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스 한시간 공부하기 시간에 '미국영어회화문법'을 한두챕터씩 하고 있다. 

2020년에는 영어공부를 찐으로 열심히 할 생각인데, '리딩'에 집중한다. 영어원서 몸에 익히는거 할건데, 우리말 책에 대한 나의 욕망이 늘 넘실넘실 넘쳐나는지라 어떻게 시간관리 잘 해서 영어원서 많이 읽을지 고민중이다. 

미국영어회화문법은 바독영 강추로 사게 된건데, 사고 보니, 너무 쉬워서 당황.. 그래머 인 유즈도 중급 샀는데, 왜 이게 중급? 근데, 막상 문제 풀고, 찬찬히 보면 내가 전치사나 시제 같은거 막 틀리고 있음. ㅎㅎ 평소에 뉴요커나 이코노미스트, 포브스, 뉴욕타임즈, HBR 매일 기사 읽는데, 한글만치는 아니고, 모르는 단어들도 있지만, 한글처럼 죽죽 읽는다. 근데, 정말 쉬운 어린이 책들도 잘 안 읽히는거. 왜 이런 갭이 생기는거지? 왜인지 알 것도 같고. 

답은 내가 영어 공부를 안해서 그런다.

기사 읽는거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들 피드에 올라오면 읽는거고, 관심 있는 분야들 주구장창 읽으니 반복, 맥락, 기본 지식으로 술술 읽고, 영어를 회사영어로 제대로 하기 시작했어서, 그나마 안 한지도 오래 되었으니, 기초도 약하다. 원서가 안 읽히는건, 왤까. 글쎄, 왤까. 내가 평소에 소설을 안 읽는거도 아닌데. 같은 분량의 더 어려운 기사를 5분에 읽는다면, 원서 읽으면서 집중력 떨어져서 아주 쉬운 것도 서너배의 시간은 걸린다. 계속 읽어보면 알겠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거 같으니,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과 노력 들여서 습관으로 만들고 한글책들처럼 술술 읽어야지. 

여튼, 미국영어회화문법, 굉장히 재미있다. 위에 주절주절 떠들어놓은 이유때문에 어떤 수준의 사람들이 읽어야한다고 말은 못하겠는데,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까지 영어수업 받은 사람이라면 다 쉽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볼만 한 것이, 외우는 문법이 아니라, 회화 문법이라서. 고등학교까지의 영어 수업 받은 사람들이라도 영어로 몇마디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갭을 연걸해준다. 직관! 맥락! 그리고, 여기 아선생님이 재미있음. 인강이나 실제 강의 듣는 것 같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 다른 문법책 많이 안 봐서, 말했듯이, 영어 공부 안 해서, 이 책이 다른 책들보다 좋은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바독영 선생님이 강추했으니, 그 부분에서는 믿고 봐도 되겠지. 

내가 덧붙일 건, 책이 아주 쉬워 보였는데, (쉬운데) 여전히 도움되는 부분이 많았다. 

중간에 쉬어가는 페이지에 크라셴 이야기 나온다.(마침 다른 이유로 주문해둔 책이라 반갑) 외국어 공부하는 입장에서 새겨들을만 한 이야기이다. 

"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도 있는데, 죽어라고 문법 공부하고 단어 외우고 하다 보면 어떻게 영어가 되지 않을까요?" 

스티븐 크라센 왈 'No!' 

크라센은 영어 학습의 과정을 크게 배움(learning)과 습득(Acqusition)이는 개념으로 분류했다. 
'배운다(learn)'는 개념은 의식적은 학습과정. 영어의 형태와 법칙에 초점을 맞춘 학습(문법 공식이나 단어)을 말한다. 
'습득한다(Acquire)라는 개념은 영어를 우리들의 입과 몸에 체화시켜 언어로써 사용이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습득(Acquisition)의 과정은 '메지를 주고 받는 대화'(meaningful interaction) 속에서 이루어진다. 
크라센은 자연스럽고 유창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직 습득된(Acquired) 언어로만으로 보았고, 배움(Lerning)의 과정에서 온 지식들은 자동으로 '습득' (Acquisition)으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언어교육에 있어 배움보다는 습득의 과정을 더 강조했다.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의 키워드는 'meaningful interaction in the target language' 라고 한다. 
대화할때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주목하며 '진짜 대화'를 해봐야만 가능. 

즉, 영어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써봐야 사용법을 몸으로익힐 수 있다는 것. 

meaningful interation 에 하나의 조건이 더 있다. comprehensible input(이해 가능한 인풋) 인데, 
습득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선행지식이 필요하다는 거. 

