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변명은 아니지만, 그건 분명 고열 탓이었다. 아직 완전히 열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영어사전을 들췄을 리 없다.
   더구나 '의붓아버지'라는 단어를 찾아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먼저 'fater-in-law'라는 단어가 나왔다. 법률 따윈 재수없다. 그 아래 'stepfather'가 있었고, '(계부)'라고 적혀 있다. 스텝파더. 왠지 춤만 추고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아버지 같잖아. 하지만 '계부繼父'란 '잇는 아버지'라는 의미지.…….
   역시 열이 있었던 거다. 단연코. (35pg)

미야베 미유키는 내가 가장( 이런 말은 왠지 불안정하고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좋아하는 일본작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번역된 그녀의 작품들.  에 대해서는 좋고, 덜좋고가 분명한 편이다.
'이유', '모방범', '화차'(혹은 '인생을 훔친 여자')에는 열광했지만, '용은 잠들다'와 '이코'에서는 심드렁. 했더랬다. 즉, 그녀가 쓰는 소위 '사회파 미스테리'들이 못말리게 좋았고, 그 외의 판타지.스러운 작품들에는 (읽기는 했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이 책 '스텝파더 스텝'이 사회파미스테리.가 아니라고 짐작되는 책소개.를 봤을때, 별로 내 취향.은 아니겠구나. 싶었지만,  처음 몇장 읽기도 전에, 아싸! 싶었다. 미야베 미유키도 이렇게 웃기고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구나! 겨우 여섯번째 읽는 그녀의 작품이긴 하지만, '웃김지수'라는게 있다면, 정말 최고 하이레벨이고, 다른 웃기면서 감동적인 책을 써내는 오쿠다 히데오 등에 비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프로(?)도둑이 있다.
그 도둑은 아버지.라 불리우는 은퇴한 전직 변호사의 정보를 받아
20억원을 유산으로 받아 홀로 사는 여자.를 털기 위해
도쿄의 교외(라고 우기면 '교외.를 왠지 네배쯤 크게 써야할 것 같은' ) '이마데신마치' 로 간다.
충분한 관찰을 마친 후에 옆집 지붕을 타고 넘어가려다 벼락을 맞아(?!) 떨어지고, 크게 앓는다.
그를 구해준건 옆집의 쌍둥이 타다시와 사토시.
아빠는 회사 비서와 바람이 나서 가출. 엄마는 집을 지은 건설회사 사장하고 바람나서 가출.
(둘은 각자 서로가 남아서 아이들을 보는줄 안다)
그들은 도둑.의 지문을 가지고 있다며, '아버지'가 되어줄 것을 부탁(?) 한다.

일곱가지 에피소드(에피소드 제목들도 너무나 맘에 든다) 스텝파더 스텝, 트러블 트래블러, 원나이트 스탠드, 헬터 스켈터, 론리 하트, 핸드 쿨러, 밀키 웨이.
스텝파더 스텝.에서 엉겁결에 '아버지' 역할을 하게 되었던 프로도둑은
점점점점 더 쌍둥이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프로도둑 뿐만 아니라, 프로도둑이 아버지.라 불리우는 전직은퇴 변호사 야나세.는 할아버지.로

아이들은 기특하기 그지없다. 똘똘하고, 영특하나 심성이 고우며, 속깊고, 경제관념 투철, 가사활동 분담, 현실감각 백만프로. 등등등

프로도둑.은 탐정!이다.
그렇다. 이 책은 미스테리다. 프로도둑.은 일본 도쿄의 교외( '교외'를 네배 크기로 써야할 것 같이 멀고 먼) 이마데신마치에 나타나 쌍둥이 아들들을 돌보는 뤼팽.이다. (훨씬 재밌는!)
각각의 연작에는 각각의 흥미로운 사건.들이 있다. 전직은퇴변호사의 정보를 사고, 쌍둥이 아들들의 아이디어를 빌려, 사건을 해결하는 프로도둑! 그 과정에서 돈을 챙기는 프로도둑!

