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알라딘 서재 들어왔다가 노을님이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한거 보고 

나도 계속 읽고 싶었는데, 이거 독서모임 만들면 같이 읽을 사람 있을까? 만들자. 한 명이라도 있으면 같이 읽어야지. 하고, 

번갯불에 콩 볶아서 시작한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독서 모임




이전에 책친구랑 읽자고 하고 나는 두 권 읽고 나가떨어졌는데... 다 읽으셨으려나. 불어 원서도 본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읽으셨나요? 


이번에는 오픈카톡방 인증 모임으로 해보려고 한다. 아침에 후다닥 만들어서 엊저녁에 신청하신 분들 링크 돌림. 



너무 책 광고 같아서 내가 탐라 내리다 놀라서 내 책 사진들도 타래로 올렸다. 광고 아님, 바이럴 아님, 

아니, 님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누가 광고해.. 


작년 12월에 후루룩뚝딱 해리포터 북클럽 만든거, 재미있게 잘 하고 있고, 

이번에 만든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방법은 같아도 성격이 꽤 다른데, 


알티, 조회수, 북마크, 마음이 저거밖에 안되는데, (해리 포터는 저 10배 이상이고, 25명 모였다.) 

프루스트 북클럽은 저 조회수로 6명 모였다는 점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왠지 다들 열심히 읽을 것 같고. 

다들 책 모셔두다 저요 하고 손들어서 모인 것 같다. 


책 모셔두고 있는 분들 같이 해요. 

근데, 내가 서재에서 이렇게 모임 구해서 신청하신 분이 ... 

그래도, 내가 이런거 한다고 계속 올려는 볼게요. 


보인다. 2025년 12월, 

아, 힘들었지만, 뿌듯하네요. 책생 버킷리스트 하나 완료했습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 

올해는 해리포터도 전 권 원서 읽기 하고, 프루스트도 13권 다 읽고, 훌륭한 '독서의 해'였네요. 


라고 쓰고 있는 내가 보인다. 


열 세 권, 5,716 페이지. 한 주에 150페이지씩 읽어보려고. 

한 달 한 권 이상 있는 페이스로. 


독서모임은 서로에게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해리포터 원서 읽기나 프루스트 읽기는 거의 울트라마라톤급이라서 으쌰으쌰하면서 읽으면, 아, 이 세상에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은 사람이 한 명, 두 명, 세 명.. 더 늘어났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은하수 2025-03-02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 저 지금 봤어요~~~
<잃시찾>이라고 다들 그러시던데...
저도 읽다 중단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 책 정말 13권까지 읽어내신 분들 정말정말 존경스럽더라구요
한편으론 넘 부러운 .... 그런 두 마음이 공존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한 달에 한 권 이상 읽어야하니 상당히 부담스럽긴 합니다^^
전 4권 읽다 작년부터 중단 상태라 3권부터 다시 읽어야하나 싶기도 하네요 ㅠㅠ
그래도 꾸준히 목표를 가지고 읽으시는 분들이 계시니 저도 혼자서 계속 읽어봐야겠습니다.
자극을 주시니 또 이렇게 기회가 생기눈군요.

하이드 2025-03-02 13:13   좋아요 1 | URL
은하수님 같이 읽어요~ 사람들 같이 모여 프루스트 이야기랑 잃시찾 이야기만 하는 카톡방이에요
저는 1권부터 다시 읽으려고요. 아니 좀 아까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졸리네요 ㅎㅎ

우끼 2025-03-0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읽는 주기가 어떻게되나요.. 다 똑같이 주 150p 월 1권이상인가요?
읽을책산더미이고 계속 미뤄지는 책중하나라..

하이드 2025-03-02 22:44   좋아요 1 | URL
월 한 권 이상 페이스입니다. 저는 이번주부터 주 150페이지씩 읽는 계획이에요.
 


어제, Chamber of Secret 다 읽고, 어휴, 거의 3일만에 남은 70% 읽었다. 오늘부터는 Prisoner of Azkaban 읽는다. 

하루 한 두 챕터씩 꾸준히 읽어야지. 2권보다 100페이지 많다. 4권부터는 분량 두 배 되어서 (5권이 제일 김) 두 달씩 읽기로 했다. 1년 프로젝트. 좋군. 스물대여섯명으로 시작했는데, 몇 명이나 남아서 함께 완독할지 모르겠다. 서 너명은 되기를! 

이전에 Story of the World 9개월 동안 고대에서 현대까지 읽었을 때도 나 포함 4명 남았다. 성실하게 꾸준히 하는게 제일 어렵다. 나는 내가 만든 모임이라 꾸역꾸역 한거고.. 


