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일주일 내내 뻑나고, 사고 싶은 책도 없고, 쳇쳇 하다가, 정말 사고 싶은 책이 없는지 보기 위해 간만에 신간들을 찬찬히 뒤적거렸다. 나에게 사고 싶은 책이 없다는 건, '너 어디 아프니?' 소리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간들 보다보니, 오, 이 책. 아, 이 책. 보관함이 빵빵해진다. 


내가 주저없이 책주문을 하게 하는 책들은 <미스테리아> (10호가 나오는 1년 넘는 시간동안 한 권도 안 읽었지만)와 잭 리처다. 

추리 신간도 잘 사는 편인데, 요즘은 추리소설 신간도 안 보이고, 이 책 너무 좋다! 그러면 또 사는 편인데, 요즘 그런 강력추천도 없었다. 


사고 싶은, 읽고 싶은 책들을 신간들 중에서 주절주절 골라본다. 


 시노다 나오키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부록이 '고쿠요 캠퍼스 노트'? 길래 보니, 식사일기를 캠퍼스노트에 썼네 

음식 이야기, 음식 그림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누군가의 집념 넘치는 23년간의 기록을 읽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존경스럽다. 존경합니다. 뭔가 그렇게 꾸준히 하시는 분들. 


자신을 음식스토커라고 불러달라고 하는데, 음식덕후가 이렇게 이십여년만에 책까지 냈으니, 성공한 덕후시다. "식재료를 생산해주는 사람들과, 그것으로 요리를 해주는 사람들, 그 외에도 다양하게 얽힌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형태로 남기고 싶어 일기를 쓴다 " 는 마음과 의의 또한 훌륭하다. 


사진 없이 기억에만 의존해서 그림 그린다는 것도 멋짐포인트. 




이런 책들도 생각나구요. 


물건을 소비함에 있어서 아끼고 소중히 하는 것, 그리고 계속 예뻐해주는 것. 음식을 먹음에 있어서 호기심을 가지고, 즐기고, 감사하는 것. 비슷한 종류의 기분 좋은 집착이다.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 저자 구시다 마고이치는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의 작가로 문필가이자 철학자, 그 중에서도 산을 좋아해서 산의 철학자로 불린다고 한다. 산을 좋아하고 문방구를 사랑한다.





 우치다 타츠루 <곤란한 성숙> 


이 책은 어떤 책인가, 표지도, 제목도 궁금했는데, 요즘 많이 나오는 철지난 일본 베스트셀러 에세이인가? 근데, 철지났다고 하기엔, 우리나라가 일본에 문화적으로 20년은 뒤쳐져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걍 딱 적절하게 나온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국내 출간된 책들 많고, 낯익은 책들도 있는데, 한번도 안 읽어봤다. 









읽어봤는데 기억을 못하나;; 여튼, 철학,문학,사상,문화,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일본의 대표 사상가라고 하는데, 웨진에 연재한 인생상담 기록이라니, 처음 접하기 좋을 것 같다. 인생상담.. 원합니다. 책으로 하는 인생상담 좋습니다. 

열심히 읽고, 성숙한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커트 보니것 <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졸업식 연설문 모음집이다. 


커트 보니것이 졸업식 연사로 인기 많았다는 것도 의외이고 (왜 의외일까, 의외인게 의외이다) 

참 재미없는 책들 많은데, 이 책은 재미있을 것 같다.고 속아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어떨까. 졸업식 연설문들 책으로 나오고, 유튜브로 회자되고 이런것 보면 대단하다. 


 닐게이먼 연설이랑 또 무슨 제목에 물인가 물고기 들어간거 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연설했던 사람도 가물가물 .. 여튼, 내가 졸업식연설문을 책으로 만든걸 두 권이나 읽었구나! 새삼 놀랍고. 








 사노 요코 책들도 꾸준히 나온다. 


 사실 <추억이 뭐라고>와 <친구가 뭐라고>를 넣고 싶었는데, 알라딘에 검색 안 됨. 놀랍지 않음. 


