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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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슴프레한 술집 구석에서 깨달았다. 변한 것은 책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케이크 사 먹을 돈을 절약했던 소녀는 집을 떠나 사랑을 알고, 그 후에 이어진 아름답지 못한 결말도 배우고, 친구를 잃고 또 새롭게 얻고, 예전에 알던 것보다 더 깊은 절망과 끝없는 희망을 알고, 잘 되지 않는 것과 바라는 바를 간절히 기원하는 방법도 배우고, 하지만 어떤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게 있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고, 그렇게 내 안에서 조금씩 늘어나거나 줄어든 무언가 바뀔 때마다 마주한 이 책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던 것이다.    -'여행하는 책'中-  

헌책들을 쇼핑백 두개로 나누어 넣고 헌책방에 팔러간다. 헌책방 할아버지는 '이 책 정말 팔꺼야?' 라고 묻는다. 그저그런 번역소설이었기에 그렇게 책을 팔고 시간이 흘러, 대학교때 네팔로 배낭여행을 가게 된다. 네팔의 한 헌책방에서 시간을 떼우다가 일본어로 된 책을 한 권 고른다. 책을 후루룩 넘기고 덮으려던 찰나, 자신의 이니셜과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그 때 떠오르는 지난 기억. 일본에서 팔았던 책을 네팔에서 만나게 되다니, 이런 우연이. 책을 사들고,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기억하고 있던 것과 다른 점들을 맞추어 가며 나도 모르게 책에 몰입하게 된다. 네팔에서 짐이 많아져 그 책을 다시 네팔의 만물상에서 팔게 된다. 또 시간이 흘러.. 그 책과의 인연은 묻혀지고, 직장에 들어가 아일랜드로 출장을 가게 된다. 시간이 남아 서점에 들어갔는데, 헌책방이다...  

판타지같은 이야기지만, 전혀 없을법한 이야기는 아니다. 책과의 인연, 책이 있는 만남과 헤어짐. 인생의 강물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멈출때까지 끊임없이 흘러가고, 각각의 인생은 한권의 책과 같아서,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페이지를 넘긴다.

'그와 나의 책장' 은 서로 비슷한 잡다한 취향을 가진 남녀가 만나 책장을 합치는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가 떠오르는 단편이다. 의외로 그런 상황은 많이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취향이기에 두 권씩 있는 책들은 더 낡은 한권을 팔면서 그렇게 책장을 합쳐나간다. 서재가 이혼해야하는 그날까지. 함께 하던 방에서 자신의 책을 골라내는 여자. 소소한 상황과 생각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 단편과 '불행의 씨앗', '미쓰자와 서점'이 제일 재미있었다.

'불행의 씨앗'에서 사귀던 남자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사귀게 되고, 여행을 갔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등 나쁜일이 자꾸 일어나자 여행지인 대만에서 점집을 찾아간다. 필담으로 주고받은 결과 남자가 읽던 자기 방에 있던 누구 책인지 모르는 그 책이 '불행의 씨앗'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녀는 그 책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지금은 전남친의 여자친구인 그녀에게 전해주며, 남친에게 꼭 전해주라고 말한다. 그리고 후에 시간이 흘러흘러,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지난 생활이 파란만장하다. 그 '불행의 씨앗'은 어쨌냐고 하자, 사실은 자신이 아직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불행이랄 거 하나도 없었어. 나는 웃는 일도 우는 일도 없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담담한 매일이 되풀이되는 게 불행이라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 책이 내게 있었던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행복했다고 생각해. - '불행의 씨앗'中-

'미쓰자와 서점'은 웬지 저자의 이야기 같다. 사실 리뷰를 쓰려고 다시 책을 들추는 이 순간까지 저자후기로 착각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책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말은 못하겠다. 좋아하는 책만큼 싫어하는 책도 많으니깐. 저자는 '시시한 책이란 없다' 라고 말한다.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말을 하는 저자의 심정이 이해는 간다. 너무 밍밍할뻔 한 단편집이지만, '책' 이 중간에 있어서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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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1-31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하이드 2009-01-3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 취향에 맞으실지도 모르겠어요. 저자의 책에 대한 애정이 담뿍 느껴지는 단편들이었어요.
 

날이 많이 풀렸다... 금요일부터 비오고 추워진다고 한다. 그간 비가 좀 고프긴 했다.
간만에 반디앤루니스에 갔는데, 진짜 간만에 갔는데, 그닥 신간이 많지 않았다.
서점 갔다가,
위층의 크리스피에서 해도 좀 쪼이다가, 사고 싶은 책을 잔뜩 맘에 담고 왔다.

