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쏜살 문고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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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문고의 책은 네 권째이다. 책표지의 문장이 활을 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카프카가 독서는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기 위한 도끼와 같아야 한다고 했고, 쏜살문고는 화살처럼 독자의 마음에 꽂히려고 하나보다. 


아니 에르노가 자신의 불법 임신 중절 경험을 회고한 책이다. 저자는 그것을 'event' , 사건이라고 말한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시대를 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이 이야기는 어쩌면, 나의 사건이었을 수 있겠다. 


아니 에르노가 임신을 진단 받고 필요했던 것은 '주소'와 '돈'이었다. 


"P.-R. 부인은 400프랑을 받았다. L.B.는 알아서 그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주소와 돈, 이것이 그 당시 내가 필요로 했던 유일한 것이었다." 


임신 중절로 책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여기는 좀 다를까, 검색해보니, 백인 남자 작가의 <임신 중절, 어떤 역사 로맨스> 가 검색되어 좀 웃었다. 비웃음. 코웃음, 헛웃음. 


하지만, 나는 봄알람의 <유럽 낙태 여행>, 시몬 베유 <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 후마니타스에서 낸 <배틀 그라운드>, 주디스 자비스 톰슨의 <낙태에 대한 옹호>, 민우회의 <있잖아, 나, 낙태했어> 같은 책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 


배우지 못했고, 터부시 했고, 설마 내 일이 될까 생각했던 '일어날 수 있는 일', 그 사건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다. 노래방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살해당할 수 도 있었는데, 살아 있다니 나는 운이 좋았다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나는 운이 좋았다' 고 생각한다. 나에게 그것이 일어났건, 일어나지 않았건, 나와 함께 사건의 당사자인 상대방에게는 그것이 '운'과 상관 없는 일일 것이다.  


새라 워터스의 <나이트 워치>는 픽션이지만, 나는 전쟁중에 불륜으로 임신한 여자와 남자를 진심으로, 심하게 욕했었다. 

사회적, 신체적 목숨을 걸고 감당하는 쪽은 언제나 여자다. 여자를 좀 더 욕해도 되는 걸까? 이 사건에 인간 남자는 없고, 정자만 있다.    


유부남 지인에게 상담했을 때, 집으로 초대하여 부인이 장 보러 간 사이, 섹스할 시간은 될 것 같은데, 라고 말하는 남자, 무엇을? 무엇을 자세히 알고 싶은지 눈을 빛내며 물어보는 남자, 하지만 윤리적인 이유로 돈은 못 줘줘. 나는 아기 생각이 없어, 니가 알아 해라.는 남자. 


"나 같은 여자들은 의사의 하루를 망쳤다. 돈도 연줄도 없는 - 그렇다고 무턱대고 의사들을 찾아가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런 여자들은 자기들을 감옥으로 보낼 수 있고, 영영 의사 면허증을 앗아 갈 수도 있는 법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다고 의사들은 감히 진실을 말하지도 않았다. 여자들을 죽게 방치하는 법을 위반하느니 차라리 당신들이 죽는 편이 더 낫다고 솔직하게 나서지 않는 한, 임신할 정도로 멍청한 젊은 여자의 아름다운 눈 때문에 자기가 이룬 모든 걸 잃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어쨌든 그들은 하나같이 여자들의 임신 중절을 막더라도 그녀들이 알아서 방법을 찾아낼 거라 생각했으리라. 부서질지도 모르는 자기들 이력에 비하면, 여자들이 질 속에 뜨개질바늘을 넣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 신고하는 케이스들 생각난다. 전 남편, 전 남친 


소설이 잘 읽히지 않는 요즘, 아니 에르노의 책을 열렬히 읽은 적 없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아니 에르노를 좀 더 읽고 싶고, 더 읽고 싶지 않았다. 두 마음이 동시에 드니, 아마 읽겠지. 


쏜살문고의 이 책은 굉장히 얇고 작아서 (샘플북인줄 알고 버릴뻔 했다) 여느때와 좀 다른 독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작고 얇지만 꽉꽉 채워 놓아서 이 책을 늘리면, 양장의 좀 두꺼운 책이 나올 것임을 안다. 얇고, 작고, 꽉꽉 찬 책을 만들어주는 쏜살문고 응원해.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생각할수록 좋은 컨셉트와 좋은 컨텐츠다. 


