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마실을 안했던건 관심신간을 죄다 사버리던 2월-3월. 신간마실은 내가 사고 싶은 책들을 정리하는 의미도 있다보니 안 하게 되더라. 그렇게 책을 왕창 사고, 선물도 받고, 그렇게 쟁여두고 야금야금 읽어가다보니 어느새 신간이 보관함에 잔뜩 쌓여 있어서 한번에 다 하다간 분명 지쳐버릴꺼야. 싶어 나눠서 해야지. better than never 라며, 일단 페이퍼를 열어본다. 신간도 있고, 그동안 보관함에 담았던 안신간도 있다. 



 리사 오도넬 '벌들의 죽음' 


최고의 데뷔작에 수여하는 커먼웰스 문학상 수상작. "오늘 나는 우리 부모님을 뒤뜰에 묻었다. 두 분 모두 생전에 사랑 받지 못했다." 마니와 넬리 자매는 이제 둘이서만 살아야 한다. 그들의 부모인 이지와 진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오로지 그 자매만이 아는 비밀이다. 글래스고 메리힐 주택단지에서의 삶은 고달프지만, 두 자매는 어떻게든 서로 힘을 합쳐 헤쳐나가려고 한다. 

새해가 오자, 옆집에 사는 노인 레니는 어린 이웃들에게 보호자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두 아이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은 레니는 그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와서 먹이고 입히고 재우기 시작하고, 그러는 과정에 세 사람은 새로운 가족 같은 관계가 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두 자매의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계속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더 나아가 정부 당국에서도 그들에게 까다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세 사람은 주변의 의혹에 대답하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을 거듭하지만, 마니 가족의 숨겨져 있던 어두운 비밀들이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그리고 세상은 세 사람을 강제로 떼어놓으려고 위협한다.


좋아하던 편집장님이 좋아하던 출판사에서 새로 옮긴 출판사. 오퍼스프레스의 책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나올 책들의 라인업을 보니 편집장님의 색깔이 담뿍 담겨 있어 기대된다. 

다음번 책살때 장바구니 가장 위에 올라가 있는 책이다. 재미있다는 입소문만 듣고 보관함 담아두었다가 책소개는 지금 처음 보는데, 오오...! 재미있겠다. 최고의 데뷔작?! 이걸 '별들의 죽음'으로 봐서 맨날 검색할때 헷갈림. 표지나 작가나 임팩트 없고(심지어 제목은 '벌'이 아니라 '별'로 보이지 않나?) 리뷰도 하나도 없는 묻힌책이 되지 말고, 흥해라~ 얼른 사서 읽고 리뷰 써야지. 

 수전 샐러스 <그녀들의 방>


현대소설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의 미술가 언니 바네사 벨의 시선으로 그녀들의 일생과 시대, 예술 세계를 담은 수전 셀러스 장편소설.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문학을 연구한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의 내러티브 기법, 바네사 벨의 심미적이면서 인상주의적인 표현에서 영감을 얻어 마치 바네사가 직접 들려주듯 그녀들의 삶과 심리를 눈에 보일 듯 담아냈으며, 창작 활동에 몰두하는 예술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이 책은 사랑과 복수, 광기와 천재성, 그리고 참담한 고통과 깊은 슬픔에 직면해서도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욕망의 연대기라 말할 수 있다. 화자는 버지니아 울프의 미술가 언니 바네사 벨. 버지니아가 남편 레너드 울프와 언니 바네사에게 유서를 남기고 주머니에 돌을 가득 담아 강에 몸을 던져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바네사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동생을 위한 글을 써 내려간다.


버지니아 울프 언니가 미술가였구나. 바네사 벨. 버지니아 울프 관련 책으로 계속 사고 싶은데, 샀더라도 아직 안 읽었을것이 분명한 책이 하나 떠올랐다. 















어릴때는 버지니아 울프 참 재미없었는데, 내 인생 가장 지루한 영화가 '디 아워스' 였다. 디 아워스 하니 스티브 달드리 감독하고 앤 해서웨이 Fxxx U 사건 생각난다. ㅎㅎㅎ 아.. 집중 안 되니 자꾸 옆길로 새는 신간마실 ;; 


 빌리에 드 릴아당 <잔혹한 이야기>


19세기 환상문학의 고전, 빌리에 드 릴아당의 소설집. 빌리에 드 릴아당에게 상징주의 문학의 선구자, 환상문학 작가, 현실을 저주하는 이상주의자 등 여러 평가를 안겨준 작품집이다. 1867년부터 1882년까지 발표했던 27편의 단편소설과 1편의 시를 모았다. 환상문학에서 풍자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아내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백작에게 죽은 부인이 유령이 되어 나타나는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이야기 '베라', 사람이 죽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사형이 집행되는 곳이면 어디건 쫓아다니는 '마지막 만찬의 손님', 주인공이 목격하게 되는 불길한 죽음을 다룬 유명한 문학사적 단편 '전조', 시체공시소와 카페를 혼동하는 '혼동하는 만큼!' 같은 작품이 있다.