원제와는 다른데, '사는게 뭐라고'의 빅 히트 이후, 죽는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뭐라고 시리즈로 밀고 있다. 뭐라고가 뭐라고 .. 


















새로 나온 카프카 전집 두 개 표지 연결하면 어떤 느낌인가 궁금했는데, 아무 느낌 아니구나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 <행복한 불항한 이에게>랑 <카프카의 편지>이다. <카프카의 일기>는 그야말로 SNS 아무말같다고 누가 그랬는데, 그랬겠지. 재밌겠다.  카프카 전집으로 모여 있는 책들 표지 보면 가관인데.. 이번에 나온 두 권 표지가 감각적이다. 서점 가서 구경해야지


















트위터에서 핫한 문학잡지들. 요즘은 '문학3' 사진이 엄청 올라오는데, 책표지 정말 궁금. 

그리고, 오늘, 내일 릿터4호 나온다고 한다. 밤아파트, 낮아파트 표지 멋짐! 사진은 서효인님 트위터펌 





 그러고보니 릿터 1호, 2호 사서 안 읽었어. 나 문학잡지 사고 못 읽는 병에 걸린걸까?? 4호 사고 싶네 











빌리든, 사든, 읽어볼 페미니즘 도서 몇 권.. 부지런히 나오소서  

















다가 후토시 <남자문제의 시대> 


이 책, 또 무슨 빻은 책인가 하고 보니, 저자가 일본 저자다. 책소개를 봐도 긴가민가 하다. 

역차별, 여성우위, 이런 말 나오면 스크롤 내려삐던지, 창 닫아 버려야 하는데 말이다. 


책소개로 여전히 미심쩍어 책소개와 저자와 역자소개까지 봤다. 

저자 다가 후토시 1996년 규슈대학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박사후기과정 단위취득 만기퇴학. 슈슈대학 교육학부 조교수, 구루메 대학 문학부 준교수를 거쳐 현재 간사이 대학 문학부 교수, 교육학박사, 전공은 교육사회학, 젠더론 


역자는 .. 책/사/소, 책과 사회의 소통을 생각하는 모임. 음..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된 페미니즘 관련 담론을 살핀 뒤 젠더교육과 남자문제로 관심 영역을 넓히는 와중에 이 책을 발견, 원서강독 과정을 거쳐 우리말로 옮기게 되었다.' 고 하는데, 음... 음...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섰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남성지배체제가 재편되어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총체적으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우위는 유지되면서, 그러한 남성지배체제의 혜택을 누리는 입장으로부터 배제되는 남성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라고 한다. 읽어보겠어. 



<동물을 사랑하면 철학자가 된다> 이원영  왜 검색 안 되나요? 알라딘, 이 바보멍충아, 위에도 몇 개. 한 개 아니고, 몇 개. 제목으로 검색 안 돼서 내가 한숨 백번 쉬고 있는데, 이건 제목으로도 저자 이름으로도 isbn으로도 안 되네? 주거라


오늘분의 참을성 소진되어 신간마실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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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1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2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에 선 페미니즘 - 여성 혐오를 멈추기 위한 8시간, 28800초의 기록
고등어 외 41인 지음, 한국여성민우회 엮음, 권김현영 / 궁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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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성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분노하고 슬퍼하고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유는 남자가 싫어서가 아닙니다. 남녀 싸움을 조장하기 위함도 아닙니다. 단지 문제가 있으니까 한번 해결을 해보자는 겁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있음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가 논의를 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겠습니까? 


변화는 잘못됐다는 알아차림 없이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변화는 기존의 것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피해자들, 약자들,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 기득권자들과 사회 시스템이 알아서 바꾼 경우는 단 한번도 없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신촌에서 있었던 필리버스터 소식을 보았던 것을 기억한다. '거리에 선 페미니즘'은 그 때의 이야기들을 '기록'해 둔 것이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계속해서 말해지고, 기록되어지고, 읽혀지고, 다시 말해지기를 바란다. 


