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드 Googled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윈도우비스타를 쓰는(쓸 수 밖에 없었던) 나는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열면 홈페이지는 포탈사이트인 네이버이고, 탭을 열어 구글 영문 페이지를 연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열고 가장 먼저 보는 두 화면에 가장 많이 쓰는 검색사이트라 하겠다. 네이버에서는 지식인과 교통 등을 구글은 영문검색에 사용한다.  

구글은 검색회사다. 
아니다. 구글은 광고회사다.

크리스 앤더슨의 <프리>에서 이미 '구글'이 어떻게 우리에게 공짜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서문에서부터 크리스 앤더슨은 스타벅스에 앉아 무료 와이파이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구글 닥스에 접속해 글을 쓰고 있다는 '프리한(자유로운) 프리(공짜)월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짜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소비자를 눈속임하는 공짜에서 지금 세대, '구글 세대'들은 인터넷에서 진짜 공짜를 누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 '공짜' 의 세대차에 관한 것이 크리스 앤더슨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구세대란 우리네 부모님 세대기도 하고, 크게 보아 거대 미디어업계, 신문, TV, 영화, 음반사, 출판사, 광고업계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 <구글드>는 '비전'과 '엔지니어 정신'으로 무장하여 거대 미디어업계를 무너뜨리고,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꾼,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이라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2009년 중반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꽤 최신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고, 뉴스에서 우리는 이 책에 이어지는 뒷이야기들을 현재진행형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구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알고 있었던 건 이렇다. 검색이 빠르고, 편하고. 사이트가 광고나 잡다구리한거 없이 단순하고, 때 되면 구글로고에 장난치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구글플랙스라고 불리우는 엄청나게 쿨한 구글 본사에는 최고의 음식을 공짜로 주고, 마사지사도 있고, 놀이기구(?)도 있으며, 반려동물도 데려가고, 수의사도 있고,

구글어스라는 쿨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검색해보고 노는데, 사생활침해로 문제가 되기도 했고, 유튜브를 인수했고, 구글북스라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하면서 출판사, 작가협회와 저작권 트러블이 있었고, 가장 최근 뉴스로는 4월부로 중국에서 철수한다는 이야기가 있고..  

구글의 3인방, 엔지니어 출신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 그리고 CEO인 에릭 슈미트. 그들의 시작과 어떻게 그들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새로운 판을 짜고, 공룡들을 두렵게 했는지, 어떻게 망하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건 뭐 너무 흥미진진해서 왠만한 스릴러 소설 저리가라다.  

뉴요커의 수석칼럼니스트인 저자 켄 올레타는 ''20세기 100명의 기자’로 뽑힌 가장 존경받는 칼럼니스트이자, 빌 게이츠, 루퍼트 머독, 테드 터너, 빌 클린턴 등 정재계 거물들을 직접 독대해 적나라한 심층 분석 기사를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저널리스트 중 하나다.'  그들이 어떻게 아마존과 애플과 동맹을 맺었다가, 갈라서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볼 수 있다.

3년간 구글 창립자를 포함한 그들의 멘토, 그들의 경쟁자들까지 심도 깊은 인터뷰를 해 낼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세상에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일단 구글 창립자인 괴짜 세르게이와 레리는 인터뷰를 광적으로 싫어하니깐.  

이야기는 스텐포드 대학에서 시작된다. 괴짜 엔지니어였던 브린과 레리는 어느날 레리에게 꿈 속에서 찾아 온 계시와도 같은 아이디어에서 '구글'이라는 검색엔진을 만들게 된다. 

그들의 유명한 로고 'Don't be evil 사악하게 굴지 마라' 와 함께 이상적이기까지한 사용자우선 주의의 검색사이트를 만들고자 한 그들의 비전이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열게 만들었는데, 기존 뜨고 있던 검색엔진이던 야후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더 야후에 오래 머물게 만들어 많은 광고를 보게 만들까.를 고민했다면, 구글의 창립자들은 '광고란 무례한 낯선 자가 대화에 불쑥 끼어들어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뭔가를 팔려고 하는 일!' 이라며 알레르기를 일으켰고, 돈만 내면 검색 상위에 오르도록 하용함으로써 객관성을 상실하고 있는 기존의 검색엔진들에 비해 구글은 '검색에 진심으로 몰두' 했고,

