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의 첩자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8
해리 터틀도브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만약 로마제국을 재건하려는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시도가 국력을 소진시키지 않았다면? 비잔틴 제국이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 교도들을 막아내고, 훗날 페르시아를 멸망시키고 비잔틴 제국에게 치명타를 가한 이슬람교가 처음부터 아예 생겨나지 않았다면?

해리 터틀도브의 대체역사소설 <비잔티움의 첩자>는 전형적인 what if 소설이다.  위의 가정을 기반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동로마와 서유럽 제국및 근동의 페르시아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시절이다. 주인공인 바실 아르길로스는 로마의 군인에서 스파이로 공을 세우고, 콘스탄티노플, 모두의 꿈의 도시인 그 곳에서 제국의 정예 수사관인 마지스트리아노스로 일하게 된다.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단편은 역사 속의 물건들을 하나씩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첫 단편인 '아르고스의 눈'은  로마군으로 아르길로스가 공을 세우게 되는 것은 유목민과의 대치중에 그들이 '마술'을 부린다고 생각해서, 마술의 정체를 알기 위해 잠입하고, '마술'의 정체인 '망원경'을 가지고 도망나오는 것에서 시작한다. 각각의 단편은 시간적으로 이어지지만, 몇년씩 훌쩍 넘어가서 두번째 단편인 '기묘한 발진'에서는 벌써 아르길로스가 마지스트리아노스로서의 과한 업무에 치여 있는 모습,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는 가장의 모습으로 나온다. '기묘한 발진'은 당시의 가장 무서운 역병의 하나인 '천연두'로써, 우리의 영웅 마지스트리아노스 아르길로스는 '우두접종'의 아이디어를 내서 제국을 구한다는... 다소 수퍼히어로적인 이야기이다. 아르길로스의 사건 해결 과정은 하드보일드인데, 마무리는 셜록홈즈..라고 할까.

대체역사에는 실제 역사 또한 포함되어 있기에, 역사 속의 이야기와 대비하면서 읽는 것도, 터틀도브가 안내하는 what if의 세계에 빠지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주인공이 정예수사관인 첩보원이어서 마타하리 같은 페르시아의 여자 스파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볼 거리.

역사속의 이야기로 가장 흥미로웠던 단편은 '성상聖像'이었다. 그리스 정교의 이콘숭배를 비판하는 커다란 소요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단편이다. 각각의 단편이 보여주고 있는 역사속의 물건들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읽을 사람의 재미를 위해 생략하지만, 각각의 단편들이 모두 지루한듯 재미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09-02-1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이책 재미있지요.근데 별로 판매가 되지 않았던지 행책에서 절판시킨다네요

하이드 2009-02-1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었어요. 재 취향의 책이 아니긴 한데, 좋은 책이고, 재밌는데, 아쉬워요!
 
에덴의 동쪽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2
존 스타인벡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100여페이지의 대작인 <에덴의 동쪽>은 <분노의 포도>와 함께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존 스타인벡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정작 스타인벡은 "내 최고의 대표작으로, 이전에 쓴 다른 작품은 이 작품을 쓰기 위한 준비였다." 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이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작품 속의 배경인 살리나스 계곡은 작가의 어린시절을 보낸 곳이고, 새뮤얼 해밀턴은 작가의 조부를 떠올리며 쓴 것이며, 작품 속에 존 스타인벡 어린이가 나오기도 한다. 제임스 딘이 주연하고 엘리아 카잔이 감독한 영화로도 유명한데, 표지 역시 제임스 딘이 나오는 영화컷을 쓰고 있다.  영화는 앞으로 볼 예정인데, 영화 줄거리와 책의 줄거리가 영 다르다. 내용도 다르거니와 다루어지는 부분도 이 대작의 1/10이나 될까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 많은 매력적인 인간상들의 부분이나마 볼 수 있을 것일는 점에서 기대가 되긴 한다.