오늘 구경한 책들



<이콘과 아방가르드> 멋진 줄은 알았는데, 진짜 멋지다! 표지도, 표지를 벗긴 속표지도 멋지다.
기분 좋은 촉감의 종이에 안에는 컬러도판으로 가득하다. 보관함에 들어 있던 책이긴 하지만, 살 생각은 거의 없었는데,
실물을 보고 나니 급 끌린다. 내가 이콘을 접했던건 그리스, 그리고 카자흐스탄에서.



혁명 시리즈.
표지가 굉장히 스트라이킹하다. 읽고 싶은 주제는 하나도 없지만, .. 로베스 피에르정도는 괜찮으려나?
앞쪽에만 잘 깔아 놓으면 눈길을 끄는데는 성공하겠다.
 

 

  

 

 

 

이 책은 처음 봤는데, 표지를 흘끗보고 그 옆에 있는 <연쇄살인범파일>인가 하는 책을 보는데, 뭔가가 눈길을 끈다.
다시 흘끗 보고, 다시 <연쇄살인범파일>로 돌아왔다가, 다시 이 책으로 눈이 돌아갔다.

글씨와 표지 중간의 사람이 티비에서 순간적으로 노이즈 나듯이 연기 속에서 지직-하는거다.
홀로그램으로 모양이 변하나 싶어 책을 들어서 봐도 그건 아니다. 다시 내려놓고 이리저리 각도를 달리하니,
제목과 그림이 흔들- 흔들-

 

뚫어져라 자세히 보니, 하얀 글씨가 있고, 약간 비껴서 셰도우효과 비스므리하게 투명 글씨가 써 있다.
무튼, 제목과 잘 어울리는 컨셉이지 않은가. 전혀 관심 없는 책에 한참동안 눈길을 끌게 했으니, 성공한 표지지 않은가.  

 

<오컬티즘> 언제부턴가 이런 종류의 프릭freak북book만 보면, 김갑수가 생각난다.(그가 언젠가 책에서 그는 이런 책을 모은다고;;) 무튼, 이 책이 신간으로 나왔을때 보관함에 담아두기는 했다. 이미지로 보면 어떨까. 싶은데,
그림 외의 별다른 효과(엠보라던가 )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눈길을 끄는 표지였다. 책 내용도 후루룩 보니 궁금- 
 

 

 

 

 

 

 

 

그리고 눈여겨 봤던 신간중 <노인과 전쟁>을 뺀 나머지 두 권을 찾아보았다.
우선, 로렌스 블록의 신간. 밀클은 더 이상 이라이트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걸까? 앞에 이라이트 종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리고.. 존 딕슨 카

존 딕슨 카의 책을 대충 국내 번역된 것(동서 6, 북스피어 1) 은 다 사서 읽었으니, 이것도 사긴 사야할텐데... 싶었는데, 표지가 좌절이다. 버뜨, 매니아에게 표지는 넘어야할 장벽일 뿐이다. 불끈

무튼, 서점에서 실물을 보니, 저 여자가 숨어 있는 저 꽃무늬 벽지는 옆으로 열린다. 열리기 전에도 별거 없지만, 열어도 별거없다. 표지가 왜이리 안습인가 했는데, '고려원'이다. 아하. 순간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기분.. 쯥- 또 하나 눈에 들어온 것은 알라딘 이미지에는 오른쪽 상단의 보라색 탭에 '매그넘 오푸스 미스터리' 라고 쓰여 있는데, 서점 가서 보니 '장경현의  뭐뭐뭐' 라고 써 있더라. 아마, 고려원에서 내는 새로운 시리즈인가 보다. 장경현님은 내가 추리소설을 정말 처음 읽기 시작한 꼬꼬꼬마 시절 싸이월드의 '화추클(화요추리클럽)' 에서 알게 된 챈들러 전문가다. 그 외의 추리소설에도 물론 조예가 깊다.

