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하고 책장이 있으면 거기가 작업실이다. 

엊그제로 책상 13개가 되었고 책장은 그 두 배쯤이 되었다. 

책상과 책장을 이고 지고 있다가 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의자 두 개를 대형폐기물 신청하고 필증 결제하고, 하나에 1,500원, 각각 붙일 것, 프린트해서 뽑아 착착 붙이고 영차영차 내놓았다. 가죽 의자라서 고앵이들이 좋아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두 개 남았다. 플라스틱 의자는 그냥 내놓아도 관리소인지 재활용품 오시는 분들인지 수거하는 것 같다. 지난 번에 왕창 내놓았는데, 부서진 것 두 개만 붙여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었다. 


아이들과 고양이들은 잘 다닌다. 이 집의 유일한 어른인 나만 문 앞에 책상을 배로 밀면서 들락날락하고 있다. 

엊그제 4인용 식탁으로 쓰이던 대리석 테이블과 이케아 책상 하나 받아서 가져왔다. 의자는 필요 없었는데, 의자도 4개 가져왔고, 그 중 2개 버린 것. 


이제 좀 정리 좀 하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1월에 책장과 책상이 대거 들어왔고, 온 방과 거실을 책장으로 둘러 쌓아서 책 한 줄로 쌓을 수 있을 것 같긴하다. 정리가 늘 잘 안되는데, 정리만 안되는건 아니지만, 뭐, 어쩌겠어. 해야지.하면 좋아. 계기 있을 때마다 밀리고 끌려서 정리해두면 진짜 좋더라고. 


여름 되어 스케줄 변동을 앞두고 있다. 여름 이후에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지금은 평일 3-4시에서 9시까지 일하고, 토요일 6시간, 일요일 3~4시간 일하는데, 여름에는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네 시간, 토요일 두 시간, 일요일은 쉴 예정. 여름 지나면, 3-4시에서 7시반까지! 일할 것! 일요일은 쉴 것! 쉬는 날과 저녁이 생긴다. 

7월에는 일주일 정도 쉴 예정이다. 4-5일이라도. 주7일 일하는게 계속 되고 있어서 하루 이틀만 쉬어도 큰데, 4-5일 쉬면 진짜 좋겠지. 추석과 설에는 일주일씩 쉬고 있다. 근데, 사실, 내가 어딜 가는 것도 아니고, 한두시간 일하는게 큰 것도 아닌데, 그냥 하루종일 쉬는 것이랑 하루에 한두시간이라도 일하는거랑 좀 다를걸. 일 스위치를 하루 정도 내릴 수 있다는 면에서 말이다. 


서재는 오랜만이다. 아니, 들어오긴 맨날 들어오고요. 요즘 투비에 작업일지 쓰고 있다. 

https://tobe.aladin.co.kr/t/misshide

매일은 당연히 못 쓰지만, 그래도 2주쯤 쓴 것 같다. 지난 주는 거의 한 주를 하나로 썼지만. 책도 계속 사고, 읽고 있고, 함달달 책도 좋아하는 책이라 꺼내 놓고, 페이퍼 써야지. 하고 보고만 있다. 도서관도 꾸준히 가고 있다. 고양이들도 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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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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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은 과학계, 그 중에서도 동물학계에서의 암컷의 위치를 재조명하는 이야기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암컷은 착취당하는 성이다. 착취의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사실에 있다." 고 말했다.


동물학이 생긴 이래 수동적인 암컷과 적극적인 수컷이라는 고정관념이 정착되어 왔다. 학계의 지배층은 수컷의 관점에서 동물계를 연구하는 남성들이 대부분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질문도 답변도 남성의 관점에서 수행되고 이들은 암컷에는 관심이 없었다. 수컷을 디폴트로 조사하고, 암컷은 연구되지조차 못했다.


다윈의 <진화론>은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여 생물계의 기준을 수컷으로 세우고, 당대 여성에게 요구되었던 수동성, 모성애, 등의 프레임에 넣었다. 페미니즘의 물결과 여성 과학자들이 닫혀져있던 실험실의 문을 열고 수컷에 대한 것과 같은 호기심으로 암컷을 관찰했다.