초기 사명선언문에 나왔듯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하여 누구나 접속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했다. 엔지니어 최우선 주의. 창립자 둘 불터가 엔지니어이고, 투자회사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경영자를 못 들이다 겨우 들인 경영자는 희귀한 '엔지니어 출신'의 슈미트였다. 한가지만 바라보고,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검색'이 수익을 가져다줄꺼라고 믿으며 일단 상품을 내 놓고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고쳐나가는 구글의 모습은 11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가장 인상 깊은 회사로 자리잡은 지금에도 남아 있다. 

초기에 그들을 얕보았던 거대 미디어 회사들. 영화, 티비, 신문. 이들이 망해가는 것은 (책에는 꽤 자세하게 그들이 망해가는 (혹은 이미 망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에서 광고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검색을 하면 할수록 사용자에게 적합한 검색을 보여주고, 그에 맞는 광고를 보여준다. 사용자가 검색에서 찾은 광고로 클릭해 들어갈때마다 수익이 분배되는데, 광고주는 기존의 '광고의 마법' 과 달리, 정확하게 수치화된만큼의 광고비를 지불하게 되고, 사용자가 많이 클릭할수록, 광고비는 적게 지불하게 된다. (검색에서 유용했으므로) 사용자, 광고주, 구글 모두가 윈윈이라는 것이 구글의 이야기이다. 

TV와 신문이 망하는 것을 '구글'탓만 할 수는 없다. 시대가 '디지탈화' 되고 있는데, 망한 음반사들을 보면서도 대처하지 못하고 같은 배를 탄 기득권자이자 공룡기업이었던 그들의 나태함 또한 문제의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를 주도한, 주도하고 있는 구글의 광고점유율과 수익이 꾸준히 가파른 상승세이고, 동시에 그들의 광고점유율과 수익이 꾸준한 하락세라면, 그들이 구글탓을 하는 것도 영 틀린 것은 아니고.

구글이 기업공개를 하고 ( 창립자들은 이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끌었고, 기업공개를 하고 나서도 주주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한 여러가지 제약을 걸었다. 그들은 회사가 수익에 의해, 주주에 의해 좌지우지되거나 관료화 되는 것을 가장 못참아 했다.) 그들이 올리고 있는 수익에 다들 경악하고, 제 2의 MS처럼 공공의 적이 되어 온갖 소송에 휩싸이게 된다. 

구글북스로 인한 출판사, 작가협회와의 저작권에 대한 소송은 현재 해결된 상태다. 유튜브로 인한 저작권 문제는 오랜 소송끝에 CBS와 같은 일부는 구글과 협력하고, 일부는 여전히 싸우고 있는 중이다. 사생활보호로 인한 문제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구글이 한 방에 가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사생활 보호' 일 것이고, 구글 또한 그 사실을 알고 대처하고 있다.

사용자 위주의 사용자를 위한 일,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구글의 순수성은 거대기업이 된 지금,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다. 중국에서의 검색 조정(구글이 가장 질색하던 일 아니던가!) 구글 피닉스지점 철수. 거대해진 조직은 업계 최고의 직원들을 떠나게 한다. (돈을 많이 모았거나, 혹은 구글의 분위기가 변질되었다고 생각하거나) 그들이 여기저기 손을 대면서, 전화, E북, 그들의 친구였던 이들도 떠나보내게 된다. 애플, 아마존.

구글은 그들이 컨텐트를 만들어 경쟁하는 적이 아니라, 기존의 미디어들이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라고 주장하며, 기존의 미디어들과 협력하고자 한다. 동시에 역사상 가장 큰 미디어가 되고자 하는 야심 역시 감추지 않는다.

구글이 그들의 모토대로 끝까지 '사악하게 굴지 않'을 수 있을지. 두고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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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의 모델 이름은 Donna Rich로
 저자, Gail Carriger가 직접 이 이미지를 찾아서 북디자이너에게 건냈다고 한다.


책의 컨셉과 잘 맞는 neo victorian 이미지와 아웃핏에 이미지를 북커버로 사용하기로 결정.  

