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엔 아마 두 번인가 세 번의 신간마실을 했다. 다른 때에 비하면 좀 적었던 셈이라고 생각한다.
11월엔 이제 11일인데, 벌써 세 번째의 신간마실이다. 10월에 게을렀던건, ... 내가 신간마실에 게을렀다기 보다, 관심 가는 신간이 적었던 탓이다.  

11월에는 관심 가는 신간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책지갑이 홀쭉해지고 있다.  

에두아르도 라고 <지도 도둑>  

디 아더스 세계문학 전집의 신간이다. 디 아더스 시리즈 .. 처음 나왔을 때는 중남미권 작가와 멋진 표지로 눈길을 끌었는데, 새로 라인업이 더해질 수록, 이 독특한 시리즈가 어디까지 독특해질 것인가 싶다. 이 시리즈를 좋아한다고 하면, 진짜 다시 볼 것 같다. <지도 도둑>은 지금 읽고 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로사 몬테로의 책들이 가장 나의 취향에 맞았다. 늘 먹던 밥 말고, 독특한 이국 음식을 시도해보는 듯한 시리즈   

 

나탈리 골드버그 <글쓰며 사는 삶>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오래 전에 읽었던 글쓰기 책이 아닐까? 오랫동안 평도 무척 좋다. 어떤 책인고 하니,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이다.  

그런 그녀의 신간이라니, 기대하지도 않았다. 원제는 Wild Mind: Living the Writer's Life  

글쓰기를 갈망하면서도 시작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인생과 사유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하루하루 글을 쓰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작가적인 삶을 꿈꾸는 독자들을 글쓰기의 세계로 불러들인다. 
 
얼마전 읽었던 또 하나의 글쓰기 고전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 과 함께 단순한 요령 위주가 아닌, 글쓰기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을 쓰는 작가의 글쓰기 책이다.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아... 저 도발적인 표지라니, 음반이 아니라 책표지에 찍힌 사카모토의 이름이 신선하다. 
 

책소개도 없고, 출간전인데 세일즈 포인트가 10인 이유는? 

무튼, 11월 25일 출간 예정일이니, 기다려 본다.  음악으로만 익숙한 사카모토의 글은 어떤 느낌일까  

 

  

  

 

 

변혜정 <일본 드럭스토어 탐험>

맘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모아 둔 것이 필요했어!

 단순한 제품 리뷰나 팁에 그치지 않고, 꽤나 발품 팔아가며 리서치하며 공들인 것이 보인다.  

일본여행이 당장 계획에 없더라도, 맘 내키면 가방 챙겨 떠날 수 있는 가깝고 가까운 나라이니만큼, 한 권 사서 예습하며, 드럭스토어 쇼핑 리스트를 미리 만들어 보아도 좋겠다.  

 

 

 강우근 <들꽃 이야기>  

붉나무’로 잘 알려진 강우근의 신작. 북한산 밑자락에 살면서 아이들과 사계절 생태놀이를 하며 어린이 책 그림 그리는 일을 하는 저자는 2003년부터 6년 동안 무려 150회 걸쳐 들꽃이야기를 연재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엄선된 94편의 들꽃이야기를 새로 묶어 책으로 냈다.
 

표지가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표지는 아니였고, 들꽃 책은 왠지 흔한 것 같은 기분인데, 이 책이 좋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려오니, 나는 이렇게 또 한 번 눈을 높인다. 

그림 그리는 사람의 들꽃 이야기라 더 기대된다. 

 

로버트 메이너그 피어시그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이건 도대체 무슨 책인가  

미국 문학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과거 정신병의 경력을 가진 화자와 정신병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는 그의 아들 크리스의 17일 간의 모터사이클 여행의 기록이자 자전적 이야기이자, 동시에 가치에 대한 철학적 탐구서이기도 하다. 미네소타부터 캘리포니아까지, '모터사이클의 관리술'로부터 '과학과 종교와 인문주의가 망라된 철학적 탐구'까지 치닫는 이 소설은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일견 사소해 보이는, 하지만 거대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던진다.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철학책인가보다.  


표지 또한 .. 다른 나라 표지를 가져온건지는 모르겠는데, 알라딘에 뜨는 원서 표지보다 번역본 표지가 좋아 보인다.  

 

 그 외 관심 신간 도서 :  

 

  

 

 

 

 

 

<스타일 파는 옷방>은 어떤 책인지 모르겠지만, 표지에서 일단 관심이 확 간다.  