아직 이르지만, 내년에도 이렇게 1년짜리 북클럽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 든다. 

해리 포터만한 컨텐츠는 없을 것 같지만. 오디오며, 문장, 단어, 재미, 영화, 레고, 다양한 버전의 책들, 진짜 컨텐츠가 끝이 없는 출간 이후 대메이저 작품인 것이다. 2024년 영국 아마존 1위부터 7위까지 다 휩쓴 압도적 기록의 책인데, 그럴만하다. 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 권에 다 들어가 있다고? 놀라고,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을게 분명해서. 


여튼, 새로운 마음으로 3권 시작하니깐 기분이 좀 나아진다. 

미라클 모닝 시간 조금씩 당겨서 오늘은 알람 없이 5시 20분쯤 일어나서 5시반에 딱 시작했고, 달리기도 원래 점심때 하는데, 오늘 비 오다말다 해서 오전에 달리기 하고 왔다. 1월 후반부, 2월 내내 달리기 못하다가 다시 시작한거라서 미니공원 한 바퀴부터 다시 시작한지 5일째이다. 오늘 목표가 3키로였고, 힘들었어.. 오더블의 힘으로 달렸다. 


어제는 에드워드 툴레인 마지막 읽으면서 달리다가 눈물 터져서 에드워드으으으 하면서 얼굴 다 구겨져서 눈물 흘리며 달렸어.. 


읽는 내내 계속 슬퍼지고, 하지만, 미들 그레이드 소설이니깐 해피 엔딩일꺼 알아서 계속 읽고, 그럼에도 마지막에 온갖 복잡한 감정으로 눈물 팡 터졌지. 안도감, 슬픔, 기쁨, 상실의 고통, 등등등 그리고, 에드워드의 여행 내내 에드워드의 마음이 자라고, 변하고, 그런 것도 또 마음 아프고. 


어제 달리기 후반부와 오늘은 Fish in a Tree 읽고 있다. 앨리 화이팅. dyslexia 있는 앨리 이야기인데, 와, 이런 이야기를 볼 수 있다니, 너무 훌륭하다. 해리 포터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인기 있는 퍼시 잭슨 시리즈의 퍼시도 디스렉시아인데, 그냥 그렇다고만 나오고, 그것만으로도 대단하긴 하지만, 피시 인 어 트리는 디스렉시아에 대해 다양하게 조명하고 있어서 이 책 많이 읽으면 좋겠다 싶다.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읽기에 대한 이야기 읽는 것에는 늘 좀 더 몰입하게 된다.  


2월에는 사정상 책을 많이 못 읽었다. 그래도 느리게 꾸준히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냥 동아줄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람보다 책이 옆에 있는 것이 마음 붙잡을 수 있던 것이었을까. 왜냐면, 아직 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어서. 왜 그런지 알 것 같지만,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여튼, 3월 시작, 3월! 시작! 이런 모드는 아니지만, 어느새 3월이 시작되었다.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지는 시기이다. 








론, 허마이어니, 해그리드 글씨체 다 다른거 귀엽다. 







그리고, 오늘 양이 온지 1주년. 1년 동안 행복했니, 아가? 행복했겠지. 

따뜻하고 (에스 워머에 붙어 있음), 밥 맛있고, 안전하고, 사랑 받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psyche 2025-03-02 0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퍼시 잭슨은 작가의 아들이 ADHD와 dyslexia 가 있는데 그래서 주인공 퍼시가 ADHD와 dyslexia 가 있고 그게 demigod 의 특징이라고 설정했다고 본 기억이 있어요. 아빠의 재능으로 아이에게 이렇게 힘을 주는구나 싶었어요.
Fish in a Tree 읽어보고 싶네요.

하이드 2025-03-02 06:49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릭 리오돈도 퍼시 잭슨 외에 릭 리오돈 사단이라고 해야 하나, 엄청난데, 퍼시 잭슨 주인공 캐릭터 배경에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Fish in a Tree 좋아요.추천합니다. 단어뜻만 알던 dyslexia 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관심 가지게 되었어요. 그걸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 속에 녹여냈고요. 간혹 책 사다보면, dyslexia 버전도 보여서 사볼까 싶기도 하고요.
 

미라클 모닝을 다시 시작했다. 중간에 몇 번 하긴 했지만, 6년 전에 처음 하고, 마음 먹고 시작 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음 먹고 시작한다고 해서 뭐 준비하고, 다짐하고 그런 건 아니었고, 해볼까, 하자. 하고 했다. 

