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145
케빈 헹크스 글 그림, 맹주열 옮김 / 비룡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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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부터 책의 그림체를 짐작할 수 있다. 달밤에 하얀 아기고양이가 마징가귀를 하고, 앞발을 그루밍( 까끌한 혀로 깨끗하게 닦는다. 앞발 한번 핥고, 그 발로 얼굴 닦고.를 반복하기도 한다. 고양이 세수!) 하얀 달 앞에 앉아서 그루밍하는 고양이 앞으로는 계란꽃과(흐흐) 라벤더 꽃밭이다. 

속지. 회색 바탕에 하얀 도트. 밝은 검은 밤에 하얀달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속지부터 사랑스럽다고 이야기했나? 첫페이지 들어가기 전의 페이지도 사랑스럽다. ㅡㅜ
아, 저 궁둥이.. 아가식빵!!(앞다리,뒷다리,꼬리까지 말아넣고 앉아 있으면 식빵모양으로 보인다.) 



어느 날 밤, 보름달을 처음 본 아기고양이
'하늘에 조그만 우유 접시가 있네.'

우유가 마시고 싶어진 고양이는



눈을 감고 목을 쭉 뻗어 혀를 할짝 거려 보는 아기고양이



하지만 고양이가 핥은 것은 벌레;;
가여운 아기 고양이!



우유 접시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아기 고양이를 기다린다.

왼쪽 아래 구퉁이에 고양이, 오른쪽 위 구퉁이에 보름달 
대부분의 여백은 온통 하얗지만, 이야기는 더 맘에 확 와닿는다.



'엉덩이를 씰룩씰룩하다가' 힘껏 우유접시를 향해 뛰어오른 고양이



가여운 아기 고양이!



우유접시를 쫓아가는 아기 고양이
아무리 쫓아가도 그대로인 우유접시... 아니 보름달은
어린시절 차 안에서 나를 따라오는 보름달, '엄마, 달이 쫓아와'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가 집에 와서 졸린 눈을 비비며 눈을 떴을때 집 앞에 와 있는 달을 보았을때의 반가움
뭐,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요즘도 아이들은 '보름달이 쫓아 오는걸' 알고 있을까?



나무를 기어올라봐도 우유접시에 닿을 수 없는 아기 고양이



연못 아래 더 커다란 우유접시 발견 
'와, 맛있겠다!'

 



춥고 배고프고 슬프고 지친 홀딱 젖은 '가여운 아기 고양이!'



아기 고양이는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갔지요.

그런데 ……

집으로 돌아간 아기 고양이에겐 무슨 일이?

어떤 예쁜 칼라도 없이 흑백으로만 그린 '그저 하늘의 우유접시에 있는 우유를 먹고 싶었을 뿐인 가여운 아기 고양이'
이야기는 단순함의 묘미를 보여준다. 분명히 고양이를 키우고 있을 작가 캐빈 행크스는
'동물' '먹는 이야기' '모험' 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림책은 뒷표지에도 이야기가 있다. '와, 맛있겠다!'

누구에게는 우유접시 같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뻥튀기 같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호떡 같기도 한
보름달과 아기고양이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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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11-2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요즘 하이드님 동화책 리뷰 보기만 하면 마음이 흔들린다니까요?!

카스피 2008-11-2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고양이가 너무 이쁘네요^^

하이드 2008-11-22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하지만,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지요.^^

동화책 리뷰는 계속됩니다~

L.SHIN 2008-11-26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무지개 끝에 가보겠다고 미친 듯이 쫒아갔던 기억이 나는군요.(웃음)
 

 

 

 

 

 

 

 

암흑관의 살인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에 의하면 처음 다섯편의 관시리즈는 시계관까지를 1부로 보고, 암흑관은 관시리즈 2부격에 속하는 작품이다. 어마무시한 양에 사고 싶은 욕심도 컸더랬는데, 시계관까지를 읽고, 암흑관을 읽으려니, 솔직히 그간 엄두가 안났다. 

미미여사의 <모방범> 3권과는 또 틀린 것이 관시리즈는 정말 '특이'하게도 시종일관 '관'트릭인 것이다. 여기서 관은 코핀이 아니고 하우스할때 관이다.

