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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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벌써 8회라고 하고, 나는 수상작품집들에서 손 놓은지 오래라 정말 오랜만에 읽는 수상작품집인데, 예상외로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읽으면서, 여자 작가들이 많네, 작품마다 평론이 실려 있는데, 평론가들도 여자들이 많네. 싶고, 페미니즘 소설집을 표방한 '현남 오빠에게'를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소설집을 페미니즘 소설집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여자가 하는 여자 이야기들이 많았다. 뒤에 나오는 심사평을 보면, 여자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었고,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심사 중에 레즈비언 소설은 레즈비언이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고, 소재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일곱 작품 중 최은영의 <그 여름>은 레즈비언 멜로드라마라는 평, 천희란의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에는 레즈비언인 작가와 그녀가 거둔 효주의 편지글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그 여름>은 기존에 동성애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소비되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연애에 집중했고,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는 결말을 짐작 가능한 편지글로만 이루어진 서술트릭의 미스터리 단편 같았다.(좋았다는 이야기)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은 친인척 성폭력, 강화길의 <호수- 다른 사람>은 데이트 폭력을 다루고 있다.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은 시작부터 고양이의 죽음, 어쩌구 나와서 대충대충 봤고, 대상 수상작인 임현의 <고두>는 정말 재수없는 주인공이 나온다. 김금희의 <문상>에서 유일하게 밑줄을 그었다. 


재미있게 읽은 건 최은영의 <그 여름>, 지금의 애인을 만나고 나서, 나는 모든 사랑 이야기를, 아니,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들까지도 내 사랑의 필터를 끼고 읽게 된다. 심사평에 '계급'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은 잘 모르겠네. 무슨 재벌가의 후계와 가난한 집 딸도 아니고. 어릴적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었던 수이와 수이를 만나고 사랑하며 여자를 좋아하게 된 이경. 둘의 성향이 달랐고, 그걸 이경이 서서히 깨닫게 되지만, 자신과 비슷한 은지때문에 수이를 버리지만, 은지와도 잘 되지 않는다. 

연애를 하며 두 사람이 한사람 반같이 되며, 서로의 같은 점과 다른 점들을 맞추고, 인정하고(체념하고), 존경하며 연애의 날들을 이어간다. 이 사랑은 첫사랑이다. 결말이 정해진 첫사랑. 수이가 이경을 먼저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이경이 다시 돌아가면 받아주기도 했을 것 같지만, 이어지는 작가의 말에 나오듯 수이는 어디에 있을까? 


" 이경은 서서히 깨닫게 됐다. 수이가 자신에 대해 별로 말하지 않았던 건 수이의 그런 성향 때문이라고. 수이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에 대해 이경만큼의 생각을 하지 않는지도 몰랐다. 수이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었고, 선택의 순간마다 하나의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는 것이 수이의 방식이었다. 수이는 자동차 정비 일을 하면서 그것이 자기 인생에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까 최선을 다해 수행할 뿐이었다. 반면 이경은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려고 했고, 어떤 선택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다." 



수이는 마지막 순간에야 많이 울고, 사랑했다 이야기한다. 그동안 수없이 행동으로 선택으로 보여줬지만, 그 말을 그 전에도 해주면 좋았잖아.. 생각하지만, 아니겠지.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수이는 수이의 언어로 충분히 사랑을 표현했고, 이경 역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면서, 사실은 늘 듣고 있는 수이의 마음을 의심했다.    


김금희의 <문상>도 인상 깊은 작품이다. 

송은 대구로 문상을 간다. 희극배우는 송을 놔주지 않고, 산책도 하고, 밥도 먹는데, 세상 우울한 희극배우라서 송도 독자도 기분이 찜찜하다. 


" 마주보면서 송은 희극배우의 나이가 몇이더라, 생각했다. 자기보다 많게는 열 살쯤 많을 것이다. 자기도 십 년이 지나면 저렇게 되어 있을까. 다시 생각했다. 저렇게 불안하고 우울하게 안정감 없게 외롭게 가진 것 없게 내쳐진 채 나쁘게, 살게 될까. 송은 희극배우가 확실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나쁘냐면 지운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옛일을 완전히 매듭짓고 끝내고 다음의 날들로 옮겨온 흔적이 없었다. 그의 날들은 그냥 과거와 과거가 이어져서 과거의 나쁨이 오늘의 나쁨으로 이어지고 그 나쁨이 계속되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어차피 나빠질 운명인 것이다.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택되는 것이다."  

