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전쟁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1
조 홀드먼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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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THE FOREVER WAR

<영원한 전쟁>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 이야기이다. 그러나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것은 전쟁소설 이전에 SF 소설이고, 하드보일드한 주인공, 윌리엄 만델라가 나온다. 책의 챕터는 '만데라 일병- 만델라 하사- 만델라 소위- 만델라 소령'으로 이루어져 있다. 1997년에 일병으로 전쟁에 참여한 만델라는 3138년에 소령으로 제대하게 된다. 21세기 말에 등장한 블랙홀의 일종인 콜랩서를 위한 초광속 항법을 발견하여 토오란이라는 외계생물을 상대로 전투를 하고, 한번 전투를 하고 콜렙서를 통해 지구로 돌아오면 몇백년씩 지나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 끝나지 않는 전쟁에는 IQ150 이상의 강인한 육체를 가진 남녀가 선별되어 강제입대된다. 지옥훈련에,전투에, 살아 돌아올 확률은 없다. 오직 죽을때까지 전투만이 반복될 뿐이다. 

저자 자신의 베트남 참전 경험과 혼란이 담겨 있는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에는 지루하고 무자비한 전쟁의 반복이지만, 언뜻언뜻 보이는 섬세하고 예민한 부분들이 더욱 와닿는다.

그들의 머리에 '왜?'는 끊임없이 떠오르지만, 전쟁을 하도록 훈련된다.

외계인들을 죽였던 장소에서 10킬로미터쯤 떨어진 낮은 언덕 위에서 행군을 멈췄다. 그러나 그들은 외계인이 아니었다. ---외계인은 바로 우리인 것이다.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계속 전쟁을 하도록 자유의지를 박탈당한다.

우리가 저지른 일은 학살이었고, 도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일단 놈들의 대공 무기를 파괴한 후에는, 우린 실제적으로는 어떠한 위험에도 처해 있지 않았다. 토오란들은 개인 대 개인 전투에 관해 아무런 개념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우리는 그냥 그들을 몰아붙인 다음 도살했을 뿐이다. 인류와 다른 지적 생물 사이의 첫 번째 접촉에서 말이다. 곰인형들을 계산에 넣는다면 아마 두번째 접촉일지도 모른다. 혹시 충분히 시간을 두고 곰인형들과 의사 소통을 시도했더라면? 그러나 그들도 역시 같은 취급을 받았다. 이 일이 있은 후, 두려움에 떨며 폭주하는 생물들을 희희낙락하며 다지고 저민 사람은 진짜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오랫동안 자기 자신에게 이해시키려고 했다. 20세기에는 이미 "난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야"라는 발언이 비인간적 행위를 변명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결이 만인의 공감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명령이 자기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있는 무의식이라는 꼭두각시 조종자로부터 왔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가장 끔찍했던 것은 나의 행동이 알고보면 그렇게 비인간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몇 세대 전의 조상님들은 굳이 최면 암시를 받지 않아도 같은 인류에게조차 똑같은 일을 했을 것이다.
 인류 전체가 역겨웠고, 군대가 역겨웠고, 앞으로 남은 일세기 동안 이런 나 자신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지만, 살아가야 한다. 죽는 그 날까지.

'그럼 도대체 너는, 우리는 , 나는 뭐란 말이지?' 하고 다른 한쪽이 거듭 물었다. 원래는 평화를 사랑하는 진공 용접 전문가 겸 물리학 선생이었지만, '엘리트 징병법'에 의해 잡혀와서 살인 기계가 되도록 재프로그래밍된 작자이지. 너/나는 적을 죽였고, 그걸 마음에 들어했어.

 

이 이야기는 전쟁 이야기이고, 한 군인의 이야기이다.
내내 지리한 전쟁 이야기이지만, 엔딩은 적절하다.
적당한 허무와 적당한 도피와 적당한 타협의 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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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09-2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걸작이지요.시공사본과 행복한 책읽기본 두개다 있는데 행복한 책읽기본에는 폿터가 주인공인 중편이 하나 더 붙어있더군요.
sf독자들은 흔히 영원한 전쟁과 스타쉽 트루퍼스를 비교해서 많이 본다고들 하네요

하이드 2008-09-29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스타쉽 트루퍼스>보려구요. 영화때문에 선입관 있었는데, 하인라인이라니, <영원한 전쟁>과 비교해서 읽고 싶어요. <영원한 전쟁>은 뒤에 해설도 정말 볼만하더라구요.

turnleft 2008-09-30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찜!!
보관함은 점점 넘쳐만 가고~~ ㅠ_ㅠ

cayn17 2009-07-2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쉽이랑 영원한 전쟁은 내용은 비슷할지 몰라도 주제가 완전히 다르죠...
영원한 전쟁은 기본적으로 반전..