안그래도 미야베 미유키.에 콩깍지가 씌워 있는 나에게 이 색다른 '유머휴먼미스테리단편연작패밀리드라마'는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 없다! 라고나 할까.

아래는 일본아마존의 이 책 링크이다. 이미지를 안 붙이는건, 내가 이 책띠의 아마도 영화화되었을때의 주인공인듯한 낯익은 도둑의 얼굴을 미리 봐버리는 바람에, 책 읽는 내내 도둑을 그의 얼굴로 연상하고 읽어버렸던거. 다 읽고 궁금하거나, 혹은 봐도 상관없는 사람만 보시길 :  p

http://www.amazon.co.jp/gp/product/4062632853/sr=1-52/qid=1158290718/ref=sr_1_52/250-3666161-7652219?ie=UTF8&s=books

처음에는 탄식했지만, 읽고 나니, 이 배우( 우리나라에 영화개봉도 내가 알기로만 두번.이상 했던 잘 알려진 배우다!) 도 프로도둑 역에 꽤나 어울린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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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9-15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책 표지가 보이지마자 밑으로 스크롤.... 저, 이제 읽을라고 책상위에 펴놨단 말이지요. ㅋ

2006-09-15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프릴 2006-09-1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어제 샀는데 ~~ 히히히
모방범 1편보고 진도 안나가요 ㅠ.ㅠ 큰일..;;

하이드 2006-09-1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편은 진도 더 안나가는데;; 3편까지 다 읽으면, 아, 재밌었구나 싶어.

라주미힌 2006-09-15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리뷰 보고 '알라딘 리뷰' 신청한건데.. 하이드님 왜 신청하셨어요? ㅋㅋㅋ 갑자기 이유가 궁금하네요.

하이드 2006-09-1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 보내줬거든요. 친구 주려고 한권 더 주문했는데, 아무래도, 제 책장에도 꽂아놔야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

게으름뱅이_톰 2006-09-1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평단 신청했는데, 하이드님이 남기신 '리뷰 지울까요'를 보고 키들키들 웃다가 왔어요. 혹시나 서평단에 당첨될까 싶어서, 하이드님 리뷰는 인용만 보고 스크롤~~ ^^

하이드 2006-09-1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 한개도 없어요 ^^;;

하이드 2006-09-22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사카 코타로.의 책은 '무중력 삐에로'가 남긴 했지만서도 앞으로 더 읽을 것 같지는 않다.

여섯가지 에피소드.가 술술 넘어간 것은 인정.
사신.은 일주일의 시간을 두고 죽을 사람들을 조사한다. '가'可이거나 '보류'의 판정을 낸다.
대부분이 '가'이지만, 가끔 예외도 있다.
사신 치바의 특징은 1. 음반매장에 비정상적으로 자주 드나든다 2. 이름으로 동네나 시의 이름을 쓰고 있다. 3. 대화의 포커스가 미묘하게 빗나간다. 4. 맨손으로 사람과 접촉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 기절, 수명 1년 단축, 감사 사항) 5. 항상 비를 몰고 다니다.
아-주 그럴듯하다.

오,지금 보니 목차가 다음과 같다. 1. 사신의 스토커 리포트 2. 사신의 하드보일드 3. 사신의 탐정소설 4. 사신의 로맨스 5. 사신의 로드무비 6. 사신의 하트워밍 스토리.
더욱 더- 그럴듯하다.

내가 그럴듯.한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하는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인간은 너무나 신기해. 사실 별 관심도 없지만. 인간이 다 죽는건 상관없는데, 다만 음악이 사라진다는건 재앙이야. 라는 어조로 왠지 멋있게, 쿨하게 말하는 사신. 이지만, 그래봤자, 작가가 '멋있게 치장해'만들어낸 '사신'이라는게 너무 눈에 보이니깐 말이지.