 

일견 맞는 것 같지만, 되게 꼬인 말이다. 과거와 과거가 이어지지. 나쁨만 있었을까. 좋음도 있었을텐데. 그게 지금 그 사람인건데, 아버지 장례식중인 우울한 희극배우. 송의 옛연인 양과 조용히 우는 사이.였던 희극배우. 안쓰럽지만, 가까이하고 싶지 않네. 그런건가. 


가장 몰두해서 읽은 작품은 강화길의 <호수- 다른 사람> 이었다. 이십년 지기 친구가 호숫가에서 폭행을 당한채 발견된다. 의식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 "호수에 두고 왔어" 였고, 완벽해 보였던 남자친구가 찾아와 폭행당하기 전날 무슨 말을 했는지 집요하게 묻는다. 화자의 회상에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목격했던 이야기, 경험했던 이야기, 들었던 이야기들이 플래시백처럼 삽입되어 있는데, 데이트 폭력의 징후들, 데이트 폭력을 당했던 것, 모르는 남자가 쫓아와서 집을 확인했던 어떤 여자 이야기, 어릴적 봤던 동네의 매맞는 여자 이야기 등등.. 폭력의 야만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가. 그리고 여자를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경우는 얼마나 흔한가. 


이래저래 알찬 작품집이었다. 젊은 작가들을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이 읽히게 하기 위하여 행사 1년간 보급가이다. 아는 작가는 김금희 작가정도였다. 강화길, 최은영, 천희란, 최은미의 이름을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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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또 추위먹었나, 아침부터 으슬으슬 추워서 몸살 오나 싶어 몸 일으켜 방온도 확인하니 15도. 넵, 보일러 켜겠습니다. 

일단은 난로 앞에 앉아 몸 데우며, 아, 커피도 한 잔 뜨끈하게 타야겠다. 몸 안과 밖을 데우기. 


일단 몸을 예열시키고, 밥을 먹고, 일하러 나가겠다. 목표 집 나가는 시간, 9시40분 

10시부터 두시간 정도 일하고 들어와서 점심 먹고 알바 가면 된다. 


몸이 안팎으로 데워지기까지, 장바구니 책이나 끄적거려 볼란다. 

친구가 장바구니에 24권 있는데, 어떻게 5만원에 맞추지? 하길래 속으로 너무 자연스럽게 다섯번에 나눠 사. 그랬는데, 그거 아냐. 


난 얼마전에 백만원 넘게 있던거 싹 비워서 (보관함으로 옮기고 삭제함-> 보관함 정리해야 하는데.. 올해가기 전에 하면 좋겠는데..) 장바구니에 얼마 없지롱. 하고 보니, 325,000원이네. .. 응?


나도 5만원으로 줄여서 올해의 마지막 책구매! 할 것이다. 


어떤 책들 있는지 풀어본다.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 

 이름이 낯익다 생각했는데, 레베카 솔닛의 책에 나왔었다. 역자인 김명남님께서 올려줘서 기억났다. 이부분. 


 


「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에, 수전 팔루디는 <역공: 미국 여성에 대한 선전포고 없는 전쟁>


이라는 기념비적인 책을 펴냈다. 팔루디는 그 책에서 당시 여성들이 처했던 진퇴양난을 묘사했다. 여성들은 완전한 해방과 힘을 확보한 것에 대해 축하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수많은 기사와 보고서와 책을 통해서 자신들이 그렇게 해방됨으로써 오히려 비참해진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완전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있고, 기회를 잃고 있고, 외로워하고 있고, 좌절하고 있다고 했다. 팔루디는 이렇게 말했다. "좌절의 공고는 사방에 붙어 있다. 신문 가판대에, 텔레비전에, 영화에, 광고와 병원 진료실과 학술 저널에. 어떻게 미국 여성들은 그토록 축복받은 존재로 여겨지는 동시에 그토록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단 말인가?" 팔루디의 대답은 부분적으로 이랬다. 미국 여성들은 평등을 쟁취하는 데 있어서 사람들의 생각만큼 그렇게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많은 보고서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괴로운 처지인 것도 아니었다. 그런 기사들은 역공이었다. 꿋꿋이 전진하는 사람들을 뒤로 물리기 위한 시도였다.」


수잔 팔루디의 놀라운 데뷔작이고, 그해 전미도서비평가협회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 공격이다. (..) 그건 마치 큰 변화를 앞두고 위협을 느낄 때 반격의 선두 주자들이 변화의 공포를 이용하는 것 같다." "여성의 권리를 상대로 한 반격은 그것이 정치적인 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전혀 투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성공을 거둔다. 그것이 사적인 색채를 띨 때, 한 여성의 내부에 똬리를 틀고 안에서 그녀의 관점을 바꿔 버릴 때, 그래서 그녀가 억압은 모두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상상하게 될 때, 그리고 결국 그녀 역시 자발적으로 이 반격에 동참하게 될 때 반격은 가장 위력을 갖는다." 


