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렌치의 <동물원>  

부제는 우아하고도 쓸쓸한 도시의 정원 | 원제는 Zoo Story: Life in the Garden of Captives

퓰리처상 수상작가가 6년여에 걸쳐 아프리카의 사바나, 파나마의 정글, 대도시의 동물원을 오가며 탐사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는 저자답게 탄탄한 이야기와 유려한 문체 그리고 번뜩이는 통찰로 동물원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동물원은 자연과 역사, 생물, 문화, 인간의 행동과 심리, 무역에 대한 통찰이 담긴 살아있는 백과사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상식을 깨는 놀랍고도 특별한 동물들의 생태와 인생 역정뿐만 아니라 동물원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인간들이 만든 도시의 정원,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의 삶 통해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간 종의 꿈과 욕망 또한 가감 없이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글로 퓰리처상을 탔는가 했더니, '1998년 조 미셸과 크리스티 로저스 살인사건을 다룬 “천사와 악마”라는 특집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 고 나와있다. 오오.. 이것도 궁금하다!  일단 '살인' 이란 말이 들어가는 미스터리라면 눈이 뿅 떠짐.  

퓰리처상, 동물원, 도시. 라는 몇가지 키워드는 충분히 나를 혹하게 하는 키워드였고..  

'코끼리' 이야기로 시작하는 첫 챕터는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어디에 방점을 찍기 힘들고, 나를 숙명론자에 인간종이나 도태되버려. 라고 생각하게 만든 챕터다.  

코끼리란 동물이 지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엄청나게 뛰어난 소통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세요?  

이 첫 챕터에서, 그리고 아마 뒤로 갈수록, 나는 점점 더 코끼리와 사랑에 빠지게 될테고, 점점 더 슬픈 기분이 되겠지.  

아프리카의 한 공원에서 코끼리를 도태시키는 기로에서 미국 템파와 샌디에고의 동물원으로 보내게 된다.
코끼리가 살육당하는 것을 본 동료, 가족 코끼리들은 비뚤어진다고 한다. 진짜로. 코뿔소를 성폭행하고, 폭력적이 된다고 한다.

코끼리를 동물원에 보낼 준비를 할 때, 코끼리가 사라지면, 또 살육당한다고 다른 코끼리들이 생각하고 불안해할까봐, 그 지역의 모든 코끼리에게 마취총을 쏘아 잠들게 한다. 그리고나서야 동물원에 보낼 코끼리들을 준비시킨다. 아...  

마구 슬픈 기분인데, 두번째 챕터는 또 마구 아름답다. 아름다운 글들은 두번째 단락부터지만, 첫번째 단락부터 읽어야 한다. 조금 길지만 옮긴다.   

고속도로는 새벽부터 붐볐다. 275번 주간 고속도로를 따라 탬파 도심의 고층 빌딩숲으로 향하는 자동차 이동 행렬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에어컨이 나오는 차 안에 휴대폰, 아이팟, 네비게이션과 함께 외롭게 갇혀 있던 운전자들은 갓길로 빠져나가 쌩쌩 달리고픈 유혹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주먹으로 운전대를 내리치고, 끼어드는 차들에게 으르렁거리는 등 과하지 않게 공격성을 분출해가며 일렬로 질서를 지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슬라이 애비뉴로 가는 램프를 지나자마자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로우리 파크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깨어나는 소리였다.
이른 아침 햇살 아래 말레이맥들은 동료들을 부러 모으기 위해 휘파람 소리를 냈다. 오랑우탄들은 밧줄로 된 해먹에 늘어진 채로 철학자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코모도드래곤은 유독성 침이 흘러나오는 톱니모양 이빨 사이로 쉿쉿 하고 소리를 냈다. 비밀스러운 신비에 싸여 있고 그늘을 좋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표범들은 바위와 통나무 아래에 있는 은신처에서 숨을 헐떡이며 낮게 그르렁거렸다. 갈까마귀는 까악 까악 울며 검은 날개를 퍼덕였고, 표범 도마뱀붙이는 고양이 울음소리처럼 구슬피 길게 우었다. 해머코프 새는 꽥꽥거렸고, 뉴기니아 싱잉독은 짖어댔다. 킁킁 냄새를 맡으며 햇볕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늘보곰은 길게 흰 발톱이 바위에 닿을 때마다 딸깍딸깍 소리를 냈다. 얕은 물웅덩이에서 느릿느릿 원을 그리며 유영하던 남부 노랑가오리는 날개 끝이 수면에 닿을 때 작은 물방울을 튀기는 소리만 냈다.