F5 버튼을 눌러 화면을 리프레쉬하며, 위에 TTB ads 책장의 책순서를 바꾸다보면 이 책 옆에 Room이 오는 경우가 있다.
적절한걸 -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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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1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11-11 13:45   좋아요 0 | URL
꼭 기술책 표지 같아요. ㅎ 왠지 서점에는 취미 (자전거) 란에 분류되어 있을듯

Joule 2010-11-1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아더스는 특히 뭐가 재미있었어요?

하이드 2010-11-11 13:46   좋아요 0 | URL
상상의 여지가 많은 것이 재미나요. 난 소설 많이 읽어서 이 소설은 이렇게 가는거야.. 하면서 읽거든요. 근데, 디 아더스 소설은 이렇게 가는 거야.. 가 안 통해요. 어디서 이런 소설들만 가지고 전집을 만들고 있는건지 신기해요. 그나마 무난(?) 한 것이 로사 몬테로의 책이라고 생각해요. 난 멋진 저자들의 책에는 가산점 주는데, 이 언니 좀 멋지거든요. 책도 더 멋져 보이죠.

비로그인 2010-11-1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때였을까요, 고등학생때였을까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에 열광했더랬어요. 안그래도 얼마전에 25주년 기념 페이퍼백을 살까하고 망설였었는데.. (그 싸이키델릭한 표지를 보여드리고 싶지만 사진 넣을줄을 몰라요. 사진이나 동영상은 댓글에 어떻게 넣는거에요?) 다시 번역본이 나왔군요. 표지는 별로입니다만.. ㅎㅎ 아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철학에 대해, 오토바이 정비 기술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다가, 어느 한순간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일상이, 정상인?의 겉모습이 무너져 내려버리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하이드 2010-11-11 15:38   좋아요 0 | URL
만치님의 그 표지는 두번째 표지겠지요 아마? .. 싸이키델릭하네요 ㅎ 표지 세가지가 다 맘에 들어요.
제가 페이퍼에 올려 놓은 원서 이미지가 제일 별로네요. 전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우리나라 표지가 급심심해집니다. 하지만, 실물 보면 또 어떨지 기대해봐요. 이...읽고 싶다!

하이드 2010-11-1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2010-11-1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로그인 2010-11-11 18:06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두번째.. 세번째 표지도 맘에 드는군요. 우리나라 표지는 한글제목 크기랑 폰트가 약간 부담스럽구만요. 원서의 몽키스패너 꽃이미지가 너무 강렬한 탓일까요? 딱딱하고도 아름다운 이 책에 기막히게 어울리는 그림이에요.

내년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을까 생각중이에요. 은신할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만~

moonnight 2010-11-1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이라니. +_+; 확 끌려요. >.<

하이드 2010-11-12 01:38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쪼끔 사고 싶었는데, 만치님때문에 꼭 사야할 것 같이 되어버렸어요. 댓글로 지름을 부르시는 만치님

플레오맥스 2010-11-1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며 사는 삶>의 편집자입니다. 어제 등록되었는데 벌써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니 반갑고 기분좋네요. 좋은 책이죠. 만들며 원고를 읽는 내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지금 그녀의 다른 책 "Old Friend From far Away: The Practice of Writing Memoir"를 번역 중입니다. 내년 봄쯤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책을 만들면서도 어느 독자들보다 먼저 많은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

하이드 2010-11-12 01:40   좋아요 0 | URL
오,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이 계속해서 소개되는군요. 거의 가장 처음 읽었던 글쓰기 책이라 남다른 작가였는데, 반갑습니다. 이전 책도 꺼내보고, 신간도 어여 읽어봐야겠네요 ^^

Kitty 2010-11-12 23:16   좋아요 0 | URL
ㄴ 이분이 좀 빠르셔서 ㅋㅋㅋㅋ

수정요망 2010-11-2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본 드럭스토어 탐험>의 저자이름은 변혜정이 아니라 변혜옥입니다.
 
일본 미스터리 매니아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도박 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 라는 제목은 오버일지 모르지만,

작가들의 이름만 봐도 즐거워지는 단편집이지 않은가!  

요즘 한국에서 가장 잘팔리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는 누굴까?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가 아닌가 싶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욕하면서 보고 (아직 기대치가 있단 이야기일까? <악의>같은 멋진 작품들도 있고, 솔직히 재미도 있고, 작품이 너무 많이 소개되다보니 범작과 졸작까지 많아서 손해보는 작가이기도 하고) 온다 리쿠는 초창기에는 좋아했지만, 신간이 나와도 전혀 관심 가지 않을 정도로 관심 끊은 상태다. 미야베 미유키야 초창기부터 꾸준히 좋아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작가들..인지는 모르겠으나, 번역작품이 꾸준히 나오는 작가들로는 요코야마 히데오, 시마다 소지, 아야쓰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이 있겠다.