또한 기계나 신기한 발명품이 등장하는 공상과학 소설로는 하늘에 빛을 쏘아 광고를 하는 기계에 관한 이야기 '하늘의 선전물', 관객의 반응을 조작하는 익살스런 기계장치의 묘사가 돋보이는 '영광 제조기',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의 순간을 미리 경험하여 죽음을 익숙하게 만드는 '마지막 숨의 화학성분 분석기' 등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런건 어떤가. 작가이름은 외우기 힘들고, 제목은 흔하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 환상문학 단편집. 

표지가 더 잔혹했으면 하는 좋았을 것 같아. 음... 그러니깐 제목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다른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책소개에 나온것처럼 대한민국 최고 글쟁이의 영업비밀.

근데, 알아도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겠지. 아마, 그럴꺼야. ^^


여튼, 나는 이 베스트셀러에 동참하오. 









그리고 이런 책들은 신간은 아니지만, 보관함에 담아둔 예쁜 책들















인터넷 서점 이미지에는 책띠 없는 이미지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세 권은 재미있을 것 같아. '창작의 힘'의 표지는 마음산책 치고 맘에 안 드는데, '마음산책'이니깐, 실물을 믿어 본다. 




쇼펜하우어 관련 책들도 보관함에 담아 두었다.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는 단순히 건축물이나 공간들을 모아 놓은 곳이 아니다. 도시는 인간의 삶이 반영되기 때문에 인간이 추구하는 것과 욕망이 드러난다. 이 책은 자신들이 만든 도시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과연 더 행복해지는지 아니면 피폐해지고 있는지 도시의 답변을 들려준다.

고층 건물들만 들어서 있는 테헤란로는 산책하는 사람이나 데이트하는 연인이 드문데, 가로수길, 명동 거리, 홍대 앞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구불구불한 강북의 골목길은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일단 테헤란로를 보자. 사무실이 빼곡히 들어찬 고층 건물들만 보인다. 그곳이 직장이거나 특별한 볼일이 있지 않는 한 갈 일이 없다. 구경할 것도 살 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명동이나 홍대 거리를 보자. 

일단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해 구경거리가 많다. 다니다가 배가 고프면 간단하게 먹을 만한 곳들도 많고 극장이나 공연장도 있다. 이벤트 요소가 다양한 것이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가 볼 것도 많고 도보 위주의 짧은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걷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뉴욕 같은 도시들은 격자형으로 지루하게 형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블록도 크게 구획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이벤트 요소가 적다. 걸어 다니며 관광하기에는 유럽의 오래된 도시가 훨씬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도 되게 재미있을 것 같다.

웬만하면 사고 보는 주제중 하나다. '도시', '정원' 같은거. 


목차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강남 거리는 왜 걷기 싫을까?' '명동엔 왜 걷는 사람이 많을까?' '카페 앞 데크는 왜 거리를 좋게 만드는가?' 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한가?''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등등 



 오경아의 '가든디자인의 발견'도 새로 나왔다. 그러고보니 '정원의 발견'도 아직 안 읽었는데. 표지가 내 취향은 아니고, 그간 저자의 책에서 봐왔던 이미지랑도 좀 거리가 먼데, 뭐, 그래도, 초록초록하니깐 영 봐줄만하지 않다거나 한 건 아니고.. 


사진이 하나도 없었던 정원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영국 정원 이야기는 글도, 그리고 초록초록한 사진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레퍼런스북.. 응? 뭐에 대한? 


더 있는데, 제목으로 찾을 수가 없다. 내 기억력보다 알라딘 검색을 먼저 탓해본다. 










'하이큐'를 틀어놓고 듬성듬성 신간마실. 세번에 나누어 하려고 했는데, 다음 페이퍼에 마무리 될듯. 


일단 지금은 여기까지. 


고양이 밥주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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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2015-03-31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들의 방 궁금하네~

유부만두 2015-03-3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들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슬프지만 《내동생 버지니아 울프》라는 그림책엔 언니가 짜증(성질)내는 여동생 버지니아를 그림으로 달래주는 이야기에요..
 
나이트 스쿨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한동안 '힐링'과 '미생'이 서점을 강타했다면, 팔리는지 안 팔리는지 컬러링북이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면, 

앞으로 계속 인용되고, 이야기될 트렌드에는 불행한 나라의 행복한'청년문제'와 '잠', 그리고 '집'이 아닐까 싶다. 

