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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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최고의 사치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약간, 견딜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못 견딜 것 같기도 하고. 


사치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다.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함. 


내가 가질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이어서 달콤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한 것. 


물건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타인에 의존하는 것으로 '사치'가 정의되는 작가. 

'사건' 읽을 때도 참 답이 없지만, 뭐.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는거지 했다. 긴가민가해서 다시 보게 된 '단순한 열정' 

'단순한 열정'을 알기 전에 읽었고, 알고 나서 읽으니 딱 저 기분이다. 견딜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못 견딜 것 같기도 한. 


하나로 독립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더 위하며, 의지할 때에는 존재할 수 있으나, 

한 사람이라도 덜 사랑하게 되면, 그 축은 무너지게 되고, 남은 사람의 '단순한 열정'은 '순수한 고통'이 되겠지. 


그것도 인생의 한 부분이야. 라고 지나갈 수 있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글 쓰면서 푸는 타입인가. 


아니 에르노의 책을 읽는 경험은 다른 시공간에 빠졌다 나오는 경험이다. 다르고, 같은. 나는 저기 가지 말아야지. 하지만, 나도 저기 있었지. 저기 있을 수 있었지. 이런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작가의 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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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 - 10주년 기념판, 이제 상식에 기초한 경제학은 버려라!
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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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비합리적이다. 인간이 합리적이라서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표준경제학에 반해 인간이 비합리적이라 어떻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지 다양한 실험과 사례로 보여주는 행동경제학. 본성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알고 있는 것이 모르고 양떼몰이 당하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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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 : 오치제를 바른 소녀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7
은네디 오코라포르 지음, 이지연 옮김, 구현성 / 알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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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열여섯 살이고 우리 고향 도시 밖에 나와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이착륙항에야. 나는 혼자였고 이제 막 가족을 떠나왔다. 내가 결혼할 가망은 100퍼센트였다가 이제 0퍼센트가 됐다. 도망갔던 여자를 원할 남자는 없었다. 그래도, 평범한 삶을 살 전망이야 무너졌다지만, 나는 성간 수학 시엄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받아서 움자 대학교에 합격했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 필요한 비용 일체를 대기로 약속해줬다. 어떤 선택을 했든 간에 평범하게 살 팔자는 아니었다. " 


멋부림 없이 강한 텐션과 높은 밀도로 완성한 중편. 휴고상과 네불러상 동시 수상. 3부작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빈티는 정말 오래오래 기억될 캐릭터일 것 같다. 


사막 도시에서 우주인들이 사용하는 천문의를 만들어내는 종족, 가장 오래된 가문을 계승할 예정이었던 조율사(천문의를 만들어내는) 빈티는  움자 대학교에 합격해서 온 집안의 반대와 무시를 뒤로 하고, 가출을 하고, 움자대학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타게 된다. 천문의라는 것이 지금으로 말하면 무엇과 비슷할까? 뭔가, 평생을 함께 하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같은 느낌. 별계측, 생애기록, 통신등이 가능한 미래형 첨단기기이다.  


빈티가 종종 빠져드는 트랜스 상태, 트리되기 상태는 몰입의 상태, 혹은 명상의 상태인 것 같다. 


흙으로 목욕을 하는 종족. 오지체라는 사막의 붉은 흙과 특정 기름 등을 조합하여 만들어내고, 온 몸과 머리에 바른다. 

흑인여성 머리에 대한 것과 같은 이야기가 메인으로 나온다. 후에 만나게 되는 메두스들 이야기도. 


날것의 살아있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 빈티. 그녀의 지력과 능력, 조율사라는 직업, 사막에 거의 은둔하다시피하는 종족성, 등을 가지고 펼쳐지는 일들이 현란하다. 


