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서 하지 말고, 신간 눈에 띌 때마다 

토요일 7일장 하고 일요일 기절해서 '비브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예전에 봤을 때는 왜 재미없었지? 재미있게 다 봤다) 다 보고, 네이버 웹툰 '그들이 사는 판타지 세계' 정주행(->판타지 좋아하신다면 추천. 다 보고 나서 더 자꾸 생각난다) 오늘까지 피곤피곤하다가 작업실에서 시간 좀 보내고 들어오는 길에 김치전 하나 사서 들어와 먹고 커피 내리고 풍문 보니 기운이 난다. 


그러고보면, 내 마음 여유의 척도는 '책' 에 대한 관심.인가보다. 신간도 돌아보고, 보관함과 장바구니도 열심히 뒤적이고. 
















 강상중 교수의 책이 나왔다. '마음의 힘' 제목만 봐도 어떤 책인지 짐작이 간다. '고민하는 힘'과 '도쿄 산책자' '청춘을 읽는다'를 추천.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게 된 이유중 분명 강상중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다 사계절이고 '청춘을 읽는다'만 돌베개네.













우치다 타츠루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에 관한 응답을 담는 ‘아우름 시리즈’의 다섯 번째 주제는 ‘수업(修業)’이다. 수업(修業)의 사전적 의미는 ‘기술이나 학업을 익히고 닦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수업이란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배울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시점에, 무엇을 가르쳐 줄지 좀처럼 알 수 없는 사람 밑에서, 무언지 알 수 없는 것을 배우는’ 이상한 구조를 지닌다. 이것을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라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라 받아들이는가로 사람은 ‘수업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갈린다. 

요즘같이 배움과 노력도 약삭빠른 거래의 대상이 되는 세상에서 저자는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하는’ 수업, ‘자아를 버리는’ 수업, ‘우열 경쟁을 다투지 않는’ 수업 등 비경제적이고 반시대적인 수업론을 제시한다. 그가 말하는 수업이란 대체 무엇이며 왜 필요한 것일까?


일본의 철학자, 교육자이자 합기도 무도인이기도 한 저자는 그와 같은 수업 태도가 인생을 길고 넓고 길게 보았을 때 결국 ‘생존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생존에 유리한가 그렇지 않는가는 무도인인 저자에게 중요한 기준이다. 여기서 생존이란 나 개인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의 생존, 나아가 세계의 존속까지 포함한다.



책표지가 매직아이 같다. 눈 아퍼. 

철학자이자 무도인이기도 한 저자에게 묻는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 , '수업'에 관한 이야기라는 주제다. 

저자의 이력으로 인해 더 궁금해지는 책.


데버러 럽턴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


음식이 몸과 자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연구하여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 연구 과정에서 음식 먹기의 사회학과 감정 사회학을 결합시키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1996년에 출간되어 오래된 책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2011년과 2012년에도 재판을 거듭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먹기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 현상도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뒤표지에도 기술되어 있듯이, 음식 사회학과 문화 사회학은 물론 다양한 영역의 연구자와 학생 등 독자들에게 중요한 지적 자극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된다.





1996년에 나온 책. 336페이지. 사회학책. 왜 36,000원인지 궁금.



고규홍 <나무 산책기>


<나무가 말하였네 1.2>에서 ‘나무-시’와 그 시를 통해 만난 나무와 사람,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나무 칼럼니스트만의 독자적인 해설과 직접 찍은 사진을 엮은 이 책은 문학을 통해 식물을 알고 식물을 통해 문학을 이해할 수 있어 문학적인 감성과 생태적인 감수성을 키우는 데 맞춤했다. 

인간과 나무가 교감하는 순간의 진한 감동을 전하며 ‘나무 대변인’으로 살아왔던 그가 이제 도시 한가운데 살고 있는 나무 산책에 나섰다. 빌딩 숲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공원이나 광장에서, 빽빽한 주택가에서, 8차선 대로변에서, 학교와 관공서에서 고락을 같이한 나무들을 한 그루 한 그루 불러내었다. 도심의 조경수 개잎갈나무부터 순백의 꽃 옥매까지, 도시 속 대표적인 나무 38종의 생태와 일상생활에서의 쓰임은 물론 그에 얽힌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꽃사진 많이 올리다보니 나한테 나무 이름, 나무꽃이름 많이 물어본다. 사실, 구글 검색해서 알려줌; 나무 이름은 좀 약하다. 절화 이름을 주로 알고. 나무 소재도 안 쓰는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맨날 헷갈려서 말이다. 나무 공부가 필요해. 

