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무얼 할까? 비룡소의 그림동화 296
티나 오지에비츠 지음, 알렉산드라 자욘츠 그림, 이지원 옮김 / 비룡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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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다. 



호기심은 뭐 하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즐거움은 트램플린에서 뛰고 있어. 


31가지 감정이 무얼 하는지 글과 말로 보여주는데, 각각의 감정을 읽고, 보며 딱딱한 마음이 그 감정대로 꿈틀거리는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이 읽어도 너무 신나고 좋을 것 같고, 어른이 읽으면 다양한 감정 운동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에게라도 선물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부정적 감정들도 있고, 긍정적 감정들도 있다. 부정적이라거나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감정들도 있다. 그런 감정들을 찬찬히 헤아려볼 수 있는 책이다. 


아이들은, 그리고, 어른들도, 한 가지 말에 모든 감정을 담아 뭉뚱그려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짜증나' 같은 것, '죽겠네' 라던가. '미치겠네' , '답답하네' '이상해' 등등 

그 말 안에 있는 다양한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안팎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에도, 내 말을 듣는 외부에도. 

그런 걸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크게 도움될 것 같다. 

생각하지 않으면 그냥 나의 다양한 감정들은 다 '짜증나' 로 수렴되어 '짜증나'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상상력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여행을 떠나. 

너무 좋아. 상상력, 나랑 친구해. 



희망은 여행길에 도시락을 준비해. 

도시락 만들자! 


 

만족은 찻잔을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아 있지. 

고양아, 물 끓여라. 


여기 나온 그림들 다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그림은 이거다. 




기쁨은 새로 발견한 책을 들고 친구에게 달려가.


알라딘에 많잖아.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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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1-26 13: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거야말로 알라디너를 위한 책이 아닌가요?!! 😍

하이드 2022-01-26 16:00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새로 산/빌린 책을 들고 알라딘으로 달려와 페이퍼를 올리는 알라디너들, 기쁨!
 
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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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관을 삽입하는 겁니까? 더 이상 살 가망이 없다면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어머니를 괴롭히는 거죠?" 

그는 매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겁니다." 그는 물을 밀치면서 들어가 버렸다. (36) 


시몬 보부아르의 사르트르에 대한 애도의 책 <작별의 의식>에 이어 엄마와의 이별을 쓴 <아주 편안한 죽음>을 읽게 되었다. 사르트르도 엄마도 (엄마가 먼저지만)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죽음을 숨기고, 그에 죄책감을 가지는 부분이 나온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이 때 한 번 겪었으면서 왜 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에 대한 변명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불행해질 것이고, 죽음의 공포를 겪게 될 것이라는 거였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땠을지는 영원히 알 수 없지만, 정작 본인이 죽음을 알리기를 무서워했음을 읽을 수 있다. 


보부아르의 엄마는 딸들을 통제하고자 했고, 딸들과 불화했다. 죽음을 한 달 앞두고, 희망 없는 수술로 얻게 된 한 달의 유예기간 동안 딸들의 간병을 받게 된다. 보부아르는 엄마에게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회고하며, 그래도 얻은 것은 있다고 말한다. 그 때 수술하지 않고 바로 돌아가셨다면 심리적 타격이 더 컸을 것이고, 죽음 앞에서 그의 부재가 세계만큼 거대한 존재가 되고, 극단적인 경우 삶 전부에 해당하는 존재로까지 여겨지게 되는 대신 그 역시 다른 이들 중의 한 사람에 불과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엄마를 피했던 과거에 엄마 곁에서 헌신했던 그 한 달의 시간들 덕분에 엄마가 느낀 마음의 평화, 엄마와의 불화로 인해 엄마를 등한시하고 피했던 것에 대한 죗값을 치른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을 생각해볼 때 

" 사실 엄마는 비교적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셨다. " 라고 결론 짓는다. 


