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주시대
네이선 로웰 지음, 이수현 옮김 / 구픽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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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 로웰의 '대우주시대' 원제는 Quarter Share 이다. 반의 반 몫


6부작인데, 뒤로 갈수록 Half Share 반 몫, Full Share 한 몫, Double Share 두 몫, Captain's Share 선장 몫, Owner's Share 오너 몫 이렇게 되나보다. 


꽃을 시작하고 나서 꽤 자주 한 사람 몫 하고 살아야 하는데, 종종 말했었다. 요즘도 그렇게 생각하고, 어젯밤도 그 생각을 하며 잠을 못 이뤘다. 한 사람 몫하기 위해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SF라기 보다 뭐랄까, SF의 탈을 쓴 무역 경제 배우기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우주선 배경인 소설이다. 주인공은 이쉬마엘 왕, 엄마와 둘이 살다가 갑자기 엄마가 죽고, 회사행성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에 경력도 없고, 돈도 없는 상태에서 '반의반 몫'으로 로이스호에 요리보조로 타게 된다. 


가장 쪼랩으로 시작해서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고, 주변에 놀랍게도 좋은 사람들이 레벨별로 존재해서, 으쌰으쌰 한몫을 향해, 그 이상을 향해 가는 재미 있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뭔가 일반 소설을 읽는 것과 다르다 싶은데, 팟캐스트 소설이었다고 한다. 음, 그래, 그렇게 라디오드라마 같은 느낌이 있다. 

비유들이 정직하고 쏙쏙 들어오고, 주인공 이쉬마엘 왕 역시 꼬인 구석 없고, 똘똘하고 야무진 착한 녀석, 그리고, 동료인 핍은 무역상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개인적인 트라우마로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가 이쉬마엘을 만나 가장 중요한 동료가 된다. 


이쉬마엘이 커피를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책에서 손을 떼기 힘들다. 

다 읽고 나면, 아.. 부족해.. 얼른 다음 권 생각이 절로 든다. 


이쉬마엘이 반의반몫으로 시작해서 스펙을 쌓아 나가고(라고 쓰니 소설은 소설이지 싶지만) 한 단계, 한 단계 한 몫+@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곧, 지금.. 


이런 소설과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보다보면, 소설처럼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게다가 나는 '파워 오브 러브'로 정말 변하고 싶은데, 왜 변하지 못할까.. 사랑이 부족한 걸까.. 의지박약이 병인 걸까.. 싶었다. 드라마 작가인 친구는 '원래 사람이 그래. 변하고 그러는거 쉽지 않지. 정말 변하려고 마음 먹으면 마음만 괴로워지는거지' 라고.. 


그래, 그렇지요. 

그래서, 나는 이번 한 주라도 이쉬마엘 왕처럼. 


누가 이 책 추천하면서 요즘 같은 시기에 읽기 좋은 책이라고. 

그러게. 일 잘하는 사람, 오늘은 또 무슨 일 했나 뉴스 찾아보게 만들고, 실화냐 싶으니깐. 


좋은 일들을 만들어 가자. 반몫을 위하여! 

라고 쓰지만, 이건 나나 그렇겠지. 다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행복해지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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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신해경 외 옮김 / 아작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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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관련된 다양한 소설/비소설이 나오고, 기존에 읽었던 책들도 페미니즘 안경을 끼고 읽게 되면 더 재미있어진다. 그 동안 사두기만 하고, 읽지 않았던 SF 장르의 책들 중에 여자 작가가 쓴 여자 이야기들이 많은 것은 좀 신기하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을 읽고 봤어서, 남자가 여자로 바뀌기만 해도 신선하고 흥미진진하다는 걸 왜 모를까. (이건 요즘 한국 영화 이야기) 여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은 아직 사지 않았던 책인데, 애인이 도서관에서 빌려줬다. 단편집인데, 정말 너무 아름다운 책이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을 읽고, 정말 단편이고, 장편이고, 너무 훌륭하고 재미있어! 감탄했는데,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책에는 옥타비아 버틀러와 또 다른 감동과 여운이 있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이 더 이야기 공식에 충실한 재미가 있다면,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이야기들은 아름답다. 어슐러 르 귄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해피엔딩이라 할 만한 것은 한 편도 없다. 주인공이 죽거나 파괴되거나 멸망하거나 엄청 슬픈 사실을 알게 되거나 등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찝찝하거나 우울하지 않다. 아름답고,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그 세상이 이어질 것 같은 기분인데, 좀 더 나아질 여지가 있는 세상일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더 여운이 많이 남는 이야기들.