이들을 내려다보며 샤망(팔이 길고 두꺼운 검은 털과 목에 축 늘어진 커다란 주머니를 가진 아시아 원숭이) 암수 한 쌍인 나디르와 싸이러스는 하늘에서 서로에게 세레나데를 불러주고 있었다. 이들은 9m 상공에서 봉을 옮겨 다니며 매일 같은 울음소리를 주고받았다.  ...  

이렇게 계속계속 동물원의 구석구석, 하루의 시작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환상적이다.  

 

말레이맥은 이렇게 생긴애다.  

 

오랑우탄은 이렇게 생겨서 철학자같은 한숨을 내쉬고  

 

코모도 드래곤은 이녀석. 유독성 침이 흘러나오는 톱니이빨 사이로 쉿쉿 - (클릭하면 커지지만, 클릭하지 마시오. ㅎ)  

 

아.. 이쁜 고양이!과 표범. 우와 레오파드 무늬는 레알 레오파드 무늬구나. 내 셔츠랑 똑같군!  

 

갈가마귀 (갈까마귀가 아니라 갈가마귀가 표준어인가본데?)  

 

표범도마뱀붙이 .... 귀..귀여워! 표범에 붙어 사는 도마뱀인가 했는데, 표범무늬라서 이름이 표범도마뱀붙이인듯하다.  

이녀석은 고양이처럼 구슬피 길게 운다고.  

 

어우 - 귀여워!!  

  

해머코프 새는 꽥꽥거렸고  

아프리카 새인 해머코프는 보츠와나에서 우표로도 나와 있다.  

 

뉴기니아 싱잉독은 짖어댔다. -> 노래했다. 라고 해도 될 듯.   

 

뭐야, 완전 평범한 동네 강아지처럼 생겼는걸?  왜 동물원에?

 

얘가 노래해서 그러나보다.  

동영상 찾아봤는데, 대박  

http://animal.discovery.com/videos/dogs-101-new-guinea-singing-dog.html 

매력 덩어리구나!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종 중 하나이며, 야생의 개이고, 하울링.한다고 하지, 노래한다고 해도 될듯. 아우우우우우우  

고양이처럼 유연하고, 나무도 막 뛰어올라간다. 구석기 시대부터의 개라고 하니, 개조상님. 쯤 될까? 아우우우우우  

 

늘보곰. 킁킁 냄새를 맡으며 햇볕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며, 길게 흰 발톱이 바위에 닿을 때마다 딸깍딸깍 소리를 낸다.  

늘보곰, 혹은 느림보곰의 이름은 발톱이 나무늘보처럼 생겨서 그렇다고 하는데, 절대 느리지 않다고 한다. 이미지 제목이 'deadly dozen india...' 인걸로 봐서 무서운 곰인듯. 다른 이미지들도 늘보곰의 괴력. 뭐 이런거고.  

얕은 물웅덩이에서 느릿느릿 원을 그리며 유영하는 남부 노랑가오리는 날개 끝이 수면에 닿을 때 작은 물방울 튀기는 소리만 냈다. ... 라는 서정적인 글은 남부 노랑가오리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물고기포비아인 나에게는) 공포 영화가 되어 버리고 ^^;  

 

이..이놈 독도 있다는데, 그렇게 잡고 있어도 되요? 아저씨들?  

여튼, 저 날개로 작은 물방울 튀기는 소리를 냈다는거지? 아... 신기한 동물원이다. 남부 노랑가오리가 있는 동물원 'ㅅ'
뉴기니 노래하는 개도 있고 'ㅅ' ;;;;  

마지막으로 샤망  

 

9m 상공에서 .. 우와 - 봉과 봉사이를 옮겨다니며 금술 좋은 암수 한쌍이 서로를 위한 세레나데를 불러주고 있다는..  

말레이맥이 뭐더라.. 찾다가 1이 커졌다. ㅎ 글자로 보는 글도 멋있었는데, 뭔가 동물들의 모습을 알고 보니, 더욱 생생해진다.  

멋진 책. 남은 분량이 기대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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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8-1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꼭 읽어봐야겠어요. 바로 보관함!

하이드 2011-08-1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재밌어요! 나 당분간 동물원 노래 부를 꺼임. 진짜 페이지가 안 넘어가요. 너무 재밌어서!
 

 

 

 

 

 

 

 

 

저자의 데뷔작,  

이전 페이퍼에서도 몇 번인가 말했던, 60곳의 출판사에서 퇴짜, 결국 자비출판, 순수 입소문만으로 아마존 베스트셀러 대박   

... 의 작가 빈스 플린  

빈스 플린의 책표지와 제목, 그리고 카피를 보면, 이 작가가 쓰는 건 '정치 스릴러' 라고 한다.  

