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휴가 때 뭐 읽을까? 가 추리소설 편이었다면, 오늘은 에세이다. 

왜냐하면.. 에세이분야 2만원 이상에 주는 예쁜 보노보노 유리컵을 아침부터 봤기 때문이지.


아씨, 에세이 살 거 없는데, 라고 내가 말했나요? 책 둘러본지 10초만에 우두두 보관함에 담는다. 


 


















일단 <페소아의 리스본> 이 책 나의 위시리스트 맨 위에 있다구

그리고 <불안의 글>은 나의 소장리스트 맨 위에 있지. (아직 비닐도 안 뜯었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샀다우)

이번에 책정리 하면서 상당히 마음을 비웠다. 좋아하는 책들이 너무 많았음을 깨닫고, 계속 읽고 싶은 책들만 남기는데, 현재로서는 계속 읽고 남기고 싶은 책이 다섯권도 안 된다. 그러니 난 오천구백구십오권만 정리하면 됨. (아님)


남기고 싶은 다섯 권 중에 한 권이 <불안의 글>이다. (나는 지금 이순간까지 '불안의 서'인 줄 알았는데? 어,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배수아 번역 '불안의 서'인데, 암튼 


페소아와 리스본이니 꼭 살거야. 예쁜 부록들이 있었는데 ㅜㅜ 책갈피, 원고지 메모지, 그건 예약판매용이었나봐. 없어. 



 그리고 이 책, 수영일기. 이것도 너무 가지고 싶은 책이다. 

 여름에 사기 딱 좋은 책이 아닌가. 

 그림체나 글이나 프랑스 작가의 그래픽 노블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작가의 책이었다. 


 위기상황을 대비해서 꼭 배워보고 싶은 운동이 바로 '수영' 인데, 

 예전에 수영 배울때마다 생리주간에 포기해서, 물에도 못 뜰 것 같.. 하지만 이제 나에겐 탐폰도  있고! 요즘은 여자들 생리주간에 빼 주는 수영장도 있다고 들었다. 

 집 앞 문화센터가 싸긴한데, 음.. 







미리보기나 책소개에 나온거 말고도 예쁘고 시원한 그림 많다. 아.. 좋아라. 파랑파랑 물색들. 


페소아의 리소본과 수영일기만 사도 보노보노 컵 받을 수 있지만, 좀 더 둘러보면..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힘빼기의 기술> <수영일기>와 이어지는 표지군 

장석주의 신간 <은유의 힘> 와 선생님, 책 정말 부지런히 내시는군요! 

박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내가 참.. 애인과 헤어졌던 한 달, 덕을 많이 봤습니다. 박 준의 시도, 이야기도 참 좋다. 

장 자끄 상뻬 <진정한 우정> 얼마만의 장 자끄 상뻬인가 싶지만.. 사실, 그간 내가 안 읽었던거지, 계속 나오고 있었던건 안다. 장 자끄 상뻬는 고등학교 때 읽고 안 읽었다. 사실, 지금 읽으면 더 잘 읽힐 것 같아. 주제도 좋다. '우정' '우정'과 '사랑'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우정' 

















거묘 이응이와 사는 싱고의 시웹툰, 시누이 

서밤님의 <어차피 내마음입니다> 

이다혜 기자의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따>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보장된 소소한 재미와 위로를 주는 저자의 책들이다. 


신간은 아니지만, 재미있었던 책들 몇 권 덧붙이면 



















와 - 읽을 책 많다. 이제 휴가만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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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독해력과 상식을 모두 의심케 하는 외교부 공지

다 죽었으면..

올 초 대만에서 택시 기사에게 성추행 당하고 타이페이 한국 대표부에 전화하니 자는 시간에 왜 전화 했냐고 그랬지?
그 택시 기사 대만에서 구형 15년에 징역 11년 받았다더라.

칠레 대사관에서 미성년 성추행한놈 국내 와서 지금 징역 4년 구형인데 4년도 줄어들겠지. 오백원 건다.

