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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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인 쓰네카와 고타로의 <금색기계> 의 배경은 에도시대이다. 배경은 에도시대인데 SF 물이다.

'금색님', '금색기계'가 나오는 SF 물이고, 신비한 힘을 지닌 사람들이 나오며, 에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첫장부터 엄청난 흡입력으로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 읽는 기준이 많이 바뀌어서 기녀가 나오고, 유곽과 산적소굴이 배경이며, 사람 죽는 것이 별 일이 아닌 에도 시대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재미있었다. 어쨌든 마지막의 인과응보와 마무리는 생각보다 여운은 덜하지만, 깔끔하다.

 

각각의 인물들 이야기가 시간을 뛰어넘으며 2대에 걸쳐 각 장마다 펼쳐지다가 마지막에 모이게 된다. 그 세월동안 계속 인간들의 옆에는 '금색기계'가 있었다.

 

특이한 힘을 가진 사람들의 힘들이 시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부분, 복수와 사랑 이야기들은 좀 밍밍하긴 했지만,

그건 그대로 나쁘지 않았다.

 

개성 있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들은 포승줄을 잘다루는 고지식한 고신과 약한 후계자 미쓰자카, 그들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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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읽어본다
장석주.박연준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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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박연준 커플의 책이 또 나왔다. 제목과 편집이 정말 다 하는 책이다. (물론 그들 책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기쁨은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에 이어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라니. 정말 부러운 연인이고, 부부이다. 난다 출판사에서 나온 '읽어본다' 시리즈 두 권을 연초에 선물 받았는데, 장석주 박연준 커플의 책을 두 번째 읽다보니, 정겹고, 익숙하고, 반갑다. 


이전에 전반부, 후반부 나뉘었었던것과 달리 한쪽씩 핑퐁처럼 왔다갔다 하고 있다. 두 쪽이 하루이고, 각각 한쪽씩 하루의 책기록을 남기고 있다. 처음에는 호흡이 너무 달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기분인데, 읽다보면, 그 리듬에 쉬이 맞춰져서 그 자체로 완벽한 리듬으로 느껴진다. 


"지난해 연말, 광화문 일대는 인파로 넘쳤다. P와 나는 교보문고에 들러 책 구경을 하고, 신간코너에서 책 세 권을 샀다. 교보빌딩 1층 '파리크라상'으로 올라가 에두아르 르베의 <자화상>을 읽었다." 


"P와 함께 아침식사를 한 뒤 동교동에 있는 카페콤마에 나가 창가자리에서 읽었다." 


"오늘 본 영화는 에단 호크, 줄리언 무어, 그레타 거윅 등이 나오는 <매기스 플랜>이다." 


"JJ와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매기스 플랜>이란 영화를 보았다." 


중간중간 이렇게 그들이 연인이고, 부부이고, 안에서, 밖에서, 함께 책을 사고, 각각, 또는 같이 책을 읽는 일상들이 너무 좋다. 


지난 주말에는 <밤을 걷는 고양이> 1,2권을 가지고 갔다. 1권은 읽고, 2권은 포장도 뜯기 전이었다. 아침을 먹고, 맥모골을 한잔씩 마시고, 나는 2권, 애인은 1권을 들고 침대에 누워 만화책 보다가, 핸드폰 보다가, 침대에 올라온 고양이 문질문질하다가, 졸다가, 다시 만화책 보면서 주말 오전을 보냈다. 


책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면 정말 좋겠다. 고 했을 때 그 모습이 어떨지 짐작케 해주는 것이 장석주, 박연준의 책들이고, 이번에 읽어본다 시리즈에 나온 편집자와 북카페 쥔장의 이야기도 그럴것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그런 기적의 확률에 근데, 책도 좋아해? 라는 기적까지는 바라지 않기에, 애인이 책을 좋아해도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내가 책이야기 하는 것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인 것이 좋다. 당신 이야기이니깐. 이라고 애인은 말하겠지만.