드디어 의식주 중에 '주'에 포커스가 가게 되는거다. '잠'과' 주' 는 꼭같지는 않지만,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아마 '잠'과 '주'는 더 많이 동일시될 것이다. 


'잠'은 정말 중요하다. 그걸 몰랐냐?고 묻는다면, 진지하게 궁서체로 답한다. '몰랐습니다.' 

나는 이성보다 '잠'하고 더 오랜기간 열렬하게 밀당을 해왔던 것 같다. 그게 문제인지 몰랐지만, 그 어떤 것보다 내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임이 틀림없다. 


나같은 중증의 수면장애자는 잠밀당자는 아닐지라도 누구라도 '잠'은 자는거니깐, 그리고 안 봐도 그대의 '잠'에 문제가 있으리라는 것에 맘 편하게 내기를 걸 수 있을 정도로 장담할 수 있다. 이런거 장담해봤자 아무 소용 없는 일이긴 하지만. 


서론의 잡설만 엄청 길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엄청엄청 많다. 책 속의 이야기 이외에 많은 깨달음을 준 책이다. 그리고 그건 수면에 대한 내 패러다임, 수면관 같은 것을 바꿈으로써, 당연히 '실생활'로 바로 적용 가능하다. 


책 내용은 그리 새롭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알라딘의 'choice'도 안 붙어 있다; '괴짜 심리학'의 저자 리차드 와이즈먼은 8강에 걸쳐 '수면'에 대한 강의를 한다. 아마 '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주제를 짧게라도 다루고 있을 것이다. 잠깐 생각해봤는데,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잠이야기는 떠오르지 않는다. 


내 수면장애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자면, '잠'을 '너무' 안 자거나, '너무' 잘 자거나. 이다. '불면증'이란 단어를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 잠이 안 오면 안 자면 그만이지 왜 못 자서 스트레스를 받나?? 자려고 하면, 바로 잠들어버려 잠을 못 자는 고통 같은건 상상만 할 뿐이다. ... 라는건 불면증만큼 극단적이어서 별로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독서력과 상관없이 이 책을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나이트 스쿨' , '수면'에 대한 강의식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했는데, 실제 강의하는 것과 같은 문체로 술술 읽힌다. '잠'이라는 주제도 너무나 밀접한 주제라서 더 그렇다. 


왔다갔다 주워 들어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한 개념정리가 체계적으로 되어서 갑자기 '잠'에 관한 천재, 박사가 된 기분이다. 

실제, 이 책을 읽고 '잠'이야기만 나오면( 의외로 실생활에서 '잠'에 관한 이야기 많이 나온다!!) 그건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하다.고 입이 트인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과거의(수면박탈), 그리고 현재의 나의 수면장애 (토막잠: 한번에 2,3시간 이상 못 잠) 를 완벽하게 고쳤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어제 두시 좀 넘어 자서, 6시 반에 아주 상쾌하게 깼다. 이건 나치고 굉장히 퍼펙트하게 잘 잔거긴 한데, 어제는 일주일 중 일이 가장 많은 월요일이었어서.. 여튼) 나의 수면장애를 '알게 되었다' 는 것만으로도 너무 중요하다. 

나는 내가 '자는 시간'을 사랑하게 되었고, 아껴주고 싶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잠자는 시간에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훨씬 더 잠자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고 할까. 이건 밤에 자는시간 뿐만 아니라 낮에 자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책 내용은 거의 없고, 예찬만 늘어 놓는 리뷰가 되어버렸는데, 

목차를 보면 어떤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적당히 깊고, 적당히 얕다. 

수면사이클, 수면부족/박탈, 잠을 잘 자는 방법, 수면중 이상행동, 수면학습, 낮잠, 꿈의해석,꿈의 역할, 꿈 이용하기, 자각몽 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주변에 권하고, 세상에 외친다. 사람들이 이 좋은 '독서'를 왜 안 하나, 여러분, 책읽으세요~! 하고, '꽃' 사는 여유가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어요~~! 하고, 이제는 거기에 덧붙여 '잘 자세요!' 라고 외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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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1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3-3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들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꼭 중간에 깨요. 화장실가느라구...(냥이들 우다다에 놀라 깬적도 많지만 ^^:::)
6~7시간을 내리 깨지 않고 잠들어 본적은 없는거 같아요.
술이 떡이 됐든지, 개피곤하든지 주말이든지 상관없더라구요.