오랜만에 이름을 보니 반가웠다. 이 책 정도는 사봐야겠다. 이 시리즈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표지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겠어요. 때론 포기하면서 성숙하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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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1-2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 놀러갔다가 알았는데, 하이드님의 서점나들이 페이퍼덕에 뭐 알아보는 책이 엄청많아요! 무슨 책들이 오랜만에 알아보는 친구같다는; ㅋㅋ

근데 저 [구부러진 경첩]은 딱 이쁜데.. 여인네는 바비인형같구요 ㅎㅎ 근데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거 같아요 ㅋㅋ
그녀는 예쁘지만 표지만 딱 보기엔 사고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어서 싫은 마음이 드는걸까요? ㅋㅋ
위층의 크리스피라니.. 사당의 반디인가요 ㅎㅎ

하이드 2009-01-2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거기가 제 주 서식지라는 ㅎㅎ

전 표지 그림도 그림이지만, 표지 너덜너덜하게 붙어 있는거 싫어하는데, 저 표지가 좀 그렇네요. 사서 스카치테이프로 봉해버릴지도 몰라요.

Kitty 2009-01-29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잘 봤어요. 이콘과 아방가르드는 광속으로 보관함에 쑤셔넣고 ^^
그 사진 옆쪽에 있는 라틴 아메리카 역사와 코르테스 책도 둘러보러 갑니다;
딕슨 카 책 표지는 경악스럽;;;; 저거 보고 키류 마사오의 '무시무시한 그림동화(제목 확실치 않음;)'가 생각났어요.
뜬금없는 아줌마 누구십니까 ㄷㄷㄷㄷ

무해한모리군 2009-01-29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하이드님은 저와 주서식지가 같았구나 ㅎㅎ
앞으론 서점에서 하이드님 손이 있는지 유심히 봐야겠다
구부러진경첩 정말 표지가 비호감이네요.
그리고 혁명시리즈 읽고 싶은게 없다는 것도 동감..

Mephistopheles 2009-01-2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이젠 온오프를 뽐뿌질을 하시다니. 흥칫핏!

비로그인 2009-01-2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표지 하면 닉 혼비의 책들이죠.불타는 축구공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아요 흑.
 

얼마전 독서계획, 아니 책구매 계획에 알라딘의 열린책들 쿠폰전을 들먹이며, 열린책들의 책들을 담아 놓았다고 했다.
원서 사러 교보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뜨악한... 사실 교보가 쿠폰도 뭣도 없이 훨씬 싼 가격인 것이다;;
바이북에서 책가격을 검색해보았다.

내가 사려던 열린책들의 책은 다음과 같다.(내가 평소에 구매하는 서점만 적어본다.)  
교보문고 : 19,600원 (판매가 - 적립금 : 19,400원)
반디앤루니스: 23,800원 (판매가 -적립금 : 23,560원)
알라딘    : 25,200원 (판매가 - 적립금 : 23,940원)
YES24    : 26,600원 (판매가 - 적립금 : 25,800원) 
   

 

 

 

 

 교보문고 : 28,000원(판매가 - 적립금 : 27,160원)
반디앤루니스: 29,750원(판매가  - 적립금 : 29,450원)
 알라딘    : 31,500원(판매가 - 적립금 : 29,920원)
 예스24    : 31,500원(판매가 - 적립금 : 30,550원)  

 

 

  

 

 영풍문고 : 16,200원 (판매가 - 적립금 : 14,580원)
 교보문고 : 20,000원 (판매가 - 적립금 : 19,400원)
반디앤루니스:21,150원(판매가 - 적립금 : 20,980원)
 알라딘    : 23,750원 (판매가 - 적립금 : 23,750원) 
 

 

 

 

 

 다행히, 내가 이미 산 <가구의 책>과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는 알라딘과 다른 서점의 가격이 그렇게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신간의 경우는 알라딘이나 예스24가 5만원 이상 추가 적립금도 있고, 이런저런 마일리지로 유리하다. 할인률은 어짜피 텐텐이니깐. (단, 반디의 경우, 참고서와 실용서는 신간도 할인 많이됨)

구간의 경우, 이렇게 쿠폰에 낚이지 말고, 검색을 생활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백원 차이면 몰라도, 몇천원 차이는 손품 팔만하지 않은가? 알고 보면, 이런 쿠폰에 낚여서 보관함 속의 책을 죄다 들어내는 인간은 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문득...

예스24는 끊었고, 알라딘과 교보에서 구매하는 책이 가장 많다. 교보에서는 주로 원서구입만 했는데, 몇몇 구간의 가격을 찾아보니 꽤 좋지 아니한가. 신간과 중고는 알라딘, 원서와 구간은 교보.로 가야겠다. 고 맨나달 책살 궁리만 하는 구제불능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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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2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다 한 10년 후 교보의 장점과 알라딘의 장점만 모은 동양최대 서점인 '하이드문고' 탄생하는지 모르겠군요.
(그럼 그때쯤 분명 또 리틀 하이드 같은 분이 나타나 하이드문고보다 더 싼 서점 있어욧! 라고 나올지도..)