 

이 책, 제목 정말이지 책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일상 제목이지 않을까.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라며 짤막한 책메모. 한 페이지지 꽉 채우기도 하고, 반 페이지 못 채우기도 하는 짧은 분량들이라 리뷰라기보다는 수다의 느낌이 강하지만, 책이야기이니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애인에게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볼 짧은 편지를 띄우고 싶은 일요일 밤이다. 

우리는 고양이 메모 어떨까? 


말로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리처는 침대에 널부러져 있어. 나도 그 사이 어딘가 널부러져야 할 것만 같아. 로 시작하는. 


*책 구성이 정말 맘에 드는데, 매페이지에 있는 해시태그 중 박연준님 해시태그 형광주황이라 눈 아프고 책에 코박아야 글씨 보임. 이 시리즈 책표지가 애매한데, 형광색 쓴거 맘에 안 든 이유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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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8-01-1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요즘 밥 먹으면서 <매기스 플랜> 보고 있어요!

2018-01-15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5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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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어낸듯한 나쁜놈이 나오고, 읽자마자 결말 알 것 같아서 지루했지만, 결말 지어지는 방식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마음에 들어 읽는 동안의 지루함을 보상해준다.

Strength in Sister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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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길
존 하트 지음, 권도희 옮김 / 구픽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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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며 읽은 책이다. 구원의 길,

워낙 평들이 심상치않게 좋았고, 존 하트의 전작들이 묵직하고 재미있고 좋았어서 의미있는 날 읽고 싶었다. 

리뷰와 백자평이 올 별다섯인데, 나도 보탠다. 


읽으면서 계속 울컥했고, 두 번쯤 울었던 것 같다. 

클라이막스도 계속되고, 카타르시스도 계속되고, 주인공들의 고통도 계속되어 단숨에 읽지 못하고, 중간중간 숨을 골라야했다. 


이렇게까지 주인공들을 힘들게하나.. 싶고, 가학적인 장면들도 휙휙 지나가는데, 상황과 주인공들의 심리를 섬세하고 정교하게 쌓아나가서 가학을 위한 가학인 것과의 차이를 보여줬다. 주인공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어느 하나 단순하지 않고, 고민하고, 용기 내는 모습들을 정말 실감나게 보여주는데, 정말 악마같은 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 그 자체로 납작하게 나온다. 그 점이 좋았다. 


소설의 초반에 엘리자베스라는 강력계 형사의 돌출행동이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강력계 형사가 주인공인 미스터리 스릴러가 희귀하기도 하지만, 그간 진짜 개차반 같은 하드보일드 남형사, 남경찰, 남탐정 등등등 질리게 볼 때는 그런 생각 안 들다가, 마이웨이인 엘리자베스에게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던걸 반성. 이렇게까지 미모일 필요 있나? 영웅적인 미남 경찰 히어로한테 홀딱 빠질 필요 있나, 피해자의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볼 필요 있나. 등등 맘에 안 들었던 것은 잠시.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그러니깐, 정말이지, 작가의 필력에 멱살잡혀 끌려다닌 기분이다. 작가가 이끄는대로 졸졸 따라가다 절벽으로 떠밀리는 기분. 


13년 전 정보제공자의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애드리안은 실형을 받고 수감된다. 13년의 시간동안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나오게 되는데, 13년전, 히어로였던 그를 유일하게 믿어줬던 초짜였던 엘리자베스는 애드리언이 나오는 것에 흔들린다. 하지만, 그녀 자신이 13년전 애드리안만큼 큰 곤경에 빠져 있다. 


거물의 딸인 채닝이 납치되었는데, 엘리자베스가 제보를 받고 갔다가 채닝을 구해내고 범인 두 명을 총알 열여덟발을 쏴서 죽인 일로, 고문과 살해의 과잉진압으로 조사를 받게 되고, 주립경찰의 수사대상이 되고, 언론의 사냥감이 된다. 주변에서 도와주려고 하는 것에 아랑곳 않고, 변호사도 안 만나고, 주립경찰과의 약속도 어기거나 아예 안 나가고, 감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먹지도 않고, 피폐한 모습으로 두문불출하면서, 만나는 사람이라곤, 피해자였던 채닝으로 열여덟살 소녀인 그녀와 교감을 쌓아나간다.그리고, 또 한 명의 아이, 기드온. 

