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말에 의미 있는 책을 읽었다. 소준철의 '가난의 문법'은 가상의 45년생 윤영자씨의 일상을 그리며, 

우리나라의 평균 노년 여성 빈곤과 폐지 줍는 노인으로 폄하되는 재활용품 수집인을 보여준다. 


프롤로그부터 인상적이다. 우리는 이미 우리나라가 2위와도 큰 격차로 OECD 국가들 중 노인빈곤 1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노인빈곤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성별임을 알고 있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비혼을 이야기하기 전에, 혼자 사는 독신녀의 악몽으로 키우던 애완견에게 뜯어 먹혀 죽은지 한참 후에 발견되는 이야기를 하던 때가 있었다. 책이, 방송이, 사회가 그런 이야기들을 했지. 정작 고독사로 죽는건 50대 남자가 1위인데. 그러나, 요즘 이야기하는 혼자 나이들어 폐지 줍는 할머니 된다. 는 것은 사실에 근접해 있다. 


"여성과 남성의 생애 경로의 차이. 조사에서 만난 노인들을 돌아보면, 남성노인은 '출생'에서 '진학'에서 '취업'과 '결혼'과 '육아'를 거쳐 '자녀와의 분리'로 이어지는 개인화되는 경로를 거친다. 여성노인들은 남성인 파트너와 그의 임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활이 재편되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제도에서 벗어난 '시장'의 변방에 나가 직접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다. 현재의 여성노인들은 직접 임금노동자가 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이로 인해 경력과 숙련이 없는 상태였다. 다시 말하자면, 가난한 여성노인은 이전의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여성 생애의 목표를 남편에 대한 내조와 자녀의 양육으로 삼게 하고, 따라서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질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던 결과인 것이다." 


가상 인물인 윤영자가 1945년생인데, 1945년생은 2020년 기준으로 만 75세이며, 이 나이는 운전면허를 가진 경우, 면허 갱신의 시기가 5년 주기에서 3년 주기로 바뀌는 전환점이라고 한다. 신체적 능력에 대한 사회적 의구심이 가득해지는 시기이고, 인구통계에서 후기고령자로 여겨지기 시작하는 나이이다. 


" 우리는 '늙는다는 것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적인 것이 된' 사회에 살고 있다. " 


노인빈곤과 재활용 산업을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인데, 새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 과거 넝마주이의 일이 넝마주이와 고물상과 폐품 매입업자 사이의 단순한 거래 관계였다면, 지금 재활용품 수집노인은 이보다 더 고도화된 '관계'에 갇혀 있다. 이제 노인들이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의 자원순환 정책과 재활용 산업에 매개되어 있다. 그렇지만 제도와 산업, 그 어디에서도 인정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하는 위험한 일에 불과하다." 


재활용 문제는 환경 문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고, 지금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데, 재활용 산업 끄트머리에 법의 사각지대에 , 필요한 일이라 암묵하는, 다른 일을 찾을 수 없는 노인들이 찾는 재활용품 수거하는 일이 있다. 공동의 쓰레기통이 없는 제도와 산업의 빈틈을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이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노인들의 재활용품 수집은 제도로부터 재활용품을 '낚아채는' 일이다. 도시가 비대해지는 과정에서 생겨난 다세대/다가구주택과 좁은 골목들에 정책과 제도라는 공공영역이 침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 앞과 골목에는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방치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인터뷰들을 통해 보고 들은 장면들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도 있고, 처음 듣는 것도 있고, 알면서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 있다. 재활용품을 수거하기 위한 눈치 작전, 무거운 걸 많이 들고다닐 수 없고, 재활용품을 두고 화장실이라도 가야 하면 재활용품 모아둔 것을 도둑 맞고나 심한 경우는 카트까지 없어져서 집을 중심으로 재활용 내놓는 시간을 계산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건물주들이 공짜로 청소 시키고, 건물에서 나오는 재활용 가져가라고 하는 건 흔한 일, 남자 노인들이 리어카나 전동차 등을 이용하여 많이 싫고 다니는데, 여자 노인들은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것. 재활용품 수거차와의 눈치 싸움을 하며 새벽 골목길을 오가는데, 지그재그로 다니면서 폐지등을 줍느라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는 것,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해 죽기까지 한다는 것 등등 


여성노인들은 힘이 부족해서 뿐만 아니라 가사와 돌봄을 이유로 길에서 남성노인들에 밀리게 된다. 