그 외에 일본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는 작가들로 요코미조 세이시, 모리무라 세이치, 마츠모토 세이초 등  

매니아들이 많은 쿄고쿠 나츠히코, 다카무라 가오루 정도 생각나고,  

이 외에도 많은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이 소개되고, 인기를 끌고 있다.  

미스터리 전문 출판사인 '카파 노블스'의 50주년을 축하하는 '50'과 관련된 것을 소재로 한 단편들로 모인 이 단편집의 작품들은 일본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잘 팔리는!) 작가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이 정도의 라인업이라면, 별로여도 괜찮아. 라며 읽기 시작했는데, 단편들이 하나하나 다 재미있고, 각 작가들을 대표하는 등장인물이라던가 스타일이라던가가 나와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시마다 소지의 <신신당 세계일주 - 영국 셰필드>는 미스터리라는 기분은 전혀 아니지만, 게다가 주인공과 작품 배경까지 영국이다보니 더욱더. 가슴 찡한 이야기에 미타라이가 나와 줘서 반가웠고, 요코야마 히데오의 <미래의 꽃>은 단편들을 마무리 하는 마지막으로 나오기에 적절한 작품이기도 하고, 구라이시, 종신검시관이 나와서 이번엔 안락의자 탐정으로 병원에 누운채 사건을 해결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눈과 금혼식>에는 역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나와 주시다 보니,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들을 이전에 읽었던 사람들에게 더 와닿고, 반가운 '종합선물세트'같은 단편집이다. <눈과 금혼식>은 애잔하고, 따뜻하고,의미도 깊은 이야기라서, 그간 읽었던 아리스가와 아리스 중에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이 단편집 읽은 날 이 단편에 대해 꿈도 꿨다는;  

아야쓰지 유키토의 <절단>은 이전 페이퍼에도 썼는데, <흑사관 살인사건>의 몽환적인 느낌이다. 말줄임표 많고.. 굉장히 끔찍한 어떤 것을 상상하게 해 버리는 작품으로, 흑사관 살인사건처럼 이 작품 역시 격렬한 호오가 갈릴듯하다. 나는? 이런 분위기 좋지요 -  

미치오 슈스케의 <여름의 빛>은 .. 뭐랄까, 미치오 슈스케가 여기 왜 들어갔는지 이해가지 않기도 하지만, 작품 속에 50을 드러내는 방식이 기발했다. 이치의 다른 작품들 불쾌하게 기괴한데, 이 작품은 따뜻한 이야기도 적절히 섞여 있어서인가, 그 기발함이 돋보이고도 남을 정도의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나카 요시키 <오래된 우물> 은 다나카 요시키의 분위기이고, 오사와 아리마사의 <50층에서 기다려라> 역시 오사와 아리마사의 분위기이다. 그런 점들이 좋다. 즐겁다.  

그리고 ...  미야베 미유키 <도박눈>  
미미여사의 특기 중 하나인 에도시대 이야기이다. 에도시대의 괴담을 가지고 만든 이 이야기는 여러 단편들 사이에 섞여 있어서, 이 단편집을 좋아하기로 마음 먹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미미여사의 책은 '브레인 스토리' 빼고 대충 다 읽었는데, 지금까지 읽은 미미여사 에도 시대 단편들 중 가장 좋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아, 모리무라 세이치를 빼 놓았네. 모리무라 세이치의 <하늘에서 온 고양이>는 50엔 우표를 가지고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 이것 역시 모리무라 세이치 다웠다.고 할 수 있는데, 노숙자, 시골에서 도쿄로 온 취업준비생, 한 여자, 속옷도둑놈의 캐릭터들이 이야기만큼이나 생생했다.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들, 혹은 미래의 거장들의 단편을 읽는 즐거움이 쏠쏠한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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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11-1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먹음직 스럽군요^^

하이드 2010-11-1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 이렇게 모아 놓으니,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

moonnight 2010-11-1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정말 종합선물세트 ^^
 

이런 말도 안 되는 소프트 포르노 같은 중딩 몽정할 때나 떠올릴 것 같은 이야기로 메가베스트셀러를 만들다니 .. 라는 것이 1Q84를 볼 때 든 생각이었다.  

줄거리 옮기면 딱 그렇다니깐  

근데, 재미있다. 소프트 포르노 같은 소재라서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키가 재미있게 이야기하니깐 재미있다.  

1권과 2권을 읽고, 3권을 사둔지 한참, 이제야 3권을 읽기 시작하고, '아, 맞어, 이렇게 재미있었지' 떠올리고 책 읽으며 혼자 웃고 있다.  