광장에서 사람들 앞에 나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사람들 중에는 준비해 온 사람들도 있었고, 길 가다가 즉석에서 나가서 발언한 사람들도 있었고, 주최한 사람들 중에서도 있었고, 남자들도 있었다. 한 번 터진 이야기는 멈출 줄 모르고, 시간 관계상 추려야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야기들은 다 비슷하고, 다 다르다. 여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들인데, 남자들한테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2박3일도 너끈히 이어갈 수 있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와 여자만 그랬구나, 남자들은 겪지 않는 일이구나.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한 번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차별, 성추행/성희롱/성폭행 을 겪어서 힘들었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을 이야기하고, 나누고, 앞으로 더 이야기해서 더 나아지게 만들겠다. 는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인상 깊었던 남성 발언자의 말 중 : 

지금의 이 끔찍한 상황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부 남성의 책임이 아닙니다. 거꾸로, 모든 남성이 책임의 일부입니다.  

한숨 쉬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매일같이 일어나고, 내 주변은 정리했다. 미역은 무시하고 떼놓고 갈 것이다.  

집에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이상, 집에서 혼자 살아도 신경쓸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사회 속에서 여자의 성별로 살아가야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싶다만, 이렇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으로 정보를 얻고, '서로의 용기'가 되어 주는 것 등을 생각한다. 가장 유명한 슬로건 중 하나인 Personal is Political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일테니깐. 


오늘 본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지하철에서 험한 일 당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나라면 어떡할까' 생각한다. 얼마전에 옆자리 앉은 여자에게 포르노를 보여주며 농을 치는 변태할저씨 이야기가 돌았었다. 이런 경우에 동영상으로 찍고, 열차 가는 방향 다음역을 네이버에 찍으면 전화번호가 나오는데, 글로 전화해서 신고하고, 어느 칸인지 이야기해주면, 지하철방범대? 분들이 나오신다고 한다. 첫번째 본 글에서는 경찰에 신고했는데, 아무 도움 안 됐다고 한다. 전혀 놀랍지 않다. 

오늘 당한 사람이 보니 모정치인 영상과 포르노 영상들을 유튜브 리스트에 올려 놓고, 옆자리 여자 반응 봐가면서 포르노 보여주고, 중얼중얼 하는 것이, 얼마전 트위터에서 돌았던 바로 그 변태할저씨였다고. 다음역이 가까워서 신고는 못하고, 큰소리로 개망신만 주고 내렸다고 하는데, 후에 경찰에 신고해도, 이분이 하도 의연하게 대처해서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으니,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지하철에서 이 변태놈 만나면, 개망신도 주고, 신고도 해야지. 라고 시뮬레이션. 이런 것들. 이런 이야기들.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납치당할뻔한 이야기들, 성추행당하는 이야기들. 내가 당하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누가 당하는 거 보면 옆에 가서 도와줘야지. 하는 것들을 계속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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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
로랑 비네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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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리히가 히믈러와 함께 만들어 가는 팀워크에서 하이드리히는 SS의 두뇌 역할을 한다 (SS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HHhH'히믈러의 두뇌는 하이드리히라는 듯이다).


하이드리히가 그 잔인한 히틀러의 애정하는 부하였던건 맞는데, 제목의 HHhH의 H는 책소개에서처럼 히틀러가 아니라 히믈러이다. 히믈러의 두뇌는 하이드리히


요즘 미국발 뉴스를 보면서 얼마전에 읽은 이 책이 계속 생각났다. 지금까지 히틀러와 나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들은 가장 극적인 학살 부분에 대해서만 영화나 책으로 접했고, 2차대전은 교과서에서 본 지식이 다라는 걸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이 책을 읽고서야 정말 심각하게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를 고민해보게 되었다. 


트럼프가 이슬람 7개국을 그들이 미국 국적이건 아니건간에, 미국에서 어떻게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미국 비자를 가지고 있던 말던 상관없이 '출신 국가'를 이유로 급작스럽게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나치와 똑같다. 나치가 이렇게 시작했고, 처음부터 가스실에 유대인들을 밀어넣고 학살한 것이 아니었다. 독일인들도, 그리고, 주변국들도(당시 주변국들의 지도자들이 특히 더 한심하긴 했지만) 어, 어, 하는 사이에, 이런 엄청난 비극의 역사를 낳은 것이었다.  


