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고양이를 알게 된 후의 나

 

여기서 고양이는 여느 고양이가 아니라 특별하고 특별한 나의 첫 고양이 '말로'다.

열한살 애기 고양이 말로.

 

마라톤 하는 작가로 하루키를 떠올리지만, 와이 낫 가쿠다 미쓰요. 물론.. 하루키처럼 본격적인 사람과 같이 이야기하기에는 작가 본인도, 팬인 나도 좀 염치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마라톤을 합니다. 싫어하지만 합니다. 싫어한다는 건 뭘까요? 좋아한다는 건 뭘까요? <이제 운동할 나이가 되었습니다>를 읽어보시면 압니다.

 

<종이달>을 읽고, <아주 오래된 서점> 도 읽었지만, <이제 운동할 나이가 되었습니다>에서 이 작가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고, 다음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이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다.

 

고양이 집사가 읽는 고양이 초보 집사 이야기에 흠 잡을 곳이 없다면 거짓말이고, 일단 토토가 사이바라 리에코씨 댁에서 일곱번째로 줄 서서 가정분양 받은 고양이라는 것. 왜 중성화 안 시키지요? 이런 저런 맘에 안 드는 점들을 감안해도, 이 책은 역시 작가,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 라고 할만한 마음 깊이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아 웃고 울며 책을 읽었다.

 

토토가 집에 온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을 대이고, 토토는 좀처럼 울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는데, 토토가 없는 집은 음산할 정도로 고요했다. 그 음산하고 고요한 집에서 나와 남편은 우리 집에 온 아이가 토토여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운동신경이 둔하고 심장이 나쁘고 스포이트를 감추고 그렇게 작은 소리로 화를 내는 그 고양이여서 정말로 다행이다. 하고 완전 바보처럼 했던 말을 하고 또 했다.

 

말로여서 다행이다. 나에게 와 준 아이가 말로여서 다행이고, 리처여서 다행이고, 코비여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이 마음 너무 뭔지 알지. 모든 고양이들은 다 특별하지만, 내 고양이가 가장 특별하다. 볼수록 예쁜 구석밖에 찾아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못생긴 것도 예쁘고, 예쁜 것도 예쁘고. 자는 것도, 먹는 것도, 노는 것도, 가만히 멍때리는 것도, 우다다 하는 것도, 똥 싸는 것도 (젤 예쁨. 잘 먹고 잘 싸는 고양이) 다 예쁘고, 이 예쁜 고양이가 나에게 와서 다행이지 싶은거지.

 

'어느새 꾹꾹이, 발라당 같은 귀여운 말을 쓰고 있다'

 

어떤 말을 번역했는지 모르겠지만, 꾹꾹이, 발라당 같은 말이 일본어에도 있는거겠지. 그리고, 사료 씨븐 모습을 카리카리라고 해서 밥 줄 때 카리카리라고 하나보다. 귀엽. 아는 사람은 '맘마미' 라고 해서, 나도 언젠가부터 맘마미 먹을까. 그러지. 혹은 고양만국공통어 '츄르 줄까' 추르추르 .. 하지만, 나는 추르를 거의 안 주는 집사.

 

내 고양이들은 아무도 꾹꾹이 안 하는데, (말로는 에어 꾹꾹이만 한다) 정원냥인 노랑이가 본격 꾹꾹이 해줘서 첨으로 꾹꾹이 받아봤는데 .. 아파.. 좋은데, 아파.. 하지만 참는다. 좋으니깐. 하지만 아프다.

 

" 침대에 뒹굴고 있으면 토토가 와서 내 옆에 앉아 꾹꾹이를 한다. 가장 자주 하는 곳은 배다. '내 배가 그렇게 부드러운가.... 다른  부분보다...' 그런 슬픈 마음이 들지만, 용서하겠다. (..) 꾹꾹이는 내게만 하고 남편에게는 하지 않는다. 이것 역시 명백히 지방 문제여서 슬픈 마음이 들지만, 그러나 "내게만 한다"라고 생각하면 좀 의기양양한 기분도 든다."

 

정말 너무 웃겼다. 정원냥 노랑이가 꾹꾹이를 할 때는 다리에 하는데, 그 작은 노란 찹쌀떡으로 꾹꾹이 하면, 뼈만 있는 인간이 아닌 이상 지방을 확인하게 된다... 괜찮아. 아파도, 지방을 확인하게 되도. 고양이가 꾹꾹이를 해준다면.