다시한번 말하지만, 책은 재미있었다. 그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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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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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9.11에 아빠를 잃은 아홉살 소년 오스카 셸이다.
그의 명함을 보자면
,
오스카 셸

발명가, 보석 디자이너, 보석세공사, 아마추어 역학자, 친프랑스주의자, 절대 채식주의자, 종이접기 작가, 평화주의자, 타악기 연주자, 아마추어 천문학자, 컴퓨터 컨설턴트, 아마추어 고고학자, 수집가 : 희귀 동전, 자연사한 나비, 소형 선인장, 비틀스 기념품, 준보석, 기타물건 수집

 

이야기는 오스카가 떠올리는 끊임없이 발명의 아이디어들 중 하나로 시작된다. '이런 찻주전자가 있다면 어떨까? 김이 나올 때마다 주둥이를 여닫는 주전자가 있다면? 그러면 주둥이가 입이 돼서 휘파람으로 멋진 가락을 불어제친다든가, 셰익스피어를 읊는다든가,'

오스카는 엄마와 할머니와 리무진을 타고 아빠의 장례식장으로 간다.

 

그 날 일어난 일 때문에 오스카는 일찍 하교한다. 집으로 오니 아무도 없고, 자동응답기의 메세지를 확인한다. '첫 번째 메시지. 화요일 오전 8시52분. 누구 있니? 여보세요? 아빠다. 있으면 받으렴. 방금 사무실에도 전화했는데 아무도 받지 않는구나. 잘 듣거라. 일이 좀 생겼어. 난 괜찮다. 꼼짝 말고 소방수가 올 때까지 기다리래. 아무 일 없을 거다. 상황을 좀 더 알게 되면 다시 전화하마. 그냥 아빠는 괜찮으니 걱정 말라고 전화했어. 곧 다시 걸게.

 

아빠로부터 네 개의 메시지가 더 와 있었다. 9시 12분, 9시 31분, 9시 46분, 10시 4분에. 나는 그것들을 듣고 또 들었다. 무엇을 해야할지. 아니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어떤 기분이 들어야 할지 미처 알 겨를도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10시 22분 27초였다.
발신자 번호를 봤다. 아빠였다.

 

이야기는 아빠가 남긴 수수께끼를 찾는 오스카의 뉴욕방랑.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오스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만남. 사랑. 결혼. 이별.의 이야기.



이 소설은 실험적.이라고 해야할까. 시각적.이다.
소설을 시각적.이라고 할 때는 뭔가, 묘사를 많이 하는것이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시각적'은 소설 속에 간간히 나오는 흑백사진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마음상태를 드러내는 '글자들' 이다.

 






상처를 입은 남은 사람들은 어이없이 떠나간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신파적이라거나, 눈물 짜는 소설은 결코 아니다. 읽다보면, 사건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건들에 가슴 덜컹하고, 섬세한 감정의 흐름들에 아슬아슬하게 튠되어, 독자를 '빨아들인'다. 그야말로 빨아들인다.

 

오스카는 아빠가 남긴 열쇠.와 BLACK이라는 힌트.를 가지고, 뉴욕시의 모든 블랙을 찾아가서 아빠의 이야기와 열쇠를 아는지를 물어보기로 한다.



오스카의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떠났다. 오래전에
오스카의 할머니는 아주아주아주 긴 전기를 썼다.
오스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오스카도, 오스카의 아버지인 토머스 쉘도 태어나기 전
만났던 이야기. 가 오스카의 열쇠찾기와 번갈아, 때로는 겹쳐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지만,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어.
우리의 찻잔들이 비워졌어.
하루가 비워졌지.
그렇게 사무치게 외롭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어.     이제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했어.    달리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랐지.
  시간이 늦었어요, 내가 말했어.
  그는 왼손을 내게 보여주었어.   손바닥 위에는 예, 라고 문신이 새겨져 있었단다.



이 소설, 뭐라고, 한마디로 말하기도 힘들고, 백마디로 리뷰쓰기도 힘들다.
한가지 분명한건 이 소설에는 '재미'와 '충격'과 '슬픔'과 '외로움'과 '연민' 등등등이
아주 섬세하게,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보여지고 있다는 것.