수집하러 다니다가도 식사 시간에 밥해주러! 환자 돌보러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앞에 잠깐 얘기했던 '폐지 줍는 노인' 에 대한 이야기를 더하면, 

이들을 돈을 주지 않는 '청소부'나 불쌍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지양해야 한다. 


"노인들은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있지만, 이들은 '청소부'가 아니다. 버려진 것들을 주워 돈을 벌지만, 그 돈은 쓰레기를 버린 이들이 주는 게 아니다. 노인들의 행위는 같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들은 청소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게 아니라, 재활용 산업에서 발생하는 돈 일부를 스스로 취하고 있을 뿐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제안하는 것은 지금 당장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과를 내야 할 것들이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 중 상당수가 가난으로 고립되어 있는데, 노인들과 지역사회가 상화의존하는 계기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근근이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자립이 아닌 함께 모여 서로에게 의존하는 자립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일할 수 있는 나이 동안 일해서 모은 돈으로 그 후로 몇십년을 살아가면서 가난해지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에게 닥칠 문제이다.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삶을 이어나갈지에 대한 비전과 액션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한국사회에서 가난의 모습은 늘 변해왔다. 전쟁이 끝난 후 갈 곳 없는 고아의 모습에서,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온 달동네의 모습과 IMF 위기 이후 노숙인의 모습을 거쳐 리어카를 끄는 사람들(특히 노인들)의 모습으로, 가난의 모습은 늘 바뀔 것이다. 다음에 올 ‘가난‘이 어떤 모습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전후 세대 이전의 노인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 그들은 우리의 ‘불행한 미래‘일까? 가난한 노년을 다가올 불행으로 여기며, 그보다 나아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일은 처참하다. 노인들의 모습은 젊은이들의 ‘불행쿠키‘가 아니며, ‘반면교사‘도 아니다. 지금 닥친 노인들의 생활 속에서 노인들의 어려움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P49

종이상자의 생산량, 배출량이 늘어나는 현상은 노인을 착취하는 일을 심화시키고 있다. 배달과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종이상자의 사용량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집과 가게마다 다 쓴 종이박스의 배출량도 늘어났다. 그렇지만 젊고 부유한 소비자들은 폐품의 배출과 처리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종류에 따라 ‘분리수거‘를 하면 자신의 책임을 완수했다고 여긴다. 게다가 종이박스가 늘어나면, 노인들이 수집할 것도 생기니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종이박스가 골목에 쌓여 있는 데 대한 책임은 대개 정부와 위탁 청소업자에게 있다고 여긴다. - P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인생의 체력을 길러야 할 때 - 나를 인생 1순위에 놓기 위해 꼭 필요한 12가지 습관
제니퍼 애슈턴 지음, 김지혜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말에서 연초 넘어오며 제니퍼 애슈턴의 <지금, 인생의 체력을 길러야 할 때> 를 읽었다. 

원제는 The Self Care Solution : A Year becoming happier, healthier and fitter - One Month at a time 


자칭타칭 자기계발 중독자인 저자는 의사로 일하며 의학전문기자로 방송출연을 하고, 운동도 매일하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다. 

자기계발, 시간 관리, 연말과 연초에 읽어야 할 책들은 많지만, 이 책은 '셀프 케어'에 집중하고 있다. 


나를 계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뭔가가 아닌, 나를 돌보기 위한 뭔가. 돌봄으로써 삶의 질이 올라가는 나 돌봄. 

별 생각 없이, 갑자기 금주나 해볼까, 한 달만 해볼까 1월에 시작한 셀프케어는 그 효과를 확연히 느끼게 되면서 매 달 새로운 것을 '실험'하게 된다. 