하이드 2015-03-31 09:19   좋아요 0 | URL
책에 나오는데, 옛문헌을 보면 첫번째 잠,두번째 잠 이런 말이 나온데요. 중간에 한 번 깨는건 지극히 자연스러운거고, 걱정할 필요 없다고. 이 부분 재미있어서 옮겨두었어요. 조만간 한번 올려볼께요.
그렇게 첫번째 잠 자고 일어난 시간 (20분 - 한시간 미만) 에 산책을 갔다 오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하고, 그랬대요. 신기하죠?
 

 나이트 스쿨. 

'잠'에 대해 배워보자.


수퍼 슬리퍼스라는 말이 있다. super sleepers 

양질의 잠을 아주 잘 자는 사람들이다. 


나는 수면장애가 있다. 

... 

한번도 써보거나 입에 담아보지 않았던 말인 것 같다. 나는 수면장애가 있다. 

덧붙이면, 지금을 사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평소에 자학하는 기질이 있고, 그건 주로 '잠'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싶다. 

(운동 같은거면 좋을텐데;) 내가 생각해왔던 증상 (나는 '습관'이라고 이야기해왔지만) 은 다음과 같다. 


되게 오래전부터 한번에 두 세시간 이상 못 잔다고 생각했다. 정말 피곤하거나 술을 진탕 마셨을때야 대여섯시간 잘까 말까. 회사 다닐때는 연례행사로 일년에 한 두번은 진짜 잠을 안 잔다. 하루에 한두시간 자고 회사 다니고. 그렇게 지쳐떨어질때까지 일주일에서 열흘정도를 보내고 나면, 그 다음에는 좀 잤던 것 같다. 그런 증상은 언젠가부터 없어졌다.  

시간을 더 오래전으로 되돌려보면, 학교 다닐때는 정말 많이 잤다. 분명 밤에도 잤을텐데, 아침에 학교 가서 매 수업시간, 매 쉬는시간 그리고 밤 늦게 자율학습까지 게속 자는거다. 평소에도 잠 많다고 놀림 받는 지경이었는데, 그런 친구들이 어디 아픈거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로 하루 종일 자는거다. 옆에 짝꿍이 내가 수업시간에 너무 많이 자서 수업에 방해된다고 자리 바꿔달라고 한 적도 있다. 반장이어서 수업시작과 끝에 인사를 하는데, 자는 나를 옆에서 깨워 자다 깨서 인사하고, 졸다가 걸려서 서 있다가 그대로 끝나는 인사를 하기로 유명했다. 벽에 머리만 대면 잔다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이렇게 잠에 관한 기억을 떠올려 보니, 정말 비정상이었구나. 


지금의 나는 어떤가. 

내가 단어로는 알지만, 심정으로는 모르는 사람의 일이 두가지 있다. 

'불면증'과 '심심하다' 는 감정이다. 


지금이야 프리로 자고 싶을 때 자고, 깨고 싶을 때 깨지만, 

아직까지 회사 생활이 내 사회 생활의 가장 오랜부분을 차지했으니 규칙적인 생활(?)을 안 한 것도 아니다. 


이런 말은 잘 안 하지만, 내가 남들이 말하듯 그렇게 평범하지는 않다면, 그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잠' 이었던 것이 아닌가. 이 책을 읽고야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잠'이 '문제'라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잠'이 '문제'였다. 

나처럼 괴상하게 수면을 취하는 사람이 그걸 크게 바꿀 필요도 없다. 그러니깐, 나는 내가 좋아서 그렇게 괴상하게 잠을 잤던 거니깐. 다만, 내가 그 동안 잠을 너무 많이 잤던 것, 잠을 너무 안 잤던 것. 한번에 잠을 오래 자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볼 수 있다. 아는 것은 힘이다. 라는 말이 당연히 너무 정답이라, 아는 것만으로도 내 수면의 질이 확 나아진 것 같다. 


근래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실질적으로 사람의 삶을 내적으로 외적으로 낫게할 수 있는 책들로 이 책과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꼽고 싶다. 책을 잘 안 읽는, 책근육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권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잠'을 자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둘 다 쉽게 읽히기도 하고.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대충 알던 많은 것들의 과학적 이유들을 제대로 정리해서 읽으니, 개념이 딱 정리된다. 


수면연구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발명이 두 가지 있다. 

'뇌전도'와 'REM', 학창시절 오빠들 말고, 렘수면.


수면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깨어 있을때의 뇌파장은 불규칙적으로 대략 매초 113회 정도이다. 

잠든 직후에는 매 초 8- 12회 정도로 잦아든다. 이 때의 뇌파는 이완및 명상할 때 관찰되고, '알파활동'으로 알려져 있다. 


실질적인 명상의 효과를 뇌파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식물을 볼 때 나온다고 하는 '알파파'의 알파파가 이거였다는 걸 알았다. 