"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과 예측, 그리고 결정을 무력하게 따를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악순환에 갇힌 셈이었다. 환자는 의사들의 소유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니 그들의 손아귀에서 환자를 빼내 와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수요일에는 수술과 안락사 중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당시로서는 굳어 가던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뛰게 되면 엄마가 장폐색증을 견디면서 지옥을 맛봐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게 뻔했다. 의사들이 안락사를 거부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랬다고 해도 용기를 내서 N 박사에게  "그대로 돌아가시도록 어머니를 내버려 두세요"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내가 "어머니를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말하고자 했던 바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N 박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아는 자 특유의 거만한 태도를 보이며 나를 냉대했다. 의사들은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어머니에게서 몇 년 더 사실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셈입니다"라고. 내가 엄마를 죽게 내버려 두라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은 그래서였다. 하지만 이렇게 핑계를 대 보아도 내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다." 


이 책에서 가장 이입하면서 봤던 것은 안락사 vs. 연명, 죽음 vs. 고통의 이야기였다. 보부아르도 거기에 대해 계속 이야기한다. 엄마가 죽고 싶다고, 얘기햇으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보부아르의 선택은 어렵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엄마는 삶을 너무나 사랑한 사람이었고, 보부아르를 비롯한 가족과 친구들, 병원의 모두는 환자의 암을 복막염으로 속이고 회복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만한다. 삶을 사랑하는 죽어가는 사람은 그 희망에 매달린다. 


오늘 하루를 살지 못했구나.

며칠을 버리게 된 셈이잖니.

엄마에게 매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것이었다. 게다가 엄마는 죽어 가고 있지 않은가. 엄마는 자신이 죽어 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를 대신해서 나는 체념하지 않고 있었다. (119)


몸이 썩어가고,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삶의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의학 기술에 연명하는 삶. 


동생이 문을 열다가 창백한 얼굴로 나를 향해 돌아서서는 흐느끼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엄마의 배를 봤어!" 

나는 그 야에게 줄 진정제를 가지러 갔다. P박사가 병실에 들어왔을 때 동생이 말했다. 

"엄마의 배를 봤어요! 끔찍했어요!" 

그는 조금 당황해하면서 "천만에요, 정상적인 겁니다"라고 답했다. 

푸페트는 내게 "엄마가 산 채로 썩어 가고 있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애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수다를 떨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엄마의 머리맡에 가 앉았다. 하얀색 실내복 위에 얹힌 검은 색깔의 가느다란 끈이 숨을 쉴 대마다 아주 조금씩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할 뻔했다. 6시경에 엄마는 눈을 떴다. (118)


내가 죽어가는 사람이 되면 어떻게 할까. 내가 죽어가는 사람의 보호자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닥쳐야, 경험해야 알게 되는 일이 있고, 죽음이 그럴 것이다. 각각의 삶과 죽음은 또 달라서 영원히 면역되고, 알게 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으로 죽음의 앞에서 화해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죽음을 앞에 두고, 연민의 여지를 넓혔다고는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엄마의 이름을 세상에 책으로 불러낸다. 


프랑수아즈 보부아르는 책읽기를 좋아했고, 한가롭게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를 배웠고 영어 실력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다양한 강연을 들으러 다니고, 쉰 넷의 나이에 출퇴근을 위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시험과 실습을 거쳐 자격증을 땄고, 사서로 일했다. 책을 다루고 덮개로 씌우고 분류하고 색인 카드를 적고 독자들에게 조언해주는 일들을 좋아했다. 다양한 욕망을 품고 살았지만, 그것을 참아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했다. 몸과 마음을 억압당했고, 스스로를 끈으로 옭아매도록 교육 받았다. 내면에는 불같은 정열을 지녔으나 뒤틀리고 훼손되었다. 