그 실험의 여정을 SNS에 올리고, 묶어 책으로 나왔다. 


" 나 역시 새해가 되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 이상의 목표를 세운다. 물론, 어떤 것이 진짜 유익한지 알고 있어도 새해 목표를 끝까지 굳건히 지켜 나가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달에 단 하나의 목표라면? 해 볼 만하다 느껴진다. 한 달이면 무언가를 실험하기에 이상적인 시간인 것 같다. 어떤 종류의 셀프 케어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 매 월의 셀프케어 주제를 봤을 때, 나도 이런건 해봐야지, 대여섯개 골라뒀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목록의 대부분이 나의 셀프 케어 목록에 올라갔다. 


1월 금주의 달

2월 플랭크와 팔 굽혀 펴기의 달 

3월 명상의 달 

4월 유산소의 달

5월 육식보다 채식 위주의 달 

6월 수분 보충의 달 

7월 더 많이 걷기의 달 

8월 디지털 단식의 달 

9월 당 섭취 줄이기의 달

10월 스트레칭의 달 

11월 수면의 달

12월 더 많이 웃기의 달 


" 매달 시도하는 사소한 변화가 어떻게 결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 궁금한가? 답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엇을 얼마나 먹고 마시는지, 얼마큼 휴식을 취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몸과 마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음식, 수면, 운동은 모두 생존을 위해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습관 하나하나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순식간에 쌓인다. 같은 행동을 매주, 매달, 매년 반복하면 그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달리 말해 건강을 해치는 습관은 시간이 갈수록 강력해져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건강뿐 아니라 행복까지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잇다는 얘기다." 


나는 나의 1월을 디지털 단식의 달로 정했다. 

올해는 책 읽는 캐퍼를 확 늘릴거고, 핸드폰을 덜 보고, 낭비하는 시간을 없앨거다. 저자가 시도하는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사소하지만, 생활 전반을 확 바꿀 수 있는 것. 누구라도 시도해볼 수 있는 것. 


저자의 열혈 자기계발 모드는 셀프 케어에도 적용되어, 바쁜 시간을 활용하는데에 있어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자신의 의사로서의 직업에서 나오는 리서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좋은 점을 모조리 찾아 적어두고, 습관을 가질 수 있는 팁들을 열가지씩이나 적어두었다.


이 책에 나온 모든 글들이 다 유용하고, 나도 해볼까? 생각 들게 했다. 

저자가 납작해진 배와 광 나는 피부와 가뿐한 몸, 늘어난 집중력과 안그래도 활기찬데 더 활기 샘솟고, 그런 자신 보면서 신나하는 것이 글로 막 전염된다. 다 지키지 못하지만, 지키지 못하면, 지키지 못하는대로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우고자 하는, '내가 이거 해봐서 내가 못하는 줄 알았잖아. 안 해봤으면 못하는지 어떻게 알았겠어. 진짜 하길 잘했다!' 같은. 긍정 마인드, 성공 트랙의 인물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들한테 매일 달력에 동그라미만 백일동안 쳐보라고 해도 그걸 해내는 사람은 소수라는 이야기를 본 적 있다. 그거 듣고, 동그라미 치기 시작해봤다가 어느새 그만 둔 다수가 되었지! 


1월은 무언가 시작하기 좋은 달이다. 셀프 케어 목록 12가지 적은 것은 바꿀 수 있지만, 제일 필요하고, 제일 나를 변화시켜줄 것 같은, 그래서 제일 힘들 것 같은 것을 1월에 넣었다. 1월의 에너지로,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은 그 에너지로 가장 중요한 것을 해내고, 변하는 나를 확인하는 것이다. 


" 기억하라. 지금은 1월이다. 수많은 사람이 새해 결심을 하는 때다. 다이어트든 운동이든 식습관 개선이든 방 안에 앉아 새해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당신 혼자일리 없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저녁에 자기 전에 핸드폰 들여다보는걸 그만해야겠다 생각했고, 앱도 한 번 설치해봤는데, 며칠 하다가 포기하고, 지워버렸다. 그래서 나는 1월이 디지털 단식의 달, 스마트폰 덜 보는 달이다. 막상 며칠 해보니, 스마트폰으로 하는 몇가지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이것은 유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분명해지고, 첫째주는 잘 참아 나가고 있다. 대여섯시간 하던 걸 한시간 미만으로 줄임. 노트북 앞에 앉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도 꾸준히 쓰고 있지! 