미라클 모닝은 잠을 충분히 자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지난 주 내내 잠을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김에 하자. 하고 시작한거기도 하다. 요 며칠은 잠빚 갚는다고 밤에 잘 자고 있다. 


다양하게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영어책을 더 많이 보고, 우리말 책은 드문드문 본다. 물론 두 세권은 늘 읽고 있긴 하다. 영어책은 열 권쯤의 병렬독서. 


트위터에서는 war and peace 를 올 초부터 시작해서 얼마전에 다 읽은 분 팔로잉 하며 읽는거 계속 보고 있었고, 서재에서는 다락방님이 전쟁과 평화 읽는거 보고 있자니, 나도 나도 고전 읽고 싶다. 펭귄 클래식. 


지금 내가 가장 많이 읽는건 미들 그레이드 책들과 그래픽 노블. 그리고, 그래픽 노블 중에서 얼마전에 하인즈의 오딧세이 재미있게 읽고, 바로 일리아드 시작해서 읽고 있는데, 일리아드 재미있어서, 다 읽고나면, 페이글스 번역으로 사둔 것부터 읽게 될 것 같다. 윌슨 번역은 중고 안 나오겠지 




일리아드, 오딧세이도 고전인데, 클래식 노블 읽고 싶다고. 서사시 말고. 

제임스 읽기 전에 톰 소여의 모험이라도 읽을까 싶어서 꺼내놓긴 했는데, 일단 읽는 책들 좀 마무리하고 시작하려고. 





해리 포터 북클럽 두 번째 책, Chamber of Secret 을 내일까지 읽어야한다. 이미 완독한 사람들도 있고,  적당히 융통성 있게 이번 주까지 읽는 사람들도 있고, 다음 달로 넘어갈 것 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그래도 방장인데.. 2월까지는 읽어야지. 

사실 2권까지는 지난 달에 달리기 하면서 오디오로 다 들어서 내용 알고 있어서, 3권, 프리즈너 오브 아즈카반 얼른 읽고 싶다. 2월은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어떤 상황에서도 매일 매일 책을 조금씩 조금씩 꾸역꾸역 읽긴 했다. 


책을 안 사고, 안 빌리고, 있는 책들 읽으며 지내볼까 하는 생각도 계속 하는 중이다. 

책 정리도 한 번씩 와아- 하고 방치하다가 또 와아- 하고 방치 하는 것이 계속되고 있고, 그러는 와중에 정리되고 있다. 


이번 미라클 모닝의 목표가 짐 정리하기 이다. 언제 어디로 이동하더라도 가볍게. 

올해 목표가 The year of gratitude and clarity 니깐, 이어져 있다. 



미라클모닝을 하면서는 아토믹 해빗을 읽고 있다. 아토믹 해빗 읽고, 해리 포터 읽고, 점심에는 달리기 하면서 미들 그레이드 책 듣는다. 요즘은 더 저니 오브 에드워드 툴레인 읽고 있는데, 진짜 어떻게 이런 소설이 있지. 매 챕터 가슴이 미어진다. 

이 전에 읽은 책도 케이트 디카밀로의 더 테일 오브 데스페로였는데, 정말 이상하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진짜 케이트 디카밀로가 신이다. 


알라딘 기준에서는 내가 책 많이 읽는 축에 끼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많이 읽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매번 이렇게 새롭고, 아름답고, 슬프고, 괴롭고, 성장하는 이야기들이 끝도 없지.


고난도 아동 소설의 고난과 고전 소설의 고난은 좀 다른 것 같다. 어른 소설이 좀 더 가차없지. 비슷한 결말이어도, 아동 소설은 좀 더 희망찬데, 어른 소설은 무망하다. 최근에 읽은 소설이 <고비키초의 복수> 굉장히 따뜻하고 다정하다는 평인데, 그렇기도 하지만, 역경과 고난으로 단단히 다져진 어른들의 이야기라서, 어른의 매운맛이 있다. 


여튼, 책을 읽으면서도 책이 읽고 싶은 마음이다. 리처처럼 까만 펭귄 클래식. 

잠을 자면서도 잠을 자고 싶은 마음과 비슷. 이건 별거 아니지만, 내가 자주 꾸는 꿈이다. 잠이 너무 와서 참을 수 없는 꿈을 많이 꾼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햇살과함께 2025-02-2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틀 전부터 에드워드 툴레인 읽고 있어요~ 데스페로 영어책도 집에 있나 찾아봐야겠네요.