저자가 찾아낸 도나 리치의 독.특.한. 샵  

clockwork couture 
 
 무궁무진한 이미지가 북커버 디자인으로 소화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이렇게 독특한 옷가게의 상품 이미지에서도 아이디어를 가져오게 되는구나.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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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10-03-20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빨라서 원...ㅠ ㅠ

하이드 2010-03-2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한다는 걸 보여주는거죠. 포토샵 강습이라도 바라셨나요? ㅎㅎ

Kitty 2010-03-2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커버도 북커버지만 저 쇼핑몰 ㄷㄷㄷ
빅토리안 투피스 여행복이라니 진짜 저걸 파는건가요? ㄷㄷㄷ
아놔 구매자 리뷰까지 올라와있네 ㄷㄷ 세상은 넓고 신기한건 많기도 하네요;;

하이드 2010-03-21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알아 왔다는데, 작가가 혹시 고객? ㅎㅎㅎ 그냥 빅토리안으로 검색하다 찾은거겠지요?
 
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시민의 글은 솔직하고, 쉽고, 와닿는다.
이 책은 그가 청춘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읽으며, 책과 책이 담고 있는 읽었던 저자의 청춘 시절 이야기, 책의 사회적, 시대적 배경들까지도 커버하고 있다. 그의 글을 읽는 것은 흡사, 그의 고민을 따라 그와 대화하는듯한 기분마저 들게해서, 다른 책읽은 책들과는 차별화가 된다.

책 이야기보다는 '책과 독자' 를 이야기하는지라, 그것은 그와 책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게 하는데, 이런 고민들은 강상중의 <청춘을 읽다>와 비슷하다. 책을 통해 자신들의 청춘과 시대를 이야기하는. 시대성과 고민은 강상중의 것이 좀 더 무겁고, 그 고민이 현재진행형이라면, 유시민의 글은 뭐랄까. 좀 지친 느낌이 든다. '돌아보는' 느낌. 그땐 그랬지. 지금도 변한건 없고. 이 책을 쓰는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고( 쓰기 직전이던가, 여튼 그즈음), 김대중 전 대통령도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의 글에 피곤이 묻어나지 않으면 그것이 외려 이상한 일일지도. 그에게 현재 진행형은 피곤한 정치, 사회, 사람, 언론, 더러운 세상일지도.   

이와같은 2차독서를 읽고 이런 말을 하는건 뭐랄까, 허세스럽기도 하고, 같잖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아, 내가 좀 더 똑똑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주 존경하는 선배나 멘토의 이야기를 듣는듯한 친근함.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에서 시작해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로 끝나는 열네권의 책. 각각의 책들에는 그 열네권을 굳이 뽑은 지당함이 절절히 느껴진다. 마지막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유시민의 이 한 권의 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는 어떤 대단한 독서가의 책을 읽건 빠지지 않는다.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 을 쓰는 작가. 지금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는 것만큼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없다고 얼마전 읽은 책에 나온 일본에서 독서의 신.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마쓰오카 세이고는 그러더라.

인상적이어서 담아둔 책은 베블런 <유한계급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다. 전자는 번역보다 원문이 맛깔스럽다고 해서 (유시민은 각 작품마다의 번역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원본을 골라 놓았고, 헨리 조지의 책은 김상윤교수의 번역본을 고골라 놓았다. 제목만 봐서는 영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주제가 아닌데, 막상 이야기를 듣고 보니 흥미롭다.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초천재외계인이었던 베블런이 (외계인이란 표현은 유시민이 직접 쓴 말이기도) 인간, 그 중에서도 19세기 유한계급을 다윈의 '종의 기원' 에 충실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글이라고 한다. 사람을 동식물 보듯 관찰하고 적었으니, 어떤 재미있는 글이 나왔을지 기대되지 않는가. <진보와 빈곤>은 역시 천재이지만, 이상주의자의 면모도 가지고 있던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의 이유로 꼽은 '땅' 에 대한 이야기. '땅'은 자연권이다. 그것에 가격을 매기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이야기. 얼마전 읽은 <환율전쟁>에서 망하는 나라들 보니깐, 다 땅투기로 시작되더만. 뭐, 그 얘기도 생각나고. 도대체가 그 많은 돈으로 좋은 동네의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최악의 환경의 최악의 집에서 사는 것. '그게 다 돈이야' (실제로 돈이구. 수지 맞는 투자고.) 하는거나, 부동산거지 문제나 오골오골 서울에 모여서 집집하는거나 다 이해 안 가는터라, <진보와 빈곤> 역시 읽어보고 싶다.  

