 멋진 역할을 해도 다카기의 마음 속을 읽게 되면, 전혀 멋지지 않다.

 

다카기와 같은 기숙사로 들어온 동기 미우라는 경찰이 되고푼 신념에 차 있고, 열심인 우등생이다. 미우라와 비교되어 더 한심해 보이는 다카기.

 

이런저런 한심한 꼴에도 비호감까지는 안 가는 것이 꼭 내 안의 나쁜면들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아서.

 

어떤 직업들은, 그러니깐 경찰같은 건사명감 없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시스템이, 일이 사명을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 직종의 근무자도 사람인데, 사명감을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런 면들이 무겁지 않게 묘사되고 있어 좋았다. 파출소를 찾는 사람들, 파출소의 경관들,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묘사도 좋았다.

 

사건을 해결하는 매력적인 경찰관이나 형사, 등이 주인공인 소설은 많지만, 이렇게 현실적으로 보통의 내면과 불량한 과거를 가진 순경이 주인공인 책은 희귀하다.

 

이런 다카기가 마을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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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도 그랬지만, 또 한 번, 교보 코 앞에서 일하면서 퇴근 후,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교보에 가서 책들을 구경하고 온다. 

인터넷으로는 알라딘의 새로나온 책과 블로거 베스트셀러를 훑어 본다. 알라딘의 초이스, 블로거 베스트셀러의 초이스 모두 훌륭하다. 


오늘의 책구경은.. 


존 윌리엄스의 <아우구스투스>이다. 


스스로 폐기한 데뷔작을 제외하고 단 세 편의 장편소설만을 발표했던 작가의 생전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은 로마의 가장 위대하고 격동적인 시기를 다루었던 세 번째 작품이자 1973년 전미도서 상 수상작이기도 한 <아우구스투스>였다. 

존 윌리엄스는 100여 년 동안 피 냄새가 끊이지 않았던 로마에 평화를 가져다준 인물, 팍스 로마나의 시기를 연 로마의 첫 번째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역동적이고도 파란만장한 생애를 일반적인 일대기식으로 풀지 않았다. 수많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품고 있는 아우구스투스를 묘사해내기 위해 작가가 가지고 온 것은 바로 서한체 형식이었다. 

일반적 역사소설이 방대한 서사와 스케일로 독자들에게 접근하는 반면, <아우구스투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죽음에서 시작해 아우구스투스의 최후까지 짧지 않은 시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축적인 서사를 통한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으로 묵직한 대서사에 한결 쉽게 접근했다.


8월에 나온 아우구스투스 대박나라. 출판사가 바뀌었는데, 표지 컨셉이 같아 맘에 든다. (스토너 출판사에서 요구했고, 같은 디자이너님이 수고해주셨다고 한다) 


예약 상품 중에는 이 두 권을 찜해두고 있다. 아, 장강명 에세이는 이제 예약 풀렸나? '한국이 싫어서'가 대히트였지만, '소수의견'을 더 좋아한다. 영화도, 책도 좋았어서 (하지만 소수의견은 손아람이었던 것이지. 하하하) 장강명 작가의 에세이 궁금하다.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사랑이 이루어지고 나면 연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알랭 드 보통이 21년 만에 내놓은 이 소설은 결혼한 한 커플의 삶을 통해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에 대해 통찰한다. 


열렬히 사랑을 고백하고 영원을 약속한 연인도 어느 순간 상대의 유일무이함에 의구심을 품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애초에 사랑이 아니라는 낭만주의적 결론이나 사랑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관론적 결론에 지체하지 않고 알랭 드 보통은 지금의 사랑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현실적인 논의를 펼친다. 


독자들은 두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의 생활을 따라가며 점차 섹스의 스릴을 잃고, 함께하는 기쁨이 혼자일 필요성에 자리를 빼앗기고, 육아에 시달리고, 외도의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 등 자신의 사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균열의 순간들을 만난다. 