우주에서 메두스 종족을 만나 겪게 되는 갈등과 그것이 진행되는 이야기가 계속 예상을 깬다. 예상을 깨는 독서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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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깨어나는 마을
샤론 볼턴 지음, 김진석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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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아주 예쁘잖아?" 로저가 가까이 다가서며 휘파람을 불었다. 환한 곳에서 다른 사람의 손에 안전하게 붙잡혀 있는 뱀은 아름다웠다. 은색이라기에는 검고 암회색보다는 밝은 몸뚱이에 번득이는 구릿빛 줄무늬가 길게 뻗어 있었다. 눈은 살아 있는 황옥 같았는데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가 길쭉하게 째진 다른 뱀들의 눈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리뷰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바로 도서관에 가서 빌려왔다. 2015년에 나왔다고? 아니, 나 2015년에 뭐 했길래, 이걸 이제 알고 이제 읽었지. 샤론 볼턴의 '희생자의 섬'도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뱀이 깨어나는 마을'은 더 더 재미있고,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잔뜩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동물 학대 이야기가 나왔는데도 안 덮고, 끝까지 단숨에 읽었다. 


클래라는 영국 시골의 야생동물 수의사다. 얼굴 한 쪽을 뒤덮는 흉터가 있다. 사람들로부터의 불편하고 불쾌한 시선들을 피하기 위해 시골로 와서 가능한 사람을 기피하고 살고 있다. 


"한때는 그랬어요. 체스터 동물원에서 이랬죠. 내가 전시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피곤해졌고요." (..) 

대단해. 내가 일하는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위인에게 결례를 범하다니. 복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내가 고슴도치, 토끼를 돌보는 일을 선택한 이유가 정말 궁금할까? 야생동물들에게는 뻔뻔하거나 호의를 품은 주인이 없으며, 수많은 방문객이 야생동물을 멍하니 구경하러 오지 않았다. 내게는 야생동물들을 돌보는 일이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도록 보장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이렇듯 사람들과의 관계가 무척 서투르니까. 


어느날, 마을에 뱀이 나타난다. 전공이 파충류이고, 뱀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은 그녀는 뱀을 잡고, 뱀을 구하고, 사람을 구하고, 뱀을 조사한다. 


세상에 나쁜 사람들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 아주 많더라도 나쁜 한 사람 때문에 입은 상처가 더 클 수도 있는데, 상처를 주는 나쁜 사람들은 많고, 좋은 사람은 아주 적더라도 그 중간의 평범한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충분히 두껍고 단단한 방패를 세울만했던 클래라는 작은 마을에서 그녀가 가장 잘 아는 그녀의 분야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해결하며, 소수의 좋은 사람과 몇몇의 보통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다. 


이건 진짜 시리즈 1에 나오는 소개인데! 왜 뒤에 이야기 더 없는지! 


6백페이지가 넘는 책은 충분히 완결로 재미있지만, 역시, 클래라의 이야기를 더 봐야 한다는 절박감이 들 정도이다. 


뭐만 하면 나가서 달리기 하는 클래라 덕분에 나도 책 읽다가 비 오는데, 달리기하러 나갈뻔. 클래라는 진짜 멋있는데, 야생동물 수의사라는 것도 멋있고, 주기적으로 야간 구조 요청 받고 충동하는 덕분에 캄캄한 시골에서도 빠르고 조용하게 길ㅇ르 헤쳐가고, 후각도 청각도 뛰어난 동물적인 감각을 지녔다. 


"비결은 온전한 집중이다. 주위의 모든 것을 감지하고 수용하며 그 순간의 환경에 완전히 빠져들어야 한다. 왼쪽 어깨 위로 다가오는 퍼덕이는 소리, 발아래에서 부스럭대는 작은 생명체들의 움직임, 수여우의 냄새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한다. 언젠가 시도해보시라. 마음을 비우고 감각에 모든 것을 내맡겨보라. 밤의 생물이 되어본다면 대단히 흥분분되며 아주 차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가재가 노래부르는 곳에' 의 카야 생각도 좀 났고. 