멜서스의 <인구론>은 굳이 찾아서 읽어보고 싶지는 않지만, 유시민이 충분히 인상깊게 묘사해 두었다. '뭐 이런 악마같은 천재' 이런 느낌.

사마천의 <사기>도 계속 보고 싶었던 책인데, 보관함 좀 더 앞자리로 왔고,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명예>는 읽다보면 속이 터질 것 같아서 보관함에서 빼 버렸다. 이 챕터에서는 당시 하인리히 뵐과 벨트의 뒷이야기 또한 충실히 들려주고 있다.  진정한 보수주의자 <맹자>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유쾌하게 소개하는 푸시키의 <대위의 딸>도 다시 읽어보고 싶다.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되었지만, (그러니깐 읽고 한참 지난 지금에야 리뷰도 쓰고 있지만;)
관심장르, 비관심장르 할 것 없이 흡입력 있게 읽히는 책을 부르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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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03-20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또 읽어야 할 책이 늘었군요. 행복하면서도 부담스러운.. ㅎㄷㄷ^^;;

하이드 2010-03-20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어떨지 사실 좀 짐작이 가서 미루다 미루다 읽었는데, 좋아요. ^^

반딧불이 2010-03-21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책을 읽는 이유는 다른사람은 책을 어떻게 읽나 저와 비교해보기 위해서인데, 이 책에 나오는 책은 제가 않은 책이 절반이라 저도 자꾸 미루고 있어요.
 

마쓰오카 세이고는 .. 또 마쓰오카 세이고냐고? 그니깐. <다독술>에서 '책에서 책으로' 문어발식으로 책 읽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종종 이야기하는 '체인리딩'과도 같은 뜻이겠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맥락이 같은 책들을 모으고, 그 중에서도 키 북을 찾는 작업을 하는데,

   
  책은 책으로 연결된다.
복선적이고 복합적인 방법으로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책과 네트워크에 나갈 가능성을 가진 말하자면 '빛을 발하고 있는 한 권'을 반드시 만나게 됩니다. 그것을 저는 '열쇠 책', 즉 '키 북'이라고 부릅니다. 이 키 북을 기본으로 해서 읽어 나가는 것이 다독술의 핵심입니다. 이런 식으로 복합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면, 그런 키 북을 만날 기회도 늘어납니다. - 218쪽-
  
 
   

키 북에 대한 이야기는 좀 긴데, 예를 들어 보여줘도 내가 맞게 이해하고 있는가 긴가민가 하지만, 옮겨보자면

'먼 곳으로부터의 대답' - 이백, 우에다 아키나리, 프랑켄슈타인, 폭풍의 언덕,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 J.G. 발라드의 '세월의 소리' 등이 키 북이라고.  

음. 이것만 봐서는 모르겠다.

'남자와 여자의 자본주의'  - 모르는 일본소설 제목 잔뜩 , <레베카>, <안나 카레니나>, 도나 해러웨이의 '원숭이와 여자와 사이보그' 등 .. 이 중에서 키 북은 <안나 카레니나>이고. '안나가 당시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을 부정한다는 이야기로 앞에서 나열한 모든 책들의 모형이 바로 이 <안나 카레니나> 한 권에 들어가 있습니다. 과연 톨스토이입니다.'  

의도한건 아닌데, 요즘 읽은 책들이 한가지 맥락, 주제로 엮일듯해서 모아 보았다.