나의 전략은 궁금한 SNS 소식은 노트북으로 보기, 하루에 서너잔 마시는 커피는 노트북 앞에서만 마시기이다. 

자기 전에는 책 읽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눈에 팥찜질 하면서 오디오북 듣는다. 


이 외에도 하고 싶은 셀프 케어들이 많다. 물 많이 마시기, 더 많이 걷기, 유산소 운동 하기, 코어 운동 하기, 간헐적 단식 하기, 채식하기, 잠 충분히 자기, 스트레칭 하기. 


제일 바꾸고 싶었던 스마트폰 덜 보기는 새로 시작한 몇 몇가지 때문에 스마트폰 적극 활용하지만, 그러면서도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데에 있어서 잘하고 있다. 한시간 락 걸어놨는데, 어제는 29분 썼고, 둘째주에는 30분 락 걸어둘 생각이고, 유지할 생각이다. 


긴가민가 하는 건 '명상'이다. 모두가 정말 모두가 다 좋다고 하는 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 루틴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하고 좋다. 역시 모두가 좋다고 하는 것 중에 아침 루틴만큼은 아니지만, 명상이 있고, 나는 늘 명상의 효용을 의심하는 편인데, "수면 장애를 겪는 모든 환자에게 명상을 권한다" 라는 말이 있길래 7시간 반 수면의 달 도전할 때 명상도 같이 넣어볼까 생각중이다. 


유산소 운동 편에서 저자는 유산소 운동을 넣어볼까? 하며 덧붙인다. 매일 운동을 하는 저자는 몰랐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꾸준히 운동한다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는 것을!" 이런 분이시다. 이런 분이신데, 매일 5분 코어 운동 도전에 그렇게 뿌듯해할 수가 없는 분이시기도 하다. 


저자가 계속 납작한 배와 광나는 피부 이야기를 하지만, 그게 크게 강박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 가장 완벽한 몸은 특정한 체격을 갖춘 몸이 아니라 건강한 몸이다. 이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고 얘기하고 있고, 그걸 일년 내내 실험하고 있어서.  


저자가 가장 어려움을 느낀건 채식 위주의 달이다.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음식이 고기 음식이라서. 

어느 밤에 해산물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메뉴판에 소갈비 요리가 눈에 들어왔다. 고깃집인걸 알면 대비했을텐데, 해산물 집에서 고기를 보니 갈비 공격에 대비할 기회를 놓치고 심호흡을 한 뒤 초밥 곁들인 랍스터 요리를 주문한다. 메뉴에서 채소 요리를 찾아볼 시도조차 못하는데, "갈비 요리를 포기한 것만으로도 이미 내상이 너무 컸기에 좋아하지도 않는 이상한 근대 샐러드 따위를 주문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싶지 않았다." 고. 


더 어려운 일도 있을거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월 별 도전을 할 때마다 월초 박탈감을 극복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 매 번 겪어야 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깨닫고 더 잘 관리하고 집중력을 발휘해 의욕적으로 보낼 수 있다. 


저자가 실패한 것도 있다. 바로 '당 섭취 줄이기' 자신은 단 것 안 좋아해서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하며 시작하는데, "단 것을 거절할 수 없는 상태"라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생각보다 당을 많이 섭취하고 있었던거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중독을 부추기는 상태. 


그동안 내가 도전했다 실패한 것들은 핸드폰 덜 보기, 간헐적 단식, 유산소 운동이다. 아, 백일동안 동그라미 그리기도. 

핸드폰 덜 보기와 간헐적 단식은 작심살일 정도나 했을까. 퀵 실패 했고, 유산소 운동은 한 달 정도 했던 것 같다. 