 

 아오마메가 은둔하면서 덴고를 찾는데, (엄밀히 말해 찾는다기 보다는 베란다에 의자 놓고 놀이터를 감시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 시간을 견뎌내라며 다마루가 준 책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다.  

 

 

 

 

 "그 밖에 뭔가 필요한게 생각나면 종이에 적어서 키친 카운터에 올려놔. 다음 보급 때까지 준비할 테니까."
"고마워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부족한 건 별로 없어요."
"책이나 비디오 같은 건?"
"딱히 원하는 게 생각나지 않는군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때?" 다마루는 말한다. "만일 아직 읽지 않았다면 완독할 좋은 기회일지도."

"당신은 읽었어요?"
"아니. 나는 교도소에도 간 적이 없고. 어딘가에 오래 은신할 일도 없었어. 그런 기회라도 갖지 않는 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들 하더군."
"주위에 누군가 다 읽은 사람이 있어요?"
"교도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이 내 주위에 없는 건 아닌데. 다들 프루스트에 흥미를 가질 만한 타입이 아니었어."
아오마메는 말한다. "한번 해보죠. 책이 입수되면 다음 보급때 함께 보내주세요."
"사실은 벌써 준비해뒀어." 다마루는 말한다.  

프루스트가 뭐길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뭐길래 ㅎㅎ  

아마, 사강의 <지나가는 슬픔>에서 나왔던 이야기인 것 같은데,
주인공이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여기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프랑스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기. 

 

 

 

 

 

 

프루스트를 읽기로 한 아오마메  

다마루는 말한다.  

"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주의 깊은 성격이야. 현실적이고 참을성도 있어. 자신을 과신하지도 않아. 하지만 일단 집중력이 무너지면 아무리 주의 깊은 사람이라도 반드시 한두 가지 실수를 범하게 돼. 고독은 산酸이 되어서 사람을 갉아먹어."
"나는 고독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오마메는 말한다. 반은 다마루를 향해. 반은 자기 자신을 향해. "외톨이지만 고독하지는 않아요."
전화 너머에 잠시 침묵이 고인다. 외톨이와 고독의 차이에 대한 고찰 같은 것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잠깐 멈칫 외톨이와 고독의 차이가 뭐람?

그래서 이제부터는 '고독'과 '외톨이에 대한 이야기다.

고독2 [孤獨]   

[명사] 1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2 부모 없는 어린아이와 자식 없는 늙은이.
 
네이버에서 고독의 정의를 찾아보았다. 헉, 부모 없는 어린아이와 자식 없는 늙은이의 뜻이 있다니. 불공평해  
 
고독고독  

[부사] 물기 있는 물건이 마르거나 얼어서 단단히 굳어진 상태

이런 말도 있다.  고독고독해. 라고 쓴다고 한다. 훗 - 마르거나 얼어서 단단히 굳어지는 건 '물건'만은 아닐테다.
아, 난 오늘 초큼 고독고독해. 라고 말해도 말 된다.  왠지 귀여운 걸. 너무 귀여워서 고독고독한 걸 순식간에 잊어버릴만큼 말이다.  

'외톨이'의 뜻은 다른 짝이 없이 홀로 있는 사물을 말한다.  

아오마메처럼 세상의 모든 외톨이가 외톨이야~ 외톨이야~ 다리다리다라두~ 사랑에 슬퍼하고, 사랑에 눈물 짓는 건 아닐꺼다.  

외톨이지만 고독하지 않아요. 혼자 있지만,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 외롭고 쓸쓸하지 않아요.  

베란다 의자에 앉아 매일 똑같은 시간 핫코코아를 마시며 무릎담요를 덮고,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공원을 감시하며 프루스트를 읽을 수 있는 여자라면, 외톨이지만, 고독하지 않을게다. 암. 그렇고 말고.  

이렇게 생각의 나래를 펼치게 하니, 하루키에 끌리지 않을 수 없는거다.
무엇을 하든 멋져 보이고, 쿨해 보이는 사람이거나 세상 사람들이 지금, 어떤 것을 멋지고, 쿨하게 생각하는지 예민하게 캐치하는 사람이거나, 그렇게 보이게 잘 포장하는 사람이거나  

하루키는 지금 이 세상과 아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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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1-1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독'이 원래 그런 뜻이라고,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아니, 한문 시간이었던가?) 배웠던 기억이 나요. 이 페이퍼 읽으면서 오랜만에 다시 떠올렸네요.
원뜻과 상관없이, 외톨이지만 고독하진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외톨이는 아니지만 고독하다고 말하고 싶은 저보다 훨씬 내공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프루스트는 인용되는 장면이 꼭 저런 분위기더라고요, 외톨이, 고독, 뭐 이런 단어들이 어울리는.