"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는 놀랄 만큼 용기 있는 모습으로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남편의 죽음에 무척 슬퍼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 속에 매몰된 채 있으려 하지 않았다. 다시 자유로워진 상황을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재정비했다. 아빠는 땡전 한 푼 남기지 않은 채 돌아가셨고 그때 엄마의 나이는 쉰넷이었다. 엄마는 몇 차례의 시험과 실습을 치르고 나서 자격증을 하나 땄고, 그 덕분에 적십자에서 보조 사서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출퇴근용으로 자전거 타는 법을 다시 배우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집에서 삯바느질을 해 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때는 나도 도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가로운 생활은 엄마에게 맞지 않았다. 기어이 자신의 방식대로 살길 원한 엄마는 수많은 활동을 찾아냈다. 파리 근교에 있는 결핵 예방 의료원의 도서관에서 무보수로 일하기도 했고, 그 다음에는 동네에 있는 한 가톨릭 단체의 도서관에서도 일했다. 엄마는 책을 다루고, 덮개로 씌우고 분류하고, 색인 카드를 적고,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 주는 일을 좋아했다.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를 배웠고 영어 실력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수예실에서 수를 놓기도 하고 자선 판매 행사에도 참여했으며, 여러 가지 강연을 들으러 다니기도 했다. 새로운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아버지의 우울증 때문에 멀어졌던 옛 친구 및 친척들 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도 했다. 가장 간절히 바라던 일 중 하나를 이루기도 했는데 바로 여행하기였다. 엄마는 다리를 뻣뻣하게 만드는 관절 경직증에 결사적으로 맞서 싸웠다."  (24)


" 엄마가 어느 정도의 일관성을 갖추게 된 것은 말년에 이르러서였다. 하지만 희로애락 속에서 인생의 가장 거친 풍파를 겪어야 했던 시절의 엄마에게는 자기 삶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의견도, 생각도, 언어도 없는 상태였다. 기겁하면서 불안해하는 증상을 보이게 된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자기 생각을 스스로 반박해 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주 많은 걸 얻게 된다. 하지만 어머니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자신의 뜻을 거스르며 살았던 것이다. 다양한 욕망을 품고 있었지만 그것을 참아 내기 위해 엄마는 온 힘을 쏟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분노를 느껴야만 했다. 엄마는 유년 시절 내내 규범과 금기라는 갑옷을 두른 채 몸과 마음, 정신을 억압당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끈으로 옭아매도록 교육받았다. 그런 엄마의 내면에는 끓어오르는 피와 불같은 정열을 지닌 한 여인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인은 뒤틀리고 훼손된 끝에 자기 자신에게조차 낯선 존재가 되어 버린 모습이었다."  (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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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나의 3천 엔
하라다 히카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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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은 3천 엔을 어떻게 쓰는지에 달려 있단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3천 엔 정도의 소액으로 사는 것, 고르는 것, 하는 일이 쌓여서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뜻이지." 


첫 페이지부터 재미있을 것 같았고, 3천 엔, 그러니깐, 내가 3만 원을 어떻게 쓰는지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이 소설, 다양한 세대와 형편의 여자들의 돈 이야기로 초반부터, 이것은 금융계몽소설인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소설에 주인공이 화장실 한 번 안 가듯, 이런 현실적인 돈 얘기는 늘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키우는 식물에 물 주듯, 돈 이야기 심상스레 하는 것. 그렇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이야기 또한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미호는 티포트가 진열된 잡화점 선반 앞에서 예전에 할머니와 3천 엔에 대해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린다. 혼자 살기 시작하며 티포트가 없어서 티백 홍차를 마시거나 편의점에 들러 차를 사는 미호가 사려던 유리로 된 심플한 티포트는 딱 3천엔이었다. 다섯 살 위인 주부인 언니 마호는 법랑으로 된 커피용 주전자를 쓴다. 엄마는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북유럽 브랜드의 티포트를 쓰고, 할머니는 청색과 백색이 어우러진 로열코펜하겐의 도자기 포트와 여행지에서 사 온 예술가의 수제 다관을 쓴다. 


돈을 어떻게 쓰는지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당연하지. 