책 읽는 내내 클래라가 얼마나 꿋꿋하고, 용감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슈퍼히어로가 아니라도, 자신의 전문분야로 무장하고, 공포를 이겨내고 한 발 내딛는 용기 있는 클래라. 가장 어렵다는 자신과의 싸움에마저 이겨내는 클래라. 클래라가 새로운 도전을 한 다음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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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가벼운 여행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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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부분은 여행을 기다리는 부분이라고 한다. 즉흥적으로 떠나자. 하고 떠나는 여행도 있겠지만, 여행지를 정하고, 혼자 갈지, 누구와 함께 갈지를 정하고, 어떻게 갈지, 어디에 묵을지 등등을 계획하는 그 시간이 여행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도가 높다고 하니, 주객전도인가 싶기도 하지만, 여행 가기 전의 설레임부터, '아, 집이다' 집에 돌아와 느끼는 편안함과 여행에 대한 여운과 적당한 미화까지도 다 여행이라고 한다면, 아니, 좀 더 넓혀서, 여행을 꿈꾸고, 여행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면, 여행지에서의 시간만 여행이라고 하는 것이 외려 너무 박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무밍의 작가로 유명한 토베 얀손은 순수미술은 물론 무대미술, 연극, 시, 소설 다방면을 오가며 예술활동을 했다. 무밍도 그림책 한 두 권 읽은 정도이지만, 소설을 읽게 되었고, 무밍 작가란것은 잊고 읽는 것이 토베 얀손의 세계에 빠져드는데 도움 될 것이다. 쏜살문고에서 내 주는 여성문학 컬렉션 중에 한 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도 좋겠다. 토베 얀손의 책으로는 이 단편집과 <여름의 향기> 두 권이 나와 있다.


첫 단편인 '편지 교환'은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겠지만, 이 책이 에세이였던가 착각할만큼 실감나는 편지글들이었다. 작가의 팬인 일본인 소녀와의 편지 교환이다. 소녀가 보낸 하이쿠가 함께 안 실려서 계속 궁금했고, 돈을 모아 작가를 찾아가겠다는 소녀에게 작가는 책으로만 만나는게 좋다고 말해줘서, 내가 지금 좋아하는 작가의 북토크 하나를 기꺼이 포기했다고 한다. 책에 대한, 작가에 대한 순수한 사랑, 책과 함께 자라는 어린이. 책을 읽는 모두가 조금씩 경험하는 일이 아닌지. 꼭 만나고 싶은 작가들이 있었고, 지금은 다 놓고, 만나고 싶지 않다.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죽은 작가를 만나러 그리스의 섬까지 갔던 기억도 문득 떠오른다. 


'여름 손님'에선 얄미운 불청객이 나온다. 누구라도 싫어할 수 밖에 없는 미운말만 하며, 모두를 화나게 하는 재주를 지닌 소년과 방학동안 그 소년을 맞이한 가족의 이야기다. "벌어진 일은 받아들여야지" 가 모토인 바닷사람들. 


'낯선 도시'는 단편집 중에서도 짧은 분량의 이야기인데, 여운이 길다. 모자를 잃어버리고, 묵어야할 호텔 이름을 잃어버린 노인의 이야기. 더욱더 많은 변수가 있을 노년의 여행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표제작이기도 한 '두 손 가벼운 여행' 어떤 부류의 사람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모으는 이야기. 거기에서 벗어나 두 손 가벼운 여행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자석처럼 사람들을 모으는 이야기. 나는 그 어떤 부류레도 속하지 않아서 그저 안쓰럽게 볼 뿐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덜 힘들면, 그렇게 해야지 뭐. 


'갈매기들'은 징그러웠다. 


마지막 단편인 '온실'은 배경이 온실이고, 풀밭이어서 좀 좋다고 생각했다. 무뚝뚝해도, 소통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게도 함께 또 따로 있을 수 있다. 온실도 있고, 꽃도 있고, 풀밭도 있고.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 계속 왔다갔다 하고, 결국 두 개 다 이용하지만, 종이책 중에서도 쏜살문고의 책을 읽는 경험은 좀 새롭다. 그 경험이 계속 신기한데, 아직 표현할 말을 꼭 집어낼 수가 없고, 계속 읽어야지. 쏜살문고 중에서도 '여성문학 컬렉션' 제가 많이 응원하고,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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