하이드 2010-11-10 09:33   좋아요 0 | URL
고아들은 다 고독한거네요.. 아..

저도 아오마메처럼 외톨이지만 고독하지 않아요. ^^ 근데, 아오마메는 사랑하는 덴고가 있잖아요? 그것도 외톨이인가? 싶었어요. 2권에서인가 아오마메가 덴고에 대한 사랑 표현하는 멋들어진 표현 보고 어디 적어 놓기도 했는데, 그럼 외톨이가 아닌거 아닌가. 갸우뚱 -

검은숲길 2010-11-1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1Q84 3권까지 다 읽었어요, 읽으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었더랬죠 ㅎㅎ

하이드 2010-11-1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란다 의자에 앉아 프루스트를 20쪽씩 읽는 거 괜찮아 보이는데 말이에요.
하루키답지 않게 너무 긴장감 넘치는게 흠입니다. 아 놔, 덴고랑 아오마메랑 빨리 좀 만나라고 하면서 읽고 있어요.

2010-11-11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11-11 04:23   좋아요 0 | URL
짜게 식은 커피 마시며(강기사가 어제 커피라며 주고 갔어요) 춥고, 허기진 (배가 고픈건 아닌데, 허기져요.) 상태로 1Q84를 읽고 있어요.

침대에 기대서 전기장판 틀어놓고, 알라딘 담요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오른 어깨가 늘 시리거든요. 팔꿈치까지도 ) 왼쪽머리맡엔 고양이가 딱 붙어 있고, 뜨거운 핫초코(델문도에 파는 초코조각으로 만든) 마시며 책장 뒤적이는 거 .. 생각해봐요.

덴고는 없지만, 말로가 있어요. ^^

토토랑 2010-11-1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투리로~ 꼬똑꼬똑하다 란 말을 쓰는데..
그게 '고독고독하다' 란 표준어가 있었군요 ^^;;
(물기 있는 생선을 몇일 널어서 말리면 겉이 마르잔아요..
그런 상태를 꾸득꾸득하다 내지는 꼬똑꼬똑하다 그러거덩요..)
하루키와는 상관없이 또 하나 배워갑니다.

하이드 2010-11-11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꾸득꾸득하다는 말은 들어본 것도 같아요. 꼬독꼬독 아니고 꼬똑꼬똑하다는건 왠지 좀 귀여운 발음이네요. ㅎ

그러고보니 고독고독하다는 말의 뜻이 와닿습니다.
저도 좋은거 배웠네요 ^^

moonnight 2010-11-1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는 물론 못 읽었지만 ^^; 제게는 비슷하게 와닿는 것이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에요. 언젠가는 꼭 읽어야지. 하고 있는데 잘 안 되네요. 입원할 일이 있을 뻔 해서 읽을 마의 산을 빼뒀는데, 괜찮다고 해서 다행이다. 하면서도 왠지 어딘가 서운했다는 호호 ^^;;;;;;;

좌우지간, 하루키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

하이드 2010-11-1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의 산. 하면 서경식이 마의 산 읽다 읽다 결국 못 읽었다는 거 생각나요. 잘 안 넘어가는 책들 중에서도 특히나 안 넘어가는 책이 사람따라 있는 것 같습니다. ^^ 저도 뭐 있었는데, 딱 기억이 안 나네요 헤헤

입원..하지 말고! 여행 갈 때 가져가서 읽어요. 2010년 마무리도 몸 건강히, 2011년도 몸 건강히!

비로그인 2010-11-1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소설을 읽고있으면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게되요.. 고독을 잘 표현하는 소설가인것 같아요..
주인공의 일상에서 언제나 고독이 묻어 있으니까..

집요정 2010-11-2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최근에 1Q84 1,2권을 읽었는데 (아직 3권은...)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 '하루키는 과연 좋은 작가일까' 였어요. 재미는 있는데,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힘이 고도의 테크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사실 조지 오웰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흠흠~~ 결말이 궁금해지긴 합니다.
 
이사하는 날 - 평창동 576번지, 그 남자의 Room Talk
양진석 글 사진 / 소모(SOMO)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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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래, 나도 이렇게 살고 싶었어.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이 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가구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교수, 등등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 양진석의 이야기이다. '이사하는 날' 을 주제로 이사에 대한 생활철학적 고찰이기도 하지만, 양진석이라는 발랄한(?) 젊은이의 라이프스타일기라고 해도 좋겠다.  