하이드 2009-07-21 00:51   좋아요 0 | URL
<영원한 전쟁>이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에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주제는 달라요. <영원한 전쟁>은 반전소설 베스트 뭐 이런 리스트에도 종종 꼽히기도 하는 유명한 반전소설이구요.
 
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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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도 없고, 여백도 없고, 캐릭터도 없고( 등장인물이 많지만, 가장 기억 남는 등장인물이 자살단을 수송하는 호화버스였다면 할 말 다 했지.) 문장도 없고, 스릴도 없고, 교훈도 없으며, 여운도 없다.

그렇다고, 읽는 것을 포기하고, 집어던질만큼 문장이 똥 같은 것도 아니고, 글자가 빽빽하고 책이 두꺼워 일찌감치 포기의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니고, 무재미의 이야기들이 계속 연결되다가 뻔한 결말로 끝난다.

기발한 자살여행은 자살의 순간에 우연히 마주쳐서 못 죽은 두 남자가 전국각지의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모아 좀 더 효율적으로 자살하려고(이를테면, 서로 맘도 다 잡아주고, 묘지나 관서비스 같은거 할인도 받고, 아이디어도 모으는.. ) 신문에 광고를 낸다. 전국 각지의 절망적인 자살희망자들이 두 남자에게 편지를 보내고, 헬싱키에서 만나 간단한 세미나 후 남은 사람들이 모여, 죽기 좋은 장소로 여행을 하기로 한다. 자살 희망자 중에서 비서도 구하고, 버스회사 사장도 골라서, 전국을 여행하며 40인승의 버스를 채워나간다.

여기서부터는 자살테라피에 로드무비가 더해진다. 그래봤자 여전히 재미는 없다.

이 소설이 정말로, 정말로 핀란드에서 인기를 끌었다면, 핀란드는 소문처럼 재미있는 일이 없고, 죽을만큼 지루하거나
아래의 이유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다. 비애, 한없는 무관심, 우울증이 이 불행한 민족을 짓누른다. 천 년의 세월 동안 이 땅의 사람들은 우울증에 굴복당했으며, 그들의 영혼은 음울하고 진지하다. 그 결과는 아주 파괴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곤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죽음뿐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었던 이야기가 딱 하나 있는데,
이야기가 시작된 여름 별장은 호숫가에 있다. 아주 아주 커서 건너편 호숫가가 보이지도 않는 큰 호숫가인데, 오랜동안 내려온 관습이 있다. 술을 마시고, 1/3정도 남긴 후 뚜껑을 꼭 닫아서, 호숫가에 놔두면 물결을 따라 건너편 호숫가에 안착한다. 그렇게 술을 나눈다. 어떤 술이 호숫가에 묻혀 있을지 기대하는 기쁨.
이 책에 등장하는 다른 어떤 멋진 장소보다, 나는 그 여름별장이 가고 싶었다. 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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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09-22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책장은 술술 넘어가고 잘 읽히잖아요.ㅎㅎ 소재가 독특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책이네요.

하이드 2008-09-2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랄까, 저랑은 상극인 무재미의 책이었어요 ㅡㅜ
 
연민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지독한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온화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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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호프밀러 소령은 평범하고 가난한 군인이다. 우연히 백만장자의 식탁에 앉게 된 그는 백만장자인 케케스팔바의 삶의 존재이유인 그의 딸, 에디트의 사랑을 받게 된다. 에디트는 어릴적부터 다리를 쓰지 못한 섬세하고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정'이란 것을 느끼면서, 자신을 고통과 희열의 세계, 소위 '사랑'이라고 하는 그 험난한 세계에 발을 들인다. 보통의 로맨스 소설이라면, 헌신적인 호프밀러라던가, 야심에 가득차 돈을 위해 에디트를 이용하는 야심가인 이야기 전개를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연민>은 다르다. 그가 추리소설 작가였다면, <연민>- 사랑할때 버려야할 지독한 감정은 온통 스포일러인셈이다.