이 작품은 해밀턴가와 트래스크가 3대에 걸친 선과 악, 카인과 아벨, 사랑과 증오의 서사시이다. 
서부의 살리나스 계곡에 정착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아일랜드에서 온 해밀턴가가 자리잡은 곳은 살리나스 계곡에서도 최악의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이고, 트래스크가의 애덤 트래스크가 후에 와서 자리잡는 곳은 알짜배기 땅이다. 이것은 땅의 이야기는 아니다. 땅위에 사는 인간의 이야기이다.

해밀턴가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이자, 살리나스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트래스크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물은 바로 새뮤얼 해밀턴이다. 살리나스의 누구도 그를 미워할 수 없다. 독자도 그를 미워할 수 없다. 미워하기는 커녕, 사랑에 빠지고 만다. 발명가고, 긍정적이고, 항상 유머러스하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손재주 있는(개척지의 농가에서 손재주 있는 사람은 스타 중의 스타다) 그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애덤 트래스크의 중국인 하인 리와 함께 이 작품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직한 매력을 풍기는 사람이다. 

그런 해밀턴이 일군 해밀턴가는 "살리나스 계곡에 안전하게 정착해서 단단한 기반을 닦은 훌륭한 가문이었고, 다른 집안보다 더 가난하지도, 더 부유하지도 않았다. 그런 데다 보수주의자와 혁신주의자, 몽상가와 현실주의자가 적당히 섞인 비교적 균형이 잘 잡힌 가족이었다. 새뮤얼은 자기 자식들을 흐뭇하게 여겼다. "

딸들과 아들들. 각각이 모두 새뮤얼을 닮아서 매력적이고, 똑똑하다. 존 스타인벡은 새뮤얼의 딸인 올리브의 아들로 나온다. 의상실을 하는 사랑스러운 대시라던가, 몽상가 톰도 인상적이지만, 나는 이 가족 중에서 새뮤얼을 빼고는 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현실적이고, 돈을 버는 재주가 있는 그인데, 아버지와 비슷한 성향의 가족들 사이에서 열등감을 느낀다.

이 책은 이 아들 딸들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정도로 짧더라도 강렬하게 그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트래스크가에는 애덤 트래스크가 있고, 쌍둥이 아들인 아론과 칼렙이 있다.
주인공을 꼭 한 명 꼽아야 한다면,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새뮤얼이라 치더라도) 애덤 트래스크인데,
애덤의 아버지인 사이러스 트래스크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이들 가족의 이야기에 많이 할애하고 있다. 이병으로 제대하여 군대에 대해 부풀려 말하며 거짓말을 하다가, 공부하게 되고, 결국 어째어째 재향군인 대표로 워싱턴까지 진출하여, 나중에는 장례식에 부통령이 참가할만큼 영향력 있는 몸이 된다. 그가 남긴 엄청난 유산은 아들인 애덤과 찰스에게 돌아간다.
이 가족의 특징은 카인과 아벨과도 같은 애증의 형제인데, 사랑받는 애덤, 아론, 사랑을 갈구하는 찰스, 칼렙이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갈구하면서 자라는 어린아이의 속은 어둡고 복잡하고, 한없이 엉켜 있다. 반항적이고, 자신 안의 악마적인 면을 느끼고 있으며, 그러나 동시에 형을 사랑하고, 보호하고 싶고, 때로는 해치고 싶고, 고통받게 하고 싶고, 영악한 이들. 
제임스 딘과 무척 어울릴 것 같아 영화도 기대중이다.

그리고 이 가족에게 등장하는 케이티. 천사같고, 인형같은 외모의 그는 통찰력 있는 새뮤얼과 리가 보기에는 악마이고, 내가 보기에는 딱 사이코패스다. 끝가지 그녀에 대해서는 모호하지만, 중간중간 연민을 일으킬 장치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불태워 죽이고, 돈을 훔쳐 집을 나와 창녀생활을 하면서 남자를 후리다가 크게 당하고, 애덤과 찰스의 농장 앞에서 도움을 청하는 그녀. 감정이라곤 없고, 인간에게서 '악惡'만 보는 그녀이다. 새뮤얼 해밀턴의 정반대에 서 있는 무서운 여자. 이 여자의 이야기 또한 무척이나 흥미롭다.

