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의 위기를 밟는 무시무시하게 귀여운 리처 고양이
아침에는 그래뇰라와 애프리콧 콩포트와 그릭요거트를 먹었다.
애프리콧 콩포트는 산지 진짜 오래되었고, 과육 들어가 있어서 금방 상하는건데, 병에 딱 밀봉되어 있어서
혹시나 열어봤더니, 뽕 - 따지고, 안에 멀쩡.
아포칼립스 중에 수십년 된 밀봉 콩포트들을 발견하는 상상을 하며 흐뭇했다. 얼마나 좋겠어. 아포칼립스 중에 만난 달달한 과육. 지금은 아포칼립스도 아니고, 콩포트는 수십년 된 것도 아니지만. 밀봉 과학 만세.
땄으니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맛 간 채소(잎채소)와 멀쩡한 채소(양배추) 가 섞여 있는 샐러드도 내일까지 다 먹어버리려고. 세 봉 있었는데, 한 봉 먹고, 두 봉 씻어두었다. 비슷하게 주문했던 시금치와 양송이는 멀쩡하긴 하지만, 미룰게 뻔하니, 오늘 시금치 양송이 새우 크림 파스타 하는 중. 파스타 먹다 남은거 싹 쏟았더니 로뗄리였어 ㅜㅜ 까뗄리 먹으려고 했는데, 각 8분, 3분이라서 5분 로뗄리 삶고, 까뗄리 넣어서 추가 3분 삶기로.
올해도 어김없이 텃밭 도전한다. 이번에는 기필코 살려서 잘 먹을거야.
북적북적 후라이팬 꾸미기
폰 용량이 64기가에 맨날 다 차서 임시파일 지우기를 하는데, 오늘 그거 보더니 무슨 폰 쓰길래?! 묻길래
2018년에 산 LG V30이요~. 용량 빼고는 쌩쌩해요.
아닙니다. 쌩쌩한게 아닙니다. 요즘은 128기가, 256기가도 저렴하고, 1테라도 나온다고.
나는 64기가인 것도 의식 못하고 있었는데, 우와 -
하지만, 나는 핸드폰에 돈 쓰기 싫고, 핸드폰 아직 멀쩡..해서 멈출때까지 써보려고.
어제는 말로 병원 검진 다녀온 날이었다. 월요일 아침에 검진, 근처 도서관, 일도 가장 많은 날이었고, 일 끝나고 밤에 원서낭독까지 있었던 날. 아침부터 밤까지 바쁜 흔치 않은 날이었다.
말로와 늘 함께 하던 루틴들이 있다. 말로 영역은 거실이다. 창가의 원목베드나 의자, 거실 소파, 바닥에 벌러덩,
방에는 화장실 갈 때만 들어오고, 침대에는 올라오지 않는다. 아침에 길냥 밥 주러 나가면 사료 몇 알 던져주고 잡으러 가는거, 미라클모닝하려고 책상에 커피 떠 오면, 다른 컵에 물도 같이 따라와서 말로도 같이 마셔야 하는거, 다이어리 위나 책 위에 앉거나 앞에서 나를 귀여워하라냥 -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거. 이게 루틴이었고, 2월 20일까지 이어졌다.
갑자기 침대 위로 올라오더니, 안 내려온다. 방에서 하루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하고, 침대에 앉아서 나 지나다닐때마다 야옹야옹만 한다. 밥 먹을 때랑 화장실 갈 때랑 물 마실 때만 내려온다. 체중도 계속 빠지고 있다.
어제 검진 받으러 가서 무서운 소리 들을까봐 좀 겁났다.
약 바꿀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착되면 두 세달에 한 번 검진 갔는데, 신부전은 꾸준히 약 먹고, 췌장이 안 좋았다가 약 먹고 나았고, 갑상선도 약 먹으면서 수치 좋아졌다가 지난 번에 안 좋아져서 약 용량 늘린 상태. 혈압은 말도 못하게 고혈압이라
이번에 검진 갔을 때 선생님이 실명 온건가 체크도 해봤다고 한다. 신장 수치들도 다 안 좋아졌고, (계속 안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고 관리) 인수치는 다행히 정상범위, 좋아진 것도 있다고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하루 지나 나오는 갑상선 결과를 오늘 받았는데, 정상범위로 들어왔다고 한다. 혈압약도 어제부터 먹이기 시작했다.
아침 6시에 갑상선약 (호르몬제라서 12시간마다 시간 체크해서 먹여야 한다.)
7시에 아조딜과 유니버거, 3일에 한 번 스테로이드
12시에 크레메진
18시에 갑상선약, 혈압약
19시에 아조딜, 유니버거
22시에 크레메진
이렇게 먹이고 있다.
한 번 약 시작하면 평생 먹여야 하는거라 계속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텐데, 아니, 근데, 고양이 평생은 너무 짧고.
여튼, 오늘 갑상선 정상범위 들어왔다고 해서 눈물 찔끔나게 좋았다. 일희일비 안 하려고 하는데, 말로 행동 변하고, 영역 바뀌고, 활동성 떨어지고 루틴 다 없어져서 마음이 좀 많이 안 좋았었나보다. 혈압약 부지런히 먹이고 한 달 있다 결과 봐야지.
말로가 이렇다보니, 리처도 벌써 열 살이고, 코비도 일곱살인데, 병원 검진도 제대로 못해주고 있어서
작년 목표였다가 올해까지 넘어왔다.
말로 있는 방은 나도 잘 때만 들어가는 방인데, 오늘 소식 듣고, 창문 앞 책장 정리 싹 하고, 위에 카페트 깔아주고, 말로 좋아하는 의자 위도 치워줬다. 침대방을 말로방으로 바꾸고, 나도 말로방에서 시간 많이 보내야지. 창문 앞에 책상둘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창문 밖은 베란다인데, 텃밭 만들어서 초록초록한 텃밭정원 가꿔야지. 말로도 침대 벗어나 올 수 있게 가구배치 하고. 새로 영역 꾸며주는거지. 나도 옆에 계속 있을거야. 예전에는 잘 때는 따로 잤는데, 이제 잠도 같이 잘 수 있으니 냥이득.
말로 루틴도 말로방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겠다.
어제 바빴는데, 밤까지 에너지 남아 할거 다 했고, 오늘은 한가했고, 또 이것저것 했다네.
저 책장 위에 책 잔뜩 쌓여 있었는데, 책장에 다 넣어버리고, 고양이 카페트 깔아주었다. 말로도 올라가 있다 내려왔고, 리처도 올라가 있었고. 베란다에 있는 양이도 잘 보여서 좋아. 리처가 저기서 무슨 새구경 하듯이 구경하다 으르렁 거렸다.
책 많이 읽어서 책이야기 하러 들어왔다가 고양이 이야기만 하고 나가네.
양이랑 놀아주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