에티오피아 주재 외교관도 미성년 성폭행으로 파면 당했고

나라 대표해서 나가 있는 놈들이, 이런 놈들 내보낸 외교부 공지 답다. 이런 놈들 꼴랑 징역 4년 구형하고 오만 사정 다 봐주며 양형하는 나라 외교부 다운 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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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덥고, 덥고, 더운데, 얼마전 본 뉴스에 10월까지 폭염! 뭐 이랬지만, 사실, 8월 한 달 보내고 나면, 9월, 10월은 가을 코앞이라 더워도 견딜만 하지. 사실 10월까지 이렇게 '폭염 주의보' 맨날 오는 나날이면 진짜.. 진짜 (주먹 울음)


오늘은 8월 3일이고, 8월은 빡빡하게 살아보겠다고 결심한 나는 음.. 먹는 걸로는 작심 2일은 한 것 같은데, 어제 저녁에 쓰레기 버리러 나가면서 다리 후달거려서 빵 두 조각 크림치즈 발라서 먹지 말걸. 천하장사 소세지도 먹지 말걸, 이렇게 간식 먹을 줄 알았으면, 그 전에 양배추랑 슬라이스 치즈 먹지 말걸. 그랬다. 그래도 어제 하루 종일 잘 먹어서? 오늘 체중은 약간 줄었음. 나, 다이어트에 좋지 않은 간식도 다이어트로 포용하는 긍정주의자. 여튼, 애인한테 오늘 뭐 먹었고, 뭐 먹었고, 뭐 먹었고 하고 있으니, 말하는 나도, 듣는 애인도, 다이어트 하기 전보다 잘 먹는구나.. 


신간마실이지만, 읽은 재미있는 책들도 함께 권해드린다. 



 













그야말로 휴가에 적절한 시원한 책들이다. 

겨울, 아이슬란드, 겨울, 러시아, 그리고, 추리보다 호러에 가까운 아이슬란드의 시커먼 바다 배경 '부스러기들'


아날드루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두르 시리즈를 쭉 읽어온 사람이라면 더 의미 있을 <저체온증> 

사실, 이 책으로 에를렌두르를 제일 먼저 만나는 건 좀 아깝긴 하지만, 이 책만 먼저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몇 가지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사건 같지 않았던 자살 사건을 파헤치고, 동시에 시효를 앞 둔 실종 사건을 해결하며, 에를렌두르 경감의 과거까지 함께 뒤지게 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우울 쩌는 캐릭터였던 에를렌뒤르의 과거를 알게 되고, 악당의 악의보다 희생자의 가련함들이 더 마음에 와닿는 그런 이야기


<고리키파크>는 냉전시대 러시아 배경이다. 곤조 있는 수사관 아르카디 렌코 이야기. 냉전시대 러시아 배경은 <차일드 44>가 그랬듯이, 정말로 다른 세계같고, 소설 같은 면이 있다. 러시아 배경 소설들이 가지고 있는 매우 매우 춥고, 땅덩어리 큰 사회주의 국가 분위기가 물씬. 골드 대거 수상작이고, 영화화도 되었었네. 


여변호사 토라 시리즈인 역시 아이슬란드 배경의 <부스러기들> 3편이 나왔는데, 아마 가장 재미있고, 인기 있었던 <부스러기들>이 먼저 소개되고, 그 뒤에 토라 시리즈 1편, 그리고 얼마전에 3편이 나왔다. 어제 미스테리아 지난 호 뒤적이다 <부스러기들> 리뷰를 읽었는데, 가정 이야기, 사적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 별로였단 식이었지만, 나는 사건이야 어떻든간에 아이슬란드의 싱글맘, '변호사' 를 생업으로 분투하는 토라 이야기 많이 나오는 것이 좋았다. 에를렌뒤르의 우을함이 아이슬란드 배경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씩씩한 토라도 있잖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마지막 의식>부터 차례로 읽어도 좋고, 여름 휴가 때 정말 재미있는 책 한 권 들고 갈 사람이라면 번역된 순서대로 <부스러기들> 부터 읽어도 좋겠다. 


호화 요트가 빈 채로 아이슬란드 항구에 도착하고, 영화처럼 배에서의 일과 빈 요트를 조사하는 토라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 스릴 만점의 이야기. 


