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후벨의 <로빈슨 크루소>가 신간 소개 되었을때 무척 궁금했는데, 미리보기 하나 없이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 않은가 싶어 두고보다 결국 구입. 오늘 보니 미리보기는 이제야 떴지만, 책은 정말이지 대만족이다.  

로빈슨 크루소를 글 없이 그림만으로 보여주고 있다. (178page)
한 장 한 장 작품이고, 로빈슨 크루소의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머릿속에 강렬한 색채와 영상으로 넘실넘실 흘러갈 것이다.  

이 장면, 책장을 넘기고 나오는 다음 장면, 그리고 그 다음 장면. 너무나 아름다운 연결이라 숨을 훅 멈추게 된다.  
다소 생소한 출판사 이름인 '별천지'는 열린책들의 임프린트 출판사이지 싶다. 책의 만듦새 또한 보장이 된다는 이야기

책의 내용은 물론이고, 북커버, 띠지, 커버 벗긴 후의 디자인, 내지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멋진 소장용 책이다.  

아후벨의 <로빈슨 크루소> 포토 리뷰는 여기

아후벨? 아후벨이 누구더라 한다면, 열린책들의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를 떠올려 보시라.  

 

열린책들에서 로베르토 볼라뇨의 전집 발간에 앞서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 라는 제목으로 666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으로
볼라뇨 전집을 내기에 앞서 아주 알짜배기의 책을 낸 적이 있다. 그 책에는 전집의 북디자인을 맡아 줄 쿠바의 화가, 일러스트레이터인 아후벨과의 인터뷰, 아후벨과 북디자인 계약을 맺는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책에 나온 시안은 위와 같고, 그 이후에 나온 첫번째 작품 <칠레의 밤>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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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 아후벨의 그림 이야기
알베르토 모랄레스 아후벨 지음, 고인경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10년 4월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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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4-2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헤라클레이토스는 "가장 훌륭한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중에서 단 하나를 선택한다.'라고 말했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너무 고르다가 가장 나쁜 것을 갖는다. 모든 것을 버리고 단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현대사회에 들어설수록 더욱 힘든 일이 되고 있다. 앙드레 지드는 "선택한다는 것은 영원히 언제까지나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일이었으며, 그 '다른 것들'이 어떠한 하나의 것보다 좋아보였다."라고 했다. 이는 거꾸로 "선정한다는 것은 선택하는 것이라기보다 선택하지 않는 것을 물리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선택의 다양성'은 지연효과를 가져온다.

슈퍼마켓 잼 실험 : 슈퍼마켓에 6종류의 잼을 진열해 놓았을 때, 다른 쪽에는 24종류의 잼을 진열해 두었을 때 처음에는 잼 종류가 많은 곳으로 사람이 몰리게 된다.40퍼센트가 6종류의 잼 코너를 방문했고 60퍼센트가 24종류의 잼 코너를 방문했다. 그러나 실제로 구입한 사람은 6종류의 잼 코너에서는 30퍼센트였고, 24종류의 잼 코너에서는 3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베리 슈워츠는 이를 '선택의 패러독스 The Paradox of Choice' 라고 한다. '선택사항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선택사항이 많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증가한다는 뜻. 후회할까봐 염려되어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불확실성과 책임을 분산하거나 대신 책임을 져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는 전문 매장일 수도 있고 얼리어답터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전문 블로거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 적어도 그들의 도움을 받아 물건을 구입했을 경우에는 그들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따져 물을 수 있지만, (으잌;;) 그렇지 않고 전적으로 혼자 생각하고 결정했을 때는 자신에게 닥친 불확실성은 물론 책임도 전가하지 못한다.  

어떤 물건을 사면 다른 물건을 살 수 없다. 이것은 후회의 감정으로 이어진다.

작가 앙드레 브레송은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이 주어진다면 후회가 남을 가능성도 두 가지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효용보다는 후회의 감정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뒤늦은 후회와 자책감이 사람들을 계속 괴롭히기 때문이다. 

                                                                         ***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선택을 미루게 된다는 이야기와 좋은 것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후회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라는 이야기는 와닿는다. 그러나 그 모든 소비심리의 클리쉐를 뛰어넘어 책을 사고 또 사는 나는 뭐하는 쌈바의 여인인가. 쩝.

기대보다 꽤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은 소비심리에 대한 책이다. 한국 저자라 한국의 사례들도 간간히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저자인걸 잊고 읽다가, 한국 사례에 반가워하다가 아, 한국 저자였지. 하는 식 ^^;

위의 '선택'에 관한 챕터의 제목은 '여자 아나운서와 여교사 중에는 왜 골드미스가 많을까' 이다. 마지막 두 장정도를 이 여자 아나운서와 여교사 이야기와 선택의 패러독스를 연결시켜 이야기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드는 사례들은 고개 끄덕이게 하지만, 가끔 이렇게 좀 뜬금없는 예가 나오는게 NG라면 NG. 이거랑 '배우자를 찾으려면 나이트에 가라' 에서는 부킹과 전담 웨이터문화를 예로 들고 있는데, 그 또한 꽤 뜬금없었음. 그런 몇 가지를 패스하면, 여러가지 정보와 사례들을 그럭저럭 잘 모아 두어 재미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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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2010-04-2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발견한 주옥같은 블로그네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하이드 2010-04-2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변방의 블로그인데, 찾아주셨네요.