정말 엄청엄청 읽고 싶은 책이다. 내 타임라인에서는 다들 이 책 나오고 '읽자! 읽자!' 고 하고 있으니, 손구락이 꼼지락꼼지락. 윤김지영님 강의에서 처음 '백래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시의 뭔가 쎄하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음을 깨달았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더 가열찬 백래시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애인에게 어제 이 책 이야기 하면서, 미국의 90년대 이야기인데, 지금 우리 상황에 정말 더 딱 맞는 상황같다고 말하자, 그러기엔 우리나라 여자들이 처한 처지가 그 정도까지도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얼마전 SBS 작가 하차의 예를 들기에, 그래서 더 지금 딱 맞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여튼, 이 책은 비싸니깐, 애인 보고 사라고 해야지. 


동생군 군대 갔을 때, 일본 추리소설 열심히 읽길래 너무 뿌듯했다. 한 권 사서 둘이 읽다니 개이득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란 인간이 책을 빌려주지를 못하는 인간, 주면 줬지. 내 주변에는 다들 자기 사기 바뿐 인간들이라 줄 일도 거의 없다. 근데, 애인이 인문사회학책들과 고전이 주분야이다보니, 한 권 사서 두 권 읽고, 서로의 책장에 서로의 책들이 꽂혀 있어 무척 뿌듯하고, 내 인생 두번째 개이득. 이라고 생각중. 후훗 - 


우리의 책장들을 결혼시키려면, 내 책들이 90프로는 떨궈져 나가야겠지만. 


여튼, 애인아, 이 책 사라. (라고 쓰고 장바구니에서 삭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정도는 살 것 같고, 한 권 더 사면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도 

<여자라는 문제>도 궁금했는데, 130페이지 조금 넘는 만화라서 빌려 읽을 것 같다. <온갖 무례와 오지랍을 뒤로하고..> 역시 빌려 읽을 것 같긴한데, 갑자기 더 궁금해진 건 얼마전 해장상담소의 '동거의 조건' 에 관한 편에서 이 책을 레퍼런스로 했는데, 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집이 새로 나왔고. 

저자의 말이 무척 아름답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법을 생각하며, 나는 잠깐이나마 일상을 잊게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꿈꾸곤 했다.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 없는' 소설이 아니라, '책장을 넘기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고 싶은' 소설을. 그리고 우리가 의도치않게 만나고 또 헤어지게 되는 이 '투명한 미궁'을 상상했다." 


'책장을 넘기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고 싶'다니, 너무 멋진 말이다.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은 소설이지만, 소설로 읽히지 않는다. 늘 그 메세지가 이야기보다 더 와닿고, 오래 남고, 그래서 읽고, 또 읽고 싶어진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저자인데, 강남순의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그 중에 이 두 권 먼저. 이 두 권 중에 <배움에 관하여>를 먼저 읽어볼 것이다. 올해 마지막 책에 이 한 권은 꼭 들어가 있을 것. 책소개도 밑줄긋기도 다 좋은데, 연보라빛 우주님의 리뷰에 인용한 글이 좋아 꼭 읽어보고 싶다. 


 「비판적 성찰은 무엇인가. 이 책의 서문에서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다. 우선 "무엇도 자명한 것은 없다"는 전제를 세워야 한다. 즉 "진정한 배움을 위해서는 우리가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물음표를 붙여야 한다."(6쪽) 


전제를 세운 후 세 가지 단계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묘사적 단계, 분석적 단계, 비판적 단계"다. 스스로 묘사하고 분석한 후에야 비판이 가능하다.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사유에 근거해 '판단'하며 그 판단이 개혁과 변화를 모색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배움이 가능하게 된다"(7쪽) 」


얼마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노후와 돌봄노동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작년부터 이 관련 책들을 죽죽 일었었다.

 

 

여기에 인간 실종에 대한 책까지 있었는데, 책 제목이 생각 안 나네. 소주 두어병 마시고 난 다음의 이야기라 뭐 제대로 된 이야기 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읽고 바로바로 정리 좀 해두었으면 더 남았을텐데 싶어 부지런히 정리하자고 다짐했다. 

역시 해장상담소 최근화에서 '돌봄노동'에 관해 다뤘는데, 고령화 문제에 관한 책들 찾아보면 일본에서 다 나와 있다고. 정말 그렇다. 일본에 비해 인프라가 훨씬 못 미치고, 더 급격하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나는 여자고, 비혼이고, 나이들고 있는데, 정말 생에 가장 큰 화두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웰빙과 웰다잉.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지금 더욱 더. 