하이드 2025-02-27 21:00   좋아요 1 | URL
에드워드 툴레인 ㅜㅜㅜㅜㅜㅜ 저 진짜 가슴 찢어져요. 저는 이제 마지막 30페이지 정도 남았는데, 그래도 마지막은 해피엔딩이겠지 꾸역꾸역 읽고 있어요. 에드워드가 겪는 그 많은 역경과 고난, 그 와중에 에드워드 마음이 점점 열리는 거.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쓰죠

다락방 2025-02-27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리기 하면서 책의 내용이 파악이 되나요? 저는 노래도 못들어요 ㅠㅠ

하이드 2025-02-27 21:01   좋아요 1 | URL
재미있는거 들으면서 달리기 하면 힘든거 잊고 좀 더 달릴 수 있더라고요. 근데, 달리면서 오디오북 들으면 표정관리 안되서 좀 미친 사람 같지 않을까 싶긴해요 ㅎㅎ
 

안온의 <일인칭 가난> 글 정말 잘 썼다. 좋은 책이다. 기회 될때마다 말하고 다녔는데, 같은 출판사인 마티에서 나온 길쭉한 책 시리즈인가, 이 책도 정말 잘 읽었다.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돌봄도, 간병도, 양육도 책에서만, 뉴스로만, SNS에서만 보고, 아직 내게 직접적인 이슈 아니라서 어느 정도 거리 두고 읽게 된다. 살다보면 결국 언젠가 내게 직접적으로 영향 끼칠 것이 분명하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관심 있는 주제라서 관련 도서들을 꾸준히 읽고있다. 이 책은 '백혈병 걸린 아이를 간병 돌봄을 위해 일을 그만 둔 여성' 의 이야기로 나와 맞닿아 있는 부분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읽고 나니, 내 이야기 아닌데, 내 이야기같이 느껴지는 그런 몰입을 할 수 있는 글이었다. 


독박 양육도, 남편 부모 모심도, 남편 돌봄 이야기도 답답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혹은 그런 현실이고,   

가족 안에서 엄마가, 아내가 어떻게든 현실을 이어가고,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들 흔하고, 

가족 중에 누군가가 갑자기 병에 걸려 가족이 무너지고, 다시 이어가는 이야기들도 많다. 이 이야기도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 하나이다.


혼자 살면 나이 들어 외롭지 않냐, 명절 때 외롭지 않나(그럴리가) 이런 글들을 보면서 이 책을 읽었는데, 정말 외로운건 둘인데, 혼자 있게 만들어서 외로워지는 것이 진짜 사무치게 외로운거 아닌가 싶었다. 양육을 하면 남편이 아내를 진짜 외롭게 만드는 것 같다. 아픈 아이를 양육하면서는 그게 더 극대화되고. 


그는 결코 이렇게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왜 자신의 좋은 자질과 유능함을 돌봄에서는 발휘하지 않는 걸까? 고의인가? 생각해보면 내가 직장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출근 준비 때문에 새벽잠을 설친다는 그의 불평에 나는 다음 날 입을 옷까지 전날 밤에 미리 챙겨놓고 닌자처럼 집을 나섰다. 내 하루의 시작보다는 아침에 윤이를 챙겨 등교시킬 그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 기꺼이 동의했다.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 쌓이지 않기 힘들겠다 싶다. 그런 마음들을 어떻게든 풀어내고, 설명해보려 하고, 합리화해보려 하고, 개선시켜보려 하는 애쓰는데, 답답함을 넘어서 진짜 이번 생에는 답이 없구나 싶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정치로 '사랑의 돌봄'을 '정치'로 해결해보고자 계속해서 자신이 겪어내고, 겪고 있는 날 것의 경험들을 기반으로 한 화두를 던진다.  


나는 좋은 시터를 찾자고 했다. 아이 아빠는 내게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곧 화가 났으며 종내 슬펐다. 내가 마약판매상도 아닌데 아무리 남편이라도 내게 일을 그만두라고 먼저 말할 권리는 없다. 심지어 근무시간 대비 수입, 복리후생, 4대보험 가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면 내가 아니라 그가 사업을 접고 아이를 보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108)


아이가 아프면, 남자 직장에서는 병원비 벌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겠네. 하고, 여자 직장에서는 그만둬야겠네. 한다. 