나무책 그림도 좋고 글도 좋은거 두 권짜리 있는데, 제목도 생각 안 난다. 공부하자.


그 외 관심신간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고쿠 나쓰히코의 새 시리즈 '서루조당'을 읽기 시작했다. 


와. ... 와.. 

최한결한테 한유주가 습관이었던것처럼, 사실 교고쿠 나쓰히코도 나에게 습관같은 작가들 중에 하나다. 

그건 기본적으로 애정에 기반하고, 뭘 쓰더라도 읽어주마. 백프로 싫어도 다음에 백프로 또 찾게 되는 그런 작가임을 뜻한다. 


근데, 오래간만에 습관에 마음이 설렌다.


책을 사고 읽기 시작했을때는 별 기대도 안 했다. 습관이니깐.. 

처음 한 두장을 넘기면서도 바로 옆 책장의 손안의 책들 책들을 옆눈으로 보며, 아.. 양장일때 참 좋았는데. 

최근부터 욕먹으며 판형도 달라지고, 양장->반양장이 되었는데, 뭐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일단 '책'이 나오는게 중요한 건 분명하니깐. 


또 불새 소환해서 미안하지만, 양장본-> 반양장본이고 표지가 좀 얇아서 신경쓰이는걸 제외하곤 책은 책같다. 

불새가 불티나게 팔리면 좋겠다. 여튼, 그런 잡생각들을 하며, 현암사는 어떤 곳일까. 어떻게 그렇게 세련되게 완벽하게 책을 잘 만드는 것일까. 완벽하게 만들어내고도 가장 까다로운 독자도 찾기 힘든 흠을 본인들 스스로는 찾아낼 것 같은 엄격함이 보인다.


잡설이 길었다. 


근데, 이 잡생각들은 몇 장 읽자마마 날아가고, 나는 책에 빠지고 맘. 


고서점이 나온다고 해서 교고쿠도인가, 잠깐 생각했는데, '서루조당'이라는 책들의 무덤을 지키는 주인장이 나온다. 


책은 무덤 같은 것입니다, 하고 주인은 말했다. 

"무덤-이라고요?"

"예 그렇지요. 사람은 죽습니다. 물건은 망가집니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멸하지요. 천지가 모조리 바뀌고, 만물은 대개 영원하지 않은 것이 세상의 이치. 하지만 그것은 현세에서의 일입니다." 


"적혀 있는 인포메이션에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책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 자세히 아시는 분에게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으로 끝나 버리겠지요. 무덤은 돌멩이, 그 밑에 있는 것은 뼛조각. 그런 것에는 의미고 가치고 없을 테니까요. 돌멩이나 뼛조각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은무덤을 찾아가는 사람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은 내용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읽는다는 행위때문에, 읽는 사람 안에 무언가가 일어나는 - 그쪽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주인장,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건 이해하기 어렵군요. 소유하고 하지 않고는 별로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한데요." 

"아니, 아니, 중요합니다." 

하고 주인은 말한다. 

"같은 무덤을 찾아가도,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유령이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 자신만의 세게가 아니게 되어 버리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물론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의미로 무덤이란 장식. 불단도 위패도 장식이니까요. 불손한 말이지만 그런 것은 모두 신심의 계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겠지요.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니, 참배를 가지 않아도 기도를 하지 않아도 공양이 되도록,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통하는 것이기는 하겠지요.하지만." 

주인은 어딘가 사랑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선반의 책들을 보았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의 위패 정도는 소유하고 싶은 법이 아니겠습니다."

"예에---."


"책은 아무리 많아도 좋은 것. 읽은 만큼 세상은 넓어지지요. 읽은 수만큼 세게가 생겨날 겁니다. 하지만 사실은 단 한 권으로도 충분한 것입니다. 단 한 권, 소중하고 소중한 책을 발견할 수이다면 그분은 행복할 겁니다."

그래서 사람은 책을 찾는 거지요. 라고 주인은 말해다. 

"정말로 소중한 책은, 현세의 일생을 사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다른 삶을 줍니다. 그래서 그 소중한 책을 만날 때까지, 사람은 계속 찾는 것입니다." 




첫번째 탐서에서 여섯번째 탐서까지 책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 나올듯 하다. 

첫번째 탐서, 임종.을 읽었다. 이 에피소드는 교고쿠같으면서도 이 작가에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마음을 찌르는 감동을 받아서 약간 당황스러운 기분까지 들 정도다. 