그리고 이런 책들 


 










그리고, 뒤늦게 읽고 싶어진 책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진짜 끊임없이 말하고 다닌다. 왜 책을 못 읽을까. 

 얼마전 술자리에서 책 정말 많이 읽고, 부지런히 좋은 글 쓰는 친구에게 대단하다. 얘기하니, '시간이 많아서 하하하' 그런다. 이구동성으로 '아니야. 그거 아니에요. 시간하고 상관없어요' 다들 와글와글. 맞다. 시간하고도, 돈하고도 상관없다. 책 읽는거. 


아침에 삼십분, 자기 전 삼십분이라도 자리 딱 잡고 읽어볼까. 라는 생각만 며칠째 하고 있는 중. 

그리고, 읽은 책에 관해서는 뭐라도 정리하고, 적어두기. 


책 많이 읽는다고, 글 많이 쓴다고 응원해주고, 좋았다고 말해주고, 같이 이야기하고, 글 좀 많이 쓰라고 서로서로 이야기해주는 자리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소중한 자리였어. 라고 새삼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 책 좀 부지런히 읽겠다고? 


일단 도서관에서 빌린 책 세 권, 어제 일주일 더 연장했는데, 진짜 없는 시간 쪼개서 간 거였는데, 꼭 다 읽고 반납하자.

















미니트리 소소하게 디테일 업그레이드. 재료 발굴. 가격다운.

그린리스 아무래도 단가와 크기와 가격이 안 나왔는데, 작은거 여러개 만들 귀여운 믹스틀들을 구입. 

아침 먹고 나가서 만들고 사진 찍고 오겠다는 아침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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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2-14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책 주문하자마자 백래시 출간 소식 알아서 또 궁시렁 거렸어요. 주문하기 전에 나오지... 하고. 그런데 그렇게 주문하면 또 다른 책이 나오겠죠. 하하하하. 끊임없는 반복이다.
저는 올해 마지막 주문 어제 했습니다. (라고 쓰고 내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다짐)
하하핫

(백래시만 딱 한 권, 더 살까요? ㅜㅜ)

하이드 2017-12-14 13:00   좋아요 0 | URL
5만원 채워서 보온병!
백래시 너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쿠마 2017-12-14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라노 게이치로 팬인데, 저자의 말 발췌하신 부분에 감동하고, 그 글이 아름답다는 하이드님 말에 공감하고 갑니다.

하이드 2017-12-14 13:01   좋아요 0 | URL
히라노 게이치로 좋아요. 이야기는 점점 재미있어지고, 메세지도 늘 생각할거리 줍니다.

2017-12-19 1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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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9 1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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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1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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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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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4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중한 것은 모두 일상 속에 있다 - 일상을 정갈하게 마음을 고요하게
야마시타 히데코.오노코로 신페이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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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샤리의 제창자이자 클러터(clutter) 컨설턴트인 야마시타 히데코와 몸 심리학자, 몸의 생활습관이나 증상을 통해 심리상태를 분석해서 마음의 생활습관, 몸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카운슬러가 만나 일상에 관한 108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담식은 아니고, '01 정리를 포기하는 것은 인생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의 문장에 말을 얹어나가는 것. 


두 저자의 코드가 잘 맞았으리라 생각된다. 단샤리 열풍이 불고 관련 책들을 이것저것 뒤적여봤던 것 같은데, 의외로 불교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나쁘게 말하면, 하나마나한 이야기. 다 아는 이야기. 이지만, 독자 각각에게 절실한 부분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다가오는 부분, 유난히 읽기 싫은 부분을 기록해 두었다. 


" 절대로정리를 그만둬서는 안 됩니다정리란 물건이나 집을 치우는 일에 그치지 않고 인생 그 자체를 조정하는 것이니까요정리를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됩니다정리는 인생을 창조하기 위한 원천입니다정리를 포기하는 것은 인생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지요포기하지 않고 정리를 계속하다보면 우리 인생은 알아서 더 좋은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 야마시타 히데코


일상이 소중하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말그대로 '일상'이어서 놓치고 있다. 이 책에서 내게 가장 다가왔던, 절실했던 문장을 하나 꼽으라면, 


" 004 자신을 '바꾸는것이 아니라 일상을 '정돈해나가면되지요. " 

이다. 이건 몇년 전 유행했던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도 떠오르게 한다. 
일상을 정돈해나간다는건, 좋은 습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니깐. 

