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10미터 앞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추리소설만 주구장창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시시해도, 재미없어도 읽게 되는데, 요네자와 호노부는 늘 재미있다.

문제는 나다.

 

빼놓을 것 없이 수작들만 모인 단편집인데, 나는 두 번째 단편에서야 다치아라이가 여자인 걸 알았다. 나머지 단편들을 읽다가 찾아보고, <왕의 서커스>의 프리랜서 기자인 걸 알았고, <왕의 서커스>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내용이 하나도 생각 안 난다는 걸 알았다. 책소개와 리뷰들을 보아도 가물가물하다. 이 작품에 나온 <나이프를 잃은 추억 속에> 와 연결 되는 <안녕 요정>도 읽었는데, 기억 안 나고.. 지금 막 여기 나온 요바노비치가 친구 오빠인걸 알게 됨.. 친구 언니인줄 알았는데.

 

책 내용이 기억 안 나는게 신기한 일은 아닌데, 이렇게까지 기억이 안 날 수가 있나 싶어 황당해서 리뷰 들어가기 전에 써 봤다. 리뷰라도 썼으면, 그래도 좀 기억 났을텐데 말이다.

 

첫 단편이자 표제작인 <진실의 10미터 앞>은 다치아라이가 남자인줄 알고 읽었다. 작품에 나오는 화자들은 다치아라이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서는 함께 하는 기자의 눈으로 다치아라이가 사소한 단서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게 된다. 실종된 벤처기업의 사장과 홍보담당 여동생이 사라지고, 그들의 막내동생이 연락해서 여동생이 있을법한 곳으로 인터뷰를 위해 찾아가게 된다. 작은 실마리들을 따라 여동생을 찾게 되는데.. 결말을 보고, 이 작품 책소개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이 작품과 <안녕 요정>, <왕과 서커스>를 일컬어 베루프 시리즈라고 하는데,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나오는 천직을 의미한다. 기자로서의 천직, 사명감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는 다치아라이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진실을 보는 눈, 진실의 자리를 공정하게 마련해주는 것. 팩트만으로 기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데, 다치아라이의 활약에는 설득력이 있다. 거짓 정보들과 과잉 정보들이 판칠때 진실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은 일상미스터리류가 많지만, 코지미스터리는 아니다. 편안하지만은 않다. 그것이 요네자와 호노부의 매력.

 

'고이가사네 정사' 에 나타나는 인간의 무심한 악의와 순간의 실수의 후회와 돌이킬 수 없음, 괴로움.

'이름을 새기는 죽음' 에서 다치아라이의 역할이 좋다. 못된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의 마음의 갈등을 풀어준다.

'나이프를 잃은 추억 속에' 는 복잡한 작품이다. 사건은 새롭지 않은데, 그걸 풀어나가는 다치아라이와 그런 다치아라이를 지켜보는 유고슬라비아의 요바노비치의 이야기가 좋았다.

'줄타기 성공 사례'는 의외로 자꾸 생각난다. 고립된 곳에서 콘프레이크를 먹고 버틴 노부부 이야기. 이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이렇게라도 적어두면, 나중에 좀 생각날까? 여튼, 나는 <왕의 서커스>는 다시 빌려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석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신과 같은 권력을 가진, 하지만 불완전한‘인간‘이 그 불완전함에 대해 해야할 일들과 마음가짐. 정직하고, 직구이지만, 지루할 틈 없고, 뻔하지 않은 이야기다. 와타세 시리즈 계속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일 1개 버리기 - 오늘도 버릴까 말까 망설이는 당신을 위한 특별처방전 즐거운 정리 수납 시리즈
미쉘 지음, 김수정 옮김 / 즐거운상상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를 보름 정도 남겨두고 실천하고 있다. 1일 1개 버리기. 꼭 한 개씩 버리는 건 아니고, 그냥 말일까지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치워서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정리된 집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1월 1일에는 2018년 그 어느 날보다 깨끗하고, 정리정돈된 집에서 새해를 맞이하겠다는 마음이다.

 

정리정돈 책들은 나의 길티 플레져일 것이다. 정리정돈책, 수납책, 청소책, 살림책 등등 나온 책들은 다 들쳐는 보는 것 같고 근 몇년간 이런 책들이 정말 많이 나왔고, 버리자. 책을 사서, 책짐을 더 쌓아두게 되니 길티플레져가 아닐리가. 이 책은 전자책으로 사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사이버 공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 집의 모습이 내 머릿속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로 한가득이겠지. 정말 소중하고, 간절한 것을 위해, 집을 치우고, 내 머릿속도 단순해지길 바랬는데, 결론은 그 간절했던 것이, 더 이상 나에게 소중한 것이 아니고, 간절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어 그마저 버렸지만, 여전히 집을 정리하고 있다. 

 

새벽에 나가 알바하고 오면 뻗었다가 정원 다녀오곤 했는데, 뻗기 전에 일단 청소부터 하고, 정리부터 하고, 뭐 버릴까. 하고 있으니, 기본적인 매일의 청소와 버리기 외적으로 미루던 것들을 손대게 된다. 이사박스(우체국 택배 박스) 가 티비장 옆에 있었는데, 박스를 버리고, 흰색 수납함으로 옮겨두니, 우체국 박스가 진짜 진짜 지저분한거였었구나 깨달았다. 하얀 서랍장 옆에 하얀 수납함 옆에 하얀 티비장이 있고, 하얀 벽이 있으니 (과거의 집에는 책장 때문에 집에 벽이 없었다.) 엄청 맘에 들고 좋다.