우키요에에 대한 장광설, 근대로 넘어가면서의 변화와 고뇌, 그리고 책, 유령,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로 똘똘 뭉쳐 있다. 남은 다섯 에피소드를 읽기 아까울 지경이다. 


나는 뭘까. 내게도 많은 무덤들이 있다. 단 한 권의 책이라고 하기엔 난 욕심이 너무 많고, 삼백권? 오백권? 백권? 정도로 줄여서 내가 읽어도 읽어도 즐거운 책들로 둘러쌓이고 싶은 욕망이 있달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간만에 생각났는데, 나는 책을 너무 좋아한다. 금요일 밤에 집에서 교고쿠 나쓰히코의 신간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잘 생각나지 않으니 말이다. 어떤 먹거리, 마실거리, 놀거리로도 나를 끌어낼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렇게 좋은 것이 무언가 있다는 건 또 좋은 일이다. 이렇게 좋은 것. 책 읽는 것. 책 사는 것(소유도 중요하다!고 위에 그랬지?), 고양이들, 꽃을 파는 일, 식물을 관리하는 일, 등등 


12시가 넘으면 책을 주문해야겠다. 


내일은 연남동 동진시장 7일장에 참가한다. 

준비는 새벽부터 할 생각;; 


별로 기대는 하지 않지만, 사람들을 직접 보고 꽃을 파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책 들고 나가서 책 읽음 꽃보러 오는 사람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꾸준히 나가서 서울 핫플레이스 '연남동'에서 새로운 나의 꽃가게 선전도 하려 한다. 좋았어. 굿굿굿 


주말 홍대 근처 오시는 분 계시면 들르세요~ ^-^/ 


기승전꽃. 내가 그렇지 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나 2015-04-2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일 다 홍대 돌아다녔는데 지금 봤네 아쉽다. 이제 끝?

하이드 2015-04-27 14:54   좋아요 0 | URL
당분간 매주 나갈 생각인데, 일단 다음주 나갈꺼야, 놀러와~~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 장석주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석주의 `서재`라는 서평일기 정도 되는줄 알았는데, 인생이 `책`인 저자의 사계절에 걸친 사는 이야기였다. 삶과 책이 이렇게 서로 녹아 있으니, 서평의 최종 진화 정도이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책도 정말 흠잡을데 없이 멋있게 만들어서 서평책 보고 망구엘 이후 처음으로 질투나고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사람의 거리 추정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필요없어도 느낌표 막 찍고 싶은 기분이다!!! 

시리즈의 미덕은 읽을수록 재미있어지는건데, 고전부 시리즈는 이제 읽을때마다 점점 더 사랑스러워지고 있다. 

지탄다의 '신경쓰이지 않아요?!'가 나오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출발하는 교내 마라톤대회 20km를 달리고 돌아오면서 각각의 문제의 인물들을 만나는 호타로의 이야기는 진짜 아기자기 귀엽고 매력적이지 않은가. 


고전부 학생들은 2학년이 되어 1학년 신입생을 맞이하게 된다. 기대하지 않았던 신입생인 오히나타가 들어오게 되지만, 가입을 확정하기 전에 '들어오지 않겠다. 나가겠다' 고 울며 뛰쳐나가...는 것 까지는 아니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남긴채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 원인이 적극적으로 뭔가를 할리가 없는 호타로가 아닌 이상 지탄다가 뭔가 잘못한 것으로 의심받고, 본인도 본인의 잘못이라 생각하고 괴로워하게 된다. 


20km 마라톤 출발점에 선 호타로는 이 마라톤이 끝나기 전에 관련인물들을 만나 사건을 재구성하고,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다. 3학년부터 반별로 차례로 출발하는데 2학년 A반인 호타로가 가장 먼저 출발하고, 천천히 달리는둥 마는둥 하면서 C반의 이나바를 만나고, 또 달리는둥 마는둥 하면서 더 뒷반의 지탄다를 만난다. 결국 2학년의 모든 반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1학년 신입 오나히타를 만나게 되는데..


뭔가 반별로 출바하는 마라톤이라니. 일본스럽기도 하고, 학생때 소풍이나 수학여행 갈때면 그렇게 반별로 움직였던 것도 생각나서 이 상황설정에 애착이 간다. 달리다보면 우리반은 다 가고 뒷반애들이랑 달리고 있고, 그렇게 호타로가 관련 인물들을 만나 취조 아닌 취조를 해서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오나히타 또한 고전부의 기존 인물들 못지 않게 특이한 캐릭터라 새로 조인하게 되는건가 잠깐 생각했다. 