 

이사. 라고 하면, 일단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대왕까마귀신이라도 들었는지, 모으기만 하고, 버릴 줄 모르는 나는, 모으는 데 타고난 재주가 있고, 버리는데 젬병인 나는 특히 더 그렇다.   

나만 특출난게 아니라, 세상이 편해져, 아무리 포장이사라한들, '이사' 그 자체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은 드물지 싶다. 
저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 그는 조금 다른 이야기도 펼쳐 놓는다.  

   
  이사는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짐 싸기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멍해지고 새로운 공간을 내 맘에 들도록 꾸밀 생각을 하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꾸미는 것은 분명 설레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살면서 그리 자주 오지 않는 이사라는 기회를 남의 손에 맡기거나 그냥 빨리 해치워버려야 할 일로 단정 짓기엔 너무 안타깝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수 있다면 이사를 기회 삼아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요즘 사회에 소심한 저항을 해보는 게 어떨까? 숨을 고르고 느리게 걷다 보면 뛸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이사에 대해 지극히 사적인 정의를 내세우며, 이렇게 덧붙인다.  

자기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공간인 집은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곳이다. 다른 사람 눈치 볼일 없이 내가 해보고 싶은 대로 다 꾸며볼 수 있는 곳인 집을 책에서 소개되는 에피소드들처럼 천천히 자신의 추억들로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훌륭한 공간에서 집들이를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사는 고된 과정이지만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즐거움으로 모든 공간 이동자들의 수고가 위로받았으면 한다.
  

 

멋진 말이다. 내년 봄에 이사를 앞두고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쌓아가고 있는 나와 같은 이사스트레스증후군 환자인 나의 요정이 들어주는 세가지 소원 중 어릴때부터 바뀌지 않는 하나는 '공간 이동'이었다. 그 공간이동에 비해 시간도 훨씬 많이 걸리고, 초능력과는 거리가 먼 불운과 탄식과 삽질의 장이 될 것이 뻔하지만, 쨌든 나는 사소한 즐거움을 발견할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 이사를 하는 '공간 이동자' 인 것이다.  

 

이 책이 '이사' 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했는데,
그 아지가지하고, 세련되고, 어딘가 요새 세상 같지 않게 슬로우 슬로우인 저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책으로 그대로 구현되었다. 종이질, 표지, 내지, 레이아웃, 사진이 정말 흠잡을 곳 없이 멋지다. 근데, 글도 아기자기 귀여워. 오버스럽지도 않고, 적당한 자학유머를 곁들이고, 자기만의 생활철학 조미료를 뿌려낸 재미난 글이다.  

이사도 일상이라면 일상인데, 일상의 이야기를 '일기장에나 쓰지 책은 뭐하러 내남'이란 생각 전혀 들지 않게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있다.  

 

글과 사진 외에도 여러가지 포맷이 나오는데,  
디자이너인 저자가 상품 개발할 때 생각했던 ... 이라기 보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것을 짤막한 동화로 몇 장에 걸쳐 그려 놓기도 했다.  

 

별 귀여운 짓을 다하고 있음  

어린 나이에 유학이며, 해외에서의 일이며 저자의 '이사'는 보통 사람보다 좀 더 스케일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베를린, 파리, 암스테르담의 길고 짧았던 이사 이야기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암스테르담이다.  

 

;; 그러나 사진은 파리 사진 ... 어쨌든, 요런 일상 사진들도 되게 이쁘고, 배치도 이쁘게 해 놓았다.  

그러니깐, 암스테르담에서 말이다. 암스테르담에서 저자는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암스테르담 주민들을 보고 부러워 하고, 즐거워 한다.  

   
 

관광객을 제외한 진짜 암스테르담 주민들은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집에 뭘 숨겨 놓고 사는 것인지 그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비밀스럽게 즐거운 뭔가를 혼자 꼬물꼬물 꺼내놓고 새롭게 만들고 또 가지고 놀며 사는 듯했다. 그런 궁금증으로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는 척 들여다본 유리창 속의 집들은 앙증맞기 그지없었다. 귀여운 화분에 심어 놓은 못생긴 식물들과 한두 개씩 모은듯한 각기 다른 모양의 예쁜 그릇들. 앉으면 부서질 것 같은 작은 의자까지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집에 보물 창고를 차리고 있는 듯 보였다.  

 
   

 사람이 보기 나름이라고, 나는 암스테르담에 대해 아주 암울하고, 위험하게 써 놓은 여행기를 본 적 있는데, 양진석의 눈으로 보고 느낀 암스테르담은 일상의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동화 속에 나오는 것 같은 사람들이다.  