회사에 만족하며, 비싼 월세를 내고 좋은 동네에서 살던 미호는 자신의 인생에 만족했지만, 사수였던 유능하고 상냥한 마치에 선배가 정리해고 되는 것을 보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언니 마호는 동갑과 결혼하여 아이 하나 있다. 소방관 남편의 박봉으로 아이를 키우며 짠테크하며 살아간다. 미호에게 고정비를 줄이고, 이사로 집세를 아끼는 등의 팁을 준다. 앱테크 하는 모습도 나온다. 


미호는 어느 날 공원을 산책하다 유기견 입양 행사 하는 것을 보고, 강아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동물과 같이 살 수 있는 집은 미호의 월급으로 힘들고, 미래가 불안정한데, 개를 데리고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호는 그 순간 깨달았다. 여기 적힌 조건들은 유기견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사육할 수 있는 '집', 건강한 '신체', 거기에 물론 '돈'까지. 이 전부는 유기견을 기르든 말든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게, 미호는 각성!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구입하는 목표를 세운다. 


식물을 키울 때도 환기 잘 되고, 햇빛 잘 드는 곳에서 물 잘 주면서 키우면 되는데, 환기 잘 되고, 햇빛 잘 드는 곳은 식물 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런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언니는 미호에게 하루에 100엔씩만 모아보라고 하고, 미호는 바보 취급 당한 기분이었지만, 일단 따르기로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저금통 사야겠다' 하고, 언니한테 '멍청아, 그걸로 또 돈을 쓰면 어떡해' 잔소리를 듣는다. 


아.. 너무나 낯익은 풍경, 다음 날 미호는 스타벅스에서 프라푸치노를 마시면서 100엔은 모을 수 있지! 생각하고, 보통은 커피 마시고 편의점에서 음료수 사가지만, 휴대용 보온컵에 차를 담아왔으니 150엔 세이브. 하고, 150엔을 아낀다. 그리고 나서 새삼 프라푸치노, 단 한 번도 끝까지 마시지 못했던 프라푸치노의 가격을 확인한다. 420엔.. 하루에 100엔씩 모을거라면, 이 돈도 크다. 끊지는 못해도 두 번에 한 번은 아이스커피 280엔 마셔봐야지 생각한다. 


돈 멘토인 구로후네 스코 선생도 한 번씩 나온다. 

'8x12는 마법의 숫자'라는 책을 쓰고 절약 강연을 한다. 미호는 3천 엔을 내고 강연을 듣는데, 매 달 8만 엔씩, 보너스 때는 2만 엔씩 더 저축하면 일 년에 100만 엔! 와아아아 일 년에 100만 엔씩 모을 수 있으면 삼십대는 예순 살 정년까지 3천만 엔, 이십대는 4천만 엔을 모으게 됩니다. 그걸 3% 복리로 운영하면 세후 약 4900만 엔과 7760만 엔, 노후 걱정 노노. 


"여러분은 지금 제 주문, 아니 마법에 걸렸습니다. 한번 이 숫자를 들으면 마음속으로 어떻게든 8만 엔을 기억하거든요. 자기도 모르게 한 달에 8만 엔을 저축하려고 마음먹게 되죠. 지금은 무리더라도 가능한 그 액수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게 된답니다!" 


지난 몇 년, 트위터에서 내내 봤던 이야기들이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 나오니 재미있었다. 