이제 두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워싱턴이 배경이고, 써글 정치가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밀리터리물..에 가깝지 않나.   

<임기 종료>, <코브라>, <권력의 이동>을 비슷한 시기에 읽었는데,  

근래 읽은 밀리터리물인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에 비해 캐릭터가 약하다. 

<권력의 이동>과 <제 3의 선택>은 무려 미치 랩 시리즈로 주인공이 전면에 내세워지긴 하는데,  

아.. 캐릭터가 약하다. 하지 말고, 스토리가 강하다.고 할까? 그래도 될듯.  

<제 3의 선택> 이 나왔을 때, 정주행하기 위해 <임기종료> 냅다 샀더니, 미치랩 시리즈가 아니어서 좌절했는데,  

<임기종료> 읽고 <권력의 이동> 읽으니, <임기종료>에 나왔던 CIA, FBI, 대통령 지키는 부서 뭐더라.. 무튼, 이 부서의 사람들이 고스란히 나와서 (더 나이들어서) 무지 반가웠다.  

<임기종료>도 재미있었지만, <권력의 이동>은 그야말로 흥미진진 

빈스 플린.이 좋은 이유는,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저자의 세계관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 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이라던가, 악마같은 정치가들을 죽여서 개혁을 이루려고 하는 (<임기종료>) 모습들에는 속으로는 생각해도, 겉으로 대놓고 '말'하거나, '행동'할 수는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특히 주인공이라고 나오는 인물들. <임기종료>의 오루크 의원이나 미치 랩 시리즈의 미치 랩.에 그닥 큰 매력을 느끼기 힘들고, 공감이라던가, 감정이입이라던가 느끼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미있다! 는 것이 빈스 플린이 꽤 괜찮은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슬아슬, 재빨리 뒷장을 넘기게 만드는 '페이지 터너'  

나쁜놈이 너무 갑갑하게 애태우지 않고, 응징을 당하는 모습. 재수때가리 정치인들이 밟히는 모습들은 통쾌하다.
그런 잔통쾌함이 끊임없이 나오는지라, 빈스 플린의 책은 앞으로 계속 찾아 읽을듯 하다.  

근데... <임기종료>도 <권력의 이동>도 <제 3의 선택>도 어째... 책소개는 재미없어 보인다;
앞의 두 권은 읽었으니 재미있는거 알겠는데, <제 3의 선택>도 재미있겠지만, 책소개 읽고 나니, 선뜻 손이 안가네'ㅅ'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코브라>에서 아주 중요하게, <권력의 이동>에서는 조연으로 나오는 헬기 리틀버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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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1-08-0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3의 선택>은 다음권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라 <권력의 이동>보단 좀 늘어지는 맛이 있는데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권력의 이동에 나왔던 민폐형 방송기자와 미치랩이 살림을 차린다는 ㅎㅎ)

무엇보다 미치랩은 잭바우어 형님의 프로토타입이라 <24시>의 열혈팬인 저에겐 워너비...

하이드 2011-08-09 19:3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책소개 보다가 알았어요. 애너하고 살림차리는거 -_-; 전 로맨스는 대충 반대지만, 애너는 민폐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밟고 있어서, 일단 오케이 ㅎㅎ

미치 랩이 잭 바우어의 프로토 타입이군요! 24시 보다 말았는데, 급 다시 정주행하고 싶어지는 멘트. ^^
 
미인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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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가 좋았고, <외딴집>은 정말 좋아하고, <얼간이>도 좋았다. 그러고보니, 난 얼간이 시리즈를 좋아하고, 오하쓰 시리즈를 별로라고 느끼는듯.  

그래도, 주말에 읽을만한 미스터리. 라는 정도의 기분은 느낄 수 있었다.  

원제는 <천구바람> 제목이 <미인>으로 바뀐건 미묘하다. 뭐, 책은 더 잘팔리겠네.  
미야베 미유키가 이야기하려는 주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들이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약하다. 그러니깐, 나쁜놈도 나쁜놈의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나쁜놈은 오랜만. 뒤에 설명이 나오긴 하지만, 그닥 공감하지 못했던건, 그간 읽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는 못미쳤던 느낌.  