잘해봐야지. 나를 다그치는 건 쉽고, 정말 잘하게 되는건 어렵다. 
매 주 월요일, 매 달 1일, 매년 1월 마음을 다잡지만, 마음을 다잡는 것만 반복하기 십상이다. 
계획만 짜다가 시작함과 동시에 지치고 질려버리기도 한다. 
그냥 작은 것부터, 주변의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일상, 의미 없이 흘러가는 하루의 시간들에 의미를 찾아주고, 리듬을 만들어 주는 그런 일상을 만들어가야하지 않을까. 

이 정도의 긍정,낙천의 글들을 현실적,부정적인, 비관적인 사람이 읽으면 눈이 부셔 던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어쩌란 말인가 트위스트 추면서. 
  
어제는 어정쩡한 시간에 나가 ( 보통은 새벽 시간이나 오전 시간에 러시아워를 피해 가는데) 9호선 출근지옥철을 타게 되었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 내게 너무나 스트레스 받는 일. 회사 생활 십여년 하면서 가장 싫었던 건 '출근길'이었다. 출근 지옥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야근을 하고, 집에 오면 집안일을 하고, 어디에서 일상을 찾아야 할까. 
  
한 번에 다 하려면 어렵겠지. 
집에 있던 잡동사니 귀신은 연애 시작한지 2년여만에 그 실체를 드러냈고, 이제 좀 싸워볼만 하다. 

불안한 미래를 생각해봤자, 뭐가 달라질까. 하지만, 나의 2018년 키워드는 '저축'이지. 빚 갚기 위한, 빚 지지 않기 위한. 
이사도 가게 되겠지. 이사 다니면서도 함께 하던 잡동사니 귀신과는 이제 그만 이별이다. 

잡동사니 없는, 정돈된 '일상'을 찾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그래봤던 적이 한번도 없네. 
모든게 마음먹기 달렸다. 는 것을 주구장창 이야기하고 있는데, 
마음이.. 마음이 그렇게 쉽지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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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1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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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9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 차일드 신간이 나온걸 알고 오랜만에 신간마실 

사실은 '만화로 보는 성의 역사' 재미있어 보여 들어온거지만.. 여튼,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 내가 가장 꾸준히 좋아하는 시리즈이다. 

 우리 둘째냥 이름이 '리처'인 것도 여기서 가져옴. 


 나쁜놈들을 때려부시고 정의구현. 이라는 내용인데, 인간병기 같은 잭 리처의 능력치와 드라이함을  좋아한다. 경찰, FBI 등과 범죄자들은 대체로 멍청하게 나오지만, 여자 파트너들은 스마트하고, 독립적이고, 스토리는 재미있고, 시종일관 통쾌하다. 주인공이 너무 고생하는 것도 보기 힘들어 (해리 홀레처럼. 해리 좀 그만 괴롭혀!) 









 필립 로스의 에세이다. 아주 좋거나 아주 싫거나. 인데, 아주 좋았던 건 <에브리맨>이다. 아주 나빴던 건 그 외 모두.인데, 기분 나빠서 완결내지를 못해서 정말 나쁜지는 확인 못했다. 


뇌졸증 걸린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을 지켜보는 과정을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인데, <에브리맨> 생각도 나고, 작가의 에세이는 처음이라 궁금하다. 













 마음산책에서 나온 <노라노, 우리 패션사의 시작> 


노라노라는 인물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이번에 인터뷰 기사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문득 지난해 김형석 교수를 만났을 때, 98세 철학의 대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인격의 핵심은 성실성'이라고. 그리고 두 어른이 함께 만난 자리에서 노라노와 김형석은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직업은 소중하되 사람을 구속하니, 스스로 인간으로 살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헤어질 때 왠지 아쉬워 오래 그녀를 안아보았다. 나보다 더 곧고 단단한 몸이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하루 7시간 노동하는 90세 백수건달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스스로 잘났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도 인간적으로는 꽤 쓸만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기사는 여기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2018 라이프 트렌드, classy fake , 아주 멋진 가짜 


 매해 연말이면 나오는 트렌드/미래예측 책중 하나인데, 이 시리즈를 제일 좋아한다. 

 목차만 읽어도 재미있음. 


플랜테리어, 집에서 만나는 가짜 숲, 베트멍의 오피셜 페이크, 이케아 장바구니가 명품 백으로 둔갑했다고? 인스타그램 디자이너가 보그의 주목을 받은 이유, 가상공간에서의 삶이 곧 일상이 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소유가 아닌 경험에 투자하는 첫 세대, 렌탈 소비를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욜로 하다가 골로 간다고?, 어른이 있지만 어른이 없는 사회, 2018년, 시티즌 오블리주가 더욱 중요해진 까닭, 누가 대학기숙사와 소방서 건립을 반대하는가? 휴휴당과 5도2촌, 월든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을의 반격, 값싼 먹거리의 역습, 중년은 없다, 4050의 반격, 여성이라서 덜 받고 더 써야 한다고? 지방의 반격, 로컬 지향성과 도시를 떠나는 청년들 ...