그나저나 미스테리아 리뷰 보고 이 책 궁금했다는 사람은 봤는데, 막상 미스테리아 리뷰 보니, 잡지에 나오는 리뷰들 대놓고 호평인데, 꽤 혹평이라 좀 놀랐다. 마지막이 작위적이고, 악당?이 너무 뻔했다고. 

그러고보면,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많이 읽지만, 사건과 플롯의 완벽함 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가장 흥미롭게 중점적으로 읽는 것 같다. 


 

  최근에 읽은 호러추리물? 스티븐 킹의 <엔드 오브 왓치>도 빌호지스 3부작의 마지막이었지만, 가장 재미있었고, 전작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설명되고 있어서 이것만 봐도 될 것 같고, 그래서 3부작 다 한꺼번에 읽으면 좀 질릴 것 같고 그렇다. 찌질한 자살 집착 악당과 은퇴한 경찰, 노년의 사립탐정이 이끄는 파인더스 키퍼스 팀의 마지막 활약. 


마이클 코넬리의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다섯 번째 증인>은 이 뒤로는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가 더 이상 아닌건가 싶은, 그래서 이게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로는 마지막인가 궁금하긴 한데, 이게 마지막이라도 정말 재미있었다. 법정 스릴러로 단숨에 읽게 되고, 미키 할러의 직업인으로서의 면모도 단연 돋보인다. 


요즘 소위 도메스틱 스릴러라고 하는, 여자 작가가 쓴 여자가 주인공이고, '가정내 이야기'가 배경인, '결혼 내 갈등'이 소재인 이야기들이 인기인데 (나를 찾아줘에서 걸 온 트레인 등등) 며칠전 기사에서 하도 여자들 쓴 책들이 인기니깐, 남자 작가들이 여자 필명 써서 스릴러물 쓴다고 해서 코웃음 쳤던 기억이 있다. 


도메스틱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해 훌륭한 작품들이 나온 것과는 별개로 난 아직 좀 미심쩍은데, 여자들이 쓴 여자가 주인 추리 소설에 결혼, 육아, 가정폭력, 불륜 등의 소재가 세밀하게 나온다면, 남자 작가들의 소설에서는 전성기를 지난 주인공들의 쇠락을 다루고 있는게 아닌가, <엔드 오브 왓치>와 <다섯 번째 증인>을 같이 두고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 


역시 어제 들쳐 본 미스테리아에서는 미스터리가 남자판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강세인 여자 작가들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오는데, 도메스틱 스릴러, 칙 누아르가 인기인 것이, 베이비붐 세대들이 '결혼'에 대해 가지는 환상을 깨게 되는 세대라서 그렇다는 분석을 봤다. 그런 세대에 살면서 이런 책들을 읽게 되는군. 재밌다.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 히라노 게이치로의 <마티네의 끝에서> 둘이 붙여 놓으니, 내가 좋아하는 우리나라 일러스트레이터들의 표지가 매우 아름답구나. 


그러고보니 둘 다 음악 이야기이다. <꿀벌과 천둥>은 피아노 콩쿠르 배경으로 천재들의 성장 이야기, 생업으로서의 음악가들 이야기. <마티네의 끝에서>는 음.. 역시 천재 기타리스트와 천재 영화감독의 딸이자 기자인 여자를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


둘 다 분량이 장난 아닌데, 정말 단숨에 읽게 되는 흡입력 있는 소설들이고, 읽고 나서 여운도 긴 이야기들이다. 


온다 리쿠의 책들은 꽤 많이 소개 되었는데, 엄청 재미있는 것과 그냥 그런 것, 별로인 것이 다 있고, 이 책은 엄청 재미있습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은 다 좋아하고, 신간 나올수록 계속 더 좋다. <마티네의 끝에서>가 아마 최신간이지? 