애드리안이 출소하는 날, 애드리안이 자신의 엄마를 죽였다고 생각한 기드온이 총을 들고 애드리안을 찾아 갔다가 술집 주인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는다. 13년전 아기였던 기드온은 이제 열 네살. 엘리자베스가 지극정성으로 돌봐서 기드온은 엘리자베스에게 의지한다. 엘리자베스와 채닝, 기드온, 애드리안을 둘러싸고 애드리안을 괴롭히려는 악의 무리들과 엘리자베스와 채닝의 비밀. 그리고, 13년전 살해 되었던 기드온의 엄마와 똑같은 방식으로 여자가 살해된다. 연쇄살인이 시작된다.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피해자들은 생존자들이고, 그들은 연대하고, 그들은 강하다. 

끈기와 강인함, 의지. 옳은 것을 하는 것. 자신의 인생을 걸고, 누군가를 지키는 것. 


리뷰 제목의 '엘리자베스에게' 를 책에서 읽고, 기어이 눈물이 터지고 말았었다. 

다시 생각해도 엉엉이네. 


엘리자베스와 그녀가 지키고자 하는 소중한 사람들을 따라가다보면 쉽지 않지만, 그런만큼 각자가 각자의 노력만큼 얻어낸 새로운 길, 구원의 길에 마음이 놓인다. 


"결국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건 한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지."
"그게 뭔데요?"
"선택." 그녀는 소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너의 선택."

"나랑 약속해, 채닝.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말이야."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절대로 말하면 안 돼."
"같이 자도 돼요?"
"그럼." 엘리자베스는 마음을 풀고 채닝을 끌어안았다. "뭐든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돼."
그녀는 왼편 구석에 있는 침실의 커다란 침대로 채닝을 데려갔다. 소녀는 더 이상 거친 척도 화가 난 척도 하지 않았고,상처받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들은 생존자였고 자매였다.

"넌 그냥 다친 거야. 상처는 낫기 마련이고" 그녀가 말했다.
"모든 상처가 다 그래요?"
"네가 강하다면." 신호등 불빛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네가 옳다면."

욕조에 몸을 깊이 담그고, 그녀는 엘리자베스를 대표하는 것이 끈기와 강인함, 의지 중에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너무 많은 사랑
이런 비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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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2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2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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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벌써 8회라고 하고, 나는 수상작품집들에서 손 놓은지 오래라 정말 오랜만에 읽는 수상작품집인데, 예상외로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읽으면서, 여자 작가들이 많네, 작품마다 평론이 실려 있는데, 평론가들도 여자들이 많네. 싶고, 페미니즘 소설집을 표방한 '현남 오빠에게'를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소설집을 페미니즘 소설집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여자가 하는 여자 이야기들이 많았다. 뒤에 나오는 심사평을 보면, 여자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었고,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심사 중에 레즈비언 소설은 레즈비언이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고, 소재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일곱 작품 중 최은영의 <그 여름>은 레즈비언 멜로드라마라는 평, 천희란의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에는 레즈비언인 작가와 그녀가 거둔 효주의 편지글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그 여름>은 기존에 동성애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소비되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연애에 집중했고,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는 결말을 짐작 가능한 편지글로만 이루어진 서술트릭의 미스터리 단편 같았다.(좋았다는 이야기)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은 친인척 성폭력, 강화길의 <호수- 다른 사람>은 데이트 폭력을 다루고 있다.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은 시작부터 고양이의 죽음, 어쩌구 나와서 대충대충 봤고, 대상 수상작인 임현의 <고두>는 정말 재수없는 주인공이 나온다. 김금희의 <문상>에서 유일하게 밑줄을 그었다. 


재미있게 읽은 건 최은영의 <그 여름>, 지금의 애인을 만나고 나서, 나는 모든 사랑 이야기를, 아니,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들까지도 내 사랑의 필터를 끼고 읽게 된다. 심사평에 '계급'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은 잘 모르겠네. 무슨 재벌가의 후계와 가난한 집 딸도 아니고. 어릴적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었던 수이와 수이를 만나고 사랑하며 여자를 좋아하게 된 이경. 둘의 성향이 달랐고, 그걸 이경이 서서히 깨닫게 되지만, 자신과 비슷한 은지때문에 수이를 버리지만, 은지와도 잘 되지 않는다. 