 

집념과 물건의 양은 비례한다고 합니다. 집안이 물건으로 넘쳐서 늘 잡다한 물건이 보이는 환경에 있으면 필요없는 온갖 정보가 머릿속까지 점령해서 답답해집니다. 왠지 모르게 조급해지고 늘 뭔가에 쫓기고 있는 느낌이 들지요. 더러운 방에서 살았을 때는 그런 잡념에 쫓겨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마치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늘 갑갑하고 짜증스러웠어요. 

 

좋은 정리정돈 책은 좋은 친구 같다.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없더라도, 자극되고, 동기부여되고, 정말 좋았다면 행동하게 된다.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요 며칠 사이에 설거지와 청소기 돌리기가 몸에 체화된 것 같다.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 하고 있다. 살림 0점이었던 인간이었어서, 기본적으로 해야할 것들을 하는데에 있어서 생각하고, 계획하고, 귀찮아하며 하는 과정을 늘 거쳤었는데, 드디어 별 의식 없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고양이 밥그릇, 물그릇 씻기, 물 갈아주기도 하루에 몇 번씩이고 하고 있다. 신경 쓰이는 것들은 바로바로 치운다.

 

책을 정말 많이 버리고 왔지만, 그래도 꽤 많이 가져왔고, 10개월여동안 팔기도 했지만, 야금야금 늘어나기도 했다.  

책정리도 하고, 옷정리도 하고, 그렇게 계속 정리해나가다 보면, 딱 필요한 것만 남긴채 다른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챙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엄청난 장애물?이 하나 있는데, 2019년 다이어리.. 무지 위클리 다이어리, 알라딘 도라에몽 데일리 다이어리, 동생군이 준 스벅 먼쓸리 다이어리, 미도리 5년 다이어리, 마리몬드 캐시북.. 그리고 나는 지금 <불렛 저널>을 읽고 있다.

 

정말 오랫동안 정리해야지. 열심히 생각만 하고, 한다고 했는데, 별로 변하는 것 없다가, 이제야 좀 눈에 보이게 궤도에 오른 것 같다. 오늘은 뭘 버릴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굉장히 유쾌한 미스터리 호러물이었다. 리뷰가 100개 넘는걸 보니, 나만 빼고 이 책 재미있는거 다 알고 있었구나.

3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장은 남편 다하라 히데키의 시점으로, 2장은 아내 가나의 시점으로, 3장은 그들을 지켜본 오컬트 작가의 시점으로 이어진다.

 

1장의 종결부터 예상을 깨는 전개다. 노력형 작가 아니고, 약간 천재형 작가이지 싶은데, 글 자체가 흥미진진하고, 흔한 요괴, 우리도 있었지. 망태할머니가 잡아간다. 류의 아이들 겁주는 괴담으로 굉장히 다양한 것을 하고 있다.

 

2장에서 의외기도 의외지만, 너무 웃었다.

 

일본 소설에서 벗어나기 힘든 미소지니, 그 중에서도 장르 소설의 클리쉐로 등장하는 미소지니들이 많은데, 이 책에서는 흐흐흐 페미니즘을 '소재'로 쓰고 있다. '소재'로 쓰는 정도이지만, 이런 장르 소설에서 대놓고 쓰다니, 시대의 변화를 느낀다.

 

이 책 읽으면서 요네자와 호노부가 처음 소개되었던 '인사이트 밀' 이 떠올랐다. 인기 천재 작가의 등장! 같은 느낌이었는데, 나는 너무 대놓고 재기발랄해서 별로였지만, '인사이트 밀'이 나왔던 해의 일미즐(일본미스터리 즐기기 카페) 의 그 해의 추리소설 1위였던 작품이다.

 

<보기왕이 온다>가 좋은 평을 받은 것을 어디서 봤는지 가물가물한데, 이번에는 일미즐은 아니었고, 하우미(하우미스터리)였던 것 같다. 1,2위를 다투고 있길래 읽어봤는데, 역시나 좋은 작품이다. 미스터리 장르에서 좋은 작품은 재미있는 작품이다.와 같은 말이다.

 

별거 아닌 이야기도 재미있게, 무섭게, 궁금하게 쓰는 건 작가의 재주이고, 가볍다면 가볍게,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 진행 중간중간에 덜컥덜컥 걸리는 생각해볼법한 이야기들도 있고, 결말까지 힘을 안 잃고, 탄탄한 작품이다.

 

그리고, 난 1장과 2장의  아빠와 엄마,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너무 웃기고 재미있고 좋았다.

 

최종 보스와 핑크머리 자매도 정말 좋았고, 최종 보스 이야기는 시리즈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는 날을 안다면, 그 시간동안 무엇을 사고하고, 가지고 갈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철학자가 선택한 것은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못한 사랑이다. 임종 3일전까지 이 책에 들어가는 메모를 했다고 한다. 글쓰기로 많은 위안을 받았을 것이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