인정투쟁의 개념을 적극 확장한 악셀 호네트는 사람은 인정받지 못하면 분노하고, 그 분노로 사회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여자사람'은 인정투쟁에 실패했을 때 분노 대신 불안을, 자신의 존재가 지워질 것이란 두려움을 느낀다. 이 두려움은 기어이 자기희생을 감내하게 만든다. 엄마의 고통과 희생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강요된다. 희생의 당사자와 목격자, 수혜자 모두 고통에 무감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받는 데 실패하면 여성은 제일 먼저 희생의 강도를 높인다. (114)


그러니 여자로 태어나 '자기희생'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돌봄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과거처럼 개인을, 가족내의 한 성별을 갈아서 이어지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니, 돌봄을 마땅히 주어져야 하는 공짜 노동으로 여기는 마인드를 뿌리 뽑아야 한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고, 돌봄 또한 그러하다. 생애주기동안 내가 주는 쪽이건, 받는 쪽이건 돌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기 위해 정치가 앞서가야 한다. 정치가 앞서갈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고양시킬 수 있는 교육이 든든한 받침이 되어줘야 한다. 교육이 든든한 받침이 될 수 있도록... 두 손, 두 발 다 묶인 학교 생각하니, 아, 갑자기 두 배로 갑갑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일이 일어남. 


엊그제 문형배 대법관의 독서일기 블로그를 보고 큰 반성. 

쓰기 위해 읽는다.는 자타가 그랬냐? 싶은 내 모토인데, 읽고 나서 쓰는 것이 영 안 붙는다. 


박솔뫼 에세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 

책에 대한 책은 좀 질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좋았다. 

역시 오랜만에 박솔뫼가 이야기한 책들을 많이 메모해두었다. 볼라뇨, 하라 료, 다카하시 겐이치로, 


사실, 박솔뫼의 소설은 아주 오래전에 읽었을 때는 좀 지루했던 기억만 남았었다. 다시 읽으면 이전보다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변했고. 에세이를 읽고, 작가가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 반대의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경우는 에세이 읽고, 작가가 좋아진 경우이다. 아니, 신기해진 경우에 더 가깝다. 


정해연 소설 읽고, 작가의 말 읽고도 느꼈던건데, 박솔뫼의 에세이를 통해서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 

소설을 정말 좋아하고, 소설 생각만 하고, 소설의 틀로 세상을 보는구나. 소설 시점 인생을 살아가는구나. 그리고, 그렇게까지 몰입하고, 좋아하는 것이 소설인 소설가인 것을 알게 된 이상 그 소설가의 소설을 재미없게 읽기는 불가능하다. 


소설을 쓰고 소설을 쓸 생각을 하고 어떻게 연결되어야 할까 생각하고 헤매고 쓰다가 생각하고 이런 과정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볼라뇨 같은 사람이다. 물론 그게 다가 아니고 나의 노동과 주변인들의 친절과 사랑, 노동으로 번 돈과 그 돈으로 산 음식과 휴식 같은 것이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읽고 쓰고 읽고 쓰는 생각을 과하게 하고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거의 미쳐 있는 사람들의 힘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정말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137) 


"나는 예정대로 달리는 것을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좋았다. 이 책 속 유미리는 힘 있고 동시에 너무 많은 해야 할 일과 여러 사건 속에서 힘없고 그러나 힘없는 채로 다리를 후들거리며 나아가고 움켜쥐고 휘어잡고 그래서 힘 있고 힘 있다. (180) 



저자가 이야기하는 책요정 이야기도 좋았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나온 무언가가 다음 책을 읽는데 또 나온다거나, 내가 고민하는 일이 있는데, 마침 읽고 있는 책에 나온 주인공이 똑같은 고민을 한다거나 하는 그런 우연은 사실 책을 그냥 계속 읽다보면 늘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그것을 책요정이라고 부르고, "모두에게 책요정의 축복과 만남이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세상에, 그렇구나. 책요정이었구나. 스파크 튀듯 좋았던 그 순간들이 그냥 우연인 줄만 알았지. 책요정을 알려준 박솔뫼 덕분에 책읽기가 조금 더 즐거워졌다. 


저자의 볼라뇨 사랑이 엄청나서 볼라뇨의 <전화>를 몇 번인가 빌려왔는데, 한 페이지도 못 읽고 반납했다. 

사실 다카하시 겐이치로랑 하라 료도 엄청 좋아하는데, 다카하시 겐이치로까지는 손이 안 가고, 언젠가 다시 읽어야지 마음만 남겨두었고, 하라 료, 나도 하라 료 좋은데, 볼라뇨도 좋고. 하면서 볼라뇨랑 하라 료만 다시 읽으면서 박솔뫼를 떠올릴 것 같다. 나는 좋아하는 책들은 많은 편이지만, 사랑하는 작가는 손에 꼽아본 적 없다. 사랑하는 작가가 있으면 좋겠구나. 사랑하는 작가를 찾아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