지금까지는 읽은 책들 중에서 재미있는 책들 추천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이다. (희망장은 읽었고) 


 














사실 이번 하루키는 읽기 좀 두렵다. <여자 없는 남자들>까지만 하더라도 꽤 열광했는데, 지금 다시 읽으면 온통 중년남자 시선의 그 책이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고, 1Q84 재미있었지만, 남고딩판타지 같은 장면들은 우웩이었는데, <기사단장 죽이기>의 평도 그닥인걸 보면, 반평생 좋아했던 작가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지. 싶은것. 하지만, 싫어할 때 싫어하게 되더라도, 확실하게 싫어하고 싶다. 맺음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있어서 (그리고, 사실 너무 궁금하고 읽고 싶어;;) 읽기는 할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의 미야베 미유키 시대물 신간 <신이 없는 달> 시대물은 장편을 꾸준히 더 좋아했지만, 요즘은 단편도 하나하나 잘 씹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희망장>은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가 본격 탐정물로 가게 되는 과도기의 소설 같은 것.(여전히 소소하긴 하다) 

















그리고 이런 책들.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책들은 다 읽어 버렸고, 재미있을까? 싶은 책들만 남아버렸어. 


아, 구픽의 소설들, 틀림없이 재미있을거고, 아직 안 읽었다. 















이 정도. 여름에는 추리소설이지요. 여름은 독서의 계절! 

뭐 더 없나? 아! 에드 맥베인 신간 나왔네요. 그리고, 피니스 아프리카에, 알라딘 이달의 출판사. 출판사 이름 보고 책 사도 손색이 없는 마니아가 만든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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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03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사단장 죽이기 받아놓고서는 보름 넘게 펴보지도 못하고 책등만 어루만지다 마는 날이 이어지고 있어요. 왜 읽고 싶은데 읽기 싫지? 하고 있었는데 하이드님이 답을 알려주셨어요.....

하이드 2017-08-03 11:53   좋아요 0 | URL
네 ㅜㅜ 읽기는 하겠지만, 분명 재미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실망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네요.

비연 2017-08-03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 맥베인 신간이 가뭄의 단비 같아요 ㅎㅎ

하이드 2017-08-03 11:53   좋아요 0 | URL
더 많은 추리소설 신간을 내달라! 내달라! 하는 심정이지요. ㅎㅎ

카스피 2017-08-04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고리키파크가 다시 나왔네요.전 예전 모음사인지 아무튼 80~90년에 나온 이 책을 헌책방에서 구매해서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하이드 2017-08-04 13:57   좋아요 0 | URL
80년대 나온 책인데 바로 번역됐었나보네요. 묵직하고 재밌습니다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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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등록을 시작하면, 단숨에 본선까지의 700여 페이지를 달리게 된다. 


피아노 콩쿠르장을 배경으로 천재 피아니스트들의 경연, 그 천재들 중에 초천재 꿀벌 왕자! 

온다 리쿠가 맘 먹고 쓰는 소년 소녀 캐릭터들이 엮이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재미 없을 수가 없다. 서점대상 1위와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평소에 클래식 매니아였던 사람들이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반인인 내가 읽기에는 정말 재미있었다. 

피아노 콩쿠르 배경이고, 피아노 작품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도 그렇다. 온다 리쿠가 작품 속에서 심사위원들, 경연자들, 주변 인물들을 통해 해석하는 작품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과장되어 보이는 면도 없지 않지만, 어떤 그림 효과도 없이, 글로만 그려내는 작품 해석들의 심상은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다르게 읽힐 것이다. 


자연 그 자체와도 같은 천재 가자마 진(dust)과 어릴 적 천재 신동 피아니스트였으나 어머니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공연 직전 무대에서 도망친 에이덴 아야, 전방위 천재 마사루(victory) 그리고, 그런 그들을 엄격히 가르치고 심사하는 심사위원들, 스승들, 그들 모두를 성장시키는 건 '자연'인 가자마 진이다. 모두가 사사받고 싶어 하고, 가장 존경하는 피아니스트 유지 폰 호프만이 사사했다고 하며 추천서를 써 준 그를 음악계의 '기프트'로 받아들일지, '재앙'으로 받아들일지, 모두가 시험에 든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여겨졌던건, '예술'과 '기술'과 '마케팅'의 '직업'인 콘서트 피아니스트들의 세계인데, 온다 리쿠는 책에서 끊임없이 다른 직업들과 비교하며 공용어로서의 세계 어디에서나 지구인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악만의 고유한 점과 음악이 다른 생업과 같은 점들. 


"그녀는 만날 때마다 문학계와 클래식 피아노의 세계는 비슷하다는 말을 한다. 