작가의 캐릭터 설정이겠지만, 뒤로갈수록 의식 못하고 읽었다. 미호와 마호의 엄마인 도모코는 친구인 지사토가 이혼하게 되며 이혼한 후의 연금과 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황혼이혼의 경제학) 일흔 세살인 할머니 고토코는 저축액 천 만엔을 간병비로 생각하지만, 연금으로만은 생활이 불안하다고 생각하고, 결국 일을 하게 된다. 아들이 싫어한다거나, 가족들에게 연금이 모자란다고 얘기하기 꺼려하는 부분, 일을 해서 돈을 벌게 되서 즐거워하는 것, 가족들은 할머니의 간병비를 걱정하는 것 등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하나 아쉬운 것은 70대, 50대, 20대 세대의 이야기, 다 기혼이거나 결혼을 계획하고, 비혼으로 사는 딸은 간병을 준비한다. 그냥 여자 혼자 사는 이야기도 읽고 싶지만, 금융 계몽 소설이라도 가족 소설이어서 그후로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까지는 아니고, 불행하기도 하지만, 행복하기도 하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살아나갈 수 있다. 상황들이 맞아떨어져서 잘 풀리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까지 이야기해주는 것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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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의식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함정임 옮김 / 현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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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책 중에서 인쇄되기 전에 당신이 읽지 못한 첫 번째 책이 있습니다. 어쩌면 유일한 책일 것입니다. 이 책은 모두 당신께 바치는 헌정인데,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졌습니다." 


보부아르의 이름만 보고 사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읽다보니 보부아르의 이야기가 아닌, 사르트르의 이야기였다.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의 마지막 10년을 기록한 글이다. 그렇게 보부아르의 이야기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던 책은 사르트르의 이야기였고, 보부아르의 이야기로 맺는다. 


책은 1970년에서 1980년 사르트르가 죽는 해까지를 기록하고 있다. 1970년에 이미, 사르트르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가구들에 자꾸만 부딪쳤다. (...) 아주 조금 마셨음에도 비틀거렸다. (...) 택시에서 내리면서 그는 거의 쓰러질 뻔했다." 담배를 아주 많이 피웠고, 술을 아주 많이 마셨다. 


사르트르가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음에도 비틀거려서 실비와 함께 부축해야 했을 때, 보부아르는 집으로 돌아와 일기에 쓴다. "집으로 돌아오자, 밝았던 스튜디오 색깔이 바뀌어 보였다. 벨벳 양탄자는 죽음의 의복을 연상시켰다. 살아가는 것이 이런 식이다. 행복과 기쁨의 순간들이 있는가 하면, 위협은 머리 위에서 어른거리고, 인생은 괄호 속 여담 같은 것." 


새벽에 일어나 전날밤의 트위터를 보니, 통가 해저에서 일어난 화산폭발로 옆나라인 일본이 쓰나미 경보로 급박한 상황이었고, 섬에 사는 나는 통가의 해저 화산폭발 전에 해저지진이 일어났었고, 그것이 전조였을 것이라는 뉴스를 보며, 얼마전에 처음으로 실감했던 지진을 떠올렸고, 통가와 일본을 걱정하며,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소식도 함께 찾으며 불안해 했다. 자기 전까지만 해도 다음에 어디로 이사갈지, 집들을 구경하며, 바닷가는 좋긴한데, 좀 별로지, 근데, 바다뷰가 좋아보이긴 한다. 생각했던 것이다. "위협은 머리 위에서 어른거리고, 인생은 괄호 속 여담 같은 것" 


이미 여기저기 아팠던 사르트르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내가 상상한 것은 사르트르 간병 이야기였으나, 책은 사르트르가 죽어간다는 명제 외에는 전혀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들로 진행된다. 사르트르와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라벨은 뗄 수 없는데, 그의 몸이 노화와 병으로 점점 그 기능을 잃어가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불의에 항의하고, 토론하고, 글을 쓰고, 책을과 잡지를 만들고, 책을 읽고, 여행을 가고, 사랑을 하는 강한 사람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노년의 모습이 그럴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읽게 되어서 노년에서 죽음까지의 그간 내가 생각해왔던 것들이 마구 흔들렸다. 


나는 늘 내가 내 정신이 아니게 되면 내가 죽는 순간을 정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그렇게 단순한 것은 없다. 한 순간에 살아 있는 나이다가 죽어 있는 내가 되겠지만, 온 정신으로 살아가다가 그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한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끝이 있다는 것만 알고, 그 끝이 언제인지도 알 수 없는 무망의 시간들이다. 