 

5년전 이맘때 BBC 뉴스를 보고 있었다. 라이브.로 미국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것이 나왔다.
내가 보고 있는 채널이 BBC 인지, OCN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없는 기분. 지금, 그 화면을 본들 그것이 실제상황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나와 같은 나이에 그 모든 것을 가까이서 보았을 작가.
가장 기발하고 가장 독창적인 아홉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상처와 치유의 이야기.를 한다.
그 아픔의 근원은
전쟁 이다. 9.11 , 그리고 조금 더 전 세계제2차대전.
세상의 어느 전쟁이 쓸모 있을 것이며, 전쟁을 겪은 세상의 어느 민초들이 그 아픔 사는 내내 잊을 수 있을까.



간만에 아무리 추천해도 부족한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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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6-09-1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소설가 김연수씨도 "지난 5년 동안 출판된 소설 중에서 (아마도) 제일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추천했더군요. 일단 보관함으로 들어갑니다.
근데 저 빨간 동그라미들은 하이드님께서 치신 건가요? 순간 흠칫했다는 -_-;

하이드 2006-09-1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니구요. 컬러풀한 페이지.들이 몇장 끼워있지요. 뛰어쓰기.라던가, 겹쳐쓰기( 보셔야 알아요) 라던가, 글과 여백과 그 모냥이 이렇게나 와닿을지는 몰랐지요. 번역도 훌륭해요.
근데,5년. 이란 기간은 어디서 나온걸까요? 5년 1개월 전에는 혹시 그마만큼 멋진 소설이 있었을까나요? (뜬금없네;;요 )

Koni 2006-09-2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본문 서체가 달라 보여요. 예전에 신문기사에서 한 번 보고 흘렸는데, 이 리뷰를 보니 읽고 싶어지네요.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뤼팽. 은 왠지, 높은 건물(혹은 성) 의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면서, '안녕~ ' 하고, 모인 사람들이 경악하며 창밖을 내다보면, 박쥐날개 같은거 피고 날아갈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건 져패니메이션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인거야?  일본에서 셜록홈즈보다 뤼팽이 훨씬 인기가 많은건( 이라고 내 맘대로 생각한다) 원작이 가지는 허구성. 때문이라는걸 이.제.야. 알았다.

추리소설 팬.이랍시고,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읽어대기.는 하지만,
막상 누구나 다 알만한 뤼팽. 홈즈, 애거서 크리스티. 등은 잘 안 읽었다. 더군다나 모리스 르블랑의 뤼팽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다만, 막상 읽어보니, 만화같은 이야기들이 제법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영국인들에게 묘한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들이
세계적인 탐정.이 된 셜록홈즈에 대항하는 '뤼팽'에 열광하는 건 그네들 답다.는 생각이다.

이 첫 단편집의 마지막 작품 '셜록홈즈,한 발 늦다' 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뤼팽.과 홈즈.
즉, 뤼팽.이 주인공인 세계에서 처음으로 묘사되는 셜록홈즈. 의 모습은.. 갑갑... 하다.
아무리 내가 뤼팽의 책을 재미있게 읽어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심정적으로는 역시 '셜록 홈즈'의 편인지라 보는 내내 은근히 불편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뒷편으로 갈 수록 더 심란하게 등장할 셜록 홈즈( 코난 도일이 항의하자 모리스 르블랑은 '에를록 숄메스'로 바꿔 버렸다고 하던데;;) 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 시리즈 계속 읽어야 하나 싶기는 하지만,
이렇게나 허무맹랑한 괴도. 가 나오는 뤼팽 시리즈는 나름대로 현실감 없는 매력이 있다.