 

"고양이가 사람과 똑같이 숨소리를 내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야 물론 생물이니 호흡한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깨어 있을 때의 고양이 호흡은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그래서 잘 때도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 줄 알았다. 쿠, 피, 쿠, 피, 등 굉장한 숨소리를 내며 잔다. 사람보다 크지 않나 싶은 그 호습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잠든 고양이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때, 처음으로 느낀 어떤 것이 서서히 온몸에 차 나갔다.

 

그 '어떤 것'은 무언가 인제 이걸로 완전 오케이, 같은 기분이었다. 인제 아무것도 필요 없어. 이것만으로 좋아, 하는 만족감. 당연하지만, 고양이 자는 숨소리를 듣고 자는 얼굴을 보고 있어도 고민은 해결되지 않는다. 내일이 되면 또 바라는 것이 잔뜩 생긴다. 그래도 지금, 아,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몽땅 여기 있습니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 느낌, 기존의 말로 한다면 '너무 행복해' 에 가장 가까울 것 같다."  

 

고양이가 편하게 자고 있으면,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행복해' 와 가까운가?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고,  이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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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1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8-10-03 07:34   좋아요 0 | URL
이것저것 겨울 작업들을 구상중이에요. 올해부터는 힘들고, 내년에는 잘 준비해보려고요. 이케아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요즘 온라인도 가능!

무레 요코 책 좋아요! 고양이 이야기 담번 구매리스트에 올립니다!

수국의 첫 사계절을 보고 있어요. 책 준비하고 있는데, 계절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요.

제주는 춥기보다 스산해요. 바람에 얻어 맞는 느낌. 겨울대비 단단히 해야겠어요.
 

정서중심 치료 뭐지? 트윗에서 psybuz 님께서 올려주신 글이 좋아서 여쭸더니 책들을 알려주셨다.

 

상대방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를 알려면 세 가지를 보라고 한다.

 

" 그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다루는가? "

" 그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가? "

" 그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도록 허용하고 있는가? "

 

위의 글은 <정서중심치료의 이해>에 나오는 책이고, 상담 중심의 책들, 이론/학술서들인 것 같다.

정서치료 뭐지? 정서 뭐지?

 

나는 나를 어떻게 다루는가? 나는 어떻게 타인을 대하나? 나는 어떻게 타인이 나를 대하도록 허용하고 있는가?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 막 다룸. 두 번째, 관심 없음, 세번째, 이 세번째가 내가 지금 되게 흔들흔들 하는 부분이다.

원래라면, 선이 분명하고, 선 넘으면 경고, 싸움, 버림, 뭐든 하는데, 지금 좀 헷갈리고, 얼른 나만의 규칙들을 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연결되어 있겠지. 세가지 질문에서 나는 강기사와 닮아 있는 것 같다.

 

강기사는 어릴때부터 운동선수였고, 지금도 코치가 업이다.

이건 내가 꽤 최근에야 깨달은거다(타인에 관심 없다보니).  강기사는 몸의 고통에 단련되어 있어 무디다고 해야 할까, 무감하다고 해야 할까. 훈육방식은 '방치' 이건 내 사주에도 나온 고집스러움과 잘 맞았다고 생각된다. 원망 없고, 장단점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단점 중에 나 자신을 막 다룸.이 있지 않나 싶다. 아, 이건 몸을 막 다루는거고, 하지만, 난 선출이 아니므로 엄살이 심함. 세번째는 몸보다 마음, 예의, 배려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타인이 내 선을 넘어 오는 것을 참지 않는다. 

 

그럼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인건가? 책에 더 나오나? 궁금

지금 당장 읽지는 못하겠지만, 조만간 읽어야할 책으로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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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로라도 끄적여야지. 노트북은 멀다.

크루얼티 재미나게 봤다. 딸버전 테이큰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렇고, 딸 구하는 아빠는 잔뜩 봤지만, 아빠 구하는 딸은 너무 신선하네. 아빠도 구하고 여자들도 구하는 여자영웅!

이야기도 재미있고, 여성서사, 여자가 주인공인 성장물, 봐주는거 없고, 여성 클리쉐 없이 얻어 터지고, 겁나지만 용기내며 앞으로 쑥쑥 나아간다. 잭 리처랑 비교해둔 사람도 있던데. 왜그런지 알 것 같다. 시리즈라면, 이제 시작인데, 기대된다. 스릴러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 주인공이 스파이이지만, 스파이물로는 좀 약하다.