"인간은 동물을 인간 행동의 예시이자 본보기로 삼아왔다. 많은 이들이 자연은 인간 사회에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옳은지를 가르쳐준다고 오해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지양해야겠다고 되새겨야했던 것은 동물의 의인화이다. 저자도, 저자가 반박하는 기존 수컷 중심의 생물학계도, 독자도 당장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수컷 위주로만 관찰되고 연구되어왔던 동물학의 무대위에 암컷 관점을 올려놓는 것이 시작일 것이다.


언어의 사용은 저자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결하고자 한 이 책의 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 책을 읽는 내내 사용되는 언어들에 대해 민감하게 의식하게 된다.


1장에서는 암컷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두더지와 하이에나의 예를 들어 풀어내고 있다.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성호르몬은 모두 콜레스테롤에서 만들어진다. 스테로이드는 효소의 작용으로 프로게스테론으로 변환된다. 프로게스테론은 흔히 임신과 연관되는 호르몬이며 안드로겐의 전구물질이다. 또 안드로겐은 에스트로겐의 전구물질이다. 결론적으로 이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은 서로 쌍방향으로 변환될 수 있고 남성과 여성에 모두 존재한다.


듀크대학 교수인 크리스틴 드레아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성 스테로이드를 바꾸는 효소의 상대적 양과 호르몬 수용기의 분포와 민감성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남자나 여자나 똑같은 호르몬을 가지고 있고, 효소의 작용에 따른 호르몬의 우세에 따라 정해질 뿐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가 알려주는 것은 성호르몬은 남자,여자에게 다 있는 것이고 어떤 성호르몬이 우세하냐에 따라 남성과 여성이 정해진다.


텍사스대학 동물학 및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크루스에 따르면 성의 양식에는 염색체, 생식샘, 호르몬, 형태, 그리고 행동의 다섯 종류가 있는데, 이것은 유전자나 호르몬은 물론이고 환경이나 경험에도 영향을 받는 가소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크루스는 성의 기원에 토대를 두고 성 분화의 진화를 보는 관점을 발전시켰다. 최초의 생물은 복제를 통해 번식했고, 알을 낳을 수 있어야 했기에 암컷이라고 추정한다. 성이 도래할 때까지 수컷은 진화의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6억~ 8역 년 전에 존재했던 생물은 복제한 알을 낳는 생물(암컷)로 추정되고 수컷이 등장한 것은 2억 5천만년~ 3억 5천만년 후로 보고 있다.


2장에서는 그동안 수컷은 싸워서 쟁취하고, 암컷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관점을 그동안 무시되어 왔던 암컷을 관찰하여 암컷의 관점을 더하여 암컷의 선택을 이야기한다. 성선택을 하는 암컷들은 수컷의 유전자에만 집중한다. 2장의 예시로 나온 산쑥들꿩의 구애는 글로 읽어도 영상으로 봐도 대단하다.


각 장에서 예시로 들어지는 동물들의 놀라운 행태들이 많은데, 산쑥들꿩과 거미가 가장 인상깊었다. 그동안 배워왔던 수컷 관점의 동물학에 대한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예이기 때문에 더 새롭고 놀랍게 받아들여졌다. 아니, 근데, 몇 페이지나 이어지는 다양한 거미 교미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이 책에서 포유류 외의 조류, 어류, 파충류, 양서류, 척추동물 외에 절지동물 갑각류, 다지류, 육각류, 협각류 등의 암컷과 수컷의 성행동에 대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이에 대한 의견은 저자의 의견을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더 다양한 책을 읽어봐야겠다.