대충의 등장인물 이야기만 해도 이렇게나 길어진다.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천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이 책에 나오는 형제들. 그 중에서도 사랑을 갈구하는 어둡고 복잡한 내면의 그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실수와 충동적인 행동도 그들에게는 선한 이들의 그것보다 배로 힘겹다. 
그러나, 이 책의 (내가 생각하기에) 주제이기도한 팀셸. 히브루어로 '너는 죄를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라는 말이다.
이 말에 대한 논쟁은 애덤과 새뮤얼과 리가 있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데, 주로 리의 의견이고, 새뮤얼이 받아들인다.

"미국 표준성서에는 인간에게 죄를 저지르고 싶은 충동을 극복하라고 '명령'을 내려요. 여기서 죄는 무지로 볼 수 있죠. 그런데 흠정역 성경은 '너는 죄를 다스릴 것이다'라고 약속을 하는 것으로 번역이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인간이 확실하게 죄를 극복할 것이라는 뜨이지요. 그런데 '팀셸(timshel)'이라는 히브리어는 '너는 죄를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의 뜻으로 선택의 기회를 주는 단어입니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인지도 모릅니다. 길은 열려 있다는 말이니까요. 즉, 책임을 사람에게 돌리고 있는 겁니다. '너는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는 곧 '너는 다스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는 의미죠. 모르시겠어요?"

인간의 선택. 실수를 하고, 끊임없이 죄를 짓고, 또 끊임없이 선택을 한다.
"'너는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라고 하는 말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고, 인간을 신들과 동등한 자리에 올려놓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약한 행동이나 추잡한 행위 혹은 형제를 살상하는 잔인한 일에 있어서 중대한 선택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요. 인간은 자신의 길을 선택해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그 길을 걸어가 목표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라는 것은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꽤나 의미심장한 이야기이다.

존 스타인벡의 책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는데, 그의 문장 또한 맘에 든다.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와 어둡고 음울한 캐릭터 모두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범죄와 미움과 증오는 있지만, 독자는 누구 하나 미워하기 힘들다. 여러가지 일화들과 등장인물들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절절한 느낌 또한 최고다. 중간에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사랑하는 주인공이 죽었을때는 그 이야기를 너무 슬프게 해서 책을 한동안 덮기도 했다. 거장이 괜히 거장이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작은 소년이 팔을 휘저으며 지친 말을 재촉해 집 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톰은 일어서서 길 쪽으로 걸어갔다. 그 소년은 집까지 전속력으로 말을 몰고 와 모자를 벗더니 노란 봉투 하나를 땅에 떨어뜨리고는 말머리를 내돌려 다시 내달렸다.
  톰은 소년의 뒤에 대고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쳐버린듯 몸을 굽혀 바닥에 떨어진 전보를 집어 들었다. 그는 전보를 손에 들고 햇볕을 받으며 아까 앉았던 의자로 가서 앉았다. 그는 마음의 준비를 하려는 듯 언덕과 낡은 집을 한 번 쳐다 보았다. 그러고는 봉투를 뜯었고 되돌릴 수 없는 네 단어와 사람, 사건, 시간을 읽었다.
  톰은 천천히 전보를 접고 또 접어 엄지손가락만하게 만들었다. 그는 집으로 들어가 부엌을 거쳐 작은 거실을 지나 자기 침실로 들어갔다. 그는 옷장에서 검은 옷을 꺼내 의자 등에 걸쳐 놓고 하얀 와이셔츠와 검은 넥타이를 의자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런다음 침대에 누워 벽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방금 위의 글이 나오는 부분을 읽고, 짠해지고, 눈가에 물이 찼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대사 없이도 작은 동작들로 관객의 공감을 120% 끌어낸다. 글에서라면. 위의 글 다음에 나오는 글. 위의 글에서 연상되는 누군가의 장례식 이야기는 그 누군가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너무나 사랑했던 누군가였기에,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누군가였기에, 죽음도 피해갔어야할 누군가였기에 가슴이 아프다. 그의 친구와 가족의 슬픔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너무 슬퍼서 일단 책을 덮고, 페이퍼를 끄적거린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는 대중소설이다.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쓰는 작가란 정말 대단하다. 감탄하게 만든다. 제임스 딘이 나오는 <에덴의 동쪽> 영화도 볼 생각인데, 영화 줄거리를 보니, 정말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의 1/10도 안 나오는듯 하다. 이런 책이 일일드라마로 나오면 어떨까? 진짜 재밌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스케일은 미국에서도 안되고, 오직 '영국'에서만 가능한 스케일이라 하겠다. 지극히 미국적인 이야기를 영국에서 만드는 건 좀 웃기긴 하지만.  