주제는 '디지털 민주주의'  

 마이클 코넬리의 <허수아비>에서 매커보이는 해고당하는 베테랑 기자로 나온다. 이 작품에서 매커보이와 동료들의 입을 통해 종이신문의 몰락과 전통, 현실등에 대해 읽을 수 있는데, 바로 그 종이신문을 포함한 기존의 미디어들을 몰락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구글드>의 구글. '구글'과 기존 미디어간의 자리바꿈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는 책이 바로 <구글드>이다. 닷컴 기업이 각광을 받다가 망하게 되는 그 시점. 야후의 주가가 1/10로 떨어지며 많은 닷컴 기업들이 나가 떨어지던 시점에 구글은 살아남고, 마수를 숨긴채 그들의 영역을 뻗쳐나간다. 이게 마수인지 아닌지는 책을 끝까지 읽어야 판단이 되겠지만, 현재진행형이니 뭐라 결론을 내리지 못할수도. 무튼, 닷컴의 몰락이 나오는 부분에서 <신데렐라>의 로랑 달의 '이투르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해지펀드로 남들과는 다른 자릿수의 돈을 벌어들이며 돈먹고 돈먹기를 하던 로랑 달과 스티브 스틸은 닷컴의 몰락을 예견하는 도박을 하지만, 계속 오르고, 또 오르고, 또 오르고. 결국 <신데렐라>에 나오는 로랑달의 파국 직전의 년도 이후가 <구글드>에 나오는데, 그때부터 망한다.

 <롱테일법칙>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프리>에서 공짜 세상을 말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디지털이고, 그것의 최대 수혜자이자 그것을 최대로 이용한 기업은 바로 '구글'이다.
'공짜' 로 수익 벌어들이기, 포털과의 경쟁 등에 대한 이야기가 <구글드>에서는 자세히 나온다. 

 

 

<프리>를 키 북이라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구글드>가 키 북인듯.
이 주제로 더 모아보아야겠다. 아마 이 책 읽고 읽을 <식스 픽셀>도 이 맥락에 들어가지 싶은데 말이다.

나는 연대별로 적는 것 까지는 못하겠지만, 같은 맥락의 책을 모아 보는 것은 기존의 독서에 대해 더 많이 기억하고, 앞으로의 독서에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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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의 갈증
미시마 유키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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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면의 고백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글은 (비록 번역본으로 읽고 있지만) 소리내서 읽고 싶게 만드는 말의 리듬이 있는듯하다. 책 읽는 맛이 나는 책.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유약한 주인공들이 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

중편 정도의 분량인 이야기는 한 가족,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여자의 뒤틀린 사랑.
중견기업 임원이었던 남자는 시골로 가 농부가 된다. 둘째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던 중, 첫째 아들이 죽자 첫째 며느리인 에쓰코를 집으로 불러들인다.

각각의 인물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에쓰코는 티푸스로 죽은 남편에게 배신당했다. 그 시점에서 그녀의 어떤 한 부분은 죽었다고 해야하리라. 기이할정도로 긍정적인, 혹은 현실을 외면하는 그녀는 시아버지의 노리개가 되고, 집안의 젊은 하인 사부로를 사랑하게 된다.

미묘한 것은 사랑의 균형이다. 시아버지는 아마 처음에는 에쓰코를 젊은 여자의 육체로 보았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 혹은 집착, 애착의 모습으로 변하지만, 그는 여전히 에쓰코를 범하는 강자이고, 에쓰코는 아무말 못하고 당하는 약자이다.

에쓰코가 사부로를 사랑하는 것을 가족들이 알게 되자 조금씩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사랑 앞에 오랜동안 잠들어 있었던 그녀 안의 인간미(그걸 인간미라고 불러도 된다면)가 깨어나자 그녀를 잃을까 두려워하게 된다. 예전같으면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돌리는 자신의 여자의 귀싸대기를 날리며 꾸짖을 그이지만, 어느새 안으로부터 늙어버린 그는, 그녀를 영영 잃을까 두려워한다. 그 시점에서 사랑의 시소는 그 위와 아래를 뒤집어 에쓰코가 강자, 시아버지는 약자가 된다.  

에쓰코와 사부로의 관계도 미묘하다. 주인집 마님과 하인의 관계. 일단 사부로는 핏덩이인 나이. 몸은 남자지만 마음은 소년인 나이이다.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육욕으로 함께 일하는 하녀 미요를 품고, 임신까지 시키게 되고, 에쓰코의 다소 병적이기까지 한 세심한 사랑의 구애를 파국의 직전까지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짐승이 된다. 

그들의 뒤틀리고, 기이한 사랑(?) 이야기를 읽다가 흠칫 놀라게 되버리는 파국이다. 
그 이후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비린 날것의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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