아니 에르노의 '사건'은 이번에 나온 쏜살문고 여성문학 컬렉션에 속해 있다. 이 외에 토베 얀손, 강신재, 박완서가 있음. 


다음 날 아침, 침대 위에 누워서 뜨개질바늘을 조심스럽게 성기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자궁 경부를 찾지 못한 채 더듬었고, 고통을 느끼자마자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무력감에 절망했다.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안되었다. ‘아무것도 못 함.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울음. 정말 너무 지겹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분노나 혐오감을 자극할 수도 있을 테고, 불쾌감을 불러일으켜 비난을 살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간에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 그리고 이런 경험의 진술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나 또한 여성들의 현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데 기여하는 셈이며, 이 세상에서 남성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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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 그림과 원리로 읽는 건축학 수업
로마 아그라왈 지음, 윤신영 외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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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학진흥회(AAAS)2019 올해의 과학책이라고 했는데, 내게는 올해의 책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인 로마 아그라왈은 물리학자이자 구조공학자이다. 아버지는 전기공학자였고, 어머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고 한다. 저자의 평범하지 않은 어린시절과 환경을 보고 그래서 구조공학자가 되었나 잠깐 생각했는데, 모두가 부모 직업덕 본다면, 나는 운동 좋아하는 스포츠소녀였겠지! 하는 생각이 바로 따라 들었다. 


이 책의 원제 빌트(Build)에 덧붙인 부제는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그림과 원리로 읽는 건축학 수업이다. 


정말 좋다는 과학책, 건축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 못했었는데, 이 책은 정말 순식간에 감탄하며 읽었다. 

아는 만큼 본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으로 내가 사는 세상이 달리 보인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단단히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현재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더 샤드(The Shard)를 포함해 다리와 터널, 기차역과 마천루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가장 중요한 구조공학자 중 한명이다. 


전문가일수록 초등학생한테도 설명해줄 수 있을만큼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하고, 전문가는 전문가답게 어렵고 학문적인 말로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고도 한다. 이 책은 전자에 따른다. 


저자가 만들어내는 커다란 것들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건, 높은 건물이나 다리는 좀 흔들려야 안전한거래. 수준이었는데, 무지하고 생소한 분야이지만, 가장 밀접한 분야였던 것들에 대한 원리를 알게 되는 경험은 짜릿했다. 


이 책의 좋은 점이 너무 많다. 


14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목차부터 천재만재다. 

1. 층  우리가 지어올린 모든 것들에 대하여.

2. 힘  중력, 바람,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건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3. 화재  수많은 재난으로부터 얻은 교훈

4. 벽돌  라미드부터 피렌체 대성당까지 그리고 우리집에도 


이런식으로 인프라 필수 요소들을 하나씩 나열해간다. 뒤로 가면 금속, 바위, 하늘, 땅, 지하, 물, 하수도, 우상, 다리, 꿈 이렇게 나오는데, '우상', '다리', '꿈'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로맨틱하고, 존경스럽다. 완벽해!


싱가폴이 심각한 물부족 국가여서 어떻게 그것을 공학으로 해결해 나갔는지, 9.11때 쌍둥이 빌딩이 왜 무너졌는지, 무너지고 나서 어떤 교훈을 얻고, 반영하게 되었는지, 멕시코의 가라앉는 성당을 어떻게 안전하게 가라앉히며 보강하고 있는지 


로마시대 건물과 건축가들이 나오는 부분들도 굉장히 재미있었고, 저자가 이 모든 것을 쉽고, 재치 있게 설명하고 있다. 


여기까지만도 너무 좋은 책인데, 별 다른 잡생각 없이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남초 집단의 거의 유일한 여자로 일하면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선배 엔지니어들에게 받은 것들,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넘겨줘야 하는 것들과 현재 자신의 자리까지 확실하게 자각하고 포지셔닝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대단했다. 


공학자들 대단해. 공학이 세상을 만들고, 만들어나갈거야. 라는 저자의 신념에 공감하게 된다. 


저자가  과거로 부터 배우고,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당장 해결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방법을 찾아나게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볼 때마다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막 유일부심 이런 것도 아니고, 한계 또한 알고, 동시에 경계도 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것들을 한 권의 책에서 한꺼번에 보는 것은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인 것이다. 


저자는 초고층 빌딩들과 길고 긴 다리등을 만들며 유명해졌지만, 이런 이야기도 한다. 


