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모양 상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0
조 힐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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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농담이 아니고, 진짜다. 귀신이야기이다. 으아아아

주드는 유명한 록큰롤 스타. 그의 개인 소장품은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는 성추행범이 그려준 일곱난쟁이 스케치, 몸에서 악마를 쫓아내기 위해 머리에 구멍을 뚫은 농부의 두대골과 두개골 중앙에 쑤셔박힌 펜들. 300년된 마녀 사인이 첨부된 자백서, 19세기 영국에서 교수형에 사용되었던 닳아빠진 올가미 등등등.

기괴한걸 좋아하는 그에게 비서인 대니는 이베이 아류 경매사이트에 오른 아버지의 영혼이 깃든 양복을 보여준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주드는 양복을 사고, 검은 하트상자에 담겨 양복은 배달된다.

주드의 개인 소장품중 하나는 고쓰족 여자친구이다. 그를 쫓아다니는 고쓰족 여자를 골라 미국의 주 이름을 붙여주며 데리고 있는다. 지금은 조지아. 이 전에는 플로리다. 그런식.

막상 받아보니 더욱 불길한 검은 하트 모양 상자에 담긴 양복은 귀신과 함께 오고, 그 귀신은 알고보니, 전 여자친구인 우울증에 걸린 플로리다, 애나의 양아버지이다. 최면술사인 애나의 언니는 양아버지가 주드를 죽여 애나가 주드 때문에 자살한 것에 복수할 것이라며 전화를 통해 악에 바쳐 소리지른다.  

자,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양아버지 귀신과 왕년의 록큰롤 스타와 고쓰족 여자 아이. 인간쪽의 무기는 개들이다. 주드의 사나운 셰퍼드 본과 앵거스.

이와 같은 설정의 귀신 스릴러라니! 이 책은 나오자마자 판권이 팔려 닐 조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다고 한다. 이야기의 진행은 로베르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아, 얼마전에 본 뜨거운 녀석들(핫 퍼즈)의 에드가 라이트도 좋겠다.

나는 귀신, 공포 이야기에 약하고, 우왁- 하는 스크림류의 공포영화보다는 암시가 강한 공포영화에 더 끌리는 편이지만, 이와같은 '황혼에서 새벽까지' 류의 스릴도 좋다.

분명 열대야를 조금쯤은 밀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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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1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을 사야겠군요! 열대야를 몰아내리라~~~~~

하이드 2007-08-17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막 이리저리 뒤집으며 봤어요. 더위 몰아내는 방법으로 추천합니다!

Apple 2007-08-18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상큼하니 괜찮지요? _ 마하하....깔끔했어요~
그나저나 뜨거운 녀석들, 올해 재일 많이 웃으면서 본 영화입니다. 진짜 엄청나게 웃겼어요.히히히히...^^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나이 마흔이 되면 죽을 생각이다. 이제 서른여덟하고도 두 달을 살았으니 이태도 남지 않았다. 방금 틀 안에 부은 콘크리트가 점점 굳어 가듯 내 결심도 하루하루 물기와 거품이 빠지며 굳어 가고 있다. 죽기로 작정을 한 뒤 마음이 편안해졌다. 전보다 더 밝고, 그리고 꿋꿋하다. 무슨 일이든 긍정적이다. 하지만 내겐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한 목적 따윈 전혀 없다. 필요도 없다.

<다크>의 시작은 처음부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날스런 끔찍함들이 마지막장까지 독자를 놓지 않는다. 이것은 탐정 무라노 미로 시리즈이지만, 미로는 <다크>에서 탐정을 집어치우고, 복수자, 희생자, 가해자등의 모습을 걸친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남자를 기다리던 미로는 그가 이미 죽었음을 뒤늦게 알고, 그 사실을 숨겼던 의붓 아버지를 찾아간다. '죽여버릴꺼야' 라고 생각하고 갔고, 심장병을 앓고 있던 의붓 아버지 젠조의 발작을 무시함으로써 그를 죽인다. 젠조의 내연녀인 맹인 히사에는 여러모로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작품들의 등장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남자처럼 커다란 몸, 뚱뚱하고 색을 밝히고, 자제하지 못하고 폭발한다. 미로가 검은 재와 같다면 히사에는 불꽃과 같다. 그녀가 품는 모든 것을 악취를 풍기며 태워 버리는 분노의 불꽃.

히사에는 젠조가 생전에 알려주었던 젠조의 전 야쿠자 동료 데이에게 연락하고, 데이는 미로를 찾기 위해 미로의 이웃이었던 오카마(게이) 도모베를 찾는다. 그렇게 노인(데이)과 호모와 맹인의 집요한 추격이 시작된다.