정신과 몸 어느 것이 먼저 사그라드는지, 그것은 각자의 기질에 달려 있는 것일까? 살아 온 경험에 달려 있는 것일까? 사르트르는 할 일을 했고,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몸의 이곳 저곳이 제 기능을 하지 않게 되어서도 굳건한 정신이 계속해서 꺼지지 않고 불타올랐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는 '계약 결혼' 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51년간 함께 했고, 부부이되 우연히 찾아오는 사랑 또한 각자 즐기기로 했다. 여름 바캉스와 부활절, 겨울에 늘 여행을 다녔다. 여행 이야기가 병원 가는 이야기보다 많이 나온다. 걸음을 못 걷게 되어도, 눈이 반 실명 되어도 계속 여행을 다니고, 카페를 가고,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이고, 여행의 즐거움 뭘까. 진지하게 계속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사르트르가 아파서 혼자 둘 수 없을 때, 보부아르가 독박간병을 한 것도 아니다. 보부아르의 양녀, 사르트르의 양녀, 그리고, 사르트르의 젊은 여자친구들이 돌아가며 그를 돌보았다. 


책은 사르트르의 병에 대한 기록과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행복, 그리고, 여행기로 채워져 있다. 이 세 가지가 같이 간다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지고,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기분이다. 


사르트르가 자신의 병과 노화에 겸허하고, 인정 또는 체념하며,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가 끝까지 인정하기 힘들어했던 것은 시력이다.


++


"내 시력은 영영 회복될 수 없는 걸까?" 그 말이 내 가슴을 너무나 아프게 찢어놓아서 나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

 

내가 생각하는 나의 노년에서 죽음까지 중, 최악의 시나리오가 정신은 있고, 몸은 안 움직이고,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삶의 재미도 의미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디오북에 익숙해지자고, 오디오북들을 듣는 습관을 기르려고 하고, 제법 좋아지긴 했지만, 역시 종이책이 가장 좋고, 책을 읽는 것을 듣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다른 카테고리이지 않나 생각 들 뿐이다. 사르트르의 눈이 읽고 쓸 수 없어졌을 때, 보부아르가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사르트르는 대부분의 경우 죽음에 초연한 모습을 보인다. 


++ 


" 내가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오. 난 절대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죽음이 온다는 것은 알고 있소." 

" 그렇소!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소... 글을 썼고, 살아왔고, 후회할 것은 아무것도 없소." 

" 내가 늙었다는 기분이 안 들어요." 

" 날 흥분시키는 대단한 것이 더 이상은 없소. 내가 조금은 그보다 윗길에 있는 것이오." 그의 말 전체를 통해 드러난 것은, 그가 현재를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자신의 과거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아홉시에 자도 아쉽지 않은 하루를 보내자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걸 좀 더 늘리면, 할 일을 했고, 잘 살았고, 그런 과거에 만족하고, 행복하기에 아쉽지 않은 삶이 되는 걸까? 


사르트르의 이야기에 몰입하다, 마지막 페이지의 보부아르의 말에서 이 책은 보부아르의 책임을 기억한다. 

죽음이 임박한 사르트르에게 그 사실을 숨긴 것에 대한 회의. 사르트르는 늘 자신이 불치의 병에 걸리면 '알고' 싶다고 했는데, 보부아르는 그 사실을 숨겼다. 사르트르가 취할 어떤 방법도 없었고, 더 잘 치료받을 수도 없었으며, 그는 삶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몇 해는 임박한 죽음에 무지함으로써 덜 우울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부아르 또한 사르트르처럼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 나의 침묵은 우리를 갈라놓지 않았다. 그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 나의 죽음이 우리를 결합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의 생이 그토록 오랫동안 일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 


보부아르는 이 책으로 사르트르에게 작별 의식을 치루었다. '작별 의식' 이라는 말은 어느 날 사르트르가 보부아르에게 농담처럼 건넨 인사였다. 그 작별의 의식을 이어받아 50여년을 보낸 동료이자 친구이자 연인과의 마지막 10년을 기록하고, "사르트르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으며, 사랑하게 될 사람들에게" 헌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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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17 0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력의 노화는 사르트르 같은 이에게는 치명적인 것일듯요. 그가 존재해왔던 이유가 사라지는 일일듯요.
실낙원의 한부분이 생각나네요!