"물론 랜드마크가 될 건물은 계속 지어질 것이고 세계 최고의 기록도 계속 깨질 것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본성이 우리를 초고층 건물에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놓을 것이다. 사람들은 집 안으로 흘러드는 햇빛과 바람을 좋한다. 땅과 우리의 뿌리에 연결되고 싶어한다. 우리는 위를 쳐다보며 우리가 지은 건물에 경이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땅에 발을 딛고 있다는 느낌 역시 필요하다."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짓고, 그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잘나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조공학자가 이런 말을 한다. 


공학자들이 자연에서 배워 활용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강 아래 지하터널을 만들어야 하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다가 브루넬이라는 공학자가 좀조개가 움직이는 걸 보고 힌트를 얻어 터널을 만드는 것, 그리고, 당시에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것을 당대에 전기의 힘으로 구현해내는 것.

 

'공학' 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실 우리들은 모두 알고 있다는 것. 


"도시에서 관광객들이 건물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면 짜릿다. 스스로 깨닫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공학을 사랑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부러진 캐노피와 다란 실루엣 그고 독특한 파사드 등 설계에 투영된 야망과 상상력에 감탄하고 반응하여 셀카봉에 장착한 휴대전화 속의 수많은 사진에 드라마틱한 배경으로 남겨둔다. 이것은 건축학적 드라마로, 공학이 얼마나 낭만적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니 좀 놀랍고, 그런가 싶고. 


번역되기 전부터 열렬한 소문들이 많았던 책인데, 나만 이제 읽고 좋다고 뒷북인거 아닌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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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9-11-15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전부터 소문이 돌 정도로 좋은 책이었군요. 저도 여러 경로를 통해 추천만 받고 안 읽었는데 님의 리뷰를 읽으니 주말 목표가 생겼어요

하이드 2019-11-16 08:49   좋아요 1 | URL
네, 좋은거 좋다고 하는 보람이 있습니다. ^^
 














시골에 내려와서의 내 생활은 이것 저것 몸과 마음을 다해 시도해보는 시기다. 


대학교 졸업하기도 전부터 계속 돈을 벌기는 벌었는데, 그냥 흘러가는대로, 무계획, 무개념으로 벌고, 버는 것 보다 더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과 여행 과소비에서 벗어났다고, 나는 돈을 진짜 안 써. 착각하고 살았고, 지금도 약간 진행형이다. 

돈을 어디 더 아껴. 진짜 돈 안 쓰는데. 내가 미용실에를 가, 화장품을 사, 외식을 해, 옷을 사. 책도 안 사. 뭐, 돈 쓰는게 없잖아. 아니다. 근데, 왜 계속 돈 없냐고. 돈 쓰고 있는거야. 그냥 너무 생각없이 살았던 것 같다. 사람이 변하려면, 장소, 시간, 사람이 변해야 한다고 하는데 (제일 쓸모 없는게 결심하는거) 그 세가지가 다 변했고, 이제야 제대로 생각 외주주지 않고, 내생각하고 살려고 하는 것 같다. 


여튼, 돈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아니,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돈이 주인공은 아닌 이야기. 


스콧 트렌치의 '돈 걱정 없는 삶'을 읽고, 피와 살이 되고 뼈에 박혔다. 생활 방식의 문제다. 

내 삶을 내가 원하는대로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그런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딱히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아서, 할 수 있는 이것저것을 시도하고 있다. 


알바를 하고, 농사를 하고, 계약을 하고, 프리를 뛴다. 이 중에 돈이 된 것도 있고, 아직 안 된 것도 있고, 앞으로도 가망 없을 것 같은 것도 있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거니깐요. 


오늘 박문영의 <3n의 세계> 읽다가 김혜순 시인을 만났다. 엄청 반가웠고, 짜릿했고, 아, 나 이제 좀 책 궤도에 오른것 같다는 생각 들었다.시집 잘 안 읽었던지라 김혜순 시인 모르지만, 왠지 낯 익어서 찾아보니, 얼마 전에 샀던 <여자짐승아시아하기> 가 김혜순 시인의 책이잖아. 











이렇게 책 읽다가 책 만나는거, 굉장히 반갑고, 개인적으로 이제 좀 책 읽는 것 같다고 안도하게 되는 신호였다. 