신본격의 큰 팬이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주구장창 ' 이 이상한 집에 트릭이 있어' 라는걸 알고 보면,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그러고보면 매 작품 등장하는 나카무라 세이지( 이 모든 기묘한 관을 만든 죽은 건축가이고, 그가 만든 건축물마다 떼죽음이거나 기묘한 죽음이다.) 도 특이한 존재이다. 시리즈의 범인격인 것도 아니고, 시리즈의 어둠의 배후, 트릭제공자역이라니 말이다.

워낙에 집트릭, 공간트릭에 별재미를 못 느끼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각관과 시계관은 재미있게 읽었다. 내용도 단순해서 읽고 홀랑 까먹는 나지만, 비교적 선명하게 스토리라인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 그러나 암흑관이 길어진 이유가, 몽환성과 초현실성, 추상성, 은유 등을 더하기 위해서라면 앞으로 남은 두권을 읽을 생각에 한숨이 난다. 단순하고 분명하고, 사건의 발단, 떼죽음, 결말까지 고속도로처럼 쭈욱- 가는 것이 그나마 매력이였는데, 문장과 이야기의 낭비가 너무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초반부터 들어버린다.

길다고 다 문장의 낭비는 아니다. 얼마전에 읽은 조이스 캐롤 오츠의 <사토장이의 딸>은 문장 하나하나가 다 이야기를 위한 것이었고, 천페이지가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미미여사의 작품들도 글의 길이와 상관없어 명정하고, 어떤 단순해 보이는 문장이라도 적절의 묘를 보여준다.

역사책이라거나, 정보가 질질 흐르는 것이 매력(?)인 책들이 아니라면, 두꺼운 책은 짜증양산소에 그친다.
네권의 관시리즈를 그런 트릭과 관을 그닥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탐정격의 애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은 것은 순전히 이야기의 힘이거나 작가의 재주일 것이다.

그나저나 흑사관.. 중간에 끊기도 뭐하고, 앞길이 깜깜하다.

이 외에 잡고 있는 책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1,
서평단 도서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작은 기적들>1,2
조이스 캐롤 오츠의 <블랙 워터>
정도이다.
<블랙워터>를 읽고 나서는 <폭풍의 언덕>과 <본격소설>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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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11-20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암흑관...제 리뷰를 보셨으면 절대 안 사셨을 텐데...;;; 고난의 길로 접어드실 걸 축하드립니다.ㅎㅎ

하이드 2008-11-20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아마 읽을 책이어서 리뷰 안 봤나봐요. 엉엉 ㅡㅜ 그나마 다행인건 술술 읽히기는 한다는거;

보석 2008-11-21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암흑관은 1권 분량이면 딱 좋았을 것 같아요. 그랬으면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하이드님의 리뷰가 기대됩니다.^^
 
백다섯 명의 오케스트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20
칼라 쿠스킨 지음, 정성원 옮김, 마크 사이먼트 그림 / 비룡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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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피곤한 한 주가 끝나고, TGIF 인 귀가시간에 남자 아흔두명과 여자 열 세명이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백다섯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음악회 준비 과정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일상과 악기를 친근하게 보여주는 따뜻한 그림체의 책이다. '오케스트라' 란? 고대 그리스 극장의 청중석과 무대 사이의 공간을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악곡의 규모와 공연장 크기에 따라 연주자 수가 달라지는데, 사십 명 규모의 '체임버 오케스트라' 와 백네 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 구분되며,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고도 불린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사용되는 플루트, 피콜로,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등의 목관 악기, 호른, 트럼펫, 트롬본 등의 금관 악기, 팀파니, 드럼 등의 타악기, 그리고 하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 베이스 등의 현악기와 오케스트라 구성원, 의상, 자리 배치 등에 대한 팩트를 단원들의 '출근 준비'를 통해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금요일 저녁, 사람들은 퇴근하고, 집집마다 불이 하나 둘 켜질때,
시내와 교외 곳곳에 사는 백다섯 명은 옷입을 준비를 해. 일하려 나가려고 말이야.

남자는 아흔 두명이고, 여자는 열세 명. 모두 각기 다른 방법으로 몸을 씻고,
각기 다른 방법으로 몸을 말려. 남자들은 수염을 기르는 세명을 빼고는 면도를 하지. 그리고 속옷을 입기 시작해.