살리나스 계곡, 미국 개척기 시대에 여러대에 걸친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등장하는 그 많은 대단한 여자들, 인상 깊은 사이코패쓰도 등장한다.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에 '사이코패쓰'가 등장할 줄은 몰랐다;; 형제들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형과 동생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게 진행된다. 여러 인간군상과 세기가 바뀌는 순간의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들(내가 워낙 이런 이야기 좋아하니깐),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 이것의 근간은 성서인데, 나는 성서가 근간이 되는 인류애 이야기 따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마음에 새겼다. 이제 2권을 읽기 시작한터라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중간에 한 번 쉬어주고, 다시 달려들어야지. 
 
1권이 500쪽이 넘더니, 2권은 650쪽이 넘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길쭉한 판형은 이렇게 두꺼우면 상당히 읽기 불편한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또 다른 작가는 애니 프루. 그녀의 와이오밍 스토리,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척박한 자연과 인간 이야기.  



  

 

 

 
* 영화 정보 찾으려고, 검색했더니 왠 쓰레기 드라마 이야기만 잔뜩 나와서 포기하고, 배우 이름으로 검색해서 찾았다.
그러고보니, 그 드라마는 왜 제목이 '에덴의 동쪽'이었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국의 표지 디자이너 ① John Gray of Gray 318 에 이어 랜덤 하우스의 Peter Mendelsund 를 두번째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랜덤 하우스의 쟁쟁한, 북디자이너계의 파르테논 신전과도 같은 그곳에서 하필 Peter Mendelsund를 먼저 소개하는 것은 피터를 거느리고 있는 신전의 신들이(아래에 이름이 나오는 칩 키드의 경우 오바마, 푸틴과 함께, 타임의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히기도 했다.) 얼마나 대단한가를 먼저 살짝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Peter Mendelsund의 표지 중 우리 눈에 익은 표지를 들자면 스콧 스미스의 공포소설 <폐허>를 들 수 있다.



번역본 표지 디자인이 원서만큼이나 잘 빠졌다. 이 소설은 멕시코의 유적지 폐허를 찾아가는 미국 여행객들의 이야기로
빨간 꽃은 식인 식물, 나무줄기들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서 움직이며, 여행객들을 잡아먹;; 뭐, 그런 류의 이야기이다.
강렬한  검정 바탕에 빨간 꽃이 치명적 아름다움을 암시한다.

사진이 꼭 비고 모텐슨처럼 나왔는데, 사실은 좀 nerd과에 가까운 모습이지 않나; 하는 생각. 뒤에 나오는 사진을 보고 판단하심. 이 사진은 그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진이다. 