3장에서는 정절을 지키는 암컷에 대한 이야기로 조류와 랑구르 원숭이가 주인공이지만, DNA 검사 기술이 발달한 이후 도마뱀에서 뱀, 바닷가재까지 일처다부의 경향은 모둔 척추동물에서 발견되고 무척추동물에서도 예외가 아닌 표준으로 선언되었다고 한다. 성적 일부일처는 지금까지 알려진 종의 7퍼센트 미만에서 확인되었다. 초파리 실험으로 유명한 베이트먼의 원칙은 암컷은 언제나 수컷에게 주도되므로 연구 가치가 없는 것으로 치부되어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암컷이 다수의 파트너에게 섹스를 요청할 뿐 아니라 그것이 암컷 자신과 자손에게 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게 했다. 여전히 베이트먼의 패러다임을 가르치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는 그를 반박하는 고와티의 연구는 '정치색이 강하다'는 이유로 추천되지 않는다. 그들은 다윈주의적 세계관의 이론적 근간이 남성중심적임을 간과하고 F로 시작하는 단어를 들으면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색이 강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4장은 성적 동족 포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컷 거미를 다양한 방법으로 잡아먹는 암컷 거미과 목숨 걸고 교미하는 수컷 거미들의 이야기와 각각의 전략에 대해 나온다. 수컷 거미는 수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제 몸을 바쳐 알에게도 암컷 거미에게도 양분을 재공하여 생존 기회를 높여준다. "수거미의 희생정신은 새끼 거미와 어미, 그리고 고인이 된 아비 모두에게 이득이 되었고 극단적인 부성애의 발로" 로 여겨진다. 라는식으로 지금까지 동물계의 암컷들은 묘사되어 왔다.

이 외에도 인간의 어머니와 동일시되어왔던 모성적 존재로서 동물의 암컷만을 조명해왔던 것, 암컷의 음핵과 오르가슴, 알파 암컷의 결투 등에 대해서 이어진다. 거미 이야기 다음으로 충격적인 것이 암컷의 피도 눈물도 없는 서열 싸움이다. 그러니깐, 이런 의식들 말이다. 이미 비판적인 주제의 저자의 어조조차 비판적으로 읽고 있지만, 계속 의식하지 않으면 수컷 관점으로 돌아가버리는 것, 알파 수컷이 그동안 무리에서 해왔던 것을 알파 암컷이 한다고 하면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의식과 언어가 내 안에서 교정되어야 한다. 서열 싸움에 더해 여왕벌과 여왕개미의 무소불위의 권력 이야기가 이어진다.


8장에는 자매애의 힘이라는 부제가 달려있고, 9장 범고래 여족장과 완경, 10장은 수컷 없는 삶까지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다. 완경 후에도 사회적 활동을 이어가며 무리를 이끄는 범고래 여족장과 코끼리 우두머리 암컷의 이야기는 경이롭다.

생물의 시작은 여성이고, 생물의 미래 또한 여성일 것이라는 것은 이 책에 따르면 과학적 사실이다. 인류가 전쟁과 파괴를 이어나가 인류를 포함한 다양한 생물들을 멸종시키더라도 450종이 모두 암컷인 윤형동물의 질형목 생물은 자기복제를 통해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가복제를 통해 번식하는 생물들은 포유류를 제외한 다양한 생물에서 발견되는데, 그로 인한 다양성의 부족을 극복하는 전략으로 무성생식과 유성생식 모두가 가능한 종들이 발견되어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환경에 따라 성변환하는 생물들이 나온다. 앞에서 내내 암컷들이 조명받지 못하는 이야기를 내내 하다가 사실 성은 역동적이고 유동적인 형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뜬금없는 결론같지만, 암컷들을 마침내 과학계의 무대에 올려 놓는 과정중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암컷의 관점에서 본 동물학을 이야기하는 교양 과학서로써 굉장히 흥미로운 동물들을 알게 되어서 재미있었고, 지금까지 배워온 수컷 관점 세계관의 블록을 무너뜨리고 다시 쌓을 수 있는 경험이 되어주었으며, 이 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과학책 연계 독서를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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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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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인 제목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빈곤과 청소년, 10년 그 이상의 기록이다. 