남자들은 모두 검은 양말을 신고, 여자들은 복잡하고 다양한 속옷을 입어.
남자들은 속옷을 다 입고 나면 흰색 와이셔츠를 입어. 그리고 검은 바지를 입지.

그 중에 한 남자는 검은색 곱슬머리에 흰색으로 부분 염색을 했는데, 번개 모양으로 말이야.
남자는 앞 쪽에 주름 장식 달린 부드러운 흰색 셔츠를 입고,소매에 멋진 커프스단추를 채워.
그리고 허리에 '커머번드'라고 부르는 널따란 검은색 허리띠를 두르지. 다른 남자들은 허리띠 대신 멜빵을 매.
머리에 번개 모양의 흰색 부분 염색을 하신 분은 물론 마에스트로- 지휘자시다.
여자들은 검은색 긴 치마와 어울리는 검은색 윗 옷을 입어. 몇몇은 목걸이나 귀걸이를 하는데,
팔찌를 차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팔찌는 일할때 방해가 되거든.

백다섯 명은 문을 열고 백다섯 개의 거리로 나가.
시내로 향하는 택시, 자동차, 지하철, 버스 들을 타지.

백다섯명의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 아빠, 남편, 아내, 친구들, 아이들, 강아지, 새, 고양이,
아무튼 집에 있는 모두들

흰색 머리가 섞인 검은색 곱술머리 남자는 집 앞에 기다리고 있는 기다란 자동차에 올라타지.



금요일 밤 8시 25분, 백네명이 시내에 있는 필하모닉 혹의 커다란 무대에 입장하고 있어.
모양과 색깔이 조금씩 다른 가방들도 뒤쪽에 남겨두고, 이제 백한 명은 가방에 들어 있던 악기를 꺼내 무대로 나르지.

세 명은 악기를 나르지 않아. 하프 연주자와 타악기 연주자, 팀파니 연주자들은
악기가 굉장히 무거워서 쉽게 나를 수가 없어. 그래서 미리 무래에 갖다 놓은거야.
이런 부분들은 굉장히 귀엽고 실질적인 이야기와 그림으로 다가온다.

무대에는 백네 개의 의자가 있는데, 그 중 두 개는 등받이가 없어.
의자 앞쪽에는 악보를 올려 놓은 보면대가 하나씩 있고,
이제 백네 명은 의자에 앉아. 등받이가 없는 의자는 더블 베이스 연주자들의 의자야.
그리고 모두 악보 첫 장을 펼쳐.

검은색 곱슬머리를 흰색으로 부분염색한 남자가 입장해서 단숨에 지휘대로 뛰어올라.
이 남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야. 손에는 지휘봉을 쥐고 있지.

샹들리에 여섯개가 조용히 반짝거리고, 커다란 공연장은 음악으로 가득 차.

아름답게 연주되는 음악과 피날레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에 대한 소소한 정보들을 파스텔톤의 예쁜 그림과 재미있는 일상의 그림으로 머리에 쏙 들어오게 전달해주고 있다.
마침내 백다섯명이 한 마음이 되어 음악을 연주할 때의 하모니와 열정이 그림으로도 전달되는 듯 하다.
아기자기한 그림들은 사랑스럽고, 오케스트라 이야기는 유익하며, 그렇게 연 하룻밤의 공연은 감동적이다.

금요일 저녁에 출근하는 백다섯명의 사람들,

이 사람들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다.
음악을 아름답게 연주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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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1-19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하이드님 그림책 리뷰 읽는 재미가 정말 쏠쏠합니다. ^^

Kitty 2008-11-20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하이드님 그림책 리뷰 읽는 재미가 정말 쏠쏠합니다. ^^ <- 22222222222222222
어쩜 이렇게 사진도 잘 찍으셔요. 전 맨날 손떨려서 두 개로 보이던데;;;;

조선인 2008-11-20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그림책이군요. 제가 찾던 바로 그런!

하이드 2008-11-2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책은 실물이 짐작하시듯이 더 나아요. 페이지수도 많고, 글씨도 꽤 있지요. ^^ 재미있고, 유익하고,끝에는 꽤나 벅찼어요.
 