단편들이지만, 이야기의 어떤 부분을 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것 같다. 표제작인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은 얼핏 공익적인 소설같이 보이기까지 하지만, 모험심 가득한 소녀의 여행, 우정, 순수한 열정 같은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면, 전형적인 헐리우드 해피앤딩으로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서쪽으로 가는 배달 여행>도 다양한 감상을 끌어내는 소설일 것 같다. 이 단편집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영화적이고, 많은 영화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는데,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왠지 <로건>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에서는 <로그 원>! <서쪽으로 가는 배달 여행>에서는 현실과 현실을 외면하고 배달부가 된 온 세상 사람이 자매인 배달부가 나오는데, 나 역시 현실보다 배달 여행을 가는데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내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목차가 1. 사랑은 운명 2. 운명은 죽음 으로 나뉘어 있는데, 음.. 역시 의미심장하다. 

사랑은 운명, 운명은 죽음. 

나는 앞의 이야기들이 더 좋았다. 불멸의 사랑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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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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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읽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로제나>가 더 재미있고, 여운이 길긴 했다. 로재나가 로재나를 찾는 이야기였다면,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에서는 사라진 남자 한손을 찾는 이야기이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실종되는 것은 주로 '여자' 이지만, 그러고보니, 왜 항상 '여자'인지 생각해봐야겠다. 남자 탐정이 찾아야 하니깐? 무튼, 이번에 사라진 것은 남자, 기자이다. <로제나>에서 미국 경찰과의 공조가 눈에 띄였다면, 이번에는 전보나 전화로만이 아닌 직접 만난 헝가리 경찰과의 협력이 눈에 띈다. 스웨덴이 배경인 마르틴 베크의 모든 이야기가 이국적이지만, 스웨덴에서 읽을 때의 부다페스트가 배경인 이야기의 묘사는 이국적이고 특별했겠지 싶다. 


스웨덴의 사회문제를 깊이 보여주고 있다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인데, 몇십년전 이야기인데도, 너무 달라서 헛웃음이 나올때가 있는데, 시작이 마르틴 베크 휴가 전날이어서 그렇다. 일에 찌들어서 부인에게 맨날 원망 사는 경찰 직업이지만, 그래도 여름 휴가는 한 달이야. 섬에 있는 별장에서. 다음날 호출 받아 다시 경찰서로 오긴 하지만, '이 사건을 맏는 것은 자네의 선택이네' 는 정말 '선택' 같아 보였다. 그리고, 마르틴 베크는 '직업병'인지 뭔지, '사명감'인지 뭔지로 일을 맡아 하게 되고, 또 부인과 사이가 안 좋아지게 되는데.. 


이 시리즈를 부부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베크 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들도 일 때문에 부인, 가족과의 갈등을 겪는 장면들이 꾸준히 나온다. 그것 참.. 예전 같았으면, 남자가 일하는데! 싶었겠는데, 요즘은 일은 뭐고, 가족은 뭐란 말이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그냥 술술 읽히지 않는다. 가족을 팽개치고 정의구현하는 경찰들. 결혼은 왜 하나. 많이 없지만, 여자가 주인공 탐정인 경우를 떠올려보면, 비혼이거나, 이혼했거나, 싱글맘이거나,, 헐, 어째 정말 그렇네. 부부간의 갈등이 나오거나 이혼남으로 나오는건 대부분의 남자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사이 좋은 부부들도 많다. 뭐, 당장 베크 시리즈 작가들이 영향 받은 에드 맥베인의 카렐라 부부만 하더라도 사랑꾼들이지. 


발 맥더미드의 서문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내가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굳이굳이 베크의 부부관계에 관심을 쏟는게 그렇게 과한 일은 아닐꺼다. 작가가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 '서서히 결혼의 해체를 겪는' 을 넣었다고. 1편과 2편에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고. 근데, 예전 같으면 베크에 이입되었겠는데, 베크 입장에서의 지겨운 아내지만, 아내 입장도 왠지 알 것 같아서, 베크 이 나쁜놈. 하게 된다. 이혼해. 얼른 이혼하라고. 


"그는 늘 일에 쫓기는데다 소화불량이며,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결혼의 해체를 겪는 중년 남성일 뿐이다. 부부간에 파국적인 배신이 있었다거나 가치관이 정면충돌했기 때문은 아니다. 한때 서로 사랑했으나 이제 아이들과 집주소 외에는 공유하는 것이 없어져버린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쌓여갔기 때문이다."