청소년기인 여덟명의 아이들을 인터뷰하며 빈곤하게 살아 온 그들이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떻게 변할 수 있었는지, 그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아이들의 공통점은 빈곤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내적 자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책 처음부터 끝까지 빈곤이 구조적 문제이고, 사회문제임을 밝히고 있고, 그에 따르는 지원과 의식 전환의 필요를 역설하면서 동시에 개인으로서 활용한 방어기제들과 필요한 내적 자원들에 대해서도 관찰하여 논의한다. 


자기계발을 이야기할 때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일침을 두는 사람들이 있고, 사회 구조의 문제여서 자기계발의 여유가 없고 불가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빈곤이 사회문제임을 분명히 하면서 그에 대응하는 개인의 자질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빈곤 아동 연구에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지지해줄 수 있는 한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길러진 회복탄력성이었다. 우리나라의 사례로 보니 더 와닿는다. 


빈곤 아동이 자라나는 토양은 빈곤 가정이다. 가정을 이루는 부모 역시 빈곤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별다른 자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빈곤의 대물림인 것이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것은 시야를 좁게 만들기 쉽다. 가족 내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높은 확률로 몸이든 정신이든 아픈 가족, 혹은 가족들이 있다.) 가족 내의 안그래도 적은 자원이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간다. 나머지 가족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지 또한 극도로 좁아진다. 가정 내 약자인 아동, 청소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세대를 잇는 빈곤 대물림은 사회 전반에서 구조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청(소)년 세대를 좀먹고 우리 미래를 파탄낸다. 건강한 사회라면 '개인의 안락'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과 연결되어야 하지만 사회가 양극화되는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낙오된다는 각자도생의 풍조가 생겨난다.



책에 나온 소희의 가족은 소희를 포함해 가족 구성원들이 우울증, 폭력, 알코올, 약물, 도박 중독 등의 문제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행동들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합리적 판단과 장기적인 계획 설계, 실천 의지들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통제력과 집중력이 요구되고 규범과 질서를 강조하는 학교 환경과 목표지향적인 학교생활 잘 적응하기 힘든 경향을 보인다. 학교의 역할이 성적을 내기 위한 교육만이 아니며, 규범과 질서에 적응하여 사회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는데, 학교는 성적에 좌우되는 경쟁에 치우치는 것 또한 문제이다. 책에서 빈곤 아동들을 위해 제안되는 다양한 방안들 중 제 일선은 학교이다. 그리고 복지센터와 지역아동센터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인프라를 가장 잘 활용한 예가 책에 나오는 지현이다. 지현과 어머니는 적극적으로 사회제도를 이용했고, 지현의 긍정적인 성격은 그녀가 공부하고, 직장을 가지고,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기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더해 가난하고 불우했지만 어머니와 동생과 똘똘 뭉쳐 서로를 돌봐준 결속감이 있었다. 저자는 지현에게 있는 또 다른 힘을 언급한다. '성찰하는 힘'이다. 이것은 성공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난 친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힘이다.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 자기 욕망과 사회적 위치를 사고하고 판단하는 내면적 성숙도인 성찰하는 힘을 기르고 자신의 가치체계를 만들어내는 청소년들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실패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현은 가난한 상황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에너지를 생존에만 올인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사회적 존재 가치를 인식하고 자아 욕구를 발견하는 전략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의지와 복지혜택으로 빈곤에서 벗어나서 청년이 된다고 하더라도 빈곤의 여파는 계속된다. 저자는 빈곤 아동들이 갖추기 힘든 것이 바로 '역량'이라고 한다. 여기서 역량이란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빈곤 아동이 역량 혹은 자립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친구, 교사, 사회복지사와 복지관 등, 자신을 믿고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망이 필요하다. 


"사람이 힘을 내고 노력을 하는 데는 혼자만의 결심과 성취 욕구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인식, 내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하는 사회적 욕구가 인간의 발전과 성숙에는 필수적이다." 