주6일하던 알바를 주2일하고, 주7일 가던 정원을 주0.5일 가느라 시간이 갑자기 확 많아졌는데, 책 읽는 진도 안 나가는거, 12월까지 마쳐야 하는 일은 진도 안 나가서 마음 갑갑하고, 돈도 안 벌고 까먹고만 있고, (줄어드는 잔고~ 느는 체중~ ) 책도 못 읽고 있는, 놀지도 못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자책과 분노와 불안. 


책 못 읽고 있다고 꽤 오래 매일매일 징징거리다가 이제 조금 맘이 편해진 것 같다. 밤되면 또 징징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어제부로 조금씩 마음이 움직였다. 내 인생에 두 달쯤 책 실컷 읽고, 앞으로 계획하며 지내는게 뭐가 나빠. 필요한 일이고, 이 두 달을 즐겨라. 농번기 되면, 일 궤도 오르면, 이런 고민하는 시간도, 여유로운 시간도 가지기 힘들거야.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마음 먹고, 그 길로 도시락 싸들고 룰루랄라 가게 되는 일은 없는거다. 막상 들어서긴 했는데, 길이 없는 것 같아, 길이 끊긴 것 같아 어떻게 넘어가지, 돌아갈까, 그냥 아는 길로 갈까. 고민도 하고, 시행착오도 하고, 자빠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며 그렇게 가는것이 당연한데 말이다. 


요즘 읽고 있는 <라틴어 수업>도 도움 됐다. 독서선순환에 들면, 모든 책에서 나에게 앞으로 나가기에 꼭 필요한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아멘! 내 보기에 '공(부의) 신' 인 한동일 선생님도 준비 열심히 하고 갔는데도, 1년 동안 수업시간동안 말도 못 알아들으며 매일 고민했대. 그 뒤로도 더 얘기 있는데, 여튼, 내가 뭐라고. 결심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거야. 덜컹거리고, 돌아가고, 넘어가고, 길이 막혔으면, 뒤로 돌아나와 다른 길 찾고, 그런게 당연한건데 말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하는, 그런 삶이 내가 원하는 것이고, 그런 것들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파이어족이고, <돈 걱정 없는 삶>에서 먼저 간 길을 보여준다.


파이어족에 관한 해외 기사는 몇 번 보긴 했는데, 어제 본 이 기사도 분석 잘 해 놓았다. 

기사의 예시가 파격적이고, 도전!하고 싶게 만든다. 식비 8만원! 

" 미국 시애틀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실비아 홀 씨(38·여)는 400제곱피트(약 11평)짜리 소형 아파트에서 살며 한 달 식료품비로 75달러(약 8만4300원)를 쓴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갈변이 시작된 바나나 등 유통기한이 다 된 고기나 채소를 골라 산다. 걸어서 출퇴근하고 읽고 싶은 책이나 비디오는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다. 짠내 풀풀 나게 살며 연봉의 70%인 10만 달러(약 1억1200만 원)를 꼬박꼬박 저축하고 있다.

40세가 되는 2020년 200만 달러(약 22억4700만 원)를 모아 조기 은퇴한 뒤 세계여행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가 그의 꿈이다. 홀 씨는 2005년 뉴올리언스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집과 직장을 잃고 로스쿨 학자금 대출까지 내지 못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날 이후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는 “아주 적게 소비하며 살지만 박탈감을 느끼진 않는다”며 “돈을 갑절로 벌더라도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 미국 엘리트 젊은이들이 파이어 문화에 빠져드는 건 일에 대한 불만, 높은 청년실업률, 학자금 대출 부담, 사회안전망 축소,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 등과 관련이 있다. 얼리샤 머널 보스턴칼리지 은퇴연구센터장은 “젊은이들은 (소득, 부채 등) 경제적으로 거의 모든 면에서 부모나 할아버지 세대보다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소득이 늘면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발생해 소비가 늘어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오히려 저축률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이후 9년 반 넘게 이어진 금융시장 호황으로 종잣돈만 넉넉하면 금융투자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불 마켓(bull market·상승 장세) 환상’도 커졌다."



내가 그들이 말하는 백만불, 이백만불을 모을 것을 목표로 하고, 악착같이 돈 많이 버는 건 아니지만, 위에 말한 거,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시간에 하고, 내가 시간 내고 싶은, 간 내야 하는 일에 내가 원할 때 시간 낼 수 있는 그런 생활이 목표인 것은 같다. 