봐, 비슷하잖아, 콩쿠르와 신인상의 난립. 똑같은 사람이 인정 받기 위해서 온갖 콩쿠르와 신인상에 응모하는 것도 똑같아. 그걸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은 양쪽 다 극히 일부지. 자기 책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 자기 연주를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바글바글한데, 둘 다 사양산업이라 읽을 사람도 들을 사람도 한 줌밖에 안 돼." 


윽,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찌른다. 


" 하염없이 키를 두드려대는 것도 비슷하고, 언뜻 보면 우아해 보이는 점도 비슷해. 사람들은 이미 완성된 화려한 무대밖에 보지 않지만, 그걸 위해 평소 아찔하리만치 오랜 시간을 얌전히 틀어박혀 몇 시간씩 연습하거나 원고를 써야 해." 


콩쿠르도 신인상도 자꾸 늘어가는데, 지속하기 위해서, 그 바퀴를 계속 굴리지 않으면, 파이가 줄어버리니깐. 

하지만, 음악계는 투자비용이 다르지. 악기, 악보, 레슨비, 발표회 비용, 꽃다발값, 의상, 유학비용, 대관료, 인건비, 전단지, 광고비, 등등. 소설은 밑천이 들지 않지. 하지만, 소설이 음악에 당해낼 수 없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통하는 음악, 언어의 장벽이 없다. 


양봉가의 아들, 피아노도 없고, 정식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가자마 진이 '자연' 그 자체라서 인간계를 벗어난 것 같은 허술한 면이 있고, 에이덴 아야는 어릴적 도망쳤던 음악계로 다시 돌아와 끊임없이 고민하고 회의하는 것에 비해 운동선수 출신인 마사루, 이름마저 '승리victory'를 의미하는 장신에 운동선수 멘탈에 음악 천재에 전략가이자 스타성마저 지닌 바다와 같은 연주를 하는 마사루. 음악인이 아니라 인간으로도 어디 가도 빛날 완전체이다. 그런 그마저 자신과 각기 다른 스타일의 천재들을 만나 성장하게 된다. 


범인들에게 와닿는, 천재를 동경하고, 음악가의 세계로 다시 발들인 아카시도 있다. 음악가였다가 포기하고 악기점에서 일하다가 준비해서 콩쿠르 막차를 탄 그의 온화한 연주 역시 이 콩쿠르를 통해 성장하고, 길을 찾게 된다. 


가자마 진의 연주가 경연자들이나 일반 관중들에 비해 심사위원들에게 공포와 패닉을 선사한 것은 그들 마음의 연약한 부분, 과거의 꿈과 이상을 묻어둔 방을 건드리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을 조금씩 자기편으로 만들며 매 예선 아슬아슬 턱걸이로 통과한 것.  


"프로가 되면 그 작은 방은 상당히 미묘한 존재가 된다. 어렸을 때부터 품고 있었던 '정말로' 좋아하는 음악의 이미지. 음악에 대한 풋풋한 동경이, 어린아이의 얼굴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음악가가 되면 좋아하는 음악과 훌륭한 음악은 다르다는 업계 내의 상식이 몸에 밴다. 일로 하는 음악, 상품 가치가 있는 음악을 제공하는 데 익숙해질수록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공언하기 어려워진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연주, 스스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주가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한 것인지 뼈저리게 깨닫는다. 프로 경력이 길어질수록 허들은 계속 높아지고 이상은 멀어져 가슴속의 작은 방은 점점 더 신성한 장소가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작은 방을 열어보는 일도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평소에는 그 존재를 일부러 잊게 된다." 


이상에 도달할 수 없고, 그 이상은 높아져만 가고, 업계에 내려오는 '훌륭한' 음악이 정해져 있고, '일'이고 '상품가치'를 생각하는데 익숙해 지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도 쉽지 않고, 어느 정도의 타협이 필수불가결한 일이 되고, 결국은 기술은 늘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과 이상의 갭은 점점 커져가는 것일까. 순수예술이라는 것이 존재하나. 예술을 위한 예술. '돈'이 필요 없는 예술. 