평생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연구해온 아마티아 센은 "빈곤은 단순히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자유로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역량의 박탈"이라고 설명했다.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망이 필요하고, 타인으로부터의 인식, 사회에서 해 내고 싶은 역할에 대한 욕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빈곤 아동의 경우 이것들이 자타의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역량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회복탄력성과 자아정체감이 필수이다. 청소년에게 자아정체감과 진로 탐색은 미래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 가난에서 벗어난 지현, 연우, 우빈 등 자아정체감을 안정적으로 형성하고 있는 친구들이 진로 탐색에도 유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진로 선택의 고민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 살고 싶은 삶,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정확하게 알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활동은 뚜렷한 진로 전망이 생기면 훨씬 긍정적인 패턴을 보였다. 즉,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향해 관심이 집중되면 이전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관계는 자연스럽게 단절이 되었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노력이 쏟아졌다. 자신의 불우한 환경과 조건에 대해 외부로 그 탓을 돌리거나 세상의 평가에 쉽사리 휘둘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적극성을 가지고 현실에 대한 객관적 평가, 진로를 한 정보 탐색, 도움이 될 만한 사회적 관계 만들기 등을 행동으로 옮겼다." 


내 일이 아닌 것 같이 여겨지는 사회 문제들이 있다. 자극적인 뉴스를 접할때만 한 번씩 사회를 욕하고 지나가게 되는 그런 문제들이다. 알고 보니 그것은 바로 나의 문제다. 이 책은 빈곤 아동 문제가 왜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의 문제인지 알게 해준다. 어떤 증명이 필요한 선별적 방식이 아닌 청년 세대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의 사회정책들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청년 정책들을 보고 지나쳤는데, 작년과 올해에는 그 청년 정책들이 축소되거나 사라진다는 뉴스를 많이 봤다. 빈곤 아동에 대한 사회 인프라와 그들에 대한 인식 변화와 지원, 학교의 역할 확대, 그리고, 가난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 지금 우리에게 가장 우선시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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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뒤에서
사라 델 주디체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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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동생 에밀리와 나는 전쟁 중에 성장한다. 숨바꼭질을 하던 나는 커튼 뒤에 숨으려다 커튼 뒤에서 금발 여자와 아빠의 목소리와 맞닥뜨린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아빠에게 묻지 못하고, 아빠는 나의 눈치를 본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나와 동생은 유태인을 잡으러 온 경관을 피해 커튼 뒤에 숨는다. 경관과 부하들은 집을 뒤지고, 

커튼이 열리며 이야기는 끝난다. 


아이의 눈으로 본 홀로코스트 배경의 이야기들은 많다. 전쟁 중에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이야기들. 루이르 로리의 <별의 헤아리며 Number the stars>, R.J. 팔라시오의 그래픽 노블 <화이트 버드> I survived 시리즈 중 Nazi Invasion, 안네 프랑크의 일기 등이 많이 읽힌다. 아이들은 그 안에서 유태인 친구를 숨겨주기도 하고, 홀로코스트를 겪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수용소에 잡혀 갔다가 탈출하기도 하고, 숨어 있다 수용소로 가서 죽기도 한다. 


<커튼 뒤에서>의 배경은 2차 대전 시기의 프랑스 남부지방이다. 독일에 점령 당한 프랑스 북부는 독일에 의해 통치 당하고, 남부는 1차대전 전쟁 영웅인 페텡이 독일과 협정을 맺고 친나찌 정부를 이끌며 유대인을 탄압한다. 이 당시 희생된 유태인의 수가 7만여명이고 그 중 아이들이 11,000명이라고 한다. 끔찍한 지난 역사 이야기가 현재에도 지구 어느 곳에서 진행중이다.


법이 계속 유태인들에게 불리하게 바뀌고, 세 명 이상의 조부모가 유태인이거나 - 두 명의 조부모와 배우자가 유태인인 경우 유태인으로 간주한다는 법령이 발표된다. 그에 따르면 엄마가 유태인이고 아빠가 비유태인인 야엘과 에밀리는 유태인이 아니다. 그러나 엄마가 살아 있을적 엄마는 세마 기도문을 알려주고, 하누카 촛불을 함께 켰으며 야엘이 열두 살이 되어 바트 미츠바를 치르고 어른이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은 유태인이라고 믿고 있고, 법은 아니라고 하고, 그들을 유태인이라고 차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성장해가게 된다. 유태인에 대한 두 번째 법령이 발표되면서 유태인은 '유대교를 믿거나 1940년 6월 25일을 기점으로 증조부모 중 두 명이 유태인인' 사람이었다. 같은 날 발표된 또 다른 법령에 의해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도 제출해야 했다. 