1월의 핸드폰 덜 보기를 잘 하면, 2월의 간헐적 단식도 잘 할 수 있을까? 이 책 보니, 전략이 필요하다. 

의지가 아니라 전략! 시스템! 


1월 1일이 금요일이었어서 1월의 첫주는 1월 4일인 어제 시작한 기분이다. 

1월 첫 주 잘 보내고 있나요.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21-01-0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지털 단식
진짜 단식 만큼 어려운 일 같아요
새해 복 ㅁ낳이 받으세요

하이드 2021-01-05 17:36   좋아요 0 | URL
네, 계속 실패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계속 줄여나가야할거 같아요.

오라오라 2021-02-01 16:28   좋아요 0 | URL
저는 디지털 단식 안해요. 뭘 하기전 이게 나에게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는가 먼저 생각해보고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어차피 디지털이라고 해도 아날로그가 디지털화 된것이니 적절히 통제만 하면 괜찮다고 봅니다. 이건 pc 통신 때 부터 버릇이 들어서 그런 것 같네요.

얄라알라 2021-01-0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 책과 목차가 비슷한 것 같아요. 꼭 읽어봐야겠네요. 비교해보게^^

하이드 2021-01-05 17:40   좋아요 0 | URL
오, 이 책도 재미있겠어요.

유부만두 2021-01-0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부진 하이드님.

전 10월초에 금주 시작했다가 성탄절, 신년에 맥주 조금 마셨어요. 이게 끊어지네요? (아님, 늙은거임)
그런데 저도 디지털 단식이 힘들어요. 잘 땐 침대서 머얼리 놓고 자려고 노력하는데 새벽에 깨서 제일 먼저 누르는게 트위터니.. 참... 무슨 인싸도 아닌 주제에... 그렇습니다.

하이드 2021-01-07 08:55   좋아요 0 | URL
저는 트위터만 덜하면 될듯. 아침저녁으로요.. 근데 요즘 북스타그램 구경한다고 인스타 삼매경이랍니다. ㅋㅋㅋ

오라오라 2021-02-0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한 몸은 스타팅 스트렝스라는 책을 보며 바벨운동으로 만들어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지인중 30대 여자분께 책 추천해드리고 약간의 티칭만 해드렸는데 6개월만에 20대 때보다 더 좋은 몸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1년정도 하시니 꽤 좋은 체형이 되었구요.
 
쇼리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과 블러드 차일드를 굉장히 앞서간 이야기로 읽었고, 지금 시대에도 전혀 낡은 느낌 없는 고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쇼리'는 음.. 작가가 이런 이야기도 써보고 싶었나보군. 넘어가기로. 


불편한 설정들이 많은데, 이야기는 초반 지나면, 중반부터 페이지 터너에 법정물같은 휘몰아침과 트와일라잇같은 그런 느낌의 재미가 있다. 


쇼리는 53살 먹은 10살 정도 외모의 흑인 외모 이나 (뱀파이어) 이다. 

엄마 가족이 몰살 당하고,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며, 첫 공생자인 라이트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과거를 찾고, 현재의 위협과 맞서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이나라는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고, 다른 이나들을 만나 도움을 받고, 위협을 받고, 이나 위원회 (법정 같은)에서 다투게 된다. 


이나는 한 명당 일곱명 정도의 공생자 (피 제공자)를 두게 된다. 한 번 피를 빨게 되면, 그 이나 만의 독이 주입되어 복종하게 되고, 오르가즘을 느낌. 마약보다 더함. 이나는 공생자를 보호하고, 공생자를 잃게 되면, 정신이 나갈만큼 비탄에 빠지게 된다. 

공생자는 여자거나 남자거나 상관없지만, 피를 빨고, 빨리는 과정에서 몸도 섞기에, 공생자가 동성 이나를 꺼리거나 이성을 찾는 경우도 있고, 공생자끼리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이나가 죽는다면, 공생자도 죽거나 더 강한 독을 가진 이나에게 피를 빨려야 하는데, 엄청나게 거부감 강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강간 보다 더한 느낌. 


