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말많았지만, 아마 그래도 팔리기는 많이 팔렸을 <리진>에 이어, 이런 신파라니!
 날때부터 엄마였던 그녀는 죽도록 고생만 하고, 희생만 하고, 헌신만 하닥
 서울역 지하철 4호선에서 버려지는거야?  

 사실, 이 소설은 신파는 아니다.
 신경숙은 지극히 신파스러운 이 책을 담담하지만 아픈 고해조로 이야기하기에
 눈물은 찔끔 날 지언정, 신파는 아니다.

 

 

기발하고 톡톡 튀는 젊은 세대의 한국소설이 난무하는 요즘, 결혼 적령기(?) 의 여자가 연애하면서 겪는 고뇌 아닌 고뇌(?)가 인기인 요즘, 혹은 나 이만큼 쿨하요- 하는 중견(?) 여성 작가의 소설이 나오는 요즘
같은 시기에 튀어나왔던 그녀는 왜 '엄마' 이야기인 것일까.
거 참, 비슷한 책을 찾을 수가 없네



 

 

 

 

 

 

 

신파인 아빠가 나오는 <가시고기>는 어떨까. 이 책을 읽고 눈물 한 방울 안 흘렸더니, 나의 엄마는
밖에 나가서 이 책 읽고 안 울었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남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년으로 본다고 진심으로 조언해주었다.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은 어떨까. 억척스런 엄마와 더 억척스러운 시어머니가 나오는데.
외국의 엄마들도 다르지 않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는 육아와 남편 뒷바라지로 소진되어 가는 '엄마들'이 나오는데, 그 엄마들이 우리네 엄마들 봤으면, 하루하루 매순간을 감사하며 살지 않았을까? 

서평분야와 동일한 분야..라는건 한국소설이란 이야기인건가요? (알스님과 비슷한 질문)

한국소설을 한때 많이 읽었던 독자인지라  - 신경숙은 많이 읽었던 한 때 많이 읽었던 작가이기도 하다.-
강력 추천하기 저어되지만,

 

 

 

 

 

 

 

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좀 나중이지만, 신경숙, 공지영, 양귀자의 저런 책들을 읽으며 열광했었다.
10년도 더 전에, 고등학교때
철이 든건지, 세상에 물들치만큼 물들었는지 읽을 기회도 닿았고, 마음에도 들었던 한국소설도 있긴하다.

 

 

 

 

 

 

 


<엄마를 부탁해>는 평범한 이야기, 신파조의 이야기, 고해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모던하다. 세련되게 이야기를 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만 울었다. 읽고나서 '엄마한테 잘해야지' 와 같은 자기반성의 시간도 없었다. 엄마 이야기라는것은 아마 어느정도의 공감이 있었으니, 슝- 읽어나간거겠지만, 세상 사람 수만큼 주관적인 이야기일텐데, 하다못해 똑같은 엄마를 가진 나와 동생에게도 두가지의 엄마 이야기가 있을텐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는 어쩔줄 모르겠던데, 누구에게 권해야 좋을까? 엄마가 있는(있었던, 엄마가 될) 모든 당신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제목의 '엄마를 부탁해'는 책 속에 두 번 나온다. 마음에 남는 구절은 '엄마를 부탁해'
부탁하긴 뭘 부탁하냐, 니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엄마에게 빚만 지고 살았는데, 니가 잘 챙겨야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빚 갚아야지. 그 빚 갚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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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1-2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어빙 소설 줬으면 진짜 잘 할 수 있었는데, 저는 좀, 외국문학쪽으로 서평단 도서좀 챙겨주셨음 하는 바람이 있다는 ㅡㅜ (종교 에세이 빼구요)
 
아저씨 우산 비룡소의 그림동화 30
사노 요코 글.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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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잘 안 읽는 사람이라도, 사노 요코의 <백만번 산 고양이> 의 내용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림이 정교한것도 아니고, 물감으로 쓱쓱 그린듯한 이야기가 항상 읽는 이를 울컥하게 만든다.
나에게, <백만번 산 고양이>는 <플란더즈의 개>만큼이나 읽으면 눈물이 쭈르르 흐르는 책이다.