'연민'이라는 감정,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기는 보통때였다면 선한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 감정이 '사랑'을 만나면 얼마나 독(毒)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독한 소설이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위대한 전기작가이다. 소설에서도 그의 위대함은 어김없이 발동된다. 그 위대함은 인간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관찰에서 나오는데, 그는 '연민'이라는 감정을 주재료로 하여, 그 곁의 각종 인간 감정들을 잘 요리해 보여준다. 평범한 존재였던 호프밀러는 백만장자의 식탁에 초대 받았는데, 그것만으로 끝났다면, 특별한 이벤트, 해프닝으로 끝났을 그날 밤의 식사는 백만장자의 딸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의 큰 부분이 된다. 처음으로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감정에 심취하게 된다. 자신이 백만장자인 아빠의 사랑을 한몸으로 받는 딸이건 아니건, 에디트는 무경험과 자신의 장애때문에 그에게 언감생신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고 굳게 믿는다. 그런 그 둘은 그렇게 잘 지내거나, 그렇게 좋은 기억을 간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빌어먹을 '연민'이라는 감정이 끼어들지만 않았더라면..

'연민'은 보통은 특별하지 않다. 이렇게까지 지독하지 않다. 사랑의 보답을 바라지 않았으나, 그의 연민은 독이 되어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  

그것을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연민에 깊이 중독된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은 악이나 야만적 행위 때문이 아니라 거의 언제나 우유부단함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 "우리의 행동에서 허영심은 가장 강력한 추진력 중의 하나이고, 성격이 유약한 사람들은 용기와 결단력처럼 보이는 무엇인가 하자는 유혹에 특히 잘 넘어간다."

 '이성'과 '연민' 사이에서 헤매이는 호프밀러의 옆에 인생이 '연민' 그 자체인 의사 콘도르가 있고, 그를 압박하는 케케스팔바가 있어서, 호프밀러의 연민과 죄책감의 압박은 더욱 거세진다.

읽고 있으면 참 많이 지친다. 그도 그럴것이 단순한 줄거리의 행간에 가득찬 절망과 죄책감과 한숨과 좌절, 그리고 연민등을 받아들여야하기 때문이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그가 쓴 전기문들에서 그랬듯이 화려한 언어의 마술사이다.

나는 한 번 읽기도 참 힘들었던 이 책을 다시 읽을 생각은 없지만, 그렇더라도 이 이야기는 오래오래 남아서, 사소한 연민의 감정이 들때에도, 주저함과 죄책감도 따라올듯하다. 호프밀러를 떠올리며, 에디트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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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08-09-2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그대로, 정말 지독한 소설이였어요.

하이드님 말마딴아 다시 읽을 일은 없겠지만, 또 쉽게 그냥 잊혀지진 않을 듯 합니다.
 

 

 

 

 

 

 

 

 

 

 

 

 

 

 

 


 2007년 39회 부커상 수상작인 
 따끈따끈한 신간 <개더링>이 나왔다.

 2008년 40회 부커상에는 존 버거의 신작 'Froam A to X'가 들어 있다.

 문학상을 그닥 신뢰하거나, 딱히 취향에 맞는 문학상이 있는건 아니지만, '노벨상'붐을 좀 싫어하기는 한다만.

 부커상은 좀 더 알고 싶어졌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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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9-2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더링과 소유를 노리고 있던 참이에요.. 소유에서의 근사한 문장이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 인용되었었지요?

하이드 2008-09-2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을 가지고 보면, 문학상이라는 것도 매년 참 재밌는 이벤트인데 말입니다. <소유>는 몇년전부터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아직 사지도 못했네요. ^^ <버논 갓 리틀>과 존 쿳시도 한때 관심 가졌던 작가와 책이고.. 줄거리 보니,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도 관심갑니다.
 
세렌디피티 수집광
앤 패디먼 지음, 김예리나 옮김 / 행복한상상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책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연서라고 생각하는 <서재 결혼시키기>의 앤 패디먼이 '아메리칸스칼라' 지에 개재했던 열한편의 퍼밀리어 에세이(familiar essay_수상록) 들을 모은 것이다.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그녀가 이야기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패디먼가의 책사랑(아니 중독, 혹은 경배?) 이야기들에 대해 120% 공감 가고, 그녀와 그녀 가족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책들의 이야기가 아기자기하니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글솜씨라던가, 눈에 뛰는 글발이라던가 그런건 없었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모인 아름다운 책이였다.