알랭 드 보통은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며, 그러한 통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비관적인 미래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은 열렬한 감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말로 응축된 그가 제안하는 유연한 사랑의 방식이 담긴 책이다.


이런 책.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 에 대한 통찰이라니, 끝내주게 재미있을 것 같다. 


 비하인드의 <제주, 소요> 


 이런 책들 대부분이 재미없다. 기대 없이, 근데, '소요' 라는 이름이  지난번 애인이라 제주 갔을 때 봤던 그 카페 이름인가 싶어 책장 넘겨보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어 보인다. (그 때 카페와는 상관 없었지만) 


느린 걸음으로 산책을 하고, 서투른 손길로 텃밭을 일군다. 낚시를 하고 밥을 지어 가족과 먹는다. 책을 읽고 기록을 한다. 소박한 사진과 글로 표현된 일상에는 제주의 사계, 사람들, 바다와 오름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담겼다. 가벼운 일기체임에도 묵직한 사색의 그림자가 내비친다. 소유의 한계, 외로움, 사람과의 관계, 먹고사는 일, 행복의 의미, 삶의 목적….


제주살이를 슬쩍이나마 경험해보기도 했고, 느린 걸음의 삶을 살아보기도 했는데, 이건 '소박한' 것이 아니라, 내게는 '럭셔리'한 것이다. 내게는 생계가 해결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가장 부자이고 럭셔리해 보인다. 


후지요시 마사하루 <이토록 멋진 마을> 


인구 79만 명의 작은 지자체 후쿠이현이 일구어낸 기적 같은 자력갱생 생존모델을 탐구한 심층 리포트이다. 지속가능한 공동체에 대해 오랫동안 탐색해온 저자는 독보적인 발전과 진화를 이끌어온 후쿠이의 역사와 일상, 행정과 경제, 독특한 교육 방식, 토착민과 외지인.노인과 젊은 세대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21세기형 도시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입을 빌려 생생하고 명쾌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왜 후쿠이였을까? 중앙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변방, 대도시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곳이었다. 하지만 벌써 오래 전부터 후쿠이현은 객관적인 모든 지표에서 대도시를 압도하는 마을이었다. 저자 후지요시는 후쿠이 발전의 비법과 원동력을 찾아 취재여행을 떠났다. 도쿄에서 후쿠이와 도야마, 오사카와 교토를 거쳐 다시 후쿠이현으로 이어지는 2년간의 여정이었다. 이를 통해 교육과 일상, 경제가 유기적인 그물망을 만들어내는 후쿠이만의 생존모델을 발견해낸다.


일본의 노령화가 문제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는 더 심각하게도 초고속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옆나라에서 경험하고,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읽으며 배워야 한다. 독신으로 애인과 고양이들과 혹은 거기에 더해 마음맞는 친구들과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준비도 해야 하고. 서울의 주거비는 나의 미래 예산에 없다. 작은 마을이 어떻게 죽었다가 살아나는지 읽어봐야겠다. 심각한 책일 것 같은데, 표지가 귀여움. 


 

 페미니즘과 함께 내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주제. 노후.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그 외 관심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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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8-1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수의견은 장강명이 아니잖아요?????
소수의견은 손아람임요.

하이드 2016-08-19 13:43   좋아요 0 | URL
아 손아람 ㅎㅎㅎ 그래도 읽을거에요! 장강명 신혼 에세이!

다락방 2016-08-1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밑에 한 줄 추가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댓글달림 ㅋㅋ

하이드 2016-08-19 13:43   좋아요 0 | URL
나 방금 권여선 소설 리뷰 보면서 도스토예프스키 아니라 똘스토이 인데 .. 생각했는데, 내가 손아람을 장강명으로 쓰고 있었어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너 제대로 감동 먹은 1인입니다...

하이드 2016-08-23 14:55   좋아요 0 | URL
스토너 좋아하시는 분들 많지요. 이 작가가 쓴 로마물이라니 기대됩니다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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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의 소설 '슬픔이여, 안녕' 의 '안녕'은 봉주르이다. 만날 때 하는 인사, 슬픔, 안녕?