사노요코의 책은 좀 더 보겠지만, <아저씨 우산>이라는 책을 첫 스타트로 리뷰를 써본다.

첫 페이지에서 짐작하듯이 파란 밑그림선이 '매력적'인 책이다. 아- 나는 블루마니아-

아저씨는 아주 멋진 우산을 가지고 있는데, 우산은 까맣고, 가늘고, 반짝반짝 빛나는 지팡이 같았습니다.
고백컨데, 나 역시 고등학교때부터 저런 우산을 가지고 있었고(지금도) 까맣고, 가는 지팡이 같은 장우산을 사랑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 그냥 비에 젖은 채 걷는다. 왜? 우산이 젖기 때문에
빗발이 굵어지면 - 처마 밑에 들어가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왜? 우산이 젖기 때문에



우산이 젖을까봐 우산을 꼭 끌어안고 서둘러 길을 가는 비장한 아저씨 ..여기가 웃음 포인트? 흐흐



비가 그치지 않으면 우산을 안고 다른 사람의 우산을 빌려 쓴다.



비가 좍좍 내리는 날에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가만히 집 안에 있는다. 왜? 우산이 젖으니깐!
그러고는 세찬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진 사람을 구경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공원에서 쉬고 있는데, 빗방울이 슬금슬금 떨어진다.



조그만 남자 아이가 비를 피하려 나무 밑으로 뛰어들어
"아저씨 가실 거면 저 좀 씌워 주세요" 라고 말합니다.
"흐흠." 아저씨는 못들은척 외면


 

조그만 남자 아이의 친구인 조그만 여자 아이가 우산을 같이 쓰고 가자고 합니다.
"비가 내리면 또롱,또롱,또로롱 비가 내리면 참방 참방 참- 방"
두 아이는 큰 소리로 노래 부르며 빗속을 걷습니다.



아저씨도 덩달아 소리내어 말합니다.
"비가 내리면 또롱,또롱,또로롱 비가 내리면 참방 참방 참- 방"
아저씨는 일어서서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

아저씨가 드디어
우산을 펼쳤습니다.



"비가 내리면 또롱,또롱,또로롱 "
아저씨의 멋진 우산에 빗방울이 떨어져,
또롱 또롱 또로롱 하고 소리가 났습니다.
"정말, 정말이네, 비가 내리니까, 또롱 또롱 또로롱이네."
아저씨는 신이 났어요.



많은 사람들이 장화를 신고 걷고 있었습니다.
아래쪽에서 참방 참방 참방 하고 소리가 났어요.
"정말, 정말이네, 비가 내리니까, 참방 참방 참- 방이네."





아저씨는 신이 나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비에 푹 젖은 우산도 그런대로 괜찮군. 무엇보다도 우산다워서 말이야."
멋진 우산은 멋들어지게 비에 젖어 있었습니다.

비= 파란색? 비= 검정색? 비= 빨주노초파남보색 무지개색?
비와 우산 이야기여서 파란 밑그림이였나. 생각해본다.

우산은 우산다워야 제맛이지.
비 내리는 날, 또롱 또롱 또로롱과 참방 참방 차암-방을 떠올리며
아저씨의 우산을 떠올리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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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해 둔 그림책들

 

 

 

 

 

 

할까말까?는 나에게도 아주 교훈적인;;; 이야기다. '할까말까'라는 아이의 이야기. 표지의 저 뽀글머리가 바로 '할까말까'다.
그림은 고흐도 아닌것이, 마네도 아닌것이 ^^ 아주 이쁜 그림과 이야기여서 다음번 주문때 꼭 넣으리라 다짐했다.
<이불나라의 난쟁이들> 역시 귀여운 그림. 내가 걸리버류 그림에 약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거인나라, 소인국 뭐 이런거.
감기에 걸려 열이 난채로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아이가 이불 위, 이불 나라의 난쟁이들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그림이 완전 귀여워주심.
<사자가 작아졌어!>는 뭐랄까, 그림책인데, 예능필이 난다;;
사자가 작아져서 영양인가의 새끼를 만나는 이야기. 말그대로 예능필이라서, 살짝 고민중