그러니 아무리 많은 양의 input 이 있어도 학습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습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주문해 둔 크라센의 '읽기 혁명'이 방금 도착했는데, 영어 회화문법 공부하는 책에 또 나오셔서 제가 얼른 읽어 보겠습니다. 

"읽기는 언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유일한 방법이다." 

2020년은 달리고, 읽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동생이 아마존 프라임이랑 킨들 언리미티드 하고 있어서 맘만 먹으면 책은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어제는 동생이 추천해줘서 '브리트니 런스 마라톤' 봤다. 


나도 언젠가는 해외 마라톤.. 

세스와 캐서린 같은 달리기 친구 부러웠다. 


동아마라톤 나가고 싶은데, 완주하고 나서 이 기쁨을! 홀로 만끽할 생각하니, 너무 신나서 망설이고 있다. 

동생 꼬셨더니, 최소한 하프는 되어야지 돈 아깝대. 


달리기 연습할 때 십키로 나가는거랑 대회랑 또 다르다고. 대회 경험 쌓고 한 단계씩 올려야 한다구. 


여튼, 동마는 그래서 아직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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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9-12-2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트니 런스 어 마라톤 섬네일만 봐도 뭔가 신나고 입꼬리 올라간다.
 
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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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은네디 오코라포르의 '빈티'를 읽고, 이어서 '기파'를 읽었다. 

제목이나 표지나 짧은 분량 외에도 우주선에 홀로 남은 주인공, 인간외 존재 같은 설정들이 나오고, SF 클리쉐에 충실해서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다. 빈티의 등장인물, 종족들의 캐릭터들은 스쳐 지나가는 존재도 강렬하고, 주인공은 엄청나게 임팩트 있었는데, 기파의 등장인물들은 영웅 기파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고, 그를 구출하는 존재, 우주선에 홀로 남은 존재라는 흥미로울법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별 감흥이 없다. 


다 알고 읽는 이야기인건 대부분의 이야기가 마찬가지이고,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게 무난하다는 느낌이 드는 소설의 뒷맛이란 차라리 싫은 것보다 더 나쁠지도 모르겠다. 아, 싫었던 장면이 한 장면 있다. 딸을 위해 그렇게까지 잔인한거라고 다 깔아줘도, 붕 뜨고, 공감 안 되는 이야기. 


향가 '찬기파랑가'와 SF를 접목시켰다는 책소개는 좀 어리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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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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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둔해서 죄송합니다만, 말을 안 하는데 앨리샤가 어떻게 상담의 덕을 볼 수 있다는 겁니까?" 
"말하는 것만이 치료는 아니에요." 인디라가 말했다. "안정한 공간, 감정을 누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거죠. 
당신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의사소통은 대화가 아니에요." 

잘 나가는 사진작가 남편 살해 혐의를 받지만, 침묵에 빠지고, 심신미약을 판결 받아 정신병원에 들어간 화가 앨리샤. 
세간의 화제이다가, 잊혀질 무렵, 그녀에게 강한 애착을 가진 심리삼당가 테오는 그녀가 입원에 있는 병원에 자리가 생기자 지원해서 그녀의 상담을 자처하게 된다. 

앨리샤의 일기와 테오가 앨리샤 주변 사람들을 찾아가면서 사건의 진실을, 앨리샤의 과거를, 앨리샤의 침묵을 치료하기 위한 행보가 번갈아 나온다. 화자가 앨리샤였다가, 테오였다가. 

강렬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캐릭터들이 좀 약하게 느껴졌지만, 스토리나 반전, 결말은 흥미로웠다. 캐럴 길리건의 책을 같이 읽었는데, 소년, 소녀의 억압된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전혀 다른 장르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겹쳐서 읽혔다. 2019 아마존 최고의 미스터리 스릴러 분야에 오른 책이기도 하다. (재미 없을 수가 없음) 

"인간의 성격은 고립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생겨난다. 리는 보이지 않고 기억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모양을 갖추고 완성된다. 말하자면 우리 부모에 의해서.
 
이 말이 무서운 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기억이 형성되기도 전인 시절에 우리가 어떤 고통과 학대를 받았는지 무슨 치욕을 겪었는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의 성격은 우리가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 형성된 것이다." 

테오와 앨리샤가 어린 시절 받았던 학대. 비슷한 학대를 받고, 한 명은 상담가로, 한명은 범죄용의자이자 환자로 대면하게 된다.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지만. 