이 책은 프랑스의 소설가가 히틀러의 오른손과 같았던 하이드리히의 암살사건을 소설로 쓰는 이야기이다. 250여개의 단문으로 이루어진 '소설 쓰는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인데, 독특한 형식과 역사적 사실, 중간중간 작가의 소회가 끼어들며 이미 결말을 아는 그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한 페이지도 안 되는 단문이 이렇게 길게 이어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이하다. 잔인한 이야기들이 건조하게 서술되어 그 임팩트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책 속의 저자는 책을 쓰며 작가가 겪는 드라마도 함께 쓰고 있어서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로 과거가 현재까지 기억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이드리히가 있고, 하이드리히 암살 임무를 담당한 체코의 낙하병 둘이 있다. 책 속의 저자는 그 둘이 영웅이라고 충분히 칭송하고, 나비효과처럼 그들의 암살 시도가 히틀러를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책은 하이드리히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따라가는 이야기라 어쨌든 하이드리히가 메인이다. 


독일인의 효율성이라는 것이 몇 번인가 나온다. 끔찍하다.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사피엔스의 미래' 에서 과학자파 스티븐 핑커와 매트 리들리, 그리고 인문사회학/저널리스트인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이 각각 인류의 미래는 긍정적일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했다. 참석자들은 '긍정적일 것이다' 라고 주장한 스티븐 핑커와 매트 리들리의 손을 들어줬다. 그들이 요즘의 뉴스를 봤다면, 트럼프를 일주일이라도 겪어 봤다면 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독일 제3제국의 정책, 특히 끔찍한 정책이 중심에는 언제나 하이드리히가 있다. 정말 놀라울 뿐이다. 1939년 9월 21일 하이드리히는 직접 서명한 『점령지의 유대인 문제』공문을 관련 부서들에 전달한다. 유대인들을 게토에 몰아넣기로 결정했으며 유대인 평의회 '유덴라트'를 창설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다. 제국보안부 직속 기관인 악명 높은 유덴라트는 아이히만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하이드리히는 이 아이디어가 오스트리아에서 사용된 것을 본 적이 있다. 피해자들이 살기 위해 나치에 협력하게 만드는 것이 아이디어의 핵심이다. 어제는 약탈, 내일은 파괴.

하이드리히가 자신이 만든 가장 악랄한 부대, 아인자치그루펜을 처음 사용한 곳이 폴란드다. 나치스 친위대 보안방첩부와 게슈타포 대원들로 이루어진 이들 SS 특별 부대는 독일 국방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인간 청소'임무를 담당한다. 팀마다 작은 소책자를 받는다. 얇디얇은 종이로 된 소책자에는 필요한 모든 정보가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다. 그 정보란 점령된 지역에서 제거해야 할 모든 사람의 목록이다. 즉, 공산주의자, 교사, 작가, 기자, 사제, 기업가, 금융가, 공무원, 상인, 부유한 농부... 조금 유명하다 싶은 사람은 다 있다. 수천 명의 이름이 적혀 있고 이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도 적혀 있다. 그리고 이들 불순분자들이 친척이나 친구의 집으로 피신할 경우에 대비해 이들의 주변 인물 목록도 적혀 있다. 이름마다 옆에 인상착의가 적혀 있고 사진이 붙어 있을 때도 있다. 하이드리히의 정보국은 이미 우수한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치밀한 준비는 조금 과한 면이 잇는 듯하다. 실제로 현장에 투입된 부대들은 무턱대고 아무나 쏘아 댔다. 폴란드 시골에서 제일 먼저 희생된 사람들 가운데에는 12~16세의 보이 스카우트들도 있다. 시장 광장에서 벽에 일렬로 선 채 총살을 당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마지막 예배를 한 사제들도 총살된다. 아인자츠그루펜이 상인, 지역 명사 들을 총살시키는 목표를 달성하자마자 바로 일어난 일이다. 아인자츠그루펜의 활동을 자세히 기록한다면 보고서는 수천 페이지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일 이후로 그들이 처리한 일은 '기타'라는 두 글자로 요약되게 된다. 심지어 무수한 '기타'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을 소비에트 연방에서까지.

