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류와 펜류에 대한 욕심을 놓지를 못하고 있다. 다른 모든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혹은 정말 좋아했던 것들은 언제 좋아했었나 싶게 다 놓았는데 말이다.

맛집 찾아 다니고, 와인 마시고, 야구 보고, 여행 다니고, 전시 보고, 공연 보고, 옷 사고, 신발 사고, 머리 하고, 화장품, 향수, 향초, 인형, 악세사리, 등등 온갖 것 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하면 좋고, 안 해도 아쉽지 않은 것들이고, 안 하고 있다. 근데 노트와 책 같은 종이와 책관련 무언가들과 펜류를 놓지를 못하고 있고, 이런 것들을 사고 싶은 만큼 사지 않기 위해 요샛말로 뇌에 힘줘야 한다. 스트레스 받으면 풀리는 제일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한 욕심이 없어진 것처럼 지류펜류 과소비에 정신 차리는 날이 오긴 올까.

오늘 누가 사주 본 이야기 하길래 내 사주 찾아봤는데 (신한생명 무료운세) 목이랑 수가 없어서 직간접 나무 관련 일하면 좋다고 한다. 목이 무려 0인데, 그래서 내가 종이에 집착하고 계속 모으는구나! 생각하며 약간의 죄책감을 뭉쳐서 버렸다.

어제는 포스트잇과 마스킹 테이프로 책갈피 만드는 걸 보고, 과거에 사제낀, 버리기도 뭐한, 그러나 쓰지도 않는 마스킹 테이프들을 꺼내어 간만에 넷플 틀어두고 가내수공업으로 북마크 다량 제작. 어린이들 나눠주고, 나도 두고두고 쓰려고. 읽는 사람에게 지금 책 어디쯤 있는지 알려주는 북마크 많아도 괜찮을 것 같다.

https://www.instagram.com/p/CRk0thKJaX4/?utm_medium=copy_link

마스킹테이프로 만든 북마크 실용적이고 느낌도 좋고 엄청 예쁘다. 내가 엄청 예쁜 마테만 사서 드글드글 모았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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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3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갈피 완전 근사하네요~!! 전 맨날 주위에 돌아다니는 책갈피 같이 보이는거 막 쓰는데 ㅎㅎ

하이드 2021-07-23 18:5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ㅎㅎ 아이들도 주고 책갈피 많이 쓰니 좋아요. 이제 책 띠 팍팍 버릴것입니다.

그레이스 2021-07-24 17:33   좋아요 2 | URL
전 영수증 ㅎㅎ
이상하게 책 갈피가 있는데도 아무거나 막 끼워요.^^

파이버 2021-07-24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예뻐요 저도 방구석에 있는 마스킹테이프 얼른 꺼내야겠어요!

그레이스 2021-07-24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She says she lives "vicariously" through the Characters‘ joys and heartbreaks and learns a lot of stuff about life, love, boys and kissing, which 
she plans to use when she goes to high school 
next year.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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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숀 비텔의 서점 일기 읽고 있다. 오랜만에 읽는 서점 책. 생각지도 못하게 책들 담고 있다. 고골 책 같은 거. 여튼, 매일의 일기 앞에 온라인 주문, 찾은 책 쓰고, 마지막에 매출, 손님 수 적는데, 


찾은 책은 뭘 말하는 건지 아시는 분?? 













오늘은 벼르고 벼르던 작업방 정리를 시작했다. 

거실의 책상을 작업방으로 옮기고, 작업방의 소파를 거실로 뺄 것. 

짐 없으니 사실 별 일도 아닌데, 게으름 계속 피웠고, 


거실에서 책 읽을 때 앉는 1인 소파 (캠프밸리 밀란 독서소파) 에 앉기만 하면, 집도 넓은데, 애들이 꾸역꾸역 올라와서 

내가 먼저 앉았잖아. 승질 내봐도 내려가지 않는 고양이를 내려놓는 방법을 나는 모름.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생각만 하던 가구 옮기기 시작. 