결핍을 지닌 아이로 자란 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결핍을 지니고 자라서 겨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데, 그 사랑이 주는만큼 보답받지 못하는 평범한 일에 무너져버리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라는건 유구한 주제이지만, 오랜만에 잘 쓰인 작품으로 봐서 좋았다. 


"불꽃놀이요?"
"사랑 말이야. 우리가 사랑을 불꽃놀이로 자주 착각한다는 이야기를 했어. 극적이고 역기능도 있는 것처럼. 하지만 진짜 사랑은 아주 조용하고 아주 고요해. 긴박하게 진행되는 드라마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루하기도 하지. 사랑은 깊고 차분해. 그리고 변하지 않지. 내 생각에 너는 분명히 캐시에게 사랑을 주었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 말이야. 그런 사랑을 캐시가 되돌려줄 수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지." - P140

"캐시의 행동은 그녀가 상당히 망가진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있어. 공감이나 진실성 그리고 그저 평범한 친절함도 없는 거야. 너는 그런 인품으로 넘치는 사람인데 말이야."
(...)
"예측할 수 없고, 감정적으로 얻어낼 수 없고, 신경도 쓰지 않는 불친절한 누군가를 즐겁게 하려고 애쓰는 일, 그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그들의 사랑을 얻어내려고 애쓰는 것. 전부 예전에 겪은 일 아니야, 테오? 익숙하지 않아?"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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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는 분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을 책, 크리스마스에 읽을 책들을 골랐다고 하길래 눈이 반짝 떠지면서, 

그러게! 크리스마스에 무슨 책 읽을까? 조급하게 책 찾는 모드가 되어버렸다. 


그 분이 고른 책들은 
















이 세 권이었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랑 '일의 기쁨과 슬픔'을 당일에 읽으시겠다고. 오, 잘 어울려요.


12월 셋째주에 읽으려고 골라둔 열 권 중에는 딱히 크리스마스 무드인 것이 없다. 소설가들이 좋아한 소설 1위한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 정도는 연말에 보기 좋을까? 북릿인가에서 스릴러 부문 올해의 책 리스트에 들어간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책은 어떨까?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 있을 것 같다. 우에노 치즈코의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도 연말에 읽기 의미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셋째주 책이 잔뜩 쌓여 있지만, 넷째주! 크리스마스 책들도 골라볼까?! 


크리스마스에 읽을 책 뭐 고르셨나요? 나는 일단 이렇게 쌓아보긴 했는데, 바뀔 가능성이 크다. 

나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가부장제 철폐 외치는거 좀 쉬고 ㅎㅎ 소설의 세계에 빠지고 싶다. 





크리스마스라고 크리스마스 책 읽는 것은 좀 식상하고 괜찮겠구요. 



































아작의 코니 윌리스 책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나왔던 것 같은데, 제목 때문에 사서 읽을 수가 없다. 

고양이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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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 몸 페미니즘프레임 2
김명희 지음 / 낮은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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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차별주의 성향은 여성에 적대적인 차별과 여성 숭배적인 차별로 구분할 수 있다." 


여성의 몸을 배움이 지식인 의사이자 살아 온 경험이 지식인 여자의 눈으로 잘게 나누어 예리하게 비판하는 책이다. 

어떤 이슈를 보아도 여자의 몸, 가장 최전선의 페미니즘 프레임으로 다시 읽혀야 할 이야기이다. 


이렇게 완벽한 시리즈물의 첫 권을 읽자니, 굉장히 설레인다. 페미니즘 프레임이라는 시리즈 명명도, 역동적인 표지 아트워크도 제목도, 저자도, 글도 만족스럽다. 


현상을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까지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남자는 원래~ 여자는 원래~ 라는 말을 들으면,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남녀차별의 최전선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보니, 남자와 여자의 역할에 대해 뼛속까지 박힌 '여자'들을 많이 본다. 그런 얘기 남자들은 하지도 않아. 할 필요조차 없어서. 


편견은 편견에 그치지 않고, 그 편견을 답습한 각각의 행동반경을 제한짓고, 조정한다. 

여자아이들은 분홍을 좋아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해서 유아기부터 화장을 해야 하고, 남성은 리드하고, 여성은 따라간다. 과학계에는 여성의 숫자가 적고, 돌봄 일자리에는 여성이 많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은 다시 '남자는 원래~ 여자는 원래~' 신념을 강화한다. 