 

 

 

 

 

 

 

 

 

 

 

 

 

 

오래간만에 환상문화단편집에서 신간이 나왔다. 바로바로 두구두구두구(라고 해봤자, 위에 다 있잖아;)
닐 게이먼의 <신들의 전쟁>이다. 재미없어 보이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건 순전히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가 재미없었던탓; 즉, 전혀 근거없는 제목에의 편견임)
휴고, 네뷸러, 브람 스토커, SFX, 로커스 상을 휩쓴 21세기 최고의 환상 문학!
라고 한다. 휴고랑 네뷸러 상까지는 알겠는데, 상이 많구나..
SF를 즐겨 '사기'는 하지만, 즐겨 '읽지'는 않는데, 얼마전에 엔더시리즈 읽고 그야말로 뿅간- 상태라서
휴구, 네뷸러, 하악하악- 이러고 있다; 플러스, 닐 게이먼은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인 문장들로
나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지 않은가.(그래도 왠지 북스피어의 그린북레드북은 안사게 된다. 왜? 응?)
다 사고 다 읽어서 더이상 읽을 것이 없이 잠시 가장 좋은 마음의 서랍 한 구석에 모셔놓은 이름이 바로 닐 게이먼인데,
나와주니 반갑네, 그려.  얼마전에 그림책을 지르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닐 '가'이먼의 <벽속에 늑대가 있어> 우슐라 르 귄의 거미 어쩌구는 솔직히 별로였지만(그러나 나는 소설의 우슐라 르 귄여사와도 안 친한지라) 닐 '가'이먼(이 우리가 아는 닐 게이먼 맞다)의 <벽 속에 늑대가 있어>는 기대중이다. 위의 책 중에서 <베오울프>는 닐게이먼스럽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북유럽신화와 특유의 모호한 선악, 인간의 immortality가 정말 멋진 소설이다. 많은 판타지 소설들이 영화로 나오지만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은 꽤 좋아한다.) 닐 게이먼의 위의 두 소설만은 정말 책쪽에 열손가락 다 들어주고 싶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요즈음
(어제 날씨로만 보면 완전 겨울, 꺄- )

예술의 전당 '서양미술 거장전'(렘브란트 만나다) 의 도록이 좋은 가격에 티켓 포함해서 나오더니, 시립미술관의 '퐁피두 센터 특별전' 의 도록이 두개나 나왔다. 티켓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더 관심가는 전시이므로, 전시관에 가서 두 도록을 다 보고 결정해야겠다.
11.22- 내년3월까지
서울시립미술관퐁피두센터전