1942년 5월, 아인자츠그루펜이 추진하는 학살 임무에 투입된 병사들은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다. 학살하는 대신 점차 이동식 가스실을 쓰기로 한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매우 간편하고 기발하다. 유대인들을 태운 트럭에 배기가스 호스를 연결해 일산화탄소로 질식시키는 방법이다. 장점은 두 가지다. 첫째, 학살에 참여하는 병사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지 않고도 유대인들을 한 번에 더 많이 죽일 수 있다. 두 번째, 학살 담당자들이 재미있게 생각하는 특이한 현상이 발견된다. 시신이 핑크색으로 변해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단점은 사람이 가스에 질식되어 죽는 과정에서 변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독가스 사살 후 매번 트럭 바닥에 널린 변을 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드리히는 이동식 가스실의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하이드리히는 이렇게 말한다. "좀 더 탄탄하고 완벽하며 효율적인 방법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갑자기 하이드리히는 경청하고 있는 장교들에게 불쑥 한마디를 덧붙인다. "유럽의 유대인들에게는 전부 사형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아인자츠그루펜이 이미 유대인 100만명 이상을 처형했으니 참석자 중 하이드리히의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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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 아이디어 55 - 일상이 심플해지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미쉘 지음, 김수정 옮김 / 즐거운상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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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미니멀라이프 책이었는데, 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 이상 얻고, 멋지고 동경하는(모든 미니멀라이프 수행자, 살림과 청소에 재주 있는 이들을 동경합니다) 사람들의 글과 사진들을 보니 보는 동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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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7-01-3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년 봄이 되면 미모사로 드라이플라워를 만듭니다. 드라이 플라워로 만들면 선명한 미모사의 노랑색이 약간 바래지는데 저는 이 느낌을 무척 좋아합니다.

꽃은 나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꽃을 중심으로 인테리어를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새 물건을 사고 싶다는 충동이 사라집니다. 생화를 즐긴 후 그대로 드라이플라워를 만들기도 합니다. 봄에는 미모사, 여름에는 수국, 가을과 겨울은 장미나 유칼립투스 등. 가지 끝을 끈으로 묶어서 거꾸로 매달아 둡니다.

하이드 2017-01-31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게도 집 안에 하나의 심플한 공간이 생기면 그 영향은 다른 방으로 조금씩 전염되어 갑니다. 거실에서 현관으로, 부엌으로 , 침실로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심플한 공간의 선순환은 언제나 하나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그것은 현관이어도 좋고 화장실이어도 좋습니다. 우선 한곳만 심플하게 만들기. 꼭 시도해보세요.

하이드 2017-01-3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소중하게 쓰고 싶은 시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생활을 심플하게 만들면 그만큼 여유가 생겨서 자신에게 소중한 시간과 충분히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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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를 선택했는지 궁금했어요. 서로 많이 알지도 못하는데요."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질문. 각자의 오랜 인생 파트너를 떠나 보내고, 함께 밤을 보내기로 한 남자와 여자. 

한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 


살면서 이런 사랑의 시작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더 놀라울 정도로 그들은 그렇게 그녀의 침대에서 '밤에' 사랑을 시작한다. 사랑이었을까, 호기심이었을까, 밑져야 본전이었을까.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그것은 사랑 비슷한 것이긴 했을 것이다. 아니, 사랑의 한 모습이었겠지. 백만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만가지의 사랑이 있을테니깐.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가 하는 사랑 또한 같은 사랑이 아닐테니. 