무해한모리군 2009-01-2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왜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거죠?
6년간 거의 알라딘에서만 사왔는데 억울하네요 --;;

하이드 2009-01-28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예스랑 알라딘은 비교해본적 있었는데, 그때는 대체적으로 알라딘이 저렴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인터넷서점에서 주는 구간에 해당되는 추가 2천원 혜택이라던가 뭐 이런 것들이 어짜피 가격에 다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보나 영풍, 반디까지는 오프가 큰 서점들이잖아요.그네들은 2천원 추가 없는대신, 구간 가격이 싸고..알고보면, 가격은 다 거기서 거기더라! 뭐 이런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알라딘도서팀 2009-02-02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 / 안녕하세요, 알라딘 도서팀입니다. 우연히 검색하다가 페이퍼 발견하고 답변 드립니다.

말씀하신 도서는 모두 '열린책들 브랜드전' 이벤트 대상도서입니다만, 브랜드전을 진행하더라도 출판사나 서점의 방침상 주력 도서의 할인율만 변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지 못한 점 사과드리며, 도서의 할인율 조정 여부를 검토 후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하이드 2009-02-02 20:4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열린책들 브랜드전' 에서 쿠폰 가지고 사려고 벼르고 있었거든요. 이미 쿠폰 이용해서 산 책들도 있는데, 그 책들은 가격이 별로 차이 안 나는데, 위의 책들은 가격차가 많이 나서 좀 놀랐습니다.

서점간 할인률 차이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합니다만, 이렇게 댓글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딴섬 퍼즐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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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읽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이 아리스가 Alice의 일본식 발음이란다. 앨리스가 필명인 이 사람;;)
<월광게임>에서 가능성을 보았다면, <외딴섬 퍼즐>에서는 기대가 충족되었다. 전작이 화산에 갇힌 EMC(에이토 대학 미스터리 클럽)의 멤버들과 대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클로즈드 서클의 미스터리였다면, 두번째 작품인 <외딴섬 퍼즐>에서는 외딴섬에 간 아리스와 에가미 부장, 그리고 섬에 여름을 보내러 오는 멤버들간에 일어나는 클로즈드 서클의 미스터리이다.

클로즈드 서클을 주구장창 이용하는 작가로는 관시리즈의 아야츠지 유키토가 있는데, 그의 작품이 클로즈드 서클에 집트릭;;이라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에는 클로즈드 서클에 청춘소설의 풋풋함을 더한 것이 바로 그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시리즈에서 탐정은 화자인 아리스가와 아리스가(주인공 이름이 필명과 일치한다) 아니라, 7년째 계속 학교를 다니고 있는 에가미 부장이다. 작품해설에는 해설자의 이 에가미부장에 대한 팬레터로 시작해서 러브레터로 끝나는 해설이 있다. 그의 매력을 알아보기 힘든 독자들을 위한 배려일까나.  과묵하고, 남 배려하고, 어느 명탐정 못지 않은 관찰력과 신중함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따뜻하고, 조용한 탐정이다. 확실히 자극적인 추리소설에 '파핫'하고 다가 오는 매력은 없는 탐정이다.

미스터리 소설 연구회에 새로운 여자 멤버가 가입하였다. 마리아 아리마 (거꾸로 해도 같은 이름).  아리스가와 아리스에 이어 독특한 이름의 소유자인 그녀는 그녀의 큰아버지댁 별장이 있는 섬으로 여름방학 추리소설연구회 멤버를 초대한다. 그 섬은 그녀의 할아버지 소유로, 퍼즐광이였던 할아버지는 죽기 전에 섬에 5억엔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숨겨 놓고 퍼즐의 힌트가 되는 지도를 남겼다. 몇년이 지나도록 다이아몬드의 행방은 미지수..인것. 할 일이 있었던 두 멤버의 부러움을 등에 업고, 추리소설연구회의 아리스와 에가미 부장은 마리아를 따라 섬으로 들어간다.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는 배만이 육지와의 유일한 소통수단. 전화도 없고, 무선통신만이 가능하나, '내가 범인이라도' 무선통신기는 첫번째 살인에서 이미 치유불능으로 가장 먼저 사망하신다. 섬 곳곳에 세워져 있는 모아이 모양의 조각이 퍼즐의 힌트인데, 세 명이 퍼즐을 풀기 시작했을때, 첫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그것도 밀실살인. 퍼즐풀기는 뒤로 미루어지지만, 이어지는 연쇄살인에는 퍼즐과 3년전에 퍼즐을 풀기 직전에 죽은 마리아의 사촌오빠인 히데토의 사고사까지 관련되어 있어서 탐정네들은 다시 퍼즐풀기로 돌아온다.  