 

 

 

 

 

 

 

표지가 몹시 안 예쁜;; 존치버 단편집이 나왔다. 왜? 왜? 왜? 표지 도대체 왜?
실물도 이미지만큼 안 예쁘다.  근래 가장 충격적인 표지들은 미스테리 장르에서 나오지만,
존 치버의 단편집이 이렇게 미술학도 실습물같이 나와주면 사려다가도 말게 된다.
그냥 평균만 되도 망설임이 없을텐데 말이다. 문학동네는 꽤 괜찮은 표지의 책들을 내 보내는데, 어쩐일일까.

 파티플래너 탐정이 나오는 코지 미스테리
 꾸준히 존재감 없이 계속 나오고 있는 코지미스테리물들

 커피 미스테리 정도에나 집중하려고 한다.
 무슨 빵집 미스테리는 질렸고,
 티샵 미스테리는 표지가 아동틱해서 패스하기로 했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고, 그 중에 표지 예쁜 책들도 많다.

 

 

 

 '색' 에 대한 책들을 모으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꽤 재미있어 보인다.
 에바 헬러의 딱딱한 책을 읽어서인지, 이렇게 말랑한 색채심리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다.

 

 

 

 

 

 

카페에 대한 책들도 좋아한다. 대부분의 경우 실망하거나, 유효기간이 짧긴 하지만,
이 책은 괜찮아 보인다. 제목이 <파리 카페>이지만, 파리 카페 중에서도 '셀렉션'이란 카페에 대한 이야기이다. 안에는 '친근한' 일러스트들이 있고, 글과 셀렉션 카페를 찾았던 명사나 에피소드 얘기들, 역사 등이 흥미로와 보이는 책. 표지도 깔끔하니 이미지로 보이는 것보다 더 상큼하고, 강렬하다.

 

 

 

 성득옹이 쓴 <자이언츠네이션>이 나왔다. 2008 시즌에 대한 글이어서 더 반갑다.
 그동안 까온게 있어서, 첫장에 로감독님 나오니 불안했는데,
 시즌이 끝나니, 다시 냉정하게 로감독님 예찬이시다. 흑, 서점에서 찔찔 울면서 다 보고 나왔다. 
 오랜동안 식물인간이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니 돈 벌어오란 격이였다면서,
 로감독님의 올해 성과에 대한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의 글이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 선수들, 레전드들까지..
 이런저런 일들로 후끈한 스토브리그인데,
 지난 시즌을 이렇게 돌아보니 감개무량.

 

 

닐 게이먼의 <신들의 전쟁>도 아직 살까 말까 하고 있는데, 환상문학 27 <바람의 안쪽>까지 나왔다.

언제 또 추워질지 모르지만, 어제 오늘은 날이 좀 풀렸다.
털부츠와 귀마개와 벽난로와 땔감을 팰 나뭇꾼이 필요하다.  

 

 

 

 

* 하나 더

 <르몽드 세계사>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 교과서 만큼이나 큰 판형에 화려한 도판이다. (더 얇다.)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 교과서'를 사고 싶은데, 내게는 아마도 <르몽드 세계사>가 더 필요할듯하다. 

제목처럼 세계사책은 아니고, '전지구적 이슈와 쟁점들' 키워드를 가지고 현안들을 설명하는 식이다.
근데, 왜 '세계사'란 제목일까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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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8-11-23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하이드님의 그림책 리뷰때문에 잠을 못 자요;;; )

에이프릴 2008-11-2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날 사고싶게 만들어요 리뷰 ㅎㅎ

2008-11-23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난꾸러기 개미 두마리 국민서관 그림동화 38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국민서관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주만지>는 들어봤을 것이다. <주만지>의 원작동화가
바로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주만지>이고, 후속격인 <자투라>까지 나와있다.
그의 이름으로 검색되는 그림책은 각각이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서 더 알고 싶은 작가다.

여왕개미는 수정을 좋아합니다.
여왕개미의 수정을 찾아 떠난 개미들 중에 장난꾸러기 개미 두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장난꾸러기 개미 두 마리의 모험 이야기.