‘오늘 너무 슬픔‘
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싶은 사람이다. 이해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만, 우울증, 냉소, 자학, 자기비하, 자폭, 자기를 함부로 하기 같은 것을 한심해하는 한심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해보고자 했으나 섹스팅 읽다가 너무 시간 아까워져, 정말 오랜만에 읽다 중단. 아무에게도 추천 못하겠네.

그리고 읽기 시작한 책이 소로우의 야생화일기다.

식물학자 말고 누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까? 소로우가 쓴 책이라해서 인간 얘기도 좀 나올줄 알았는데, 지금 읽은데까지 내내 무슨 꽃이 언제 피고, 무슨 꽃이 언제 피고.. 순 이런 이야기. 간간히 좋은 이야기들도 있어서 메모해두긴 했지만, 애초에 헤르만헤세 정원일기 같은거 기대하는게 아니었다. 안에 그림 많은거 좋고, 일기 형식이라 좋고, 재미는 없어도 꽃이야기. 풀이야기 계속 나오는 건 좋다.

자기 전에 읽어야지. 침대로 들고 들어온 책은 ‘문맹‘인데, 너무 빨리 잃어버렸어. 다음에 뭐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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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쿠타 미쓰요의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를 읽고, 구병모의 <내 이웃의 식탁>을 읽고, 스콧 버그스트롬의 <크루얼티>를 읽기 시작했다.

 

 

 

 

 

 

 

 

세 권 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다. 예약도서가 도착했다고 하니, 오늘 중에 한 권 이상 반납하고, 예약도서를 찾아와야 한다.

좋아하는 리뷰어가 정말 정말 좋다고 한 책이라면, 나한테 정말 별로였어도 읽은 시간이 아깝거나 화나지 않는다. 그런 경우 왕왕 있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처음이다. 정말 정말 별로고, 추천하지 않는다. 라는 말까지 달아놓았길래, 관심 도서이긴 하지만 (중년! 여자! 운동! 나의 최고 애정 키워드) 구매목록에서는 빠져 있었고, 도서관에 있는 김에 어떻길래 선채로 읽기 시작했다가, 나쁘지 않은데, 하다가 다음 문장에서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결심하고, 빌렸다. 결과는 대만족하고, 저자의 다른 책들을 쓸어담기.

 

 

 

 

 

 

 

 

 

뭐야, 엄청 많잖아. <종이달>과 <무심하게 산다>와 <아주 오래된 서점>은 읽었다.

고양이 책이랑, 책읽기 책이랑 요리책인지 뭔지를 사서 읽어봐야지.

 

내가 반한? 문단은 이거.

 

저자가 평소보다 좋은 달리기 컨디션에 놀라워하다가 깨닫는다.

 

'대체 뭐람, 이 좋은 컨디션은.' 놀라고 의아해하다가 퍼뜩 '술'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술.

내게는 간이 쉬는 날이라는 게 없어서 여하튼 매일 술을 마신다. 집에서 마실 때는 하루에 와인 한 병, 밖에서 마실 때는 측정 불가. 주말에 달리기를 하기 전날에도 착실히 마신다. 하프 마라톤 대회 전날에도 야무지게 마셨다. 이상하게도 중간 정도의 숙취쯤이면 달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쩌고저쩌고 해도 첫 번째 풀코스 마라톤 아닌가. 주눅이 든 나는 전날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혹시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달리면 이렇게도 기분이 상쾌하고 목도 마르지 않고 상반신이 책상 일을 하는 것처럼 편안한 상태가 되는 걸까?'

 

이 책은 처음 시작하는 페이지에

 

'느긋하게 당당하게, 씩씩하게 건강한 어른으로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

 

고 써 있고, 그래, 건강하게 멋지게 늙자. 운동 시작해야지. 이런 책인가 싶지만,

 

사실은 운동 진짜 하기 싫어서, 멈추면 진짜 못할까봐 계속 하면서, 운동 하고 마시는 '술' 을 위해 운동하는 그런 이야기..로 나는 그렇게 읽었다.  '운동'하고 '술' 마시는 이야기. 에서 '술'에 방점을 찍어버리고, 평소보다 와인을 더 마셔 버렸다. 1/3 병이 평소 와인 주량인데, 1/2 병 마셨다! 운동하는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술꾼 이야기더라.

 

그래? 하고 빌리거나 사서 뭐야, 운동하는 이야기잖아. 하더라도 할 수 없다. 다들 각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법이니깐.

 

마라톤 외에도 트레일 러닝, 등산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운동 힘들어, 싫어, 내가 지금 뭐하나 등등 내적 불평이 끊이지 않지만, 풍경을 좋아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는 사람이라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다.