일본 소설이나 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가미카쿠시'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  

가미카쿠시를 당했다며 사라지는 처녀들, 정말 가미카쿠시인지, 아님, 자살한 아비가 자백한것처럼 아비가 죽인 것인지. 무언가 미심쩍은 것이 있는 곳에 가미카쿠시가 일어나고, 아니, 어느 집이나 그 속내를 보면, 심란항아리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믿기 힘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이가 벌린 일과 이승의 나쁜 인간이 벌인 일들이 꼬이고 꼬여, 오하쓰와 오하쓰의 오빠인 오갓피키 로쿠조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아, 사람들 말고, 고양이도. 오하쓰는 데쓰라는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고, 데쓰는 일족의 원수를 갚는다며, 오하쓰네를 돕는다.  

미야베 미유키의 초능력 장편(단편들은 좀 괜찮은 것도 보이지만) 은 별로인데, 시대물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헤이시로 시리즈나 더 나와줬으면 좋겠네.  

덧: 북스피어에서 야심차게 처음으로 등장인물을 책날개에 적었는데, 이미 이 시리즈도 오래되다보니, 안타깝게도 책날개 펼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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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8-0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이야기는 습관처럼 구매하는 아직까지 다 읽지 못하고 있네용 ㅡ.ㅡ

하이드 2011-08-10 01:19   좋아요 0 | URL
잘 읽히죠. ^^ 오하쓰 시리즈는 저는 별로. 헤이시로 시리즈는 좋아요! 단편도 읽을만은 하구요. ^^
 
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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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아마존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S.J. 왓슨의 <내가 잠들기 전에>  
다들 재미나다고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재밌긴 재밌군. 일때도 있고, 우와 진짜 재밌군! 일때도 있다.
전자에는 <룸> 후자에는 <지구를 돌려라> (제목이 정확하게 기억이;;) 이 책 <내가 잠들기 전에>는 그 중간이다.  

다 읽고 나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설정인데( 결말부분이 아쉬워서 빠진 별 하나..)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신선하고 재미났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 하며, 책을 읽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책은 아주 오래간만에 뒷 장이 궁금하네. 하며, 순식간에 읽어냈다. 확실히 더운 여름엔 미스터리!  

초반부분에는 제법 단순하거나, 꽤 철학적이거나. 한 질문까지 던지면서.. 그러니깐, '나'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 말이다.  

'기억'이 '나'인가? '기억이 없는' 나는 여전히 '나'인가?  

신문기사 한토막을 보고 이 소설을 구상해냈다고 하는 작가. (뭔가 저자 이력을 보면, 대단히 쉽게 초반부터 대박친 느낌; 빈스 플린하고 같이 읽어서 그런가? 빈스 플린은 60곳 출판사에서 퇴짜, 결국 자비출판 뭐 이렇지만, 입소문으로 어쨌든 대박)  

이 소설의 소재가 된 '기억상실' 이 독자로 하여금 아마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할 것이다.  

매일 아침이 새롭다. 사고로 인해 20여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옆에 누은 남자가 누군지 모른다.
남자는 매일매일 설명한다. 당신은 사고로 기억을 잃었고, 나는 당신 남편이고... 하면서. 사진들을 보여준다.  

겨우 납득하지만, 머리로 납득한 것이고,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얼굴도 모르는 남편을 몇 시간만에 사랑하게 될리가 없다.
삶에 적응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던 그녀가 그녀에게 남편 몰래 연락을 취해 온 내시라는 의사와 만나서 치료를 받게 된다. 치료의 일환으로 다이어리를 쓰게 되고,  

이야기는 1인칭 시점에 매일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녀에게 닥터 내시가 전화를 걸어 옷장 구석 신발 상자의 다이어리를 보라고 알려주고, 독자는 그녀와 함께 '다이어리'를 읽으며, 그녀에게 일어난 일을 함께 읽게 된다.  

이 설정이 진짜 끝내준다. 시작이 반.이 아니라, 설정이 반, 아니 반 이상! 

어떤 것이 진실이고, 달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쓰기도 한 진실을 매일매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마무리가 좀 성급하다.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놓친다면 아까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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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8-0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상당히 재미있어 보이는데요.마치 영화 첫키스만 50번과 메멘토를 반씩 섞어놓은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이드 2011-08-10 01:1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두가지 이야기 다 생각했었는데, 읽다보면, 그 두가지와는 또 다른 신선함이 있더라구요. 여튼, 신선하고 재미난 이야기였어요. ^^
 
코브라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마디로 제목에 썼듯이 '마약과의 전쟁' 에 관한 책이다.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책은 <자칼의 날> 이후로 상당히 오래간만에 읽은 것 같은데, 요즘 읽는 책들이 정치스릴러(빈스 플린)에 밀리터리물(리 차일드) 이다보니, 대단히 낯익은 인물들과 이야기들이긴 하다.  