이런 설정들이라서 ... 어떻게 포장해도 좋아보일 수가 없다. 게다가 초반에  10살 정도의 쇼리와 섹스하는 성인 남자 라이트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읽겠어.  


이제 와일드시드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티움 - 살아갈 힘을 주는 나만의 휴식
문요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티움이란 무엇인가. 

라틴어로 사전에는 세가지 뜻이 있다고 한다. 첫째, '여가', 둘째, '은퇴 후 시간', 셋째 '학예활동' 

한가한 시간이자 '배움을 즐기는 여가의 시간' 을 의미한다. 


정신과 의사 문요한의 이번 책은 '오티움' 여가에 대한 책이다. 

번아웃 책 많이 나오는데,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심리학자 데니얼 네틀은 한 사람의 10년 후 행복을 에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조사하였다. 

나이, 건강, 가족관계, 돈, 지위, 친구 등등. 어떤 것이 한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을까? 

위의 요소들은 정확도가 낮았다. 비교적 정확도가 높았던 것은 '현재의 행복지수' 다. 

지금 행복한 사람이 미래에도 행복하고,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미래에도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연구해보지는 않았지만, 동의한다. '행복'은 '태도'와 상황에 대한 '리액션' 이라고 생각하므로. 


놀이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데, '유사놀이' 를 주의하라고 한다. 

유사놀이pseudo-play 란 놀이의 능동성과 창조성을 거세하고 유희성만 남겨놓은 것을 말한다고 한다. 


행복하려면 놀이를 되찾아야 하는데, 놀이를 상품으로 구매하여 소비하기만 하고 놀이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쇼핑, 게임, 음식, 스포츠관람, TV, 인터넷 등 여가의 소비자가 될뿐이다.


저자는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에도 반대한다. 행복의 핵심은 '좋은 경험' 에 있다고 하고 있고, 좋은 경험은 놀이라는 것. 또한 목적지향적 행복과 쾌락적 행복을 구분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온 소확행 유감을 메모해두었는데,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니라 어쩌면 '소비를 통한 확실치 않은 행복'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 


소확행 처음 나온게 하루키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달리기 하고, 양배추 썰어 먹고 뭐 그런거 아니었나? 소소한 (큰 소비할 돈은 없어서) 소비로 (즉각적) 행복 (과 텅장)으로 이야기되고 있더라. 


저자가 이야기하는 오티움,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의 다섯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자기 목적적

좋아서 하는 활동이고, 활동 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것. 예를 들면, 달리기를 할 때 기쁘면 오티움이지만, 달릴 때는 기쁘지 않은데 달리기로 인해 살이 빠져 기쁘다면 오티움이 아니라는 식. 

2. 일상적 

매일, 매주 혹은 최소 매달이라도 일상에서 즐기는 여가 활동. 

3. 주도적

독서처럼 정적 활동도 오티움이 될 수 있지만, 스스로 주체가 되어 선택하고 즐기고 배우고 심화시켜 가는 것이어야 한다. 


나는 오티움을 읽으면서 당연히 '독서' 에 중점을 두고 관독중인데, 그간의 내 독서가 오티움이었나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올해 내가 계획한 독서는 오티움이 될 것이고, 어떻게 더 배우고, 심화시켜 나갈지, 확장시킬지를 고민하고 시도중이다. 


4. 깊이가 있을 것 

오티움은 지속성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배움과 새로운 실험을 통한 '성장 경험'이 필수적. 

5. 긍정적 연쇄효과

오티움은 중독과 구분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오티움은 그 활동만 기쁜 게 아니라 그 활동으로 인한 기쁨이 확산되어 삶과 관계에 활기가 생겨난다는 점이다. 


오티움에 나온 '독서'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적어보자.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는 독서는 오티움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장르에 집중해서 독서를 하고 있다면 오티움의 가능성이 있다. 


1. 어떤 이득이나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이 독서의 즐거움이라면 당신에게 독서는 오티움이 될 수 있다. 


궁금하고,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많이 알아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더 단단하고 깊이 있게 만들고 싶어서 하는 독서이니, 나의 독서는 오티움이 될 수 있다. 