미로는 후쿠오카에서 서진호를 만나 위조여권을 사고 한국으로 도망간다. 이야기의 많은 부분의 배경이 한국이다. 미로의 남자, 서진호의 지난 아픈 과거는 심지어 광주 5,18이다. 한 챕터를 통해 (광주는 불타고 있다) 그날의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외에도 부산, 서울의 압구정동, 이태원을 오가며 펼쳐지는 추격. 쫓고 쫓기는 미로와 히사에의 이야기이지만, 굵직굵직한 에피소드들은 박진감보다는 각 등장인물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심리에 더 초점이 갈 수밖에 없게 한다.

작가는 줄곧 '희망이 없음'을 말하지만, 이 소설의 결말에서 독자는 희망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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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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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망구엘은 쉰세번째 생일을 맞은 어느 날,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한달에 한 권씩 골라 다시 읽어보기로한다. '다른건 몰라도 해박한 독자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자부하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한달에 한권씩 선정했다뿐이지, 그 책과 관련된 책들과 그 책을 읽어내는 독자인 알베르토 망구엘의 일상에서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술술, 먹기 좋은 밥마냥 보기좋게 펼쳐진다.

저자는 '독서는 일종의 대화'라고 머리말에서 말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와같이 책에 대한 책은 그야말로 독과도 같다. 독서는 연상이다. 그의 일기에서 이야기되어지는 많은 책들이 내 책장에서 끌려 나오고, 이야기되지 않은 연상된 다른 책들도 함께 끌려나온다. 책을 읽는 동안 미친듯이 바쁘게 수다를 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체할 염려는 없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사는 그에게 '책'은 '일상'이고 '생활'이지만, 그 옆에는 친구도 있고, 고양이도 있다. 과수원도 있고, 좋은 이웃도 있다. 여행하면서 책을 읽고, 여행의 소회를 펼쳐놓고, 또 생각나는 책 이야기를 주섬주섬 꺼냈다가, 작가의 취미이자 특기인 '목록만들기' 놀이를 하는 등 읽고 싶은 책에 조바심칠 필요없이 가만가만 읽어나가면 된다.

다행히 대부분 아는 작가에, 이런 책치고는 반 정도나! 읽은 책이어서, 지루할틈이 없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특히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당연히 코난 도일의 <네 사람의 서명>이었다.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셜록 홈즈가 코카인을 흡입하는 장면이었다는 것은 새삼스러웠다. 그레이엄 그린이 말하길 "오늘날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작가 중에 주인공을 별안간 마약 중독자로 만들어놓고도 독자들에게 항의를 받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관용적인 사회가 되었다,"

작가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에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파리에 산다. 그 전에는 유럽 여러국가들을 전전하며 살았다. 아르헨티나 출신 소설가들의 책을 읽어보면 간간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현대사에 대한 비판들도, 그리고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세계사 기록될 또 하나의 전쟁(이라크 전쟁)이 시작되는 것에 대한 냉소도 종종 나온다.

이 책이 다른 책에 대한 책에 비해 사랑스러운 것은 작가의 통찰력이다. 위의 셜록홈즈 부분을 예로 들자면, 대표작품인 <네 사람의 서명>을 이야기하지만, 작가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알고 있는 추리소설 전반에 대한 통찰과 함께 작가가 좋아하는 추리소설 목록 따위도 함께 쓰는 것이다. 이와와 같은 글을 보면 그저 책을 읽을 뿐인 나와 같은 독자는 '같은 책을 읽었으나...' 저 멀리 가 있는 저자에게 질투의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책 읽는 내내 작가가 이야기하는 책들과 말들이 마음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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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8-1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책이 마구 땡기지만,,, 반 정도나! 읽은 책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보류. 허헛~ ㅡㅡ;;;
 
스프링 고양이
노석미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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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고양이의 습성과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의 습성(!)에 대해 눈 뜨면서, 고양이에 대한 책들이 다시 보인다. 한 번 읽고 던져 놓았던 피터 게더스의 스코티쉬폴드 노튼 삼부작에 새삼 애정이 샘솟고, 예쁜 사진만 찍어 놓은 예전에 봤던 어느 고양이책은 그게 아니지, 쯔쯔 새삼 혀차고, 뭐 그런식이다. (왜냐하면, 반려동물과 산다는 것은 예쁘기만 한 것이 절대 아니거든!)