경찰관들이 그들을 잡으러와서 집을 뒤지고, 에밀리와 커튼 뒤에 숨어 있는 장면은 조마조마하다. 

누가 커튼을 열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에밀리는 오랫동안 다시 태어나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나는 가끔 고민하고, 결정하지 못했는데, 그 순간 답을 떠올린다. 다시 태어나면 나 자신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그리고, 커튼이 열린다. 



"엄마, 미래가 그리웠던 적 있어요?"

그리움은 지나간 것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다, 야엘. 

뭔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하면 느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내 미래를 그리워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어른에게 빼앗겨서 없는 미래를 그리워하는 야엘. 그렇게 아이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그리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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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는 몸도 마음도 여유 없었다. 둘이 보통 같이 가지만. 

지난 주말에 하루 한 두시간 일 하고 시간 널널했을 때 잘 했으면 되는데, 겔르게 보냈더니 한 주가 아주 빡셌다. 


오늘은 오후랑 저녁 잘 챙기고, 내일도 비슷하게 잘 챙기면 된다. 

토,일,월 어떻게 보내는지가 한 주를 크게 좌우해. 


미우라 시온의 <풀코스 창작론> 읽었는데, 역시 재미있는 사람이다. 피식거리면서 무한 읽고 싶은 글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들 꾸준히 그림 그리면서 실력 나아지는 것 보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 결과물이 물리적으로 남는 것까지. 글로도 비슷한 거 할 수 있더라고. 아니, 글도 쓰고, 프린트해두면 결과물 남는거긴 하지만, 실력이 나아지는 것이 보이는지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림도 글도 뭣도 안 할거면 이럴거야, 저럴거야 하는게 무의미하지. 


소설에서의 대화에 대한 조언 중 '현실의 대화를 자세히 관찰(청찰)해 문장 표현으로 적어 내려가기' 연습이 있다. 

묘사에도 관찰이 중요하다. "주의 깊게 자타를 관찰하고 눈에 들어오는 것, 느껴지는 감정을 머릿속에서 언어화하도록 노력" 하는 것이다. "언어화란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경과 감정에 대한 기억은 언어화를 통해 쌓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도중 필요할 때마다 '그때 그 정경과 그때 그 감정'을 구체적으로 꺼내볼 수 있습니다. 이를 문장으로 적어 내려가는 것이 곧 묘사입니다." 


"화가는 눈에 들어온 것과 마음속 생각을 정확하게 그림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눈과 손이 연결되어 있다고 할까요. 정보를 그림으로 출력하는 능력이 날 때부터 출중했겠지만 가진 능력을 키우기 위해 수없이 많은 데셍을 거듭했을 것입니다.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들어온것과 느낀 감정을 머릿속으로 언어화하는 습관은 데셍 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소설을 쓸 때 정경이나 생각, 감정을 문장으로 표현하기가 수월해집니다." (86)


그림의 데셍 연습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것과 감정을 언어화하기.

계속 의식하며 노력해봐야겠다. 


어느 순간부터 뭉뚱그려 말하는 것에 질리고, '이상해' '죽겠다' '짜증나' 이런 말들을 지양하고 정확한 말을 구사해야겠다는 나만의 사명을 가지고 있다. 사명을 품고 있는 것만으로 묘사가 늘리 없지만, 위의 말들을 덜하게 되기는 했다. 이번 주에 있었던 일들은 글로 남길만하다. 트위터 140자 타래로 끄적이는 것 외에 글로 남겨봐야지. 내 마음과 내가 했던 행동들을 잘 들여다보고, 언어화하기. 



그윽한 양이 (영어 이름 S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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