2. 초점이 있고, 주된 관심사가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 법, 아이나 어른이나 책에 익숙한 사람이나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책을 읽는 법이 요즘의 주관심사다. 

삶의 효율을 높이는 법에 관한 책들, 내가 알지 못하는 사회에 고나한 책들, 여성주의 책들, 역사와 과학에 대한 책들 


3. 독서는 심화되고 있는가? 독서 모임? 관련 분야 강의는 가능한가? 


올해 독서 목표가 책근육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분량도 대충 정하기는 했지만, 다양한 독서 방법과 언어를 시도해보고 싶다. 

원서 읽기 북클럽에 가입해서 오늘부터 인증, 영어권 북클럽들을 팔로잉해두고, 원서 눈에 익히고 읽어 볼 예정이다. 전공이었던 독어 시작, 계속 하다 말다 십년 한 일어 시작. 가볍게 시작하는거지만, 독어는 읽을 거리들을 찾아서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영어에 올인하다보니, 계획만 하고, 아직 시작은 못하고 있지만. 오디오북에 익숙해지기 위해, 영어 섀도잉 클럽에도 들어갔다. 오디오북 듣는 루틴도 만들었다. 관련 분야에 대한 강의. 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독서법이나 독서지도에 대한 강의를 준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읽고 기록하는 것의 양을 폭발적으로 늘려서 단단하게 만들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골고루 책근육 길러볼 생각이다. 계획하고, 즐겁고, 매일하고, 발전하고, 책=일=삶이라서 내게 독서는 오티움 맞다. 


오티움에 관한 다양한 관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을 가꾸고 즐겁게 공부하며 놀라는 것이다. 함께할 수도 있지만, 혼자 단단히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건강한 성인은 고통 속에 있는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 어릴 때는 울고만 있어도 무슨 일인지 물어봐주는 사람이 있었고 위로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힘들 대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을 수 없다. 스스로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어떻게 간으한가? 단지 좋은 생각,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부차적이다. 자기 위로의 핵심은 '스스로 만ㄷ르어내는 기쁨'이다. 그 기쁨은 내면 깊숙이 침투하는 고통을 막아낸다. 기쁨은 내면의 보호막이 되어준다. 그 활동이 바로 오티움이다." 


" 불안정 애착을 가진 성인들은 유독 혼자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혼자서 재밌게 논다거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늘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려고 한다.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해,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늘 애를 쓴다. (..) 관계는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포물선 그래프의 모양이다. 어느 정도 선까지는 노력을 하면 관계는 좋아지지만 어느 이상으로 애를 쓰면 오히려 관계는 힘들어진다. 기댓값 대문이다. 내가 이렇게 신경 쓰고 노력했기에 그에 맞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혼자 잘 놀고, 잘 서라. 는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데, 책을 취미로, 오티움으로 하는 사람들이 혼자 있어 불안할 일이 있을까? 책을 좋아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혼자 잘 놀아서 관계를 망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내 얘기다) 그건 상대방이 혼자 잘 못 놀아서 가스라이팅 한거였을까, 아니면, 혼자 노느라 관계를 소흘히하며 균형을 깨서 그런걸까. 아니면, 같은 오티움을 가진 사람들이 좋은 관계를 맺는 걸까?


책근육 기르는 목표에 꼭 맞는 글들을 많이 발견했다. 


"단순히 책을 많이 보거나 연습만 많이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활동을 관찰하고 점검할 수 있느냐다. 이는 습관적인 활동이 아니라 의식적인 활동을 말한다. " 


습관을 만들되, 의식하고, 점검하기. 


"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는 '점진적 과부하'다. '과도한 과부하'와 '과부하 없는 운동' 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웨이트트레이닝 효과를 기대하려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점진적인 과부하를 주어야 한다. 운동기구의 중량, 세트 수 혹은 운동시간을 늘림으로써 (책의 양, 종류, 책 읽는 방법, 읽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근육에 가해지는 긴장을 점진적으로 늘려야만 근력과 근육 크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어려움이 사라지면 기쁨도 사라진다. 