화가 노석미의 제목도 통통튀는 <스프링 고양이>라는 책을 발견했을때 코숏 네마리, 터앙 중장모 한 마리 포함해서 다섯마리의 고양마마를 모시고 산다는 얘기를 듣고 옳다구나, 냉큼 주문을 넣었다.

헤밍웨이는 말했다. '고양이는 고양이를 부른다' 고. 첫 아이 데려온 것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두마리, 세마리로 늘어 있는 고양이를 보고 퍼뜩 정신 차린다고 했던가? 아마, 그녀도 그랬을꺼다.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다섯 상전을 모시고 사는 집사 신세. 

가까운 일본에는 동물에 대한 책이 참 많다. 그 중에서도 고양이에 관한 책, 만화가 많아서 120% 공감하며 눈물 콧물 빼며 울다 웃으며 보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다.  이 책 역시 키우는 사람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과는 조금 틀리다. 지은이의 밥벌이 수단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화가다.

책은 대담하고 화려한 컬러의 그림들로 가득하다.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고양이로 인해 떠오른 이야기들, 그리고 또 아주 가끔 사람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이야기도 있고, 그녀의 머릿속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들도 있다. 

디테일하거나 정확하게 베끼는 그림이 아니라서,
짧은 문답과 그녀의 단순한 그림은 생각의 여지를 던져준다.
고양이. 그리고 나.

지금이 봄날은 아니지만, 봄날 같은 책이다. 봄날의 고양이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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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08-15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고.. 얼마나 토실해 보이는지 덥썩 잡고 싶어지는 손(응?)이라니까요~

하이드 2007-08-1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정말요. 전 입에 앙 물고 싶어요. ㅋㅋ

누에 2007-08-1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고양이 책이네요. 화가와 고양이라는 말만으로도 저도 냉큼 주문 넣고 싶네요. ^^
 

마르탱 파주 지음, 이상해 옮김, 발레리 해밀 그림 / 열림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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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세상이 잠시 정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패스워드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것, 그건 다름을 긍정하는 것이다.'



발레리 해밀의 상콤한 일러스트와 함께 찾아온 마르탱 파주의 '비'를 위한 소네트.
소수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유럽인 특유의(혹은 프랑스인 특유의) 씨니컬함으로 현대인을 위트있게 비판하는 글을 써 온 그가 이번에는 '비'에 대한 사랑 고백을 하기로 한다. 빠리지엥이 좋아하면 '비'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이 아니다. 

그가 찬양하고 사랑해 마지 않는 '비'는 낭만의 소품으로서만의 '비'가 아니다.
산성비는 현대의 꽃가루. 질산과 황산은 비에 두께와 향기를 부여해서 좋다고 하니, '비'와 사랑에 빠져도 이만저만 빠진게 아니다.

빠리지엥답게 그는 비를 와인에 비유한다.
'우리는 와인을 즐기는 법을 배우듯 비를 좋아하는 법을 배운다. 자신이, 자신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모든 지정한 사랑이 그렇듯, 그것은 발명, 성찰, 그리고 삶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험을 요구한다.'

잔치를 망치는 비. 국가적, 국제적,공적, 사적 잔치들이 비로 인해 망쳐지는 것조차 사랑한다. 그런 빗속에는 '혁명을 탄생시키는 원리가 녹아 있으며' 스포츠는 한층 흥미로워진다고 말하니, 비에 대한 예찬도 이쯤되면 중증이라 하겠다.

'비'를 좋아하는 그에게 '태양'은 폭군이다. 현대인은 태양을 사랑한다. 비는 왕따당하는 천덕꾸러기, 운동장 한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는 외로운 아이, 주변에 소외되어 있다. 그는 다수가 싫어하기 때문에 비를 좋아한다. 이런, 반골 같으니라구. 그에게 있어서 태양은 '눈을 내리깔도록 강요하는, 늘 켜져 있는 플래시'에 다름 아니다.  

나역시 비를 사랑한다. 나의 비에 대한 사랑은 얼마만큼이냐고?
나는 '비'에 대한 미친 사랑으로 가득찬 이 책을 사랑한다. 이 책에 아무리 이해 안 가는 여백의 페이지들이 많더라도, 꿋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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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2007-08-15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계속된 비에 좀 지쳐있었는데 이 책을 보며 위로를 해야겠네요. 휴 오늘은 습도 94%

나그네 2007-09-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이 기가 막히도록 좋네요.
꼭 한번 사서 봐야 겠어요. 감사감사

하이드 2007-09-1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