개미나라에 급속히 퍼진 뉴우스~
정찰병 개미가 아름다운 수정을 가져왔는데, 여왕개미가 그것을 한 입 맛보자마자 단숨에 다 먹어버렸다.는 이야기

여왕개미가 지금까지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 수정.
수정이 더 많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요.

여왕개미가 수정을 좋아하는 걸 알아차린 개미들은 여왕개미를 위해 수정을 더 모으기로 합니다.
(이장면에서 <엔더의 게임>을 생각한 나는 SF를 좋아하는 한 어른) 




저녁 무렵 길을 나선 개미들. 
정찰병 개미는 아직 그 곳에 수정이 많긴 하지만,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을 개미들에게 알려줍니다.
개미들의 숲 속 행진이 시작됩니다.
숲이 끝나자 산이 나타난다. 하늘까지 이어진 것 같은 산을 개미들은 열심히 기어올라갑니다.
개미들이 정찰병 개미를 찾아 매끄러운 길을 지나 굽은 유리병을 기어 오르자
발 아래 펼쳐진 수정 바다가 보입니다.



개미들은 수정을 하나씩 집어 들고 서둘러 발길을 돌립니다.
개미 두 마리가 빠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왜 돌아가? 여기가 집이랑 좀 다르긴 하지만, 이 수정들 좀 봐." 한 마리가 말했습니다.
"맞아, 우리는 여기서 평생 이 맛난 것을 먹고 살 수 있어." 나머지 한 마리가 말했습니다.



날이 밝을때까지 수정들 속에 잠들어 있던 개미 둘은 커다란 삽이 수정에 푹 박히고, 눈 깜짝할 사이
삽에 들렸다가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집니다.  수정과 함께 커다랗고 뜨거운 호수에 빠지고 맙니다.



커다란 삽이 호수 물을 앞뒤로 거칠게 내젓자 큰 파도가 개미들을 덮칩니다.
삽이 호수 물을 휘저어 소용돌이가 생기자 개미들은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빠졌습니다.
개미들은 숨을 꾹 참았다가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머금고 있던 쓴 물을 내뱉었습니다.
그 물은 너무 썼습니다! (풉-)


그 때!, 호수가 기울며 물이 동굴로 빨려들었습니다.
개미들은 있는 힘을 다해 호숫가로 헤엄을 쳐서 가파른 벽을 타고 호수 밖으로 나와 숨을 곳을 찾았습니다.
커다란 원반에 구멍이 여러개 뚫려 있는 게 보여서 그 안으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주변은 온통 빨간 빛으로 둘러싸여 있고, 점점 뜨거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곧, 참을 수 없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때 갑자기 원반이 튀어 오르는 바람에 개미 두마리도 공중으로 날아갔습니다.

개미들은 분수 같은 곳에 떨어졌습니다. 목이 너무 말랐고, 후끈후끈해진 머리를 식히려 물이 쏟아져 나오는 곳으로
갔습니다. 빛나는 표면에 딱 붙어서 흐르는 물에 머리를 집어 넣었는데, 물살이 너무 셌습니다.



불쌍한 개미 두 마리는 물에 휩쓸려 축축하고 어두운 방에 내동댕이
음식 찌꺼기와 물방울이 마구 휘몰아치다가 멈추고 나자 온몸에 멍이 든 개미들은 비틀거리며 그 방을 빠져 나왔습니다.

개미들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장난꾸러기 두 개미는 어떻게 될까요? 여왕개미와 개미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요?

개미들의 눈으로 본 거대한 인간 세상 이야기.
개미들에게 커다란 수정처럼 보이는 설탕 이야기는 달콤하다.
개미가 빠진 뜨거운 호수는 어떻고, 토스트기 동굴과 싱크대 폭포도 빠질 수 없다.