거절 당할까 두려워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한다. 작은 마을에서 사람들이 수근거릴 것이 두렵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더 이상 사람들 평판 따위 신경쓰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신경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신경쓰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쓰러운 부분. 내 보기에 남자의 시작은 가벼웠고, 여자의 끝은 용기 없음이었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는데, 그 강요받은 선택이 아들놈새끼한테 왔다는 것이 화나고 답답한 부분. 


"토요일 정오 직전, 그는 그녀의 집 앞에 왔다. 그녀는 등이 파인 노란 여름 원피스를, 그는 빨강과 초록이 섞인 웨스턴 풍의 반소매 셔츠를 입었다." 


이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그들은 남들의 평판에 신경쓰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오기 부리듯이 차려입고 가장 사람 많을 시간을 골라 마을의 카페 정중앙 자리에 앉는다. 예쁜 드레스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그 드레스들을 입은 모습을 마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숨어 다른 도시로 음악회를 보러 다녔던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등이 파인 노란 여름 원피스를 입고, 자신감도 함께 입어지기를 바라며, 자신이 선택한 이와 함께 마을로 나선다. 


둘 다 사별하고, 만나는데, 뭐가 문젠데..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답답했지만, 완벽한 사랑이 어디 있으랴. 아니, 흠 있는 사랑조차 완벽할지도 모르겠다. 


"아주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요. 좀 신기해요. 여기 깃든 우정이 좋아요. 함께 하는 시간이 좋고요. 밤의 어둠 속에서 이렇게 함께 있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잠이 깼을 때 당신이 내 옆에서 숨쉬는 소리를 듣는 것." 


애인과 함께 하는 밤은 나에게 '어둠'이다. 그 외의 나의 모든 밤은 형광등 불빛이다. 혹은 스텐드의 노란 불빛(이었는데, 전구 나가고 새로 못 사고 있어). 나는 24시간 불을 켜 놓고 사는 사람이다. 아주 가끔 불을 끈다. 그 때의 나는 무척 지친 상태이다. 하지만 애인과 함께 하는 밤은 나에게 편안하고 안심되는 '어둠'이다. 어느 날인가, 늦은 오후, 커튼까지 친 방안은 무척 깜깜했다. 집에 돌아가야 하는 나는 문득 무서워졌다. 애인이 이 큰 집에 혼자 깜깜한 방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이 들었고, '괜찮아?' 물었다. 내가 24시간 불을 켜 놓고 산다면, 이 사람은 전기가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이 불을 끄고 사는 사람인데, 당연히 '괜찮다' 고 한다. '그래, 그럼 됐어' 라고 말하지만, 애인과 함께 있을 때만 느끼는 편안한 어둠, 밤을 절절하게 깨닫는다. 형광등 불빛 아래 홀로 고양이 둘과 있는 나의 밤과 애인과 함께 하는 깜깜한 밤은 다른 밤 같다. 수면장애가 일상인 나의 영혼도 그 밤들만큼은 깊은 수면을 취한다. 

 

"아직도 이해를 못하네요. 나는 당신처럼 혼자 앉아 생각에 잠기고 문제를 정리하고 그러기가 싫어요. 당신이 와주기를. 나와 이야기 해주기를 원해요." 


이건 꼭 나같네. 

하지만 절대 원하지 않는 결말. 식어버린 사랑. 우정이나 의리나 동료애나 뭐라도, 좋은 그 무엇으로도 변하지 못하고 식어서 재가 되어 흩어지는 사랑. 원하지 않는다. 절대. 네버. 


차츰 루이스가 오지 않는 날이 생겼고 애디 또한 루이스와 함께 누워 있기보다는 혼자서 책을 보고 싶은 밤이 늘었다. 그녀는 옷을 벗고 그를 기다리기를 멈췄다. 그가 오는 날이면 아직도 손을 잡긴 했지만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습관과 쓸쓸함, 그리고 예감된 외로움과 낙심 때문이었다. 마치 다가올 무엇에 대비하여 이런 순간들을 비축해두려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깨어 말없이 함께 누워 잇을 뿐 이젠 사랑을 나누지도 않았다. 


"왜 나를 선택했는지 궁금했어요. 서로 많이 알지도 못하는데요."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친절한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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