권여선의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살 때 제목의 뉘앙스를 주정뱅이, 안녕? 이렇게 생각했다. 막상 읽어보니, 아듀, 주정뱅이여.... 이런 의미였다.

 

어느 열대야가 계속되던 밤을 보내고 나서 밤의 열기를 빼기 위해 아침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가, 첫 단편 '봄밤'에서 울어버렸다. 애인에게 전화했다가 더 펑펑 울어버렸다.

 

중증 알콜중독자인 영경과 역시 중증 류마티즘 환자인 수환은 같은 요양원에 입원해 있다. 유난히 의가 깊고, 위험한 증상의 연인을 요양원 사람들은 '알류커플'이라고 불렀다. 왜 눈물이 쏟아졌을까. 수환이 다정한 사람인 것이 너무 슬펐다. 둘이 너무 사랑하고, 수환이 너무 다정한 것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들은 마흔셋에 각자 친구의 재혼식 뒷풀이에서 만나고, 동거하게 된 십이년 동안 요양원 들어오기 전 두 달을 빼놓고는 한 번도 떨어져보지 않은 커플이다. 나빠지기만 하는 류마티즘 환자와 중증 알콜중독자. 그들에게 남은 미래는 얼마 없고, 그 와중에 그들은 너무나 사랑하고. 십이년이라는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감사하고, 함께 죽는 것에 또 감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는게 그렇지는 않고, 둘만 서로 사랑해도 가족도 있고, 사정도 있고. 이 작품의 무엇에 버튼이 눌려서 나중에 애인에게 읽어주다 또 울고, 생각만해도 또 눈물이 날 것 같은지 모르겠다. 지금, 전화를 안 받고 있는 너무 다정한 내 애인때문일까.

 

다음 단편인 '삼인행' 에서는 세명의 친구가 지방에 먹거리여행?으로 놀러가는 이야기이다. 그 중 둘은 부부였다가 헤어질 예정이다. '봄밤'이 너무나 맘을 분탕질쳐나서 다음 단편은 담담하게 읽었다. 소품 같은 이야기이고, 술주정하는 것이 리얼해서 웃었다.

 

'이모'라는 단편도 좋다. 똑똑한 이모는 평생 가족에, 가족 중에서도 남동생 도박빛 갚느라 인생을 저당 잡혔는데, 어느 날 다 때려치고, 5년간 모은 돈을 가지고 독립하고 연락을 끊는다. 2년만에 췌장암 말기로 나타나 글쓰는 외조카며느리와 주기적으로 만나기로 한다. 응집된 한, 자신의 가능성을 처박고, 희생하며 자신을 쥐어짜고, 마침내 독립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카메라'는 섬뜩하다. 좀 정신 나간 것 같은 동료작가와 술을 마시게 된다. 동료작가는 모르지만, 그 남동생과 잠깐 사귀었다. 단편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 이 작품의 주정뱅이는 문정과 문정과 사귀었던 관주의  누나인 관희.

 

'역광'에서는 예술가캠프에 참가한 풋내기 소설가가 번역가이다 소설가로 데뷔한 눈이 멀어가는 위현이라는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 관념적인 이야기들이 위현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달이라는 배우 출신 작가 등의 등장인물, 숲 속이라는 배경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독특하다.

 

'실내화 한켤레' 는 약간 호러의 느낌이다. 쓰면서 보니, 정말 다양한 주정뱅이들이 모여있구나.  

 

마지막 작품인 '층'도 앞의 단편들과 다른 느낌이다. 싫은 남자들이 나오는데, 싫은 딱 그 이유로 여자 주인공이 남자를 피한다. 왜 싫은지도 딱 짚어준다.

