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 봄날의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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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이라고 누군가가 이 책을 이야기해줘서, 담아뒀다 읽기 시작했다. 남들 다 좋다는데, 별로다! 감정 과잉이다. 투덜거리면서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책을 왜 읽나. 이 책을 읽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렇게 답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만 읽고, 무력해 하는 것이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되나 싶었기 때문이다.

뒤로 갈수록, 아, ‘책’이 라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대단하구나. 매일 책을 읽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뜬금없이 책을 왜 읽나? 자문했고, 약간의 답을 얻었다.

저자는 대학 졸업후 임용 준비하다 노들장애야학에서 장애인들을 가르치고, 기록했던 활동가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만난 세월호 유가족들부터 장애인들, 중증 화상 환자들, 노숙자들 등의 이 사회 가장 바닥에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 하는 활동가들이 각각의 이름과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호명된다. 후반부에는 고양이 카라와 홍시를 들이고, 또 한바탕 뒤집어진 세상에 뛰어들어 이번에는 이름 없는 돼지와 소와 닭, 반달곰 들이 나온다.

장애인 탈시설 운동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어떤 운동인지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지 않았다.

고기로 태어나서의 한승태 작가가 “내가 축사 안에서 본 것들 가운데 모르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닭장이 있었고 닭이 있었고 똥이 있었고 알이 있었다. 하지만 축사 속에 내가 예상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고 하고,

저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저자가 우연히 노들장애인야학 교사가 되어 “장애인들은 듣던 대로 차별받았고 멸시당했다. 하지만 내가 예상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 라며, 장애인의 삶에 충격 받고, 그것을 온통 ‘문제’라고 하는 것에서 더 큰 충격을 받는다.

“내가 자라온 세상에선 누구도 그것을 ‘문제’라고 말하지 않았다. 어떤 문제를 ‘문제’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 현실을 바꾸거나 최소한 직면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세상의 끝인 줄 알았던 거기가 최전선이었다. 나는 그런 이들의 저항이 세상의 지평을 넓혀왔다고 믿는다.”

사람은 다 다르고, 사회에 어떤 ‘운동’으로 보탬이 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일도 다 다르다. 책을 읽으면서, 갑갑함과 무력함이 많이 느껴졌다. 처음 생각했던 책을 왜 읽나에 대한 나의 답은 다음과 같다. 이 책이 나의 어떤 감각들을 일깨워줬다. 일상에 매몰되어 주변으로 협소해진 시야의 균형감각을 조금이나마 찾아주었고, 절대 놓으면 안 될 공감의식을 일깨워주었다. 복잡한 사회의 결들, 책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찾지 못했다. 답이 없는거 같아. 조금씩 변한다고 해도, 더 크게 나쁜 일들이 더해지면, 결코 앞으로 나갈 수 없고, 현재를 유지하기도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세상은 나아질 수 있는거 아닐까. 내가 당장 뭔가 변하지 못하더라도, 시작은 ‘앎’이고, 그 부채가 남아, 그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좋은 이야기들이 많은데, 옮기기에 길다.
세월호 유족들 중 어머니 이야기가 좋았고, 순례길에 만난 피아노 치는 청년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고양이 카라 이야기도, ‘버스를 타자’ 라는 구호를 들었던 이야기도 좋았다. 힘든 이야기는 있지만, 좋지 않은 이야기는 없었다.

타인의 이야기는 타인의 것이다. 나의 것이 아니므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하고 싶어지는 일렁임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공감은 감정의 전염이나 이입과는 다르다.

누군가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기란 차라리 쉽다. 흔들리는 마음을 단속할 더 쉬운 이유들이 많을 뿐이다. 타인의 곤란함은 대체로 사소한 것이거나, 조금 심각하지만 스스로 불러온 것이거나, 어쩔 수 없었더라도 내게는 닥치지 않을 일이다. (..) 공감에는 복잡한 능력이 필요하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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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4-03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 제 친구가 노들야학을 다녔는데~~ 시설에 있을 때 만났지만 지금은 자립해서 잘 살고 있거든요. 그곳 이야기라니 흥미 돋네요!!

하이드 2021-04-03 21:32   좋아요 0 | URL
노들야학 이야기 많이 나와요. 책 정말 좋아서 계속 곱씹게 됩니다
 

오늘부터, 아니, 사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한 달 잡고 읽고 쓰는거니, 다 읽겠지?! 신나라.