소박하고도 아기자기한 삶의 형태는 햇살 좋은 날 못생긴 식물에 물을 주거나 비 오는 쌀쌀한 날 너무나 예쁜 찻잔에 홍차를 마시는 것과 같은 작은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었다.  

앞부분의 일부를 해외에서의 '공간 이동'에 할애하였고, 책의 대부분은 압구정에서 오랜 시간 살아왔던 그와 그의 가족이 '평창동'으로 이사하게 된 이야기들이다.  

  

인테리어 잡지에 나올 것 같은 방마다 햇볕 잘 드는 커다란 창문에 창밖으로는 정원에 다락방에 지하실에
꾸민 것도 사실, 현실의 집에선 있을 법하지 않은 모냥이긴 하다.

저자의 글, 사진, 외모까지, 어떤 사람이다. 는 것이 막 그려진다. 책에 얼핏얼핏 등장하는 저자의 모습  

 

ㅎ 부엌 앞의 온실에서 한 장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에 빠질 수 없는 꽃을 좋아하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당연히 ^^)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수선하지 않다. 저자의 톤이 그만큼 일관되기 때문이리라.
이사에 대한 팁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새로 들인 개 식구 이야기를 하고, 그릇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가구 리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진짜 눈물나게 웃은 부분이 있다. 유머러스한 글이긴 하지만, 새로 들인 식구 폴에 대해 이야기할때는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눈물 흘리며, 배를 잡고 웃었다. 백만년 만의 큰 웃음. 하지만, 이건 아마 나만 특히 웃긴거겠지. 개 이야기와 똥유머에 약한 나   

 

사진, 글, 레이아웃, 표지, 면지, 제목, 글씨체, 폰트, 종이질, 목차 어느 하나 멋지지 않은 것이 없다며 맨 앞에 말했는데,
딱 사진 두 개가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하나는 타샤 할머니 책 읽는 설정샷 ( 너무 설정샷이었어) , 또 하나는 로얄 코펜하겐 이야기하면서 로얄 코펜하겐 세팅 되어 있는 사진에서 티매트가 로얄 코펜하겐과 완전 안 어울렸던 거.  

그러니깐, 딱 사진 두 개가 걸릴만큼 다른 건 다 멋진 책이었다는 이야기.  

 

눈에 보이는 소품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마지막 마무리는 이사를 잘 마치고, 초대장을 직접 만들어 집들이 하는 이야기이다.  

 

에필로그처럼 계절별 놀이를 넣어놓기도 했다.   

 

마지막 사진은 표지에도 쓰인 그의 방 한쪽 벽면  

부모님 방은 빨간색으로, 자신의 방은 파란색 톤으로 꾸몄다.
잡지 등에서 오려낸 파란색 계통의 사진들을 벽에 붙여 놓은 것이 바로 독특한 벽이고, 이 책의 표지로 뽑혔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거운, 예쁘고 재미난 책 읽는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  

조금 치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년 봄의 이사, 공간 이동을 미리부터 슬렁슬렁 즐겁게 설레며 준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약간 들었다.  

그 또한 일상의 즐거움이리 ..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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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0-11-12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사고싶어욧!!!!!!!!!!! 예쁘다!!!!!!!!
 
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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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오키상 수상작 중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들도 많긴 하다만, 이번 2010 나오키상 수상작인 사사키 조의 <폐허에 바라다>는 그야말로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은 단편집이다. 멋진 단편집이 발빠르게 세련된 멋들어진 표지 입혀 출간되었다. 

사사키 조의 책은 <경관의 피>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하게 되었다. 워낙 경찰소설 매니아이기도 하고, 일본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이야기에 환장하는데, <경관의 피>는 그 두가지를 다 갖추고 있다. 미스터리, 경찰소설, 삼대에 걸친 경찰 집안의 이야기.  

이번 작품 역시 경찰 소설이긴 한데, 조금 특이하다. 휴직중인 경찰 센도의 이야기다. 센도는 어떤 사건으로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고, 휴직을 명령받은 채, 지인들의 부탁에 의해 이 곳, 저 곳을 방문하며 사건을 해결한다.  그 어떤 사건은 마지막 단편에야 드러나게 된다.  

이 단편집을 읽는 것은 .. 뭐랄까, 막 너무 재미 있어서, 책 장 넘어가는게 아깝거나, 너무 재미있어서 마구 즐거워 지는 그런 종류의 재미는 아니다. 잔뜩 멋들어진 하드보일드 탐정의 이야기도 아니고.  

직관력이 뛰어나고, 감수성이 깊은 한 형사의 이야기이다.  