그가 북디자이너가 된 이력은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 안에서 일하는 유명한 북디자이너가 되었을까 싶을 정도인데, 그 의외성이 그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린시절, 그의 집안에는 예술적 기질이 넘쳐 흘렀다고 한다. 아버지는 건축가였다가 조각가가 되었고, 여동생은 화가였으며, 어머니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일했다. 가족 중에 유일하게 예술가기질도, 센스도 결핌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피아노를 가르쳤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철학과 문학 시간 외의 대부분의 시간을 피아노를 치면서 보냈다. 졸업하고 나서도 그는 디자인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피아노를 가르치고, 치면서 근근히 입에 풀칠이나 하다가, 첫 딸이 생기자 돈벌이를 위해 CD 라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라고 하지만, 인연이 아니라 운명, 내지는 천운?) 어느날 정신차리고 보니 존 갈의 방문 앞에 있더라는... 그렇게 그는 랜덤 하우스의 올스타 라인업에(존 갈, 케롤 디바인 칼슨, 칩 키드) 조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빈티지 북스에서 일하다가, 8개월후 크노프Knopf 하드커버 라인에서 일하게 되었고, 랜덤 하우스의 기라성 같은 선배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들이 당신을 고용한 이유는...?

PM: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제가 간 날 랜덤 하우스 물에 약이라도 탔나봐요. 그들은 제가 괜찮은 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들이 작업하고 있는 책들을 읽었거나 최소한 익숙하게 알고 있었지요. 여기서는 두가지 특성이 필요하다고 해요. 공간과 색에 대한 탁월한 센스, 그리고 문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 이런 것들이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입니다.  그들은 디자인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것을 가르쳤어요. (어떻게 볼 것인가), 나는 두번째(문학)을 어떻게 커버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지요. 그래서 나는 디자인 수업에서 지속적으로 말합니다. 디자인과 관련되지 않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요.

아무튼, 그런 이유로 그들이 나를 뽑았어요. 플러스, 물에 탄 약이랑요. 아마 칩과 캐롤, 존만이 확실한 이유를 알겠지요.

*인터뷰 참조  

그가 디자인한 마오쩌둥에 관한 책 'Mao'의 디자인을 보자.



일단 우리가 아는 그 티피컬한 마오의 사진이 아니라는 것이 반갑다. 빨강의 강렬한 배경색은 초록과 노랑의 동양적 격자 무늬 틀 안에 들어 있다. 이 강렬한 표지로 그는 북디자인계에서 처음 눈길을 끌었을지도 모르겠다.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우리의 마오쩌둥 디자인들을 모아 보았다. (진짜 안 내켰다.)

 

'Mao'외에 인물을 주제로 한 피터의 다른 커버 디자인들을 보도록 하자.



왼쪽부터 카프카, 르 꼬르뷔지에, 쇼스타코비치와 스탈린이다.
이 중에서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인 'K'는 정말 멋지다. 제목이 'K'이고, 그것이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쨌든 'K'라는 글자만으로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깔끔하고, 우아하고, 기발하다. 
르 꼬르뷔지에도 일단은 르 꼬르뷔지에와 어울리는 구성이다.

워낙에 북디자이너가 표지 디자인을 할 때 그 책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최소한 내용을 알고 그 책의 디자인을 하여야
할텐데, 피터는 그 점에서 특히 강점을 지녔다. 대학때 전공한 철학과, 책을 좋아하는 문학소양은 북디자이너로서 그의 큰 강점이다. 그런 이유로 그가 고전 작품들의 표지 디자인을 맡아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그이기에 특별한 점도 있다.  

 

그의 '전쟁과 평화' 북커버이다. 최고다! 정말 구매욕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표지이지 않은가.

"'전쟁과 평화'의 경우, 나는 Pevear 와 Volokhonsky의 번역을 오래도록 기다려왔다. 그들이 번역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었을 때 내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었다.톨스토이에 대해서도 같은 느낌이었다. 바이킹 출판사에서 안나카레리나를 그들의 번역으로 출판했을때, 나는 리차드 피버와 통화를 하기도 했고, '전쟁과 평화'가 나온다고 했을때 나서서 뛰어들었다. "

고전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깊은 북디자이너는 그렇지 않은 북디자이너에 비해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의 심플한 표지들을 모아보았다. 