 

 소중한 것은 모두 일상 속에 있다. 


 단샤리 이념 고안하고, '정리 열풍' 일으킨 야마시타 히데코와 심리상담 카운슬러 오노코로 신페이가 함께 쓴 책인데, 역시 목차만 봐도 마음에 팍팍 와닿는다. 


 정리를 포기하는 건 인생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정돈해나가면' 되지요. 

 '집의 때'가 바로 '마음의 때'입니다. 

 정리는 액막이, 청소는 정화입니다. 

 생활의 재고는 곧 인생의 채무입니다. 



....아.. 당장 사야할 것 같다. 





  캐럴라인 냅 글 정말 좋다. 

 '드링킹'이 새로 나왔다. 표지 맘에 안들어. 몹시 맘에 안 들어. 


  요즘 매일 술을 마신다. 칠팔천원 와인을 사서 3일에 나누어 마신다. 엊그제는 청포도에 이슬도 한 병 마셨다. 매일 술을 마시면서 보니, 이 정도 양은 나에게 심한 숙취를 가져다 줄 정도는 아니지만, 술 마시면서 수면시간 줄어들고, 왜냐하면, 술 마셔도 비슷한 시간에 깨기 때문에. 속이 부대끼거나 머리가 가끔 지끈.한데, 이건 야식 먹는거보다 덜 부대낀다. 

좀 공격적이 된다. 마음이 좁아진다고 할까. 여유가 없어져 미운말을(자학적이거나, 냉소적) 많이 하게 된다. 체중이 는다. 이건 좀 싫은데, 그렇다면, 술안주는 풀때기만 먹겠어. 라고 결심했으나, 술 마시다 보면, 2차 안주, 3차 안주 따라 나옴. 힝입니다요. 뭐, 일단은 이 정도. 

여튼 매일술.인간으로 지내다보니, 마침, 새로 나온 캐럴라인 냅의 드링킹이 읽고 싶어졌구요. 

체중은 줄여야 하는데, 매일 술 마시며 어떻게 체중을 줄일 것인가.를 고민중. 왜 매일 술 마시냐고, 묻는다면, 매일 술 마시면 어떻게 되나 보려고. 아, 또 생각났다. 술 별로 마시고 싶지 않지만, 야식 습관처럼, 습관이고, 버릇인데, 술 마시고, 핑계 찾는거. 어제는 강민호가 삼성 간거 보고, 진짜, 오늘 술은 민호 생각하며 마시는 술이다. 흑흑. 햇는데, 사실 술 마시다 알았는데, 강민호 소식때문에 술 마시는 걸로 자기합리화함. 




  민음사에서 나온 인생일력, 좋은 문구들 써 있다고 하지만, 그게 뭐, 했는데, 그 옛날에 일력 종이다. 우와. 하지만, 나에겐 캣갤러리가 있습니다. 












 만화로 보는 ㅇㅇ의 역사 시리즈 한 번도 안 봤는데, 오늘 누가 이 책 이야기해 놓은거 보니 (이다혜 기자님), 오잉, 완전 재미있겠다 싶다.


성적 수치심은 어디서 오는 걸까? 

매춘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일까? 

고대 사람들은 동성애를 허용했을까? 

자위는 어째서 금기시된 걸까? 


이런 목차보다, 오늘 내가 본, 막 체위와 체위의 금기 나오는거 재미있어 보였어. 

그림체와 핑크표지도 맘에 든다. 


저자가 프랑스 사람인 것도 좋다. 인류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것도. 파리 제5대학에서 성과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를 문학시리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데, 찬찬히 읽지는 못하고 있다. 피츠제럴드라고 하니깐, 또 궁금해서 보관함. 가장 맘에 드는건, 분량이지요. 











오늘은 함박눈이 천천히 내렸고, 애인이 펑펑 눈 내리는 동영상 보내줘서 아침부터 센치해졌다. 잠깐. 그리고, 빨래 널러 나갔다가 후퇴하고, 집 안에 널어 놓았더니, 건조한데, 잘 마르고, 습도 올라가고 좋으네. 


고양이들이 너무 편하게 퍼져서 자고 있고, 점심으로는 어제, 유통기한 임박코너에서 30프로 세일해서 산 풀무원 낫토 '실의 힘' 으로 점심 먹고, 일하러 나가야 한다. 