다시 맘 잡고 글 쓰기 시작한게 거실이고, 작업방은 들어가기 싫은데, 들어가고 싶은 작업방으로 만들고 열심히 써야지. 

내 마음 속 데드라인 8월 31일이다. 마감을 끝내지 않고, 한 살 더 먹는 일은 없을 거다. 다짐다짐다짐다짐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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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는 사람들에게 ‘중고 서점 운영‘은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는 난로옆에서 안락의자에 슬리퍼 신은 발을 올리고 앉아 입에 파이프를 물고 기번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고 있노라면, 지적인 손님들이 줄줄이 들어와 흥미로운 대화를 청하고 책값으로 두둑한 현금을 놓고 나가는 그런 목가적인 일이 결코 아니라는 효과적인 경종을 울려 준다. 사실 서점 주인의 일상은 그와는 전혀 딴판이다. 특히 "우리한테 오는 손님 중 대다수는 어느 곳을 가든 민폐가 될 사람들이지만, 서점에서는더 특별한 기회를 노리는 부류"라는 오웰의 표현은 현실과 가장 딱 들어맞는 부분이다.
- P8

내 주변과 내 안의 세상으로부터 달아나 책들 속에 파묻혔다. 조너선미디즈, 윌리엄 보이드, 조제 사라마구, 존 버컨, 앨러스테어 리드, 존케네디 툴 등의 세상이 나를 둘러싼 채 온갖 잡념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었고, 그 잡념들이 나를 괴롭히지 않고 잠자코 사그라지도록 주변으로 밀어내 주었다. 나는 책상 위에 책으로 세상과의 물리적인 벽을 쌓았고, 그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 감에 따라 그 벽도 천천히 낮아지다가 마침내 다 허물어졌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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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행위란 나에게, 내가 사랑하거나 사랑할 이들에게 당도할시간으로 미리 가 잠깐 사는 것이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이라 당장 이해하기 힘들어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는 모양이군."
하는 식의 감(感)을 얻는다. 신비로운 일이다.

정신 밭에 뿌려둔 감(感)이라는 씨앗은 여하튼 어떻게든 자란다. 그러다 문득 내게 당도해버린 시간을 통과할 적에 떠오른다. 처음이지만 처음이 아니고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것 같은 기분,
서툴게 더듬어 찾아가면 오래 전 내 정신밭에 뿌려둔 씨앗 자리에 뼈가 자라고 살이 붙어 서 있는 형상과 마주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책을 그래도 읽는 게 좋으냐는 질문에, 내 의견을 말했다.
"이해하지 못해도 읽으면 좋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못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잊고 살다 어느 순간 찾아옵니다. 이제 이해할 수 있을 때가 된 거지요. 그때 다시 읽으면 기막힌 내 이야기가 됩니다."

대상이 물리적으로 지나치게 빈약한 환경은 사고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떨어뜨린다. 이분법적이고 극단적이며 제한적이고 시종 감정적인, 언어로 발화된다.

사물과 대상에 관심 없다면 어휘력을 늘리기 쉽지 않다. 어휘력 늘려봐야 어따 쓰겠는가. "왜 관심이 없을까?"라고 묻는다면 이것만 가지고도 담론이 될 수 있으나 현재의 한국인에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피로‘ 다. 낙오되지 않으려고 공부나 일에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고 한국 사회 특유의 가족이나 동료를 비롯한 남들 시선 신경 쓰고 비위 맞춰야 하는 감정 노동에서 오는 피로가 만만찮다.

안정되지 않은 공동체 상황과 불안한 미래는 그렇잖아도 자글자글 끓는 피로에 군불을 땐다.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이분법적이고 극단적이며 제한적이고 시종 감정적인‘ 어휘를 선택해 발화한다.
듣는 사람의 오해와 피로를 가중시킨다.
악순환이다.피로에 절고 스트레스에 눌려 대상과 사물을 데면데면하게 지나칠라치면 경고등처럼 그때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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