그러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에 '우아한 가난' 이 이슈가 된 적 있다. 

이 먹고 살만한 것들아, 가난 타령 하지 말아라. 라는 말들이 잔뜩 나올 것들은 짐작하고 있었는데, 그랬지만, 나는 하퍼스 바자의 그 글이 좋았다. 


'돈 걱정 없는 삶'에 나오는 돈 많이 버는 CEO들도 애 병원 데려갈 시간 한 번 못 내는 매여 있는 몸이라면, 나는 그거 가난한거 아닌가 싶거든. 몇백억 부자가 주변에 없어서 모르겠지만, 벤츠 타는 사람도 포르쉐 못 타서 가난하다 하고, 포르쉐 타는 사람도 가난하다고 마통만 있는 뚜벅이인 나한테 5만원만 깎아 달라고 하고 ㅎㅎ , 수십억 부자도 세금이 천만원 가까이 나왔다고 돈 없다고 하고, 하루에 몇천만원도 버는 사촌은 해외 유학하는 애들 보낼 돈 없다고 가난하다고 하고. 그냥 다 가난한거 아니냐고. 체념 정서인거 맞긴 한데, 그럴거면, 좀 우아하게 사는게 좋지. 창 밖에 나무 한 그루라도 보이는 그런 전망의 원룸 찾는거, 좋은 음악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사는 거. 나는 그 기사에서 그런 얘기를 봤거든. 


그래서 나는 가난과 빈곤이 다르다고 생각했고, 사전도 찾아보니 가난이 더 포괄적인 개념이더라. 전세대에 더 가난했어도 가난하고 생각 안 했고, 그 전 세대는 의식주 해결도 힘들었을테고, 지금은 대부분이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거 아닌가. 


의식주가 해결 안 되는 빈곤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거지만, 가난이 우습냐 불뿜는 사람들은 그들이 이야기는 비참한 가난이 현재 진행형인 것도 아니던걸. 옜날에 내가 그랬는데! 그런 사람도 있고, 빈곤과는 거리가 쭉 멀었던 것 같은 사람도 있고 그렇더라고. 의식주 해결되지 않는 빈곤을 제외한 가난은 상대적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기사 링크는 ↓


우아한 가난의 시대 


악착같이 벌어 조기은퇴 

 


책 많이 읽고, 글 많이 쓸거에요. 


오늘 본 플텍 트친님의 글, 너무 좋았는데, 

"여성주의 행동 중 쉬운건 소비고 어려운 건 생산이다. 읽는게 아니라 말하고 쓰기, 보는게 아니라 본 것을 쓰고, 전하고, 

이해하는 걸 넘어서 만들고 실현하기." 


뒤로 갈수록 맘에 아주 꾹꾹 박히더라고. 


잘 읽고, 잘 쓰자. 본 것을 잘 쓰고, 잘 전하고, 이해하고, 

그걸 넘어서 만들어내고, 

실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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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3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5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나는 콘크리트를 쓰다듬는 습관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새끼 고양이를 툭툭 건드리거나 박물관의 전시물을 만지고 싶다는, 거부하기 힘든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는 콘크리트를 보면 그렇게 느낀다. 표면이 부드러지, 황량한 회색인지, 돌이 조금 보이는지, 의도적으로 거친 질감을 남겨두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어떤 질감인지, 얼마나 차갑거나 따뜻한지를 알아야한다. 그러니 내가 로마를 방문했을 때, 손이 닿지 않는 머리 위에서 고대 콘크리트를 보고는 어떤 기분을 느꼈을지 독자 여러분도 짐작하실 것이다. " 


로마 아그라왈 [빌트] 









이 이야기를 읽고, 로마 아그라왈이 너무 좋아졌다. 나 그거 알아, 알아요. 

내가 쓰다듬는 건 콘크리트는 아니지만. 아니, 콘크리트를 쓰다듬는건, 한 번도 안 해봤고, 그거 쓰다듬는거, 뭔가 학교 드라마에 왕따들이 괴로워하며 시멘트 벽에 손바닥 가는거, 이런거밖에 생각 안 나지만, 너무 좋아서 쓰다듬는 그 기분 뭔지 알 것 같고, 그대가 그렇게 좋아하는거, 나도 이제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볼 것 같아요. 