나의 생활의 리듬, 점심시간 애인 산책하는 동안의 전화통화, 방금의 통화에서 애인은 '이렇게 살아도 될까?' 물었다. 누구? 나? 물었더니, '나, 너, 우리' 말한다. 


생각이 어수선한 연말. 너무 들뜨지도 않고, 너무 좌절하지도 말고, 가만가만 건너자. 올해에서 내년으로. 

내년에는 애인도 나도 큰 일을 앞두고 있다. 생활의 변화. 좋은쪽으로 변할 수 있도록, 준비 열심히 해야지. 


그리고, 책.. 책을 더 부지런히 읽을 것이다. 




바느질도 열심히 할 것이다. 저 실, 1500원밖에 안 한다. 

저 옷, 애인님이 보내줬다. 물론 내 옷은 아니다. 고양이 옷.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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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7-11-24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트스쿨은 사놓았고, 필립로스는 동감이고, 드링킹을 읽어봐야겠어요.

하이드 2017-11-24 09:40   좋아요 0 | URL
캐롤라인 넵 책 3권 정도 나온걸로 아는데, 주제들이 알콜중독, 반려견, 우정(소울메이트), 다이어트, 우울증 이에요. 뭔가 이런 책들이 더 잘 읽히는 시기가 있을 것 같아요.
 
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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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은 토요일 아침, 엊저녁 읽었던 뉴스가 왠지 내내 겹쳐져서 마음을 긁는다. 

얼핏 읽은 뉴스는 가정폭력을 당하던 여자가 홧김에 집에 있던 수석으로 남편을 죽인 것에 4년의 징역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37년간 얻어 맞고, 정육점을 하던 남편이 죽게 패기만 한게 아니라 칼로 여자를 죽은 고기 칼질하듯 여자에게도 칼질하여 몸에 칼자국들이 있었다고 한다. 동창회를 하고 술을 마시고 온 여자를 또 쥐잡듯이 패서 여자가 집에 있던 수석으로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고. 


이 책은 흔해 빠진 여자 패는 남자 나온 이야기도 아닌데, 여자의 이야기는 뉴스에서 본 여자의 인생을 생각해보게 한다. 

제목은 딸에 대하여지만, 뒤에 해설에 나온것처럼 엄마에 대한 책이다. 30대 중반의 딸에 대해 이야기하는 60대 엄마는 80대 치매 노인을 돌보고 있다.


얼마 전 제주에서 깜짝 방문한 엄마를 생각한다. 60대의 나이에 몸 상해가며 돈을 벌고 있다. 가진 재주가 있어서 내 알바 시급의 다섯배쯤 받는 것 같다. 집에 있는 것보다 일하는 것을 좋아하니 다행이지만, 그렇게까지 힘들게 일하는 건 역시 돈 때문이겠지. 


이 책에서 요양보호사인 '나'는 집이 한 채 있어서 두 집에 세를 주고, 그 돈을 받아 병원비와 생활비를 한다고 한다. 빚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도 있고, 월세도 받고, 월급도 받는데, 그렇게까지 힘든건가 싶긴 하다. 


딸은 동성애자이고, 애인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7년간 사귄 연인이다. 돈이 더 있었음 싶은데, 인정할 수 없는, 꼴도 보기 싫은 딸의 연인이 주는 월세 넉달치를 받고야 만다. 그리고, 그녀가 딸을 이년간 먹여살렸음을 알게 되고, 내쫓지도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하며 괴로워한다. 


주말에 애인과 '우리의 20세기'라는 영화를 봤다. 아네트 베닝은 굉장히 쿨하고 멋진 엄마였지만, 자신의 집에 세들어 사는 래디컬 패미니스트인 애비가 자신의 아들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에 제동을 건다. 아들에게 '너가 아직 소화하기 힘들겠지만..' 이라고 말하는데, 아들은 '여기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엄마 혼자에요' 라고 말하고 뛰쳐나간다. 


'이해'보다 필요한 것은 '공감'이나 '너나 잘하세요' 혹은 '내버려두기'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기에 이해하려고 하지만, 이해할 수 있을까? '


요즘 나의 가장 큰 화두는 '노년'이다.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60대의 엄마는 강력한 젊음이라는 망토를 두른 딸에게 자신이 겪고 있는 60대와 자신이 돌보고 있는 비참한 80대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알려주고 싶어 한다. 