신입을 받게 되는 것부터 그 신입과 함께 어울려 가는 과정들을 회상하며 왜 오나히타가 가입을 철회한건지 추리해나가는 호타로. 각 장은 각각의 의심스러웠던 과거의 자잘한 사건들을 돌아보는 것이며, 전체적으로는 20km 마라톤을 달리는 호타로의 로드무비!인 것이다. 


단편보다 장편이 늘 더 매력적이지만, 고전부는 이제 나에게 하나의 장편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자리잡았고, 이 작품은 안그래도 장편이니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본 후라 예쁜 등장인물들이 그려지는 것은 덤. 


꼭 순서대로 읽어야하는건 아니지만, 순서대로 읽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란과 작약 꽃대를 보듯 책을 보며 살았다.

요즘들어 많이 하는 생각이 내가 '산' '시간'의 가격이다. 

아직까지 내 인생에 휴일을 뺀 매일을 시간을 지켜 어딘가에 가서(학교,회사,가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던 날들이 더 길다. '저녁 늦게'에서 잠깐 멈칫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저녁 늦게 귀가했던 것이 맞다. 


돈 없는 나날들을 보내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아빠'다. 제주에 내려가 아빠와 이야기하면서 내 마음이 더 정리가 되었는데, '아빠, 나는 돈 없는 것에 그렇게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라고 여러번 말해야 했다. 물론 '결혼해서 애 있고 그러면 모르겠지만' 이 덧붙여 지긴 한다. '부양고양이'!는 있지만. 


사람이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돈을 좀 세이브해놓고 있어야해. 라는 말이 와닿는건 잔병치레 없고 병원에 거의 가지 않는 나의 미래를 위해서라기보다(이것도 생각해두긴 해야겠지만) 고양님들 정기검진 비용이라던가 (특히여덟살 된 말로) 혹시 모를 병원비를 세이브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 정도다. 


얘기가 곁길로 샜는데, 평소 생각하던걸 말로 뱉어버리고 나니, 서울 와서는 그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구체적으로 뻗어나간다. 

예를 들어 ... 회사 다니던 나에게 '노보텔 슌에 가서 일식부페 먹을래, 월요일 오후 출근할래' 라고 묻거나, '샤넬백 살래, 주4일근무할래?' 묻는다면, 난 기꺼이 월요일 오전에 쉬거나 주4일 근무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맛있는 것 좀 덜 먹고 (애초에 몸에 좋은걸 몸에 넣고 싶은 정도를 제외하고 맛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에 대한 욕망은 거의  없다. 거기에 더해 돌아다니는 거 귀찮음) 옷,구두,가방,화장품 좀 덜 사고, 미용실 덜 가고, 네일도 안 하고 산 시간에 나는 수요일 아침 여덟시지만, 출근 걱정 없이 사과 한 쪽 깨 먹으며 물끓여 뜨거운 커피 마시고,책 읽으며 평온하게(?) 끄적거리고 있는거다. 라는 생각이 몸과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인데,'시간'의 가격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비싼 돈에 시간을 사서 누리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시간을 사는 것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단지 아침 출근시간에 여유로운 것만은 아니고, 의,식,주처럼 인간에게 꼭 필요한 무엇.인데 결핍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좋은 글을 읽어서 쓰기 시작한 페이퍼다. 


표지가 과하게 예뻐서 이거 뭐야, 하고 봤더니 현암사 책이어서 급수긍해버린 장석주의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는 지금까지 읽었던 장석주의 책들 중 가장 좋아서, 와, 표지만으로도 완전 멋져서 안에 백지라도 돈 하나도 안 아깝겠는데, 책도 좋아. 라는 모드로 이렇게 반나절이 멀다하고 계속 글 남기고 있다. 


위에 다 잡설. ㅎㅎ 이 이야기를 옮겨두고 싶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인간을 성과주체라는 괴물로 만드는 피로사회에 대해 말한다. 그사회는 외부적인 무엇이 우리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가 스스로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사회라고 규정한다. 성과주체는 어떤 기구나 조직에 의해 노동을 강요당하는 자가 아니다. 누구의 예속도 받지 않는것은그들자신이 자기의 주인이고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이 성과주체들은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 존재이다. 


이 사회에서 우리가 겪는 피로는 긍정성의 과잉이 불러온 피로인데, 이것은 삶에서 모든 것을 고갈시키고 파괴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개별화하고 고립시키는 고독한 피로"속에서 시들어간다. 