<월광게임>에서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작가는 꽤나 운치가 있다. 이 책에는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에 나오는 여러 시가 인용되고, <월광게임>에서처럼 풋풋한 로맨스의 냄새와 바다, 바람, 달빛, 뭐 그런 것들에 대한 몽롱한 묘사들이 나온다. 사실, 아리스는 만담+자학 캐릭터에 가까운데 말이다. 섬에 있는 화가는 '인간과 인간 생활이 너무 싫어서 우아한 생활로 복수하고 있' 는 것 같다고 묘사된다. 그 묘사는 에가미 부장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아리스는 생각한다. 무튼, 그런 식의 운치..들이 있다. <월광게임>에서는 조금 독특하네 생각했던 것들이 <외딴섬 퍼즐>에서는 만개한 느낌. 사건의 해결만은 여전히 지루할만큼의 설명이다. 연쇄살인, 클로즈드 써클, 살인범과 희생자 사이의 광기와 죄택감 등의 강렬한 감정들을 무마시키는듯한 논리의 지루함.. (뭐, 이것에 재미를 느끼는 본격 추리팬들이 많겠지만)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대학생 아리스 시리즈로는 <쌍두의 악마>가 근간이고, 작가 아리스 시리즈로는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가 나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퍼즐이 하고 싶어져 버렸다! 몇년전에 처박아 둔 500피스 퍼즐을 꺼내어 완성해버리고, 다음에 할 지그소까지 주문해버렸다! '지그소 퍼즐'이 하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

"자네들은 탐정소설연구회를 만들었다면서?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은 없네만, 참 낭만적이군.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비생산적이고 수상한 행위인데, 거기다 탐정소설만 골라 탐독한다면 이거야말로 방탕과 방종의 극치 아닌가? 나는 젊은 시절 독일문학에 잠시 빠진 적이 있었는데, 탐정소설이라니 정말 낭만적일세. 자유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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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 이렇게 길쭉한 양장이다. 컬러는 하늘색이기보다는 민트그린에 가깝다. 음. 티파니 박스색깔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네.

조너선 사프란 포어를 좋아하던 와중에도, 딱히 니콜 크라우스에 땡기지 않았는데, 뭔가 코드가 안 맞는 것 같다.

근데, 이 책은 코드를 넘어서서...  

 

 

 



'녀석들의 젖은 티셔츠를 통해 등살이 보였고, 다리로 뚝뚝 듣는 물이 단조로운 아스팔트길에 지나간 흔적을 남겼다.' -48쪽-

다리로 뚝뚝 듣는..이 뭥미?

'그가 계단을 부산하게 내려오며 두 팔을 티셔츠 소매에다 꿰고 있으면 어머니가 '어디로 달려가려는 거냐?'고 묻곤 했다. -49쪽-

'어디로 달려가려는거냐?'고 묻는 어머니;;  

'샘슨은 약간의 옷가지와 주소록, 이제는 지문으로 얼룩진 그의 CT 촬영 사진을 포함한 여행짐 일습을 내려다보았다. 거실을 훑어 보았다.' -106쪽-  

간만에 책 읽으면서 국어사전 찾아봤다. '일습'  (->뭐, 요건 나의 무식의 소치라고 하더라도)  

'그는 옷을 벗고 침대에 들었고, 한참 동안 깨어 있으면서 그의 쉬는 육체가 타임 스퀘어 위의 방송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만히 있기에 다. 그가 그토록 가아래서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몰랐고, 그러다 마침내 돌연 그는 몸을 쭉 뻗어 어둠 속에서 뒤채였다.' -116쪽-

오타가 아니다. 이 정도면 반품의 수준 아니야?  

'"끔찍이 차가 막혔소. 당신이 나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말콤이 말하면서 이제 손을 내밀었는데, 목소리는 전화기에서 들리던 것처럼 싱싱했고, 손은 우둘투둘하며 얄따랬다.' -120쪽-  

얄...따랬다? 