하이드 2022-01-22 15:5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앤 패디먼 책에도 아버지가 시력 잃었을 때 실락원 읽어주는 장면 나왔던 것 같아요. 책 읽는 사람에게 시력 잃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곱게 지지 말기로 해
김진아 지음 / 봄알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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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의 코어 커리어,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 코어 커리어를 카피라이터로 잡고 있다. 저자가 해낸, 하고 있는, 할 많은 일들은 단단한 코어 커리어인 카피라이터 업무를 통해 쌓은 분석력과 기획력을 활용하여 뻗어 나가는 일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며 나의 코어 커리어는 뭘까 생각해 봤다. 많은 일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나의 코어 커리어는 영어와 읽기였다. 이 두 가지로 대부분의 일을 해왔다. 내가 그간 다양한 일을 해왔지만, 좋아하는 것만 했고, 거기에 어떤 공통점이 있긴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해왔었는데, 답을 얻은 기분이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코로나로 인해 주 4일제 도입이 빨라지고 시간제, 탄력 근무제 등 노동 유연화가 가속화 되며, 장래희망은 '파이어족' 이지만 경제적 기반이 약해 노년에도 일할 확률이 높은 여성들은 확고한 커리어를 가지고, 배리에이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몸도 일도 코어가 중요해~ 


같은 세대의 여성 저자가 자기 반성을 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들을 보면서 속이 후련했다. 그 여성이 반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 부딪히고 나아가는 여성이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여자의 운명이 왜 '여자'의 운명인지 묻지 않은 결과가 지금이라면, 살던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긍정의 힘은 기도가 아닌 시도에서 나온다." 


첫 챕터부터, 나한테 하는 얘기인가.. 멍 때리다가 책을 덮고, 두 번째 시도에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일하면서 유학 검색하고, 탈출 꿈꾸고, 계획하는 탈출 전문가. 나도 그랬는데.. 회사 생활이 싫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랬다. 그냥 뭔가 달라 보이고 싶고, 특별하게 보이고 싶었나 싶다. 대신 나는 무슨 날이면 한국을 탈출했다. 생일, 크리스마스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결혼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되겠지' '무슨 수가 생기겠지' 같은 방임적 태도 역시 회피의 일종이다. 가부장제 영향력 아래 살아온 여성의 자기 부양자로서의 인식은 남성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18) 


여자들이 가장 먼저 놓아야 할 것이 막연한 낙관주의라고 하는데, 구구절절 맞는 말이고, 읽으면서, 나의 낙관주의를 생각했다. 아, 나 망하는건가? 망했는데 모르고 있나? 아님, 낙관주의 플러스 알파랄 것이 나에게 있어서 여기까지 왔나? 그렇다면 그게 뭘까? 나는 낙관주의자라서 마지막 질문을 덧붙인다. 다른 기조로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마, 낙관주의로 성공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뭔가가 있긴 있을거다. 뭘 알아야 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 책을 읽는 것은 뭔가 새로 계속 알게 되는 경험이었다. 