엉뚱한 가자마 진은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아버지 친구인 꽃가게에서 먹고 잔다. 책 읽는 내내 꽃이라면, 꽃일이라면 상상하면서 읽었는데, 실제 꽃꽂이 선생님의 꽃꽂이 이야기가 나온다. 


"음, 꽃꽂이는 음악하고 비슷하네요." 

"그래?"

진이 가위를 다다미에 가만히 내려놓고 팔짱을 꼈다. 

"재현성이라는 점에서 꽃꽂이하고 똑같이 찰나에 지나지 않아요. 이 세상에 계속 붙잡아놓을 수는 없죠. 언제나 그 순간뿐, 금방 사라지고 말아요. 하지만 그 순간은 영원하고, 재현하고 있을 때는 영원한 순간을 살아갈 수 있죠." 


순간의 영원성이라.. 찰나의 예술, 어떻게 즐기냐에 따라 그 찰나가 좀 더 길어질수도, 짧아질 수도 있지만, 찰나라는 것은 같다. 재현하고 있을 때만이 영원한 순간이라기엔, 플로리스트는 재현하고 뒤로 빠지지. 그리고, 그 순간부터 꽃의 생명은 시작이고. 


이 뒤에 섬찟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도가시 아저씨가 꽂으면 가지도 꽃도 살아 있네요. 마치 자기가 살해당한 줄도 모르는 것 같아요." 


살해당했다니, 어이, 천재씨. 꽃꽂이는 꽃의 생명을 끊는 것이 아니라, 연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가장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여튼, 난 무슨 이야기를 읽던지간에 꽃으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무려 꽃선생님이 나와서 꽃이야기를 해주니 황홀했다. 꽃선생님이 감수했다면 '이건 아닌데' 싶은 것도 있지만, 뭐, 사소하다. 넘어가자. 


음악계의 많은 이들이 평생을 걸고, 인생의 시간을 쏟아 부어 소리를 만들어낸다. 


"음악가란 직업의 무게, 그것을 생업으로 삼는다는 의미. 

생업이라니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이 또 있을까? 실로 이것은 업, 살아 있는 업이다.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니다, 무엇이 남는 것도 아니다. 그런 대상에 인생을 걸다니 업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렇게나 다른 세상에 잠시 다녀왔다. 

'꿀벌과 천둥'의 세상. '봄과 수라'의 세상. 

 

원서와는 다른 국내 표지, 휘리님 특유의 수채 초록 벌판에 숨어 있는 작은 피아노 하나가 인상적이다. 

이 책과 무척 잘 어울리고, 이 책이 만들어내는 심상과도 잘 어울린다. 


음악은 항상 ‘현재‘여야만 한다. 박물관에 진열돼 있는 전시품이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예술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 아름다운 화석을 캐냈다고 거기에 만족해서는 그냥 표본에 그쳐 버리기 ㅐ문이지.

이 아이의 프로그램은 호프만 선생님이 골라준 게 아니다.
그렇게 직감했다. 아마도 이것은 이 아이가 직접 만든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에게는 타고난 편집 능력이 있다. 편집이라는 말에는 다양한 쓰임이 있는데, 최근 음악가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다. 셀프 프로듀스 능력이라고 해도 좋다.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지, 어떤 음악가로 보이길 원하는지. 그런 객관적 시점을 갖춘 음악가만이 남들과 구별되고 살아남을 수 있다. 리사이틀이든 뭐든 라이브 무대라는 것은 그때마다 한 장의 앨범을 구성하는 작업이다. 그게 남의 곡이든 각기 다른 시대의 곡이든 마찬가지다. 자기 내면으로 끌어들여서 곡을 통해서,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뭔가를 깨우치는 순간은 계단식이다.
비탈을 느긋하게 올라가듯 깨우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연습해도 제자리걸음,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다. 여기가 한계인가 절망하는 시간이 끝없이 계속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순간이 찾아 온다. 이유는 몰라도 느닷없이, 그때까지 연주하지 못했던 부분을 연주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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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7-08-03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온다 리쿠는 <밤의 피크닉>,<흙과 다의 환상>,<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환상> 이런 종류인데, 이 책은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한동안 정신없이 온다 월드에 빠져있다가 한참동안은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ㅎㅎ

하이드 2017-08-03 11:52   좋아요 1 | URL
그 안 쳐다보던 시기에 별로인 작품들 많이 나왔고, 이 작품으로 다시 온다 세계에 빠지실 수 있으실겁니다! 영민한 소녀 주인공!
 
