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에게 - 250일간의 우울증 일기
차이쟈쟈 지음, 김지영 옮김 / 구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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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만의 20대 여성 작가 차이쟈쟈의 250여일간 우울증 일기이다. 
우울증 일기, 수기들을 가끔 읽게 되는데, 읽을 때면 답답함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우을증을 경험하지 못한 자가 공감력도 부족해서 그렇다. 평소 나의 성격, 세계관 반대쪽의 이야기라 더 그런데, 그건 우울증이 마음의 병인 것을 인지하지 못한 무지함에서 온 생각이다. 

표지부터 저자의 이력까지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우울증이 병이라는 생각이 와닿기 시작했다. 
보통 우울증이라고 하면, 학대를 당했다거나, 힘든 일이 있다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범죄의 피해자거나 등등 트라우마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닌거 아는데, 눈에 보이는 (아는 만큼 눈에 보이니, 내가 부족한거지만) 자신이 우울증이라고 하는 환자들이 대부분 그랬거든. 내가 읽은 몇 안되는 수기들도 다 이유가 있었고. 

회복탄력성에서 보면, 힘든 일을 겪을 때의 대응 방식이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데, 고무공 같은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 그냥 터져버리는 공이다. 

저자의 주위에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많다. 대만 저자의 책을 많이 읽어본건 아니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 각 나라의 책이나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그런거 있잖아. 그게 꼭 현실은 아니지만, 현실을 반영한 거. 대만은 뭐랄까, 좀 좋은 사람들의 나라인 것 같은. 책을 많이 읽고, 서로를 헌신적으로 챙겨주는, 한국의 각자도생, 시니컬, 한, 희생 이런거와는 다른 밝고, 따뜻하고, 나이브한 그런 헌신. 그런걸 사회에 바라는건지, 사회가 그런건지. 정확히 꼭 집어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 읽는 내내, 아, 이런거. 싶었다.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심지어 교수도! 다 좋은 사람이고, 저자의 우울증을 걱정해주고, 도와주려 애쓰고, 심지어, 저자가 버티라고해서 힘들다고, 그냥 내가 편해지고 싶어해도 된다고 말해달라고 하니깐. 또 다들 울면서 그렇게 말해준다. 나는 약간 띠용되었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알콜 중독에 걸린 여자의 이야기이다. 에이미 립트롯의 <아웃런> 우울증이나 중독같이 마음을 갉아 먹는 큰 병을 앓고 있을 때의 그런 희생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못할 것 같다. 근데, 저자 주변에서는 다 진짜 백이십로의 마음으로 하고 있다. 저자가 과거에 돌봤던 우울증 환자들, 혹은 저자가 아는 자살자들 이야기도 종종 나오길래, 대만은 정신건강 관련해서 우리보다 오픈되어 이하는 분위기인가? 대만이 자살율이 높은 국가였던가 기록을 찾아보기도 했다. 우리나라 반도 안됨. 음. 그렇지요. 

여튼, 저자의 그런 사랑받고 이해받고 지지받는 환경을 보니, 우울증이 병이었지.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드는거다. 호르몬이나 신경 문제로 인한 병. 내가 그동안 우울증 하면 떠올렸던 학대나 트라우마로 인한 것도 물론 있겠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원인이 어떻든, 자신을 의지로 제어할 수 없다는 것. 내가 염증을 의지로 가라앉힐 수 없는 것처럼. 
염증을 낳게 하기 위해 병원에 가고, 염증에 좋은 생활방식과 좋은 것을 찾아서 나으려고 하듯이 우울증 환자도 나으려고 하는데, 그 마음을 먹기가 힘든 것. 그 마음이 병들었기에. 

약간 이게 뭔 문장이야 싶게, 하늘의 별이, 미래가, 우리의 사랑, 뭐 이런 간질거리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이게 오글리는게 아니라, 대만문학에 나오는것 같은 그런 옛스런 사고가 현재의 젊은이 (저자는 20대 초반)에게 남아 있는거 같은거? 그게 이 책의 분위기이기도 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아마도 업으로 할 저자라서 자신의 상황과 마음을 잘 기록하려고 애쓴 것이 보인다. 

우울증이 병인데, 내가 좀 무감한 것을 차치하고라도 우울이란 말을 너무 가볍게, 우울증이란 말을 너무 가볍게 자주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럴만도 하고, 그거야말로 이해가긴 하지만. 

기대 없이 읽었는데, 우울증에 대한 내 생각을 넓혀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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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방법 -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
김봉진 지음 / 북스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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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적 독서가라 자칭하는 배민 김봉진 대표의 책. 목차가 좋고, 평소 책 안 읽는 사람들 대상으로 한 눈높이 독서 소개. 책 많이 읽고, 회사에서도 도서 구입 신청은 무한대라니, 좋은 직장이다. 뭐라도 미끼로 읽어봐라 독서는 진짜 좋다 하는 책. 인테리어에 책 좋음. 부터 도끼가 되는 추천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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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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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설이다. 