'남자라는 클라이언트' 에서 굉장히 미묘한 친밀한 관계의 남자와 있을 때의 '부자연스러움' 에 대해 나온다. 아무리 친해도 완벽하게 무장해제할 수 없고 완전히 편해질 수 없는 일정량의 긴장을 동반하는 상태, 저자는 그것을 클라이언트와의 그것으로 비유한다. 이거 정말 미묘한 거라서 타인과 이야기해본 적도 없는데, 책에서 읽을 줄 몰랐다. 완벽하게 무장해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친밀한 관계를 여자와 이루었을 때와 비교해보면 된다. 미묘하지 않고, 대놓고 불편한 것도 있다. 딸기를 씻어올 때, 여자와 남자 중 여자가 씻어오면, 여자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고, 남자가 씻어오면, 여자가 해야 하는데, 남자가 해"주는" 것 같다고 나도 세상도 그렇게 봐서 기분 나쁜 것. 이건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새로 태어나서 새로 세뇌당하기 전에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길러지고 적응하며 살아온 여성은 관계의 기울기를 인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여자를 왜 더 쉽게 놔버릴까' 에서는 "자신의 외모를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전시하는 여성이 주위에 있을 때 생성되는 묘한 긴장감, 불안감, 피로감" (36) 을 이야기한다. 이런 것도 정말 잘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뭔지 아는 그거. 잘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텐데, 이렇게 펼쳐 놓다니 대단하다. 


'나는 내게 실망해야 해' 챕터는 짧게 나마 저자의 행로를 봐 왔고, 책을 읽어왔어서 더 와닿는 글이었다. 틀리기 싫어하고, 흠잡히기 싫어서 레퍼런스만 주구장창 찾는 것. 


"문제는 여기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쓴다는 사실이었다. 언제나 예상보다 초과였다. 정말 중요한 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결과물을 만드는 단계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몸풀기 시간이 길다는 건 그만큼 이 '본 게임'에 쓸 시간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 나의 기획서를 써 내려가지만 뭔가 시시하다. 새로운 느낌도 없다. 조금 전까지 보던 완성도 높은 사례들과 비교가 되어 더욱 그렇다. 내 실력과 자질에 대한 좌절은 여기서 시작된다. 나의 독특한 취향, 까다로운 안목, 날카로운 비평 의식이 정작 나의 결과물로 연결되지 않다니. 믿고 싶지 않아. 이건 그냥 시간이 부족해서 그래! 속으로 외치며 시간을 더 쓴다 해서 더 좋은 게 나오지는 않으리란 예감을 애써 외면한다." (53) 


아.. 진짜.. 책 읽으며 종종 느끼는 바이지만, 이 책 읽으며 특히, 나한테 하는 이야기로 들려 계속 찔렸다. 


"레퍼런스는 남의 작업이다. 내 것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정답과 '맞는 말'에는 '나'라는 필터를 통과시켜 나의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나를 둘러싼 사람, 환경도 변수로 작용함은 물론이다." (56) 

공감. 레퍼런스가 너무나 널려 있는 세상이다보니, 내 것을 말하는 사람이 희귀해졌다. 레퍼런스들은 혼돈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고, 남의 것에 기대기보다 내 것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을 최적화하려는 욕망은 실패의 최소화와 닮아 있지만, 실패도 실망도 계속 하고, 맷집을 기르고, 나만의 방식을 찾으라는 이야기가 위안이 되었다. 


" '한 달에 200만 원 씩 쓴다면 지금 가진 돈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한 달에 100만 원 씩 쓴다면?' 생명 연장을 위해 월 지출액을 줄여 계산하면 어쩐지 기분은 더 나빠졌다." 


아, 나 이 생각 맨날 하는데, 나는 이거 계산하는거 심지어 좋아한다. 사실 이것은 사라지지 말라는, 옆에 사라지려는 여자가 있다면 붙들라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사라지지마. 


모든 챕터에 나의 공감을 드리지만, '익명과 크레딧' 도 특히 좋았다. 내가 기성 세대로서 느꼈던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에 대한 생각이 여기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최신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한다. 이 이야기가 나온 지금보다 더 나빠질지, 더 나아질지, 지금을 글로 박제해두었다. 동시대를 지나며, 차갑고, 동시에 뜨거운 이야기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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