새롭게 알게 된 것, 잘하고 있구나 알게 된 것, 좋은 독서였다. 


에드워드 L. 데시의 자기결정성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본능적인 생물학적 동기 이외에 꼭 충족되어야 할 세 가지 심리적 욕구가 있다. 자기결정의 욕구, 유능감의 욕구, 친밀함의 욕구다. 사람이 계속 먹지 않고 계속 자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이 세 가지 심리적 욕구도 계속 박탈되면 인간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생리적 욕구의 박탈이 신체의 병으로 이어지기 쉽다면 심리적 욕구의 박탈은 정신의 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음이 힘들 때 이 세 가지 욕구를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P67

중년의 위기를 잘 넘어서는 이들은 삶의 외부를 꾸미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내부를 가꾸는 데 치중한다. 즉, ‘꾸밈‘에서 ‘가꿈‘으로 삶의 방식이 바귀는 것이다. - P81

어른의 자존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좋은 경험‘이 필요하다. 좋은 경험을 계속하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기 인식이 바뀐다. 특히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좋은 경험을 만들어내면 더욱더 긍정적인 자기 인식이 생겨난다. 그런 의미에서 오티움만큼 좋은 자존감 훈련도 없다. - P1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 광화문글방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작품 속의 콜센터는 피자 콜센터이다. 지금이야 앱으로 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전화해야 하는 곳은 콜센터이다. 수많은 끼니 중의 한 끼인 치킨, 짜장면, 탕수육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배달음식의 콜센터가 무대이고, 이 콜센터에 있는 대부분이 이십대 초, 콜센터를 잠깐 들리는 정거장 삼아 있다는 건( 최소한 그들의 희망사항으로는) 책에서 처음 봤다. 이십대 초거나 아니면 아예 나이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콜센터와 20대초반 출구 안 보이는 답답함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생생해서 저자가 콜센터에서 근무해봤거나, 리서치가 잘 되었구나 생각했는데, 30대 중반에 소설가를 꿈꾸며 콜센터에 있었다고 한다. 이 책 속에 나올법한 인물이군. 

 

취준을 앞두고,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게 사장을 꿈꾸며, 돈 모아 유학 가려고 등등 각각의 꿈을 가지고, 전화기 너머 진상들을 상대한다. 그들의 숨통은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를 피울때나 잠깐씩 트인다. 


블랙컨수머를 상대하는 것이 더 손해라는 글을 본 적 있는데, 책에 나온 악성진상들은 정말 악성인데, 뉴스에 나오거나 안 나오거나 현실에 있을 것이 분명한 그런 진상들이라서, 그런 진상들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짜르는거 기업에서 왜 못하지. 대놓고 하는 진상이 아니라도 기분 긁는 그런 감정노동들 찌꺼기들이 다 남기 마련인데, 그런것까지 어쩌지는 못해도, 미친 진상들을 왜 받아주냐고. 해롭다 해로워.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대목에 다섯 청춘의 일탈은 한 편의 로드무비 같았다. 

사촌형의 차를 운전해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려다 대박 혼나고, 그길로 진상 찾아 해운대로 KTX 타고 가는 다섯명의 콜센터 청춘들. 장면과 상황들이 실감나서 나도 그들 중 하나와 일하는 것만 같았다. 


일반 고객 처리반과 진상 처리반이 따로 있는데, 일반 고객 처리반이 새똥 치우는거면 진상 처리반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대한 설사 치우는거란 얘기에 웃기고 슬펐다. 진상 처리반이 더 경력 있어야 하고, 돈도 조금 더 받는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콜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앉아서 일하니 편한일로 여긴다는 것도 이 책에서 알았다. 몸 쓰는 일보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일보다 마음 갉아내고, 목 긁어내는 그런 일이 그나마 '몸'은 편한 일이라는 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화를 걸고, 전화 연결 잘 안되서 이미 화가 슬슬 올라오는 중에 연결되는 콜센터, 우리는 때로, 부품으로 일하는 우리처럼 전화기 뒤에도 사람의 삶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사는데, 이렇게 책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