일상의 소소한 물건들을 개미의 눈으로 다시 보는 재미난 이야기. 
개미에게도 개미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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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책을 대했을때 독자의 자세

결국 재미없을랑말랑했던 <바람과 그림자의 책>은 아직도 그 때 읽었던 그대로다.
++
재미없는 책을 대하는 독자의 자세의 결론은 '읽지 않는다' 혹은 잘 말해주어야 '영원히 읽는 중' 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 다른 질문 '재미없는 추리소설을 대했을때 매니아의 자세' 에 대한 답변은 무엇일까.

나 자신을 추리소설 매니아.라고 거창하게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추리'의 요소를 지닌 책들을 편애하는 편인 것은 분명하다. 남들이 알아주어야만 매니아가 되는 것은 아니니깐. 나는 내 자신을 일단은 '추리소설 매니아'로 부르도록 하겠다.

좋은 책, 재미있는 책만 읽을 수 없는건, 첫 한두장에 책을 판단한다는 것은 첫인상에 사람을 판단하는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독자를 골리려고 일부러 재미없는 시작을 만드는 작가가 있을리 없지만, 독자의 참을성을 요하는 첫부분(이건 몇장일때도 있고, 때로는 책의 반토막가량일때도 있다.)을 쓰는 저자도 있고, 이 경우에 그 지루한 첫부분이 무언가 알기 힘든 시너지효과를 주어 더 폭발적인 결말을 끌어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플러스, 완전히 뿅가는 첫페이지에 독자를 홀리고, 지지부진한 중간단계에 개똥같은 결말을 끌어내는 작가들도 있다.  

내가 악담을 퍼붓는 책들의 대부분은 '추리소설'이다. 내가 특별히 추리소설을 미워해서가 아니라(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이래뵈도 '추리소설 매니아'다.) 내가 추리소설을 대하는 자세때문이라는것을 문득 깨달았다.

지난번처럼 번호를 매길필요도 없다. '재미없는 추리소설을 대했을때 매니아의 자세'는 꿋꿋이 읽어낸다. 이다.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장르 소설에 대한 예의이자 추리소설 매니아로서의 자부심이자, 겪어내야할 고난이다.
(그러고보니 '바람과 그림자의 책'도 미스테리;; 다 읽을꺼다!)

대신 마지막 한 장을 덮을때까지도 도저히 칭찬해줄 구석이라곤 찾을 수가 없을때는 질펀하게 욕해주는거다.
이 부분에서 몇몇 장르문학 독자와 나와의 의견차가 있는데, '저자에 대한 예의'는 개뿔이라고 생각하니 논외고, 
'가뜩이나 장르시장이 어려운데, 그렇게까지 할껀 뭐냐' 고 하는 독자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책'을 이 세상에 내 놓은 모든 저자와 번역가와 편집자와 출판사와 북디자이너와 등등의 출판관련하시는 분들의 밥벌이에 보태준 것 있는 소비자로서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감자칩시장이 어렵지만, 맛 없는 감자칩을 돈 주고 계속 사 먹을만큼 나는 관대하지 않다. 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튼, 나로 하여금 또 이렇게 사색적인(?) 페이퍼를 쓰게 만드신 주인공책은
아야츠지 유키토의 <암흑관의 살인>이다. 

한 280페이지 정도 읽을때까지는 짜증나고, 속상하고, 괴로웠다. (이건 정말로 내 마음속을 스치고간 감정들이다.)
이 책을 3권이나 샀을때는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몇번이나 고민하다 산 거였고( 산지 한 1년된듯;;) 
비록 읽을 엄두는 이제야 냈지만, 머드그린칼러의 이 책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 만으로도 아주 뿌듯했다.

근데, 280페이지 정도 읽고 나니 '추리' 장르에 대한 나의 애정에서 온 방어기제인지도 모르겠는데, 
긍정적인 생각이 마구 들기 시작했다.

이 시리즈에 대해 빅팬이 아니라는 건 지난번에도 말한 적 있다. 
밀실트릭이라던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류의 이야기에 그닥 매력을 못 느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술 넘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자칭 추리소설 매니아로서 관시리즈 정도는 읽어줘야지 하는 뿌듯함도 있었고.

십각관과 시계관이 한권짜리로 빠르게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어서 
저자가 거기까지가 1부라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패턴이 유지되기를 바랬나보다.