좋은 이야기들이 많은데, 너무 술만 강조한 것 같지만, 운동 이야기 맞습니다. 맞구요. 추천합니다. 저는 전자책으로 살거에요.  

 

 

 

 

예약도서는  마쓰이에 마사시의 <우아한지 어떤지는 모르는>

작가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다 말았지만), 이 책, 역시 제목과 표지는 근사하지만, 중년남의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는 이미 많이 읽어서, 별로라는 평들을 봤고, 안 봐도 알 것 같지만, 도서관에 들어왔으니, 읽어보기로 한다.

 

 

도서관마다 예약, 도서신청 시스템들이 다 다른데,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은 예약도서 도착문자를 왜 네 번씩 보내는지.. 도서관 갈 때마다 얘기해야지. 하고 까먹는다. 고칠 수 있는거였으면 고쳤겠지. 심드렁.

 

구병모의 <네 이웃의 식탁>은 장르가 호러 맞지요? 내게는 호러로 읽혔다.

 

실험 임대주택에 입주한 국가가 인정한 소위 '정상가족'들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 현실적이면 읽는 내내 답답..하지만, '호러' 장르여서 끝까지 읽었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이지 공포영화 클리쉐 같은 장면이잖아. 나만 호러로 읽었나?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여성노인킬러가 나온다는 <파과>를 읽어봐야지.

 

 

 

 

 

 

크루얼티의 평 보고, 재밌겠다. 읽기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몰입감이 대단하다.

그 평을 도저히 못 찾겠는데, 체조선수출신?  5개국어 하는 여고생이 스파이인 아버지의 실종을 파헤치는 그런 이야기인 것 같다. 남자 작가지만, 여자 주인공 캐릭터 괜찮았다는 평이었다.

 

일주일에 단 반나절 휴식인 오늘의 나머지 휴식시간은 이 책을 읽으며 간간히 청소 하고, 정리하며 보낼 생각이다.

책 더 사고 싶고, 궁극의 편한 팬티 여러장 사고 싶고, 날 슬슬 추워지니, 카페트도 사고 싶고, 책도 사고 싶지만, 즉, 돈을 쓰고 싶지만, 이럴 때는 가스비를 낸다거나 핸드폰비를 미리 낸다거나 .. 그렇게 줄어드는 잔고를 보면, 마음이 안정이 되며.. (아님

 

뭐, 별거라고,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알라딘 서재의 먼지를 털고, 책글을 써보았다.

오늘 읽은 책에 지금 내 상태같은 글이 있었는데, 뭐였더라. 아,

 

뒤적여봤는데, 못 찾겠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책도 읽지. 를 작가의 말로 멋지게 해 뒀는데,

 

육체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지, 요리도 하지.를 내가 책으로 잘못 생각했나.

여튼, 그동안 서재에 끄적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매일매일 배터리를 0%까지 다 써버리는걸로 모잘라 다음날의 에너지까지 끌어다 썼던 것 같다. 100프로 충전하지 못하고, 늘 10- 20프로의 배터리를 0%까지 쓰는 것을 반복하는 나날들이었던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여튼, 바쁜 8월 지나고, 나는 여전히 갈팡질팡 하고, 뭐 하나 해결된 것도 없고, 내가 육체와 마음의 여유를 찾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 여유의 척도인 책을 읽기 시작하고, 서재 끄적이기를 시작했으니 조금이나마 에너지가 쌓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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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8-09-12 12:28   좋아요 0 | URL
아니요 ㅎㅎ 그죠. 그간 트위터만 썼어요. 조용하고 덜 피곤한 서재동네에 글 쓰니 좋네요.

로제트50 2018-09-1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한지 어떤지...>는 열흘간
읽었는데 처음 며칠간 읽는
내내 행복했어요~
.
.
.
남편 왈 ˝삼시세끼인 줄 알았는데
시마과장이야?˝ ^^;;

하이드 2018-09-12 12:29   좋아요 1 | URL
오, 그렇군요. 들춰라도 봐야해요. 행복해지는 책목록 많이많이 만들어두려면요.

2018-09-13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4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느 때 우리는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는가. 평소 상상도 해 보지 못했을 정도로 가치관이나 행동이 달라지면 그렇게 말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 몸부터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달라진 몸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면서, 가히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할 만큼 완전히 딴사람으로 살고 있다.