 

리뷰 쓰기 전에 다시 홀홀 넘기며 읽었는데, 좋은 단편집이다. 술이 막 땡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주정뱅이들이 너무 비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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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8-1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안녕 ㅡ의 안녕이 그렇군요? 전 만날때와 헤어질때 다시만날 때 를 상상한 안녕 였는데 ㅡ 복합적인 안녕 !^^
좋은 때 ㅡ안부를 묻는 의미도 있고 ...그 모든 것의 안녕
말이죠 . 주정뱅이는 술을 참지 못하고 반복하듯 ...그런 날들의 복합적 안녕 과 주정뱅이 ..로 !

하이드 2016-08-18 20:46   좋아요 1 | URL
저는 완전히 비극으로.. 세상과, 사랑과, 우정과의 안녕들, 그리고 사건의 마무리로서 과거와의 안녕. 이렇게 읽혔는데, 마냥 슬프고 헛헛합니다.

[그장소] 2016-08-18 20:54   좋아요 0 | URL
네 ..비극으로 읽으셨네요 .
슬프죠 ..술을 마시지않고 못 견디는 일상이란 ...^^
저도 때때로 (?)책에 매몰되어 감정이 엉키곤 합니다..

아애 2016-08-2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술을 마시지 않아도 우린 모두 그렇게 취해야만 살 수 있는 아픔 속에 살고 있다는 것, 술을 마셔도 아픔을 잊기 위해 취해 살고 있다는 것에서 모두들 주정뱅이라 생각했어요.

하이드 2016-08-26 11:33   좋아요 0 | URL
술을 마시지 않아도 술을 마신 것처럼 취한 상태라니 너무 힘듭니다. ㅜㅜ
 
험담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
M. C. 비턴 지음, 지여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3권이 한꺼번에 나왔고, 3권이 더 출간예정에 있으며, 시리즈는 31까지 나와 있다. 시리즈 정리가 책 뒷표지 안쪽에 되어 있어서 좋다. Death of 뭐뭐로 쭉 이어지는데, ㅇㅇ의 죽음. 정도로 번역되며 이어지겠구나. 시리즈물의 첫번째 권을 읽고나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계속 읽을 것인가?' 일텐데, 계속 읽을 것이다. 대단히 짜증나고, 밉고, 독자와 등장인물 모두가 미워하는 '험담꾼' 이 나오는데,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짜증나는 캐릭터 묘사로 폭염 속에 읽는데, 짜증이 배가되어 더 안 읽겠군, 빨리 읽고 치워야지. 했으나,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다음 권이 궁금하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낚시 교실에 모인 8명. 레이디 제인은 모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각각의 기분을 쎄하게 하고, 모두의 기분을 망치며 쾌감을 얻는 것 같은 존재이고, 낚시 교실이 진행될수록, 모두가 죽었으면 할 정도로 타인을 괴롭히며 얻는 쾌감을 높여 나간다.

 

헤네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의 미덕 첫번째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다양한 등장인물 각각의 캐릭터 묘사도 생생하고, 그들이 가진듯한 숨기고 싶은 비밀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간다. 다만, 수위가 높고, 잔인한 미스터리물들 읽다가 읽으면, 음.. 이 정도가 비밀? 범죄? 싶은 부분도 있는데, 이 시리즈가 '코지 미스터리'로 분류되는걸 보면 '낚시교실'이라는 소재에 적당한 수위일 것이다.

 

두번째는 흔치 않은 스코틀랜드 배경의 미스터리. 스코틀랜드의 일상과 자연이 묘사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직 헤네시 맥베스 순경의 매력은 잘 모르겠지만, 두번째 권은 분명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들고 다니면서 읽기도 좋은 작고 가벼운 책이다.

 

삼십대 초중반의 얼굴 두꺼운 시골 순경. 스코틀랜드 사람 특유의 새빨간 머리에 대한 묘사가 계속 나오고, 문제 해결을 위해 '스코틀랜드사람' 답게, 전 세계의 친척들을 호출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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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8-1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지금 두번째 무뢰한의 죽음 읽고 있는데 ㅎ 또하나의 재미가 생겨 좋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