'시점'이라는 녀석이 마구 돌아다니고, '죽음'과 '기억상실'코드가 '난무'하는 이야기
게다가 어짜피 또 집구석이 움직이겠지. 하는 공공연한 트릭까지 다시한번 말하지만 짜증나고, 속상하고, 괴로웠는데,

전작들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이 책을 먼저 읽는다고 생각하면,
나름대로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건 모두가 동의하는 생각은 아니겠지만, 난 쓸데없이 긴 소설에도 책꽂이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것 외에 그 길이의 미덕 ㅡㅜ 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시점에서 이 책이 재미있어졌는지 페이퍼 쓰면서 그새 까먹었는데 orz 
반복의 묘미? 스님출신의 추리작가 탐정 등장에 대한 기대? 코난의 기억상실?
계속되는 으스스한 분위기? 호수 가운데 거인의 관처럼 자리잡고 있는 암흑관?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지가 연상되는 기괴한 등장인물들? (그러나 아야츠지 유키토가 란포나 세이지처럼 기괴하려면 한참 멀긴 했지만, 나는 워낙 기괴코드를 좋아한다.사실, 나카무라 세이지 하나만 놓고 봐도 아야츠지 유키토가 '괴기'한 캐릭터 창조에 재능이 있다는 것도 분명하고.)

무튼, 이백팔십몇페이지 정도부터 책은 재미있어졌고,
나의 짜증 속에 구상된 이 페이퍼는 짜증과 함께 뒤로하고,
이제 열심히 책을 읽을 생각이다. 
  
사족 : 우리나라에 '추리매니아' 라고 꼽을 수 있는 사람은 몇명일까??
         나 왠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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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8-11-2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흑관->은 분량이 어마어마해서 엄두가 안나서 손도 못대고 있는데,
어째 요 페이퍼를 보니 겁이 스멀스멀나는군요 ㅎ

하이드 2008-11-22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염려놓으세요 ^^ 제가 좀 성질급한 독자잖아요.
1권 후루룩 다 읽고, 2권 보고 있는데, 재밌습니다. 아직 사건도 탐정도 안 나왔다는;; 코난은 기절했다가 이제 막 잠 깼다는;;

Apple 2008-11-22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리소설을 가장 편애하긴 하지만, 재미없는 것들을 만났을때는 참을수없이 괴로운 사람중 하나입니다.-_ㅠ
아마 사랑하는 장르이기 떄문에 더 그렇겠지요.^^;
최근에 가장 최악이었던 책은 "악은 악으로"라는 책이었는데, 읽는 도중에는 좀 뻔한 거나 주인공들이 뜬구름잡는 얘기하는 거 말고는 괴롭거나 하지 않았는데 결말을 읽고 나니 어이가 우주로 날라가버려서는...-_ㅜ작가멱살을 한번 잡아주고 싶었다는...
"재미없었는데, 나중에는 재밌어졌다-"보다 "재밌었는데 나중에는 어이가 없어졌다-"가 더 싫은 케이스같아요.

정말 진도가 심각하게 나가지 않는 추리소설을 발견할때 저는 이렇게 합니다.
1. 읽다말고 인터넷 서평을 읽어본다. (결국 재밌어질까에 대한 은밀한 기대감이랄까?)
2. 중간 생략, 마지막부터 확인한다. (그나마도 막판에 모두 밝혀지지 않는 경우에는 난감합니다.)
3. 집어치운다. (이게 대부분일듯;;)

그나저나 우리나라 추리소설 매니아는 정말 얼마나 될까요?^^;100명쯤 되려나? 더 될까?
이렇게 말하는 저도, 막상 매니아라고 말하기는 쫌 그렇네요.헤헤..

하이드 2008-11-22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1,2번은 합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 거의 없는데(그냥 몇년째 읽고 있는 책들이라고 할래요 ^^;) 추리소설은 그래도 거의 끝까지 읽고 집어던지는 것 같아요. 근데, 1번은 은밀한 기대감으로 봤는데, 악평만 잔뜩이면, 결국.. 집어던져야 하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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