이 중에서 'lonliness'와 'FROST', 'PEACE'를 좋아한다.
론니니스(외로움)의 알파벳 'i'위의 점이 얼마나 외롭게 홀로 떨어져 있는지 보이는가? 아.. 외롭다.
프로스트의 저 샤한- 느낌도 맘에 든다.   

그가 영향을 많이 받은 사조는 '구성주의' 인데,  그가 추구하는 표지이기도 하다. 그는 알빈 루스티히Alvin Lustig의 표지와 같은 추상적인 표지들의 빅팬이라고 한다.  

구성주의
구성파라고도 한다. 일체의 재현() 묘사적() 요소를 거부하고, 순수 형태의 구성()을 취지로 하며, 따라서 회화나 조각의 영역에서는 기하학적 추상()의 방향을 취한다. 금속이나 유리, 그 밖의 근대 공업적 신재료를 과감히 받아들여 자유롭게 쓰지만, 자기표출()로서의 예술이기보다, 공간구성 또는 환경형성을 지향했다. 필연적으로 기능성이 중시되고, 기계주의적 내지는 역학적()인 표현이 강조되었다. 재래의 회화나 조각의 개념을 풀어 헤치고, 새로운 공업시대에 적응하는 조형의 방법을 찾으려는 자세가 뚜렷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백치>의 표지가 눈에 띄고, 발터 벤야민의 표지도 눈에 띈다.
카프카의 구성주의적인 표지 또한 멋들어진다.  

당신의 표지중 많은 부분이 기하학적 요소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의식적인 선택인가요?
PM : 도스토예프스키 커버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그렇게 했다. 그리고, Walter Abish's memoir 'Double Vision'을 만들때도 물론 의식적인 결정이었다. 나는 보통 북쟈켓에 사진보다는 일러스트를 사용하기를 좋아하고, 더 추상적일수록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 접근이 독자들에게 더 많은 상상의 여지를 남겨 둔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백그라운드 없이, 빠른 시간 내에 스타가 되어, 많은 작업을 마친 Peter Mendelsund. 지금까지 보여준 것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지니고 있는만큼,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디자이너 중 하나이다. 


 

   

 

 

그외의 피터의 디자인들



 * 잘 봤으면 추천해도 됨.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09-02-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의 표지는 정말 강렬하군요. 구성주의라... 정말 실감납니다.

하이드 2009-02-09 20:02   좋아요 0 | URL
페이퍼 정리하면서 구성주의가 뭔지 몰라 찾아봤어요.

"러시아 혁명을 전후하여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일어나, 서유럽으로 발전해 나간 전위적(前衛的)인 추상예술 운동"

라고 나오는데, '러시아 혁명'은 뭐지? 하고 있으니, 저의 무지는 끝도 없습니다;; 기회 될때 더 찾아보고 싶어요. ^^

위에 언급된 알빈 루스티히에 대해서도 준비중입니다. 알빈 루스티히의 표지들과 2-30년대 체코의 구성주의 표지들을 모아서요. 글 쓰면서는 구성주의 표지들 긴가민가 했는데, 다시 보니 강렬하고, 더 관심이 가네요. (막, 자기가 쓰고, 읽고, 관심 간다는 이 북장구치기는 뭔가요? ^^;)

무해한모리군 2009-02-0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자와 그림이 잘 어울려있네요. 멋지다..

starla 2009-02-09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

비연 2009-02-09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챦네요. 심플한 디자인들에 많이 끌린다는...^^
그나저나 우리나라 마오쩌뚱 표지들은 안습입니다..;;;

2009-02-09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9-02-09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사실, 마오쩌둥 표지만 그런게 아니겠지요. 휴우-
starla님, 재미있게 봐주셔서 다행입니다. ^^ 이제 2번이지만, 앞으로 쭉쭉- 몇번까지 하는지 관심있게 지켜봐주세요.
휘모리님, 그렇죠? ^^

Kitty 2009-02-10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디자이너계의 파르테논 신전 <- 완전 동감 ㅋㅋㅋ 기가 막힌 비유십니다 ㅋㅋ
그야말로 명품 페이퍼네요.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추천 하나만 누르기 미안한 1인;;;;
발터 벤야민 책 표지는 정말 멋지다 생각했는데 이 사람이 디자인한 것이로군요!!