이야기는 재미났는데 (요즘, 날이 더워 그런지 참을성이 떨어져서, 재미 없으면, 그냥 덮는다) 디테일이 맘에 안든다. 번역의 문제이기도, 개연성 없는 문장을 쓰는 작가의 문제이기도.  

'코카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두루두루 다루고 있는데, 주인공의 카리스마라던가 캐릭터는 덜 나타나있다. 어벤저의 주인공이 나오고, 아프간의 브레인 코브라.가 나오니, 어벤저나 아프간을 읽은 사람들에겐 더 와닿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닥..  

작위적이란 느낌을 받은 것은 꽤 처음부터.  

대통령이 시중들던 직원이 만찬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고, 그 사정을 알게 된 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 하게 되는 것도,
밤에 잠 못 이루고 고민하다가 새벽 세시에 여자 교환원을 통해 마약단속국 국장에게 전화해서 내일 9시까지 보자고 전화하는 것도, 코카인에 대해 쉽게 1000자 정도로 정리해서 보고 하라고 하는 것도, 일주일이면 되겠냐고 하니 사흘안에 하라고 하는 것도,  

대단히 게으른 설정이란 느낌을 받았다. 시작은 이래도 끝까지 읽을만한 재미는 분명 있고, 결말도 볼만하긴 했다. 다시 생각해도, 시작부분은 게을러.  

그 일급비밀이라는 1000자 리포트의 내용이 너무나 평범해서 실망, 그 시작과 끝말에선 실소  

'각하의 명령에 따라 마약 코카인에 대한 보고서를 올리게 됨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까진 그렇다쳐도  
'대통령 각하의 하명을 기다리는 영광을 계속 누리겠습니다.' 는 그냥 봐도 이상하잖아;  

"개똥구멍 같은 소리지." 라고 프랑스 대표단의 누군가가 말했다는 것까지는 그렇다쳐도 그 뒤에
개똥구멍만도 못한 인권이란 소리였다.  라고 덧붙일 필요는 없잖아;  

'대통령은 국내 열세 개 주요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토안보부 장관과 마주 앉았다.' 에서 이 열 세 개는 아마 작가가 쓴 거겠지만, 미진한 느낌이고,  

'정치가들은 친구라 하더라도 벨트 아래를 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가 미국 대통령이라도 마찬가지다. 수상은 시간을 벌어야 했다.' (46p) 과 같은 말은 앞 뒤 읽어봐도 맥락이 이해가지 않고,  

'멍한 눈빛의 검은 눈동자만이 그의 작은 몸뚱이 속에 가학적인 정신병을 숨기고 있음을 암시할 뿐이었다.'(75p)에서는 왜 멍한 눈빛의 검은 눈동자가 가학적인 정신병을 숨기고 있음을 암시하는지 모르겠고,  

예수회 신부들에게 '밀고'(?)를 하라고 종용하는 부분은 불편하거나, 앞에 말했듯 게으른 설정이거나.   

짜증스런 부분이 초반에 모여 있어서, 이 책을 계속 읽을까 고민하긴 했다만, 다 읽고 나니, 다행히 '초반에만' 몰려 있었던 거. 캐릭터 위주가 아닌, '코카인과의 전쟁' 의 단계 단계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옵(op. 작전) 들로 진행시켜 나가는 이야기 위주의 전개는 꽤 재미있었다.  

이 책에 나온 폴 데브루와 덱스터(어벤저)가 나오는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들지만, 이야기는 짜임새 있고, 결말도 볼만했다. 정도의 감상. 괜찮긴한데, 매력적이지는 않았어. 라는 감상.

오타는 두 개 발견. 페이지 수 안 적었는데, 덱스터가 미행할 때 계속 옷이랑 모자 바꿔 입고 쓰고 그러는데, 양모로 '찐'이 아니라 양모로 '짠', 그리고 199페이지 마지막 줄 '감히 이버지의 명령을 거역하고'에서 '이버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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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8-09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포사이드옹 정말 노익장을 과시하네요.38년생이라고 하니 칠순을 훨 넘긴 나인데 이처럼 아직도 이처럼 필력을 과시하니 정말 대단하다고 할수 밖에 업네용^^

하이드 2011-08-10 01:22   좋아요 0 | URL
자칼의 날. 정도나 봤는데, 너무 오래되서 기억 안 나고, 이름은 익숙한데, 막상 작품은 많이 못 읽었네요. 노익장이라면,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작품이 대단했던 딕 프랜시스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