조이스 캐롤 오츠<사토장이의 딸들>
리뷰에서 못 했던 이야기. 천페이지를 눈깜짝할사이에 읽어버렸다.
어떤 책을 읽고, 아, 이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천재거나 장인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성의 책을 볼 때, 정말 즐겁다. 책 읽는 즐거움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잘 써진 책, Works,작품을 만날 때가 아닐까 싶다. 다 읽지마자 다시 첫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읽게 만드는 책. 이 책은 음악이다. 음악은 유일한 것이다. (라는건 레베카의 대사다.)
폭력의 유전에 대해 나는 전적으로 폭력을 행한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 책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레베카의 공포와 무력함을 이해하면서, 그녀 인생의 불공평함을 이해하면서도, 역시, 폭력을 행하는 제이콥과 티그너에 대한 눈꼽만큼의 이해와 동정의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의미없는 이해와 동정인데, 조이스 캐롤 오츠가 글을 그렇게 썼다! 그들의 이름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제이콥과 티그너라는 이름으로 다가와서 읽는 내내 왠지 레베카에게 미안했다. 내가 열광하는 미국 작가들은 카슨 매컬러스(가을이면 버릇처럼 뒤적인다.), 너세네이얼 웨스트(지금 읽으면 상당히 다른 느낌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키 김(평가 유보하고 열광했는데, 후속작이 안나온다!) 정도인데, 처음 읽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사토장이의 딸>에 조금은 뜨뜻미지근하게(내가 그동한 얻은 나이와 살만큼) 열광 하고 있다. <블랙 워터>와 <작가의 신념>정도가 있는데, 2007년에 나온 <사토장이의 딸>이 그녀의 36번째인가 37번째 장편소설이다. 누군가의 작품을 서른편 넘게 읽는다는건( 그것도 원서로;)무슨 만화책도 아니고, 약간 불가능하게 느껴지지만, 그녀의 문장과 이야기에 콩깍지가 끼워진 나로서는 시도해 볼 일이다. 위에 적은 카슨 매컬러스나 너세네이얼 웨스트의 책은 다 가지고 있다.(고 해봤자, 너세네이얼 웨스트는 요절로 작품이 네개인가 밖에 없고, 카슨 매컬러스도 중편소설, 단편이 대부분이다.) <사토장이의 딸>이 조이스 캐롤 오츠의 평작.이라고 들었다. 이런, 일단 <블랙워터>를 읽고, 천천히 짚어 나가야지. 인생의 작가를 만나는 것은 인생의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공간에서 그녀의 이름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로마제국 쇠망사 1>을 읽기 시작했다. 책이 너무 예쁘다. (이런 얘길 가장 먼저 시작하는 내가 나도 때론 .. 쫌 글타) 근데, 정말 책이 너무 예쁘다. ^^; 명문장가에 수많은 로마사책의 근간이 되었다는 책. 묘한 성격의 인물인듯한 에드워드 기븐스의 글을 보는 것은 꽤나 즐거울듯하다. 근데, 명문장가라고 해서, 약간 곰브리치 아저씨처럼 재미있고, 옛날이야기처럼 서술하는 것일까 혼자 막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딱딱한 시작이다. 프롤로그만은 재미있었다.
1,2권이 나왔고, 올해말에 3권이 나온다던가, 6권까지 나온다고 하는 믿음직한 출판사이니,
역시나 기대된다. (책이 너무 예뻐서;; 6권까지 꽂아두면, 책장의 많은 책들 중에서 자체발광 할 것 같다. 흐흐.. 이런, 끝까지;)

 

 

 

 

 

 

 

 

 

 

위의 책들을 읽고, 사느라고
아래의 책들을 못 사고 있다. 흑. 연말에 들어올 눈먼 적립금을 기대해본다.
<보기, 배우기>는 보이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듯하고 (종이질은 훌륭한데, 앞에 몇장 빼고는 다 흑백도판인데, 가격이 ㅡㅜ 두 권 다 사면 도대체 얼마냐구)
<추의 역사>는 <미의 역사>와 함께 서점에서보다 책장에서 덜 빛난다. 재미있고, 흥미롭고, must have임에는 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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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8-11-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생각의 나무 책은 아무리 좋아도 일단 신간일때는 안사게 되요.1년만 지나면 후두둑 세일을 많이 해서리...

하이드 2008-11-1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보급판으로 나왔던 책들 다시 가격 올려서 50%정도? 올려서 나오더라구요. 저도 보급판 나올까 싶어 망설여지긴 하는데,종이질이 확실히 틀리긴 하더라구요. 근데, <보기 배우기>는 도판이 흑백;

외국소설/예술MD 2008-11-1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 배우기>의 도판은 흑백만은 아니구요, 국내에서 입수하지 못한 이미지만 흑백입니다. 컬러와 흑백이 7:3 정도라고 생각되네요. 인쇄 자체는 당연히 컬러구요.

하이드 2008-11-20 23:37   좋아요 0 | URL
오늘 서점에서 1권2권 처음부터 끝까지 한장 한장 넘겨 보고 왔는데요, 도판의 수를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앞에 몰린 컬러도판을 제외한다면, 내용의 도판은 컬러와 흑백이 반반이거나 흑백이 더 많아 보였어요. 그러나, 생각했던것만큼 흑백이 거슬리지는 않았고, 컬러와 골고루 나와 있었고, 국내에 입수하지 못한 레어한 이미지만 흑백이라고 하니 흑백 도판이 그정도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 책을 사는데 주저하게 될 이유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

하이드 2008-11-1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1권을 후루룩 끝까지 넘겨 봤는데, 앞부분만 컬러고, 내용부분은 다 흑백으로 봤는데;; 아마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니 맞겠지요. ^^

외국소설/예술MD 2008-11-19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원서가 도판이 흑백인데 워낙 레어한 이미지들이 많아서, 따로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원서의 흑백 이미지를 가져다 썼다고 하네요. 안타깝지만 그만큼 평소에 보기 힘든 이미지들이니까요. 재밌습니다. ㅎ