첫 단편.이 특이하게도 아르센 뤼팽. 이 체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물론, 독자는 결말을 다 알고 보는 것이니,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나 할까. ) 앞의 몇 단편. 까지만 하더라도 아르센 뤼팽.의 숙적은 얼핏봐도 뤼팽.에 비해 여러모로 많이 떨어지는 가니마르 경사. 이다. 처음부터 모리스 르블랑.이 작품에 홈즈를 등장시킬 작정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프랑스 작가의 프랑스 괴도. 답게 낭만적이고, 화려하며, 과시적이고, 카리스마 풀풀 풍기는 오만한 도둑놈 이야기의 광팬.이 되지는 못할 지언정, 그 특이한 재미.만은 보장한다.

"그나저나 제가 이렇게 가장 먼저 만나 뵙고 인사를 드리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셜록 홈스라면 제가 누구보다도 찬미하는 분이니까요."
  그렇게 내뱉은 말투 안에는 알게 모르게 비아냥대는 티가 섞여 있었는데, 그는 그 점을 곧장 후회했다. 순간적으로 셜록 홈스의 은근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 그 어느 사진기에 찍힐 때보다 더 정확하게 포착되고, 붙잡혀서, 기록되기까지 하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이거 사진이 찍혔군그래! 앞으로 이 친구를 상대로 해서는 웬만큼 변장을 해서는 안 되겠어. 나중에라도 나를 알아볼까?' 
 

* 유치찬란한 책껍데기.를 벗기면, 빨간 표지에 그 글자만으로도 멋지구리한 불어 제목과 작가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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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9-0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괴도 루팡' 말하는 거죠? 저도 기꺼이 추리소설팬이 되고 싶지만, 에... 저도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

마노아 2006-09-09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홈즈보다 뤼팽을 더 좋아했어요. 좀 더 '영웅'으로 보였던 거죠. 지금 봐도 그럴진 자신 없어요. ^^
 
황제의 코담뱃갑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8
존 딕슨 카 지음, 전형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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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의 벚꽃... 을 다 읽고 나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반전.에 기분이 나빴다. 왜냐.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습의 차이.가 반전에 이용된것. 그리고, 반전을 위해 작가가 숨기고 있거나,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언페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워낙에 추리소설을 읽을때 사건.을 해결.하면서( 머리 쓰면서 ) 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독자.에게 언페어.한 추리소설은 NG다.

황제의 코담배케이스.는 너무나 낯 익어 몇작품쯤 읽어봤을법도 하다고 생각했던 존 딕슨 카의 작품중 처음으로 접하는 중편.의 걸작 불가능 미스테리. 였다.

지지폼폼.


이야기는 남자.를 홀리는 남자. 이브 닐과 위험한 매력을 풍기는 네드의 이혼 소송으로 시작된다.
이브는 네드를 떠나 맞은편 집에 사는 토비.를 만나게 된다. 어느날 밤. 네드는 마을로 돌아오고, 이브와 토비가 결혼할 꺼란 이야기를 듣고 이브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맞은편 집의 토비의 아버지인 모리스 경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리뷰 서두의 뜬금없는 서두.는 이 책을 추켜올리기 위함.이다.
결말의 ' 범인 '을 듣고, 아. 작가가 몇번이나 페어하게 힌트.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과 같이 '암시' 에 걸려 눈치 채지 못했구나. 그와 같은 사건.을 단조롭지 않게 만드는 변수.들도 훌륭하다. 추리소설에 로맨스.가 들어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지지폼폼.

로맨스, 그리고  반듯해 보이는 가족들의 벽장안의 해골. 이야기. 팜므파탈.
천재 정신과 박사. 수집광. 나폴레옹.의 코담뱃갑.
사랑, 연민, 의심, 교활, 믿음, 착각, 위선, 집착,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 있게 독자를 끌고 가는 스토리. 페어한 스토리.
읽고 나서, 다시 꼭꼭 씹어 읽을만한 미스테리.

그가 다시 데 상주 거리에 모습을 나타앴을 때에는 정말 뒤통수라도 맞은 사람처럼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올때보다는 한결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고 있었지만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지지 폼폼'이라는 한마디가 저녁 하늘에 머물다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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