나의 오랜 습관은 서점에서 책 각맞추기이다. 책 쓰다듬는건 안 한다. 오프에 있는 책이라도 조금이라도 손 덜 타는게 좋지. 궁금한 책을 펼쳐 볼 때도, 손에 땀이라도 나면 옷에 문질러 닦고, 책도 반만 펼쳐서 읽는다고. 


사람들이 보고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책들을 제자리 아니면, 제자리 찾아주고, 흐트러져 있으면 (늘 흐트러져 있다) 각 맞춰 놓는다. 시골 내려와서 의외로 불편한게 없고, 불편한 것들을 어떻게 대체해나갈지 찾았는데, 대형서점은 아쉽다. 서울의 다섯배 크기이지만, 백화점도 없는데, 대형서점이 있을리가. 


온라인 서점도 하루 종일 들락거리고, 밖에 나갈일 있으면, 서점 근처에서 약속 잡고, 서점 들리고, 일터에는 늘 대형 서점이 있어서 출근길, 점심시간, 퇴근길 내킬때마다 들렸었는데 말이다. 


제주에는 동네 책방들이 있다. 당일배송 책들도 기본 3일- 5일 배송되는 이 곳에서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을 집 앞 동네 책방에서 살 때도 있긴한데, 그렇다고 또 바로 읽게 되지 않는 것을 깨닫고, 천천히 느긋하게 주문하려다 보면, 다음에 다음에, 이것이 바로 책 사는 것을 줄인 비결. 그렇다. 당일배송은 책소비진작의 첨병인 것이었다! (이제 알았냐) 


요즘 읽는 책들마다 좋아서, 왠일이야. 하고 있는데, 이건 독서 컨디션 올라와서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책 많이 읽으면, 그만큼 좋은 책도 많아지는거지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속해서 올해의 책이야! 꺅꺅 하는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추천마법사'를 본다. 아직까지 추천 알고리즘은 완벽하지 않다고 느낀다. 몇십년 전에 아마존 이용할 때는 정말 다 사고 싶었는데, 지금은 구엑, 이거 내가 싫어하는 작가, 싫어하는 책, 왜 추천? 하는 책들이 자주 있다. 새로나온 책들도 본다. 새로나온 책 구경 하는건 늘 재미있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실물 보는 것이 더 좋긴 하지만, 온라인은 시도때도 없이 들여다 볼 수 있지.새로나온 책도 체크하고, 알라딘 서재의 블로거 베스트셀러의 1위부터 100위까지도 본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시간 한 없이 보낼 수 있다. 문구류 구경도 좋아하고, 책 구경도 좋아하고. 서점 향기,책 향기와 책 읽는 공기도 좋다. 한 번씩 육지 갈 때면, 서점 근처에서 약속을 잡거나, 시간을 내서 서점을 스케줄에 끼워 넣는다. 예전에 자주 갈 때랑은 다른 기분이긴한데, 역시 서점에 가서 책을 쓰다듬, 아니, 책의 각을 맞추고 싶다고 생각한다. 

 

지금 서점의 기분을 대체하는 것이 도서관이지만, 도서관과 서점은 또 다른 분위기이지. 다 달라. 다 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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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좋은책타율이 높다. 


남들이 좋다는 책들 중에 골라 읽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이건 소장하고 두고두고 읽을거야. 싶은 책이 자주 나타나는건 드문 일인데 말이다.


 박문영의 '지상의 여자들' 


 이 소설은 읽을 때도 너무 재미있게 감탄하며 읽었지만, 읽고 나서도 계속 생각난다. 이 책이 너무 좋았어서 별로일 것 같은 이 작가의 신간도 사 버렸다. 일단 소재가 나의 버튼을 콱콱 누른다. 


화내고, 소리지르는 분노 조절 장애 늙은 남자들이 사라진다. 다양하게 나쁜 한국남자들의 기사를 매일 몇 번이고 보지만, 가장 와닿게 뼈에 사무치게 싫어 죽겠는 타입은 분조장남이다. 


기사 볼 때마다 다 뒤졌으면. 하는데, 이건 죽는거보다 낫다. 사라진다니. 책 속에서는 들림현상이라고도 한다. 다 뒤졌으면 염불 외우는 여자가 나뿐은 아닐텐데, 그런 일이 소설 속에서 현실로 구현된 세상은 상상가능할법 하지만, 여전히 짜릿하다. 