하이드 2009-02-1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 북디자이너를 찾으려면 랜덤하고 펭귄만 훑어도 된다는;; ㅎㅎ
추천 감사합니다. ^^ 표지 페이퍼에는 유난히 추천을 밝히고 있는 하이드입니다요;

발터벤야민도 그렇고, 도스토예프스키도 볼수록 맘에 드네요.

jjinssong 2009-02-1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ter Mendelsund. 멋진 북 표지들을 디자인한 일러스트레이터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었어요^^!!

하이드 2009-02-1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앞으로도 쟁쟁한 북디자이너들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때도 관심있게 봐주세요~

하루(春) 2009-02-1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늦었지만, 제가 갖고 있는 'Extremely loud &..'도 gray318이 디자인한 걸로 책 뒷표지에 나와 있더군요.
 
애널리스트
존 카첸바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카첸바크의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을 무척이나 인상깊게 봤다.
정신병자, 파이어맨, 여검사와 '천사'라 불리우는 잔인한 범죄자가 등장하는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였다.

<애널리스트>가 전작에 비해 평이하게 느껴지는 것은 등장인물이 전지전능한 범인과 정신과 의사인 희생자, 단 둘에 국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외의 조연들의 역할은 미미하고, 캐릭터가 죽어 있다. 무엇보다도 초반부에 정신과 의사인 리키 스탁스를 파멸시키기 위해 범인이 사용하는 방법들이 '전지전능'해서, 의사와 생일이 같은 친척 소녀의 생일에 사물함에 포르노 사진을 넣어둔다거나, 의사의 환자를 죽인다거나. 까지는 모르겠는데, 의사의 모든 계좌의 돈을 빼버린다거나, 집이 있는 건물 자체를 태풍에 휘말린듯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거나, 편지 한장으로 의사가 쌓아온 모든 경력을 무로 돌려버린다거나 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 범인이 엄청난 증오로 의사에게 몇년에 걸쳐 복수하게 된 동기도 희박하다.

그러니, 저자가 640페이지라는 어마무시한 두께의 책을 술술 읽히게 하는 필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읽는 내내 미심쩍은 마음이 한켠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억지스러운 설정을 소설적 장치려니, 무시한다면, 소설은 재미나게 읽히고, 진짜 이유도 모른채 '파멸' 바로 근처, '지옥문' 바로 그 앞까지 간 리키의 입장에서 미스터 R을 찾아 반격하는 리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고, 쫓고 쫓기는 범인과 희생자의 이야기도 나름의 서스펜스를 갖추고 있다. 

희생자가 '정신과 의사'라는 점도 이 이야기의 매력포인트이다. 존 카첸바크는 누가 뭐라해도 심리소설의 대가이지 않겠는가. 정신과 의사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을 이용해 자신을 파멸시키고자 하는 존재에게 대항한다.  두명의 남자가 투탑으로 나오는.. 이라고 하기에는 미스터 R의 존재가 모호하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정신과의사 리키가 북치고 장구치는격.

장점이 많은 책이긴 한데, 설정이 약해서 아쉽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09-02-0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번역은 괜찮던가요?

하이드 2009-02-0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히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비연 2009-02-0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약했죠..이 책은.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에 비해서.

루나 2009-03-0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이책 보고 반해서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 읽었는데... 이책 참 좋던데요~^^

하이드 2009-03-0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생각나는 좋았던 장면들이 있긴 한데, 주인공이 좀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에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필연성도 좀 떨어지는것 같고 말이죠. 좋은 작가고, 좋은 글인건 분명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