다락방의 미친 여자 책도 있고, 읽고.

울프 책 계속 읽다가 러스 책 읽고, 울프 일기 읽으면서 다락방미친여자 읽으니깐 울프가 얼마나 대단한지 점점 크게 느껴지고 있다. 완벽하고, 모두 옳고 그런거 아닌 비판점과 강점이 확실하니 더 생생하게 그려진다.

내가 가진 원서에는 없는 개정판 서문이 있는데 (60쪽이나 됨) 왜 19세기 작가인지,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나와 있다. 4월은 글쓰기의 달로 정했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의 달인데,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19세기 여성작가 4대장(제인 오스틴, 샬롯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조지 엘리엇) 책들도 다시 읽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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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2021-04-0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검색하다보니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찾는 중인데,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네요. 혹시 어디서 구입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하이드 2021-04-06 18:34   좋아요 0 | URL
중고로 구매했습니다. 중고책도 너무 비싸거나 잘 없어서요, 도서관 대여 하시거나, 국회도서관 복사 서비스 (두 배 정도 가격으로 가능하다고 합니다) 로 보실 수 있습니다. 중고가가 거의 다섯배로 올라와 있어서, 두 배 정도면 사보실만 할거에요. (저도 운 좋게? 두 배 조금 넘는 가격에 구매했었습니다. ) 출판사에 문의해봤는데, 이후 출판사에서는 나올 계획 없다고 합니다. 성정치학처럼 다른 곳에서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고구마 2021-04-0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시 도서관 대여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군요. 저도 중고로 사려고 하니 22만원이길래 흠칫했습니다. 출판사에서 다시 발행한다면 참 좋을텐데 아쉽네요. 여러 방법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국회도서관 복사나 책이음 서비스 이용해봐야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3월 버지니아 울프 필사를 마쳤다.
<자기만의 방>으로 시작해서 <3기니>, <버지니아 울프의 이름으로>, <등대로>를 읽고, <어느 작가의 일기>를 마지막으로 3월 필사 주제인 울프를 마무리 한다.

필사는 마무리 되고, 4월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 한 달간 필사하며 완독 계획. 울프 읽기는 계속될 것 같다.

얼마전 트위터에 ‘독서가들은 한 번에 두 세권씩 책을 읽는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묻는 글이 올라왔다. ㅎㅎ 우리 몇 권씩 읽고 있지요? 읽다 만게 아니다. 읽고 있는 중인거다.

나는 약간, 뭐랄까, 학교 수업 듣는 느낌으로다가, 울프 읽고, 프루스트 읽고, 이거 읽고, 저거 읽고, 그렇게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다. 그러다 한 번씩 맘 먹고, 선 그어서 읽던 것들 좌르륵 끝내고.

지금까지는 그냥 내키는대로 읽었는데, 필사 하면서 주제 가지고 읽기 시작하니깐 좋고, 프루스트 읽으면서, 이제 3권 들어갔지만, 프루스트 관련 책들 읽을 생각 하니깐 좋다.

오늘 읽은 책인 <등대로>에서는 탠슬리씨가 여자들은 글도 못 쓰고, 그림도 못 그리고! 그러고 있고,

내일부터 필사할 책인 <다락방의 미친 여자> 앞에 좀 훑어보니, 남성만이 창작할 수 있고, 예술가이고,

조애나 러스의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은 아예 그 주제를 심층분석 해두었어서,

앞으로 이 독서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올 해의 큰 주제가 여성 글쓰기의 역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외에 읽고 있는 책들 중에는 스토이시즘에 관한 책들이 있는데, 이건 따로 이야기하고,

오늘 푸코 기사 계속 올라와서 보면서 분노했던 것, ( 나 이제 막 성의 역사 시작했단 말이야) 도 따로 이야기하고,

오늘, 3월 마지막 날은 울프 책과 필사 사진 올리는 걸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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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3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만년필들만 주시ㅋㅋㅋㅋ하이드님 사진 올리실때마다 아 참! 사야지!ㅋ
항상 계획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것 같아 멋짐요. 굿밤되세요^^

하이드 2021-04-01 09:15   좋아요 1 | URL
애초에 만년필 쓰고 싶어서 시작한 필사인데, 맘에 드는 도구가 읽기를 확장시켜줬습니다~!