눈에 보이는 이 소설의 실험은 두 가지이다. 70개가 넘는 챕터의 시작은 시의 첫 연과 같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시같이 시작한다. 그 리듬을 타는 일이 굉장이 만족스러웠다. 두번째로는  '그녀'를 없애고 '그'로 통하고 있다. 이 부분을 계속 의식하게 되는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계속 의식되었다. 그 점도 좋았다. 


SF인데, 픽션같지도, SF 같지도 않게 읽혔다. 문학상 탄 소설 같은 톤이다. (내 기준 좀 지루한 톤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청 좋았다는 거. 


소설가가 맘 먹고 쓰면, 현실이 이렇게 세련되게 재현되는구나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재미있었지만, 페이지터너라서 막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닌데, 좋은 포인트가 많았다. 시작부터 엔딩까지 깔끔. 저자의 말에 계약금으로 캣타워 샀다는 이야기까지 너무 좋았다네. 


 로마 아그라왈 <빌트> 


이 책 읽으면서, 와, 이건 올해의 과학책이 아니라 올해의 책이잖아. 


아는만큼 보인다지만, 이 책만큼 뿌듯하게 읽고난 후, 새로 알게 된 것들로 세상이 다시 보이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물리학자이자 구조공학자인 저자가 아주 커다란 건축물들을 만드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이 분야에 무지하고, 빌딩이 아주 높으면 원래 좀 흔들려야 안전하대. 수준인데, 정말 쉽게 알아듣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새로 알게 된 지식들로 내가 알아왔던 세상의 일들이 새롭게 보이는데, 그 뿐만 아니라,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말도 안되게 좋지. 






 한동일 <라틴어 수업> 


 이 책도 이 책이 나왔던 해 올해의 책으로 오르고, 좋은 책이라는 얘기 많이 들었지만, 별로 읽을 생각까지는 안 들었던 책이다. 좋다는 책 다 읽나. 다 못 읽지요. 어제 기사 읽고, 꽤 좋아서 라틴어 수업이나 읽어볼까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이상형의 인간상이고, 살면서 처음까지는 아니겠지만, 필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선생님, 선생님. 


라틴어 수업 강의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이 이만큼 재미있게 읽히는 건, 그간의 나의 쓸데 못 찾은 공부들 덕분도 있어서 나도 칭찬하고, 좋은 이야기 읽으면서 감사하고 그렇다. 



어제 읽은 기사는 아래 링크 


“그냥 어떻게 하면 생존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술·담배·이성교제… 당시 기준으로 소위 어른들이 말하는 일탈이라는 걸 하면 내 삶이 바뀔 수 있을까? 땡전 한 푼 없는 나 같은 사람의 삶을 궁극적으로 바뀌게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공부였어요. 요즘은 그렇게 공부하는 것도 어려운 사회가 된 것 같아 슬프지만. 어학공부를 좋아해서 항상 영어단어 몇 개, 숙어 몇 개 외우기로 몸을 풀 듯이 ‘웜업’을 하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때 습관이 붙어서 신학교에 가서도 라틴어 한 시간, 이탈리아어 한 시간, 독일어 한 시간씩 공부하고 다른 공부를 했죠. 일정시간 동안 학과공부를 하고, 이후에는 반드시 책읽기를 했어요. 방학 때는 주로 (서울) 정독도서관에 갔는데 철학책, 역사책 보는 게 좋았어요. 글자 보는 게 지칠 때는 그림책도 봤고요.”


이 부분을 오늘 아침루틴에 적용해서, 환기,물한잔,양치,냥생식,냥장실,설거지,책읽기에 영어공부 한시간을 더했다. 

3시간쯤 무언가를 꾸준히 공부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 굉장히 좋아보이고, 따라하고 싶다. 


이 기사를 읽게 된 것은 아래의 문구 인용 때문이었다. 


“노예제가 있던 로마의 법은 불평등한 법이었죠. 그런데 명확한 신분제사회, 내가 그런 대우를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와 그러면 안된다고 하는 사회 가운데 과연 어떤 구성원이 더 피곤함을 느낄까요? 지금 우리는 법적으로 모두 평등하다고 얘기하잖아요. 과연 그럴까요. 만인에게 모든 기회와 도전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교묘하게 차단돼 있죠. 강의할 때 청년들에게 ‘지금 여러분이 지나온 삶의 방식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냐’고 물어봐요. 그렇다고 답한 학생을 단 한 명도 못 만났어요. 지금 한국 사회에서 비혼과 출산 거부는 어떤 이들에겐 ‘선택’이 아니라고 봐요. 그럴 수밖에 없는 거죠. 얼마 전에 한 연예인에게 불행한 일이 있었는데, 그것도 본인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몰아가서 더 이상 내가 갈 곳이 없다고 느꼈을 때 그렇게 되는 거죠.”