(업데이트중)  

레이는 부엌으로 갔다가 오렌지주스 한 잔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가 방송 통신으로 학위를 땄다 해도 그것이 정말 대수일지는 의심스러웠다.

'대수'는 보통 부정문이나 의문문과 함께 오는 단어이지 않나? 

"아, 참.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으신가요? 어쨌든, 저는 윈게이트예요." -142쪽- 
 

윈게이트는 오래되어 낡은 라디오 상자를 집어 들어 마치 거기에 해답이 숨어 있기라도 하는 양 배터리 넣는 구멍을 열었다.-145쪽-

그는 당신에게 당신의 정신을 가지고 마음대로 하고 싶노라 말하고 있어요. -151쪽-  

"애나는 그저 그토록 그녀 자신으로만 보였어." -157쪽- 

부사를 쓰는 나름의 법칙이 있는듯..  

거기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언니를 보았는데 그녀가 어디 있는지 말해 주지 않더군. 그래서 명백하게 나는 화가 나 좀 흥분했지. -210쪽-  

그는 몹시 애나에게 전화하고 싶은 마음과 싸웠다. -212쪽-  

기상학자가 경고했다. "비에 젖을 대비를 하십시오. 이삼 센티미터 이상의 비가 올 거라는 얘깁니다." -252쪽 

계속해서 레이를 두들겨 패어 의자 의자 위에 나자빠지게 만들고 주먹으로 판유리 창문을 깨었으면 나았을 것이다. -262쪽- 

"신세를 망쳤어요."
샘슨이 정돈되지 않은 침대들 사이에 꼼짝 않고 서서 나지막이 말했다. -298쪽-

안 이상하다고? 엄청 이상했다. I screwed.. 정도였을 것 같은데, 30대 후반의 남자가 겪은 일련의 일 후에 또 다른 남자에게 "신세를 망쳤어요."라고 말하는건... 꽤 이상했다.   

그 세계가 참을 수 없이 심하다는 증거로서 이용하는 것 말고 그러한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게 될까? -298쪽-

배회증적인 상태. 그는 한 번 라벨이 그가 발견되었던 상태, 자기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던 상태를 설명하느라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안개나 도망자처럼 배회하는 상태. 장래식의 음악처럼. -301쪽-  

그녀가 마치 되풀이하면서 알칼리성 토양의 평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316쪽-  

샘슨에게는 만일 어머니가 살아 계셨더라면 지금 사타구니를 돌리고 있는 루스 웨스터먼 나이쯤 되었을 듯했다.-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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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1-27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민음사 번역이 이 수준이라니...대략 좌절.

하이드 2009-01-27 19:31   좋아요 0 | URL
번역도 번역이지만, 교정의 문제가 큰 것으로 생각되요. 저 말도 안되는 오타들은 뭐란 말이죠!

듣다, 2009-01-27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산 위에 듣는 빗소리조차 조용한 골짜기에 유난히 구슬피 들렸다.≪염상섭, 굴레≫
얄따랗다,
꽤 얇다
활용〔얄따래, 얄따라니, 얄따랗소[--라쏘]〕
출처: 네이버사전

하이드 2009-01-27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얄따랗다'라는 말이 쌩뚱맞다는 이야기였어요. 원서가 어떻게 나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번역서에서 '아름다운 우리말'을 시도하는 것은 좀 무리라는 생각이어서 말입니다.

2009-01-27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8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9-01-2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전 '듣다'라는 말이 listen 말고도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어요. 제가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우리말을 이해하는 평균독자는 된다고 자부하는데, 1940년대 소설에나 나오는 지금의 평균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로 굳이 번역을 해야 하나요?? 아는 번역자분은 우리나라 책이 하도 어려워서 원서를 찾아보니 그렇게 쉬울 수가 없더라고...

단어 뿐만 아니라 문장도 이상하고, 설마 이 소설이 실험소설인가 싶을만큼 얼토당토 않은 오타들이 있어서 (정말 실험소설일까요?? -_-a) 말입니다.

turnleft 2009-01-28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듣다'라는 표현은 그리 희귀한 표현은 아니에요. ^^;

번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역자가 처음 번역을 해보거나, 아니면 이런 류의 소설을 처음 번역해본게 아닐까 싶네요. 멋을 너무 부리려는 듯..;;

하이드 2009-01-28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 제가 읽는 책에 안 나올 뿐이었군요. 전 정말 틀림없이 오타나 뭐 그런것인줄 알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