몇분 더 지나면 호흡이 느려지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뇌파장이 초당 3-7회로 줄어드는1단계로 접어들고 이걸 '세타파 상태'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 잠이 깨면,실제로 잠을 자지 않았다고 느끼기 싶상이다.


그러니깐, 깜박 존 상태 정도인 것 같다. 1단계 수면은 2- 5분 정도 지속된다. 


'달리의 낮잠'에 대해서 언젠가 포스팅한 적 있는 것 같은데, 그건 그냥 낮잠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좀 다르다. 

달리의 낮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달리가 누워서 유리컵에 숟가락을 올려 놓고 한쪽 끝을 손으로 잡고 잔다. 

1단계 수면에서 숟가락을 놓치고 숟가락이 유리컵에 부딪치는 소리에 잠이 깨면, 그 상태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1단계 수면에서 우리가 종종 느낄 수 있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받거나 순간적으로 환한 빛, 혹은 '쾅' 소리.를 느낄 수 있는데, 이건 근육이 이완되는 느낌을 착각하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진화학자들은 인류가 나무 위에서 잘 때 떨어져서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발달한거라고 하기도 한다. 


여튼, 잠든 직후의 알파파 상태에서 1단계로 접어든 세타파 상태. 

그리고 2단계에서는  세타파에 케이콤플렉스와 스핀들이라는 전기적 활동의 짧은 분출이 결합. 외적 자극과 내적 자극이 차단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얕은잠 light sleep'이다. 


그 이후 3,4단계에서는 뇌파가 1- 2정도로 유지되는 델타파 상태로 접어든다. 


깊은잠에 빠지는 단계들은 심리상의 건강과 육체상의 건강에 필수적입니다.왜냐하면 깊은잠을 통해 손상된 세포 조직의 회복을 도와줄성장 호르몬이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깊은잠에 빠지는 단계들이 없다면 여러분은 잠을 자도 피로감을느끼고 언짢은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깊은 잠에 빠지는 단게들은 낮동안 습득한 중요한 정보를 통합해 정리해내는 역할도 하고 몽유병, 잠꼬대, 야경증도 발생시킵니다. 


첫번째 꿈을 꾸고 나면 여러분은 각 단계로 되돌아갑니다. 이러한 '비렘수면- 렘수면-비렘수면' 순환이 밤새 몇 번이고 반복되는 것이죠. 각각의 순환은 90분가량 걸리며,평균적으로 매일 밤 다섯 번의꿈을 꾸게 됩니다.

꿈을 꿀 때마다 여러분은 아주 잠깐 동안의 '미세한 깨어 있기'를 경험 합니다. 이상태에서는 여러분이 실제 온전히 깨어 있긴 하지만 아주잠깐 동안이므로 아침이 되면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보통 전체 잠자는시간의 약 50퍼센트는 얕은 잠에, 20퍼센트는 깊은 잠에,25퍼센트는렘수면에, 5퍼센트는 잠깐 동안의 깨어남에 쓰입니다. 잠들기 시작했을땐 비교적 짧은꿈이동반되는 깊은잠을 자죠. 하지만 밤이깊어감에 따라 꿈들은 점점 길어지고,이에 따라 깊은잠을 자는 시간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리하여 실제 잠의후반부에 들어서면 깊은 잠은 거의 없고, 렘수면이 한 번에 40분 정도까지 지속됩니다. 


각각의 순환 사이클이 90분이라서 낮잠을 90분 자는게 가장 완벽한 것이다. 


내가 그 동안 두 세시간 정도씩밖에 못 잤던 것은 수면사이클을 한 번에서 두 번정도 반복하고 깨어났다는 것을 알려준다. 

'미세한 깨어있기'상태를 나는 의식하고 그냥 깨어버리는걸까? 


쪽잠을 자는 것이 나쁘다는 건 이 책을 다 읽고도 발견하지 못했다. 90분의 사이클 이상이면 괜찮은걸까?

대신 밤중에 한 번 깨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근거가 나온다. 아, 뒤에 나온다. 파일럿 실험. 지금 두번째로 책을 다시 읽으면서 정리하고 있는데, 길어지니 다음 페이퍼에 써야겠다. 


내 관심사는 '쪽잠',light sleep 과 크로노타입(종달새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 낮잠 등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글들이 더 와닿고 재미있었지만, 불면증, 잠으로 인한 만성피로, 수면부채 등의 다양한 수면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그 부분이 또 더 재미있게 읽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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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들어가기 전에 오늘 춘분 first day of spring 이랍니다. 구글두들 러블리!





어제 새벽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리차드 와이즈먼의 '나이트 스쿨' 

말그대로 '밤학교' 밤에 대한 학교,여기서 밤은 잠 자는 밤. 이건 수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 근래 수면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 책하고 '수면의 약속'을 샀다. 