 

육지의 지인분께 (나, '육지' 라는 말 쓰는거 좋아. 나 막 섬에 고립된 거 같고. ㅎㅎ) 받은 다정한 책선물 중 하나인 <마녀체력>이다. 내가 지금 체력이 딸리는건지 에너지가 딸리는건지, 시간이 딸리는건지, 지능이 딸리는건ㅈ.... 아주 죽겠어서, 오늘 아침에는 눈에 다래끼도 하나 달린 것 같다. 전기 공사 하느라 세 번이나 사람 왔고, 그 전에 보일러 문제라고 해서 보일러 기사 왔고, 드디어 전기공사 하고 보일러가 켜졌는데, 오늘 보니 또 안 되고, 보일러에 점검 뜨는거다. 전기기사가 보일러 건든거야 이번에는?! 이건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막 눈물 날 것 같고 한 걸 보면, 맘도 뭔가 흔들흔들 하는 것 같다.

 

'아침형 근육 노동자'로 태어난 살아있는 예인 저자의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고, 집에서 책 한두장 읽다 뻗을 것이 뻔하기에, 길 가면서 읽기 시작했다.

 

사람이 변하나? 안 변한다. 변한다. '몸'부터 서서히 달라진다. 몸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몸이 건강하면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사실, 내 멘탈이 강한 것에는 타고난 잔병 없는 몸 덕분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안 쓰던 체력을 급속히 쓰기 시작하면.. 역시 힘들고, 자책하고, 힘든 몸에 힘든 마음이 깃들어 버려.

 

서문을 읽다보니 예전에 읽은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이 떠올랐다. 좋은 내용 많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담배를 끊으면서 인생이 바뀐 케이스들이다. 아마, 거의 첫부분, 혹은 역시 프롤로그 정도에 나왔던 이이갸이고 계속 나오는데, 나는 매년 금연을 목표로 하고, 지키지만, (평생, 40년동안) 담배를 오래 피다가 끊는 느낌을 몰라서, 대충 몸이 건강해졌을 때.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몸이 바뀌는 것이 생활방식에, 바뀐 생활방식에 가치관에 영향을 끼친다고, 그 순서는 어떻든 서로서로 좋은 시너지로 앞으로 나가게 한다고 믿는다. 

 

라고 얘기하고 보니, 중요도 낮았던 체중 5키로 줄이기 계획을 꼭 실천해봐야겠다.

 

습관의 힘에 내가 담배 얘기 써놨을 것 같아서 뒤져보다 보니 핵심습관 얘기가 나온다.

 

핵심습관 세가지는 운동, 정리정돈, 재테크

 

앗, 지금 내가 매일같이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잖아. 정말 매일. 걷기를 체크하고, 정리하고, 버리는 것을 확인하고, 매일적금을 매일매일 확인한다. 카뱅 매일적금 빌런이 되어, 매일 어떻게 적금을 깨지 않고, 적금돈을 마련하나 골똘연구. 물론, 이건 재테크가 아니고 (슬픔..) 내년 연세... 빚.. 고양이 병원비.. 뭐 이런 생존필수비이긴 하지만. 마이너스 인생이 플러스 인생 되려면, 별 수 있나.  

 

내가 변하고 있나? 계획한 것들을 지키고 있나? 물어보면 잘 대답 못하겠었는데, 이제 확실히 나는 변하고 있다. 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막 본능적으로 핵심습관 세가지를 만들려고 생각하며 매일을 보내고 있는거였잖아.

 

다시 처음의 책으로 돌아가서, 저자가 체력을 키워 아침형 근육 노동자로 거듭났다고 했을 때, 그냥 운동 좀 한 줄 알았는데, 트라이애슬릿을 십년 넘게 했단다! 응? 내가 아는 그 트라이애슬릿? 와! 아무리 그래도 내가 수영하고, 자전거 타고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달리기랑 수영은 계획하고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책이었구나.

 

저자의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굉장히 쉽게 빨려든다. 서문부터 변하게 된 계기를 쓴 부분이 너무 재미있어서 무슨 소설 클라이막스처럼 두 번이나 읽었다. 아직 초반이지만, 다음장이 너무 궁금. 정원 가면서 또 읽어야지.

 

새로 운동 시작한 친구가 있고, 오랫동안 꾸준히 요가를 하며 힘을 기르는 친구가 있다.

나는 그들에게 한달에 사십만보 걷는 친구이길 바란다. 일단은. 그리고, 해보고 싶은 건 달리기이고, 수영.

 

체력을 기르고, 일본어를 공부하고 (뜨끔!!!),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 (뜨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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