연애를 하며 두 사람이 한사람 반같이 되며, 서로의 같은 점과 다른 점들을 맞추고, 인정하고(체념하고), 존경하며 연애의 날들을 이어간다. 이 사랑은 첫사랑이다. 결말이 정해진 첫사랑. 수이가 이경을 먼저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이경이 다시 돌아가면 받아주기도 했을 것 같지만, 이어지는 작가의 말에 나오듯 수이는 어디에 있을까? 


" 이경은 서서히 깨닫게 됐다. 수이가 자신에 대해 별로 말하지 않았던 건 수이의 그런 성향 때문이라고. 수이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에 대해 이경만큼의 생각을 하지 않는지도 몰랐다. 수이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었고, 선택의 순간마다 하나의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는 것이 수이의 방식이었다. 수이는 자동차 정비 일을 하면서 그것이 자기 인생에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까 최선을 다해 수행할 뿐이었다. 반면 이경은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려고 했고, 어떤 선택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다." 



수이는 마지막 순간에야 많이 울고, 사랑했다 이야기한다. 그동안 수없이 행동으로 선택으로 보여줬지만, 그 말을 그 전에도 해주면 좋았잖아.. 생각하지만, 아니겠지.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수이는 수이의 언어로 충분히 사랑을 표현했고, 이경 역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면서, 사실은 늘 듣고 있는 수이의 마음을 의심했다.    


김금희의 <문상>도 인상 깊은 작품이다. 

송은 대구로 문상을 간다. 희극배우는 송을 놔주지 않고, 산책도 하고, 밥도 먹는데, 세상 우울한 희극배우라서 송도 독자도 기분이 찜찜하다. 


" 마주보면서 송은 희극배우의 나이가 몇이더라, 생각했다. 자기보다 많게는 열 살쯤 많을 것이다. 자기도 십 년이 지나면 저렇게 되어 있을까. 다시 생각했다. 저렇게 불안하고 우울하게 안정감 없게 외롭게 가진 것 없게 내쳐진 채 나쁘게, 살게 될까. 송은 희극배우가 확실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나쁘냐면 지운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옛일을 완전히 매듭짓고 끝내고 다음의 날들로 옮겨온 흔적이 없었다. 그의 날들은 그냥 과거와 과거가 이어져서 과거의 나쁨이 오늘의 나쁨으로 이어지고 그 나쁨이 계속되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어차피 나빠질 운명인 것이다.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택되는 것이다."  

 

일견 맞는 것 같지만, 되게 꼬인 말이다. 과거와 과거가 이어지지. 나쁨만 있었을까. 좋음도 있었을텐데. 그게 지금 그 사람인건데, 아버지 장례식중인 우울한 희극배우. 송의 옛연인 양과 조용히 우는 사이.였던 희극배우. 안쓰럽지만, 가까이하고 싶지 않네. 그런건가. 


가장 몰두해서 읽은 작품은 강화길의 <호수- 다른 사람> 이었다. 이십년 지기 친구가 호숫가에서 폭행을 당한채 발견된다. 의식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 "호수에 두고 왔어" 였고, 완벽해 보였던 남자친구가 찾아와 폭행당하기 전날 무슨 말을 했는지 집요하게 묻는다. 화자의 회상에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목격했던 이야기, 경험했던 이야기, 들었던 이야기들이 플래시백처럼 삽입되어 있는데, 데이트 폭력의 징후들, 데이트 폭력을 당했던 것, 모르는 남자가 쫓아와서 집을 확인했던 어떤 여자 이야기, 어릴적 봤던 동네의 매맞는 여자 이야기 등등.. 폭력의 야만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가. 그리고 여자를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경우는 얼마나 흔한가. 


이래저래 알찬 작품집이었다. 젊은 작가들을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이 읽히게 하기 위하여 행사 1년간 보급가이다. 아는 작가는 김금희 작가정도였다. 강화길, 최은영, 천희란, 최은미의 이름을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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