'수면의 약속' 읽고, '잠의 사생활'과 '24/7 잠의 종말'도 읽어볼 생각. 


















내가 좋아하는 것 중. 잠을 자는 것. 잠을 안 자는 것. 둘 다 무지 좋아한다. 

밤에 안 자는 것, 낮에 자는 것.을 좋아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일상의 타임스케쥴을 고민하는 요즈음, '잠'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 라기 보다 '나이트 스쿨' 읽으면서 잠의 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야 맞겠지만. 



지난달에 읽은 '앞으로의 라이프 스타일'의 가도쿠라 타니야씨가 떠올랐다. 

그녀는 9시던가 10시에 자서 새벽 네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을 굉장히 꼼꼼하게 지키고 있는데, 그 깔끔한 살림꾼이 저녁먹은 설겆이는 하지 않고 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밤이 되면 조명을 낮추고 몸을 자는 모드에 맞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서도 잠에서 깨어 하루를 잘 시작하는 그녀만의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읽고 있는 '나이트 스쿨'이 좋은 건 '수면'에 대해 모호하게 알고 있던 부분들에 대한 과학적 연구, 정의와 역사를 쉽게,말그대로 학교에서 강의하듯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하는 잡다구리한 지식들을 체계를 잡아 알려주고 있어서 '수면'에 대한 개념이 이제야 겨우 잡힌다.


맙소사!


1/3 을 잠으로 보내는데, 나는 '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싶은 생각이 드니 이 책은 누구라도 꼭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여튼 2/3 정도 읽었으니, 마지막까지 흥미롭기를 바라고, 지금 잠깐 읽다 말고 페이퍼를 쓰는 이유는 잠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낮잠' 에 대한 챕터가 나와서이다. 


5장 '수면학습과 낮잠의 힘' 에서는 

수면학습이 가능할까?, '10분정도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낮잠의 힘' 에 대해 나온다. 


수면학습이야기도 흥미롭고, 나와 같은 낮잠 예찬론자에게 더 잘 낮잠잘 수 있게 하는 챕터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그 많은 수면학자들의 이름과 연구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이야기되는 내용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럴듯해서이다.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잠' 에 대한 과학적 개념정리 + 응용으로 이루어져서 유익하고, 어디 가서 아는체하기도 좋다.잠이라는 것이 인생의 1/3 뿐만 아니라 나머지  2/3에도 밀접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여튼, 다시 낮잠으로 돌아가서 


낮잠의 효과로는 '기억력 향상' - 엄청 많은 연구가 있고, 유의미한 기록을 보여준다. NASA 연구에 따르면, 25분간의 낮잠을 잔 조종사는 낮잠을 안 잔 조종사보다 35% 더 깨어 있고 두 배 더 의식을 집중상태에 있었다. 아주 짧은 토막잠이라도 사람들의 기분,반응시간, 각성도에 의미심장한 개선을 가져온다. 


낮잠 챕터 전에도 낮잠에 대한 것은 계속 언급되는데, 재미있었던 것이 한밤중에 깨는 것과 낮잠을 자는 것이 수면 사이클에 의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일이라는 거. 수면장애 파트에 나왔었지 싶은데, 한밤중에 깨는 것은 제 1의 잠, 제 2의 잠이 나뉘었던 과거의 문헌을 고증하는데, 엄청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건강과 낮잠에 관한 연구도 많다. 일주일에 세번 이상 낮잠을 자는사람들의 심장병 사망률이 37%가량 낮다는 것은 하버드 대학 연구원 디미트리오스 트리코풀로스의 발견이 '심장질환이 일상적 낮잠을 권하는 문화권에서 매우 낮은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 되어 있다. 


이 외에도 낮잠이 혈압을 낮추는 것에 관한 연구도 있는데, 이 연구결과의 흥미로운 점은 낮잠을 잔 실험자들이 바닥에 드러누운 시간과 잠든 시각 사이에 혈압이 가장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로 낮잠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신체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아주 잠깐의 토막잠이라도 건강에 이득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만 짤막짤막 발췌해서 적고 있는데, 책에는 연구에 대한 디테일이 다 잘 나와 있어서 보기에 지루하지도 않고,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수면에 관한 책으로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더 핵심사항을 잘 딱 적당히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풀어주어 좋다. 


낮잠은 종종 게으름을 피우는 모습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수백 건의 실험을 통해 아주짧은 토막잠조차 많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낮잠을 일상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매일 단 몇 분이라도 머리를 숙이고 조는 것이 여러분의 기억력을 향상시켜줄 테고, 더욱 깨어 있게 해주며, 반응 시간을 증대시켜주고, 생산성을 향상시켜줄 것입니다.