" 언젠가부터 나는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천천히 시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뭐든 무리하게 바꾸려면 너무나 큰 수고로움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 걸 각오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거의 없다. 좋든 나쁘든 모든 게 내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내가 선택했으므로 내 것이 된 것들. 그것들이 지금의 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과거나 미래 같은, 지금 있지도 않은 것들에 고개를 빼고 두리번거리는 동안 허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그런 후회는 언제나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들의 몫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무엇이든 경험하지 않고 말로만 듣고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 특히 힘이 세고 단단한 젊음으로 무장한 지금의 딸애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60대가 되어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면, 분명 나는 아직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 세고 단단한 젊음을 두르고 있는 것이겠지. 예전에 제주집에서 아빠가 말했다. "지금보다 10년만 젊었으면 진짜 더 많은 일을 해볼 수 있었을텐데" 책 좀 읽는 뭣도 모르는 딸은 "아빠가 10년 있다가 지금 돌이켜보면, 지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라고 대꾸했다. 그 근처에 읽었던 자기계발서 같은데 나왔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아빠는 그렇지.. 라고 대답하긴 했는데, 사실, 아빠는 그 나이에도 내가 시도도 못한 많은 새로운 일들을 해냈다. 허접한 딸과는 다르지. 

포기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 행복하게, 열심히,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가려고 애쓰며. 

이 책에서는 노년의 현실과 우울함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지만, 변할 수 있음을, 강력한 젊음으로 무장한 이들처럼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뇌당하다시피 들어 온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 '아이는 낳아야지' '좋은게 좋은거지'  등등으로 시작하는 많은 하나마나한 말로 주변에서쌓아 온 자신의 인생의 벽을 깨고 불편하지만 선명한 세계로 나온다.    
  

" 권 과장의 얼굴에 피곤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이 한사람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걸 나도 안다. 오늘날 일이란 행위는 모두 훼손되고 더럽혀졌다. 그것은 오래전에 우리 세대에게 자긍심과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던 역할을 잃은 지 오래다. 사람들은 이제 일의 주인이 아니고 그것에 종노릇을 하며 소외당하고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한다. 그리고 끝내는 일 밖으로 밀려나고 쫓겨나고 실패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

  


딸에 대하여, 엄마에 대하여, 노년에 대하여, 일에 대하여 

아버지도, 남편도, 남자친구도 빠져 있는 정말 희귀한 보통의 지금의 여자 이야기. 


이런 순간 더 이상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과 말을 섞고 나누고 어쩔 수 없이 동의하면서 나도 젊은 애들이 말하는 앞뒤가 꽉 막히고 편견으로 가득 찬, 세금만 축내는 부류의 노인이 되는 걸까. 젊은 새댁은 예예, 하지만 별 감흥이 없는 눈치다. 아직은 일이 몸에 익지 않은 탓이겠지. 죽은 성 씨가 담당하던 환자들을 맡았으니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서너 번 몸살을 앓고 난 뒤에는 서서히 적응이 될 테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전에 이곳을 떠난다. 끝까지 남는 건 여기가 아니면 안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끝이 없는 노동, 아무도 날 이런 고된 노동에서 구해 줄 수 없구나 하는 깨달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러니까 내가 염려하는 건 언제나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는 동안에 끝나지 않은 이런 막막함을 견뎌 내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어쩌면 이건 늙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시대의 문제일지도 모르지. 이 시대. 지금의 세대.

탄력을 잃고 흐물흐물해진 살들이 앙상한 뼈에 겨우 매달려 있다. 덜렁거리는 살들을 치대며 비누칠을 한다. 젠의 다리가 덜덜 떨린다. 거품이 묻은 손으로 사타구니를 꼼꼼히 매만지고 시커먼 욕창 주변에 일어난 죽은 살들을 떼어 낸다. 어쩌자고 이 여자는 이렇게 오래 살아 있는 걸까. 이런 순간 삶이라는 게 얼마나 혹독한지 비로소 알 것 같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또 하나의 산이 나타나고 또 다음 산이 타나나고, 어떤 기대감에 산을 넘고 마침내는 체념하면서 산을 넘고 그럼에도 삶은 결코 너그러워지는 법이 없다. 관용이나 아량을 기대할 수 없는 상대. 그러니까 결국은 지게 될 싸움. 져야만 끝이 나는 싸움.

한숨 자고 나면 아주 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일이 다 거짓말처럼 되어 버리면 좋겠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순조롭고 수월한 일상. 그러나 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견뎌 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으면 고집스럽고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 늙은 노인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다시 눈을 감아 본다. 어쨌든 지금은 좀 자야 하니까. 자고 나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삶을 또 얼마간 받아들일 기운이 나겠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건 아득한 내일이 아니다. 마주 서 있는 지금이다. 나는 오늘 주어진 일들을 생각하고 오직 그 모든 일들을 무사히 마무리하겠다는 생각만 한다. 그런 식으로 길고 긴 내일들을 지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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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7-10-2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리뷰가 겁나 멋져요

하이드 2017-10-24 12: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주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