 

모든 챕터가 재미있고, 의미 있었지만, '털' 부분이 많이 생각난다. 탈코르셋을 가름짓는 잣대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바로 '머리카락' 이기 때문인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머리카락 길이와 스타일만으로 특정 집단을 식별해낼 수 있을만큼, 머리카락의 상징적, 사회적 의미는 크다. 예를 들면, 스킨헤드족이나 펑크족같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가장 선호하는 여성의 머리스타일은 긴 생머리이다. 긴생머리족으로 불릴 수도 있는걸까? 여성의 머리카락은 섹시함과 여성성을 상징하기에 머리를 자르는 것은 처벌이나 반반항으로 여겨져 그에 순응하여 적당히 길어야 하지만, 카톨릭에서는 정숙함을 나타내기 위해 베일로 가려줘야 한다. 직업에 따라, 머리 모양과 머리 스타일을 제한한다. 


또 다른 털인 겨드랑이 털이나 성기의 털, 팔이나 다리의 털은 어떤가? 눈썹은? 여성의 모든 종류의 털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혹은 '여성에게 요구되는' 조건과 규범이 있고, 반대편 성에 요구되는 조건들과 비교해 보면 새삼 소름끼친다.

일터에서 내가 숏컷에 파마도 하지 않고, 염색도 하지 않으니, 1년 내내 지치지도 않고, 파마 해보라며 권유하고,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하라며 웃는다.아, 나는 화장도 안 하구요. 일터의 어떤 남자들보다 단정한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머리의 남자가 염색하지 않고, 파마하지 않았다고 자연인 소리 들을 확률은?


목소리 이야기도 재있었다. 

목소리 톤을 높이는, 소위 말하는 서비스 톤인 솔톤, 여자의 애교를 강요하고, 무표정을 화난 것으로 웃음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 것을 강요하는 강한 사회적 분위기.


" 애교를 통해서 얻는 호의는 남성적 응시 하에 놓인 여성성과 가부장적 조직 안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젠더 평등이나 역량 강화와는 거리가 먼 방법이다. 순진무구하고 귀여운 어린이 행세를 함으로써 자신이 위협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타인의 심기를 살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이를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 내는 것. 이것이 여러 커뮤니케이션 방법 가운데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라면 취향과 선호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른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애교가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면, 그리고 이 방법만을 강요당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토크쇼 방송에서 나이 많은 남성 진행자의 아무 말 대잔치에 생글생글 웃으며 애교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소셜미디어에서 팬의 잘못된 댓글 내용을 '정중하게' 지적했다고 '태도 논란, 인성 논란'에 휩싸인 여성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애교는 협상 전략이 아니라 사회적 규율이자 생존 전략이다.  


다 큰 성인 여성들에게 애교 강요하는 사회, 변태적이다."


흥미로운 조사결과도 있다. 애교나 옆나라의 카와이의 핵심 요소는 목소리 톤인데, 여남차별이 덜한 국가일수록 여성의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일본이 최고로 높음. 남자나 여자나 목소리 톤이 높을 수록 리더의 자질이 없다고 여겨진다.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낮은 목소리로 많이 이슈가 되었고, 들어보면 정말 저음의 목소리로 좀 놀라게 되고, 그것이 그녀가 꾸며낸 목소리였다는 것 또한 놀랍고, 여자의 목소리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예시이다.


인류학자가 연구한 한국의 애교는 아니, 한국 여자의 애교는 일본의 카와이나 부릿코(공주병)보다는 아마에(응석)에 가깝다고 한다. 


" 인류학 논문에서는 한국의 애교가 일본어의 '카와이(귀엽다)'나 '부릿코(공주병)'보다는 '아마에(응석받이)'에 더 가깝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아마에는 단순히 귀엽다, 사랑스럽다는 뜻이 아라, 아기들의 엄마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로, 사랑받고 돌봄받고 싶은 열망과 관련된 생각이나 행동을 지칭한다. 이러한 아마에의 사회적 관계를 취하는 여성은 돌봄자에게 의존적이고 사회에서 미성숙한 어린이 위치를 갖는다. 그렇기에 한국의 애교 개념에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 


마지막 챕터는 '목숨'이다.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여성에게 씌워지는 사회적 코르셋은 이 책 전반에 걸쳐 꾸준히 나온다. 

여자 의사들이 많아져야 하고, 남자들이 디폴트인 많은 연구들이 여자들을 대상으로도 연구되어야 하고, 여자들은 본인의 몸을 대상화하는 것을 멈추고, 기능적으로 자신의 몸으로 바라보고,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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