여기서 끝나면 그러나보다 하고 마는데, 낮잠을 어디에서 얼만큼 자야 효율적인지 또한 책에  잘 나와 있다. 

간단히 말해보면, 누워자는게 가장 좋지만, 책상에 엎드려 자도 도움이 된다. 낮잠을 자는 시간은 수면 사이클을 한바퀴 도는 90분이 가장 좋지만, 5분이내의 토막잠도 도움이 된다. 낮잠을 자는 시간은 24시간 주기 리듬에서 하락하는 시기인 오후 중반인데, 




 캘리포니아 대학 수면 전문가인 사라 매드닉에 의하면 

오전 6시에 일어나면, 완벽한 낮잠시간은 1시 30분. 


난 어제 아침부터 밤까지 밖에 있느라 낮잠을 자더라도 5분 이내의 짧은 잠을 나눠서 잤을 뿐이고 이 책을 읽고 감명받아(?!) 간만에 불을 끄고 간접조명으로 스탠드만 키고 자느라 한 번도 안 깨고 푹 자서 평소 5-6시에 일어나지만, 오늘은 8시 다 되서 일어났다. 8시에 일어나는 사람의 완벽한 낮잠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다. 







낮잠에 죄의식을 느낀다면, 


과연 낮잠을 자는 것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일인지에 관해 계속해서 약간의 의심이라도 든다면 먼저 그런 의심을 없애야 합니다. 낮잠은 여러분을 더욱 깨어 있게 하고, 반응 시간을 개선시켜주며, 더욱 창조적인 사고를 돕고, 사고를 줄이며, 더욱 기분좋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러니 오히려 낮잠을 '안 자려' 할 때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 것입니다.' 


라고. 나와 있어서 어릴적부터 자율학습이니, 보충학습이니 하며 거의 수면에 관해 '학대' 당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낮잠은 커녕 밤잠도 제대로 못 자는 야근과 회식문화에서 '낮잠'은 어느 정도 길티 플레저였는데, 오히려 낮잠을 안 잘 때 죄의식을 느끼라니, 죄의식 깃든 기쁨은 살짝 옅어졌지만, 낮잠에 대한 애정도와 신뢰는 더욱 깊어졌달까. 


이 뒤의 페이퍼는 삶의 럭셔리 끝판왕인 '먹고, 마시고, 낮잠 자는' 요즘 최고 힙한(?!)) 영국 인테리어 트렌드 책에 대해 써봐야지. 한 페이퍼에 쓰려고 했는데, '나이트 스쿨' 이야기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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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습니다 - 연꽃 빌라 이야기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2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글재주가 있었다면, 쓸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지 않을까. 

십년, 이십년 후 내 모습은 어떨까? 연꽃빌라의 누구 같을까? 


하이텐션으로 천재냄새 풀풀 풍기는 작가들의 책들을 읽어나가다가 오랜만에 한문장, 한문장 내꺼 같은 책을 읽었다. 

내가 그 동안 서재에 끄적이다 말았던 많은 이야기들에 뭔 소리야?했다면, '이게 나에요' (무슨 뒤라스 책 제목 같네;) 라고 이 책을 건네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지향하는 삶은 점점 무레요코의 책 속 인물들과 비슷해진다. 아니, 예전에는 '지향' 이라고 말했을지 모르지만,지금은 어느정도 일체화되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깐, 더 다듬으면. 


저금생활자라고 하면 거액의 예금이라도 있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실상은 한 달 생활비로 10만 엔밖에 쓸 수없는, 마치 외줄 타기와 같은 생활이다.그러나 교코는 그 생활이 즐거웠다. 즐겁다고 해서 매일이 천국 같았던 것은 아니다. 장마 때 는곰팡이나 민달팽이, 한여름이 되면 모기 군단의 습격을 받는, 집에서 살지만 거의 노숙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야생의 기운이 넘치는 나날이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음. 나랑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감성이 똑같다.고 느낀다. 


그러던 중 연꽃 빌라를 관리하는 친절한 부동산 영감님이 너무나 고맙게도 창문에 방충망 다는 공사를 해줬다. 게다가 하는 김이라며 창틀에 설치하는 방식의 에어컨까지 달아줬다. 이것 덕분에 폭염도 극복할 수있었던 것 같다. 교코에게는 그 무엇보다 고마웠다. 그로 인해 운치 있는 나무창틀이 없어지고, 연꽃 빌라만의 케케묵은 멋스러움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새시 색깔 그대로가아니라 짙은 밤색으로 해 줘서 그나마 알루미늄 특유의 번쩍번쩍한 느낌이 조금 덜했다. 