작품의 배경이 내내 훗카이도다보니, 단편과 단편 사이 계속 눈이 내리고, 그 겨울의 배경은 표제작인 <폐허를 바라다> 를 포함해서 내내 스산한 느낌을 준다.  

단편을 하나하나 읽는 것은 한 량 짜리 기차를 타고, 막연히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지나치는 작고 외진 기차역들을 지나는 느낌이었다. 여운을 담고, 다음 역으로 가는..  

'오지가 좋아하는 마을' 의 오지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을 부르는 그 오지다. 어느 휴양지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오지 마을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많은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이 살고 있고, 지역 경찰은 오지와의 트러블이 잦아지자, 벼르던 중,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용의자인 오지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수사한다. 그 오지를 구해달라고, 센도에게 에스오에스를 치는 사토미. 이전에 사건으로 센도를 알게 되었었다.  

휴직 중이라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하면서도 사건을 조사하는 센도. 사실, 첫 작품은 좀 어리둥절하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야, 아.. 하며 탄식 하지만, 그건 살인 미스터리가 풀려서만은 아니다.  

이런 분위기구나. 하며 다음 단편 '폐허에 바라다' 를 읽으면, 뭔가 커다란 망치로 한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어버린다.
별 내용도 아니고, 대단한 미스터리도 아니고, 센도의 활약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 작품에 뭔가 대단한 포스가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된 마을, 폐허가 저자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단편집을 다 읽고 나서도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폐허에 바라다' 인 만큼, 내용에 대한 다른 선입견 없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넘어가기로 한다.  

다음에 나오는 '오빠 마음'도 수작이다. 저자는 어촌 마을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생활이 사람과 마을을 만든다. 사건도 있고, 범인, 시체, 형사 다 갖추어진 이야기들인데, 사건 해결로 인한 카타르시스보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인간의 갖가지 마음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훨씬 크다.  

커다란 트라우마를 지닌 형사 센도.. 형사라면 왠만한 일에 면역되어 있을 것 같은데, 도대체 얼마나 큰 사건이었기에 .. 읽는 내내 궁금하다.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면서도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형사다. 의사가 죽음에 의연하고, 익숙해져야하듯이, 형사라면 범인과 희생자와 세상의 나쁜놈들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형사라는 것은 상당히 괴로운 노릇이다.  

'사라진 딸' 도 좋은 작품이다. 여운도 대단하고,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딸이 사라졌고, 그 딸의 물품이 발견되었는데, 용의자는 경찰을 피하다 죽었다. 시체도 없고, 용의자도 죽은 그 사건을 조사해주십사, 딸의 시체라도 제발 수습하게 해 주십사 하는 아빠의 의뢰를 받아 사건을 조사하며, 죽은 용의자, 집안도 부자인데, 외로운 생활을 하며, SM에 탐닉하고,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렀던 용의자의 사정까지 .. 용서할 수 없을 지언정, 한가닥 연민이 드는 것마저 막을 수는 없다.    

사사키 조가 이 단편집에서 정말 대단한 일을 해 냈다고 생각되는게, 여백을 한계까지 밀어붙인 점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면서 사건의 완결된 구조를 유지하는데, 그것이 비어 있으면서도 높은 밀도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단조로운 이야기를 단조롭게 풀어나가는데, 그 여운이 대단하고, 지루하거나 할 틈 따위도 없다.  

마지막 작품인 '복귀하는 아침'에서 드디어 센도의 사정이 밝혀진다. 그리고, 센도는 인간 악의의 끝을 보여주는 사건에 맞닥뜨리게 된다. 두가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마무리 되는 셈.  

엄청난 여운들을 남기는 단편집인데, 모두에게 재미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나는 대단히 좋았다. 근래 들어 최고의 단편집이다. 이전 작품도 좋았지만, 이 단편집을 보고 나니, 사사키 조의 역량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몇 레벨쯤 한 꺼번에 올라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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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416 2010-11-0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을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저도 경관의 피를 통해 사사키 조의 작품을 처음 접했고 눈 여겨봐야할 작가로 찜해뒀거든요. 하이드 님의 리뷰를 보고나니 이 작품, 읽어봐야겠는데요.^^

하이드 2010-11-09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최고의 일본 미스터리로 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크스의 산>이랑 <폐허에 바라다> 랑요.
장점을 딱 꼽아서 제대로 이야기하기 힘든데, 뭔가 굉장히 좋아요.

cobiangel 2010-11-09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두길 잘했군요. 지금 '밀실살인게임' 읽고 있는데 다 읽으면 '폐허에 바라다'부터 집어야겠어요. 근데 진짜 표지 이쁘죠. 받자마자 디자이너 확인부터 했어요. 너무 제 스타일이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