카야를 응원해. 카야 사랑해. 카야에게 카야를 버리는 남자들 말고,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외로움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다. 생태학자 출신의 저자가 일흔의 나이에 데뷔작으로 내놓은 놀라운 소설. 


자연 묘사가 훌륭해서 다시 읽는다면, 원서로 읽고 싶다. 


태어나서부터 계속 버림만 받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애초에 그렇게까지 가지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뒀으면. 하지만, 근래 계속 생각하는 것은 작은 관계들, 사회 속의 소속감 같은 것은 필요한 것 같다. 


소설 읽기가 좀 재미없어진 것이 소설 속 쓰레기남들은 반전이 없고, 존재 자체가 짜증이라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쓰레기남 없는 소설을 내놓으시오. 


카야는 굉장히 영민한 야생의 습지소녀이다. 말도 안되게 똑똑한, 아마도 천재인데, 

학교에서 괴롭힘 당해 학교는 하루밖에 못 나가고, 가족들은 다 도망가고, 글을 못 배우고, 숫자도 스물아홉까지 밖에 못 세어서 늘 스물 아홉 다음이 궁금하다. 


이 책에는 멋진 장면이 많지만, 나는 이 장면이 진짜 좋았다. 


테이트가 글을 가르쳐주고, 카야가 생애 최초의 문장을 읽는다. 


카야는 천천히 문장의 단어들을 풀었다. "야생의 존재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 아," 카야가 말했다. " 아." 

" 카야, 넌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어. 까막눈이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그게 다가 아니야." 카야의 말은 속삭임에 가까웠다. "단어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품을 수 있는지 몰랐어. 문장이 이렇게 충만한 건지 몰랐어." 


외로웠던 카야에게 늪지의 야생 친구들 외에 '책'이라는 친구가 생기는 순간. 

속으로 마구 응원했다.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을거야. 


카야는 계속 외로워 하지만.. 


외로움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다. 고립, 격리가 여자아이가 자라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이야기. 


테이트는 훌륭하지. 카야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사람. 

카야 엄마 불쌍하고, 카야, 잘했어.  


처음 시작부터 외로운 것은 알 수 없지만, 끝은 외로움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거긴 한데, 작은 도움을 주고 받는 느슨한 연대의 친절한 이웃들로 채워진 그런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역시 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새로운 책들 만나며 놀라고 즐거워하면서. 같이 책이야기 하는 사람들 있는. 그렇다면, 

혼자라도 괜찮아. 평생 습지를 나가지 않았던 카야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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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
메건 애벗 지음, 고정아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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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에이지 걸 누아르라니, 소개부터 혹하다. 천재 체조선수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체조능력으로 살인범에게 쫓기거나 쫓는 뭐, 그런 소설 생각했었는데, (그런 스릴러 소설 있었는데, 뭐더라! 알고보니 아빠가 스파이인데 실종되서아빠 찾고, 훈련 받고) 그건 아니었고, 누아르 느낌이 강한지는 잘 모르겠다. 


천재적 재능을 가진 데번을 위주로 돌아가는 가족, 데번을 위주로 돌아가는 체육관. 어느 날, 체육관에서 어린 선수들부터, 그 선수들을 케어하는 엄마들에게까지 인기 있는, 그리고, 역시 인기 있는 관장의 딸이자 코치와 사귀는 라이언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중요한 엘리트 선발 경기를 앞두고 펼쳐지는 뒷 이야기들. 


작고, 단단한 어린 체조선수를 주인공으로, 그 작고 단단한 몸에 강철 멘탈로 경기에 임하고, 그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걸 누아르라는 것이 책소개에 반복해서 나오는데, 십대소녀가 어둡고 미스터리한 것은 별로 놀랍지 않고, 새롭지도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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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홍춘욱 


이 책이 좋다고 좋다고 해서 드디어 읽어 보았다. 정치경제세계사 교과서에서 이십만년 전에 보던 내용들이라 가물가물한데, 

역사 속의 사건들과 그 배경이 된 경제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풀어주고 있다. 


제목이 50대 사건인데, 넘버링 없는거 계속 신경쓰였지만..


오랜만에 읽는 경제분야 도서라 읽는 속도는 더뎠다. 

참고도서들이 매 장마다 잘 나와 있어서 몇 권 더 읽어보고, 다시 읽어보고 싶다. 



































































































































































읽어본 책이 서너권이나 되려나!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부터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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