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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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호지스 시리즈, 첫 작품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나왔을 때, 스티븐 킹이 쓴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추리소설 팬으로서는 완전히 빠져들만한 이야기는 아니였지만, 스티븐 킹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파인더스 키퍼스'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엔드 오브 왓치' 는 여전히 탐정이 주인공이지만, 이제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스티븐 킹 본연의 '호러'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염력이니, 마인드 콘트롤이니, 그리고, 종국에는 빙의?까지. 


미스터 메르세데스, 브래디는 법의 심판을 받는 대신 전신마비, 무뇌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지만, 그를 정신 잃게 한 뇌의 충격이 뇌의 다른 부분을 깨워 염력 등의 능력을 가지게 되고, 그가 평생 집착해 온 '자살' 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려고 한다. 


증거들이 넘쳐 나지만, 세상에 브래디를 설명할 수 없었던 파인더스 키퍼의 빌과 홀리는 브래디를 잡기 위해 또 한 번 목숨을 건다. 홀리와 빌, 제롬까지 뭉쳐서 세상 찌질한 범인 브래디를 상대하게 된다. 으으.. 


가장 마음을 끄는 이야기는 빌과 홀리의 관계이다. 빌은 늙고, 병들고, 아프다. 평범하지 않았던 홀리를 세상으로 끌어내줘서 홀리가 유일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빌, 빌의 고통과 홀리의 아픔이 이야기 내내 나온다. 


늙은 탐정의 임무 종료. 읽으면서 '로건'을 떠올렸다. 우리 시대가 특히 그런건가, 아니면, 이런 이야기들은 계속 많았으나,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건가. 전자인 것 같다. 전성기의 주인공이 늙고 힘 빠져 죽으며 퇴장하는 이야기를 쉽게 떠올릴 수 없다. 


주인공의 전성기부터 시리즈와 함께 했던 이들은 주인공들과 함께 나이 들고, 아직 그만큼 늙어 퇴장할 때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늙음을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과 비등했던 '악'의 존재는 주인공이 늙고 지친 후에는 '세상'으로 확장되는 것 같다. 


책에서는, 영화에서는 '미래'를 남긴다. '미래'를 위하며 힘껏 죽어간다. 그럼으로써 픽션이 픽션 같아진다. 소설 속의 주인공, 영웅 조차 현실에서처럼 늙고, 병들고, 죽어가지만, 유일하게 현실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


그런 빌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았던 홀리도 힘을 낸다. 파인더스 키퍼스가 더 나오게 된다면, 더 이상 빌 호지스 시리즈는 아니겠지만, 홀리와 겁나 멋지게 자란 제롬의 파트너쉽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다. 


찌질한 악당, 브래디의 가장 큰 무기는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불어 넣는 것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쭉. 

그것은 고전게임을 통한 것이지만,트위터, 페이스북, 웹사이트 등을 통해 번져 나간다. 

차별, 공부, 외모, 성정체성 등으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침범한다. 

이 주제에서는 인천 살인 사건이 떠올랐다. 현실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넷상에서 만들어낸 인격에 올인하여 현실감을 잃어버리고 온라인에 의존하는 사람들.  


요 며칠 뉴스를 보면, 세상이 정말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싶어 인터넷을 끊고, 책을 좀 더 읽어야 겠다 싶은참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가겠지.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도. 


추리소설 리뷰 쓰다가 넋두리가 되어 버렸는데, 추리이건 호러이건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이었다. 무력한 사람들. 때로는 지고, 때로는 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임무 종료를 맞이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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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7-08-01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의 힘을 믿게 하는 하이드님의 페이퍼예요.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는.
저도 3권을 사긴 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스티븐 킹 소설은 무섭고도, 은근히 슬퍼요ㅠㅠ;

하이드 2017-08-02 06:21   좋아요 1 | URL
이 책이 특히 슬펐습니다. 추리 아니라 호러 되어서 읭 싶었는데 등장인물들 맘이 너무 와닿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