그런 이유로, 앤패디먼의 신간은 참 반가웠는데, 읽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약간 다르긴 하다. 처음으로 나오는 '자연채집'은 아마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에세이일 것이다. 그녀의 어린시절과 그녀를 만들어낸 패디먼가에 대해 엿보고 '어이쿠, 제가 졌어요' 두손 들게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곤충채집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어린시절 잠자리통과 잠자리채를 들고 죄없는 잠자리들을 잡으러 다니기도 했고, 학교 뒤 땔감에 서식하는 장수하늘소를 눈에 뛰는 족족 잡아서 싸움을 붙이기도 했지만, '나비채집'이라는 것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나비를 잡아서 말려서 죽여서 전시하는 것. 그것에 대한 죄책감과 동시에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비채집의 고전과도 같은 클로츠의 책 이야기부터 나비채집을 좋아했던 유명인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오륙백명의 머리를 베어야 한다' 고 주장했던 프랑스의 혁명가 장 폴 마라라던가, '셀 수 없이 많은 누드 잡지와 포르노 동상, SM장신구들과 18,000여개의 성관련 자료를 수집한' 성학자 알프레드 킨제이라던가, 아름다운 미술학도를 납치해 지하실에 가두는 존 파울즈 소설 <콜렉터> 속의 프레더릭 클레그까지.. 가 모두 나비 수집가였음을 이야기 하고, 그 모든 사이코 부대를 압도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60여년간에 이른 나비 사랑을 그의 인생과 작품을 들춰내며 청산유수로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세렌디피티 자연박물관'으로 마무리 되는데, 그녀와 그녀의 오빠인 킴 패디먼. 나비채집 동료였고, '세렌디피티 자연박물관'의 큐레이터이자 소장이자 관람객이였던 그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킴 패디먼에게 헌정되는 책이기도 하다. 세렌디피티 자연박물관(패디먼가의 어느 운 나쁜 방) 에는 패디먼 남매가 모은 웬갖 기상천외한 것들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욕실에 모래를 채우고 무슨무슨 왕뱀을 키우게 해 주고, 말린 모래상어를 벽에 못질해서 걸게 해주고, 생일 선물로 받은 촌충을 전시하게 해 준 남매의 어머니를 존경하고 싶다. 아주 낭만적이게도 조개수집 이야기와 유년기와의 이별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이 글이 아마도 이 책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글이 아닌가 싶다.

작가에 대한 글로는 '온순하지 않은 램'(찰스 램), '도망자 콜리지', '프로크루스테스와 문화전쟁' 이 있고, 탐험가에 대한 '북극의 쾌락주의자'가 있다.

먹거리에 대한 '아이스크림'이나 '커피'와 같은 글이 있고, 지극히 일상적인 '우편물'에 대한 이야기, 9.11이 일어났을 당시 성조기에 대한 이야기인 '면으로 된 천 한 장' , '이사'가 있다.

'자연채집'으로 시작한 에세이집은 '물 속에서' 라는 그녀의 비극적인 카누경험 이야기로 끝이 난다.


<서재결혼시키기>와 같은 책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녀가 그렇게 멀리 간 것은 아니다.
호기심이 가득한(책벌레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그녀의 생각흐름을 소소한(?) 역사와 문학작품들 위주로 따라가는 산책과도 같은 짤막한 여행은 여전히 즐겁다. 

이 책의 원제 At large and at small 에 대하여
이 작품의 제목은 내 관심의 대상이 원시안적이지만 내가 보는 초점은 근시안적이란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지었다. 이 작품을 집필 중이었을 때 [크고 작은 것들에 대해 On Great and Little Things]라는 해즐릿의 수필이 떠올랐다. 그는 말했다.
"정신의 기관들은 눈동자처럼 마치 넓은 면이나 좁은 면을 보기 위해 수축되거나 팽창되며, 그러면서도 각 장기들의 관심을 끌만한 다양한 대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느낀다.                                                                                                        
                                
                                                                                                                                    -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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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9-2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재미있었다면, 차라리 다이앤 애크먼의 <감각의 박물학>을 추천한다. <세렌디피티..>도 귀엽지만, 다이앤 애크먼은 훨씬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