그는 <로마법 수업>에서 “노예의 소유주들은 은근히 노예가 가정을 갖기를 바랐다. 그건 노예에게서 출생한 자녀가 그대로 주인의 재산이 되기 때문이었다”며 로마 사회의 교묘한 출산장려책과 한국의 저출산 위기론을 비교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이미 깨닫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내 아이가 사회 지배층을 먹여 살리는 하층계급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들은 뼈아프게 간파해버렸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읽고 보니 이 부분도 좋았다. 


조직과 다른 의견을 내는 이야기에 이르자 그가 낙태, 이혼 문제에 있어 천주교의 공식입장과는 다른 이야기를 쓴 것이 생각났다. 그는 낙태에 대해 “낳아도 낳지 않아도 모두 산통을 겪는다”며 “가장 약한 생명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면, 그 생명을 잉태한 그보다 조금 더 강하지만 역시 존중받아야 마땅한 생명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할 수 있길 기다린다”고 밝혔다. 이혼에 대해서도 “당시 이혼 제도하에서 철저히 약자의 입장이었던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예수가 이혼하지 말라고 한 건 아닐까 추측해본다”며 “맥락과 취지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무작정 이혼하지 말라는 계명에만 집착하는 것은 예수의 진리를 따르는 길이 아닐 것”이라고 썼다.


기사의 다른 부분들도 다 엄청 좋다. 책 부록으로 줬으면 좋겠네.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1911090600045



책을 열 권, 스무 권 읽으면, 그 책이 어떤 책이든 후회는 없다. 좋은거 하나라도 찾을 수 있으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처음 가 본 맛없는 맛집도 괜찮아. 이제 궁금하지 않고, 다시 안 갈 수 있으니깐. 같은 거. 나는 책 편애자라 별로인 책이 맛 없는 맛집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만. 책을 읽게 되는 건, '궁금해서' 이고, 그 궁금함이 해결된 것만으로도 그 독서는 성공이지. 


이렇게 좋은 책들을 머리에 마음에 담고, 그것이 내 안에 녹아들어 체화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힘을 주고, 감동을 주고, 감탄하게 하는 그런 책들은 작은 로또들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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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2019-11-11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트 책 재밌어 보이네요. 과학하고는 거리가 먼데 책으로라도 봐야겠어요

하이드 2019-11-12 08:54   좋아요 2 | URL
저도 과학책 잘 못 읽거든요. 책도 두껍지 않고, 정말 쉽게 원리 설명해주는데, 높은 빌딩, 긴 다리 이런 것들이라 확 와닿아요. 역사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글이 재치 있고, 저자의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과 신념도 돋보여서 감동적이었습니다. 목차도 각 챕터도 너무나 깔끔.

무해한모리군 2019-11-11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트 읽어봐야겠어요. 과학 천문학 이런건 너무 모르니까 제게는 신비의 영역이네요.

하이드 2019-11-12 08:56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뇌과학 책들 진짜 재미나게 읽거든요. 건축, 그 중에서도 구조공학 책은 정말 생소했는데, (예전에 로마 건축 관련 책들은 로마 미술 책 관련 많이 읽었고, 그것들도 다 알고보니 구조공학이었어요) 9.11 빌딩 무너진 이유 같은거 나오는데, 정말 손에 땀 나고, 저자의 유머도 간간히 재미나고 그렇습니다. 길도 다리도 빌딩도 다 다르게 보여요.

둥둥오리 2019-11-1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설이던 라틴어수업을 읽어봐야겠네요
책추천은 늘 설레요~

하이드 2019-11-12 08:57   좋아요 0 | URL
저, 정말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거의 모든 문장을 형광펜 칠하며 읽고 있답니다. 읽을 생각 없었는데, 기사 보고, 그럼 어디 한 번, 읽기 시작했다가 정말 확 끌려갔답니다. 이 책이 이렇게 인기 많고, 좋아하는 사람 많았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2019-11-12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2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2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