라고 나오는데, 베크가 아무리 집에 안 들어가는 일벌레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의 설정이 필요했을까 싶긴 하다. 그만큼 더 복합적으로 느껴지니깐 나쁜건 아니지만. 지금의 나에게 '아이들과 집주소 외에는 공유하는 것이 없어져버린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쌓여갔' 다는 글은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 결혼으로 망한 연애 소설 같은 설정으로까지 느껴지니깐. 


책 내용 이야기는 없는 이상한 리뷰가 되어 버렸지만, 이 책을 읽고,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에는 3번째로 읽는) 아, 정말 이 시리즈 맘에 든다. 는 결론이다. 정말 손색 없는, 흠마저 매력을 더하는 경찰소설 시리즈다. 10권 쭉쭉 나와줬으면 좋겠다. 나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좋아해서 꽤 많이 읽었지만, 마르틴 베크. 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이 시리즈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3편부터는 새로운 팀원들도 나오고, 뒤로 갈수록 경찰일에 환멸을 느껴 떠나는 캐릭터도 나오는데, 기대되고, 이 시리즈는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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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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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소개 되었던 <웃는 경감> 이후 앞에 몇 권인가를 영문판으로 아마존으로 샀는데, 드디어 번역되어 나왔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좋아하게 된 것은 에드 맥베인 때문인데, 한참 경찰소설에 빠져 있던 때에, 에드 맥베인 87분서 시리즈를 스웨덴에 번역해 소개한 마이 셰발, 페르 발뢰 부부가 쓴 스웨덴 경찰 소설 시리즈라고 해서 관심 갔었다. 당시에도 재미있었지만, 오랜만에 (이 오랜만에가 막 십몇년만이라서 ..) 읽으니, 더 재미있다. 


마르틴 베크가 이렇게 미운 캐릭터였나 새삼 발견하게 되는데, 미워 싫어.가 아니라, 오, 내가 좋아하는 분의 이런 미운점이 있었군. 하는 느낌. 10권까지 한 해에 한 권꼴로 나오면서, 당대 스웨덴의 사회문제를 가장 인기 있고, 대중적인 범죄소설에 담은 기념비적인 시리즈이고, 1권에서는 '마르틴 베크'와 그 주변 인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 같은 전형적인 탐정,경찰이 아닌, 사람 같은 경찰이 나오는 첫번째 범죄 소설이었고,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그 후 많은 범죄소설 작가들에 영향을 미친다. 


운하에서 발견된 여자의 시체로 시작된 이야기는 반년여에 걸쳐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가 다시 미궁, 또 다른 실마리 다시 벽의 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사건 해결로 다가간다. 이 지루한듯한 사건 해결의 과정이 현실적이어서 재미 포인트다. 


앞에 얘기한 미운 캐릭터라는 건, 마르틴 베크에 의해 묘사되는 부인, 그리고, 제목의 로재나, 시체로 시작해서 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사진 등으로 점점 그 이름과 의미를 가지게 되는 희생자를 이야기할 때의 미움인데, 남자 캐릭터들은 살아 생생하지만, 여자 캐릭터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뭐,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좀 아쉬운 부분. 


예전에 읽을 때는 별로 못 느꼈는데, 수사 과정의 지리적인 모습이 현실적이다. 

에드 맥베인의 아이솔라도 87분서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하나라고 하는데, 로재나에 나오는 '장소' 와 '공간' 그리고, 이동 장면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실제로 걸리는 시간 등을 꼼꼼히 조사했다고 하는데, 굉장히 실감나고,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드는 디테일이다.

  

여튼간에, 내가 딱 기다리던 시리즈다. 이렇게 많은 분량의, 경찰 소설, 시리즈!, 스웨덴 배경, 사회파 미스터리.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읽고 또 읽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앞으로 아홉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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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7-05-02 0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다 보면 여름이 가겠죠~^^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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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울프가 잡지에 연재했던 런던산책 글 6개가 실려 있다. 런던의 곳곳에 새로운 시각을 입혀준다. 런던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어쩌면 이렇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산책을 좋아했다던 울프가 사랑하는 도시를 산책하며 쓴 책. 재능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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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7-04-2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네요.

하이드 2017-04-28 21:50   좋아요 0 | URL
네, 오랜만에 읽은 울프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