2021-04-03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03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03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03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03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디디온 새 번역본 나왔다.
중고가 어마어마한 「상실」이 곧 나온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베들레헴도 나오는지는 몰랐네.

올해 원서로 읽은 첫 책이라 반갑다.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 타며 열심히 읽고 들었지.
다이앤 키튼이 읽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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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기록 남기지는 못했지만, 꾸준히(꾸역꾸역) 읽고 있다. 등장인물들중에 마음에 드는 인물이 1도 없음에도, 이야기의 힘만으로도 책이 읽힌다는 경험을 하고 있다.

완독하기라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이 영 별로면, 놓는 것에 그리 큰 미련은 없다. 죽기 전에 읽을 책이 너무너무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 욕하면서, 읽고 있는데, 매 번 넘기지 못했던 고비를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별 어려움, 억지스러움 없이 읽어나가고 있고, 1,2권만 몇 번인가 읽다 말았는데, 오늘 아침 2권을 다 읽었고, 이제 가보지 못했던 길, 3권 읽기 시작! 두둥 두둥 둥둥둥

프루스트의 묘사, 외적인 것이든, 내적인 것이든, 그 묘사가 너무 대단하다. 자연에 대한, 그 자연을 보는 인간 마음에 대한, 인간에 대한, 그 인간을 대하는 마음에 대한 통찰력과 섬세함이 평범한 세상의 막을 찢고, 선명하고, 복잡한 새로운 무언가를 드러내주는 것 같다.

3월에 버지니아 울프 책들 필사 하며 읽으면서, 울프에 관한 책들도 섞어 읽고 있다. (자기만의 방 - 3기니 - 버지니아 울프의 이름으로 - 등대로 - (어느 작가의 일기)) 4월의 필사 주제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를 한 달 동안 읽을 생각이고, 울프 책들도 계속 읽어나갈 생각이다.

여튼, 프루스트의 책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외에 곁다리 책들을 중간중간 읽어볼 생각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 사무엘 베케트의 책 (제목이 프루스트니깐 관계 있겠지. 아님,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는가’처럼 관계 없을 수도 있나?) 이번에 나온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정도 있는데, 같이 읽는 책친구는 파리책, 메리 매콜리프 책도 같이 사서 보던데? 아, 열화당에서 나온 그래픽 노블도 같이 볼거다.

요즘은 이렇게 책 한 권..은 아니지만, 한 주제 읽으면 뭉터기로 읽는 것이 좋다.

매 달 한 권씩으로 목표 정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그동안 찔끔찔끔 읽느라 3월에 2권 겨우 마치고, 3권 들어간 걸로, 잘 하고 있어. 하고 있는데, 이렇게 읽다보면, 올해 말에 나는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한 사람이 되어 있겠지!

3월 마지막날 전 날,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권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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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30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러한 속도라면 연말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자가 되실거 같아요. 책에 달린 수두룩한 태그지가 보기 좋습니다^^

하이드 2021-03-30 12:16   좋아요 2 | URL
네, ㅎㅎ 이번에야말로. 느낌이 옵니다.

유부만두 2021-03-30 1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3권 끝나가요. 분발하겠습니다. ^^
민음사 판 11,12권 내년에 나온대요.

그리고 프루스트의 그 정밀 치밀 묘사는 최고에요. 사람 흉 보기도 ㅋㅋㅋ

하이드 2021-03-30 12:17   좋아요 3 | URL
12권이 완결이겠지요? 이제 속도 좀 내서 읽을 수 있을거 같아요.

얄라알라 2021-03-30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꾸역꾸역˝ 읽어나가신다는 말씀, 힘이 담겨 있어 위안이 됩니다.
저는 최근에 읽기만 하고 전혀 기록하지 못해서 다른 알라디너님들의 글만 담고 갑니다.

하이드 2021-03-30 21:09   좋아요 0 | URL
읽는 것도 의미 있고, 기록하는 것도 의미 있고, 계속 뭐든 할 수 있는 걸로 해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

보볼리 2021-03-3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사서 모셔놓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고 계시군요. 정말 이 책은 완벽하게 완숙인 달걀을 8개 정도 먹는 느낑미에요..

하이드 2021-03-31 20:12   좋아요 0 | URL
ㅋㅋ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그래서 반숙파인 제가 욕하다 감탄하다 욕하다 감탄하다 하면서 읽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