우리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착취자로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것이다.우리는 여전히 활동의 과잉으로 내몰리고 있다. 과제는 "활동적 삶"이다. 우리는 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노동의 절대적 명령에 포획되고,결국은 노동-기계로 전락한다. 이것의 위기는 곧 삶의 위기이고, 시간과 세게 상실의 위기다. 근대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흐르며, 그 가속화로 밀려가는 시간 속에서 "삶은 더 이상 지속을 수립하는 질서의 구조나 좌표 속에서 자리 잡지 못"한다. 


사색이 없는 노동에 내몰리는 분주한 시간들이 평면화하는 것은 삶에서 "어떤 사건, 형식,진동은 오직 긴 사색적 시선에만 모습을 드러낼 뿐,일하는 시선에는 숨겨"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빠질수록 오늘의 삶과 미래의 기획을 지향성 없는 공간에 부려놓는다. 그 공간의 대표적인 예가 지향성이 없는 웹 공간이고, 그것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수많은 연결 가능성, 즉 링크들로 짜"인 세계이다. 


우리는 의미를 소유하고 향유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주어지는 정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무엇보다도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머무름의 능력, 정적에 기대어 고유의 삶을 관조하고 누리는습관,사색적 삶, 시간의향기를다 잃어버렸다. 그대신에 지나친 분주함,조급성,활동적 삶에 자신을 내어준다. 시간이라는 주권을 잃고 빠듯한 시간 속에서 표류하며,늘'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자는 "염려의 대상에 분주하게 매달리며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염려의 대상으로 인해 자기시간을 잃어버린"자다. 


시간 부족은 "우리가 시간을 잃어버리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자기 자신을잃어버린 사람의 특징은 의미의소실 속에서 삶의 메마름을 겪어낸다는 점이다. 그들은 늘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곧 자기시간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기 대문이다. 반면에 "고유하게 존재하는 자는, 말하자면 늘 시간이 있다.그가 항상 시간이 있는것은 시간이 곧 자기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지속성을 잃고 불연속적 흐름으로 변질한다. 일과 효율성이 삶의 한가로움을 삼켜버린다. 우리는 노동의 분주함에 여유와 한가로움을 자발적으로 헌납한다.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자는날마다 일어나는 일상의사건들 속에서 제 자아를 흩어버리는 자이고, 그들은 결국시간의 지속성을 거머쥐지 못한다. 이 시간의 쪼개어 흩어짐.늘 목적과 목표를 향한 분주함에 매달림. 분주함 속에서 수습되지않는 산만은사색적으로 자기 안에 머무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바쁜 자들은 "공허한 지속으로 늘어진 시간"을 사는 자들이다. 이들에게 시간은 장력을 갖고 응집하거나 묶이지않고, 부서지며,흩어지는 것으로, 아무의미도 맺히지 않는"점적인 현재의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시간 속에서 삶은 비루해지고,죽음은 불시에 다가와 삶을 무자비하게 끝내버리는 폭력이다. 지나친 분주함으로 "활동적 삶"을 채우는 것은 붕괴하는 시간이며, 위기의 시간이다. 


한병철은 이것을 좋은 삶으로 대체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이데거의 시간 전략을 소개한다. 그것은 "다시 시간의 닻을 내리는 것,시간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받침대를 마련하는 것,시간을 다시 역사의 자장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시간이의미 없이 연속으로 흩어져버리지 않게 하는것"이다. 좋은 삶은,하이데거의 용어를 빌리자면, "머뭇거림", "느긋함", "수줍음", "기다림", "자제"가 온존하는삼ㄹ. "오직 일만 하는어리석음"에 맞서는 지혜로운 삶. 바로 느림과 지속성을 거머쥐는 "사색적 삶"이다. 

















한병철의 책은 늘 좋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음 물론이며, 큰 틀 안에서의 나, 사회 안에서의 개인, 역사의 흐름 속에서의 현재.를 돌아보게 해준다. 매우 얇고 작지만, 가장 묵직한 책, 현대인의 필독서다. (-> 아, 흔한 말이지만, 이 말 안 쓰고 참을 수가 없다) 


아,그러니깐, 장석주가 이야기하는 한병철도 좋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료탑 2015-04-2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한때 저를 위한 시간이 과하게 많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참 좋았는데...

하이드 2015-04-22 16:16   좋아요 0 | URL
어떤 시간이든 `의미`를 찾는 여유를 가지고 지내야할 것 같아요.
저 또한 지금의 시간을 제가 잘 보내고 있는지..

비로그인 2015-04-2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요할때마다 꺼내읽고싶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