Kitty 2008-11-1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멋진 책들 많네요. 추의 역사 재밌겠어요(재미..라고 표현해도 되나;)
그리고 연쇄 살인범과 다중인격도 관심이 가네요.
요새 로앤오더 보다보니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아주 흥미진진해요 ㅎㅎㅎㅎ
뭉텡이로 담아갑니다 ^^

가넷 2008-11-1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merican Gods .... 어지간히도 기다렸던 작품인데, 이제서야 보게 되는 군요.-_-;
 
사토장이의 딸 - 상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박현주 옮김 / 아고라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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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레베카라는 여자가 있었다. 사토장이의 딸이였다.
천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사토장이의 딸, 레베카가 헤이젤 존스로, 그리고 다시 레베카로 살아 남는 이야기이다.
아름답고, 강한, 강해서 아름다운 레베카. 인생의 첫장을 아버지와 남편의 폭력으로 시작하지만, 그 다음장부터는 자신의
인생을 조심스럽게 개척해나가는 강한 여자다. 팜므파탈이라는 말이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팜므파탈보다는 상처받은 작은새에 가깝지만, 그녀 내부의 어떤 알 수 없는 힘은 결국 그녀와 그녀의 인생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그녀는 이중적이다. 레베카에서 헤이젤 존스로 다시 태어나고자 했으나 헤이젤 존스인 그녀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레베카라는 이름의 무게와 과거의 그림자를 달고 있었다. 거기에서 나온 이중성일 것이다. 팜므파탈이자 상처받은 새, 누구도 믿지 않으나 동시에 무한신뢰를 준다. 사랑하고 동시에 두려워한다. 완벽하게 꾸민 겉모습에 얼핏 얼핏 드러나는 순진한 눈빛과 터져나오는 환한 미소. 종국에는 헤이젤 존스라는 이름도 농담이었다. 그녀의 깨지기 쉬운 험난한 인생에 던져진 거대한 농담.   

레베카 혹은 헤이젤은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다. 두고 두고 곱씹고 싶은 캐릭터다. 이야기는 그녀의 이야기지만,
그녀 인생의 악역들에게도 관심이 간다. 그녀는 사토장이의 딸이였다.  사토장이의 이름은 제이콥 슈워트. 고등학교 수학교사였고, 과학 잡지의 편집자였다. 전쟁이 일어났고,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뒤로 한채 미국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
그의 아내와 그의 두 아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 레베카와 함께.

그들이 자리잡은 곳은 작은 도시, 그는 도시의 무덤을 관리하는 사토장이가 되어 가족을 부양하게 된다.
사토장이, 독일에서 건너 온 유대인, 작은 마을의 가장 하층계급보다 더 아래 있었던 가족은 작은 돌오두막집에서 살게된다.
1년만 참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토장이로서의 삶은 그의 남은 평생을 좀먹는다. 고등학교 수학교사였고, 과학 잡지의 편집자였던 남자는 자신을 굽히고, 더 굽히고, 또 굽힌다. 그 겝, 하늘과 땅만큼의 겝, 독일에서의 인생과 미국에서의 인생사이의 겝에 적응하는 그의 방법은 그의 모든 분노를 가족에게 터뜨리는 것이였다. 정신이 왔다갔다하는 아내. 아들 둘은 왜 둘다 모자라고, 폭력적이여야만 했을까. 결국 슈워트가에서 마지막까지 만족스럽게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작고 약한 아이, 막내딸인 레베카였다. 레베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그녀의 남편 티그너. 190 장신에 주류중개인을 하며 전국을 오가는 그는 짐승과도 같다. 매력적인 짐승.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짐승. 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그가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기를 두려워하고, 사랑을 믿지 않고, 그의 아내인 레베카와 조그만 아들에게 어마어마한 폭력을 가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에게도 그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천페이지는 결코 길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 있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물흐르듯이 자연스레 오간다.
이야기는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이야기 자체도 멋진데, 첫장부터 끝장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플롯은 책을 이제 막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첫페이지부터 펼치고 싶게 만든다.

"동물의 세계에선 약한 놈들은 죽음을 당한다. 언제나 자신의 약점을 감춰라"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조금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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