하이드 2010-04-22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흐흐. 여자의 결혼에 대해서 엄청난 시각차를 가지고 있는 남자 어른분들을 종종 봅니다. 물론 그분들에겐 저의 결혼관이 좁힐 수 없는 갭이겠지만요. ^^
 
내가 함께 있을게 웅진 세계그림책 120
볼프 에를브루흐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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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 에를브루흐의 <내가 함께 있을게>는 오리 그림으로 시작한다.

"대체 누구야? 왜 내 뒤를 슬그머니 따라다니는 거야?"

"와, 드디어 내가 있는 걸 알아차렸구나"

죽음이 말한다.

"지금 나를 데리러 온거야?"

"그동안 나는 죽 네 곁에 있었어."

늘 곁에 있는 죽음

"사고가 날까 봐 걱정해 주는 것은 삶이야. 삶은 감기라든가.
너희 오리들이 당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걱정하지."

죽음이 친절하게 미소짓는다.
죽음만 아니라면 괜찮은 친구라고, 꽤 괜찮은 친구라고 오리는 생각한다.

"우리, 연못에 갈까?"

"미안, 난 이 축축한 곳에서 나가야겠어."

"추워? 내가 따뜻하게 해 줄까?"

죽음을 덮어주는 오리

다음날 아침 일찍 오리가 먼저 잠에서 깬다.
"나, 아직 죽지 않았어!"

죽음과 오리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늘은 우리 뭘 할까?"
죽음이 기분 좋게 묻고

죽음과 오리는 나무에 올라가기로 한다.

나무 아래 쓸쓸하고 고요한 연못을 보고 오리는 죽은 후를 생각한다.

죽음은 오리의 마음을 읽고 오리를 달랜다.
죽음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한 주 한 주 시간이 흐르고, 그러던 어느 날 서늘한 바람이 오리의 깃털 속으로 파고들자
오리는 문득 추위를 느끼고 죽음에게 말한다.

"추워. 나를 좀 따뜻하게 해 줄래?"

하늘에선 부드러운 눈이 나풀나풀

죽음은 오리의 깃털을 쓰다듬어 주고
오리를 안고 강으로 간다.

오리가 보이지 않게 될때까지 떠내려가는 오리를 바라보고 있자
죽음은 슬픔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삶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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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0-04-20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 토끼 오쁠라>가 생각나요. 죽음에 관한 그 그림책을 저는 좋아하거든요.

조선인 2010-04-2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연님은 확실히 믿을만한 책만 번역해요. 끄덕.

하이드 2010-04-2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번역가를 보는 것도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한 방법이군요.
이 책 참 좋아요.

Joule 님, 저두요. 그림책 중에서도 죽음을 다루는 그림책 꽤 많더라구요. 하긴, 배워야할 것은 삶뿐만 아니라 죽음도.

2010-04-21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1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와작와작 꿀꺽 책 먹는 아이 - 올리버 제퍼스의 특별한 선물 그림책 도서관 33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유경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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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제퍼스라는 작가를 알게 된건 해외 블로거 사이트에서였다. 일러스트, 책, 애니메이션까지 꽤나 인기 있는 작가. 그의 그림을 모으게 되었고, 나중에야 이미 그의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늘은 그의 책들 중 <책 먹는 아이> 리뷰 -

책을 무척 좋아하는 헨리라는 아이가 있었다.

올리버 제퍼스 특유의 단순하니 와닿는 그림은
복잡한 사물(책,책표지, 봉투, 신문, 수학노트 등)들의 콜라주 배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이 묘한 질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헨리가 책을 좋아했는데,

책을 '먹는걸' 좋아했다고.

한 번 먹어보니 .. 맛있더라. 는 이야기.

처음엔 시험 삼아 글자 하나로 시작하고, 다음에는 한 줄, 다음에는 한 장을!

'책을 먹는다' , '책을 소화시킨다'는 표현이 어떻게 쓰이게 되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엄청난 속도로 먹어치웠다.

부러운 것은..
책을 먹으면 먹을수록, 더 똑똑해진다는 거!

금붕어에 대한 책을 먹으면 금붕어에 대해 알게 되고..
아빠의 신문 퍼즐도 하게 되고

결국은..

학교 선생님보다 똑똑해진 헨리!

책의 배경이 되는 방안노트와 칠판 역할을 하는 책표지가 인상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책을 먹는 헨리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더, 더, 똑똑해지고!

체하게 되고, 아프게 된다.

우웩우웩

모든 지식이 엉망진창 섞여 버려
제대로 소화 시킬 시간도 없었고.
말하는 것마저 아주 힘들어지다.

2+6= ??? 코끼리

바보가 된 헨리

책 먹는 걸 그만두고
슬퍼진 헨리

바닥에 먹다 남은 책을 주워든 헨리는

그것을 입에 넣는 대신..........

이제 헨리는 '와작와작 신기하고 놀라운 브로콜리를 먹'으며
항상 책을 읽는다.

가끔 먹기도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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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0 0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음동자 2010-04-2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을 소개하는 글은 그냥 읽었는데 말이죠. 그림책을 제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지라, 도저히 로그인을 안 할수가 없네요. 이 책! 너무 너무 귀여워요. 책을 먹기만 하다가 체하다니. 그래서 책을 읽는다니.
귀여워요. 저런 이야기들때문에 그림책을 계속 읽게되네요.
전 오늘도 하이드님 리뷰에 책 충동에 사로잡혀 고민 이랍니다. ^^

moonnight 2010-04-20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너무 귀엽잖아욧! >.<
조카가 좋아할 것 같아요.
하이드님 그림책 리뷰는 읽기 전에 보관함에 먼저 던져넣는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