전에는 비 오는 날이면 나무틀이 물기를 빨아들여 버려 창을 여닫기 힘들었다. 물론 맑고 습기없는 날에는 놀라울 만큼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것도 이 오래된 빌라에 사는 재미 중 하나라고 여겼는데, 실제로는 쾌적한 생활을 반겨 버린 자신에게 교코는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아직 한참 멀었구나 하고 반성하면서도 방충망 달린 창문이 좋아서 괜히 몇 번이나 여닫곤 했다. 


딱 이부분. 두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글. 창문 이야기. 부터 완전 빠져들어 읽었다. 


교코와 나의 결정적인 차이라면 먹을 것에 신경 쓰는 교코와 먹을 것은 이 생에서 포기한 나다. 이런 생각을 상당히 굳게 오래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전 어떤 계기로 먹을 것에 신경쓰겠다. 고 선언하기도 했다. 


연꽃 빌라 이야기는  '지진'에서 시작된다. 큰 지진이 나자 연꽃 빌라에 사는, 연꽃 빌라를 아는 모두는 연꽃 빌라가 무너졌을꺼라고 걱정한다. 여행가가 직업인(?) 고나쓰는 여행에서 돌아와 '무너졌을꺼라고 생각했어요' 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지진이 나자 부동산 할아버지가 연꽃빌라가 무너졌을까봐 눈썹이 휘날리게 자전거를 타고 와서 빌라 벽을 밀어보며(??) 빌라의 안전을 점검(?)하기도 한다. 


두번째 이야기는 교코 옆방에 새로 들어오는 지유키. 키가 180센티미터에 얼굴이 조막만한 미대를 나온 젊은 그녀는 여러모로 독특하다. 연꽃 빌라에 합류한 그녀의 이야기와 새로운 사람에 적응하는 교코네 이야기도 재미있다. 


키가 큰 지유키 씨는 어떻게 해도 눈에 띄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에게 집중됐다. 그들은 분명 '대체 이 사람은 뭘 하는 사람일까?' 하고 신기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고는 틀림없이 '모델일 거야.'하고 생각하겠지. 게다가 지진때문에 모두가 무너졌을 거라고 생각한,연꽃 빌라의 주민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상상하는그대로보다는 가끔은 반전이 있는 쪽이 훨씬 재미있구나.' 


내일의 스케쥴을 확인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의 순서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 행복한 것인지아닌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누군가에게 재촉당하거나 뭔가에 쫓기거나 하는 생활은 아니라는 것 뿐이다. 



무레 요코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봐서 그런지, 등장인물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교코, 구마가이, 지유키.. 


못생김을 덜하게 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한 교코는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 들른 찻집에서 자수를 하는 여자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교코는 자수를 시작하기로 한다. 


교코가 자수에 도전하는 이야기는 굉장히 현실적이고,(이렇게 쓰면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작가의 특징이고) 그런 그녀가 도움 받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는 굉장히 따뜻하다. 


교코가 '일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연꽃빌라에서 살면서 겪는 일들, 그녀의 소소한 머릿속 생각들을 읽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와닿았다. 이럴때면 난 늘 생각한다. 지금 내가 삼십대라서 그런건가, 이십대에 읽어도 그랬을까. 사십대, 오십대에 읽으면 어떨까. 그 외에도 내가 결혼을 했다면, 내게 아이가 있었다면, 내가 회사를 다녔다면, 내가 가게를 했다면 .. 등등의 수많은 뭐뭐 했다면의 가정들도. 뭐 그렇게. 생각하다가 뭐뭐였다면 이란 가정이 쓸데없음을 깨닫고 말지만, 요즘 책 읽을때마다 늘 반복하게 된다. 


무레 요코 등장인물 중 하나를 고른다면, 나는 카모메와 빵과 고양이와 스프가 있는 풍경을 합해 놓은 것 같은 것을 원하고 좇지만, 아마 지금으로서는  '수박'의 에로만화가 같은 포지션일 것 같다. 


이십대에 더 높은 연봉, 더 높은 인센티브, 더 빠른 승진을 보고 달렸던 내가 되게 낯설게 느껴진다. 


일도 해보고, 일하지 않는 것도 해보고, 일하는건지 안 하는건지 모르는 것도 해본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경우,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리고 일하는 중에 힘들다는 건 알지만,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 시간이 하루종일이건, 하루에 십분이건간에 말이다. 


꽃도 사고, 자수같이 안 하던 것도 해보고,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고양이랑 놀고, 책도 읽고, 산책도 하는 그런 시간들. 

가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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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3-20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소중한 이야기. 오랜만에 빵과 스프와 고양이가 있는 풍경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